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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관심을 부담으로 바꾸는 최악의 3단 콤보

by 무한 2011. 6. 20.
또 한 주가 시작되었다. 지구에서 맞이하는 몇 번째 공짜 한 주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태양과 구름과 적절한 바람이 만들어 준 이 한 주를 잘 차려진 밥상을 마주하는 기분으로 시작해 보자.

주말 내내 또 메일함 그득 사연을 보내 준 대원들에게는 "인연 같은 거, 개나 줘버리세요." 라는 상콤한 채찍질을 해 드리고 싶다. 그녀는 다르고, 그는 특별하고, 뭐 그런 걸 증거로 들이대며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면, 난 서로 엇갈릴 수 밖에 없는 것도 인연이라는 얘기를 내밀고 싶다.

그렇다고 또 너무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월요일을 시작할 필요는 없다. 그대가 만나길 희망하는 '좋은 여자''좋은 남자'는 예고 없이 그대의 인생에 끼어들기 할 테니 말이다. 바로 그 순간이 찾아왔을 때, 혼자 들떠 헛발질을 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것들을 알아두자. 그 첫 시간, 많은 대원들이 벌이고 있는 '관심을 부담으로 바꾸는' 크고 아름다운 헛발질 3단 콤보에 대해 살펴보자. 


1. 너무 정중하면 재미가 없다.


정중한 것과 너무 정중한 것은 분명 다르다. 전자가 같이 치킨을 먹으며 다리나 날개 중 좋아하는 부위를 물은 뒤 먼저 건네는 사람과 함께 앉아 있는 것이라면, 후자는 치킨에 절대 손을 대지 않고 포크로만 먹는 사람과 앉아 있는 느낌이랄까. 치킨을 포크로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대원들이 있을 수 있으니 좀 다른 비유를 들자면, '너무 정중한' 사람은 '흰 바지'다. 멋을 위해 잠깐 입을 수는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입기엔 다리가 너무 아파 아무데나 좀 앉고 싶어도 더러워 질까봐 결국 서 있게 되는 '불편함'이 있단 얘기다.

솔로부대 간부급 대원들에겐 참 미안한 얘기지만, 이 '불편함'은 이성과의 교류가 단절된 채 오랜 시간을 보낼수록 늘어만 간다. 그런 대원들이 '웃자고' 한 이야기들은 대부분 프랑스 개그와 비슷하다. 프랑스 개그가 안 웃기다는 얘기가 아니라, 불어로 개그를 치니 못 알아듣는 것처럼 뭔 소린지 모르겠단 얘기다. 심한 경우, 함께 있을 땐 프랑스 사람과 단 둘이 오리배를 타고 있는 것과 같은 '뻘쭘함'이 찾아오기도 한다.

미안하다. 이렇게 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음이 여린 대원들인데, 그런 대원들에게 '불폄함''뻘쭘함'에 대한 지적을 하다니, 안 그래도 지금 추세가 뭔지 갈피를 못 잡겠기에 예능도 열심히 챙겨보고 있을 대원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다. 하지만

"제가 문자를 보내도 괜찮을까요?"
"전화통화 가능하실 때 알려주세요. 할 얘기가 있어서요."
"다음에도 또 연락해도 되는 거죠? 부담되신다면 안 할게요."



따위의 이야기를 하며, 마라톤 경기에 정장을 입고 나오는 대원들이 줄길 진심으로 바라기에, 이 얘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편하게 생각하자. 경기의 승패야 달려봐야 아는 일이니, 우선 오래 달릴 수 있도록 편한 복장을 갖추자. 만날 때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가라는 얘기가 아니라, '사촌 여동생'이나 '사촌 오빠'를 대할 때 정도의 친근감으로 다가서잔 얘기다.

상대를 '사촌 여동생'이나 '사촌 오빠' 정도로 생각하면, 지금처럼 긴장하지 않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연락을 할 때 수십 번 망설이지 않아도 될 것이고, 약속을 잡을 때 그렇게 거창하게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남자대원들의 경우, 상대의 환심을 얻으려 선물을 하다 거부감까지 같이 건네는 경우가 많은데 그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잊지 말자. 그대가 '정중함'이라며 그어 놓은 선이 너무 멀면, 상대는 그 선에 도달하기도 전에 지치고 만다는 걸 말이다.


2. 가까운 사이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낚시를 가 본 적 있는가? 찌를 계속해서 응시하고 있어야 하는 대낚시를 가게 되면, 오랜 시간 고기의 입질이 없을 때 찾아오는 생각들이 있다.

'방금 찌가 좀 흔들렸던 것 같은데?'
'혹시 고기가 바늘에 걸렸는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거 아닐까?'
'미끼가 물살에 다 떨어져 나가 빈 바늘만 남아있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들인데, 이런 생각들이 찾아오면 결국 낚싯대를 물에서 건지게 된다. 고기와 직접 대화를 해 본 적이 없기에 확실한 고기들의 생각은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 낚싯대 근처까지 다가왔던 고기들은 낚싯대의 움직임에 놀라 그 근처를 벗어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갑자기 웬 낚시 얘기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그대가 상대와 가까워지기 위해 한다는 그 '고백'은 위에서 이야기 한 낚싯대를 드는 행위와 비슷하다는 걸 말해주고 싶어 이야기를 꺼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타이밍'이란 것은, 다시 낚시에 비유하자면 찌가 위로 쑥 솟구쳐 오르거나 물속으로 쑥 잠겨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대원들이 찌가 바람에 흔들리기만 해도 "지..지금이 타..타이밍 맞죠???"라며 정신줄을 놓아버리는데,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그 '타이밍'은 정신줄만 놓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가 예의상 이쪽의 수다를 듣고 있어줘야 하는 상황이거나, 이쪽이 절대 말을 끊지 않고 혼자 30분 동안 떠드는 돌멩이같은 사람이라 통화를 계속해야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화기애애한 통화가 30분 넘게 지속된다면 상대 마음의 자물쇠는 풀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자물쇠가 풀렸다고 해서 문이 부서져라 두드리면 상대는 다시 자물쇠를 걸어 잠그겠지만 말이다. 이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고백'에 대한 매뉴얼에서 더 살펴보기로 하고 여기서 하고 싶은 얘기는,

"질질 끄는 제 모습이 싫어서 고백을 했거든요."
"제가 계속 좋아해도 되는 건지 확인을 받고 싶었거든요."



라는 이야기를 하며 성급히 '결판'내려고 하지 말자는 거다. 소제목에도 써 놨지만, 가까운 사이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다짜고짜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로 시작해 "저는 어떤 것 같아요?"로 이어지는 '떠보기 콤보'를 사용하는 대원들이 너무 많다. 안개가 낀 듯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비상등을 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왜 그대는 '떠보기 콤보'를 사용해 속도를 높이려 하는가. 안개는 분명 걷히니, 돌진만은 하지 말자.


3. 관계회복 말입니까?


그대가 중요한 파일을 모르고 지웠는데, 복구 하는 걸 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상대에게 부담, 당황, 거부감, 실망, 질색 까지 다 전달해 놓은 상황에서 상대의 발목을 잡을 채 '관계회복'을 도와달라고 하니, 난감하다.

안개 속에서 전속력으로 달리다 사고가 나, 바퀴 하나만 멀쩡한 채 나머진 만신창이가 된 차를 가져와서 수리를 부탁하는 느낌이랄까. 우리, 저 쪽에 떨어져 있는 정신줄을 다시 잡아보자. 위에서 말한 2단 콤보를 한 뒤,

"대답은 준비 되셨나요? 전 오늘도 하루종일 숙희씨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제가 싫은가요? 계속 밀어내고 싶으세요?"
"제가 좋은 남자라는 걸 알 때까지 늘 숙희씨 곁에 있을게요. 언젠가는 숙희씨도 알겠죠."



따위의 이야기로 3단 콤보까지 해 버렸다면, 난 둘의 관계에 '혼수상태'라는 진단명을 내려주고 싶다. 인연이라고 믿기에 기다리겠다는 얘기를 하거나, 지금 상대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으니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까지는 나쁠 게 없다. 하지만 기다리겠다거나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는 그대의 다짐과 달리 집요하게 상대에게 매달리고, 계속해서 상대는 받지 않는 연락을 하는 행위는 그만하자.

이제는 연락도 받지 않는 상대에게, 전에 상대가 좋아한다고 했던 사물을 찍어서 '인증샷'이라며 보내거나 지겹도록 안부를 물어대는 것은 정말 쓸데없는 짓이다. 외식을 하러 찾은 식당에서 최악의 서비스와 최악의 음식을 맛보았다. 원래 그런 식당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러저러 하다 보니 최악의 순간에 찾아가 최악을 경험한 것이다. 그런 식당에서 계속해서 "랍스타를 드시면 새우가 공짜! 6월 말일까지 반값 행사 중." 따위의 문자를 보낸다고 해서 그대가 다시 그 식당을 찾겠는가?

상대에게 그대를 스토커로 오해하게 만드는 '이상한 짓' 같은 건 그만 두자. 혼자 판타지를 간직한 채 상대의 주변을 맴돌다 일부러 상대에게 들키고 하는 그런 짓은 하지 말자는 거다. 난 사연으로만 읽어도 오싹한데, 그대를 발견한 상대는 얼마나 소름이 돋았겠는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대원들도 많은데, 정신 차리자. 이건 뭐 다시 하고 싶다고 리셋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이 아니다. 아무렇지 않게 상대에게 다시 예전처럼 다가가겠다는 대원들이 많은데, 그게 더 무섭다. 방금 전까지 문이 부서져라 두드리던 사람이, 다시 초인종을 누른다고 해서 상대가 문을 열어 주겠는가? 관계회복이나 리셋작전 같은 건 분리수거 하러 가서 '병류'에 버리길 권한다.


이렇게 '3단 콤보'를 모두 하고 난 뒤, 망망대해에서 표류하고 하는 막막함을 느끼고 있을 대원들에게 위에서 '아픈 이야기'를 한 것은, 지금 그대에겐 '정신줄을 잡는 것''마음이 잔잔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서 '최후의 방법'을 이야기 해 버리면, 그대는 정신줄은 저 멀리 놔두고 마음에 요동이 치는 상태에서 또 헛발질을 저질러 버릴 위험이 크다. '최후의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후라이데이에 매뉴얼을 발행할 예정이니, 그대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들을 하고, 못 봤던 미드나 영화도 좀 보고, 가족들과 외식도 하고, 연락이 뜸했던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도 좀 하고, 그대의 시간을 온전히 그대 자신을 위해서도 좀 사용하길 권한다.

자, 그럼 '후라이데이 프로젝트'를 위해 월요일부터 또 즐겁게 살아보자!



▲ 뭐가 그렇게 심각하십니까? 소풍 와서 미운 얼굴 하는 사람이 제일 바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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