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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새 남자친구가 생겼다면?

by 무한 2011. 6. 30.
실제 사례를 가지고 얘기하면 또,

쉽게 말하지 좀 마 울지 말라 하지 마
내 사랑을 뭐를 안다고 니가 뭘 안다고
잘 된 일이라 해

- 에이트, <울고 싶어 우는 사람이 있겠어> 중에서


이런 노래를 들으며 반감만 키우는 대원들이 있으니, 연애 대신 '회사'에 비유에서 얘기를 해볼까 한다. 위와 같은 노래를 들으며 '이거 내 얘깁네.'하는 대원들에게는 그저,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에서 먼저 벗어나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 내 사랑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면 달려가 기도확보를 하고 인공호흡부터 해야지, 일을 어쩌냐며 멍하니 있으니 주변에서 어깨만 두드리는 것 아닌가. 어깨 두드리는 사람들 멱살을 잡는다고 달라질 일은 없으니 더 지체하지 말고, 어서 911부터 부르자. 아, 한국은 119.


1. 나가! 나가? 나가지 마.


얼마 전 지인의 회사에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있었다. 직원이 세 명인 쇼핑몰인데, 쇼핑몰이라고 하면 지인이 질색을 하니, 회사라고 부르기로 하자. 아무튼 그 세 명의 직원 중, 입사 첫 주를 빼곤 한 번도 제 시간에 온 적 없으며, 일주일에 삼 일은 숙취로 업무에 지장을 주고, 갖은 핑계로 결근을 하던 한 명이 잘리게 되었다. 웹디자인 겸 박스포장을 담당하던 남자직원이었는데, 늘 "아, 오늘 엄청 피곤하네."를 입에 달고 있었기에 별명은 '간'이였다.

그 간씨(응?)가 잘리고 두 명의 직원이 더 들어와서 직원은 모두 네 명이 되었다. 새 직원들이 들어오자, 전에 일하던 직원 중 한 명이 '월급인상'을 요구했다. 자신이 하는 일은 새로 들어온 직원들이 하는 것보다 훨씬 전문 기술을 요하는-이라고 해봐야 웹쇼핑몰에 상품 등록하는 거지만- 거라며, 이십 만원을 올려주지 않으면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선언했고, 지난주에 퇴사처리 되었다.

직원은 다시 세 명이 되었고, 그 세 명 중 예전부터 일했던 한 명이 또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무래도 새 직원들이 예전 직원들만큼 일을 익숙하게 하지 못하기에 업무량이 너무 많아진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입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각 한 번 하지 않은 직원이었고, 회사 살림을 자기 살림처럼 꼼꼼하게 하던 직원이라 지인은 그 지인을 잡았다. 그가 뭔가를 요구한 것은 아니었지만, 알아서 월급도 올려주고 새벽까지 둘이 술도 마시며 지인은 그를 잡았다.

자, 재미 없는 회사 얘기는 그만하고, 위의 상황을 연애에 대입시켜 보자. 재회의 접착력을 결정하는 것은 '평소점수'다. 많은 대원들이 감동CD네 이벤트네 해가며 등 돌린 상대를 돌리려 하지만, 장미를 수 백 송이 선물하고, CD를 한 트럭 갖다줘도, 연애하는 동안 둘이 찾아낸 '연결고리'가 없고, '후회'보다 '후련함'이 훨씬 크다면, 미안하지만, 굿바이다.

그대가 사장이라고 하면, 전 날 친구들과 술 좀 마셨다며 빌빌대는 날이 많고, 몸이 멀쩡한 날엔 업무와는 관련 없는 다른 곳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개인사정'에 의해 지각이나 결근하는 날이 많은 직원과 계속 함께 일하고 싶겠는가? 아주 간단한 얘기다. "나라면, 나와 계속 사귀고 싶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 보란 얘기다. 그 질문에 답도 할 수 없으면서, "남자친구 생긴 것 같던데, 맞지? 하, 너는 잘 사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며 재 뿌리진 말자.


2. 이별이 힘들어서 잠시 다른 남자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며 '그래도 내 외모가 보통 이상은 되는 듯.'이라고 생각하듯, 많은 사람들이 퇴사에 대해서도 '나 그만두면 회사 멈출걸?'이라는 생각을 한다. 위에서 소개한 간씨도,

'내가 나가면, 쇼핑몰이고 뭐고 다 마비될 걸? 회사 망할 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했는지, 6월에 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이벤트 시안과 본인이 작업한 사진자료, 쇼핑몰 백업본 등을 모두 지우고 퇴사했다. 그러나 다들 알고 있듯, 누가 나가든 회사는 돌아가기 마련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나 없이는 그 사람 살 수 없을 걸? 웃어도 웃는 게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뭐, 잠시 동안은 그럴 수 있어도 그게 그리 오래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이야기 했던 '나가!'의 경우라면, 그 '잠시 동안'의 후회나 미련이 없을 수도 있고 말이다.

심하게 말해서 미안하지만, 그대는 상대에게 그냥 '여덟 살 때 살던 집'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그 집에 살고 있는 대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한 두 번의 이사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그런 대원 중 여전히 그 집을 그리워하며 일상생활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는 대원들이 있는가? 있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의를 해 보길 권하고, 꼬꼬마 시절 그대에게 '세계'같았던 집이 지금은 그저 '추억'으로 남아있듯, 그대도 상대에게 그렇게 '추억'이 될 수 있단 얘기다.

헤어진 연인이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모두 '이별이 힘들어서 잠시 누군가에게 기대려고'라곤 생각하지 말자. 사연을 보내는 열 명 중 열 명이 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쩌자는 건가. 난 착한 편, 상대가 새로 만나는 남자는 나쁜 편, 그렇게 딱 갈라 놓고 저주를 해봐야 마음만 울퉁불퉁 해 질뿐이다. 그대가 상대에게 '옛 집'이 되었다면, 청소부터 하자. 그리곤 하나씩 리모델링 해 나가면 될 것 아닌가. 상대나 상대의 새로운 연인을 탓하며 폐허로 방치해 두지 말길 권한다.


3. 감정의 비만, 스토킹이 원인


과도한 음식섭취나 잦은 음주가 뱃살을 만들듯, 헤어진 후 상대의 미니홈피나 트위터 등을 돌며 생활을 훔쳐보는 사이버 스토킹은 감정의 비만을 부른다. 헤어진 연인의 공간이야 누구나 한 번쯤 '기억이 부르는 날'에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그 공간에 들어가 혼자 추측하고 상상한 세계에 빠지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상대가 올린 사진, 글, 배경음악 등에 의미를 부여하고 결국엔 그 상상과 실제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지경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생각해 보면, 그대가 그 공간에 들어가 뭘 보고 뭘 듣든, 그게 전부 다 그대에게 긍정적인 영향 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쉽다는 걸 알 수 있다. 많은 대원들이 '아직 마음이 남아 있음'의 증거로 내미는 '배경음악'만 해도 그렇다. 상대가 지정한 배경음악이 경쾌한 댄스곡이면 '아, 나 없이도 잘 산다는 걸 보여주려고 애쓰는 구나.'라고 생각하고, 슬픈 발라드면 '아직 나를 기억하며 가슴아파 하는 구나.'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클럽에서나 나올 법한 묵직한 비트의 음악이 나오면 '힘든 걸 이겨내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세상에 몸을 맡기려고 하는 구나.'따위의 생각을 하고 말이다.

감정의 비만은 합병증이 무섭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합병증으로 '각주구검 증후군'이라는 게 있는데, 그건 상대는 이미 2011년 7월을 맞이 할 준비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쪽에선 2011년 2월 쯤에 멈춰서서 유효기간 지난 얘기들만 계속 발신하게 되는 증상이다.

그 다음으로 흔한 합병증은 '고해성사 증후군'이다. 메일을 사용해 상대에게 매일매일 일기를 전송한다든가, 자신의 사이버 스토킹 이력을 소개하며 상대에게 '봐, 난 아직도 이렇게 사랑하고 있지?'라는 감정을 증명하려 드는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스스로 '신부님'이 되어, 이젠 널 용서하겠다든지 더 이상 밉지 않다든지 하는 이야기들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러지 말자. 감정이라는 외발 자전거를 타며 속력을 내다보면 넘어질 위험이 큰 것 아닌가. '지금, 내가, 이래야 할 것 같아서.'라는 유혹에 넘어가 무작정 일을 저지르지 말자.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좀 더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감정을 차가운 물에 담궈 두자. 상대에게 새로 생긴 남자친구의 미니홈피까지 들락거리며 스스로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진 말길 권한다.


마지막 편지, 그런 거 안 써도 된다. 어떻게 보면, 그대의 사랑은 '혼수상태'에 빠진 것인데, 왜 '마지막'이라는 이름을 붙여 산소호흡기를 떼려고 하는가. 떠난 버스 운운 하며 좌절감을 주워 삼키지도 말고, 그렇다고 객기를 용기로 착각해 난동을 부리지도 말자.

"그냥, 계속 '고'를 해야 하는지, '스톱'을 해야 하는지, 그것만이라도 말해주세요..."


라고 말한다면, 난 '스톱'을 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아직 달려야 할 길의 1/10도 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통증을 호소하는 선수가 있다면, 당연히 멈춰 세워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그대가,

"계속 달릴 수 있어요. 전 단지 제가 1등을 못 할까봐, 그게 두려워서 그래요."


라고 말한다면, 난 <빨강머리 앤>이라는 만화를 보길 권해주고 싶다.




▲ 빨강머리 앤, 이 긍정 덩어리. (출처 - 이미지검색)

이렇게 마무리를 지으면 또, "아니, 위에서는 회사 비유 해 가면서 어두운 얘기들만 해 놓고, 갑자기 빨강머리 앤 얘기를 하며 여지를 남겨두는 건 뭡니까?"라고 물을 대원들이 있을 텐데, 그런 대원들에겐 이런 답변을 해 주고 싶다.

"김형, 연애는 비지니스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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