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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음흉한 목적으로 접근하는 급한 남자의 특징

by 무한 2011. 10. 4.

음흉한 목적으로 접근하는 급한 남자의 특징
글을 시작하기 전에, 안양의 카사노바 L군에게 먼저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그 기술'을 발설하지 않기로 한 L군과의 약속을, 오늘 어기게 될 것 같다. 미안하다. '그 기술'에 당했다는 여성대원들의 사연이 밀려드는데, 약속 때문에 그들을 져 버릴 수가 없다. 게다가 L군은 "난 큰물에서 놀 거야. 중국으로 간다."며 중국진출(응?)을 했으니, 이렇게 공개해도 L군에게 피해가 가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순진하고 순수하기만 한 내가, '음흉한 목적으로 접근하는 급한 남자의 특징'같은 걸 어떻게 알겠는가. 난 그런 건 전혀 모른다. 정말 모른다. 때문에 L군에게 들은 것들을 토대로 이야기 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쪼록 오해가 없길 바라며, 출발해 보자.


1. 대화가 결국, 음담패설로 흘러간다.

 

L군은 '그 기술'에 대해 얘기하며, 음담패설만큼 좋은 촉매제는 없다고 했다. 상대와 가까워지기 위해선 함께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의미 없는 얘기들을 주고받으면서도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필요한데, 그런 시간들을 절약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음담패설'이라는 거였다. 난 그 말에 "에이, 그랬다가 따귀나 안 맞으면 다행이지. 어느 설문조사에서도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남자가 저질스런 농담 하는 남자라던데."라며 반대했고, 내 말에 L군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멍청이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모르면서
아무렇게나 들이대니까 그런 거지. 세 조건이 다 맞아야 효과가 있는 거야."



그리곤 이런 말을 덧붙였다.

"학교 다닐 때, 수업시간에 일어나서 책 읽어 본 적 있지? 그때 느낌이 어때?
큰 소리로 책은 읽고 있는데, 머릿속은 멍하잖아. 얼굴은 좀 화끈 거리고.
내용은 이해가 안 되는데, 어쨌든 계속 읽어 나가는 거.
바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야해. 진지한 얘기도 했다가, 농담도 했다가 하면서.
그렇게 흔들고 나서 슬쩍, 꺼내는 거야.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아, 그런데 제가 아는 한 친구는..." 따위의 얘기로 시작하는 거지.
처음엔 반발을 할 수도 있어. 그럴 땐, 보기보다 보수적이란 얘기를 꺼내는 거야.
'보수적'이란 얘기를 듣는 건, '고리타분하다'는 얘기를 듣는 거와 비슷하거든.
그럼 상대는 발끈하고, 자신이 보수적이진 않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자연스레 그 주제에 덤벼들게 돼. 단, '음담패설'이 주제는 아니야.
여기서 '음담패설'을 주제로 계속 떠드는 녀석들은 멍청한 놈들이지.
아까도 말했지만, 그건 그냥 '촉매'거든. 은밀한 대화까지도 나눌 수 있는 사이.
그걸로 충분해. 그렇게 한 번 길만 터놓으면, 그 길로는 언제든 갈 수 있으니까."



그는 이걸 '개방화 작업'이라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내면의 대화'로 길을 터놓으면, 스킨십 같은 '외면의 대화'도 쉬워진다고 말했다. 또, 이 '작업'은 감정이 극대화 될 수 있는 늦은 시간에, 단 둘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매체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아, 이 '작업'을 하기 가장 좋은 대상은, '자신이 어느 면에서 남들보다 많이 뒤쳐져 있다고 생각하며, 외로움에 빠져 있는 상대'라는 말도 했다.


2. '지금의 감정'을 강조한다.

 

L군이 한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는 '감정'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상대에게 오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줘선 안 돼. 
시간이 많아지면 상대는 생각하게 되고, 생각이 많아지면 분명 고민하게 되거든.
그럼 그 고민을 내가 다 해결해 주기 전까지 '목적'을 이룰 수 없어.
'지금' 어떤 감정이 드는지에 대해서만 물어. '바로 지금'의 감정에 대해서만.
그리고 그 '지금'의 감정에 충실 하는 건, 자신에게 솔직한 거라고 말해.
그럼 더 이상 상대는 시계를 보지 않을 거야.
그런 상황이 완성되었으면, '인연'이나 '운명'따위에 대한 얘기를 해.
상대가 무슨 짓을 하든, 행위의 책임을 대신 질 용의자를 만들어 주는 거야.
자기 대신 책임을 질 용의자가 생겼으면, 그 다음은 일도 아니지."



그러니까, L군의 얘기는, 신데렐라에게 시계 볼 시간을 주지 말라는 거였다. 시계를 보지 못한 신데렐라는 도망치지도 않을 거고, 계단을 내려가다 유리구두를 떨어뜨리지도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럼 자연히 유리구두 들고 신데렐라를 찾아다닐 수고도 필요 없어진다. 열두 시가 넘어 신데렐라의 드레스가 사라지든 말든, 그건 뭐, L군에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래도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는 상대에겐, '인연'이나 '운명'같은 면죄부를 주라고 했다. 그게 진짜 면죄부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그 순간 상대가 마음을 놓을 수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했다. 채무에 대한 걱정을 잊고, 마음껏 대출해 쓸 수 있도록. 어쨌든 채무자는 상대니 말이다.


3. 외롭고 상처 받았다는 얘기로 자극한다.

 

사실, 어제 발행한 매뉴얼에서 한 '길 잃은 어린양'얘기는, L군의 '아픈 양 이론'에서 힌트를 얻은 거다. 찬송가 570장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L군의 '아픈 양 이론'. L군은 이렇게 말했다.

"(당시엔 '어장관리'라는 말이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이성에 대해 목장을 가지고 있어.
목장에 있는 양들의 이름은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지.
그 안에서 조용히 풀 뜯고 있는 애들은 놔두자. 걔들한텐 관심이 안 가니까.
눈길이 가는 건, 한 번 쓰다듬어 달라고 재롱을 부리는 녀석 이거나
어딘가 아파 보이는 녀석이야. 둘 중 어느 녀석한테 더 눈길이 갈까?
당연히 후자지. 옆에서 재롱부리는 녀석을 밀치고 아파 보이는 녀석한테 가게 돼.
그 '아픈 양'이 되는 거야. '아픈 양'이 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난 주로,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만한 것들을 상대에게 털어 놔.
남들이 알면 안 되는 비밀을 상대에게 건네는 거지.
그럼 상대는 그 비밀을 자신만 아는 깊숙한 곳에 감춰 두거든.
이런 관계만 성립해 두면, 다른 양들은 문제도 안 돼.
상대는 너의 아픈 부분을 치료해 주려 들 거야. 그건 본능적인 거거든. 
그럼 상대의 치료에 대해 아낌없이 감사함을 표현하고, 찬사를 보내.
그 감사와 찬사에, 상대는 이제 '치료'가 아니라 '보호'까지 하려 들 테니까."



이 부분에 대해선, 어제 '어린양 쫓다가 순교자가 되는 이유'로 충분히 얘기를 나눴으니 이쯤에서 접어 두자. 궁금한 대원들은 어제 발행한 매뉴얼의 3번 항목을 참고하시길.


난 L군의 말을 인정할 수 없었다. 나의 올리비아 핫세(로미오와 줄리엣 여 주인공. 당시 내 이상형이었다)는 저런 '아픈 척 하며 벌이는 저질 사기극'에 당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반론했고, L군은 이렇게 대답했다.

"물론 저 기술이 누구에게나 통하는 건 아니야. 
상대가 감정에 올인 하지 않거나, 사랑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거나,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내미는 사탕을 거절할 줄 알거든.
이건, 사탕의 달콤함을 절실히 원하는, 그런 상대에게 통하는 기술이야."

 

사탕발림에 넘어가 감당하지 못할 채무를 지고, 훗날 혼자 고통 속에서 그 채무를 갚아나가는 대원들이 더는 없길 바란다. 아픈 척 하며 저질 사기극을 벌이는 상대에겐, "풉. 잘 가~"라고 웃으며 손 흔들어 주길.



"모텔에 혼자 있는데, 무서우니까 좀 와 줘."는 또 무슨 즤랄인지. 참 가지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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