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ATM을 사용 중이다. 카드를 넣고, 예금출금 버튼을 누르고, 인출할 액수를 입력했다. ATM이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한다. 1019 비밀번호를 눌렀다. 맞지 않는 비밀번호라며 거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한다. 다시 카드를 넣고, 예금출금 버튼을 누르고, 인출할 액수를 입력했다. 역시 ATM은 비밀번호를 요구한다. 1.0.1.9 이번엔 천천히 눌러 입력했다. 역시 오류. 거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한다. 또 똑같은 과정을 거친 뒤,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당신은 다시 입력한다. 1.0.1.9. 어우, 답답해.
이런 이야기를 하며 ATM 앞에 서서 '틀린 비밀번호'만 입력하고 있는 대원들이 있다. 언제 한 번 그 사연들을 모아서 소개해야지 했는데, 마침 그 분야의 '종결자'라고 할 수 있는 대원이 사연을 보냈다. 5년 간 한 여자에게 네 번의 퇴짜를 맞은 K씨(32세, 회사원). 그는 이번 빼빼로데이에 다섯 번째 고백을 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의 퇴짜경력이 하나 더 늘기 전에 막아보자.
'이만하면 그녀와 충분히 가까워진 거겠지.'라는 착각으로 '고백의 타이밍'을 헛짚는 대원들이 많다. 상대와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는 미션을 클리어 하고 나면, 그 때가 '고백할 타이밍'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냥 출석일수를 채운 것에 불과하다. 성적을 결정짓는 것은 '학업성취도'지 '출석일수'가 아니지 않은가. 노멀로그에서는 '학업성취도'에 대해 '상대와 30분 이상의 통화가 가능한 시점'을 제시한 적 있다. 그저 식사나 안부에 대한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 말고, 대화가 즐거워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의 사이가 되어야 한단 얘기다.
K씨는 이 부분에서 실수를 범했다. 상대와는 같이 밥을 두 번 먹었고, 영화를 한 편 본 상태. 회식으로 인해 갖게 된 술자리에서 K씨는 상대에게 고백을 한다. 사귀고 싶다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잘 들어갔어요? 오늘 즐거웠어요." 정도의 대화만 나누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K씨는 충분히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상대가 답을 하지 않자, K씨는 꼭 사귀는 것이 아니라도 좀 만나보고 싶다고 말한다. 사귀는 게 아니라는 말에 상대는 승낙한다.
여기서 다시, K씨는 '재고백'을 위한 출첵을 시작한다. 이번에는 좀 범위를 넓혀 '데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일도 벌이고, 상대에게 일이 있을 경우 기사를 자청하기도 한다. 세 번의 주말을 사용해 상대와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하기도 한다. 여전히 상대와는 어색했지만, K씨는 그런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렇게 만남을 몇 차례 더 가지면, '다시 고백해도 되는 타이밍'이 올 거라 생각한 것이다.
결국 K씨가 다시 한 고백은 퇴짜를 맞는다. 한 달 사이, 두 번의 퇴짜다. 여기서 안타까운 건, '두 번째 고백'을 하기 전까지 K씨는 '깊이'가 아닌 '넓이'에만 초점을 두었다는 거다. 데이트에 목숨 걸지 않고, 상대에 대해 좀 더 알려고 했으면 어땠을까? 출첵 하듯 "오늘 저녁에 약속 있어요?", "주말에 시간 괜찮아요?"만 물을 게 아니라, "친한 친구 이름이 뭐예요?"라든가 "어릴 땐 어디 살았어요?"를 물었으면 결과는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K씨의 '출첵'이 아주 효과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퇴짜 후 K씨가 연락을 끊자, 상대는 관성을 느꼈다. 매일 문자 보내고, 언제나 만날 약속을 잡으려던 사람이 튕겨져 나가니, 그녀는 분명 허전함을 느꼈을 것이다(이와 관련해 노멀로그에서는 '8시 작전'을 제안한 적 있다.). 몇 주 후, K씨는 그녀의 연락을 받는다.
아차, 위에서 이야기 하지 않은 게 있는데 K씨와 그녀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어쨌든 그녀는 K씨와의 관계에 '깊이'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K씨에게 진솔한 이야기들을 꺼내 놓는다. 그녀의 얘기들에 K씨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여기까진 참 좋았는데, K씨는 1절에서 끝을 못 맺고 2절까지 부르고 만다.
매장에 비유하자면, 상품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판매자가 구매의사만 묻는 꼴이다. 많은 대원들이 이와 관련된 실수를 한다. 내일까지 기다리면 얻을 황금알을, 한 번에 다 가지고 싶어서 거위 배를 가르고 마는 것이다. 상대는 자꾸 2절을 부르는 K씨에게 부담을 느껴 연락을 끊는다. 그것에 대해 K씨는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그 '나쁜 말들'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K씨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그녀는 '저런 사람이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2절까지 부르는 남자들은,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발로 차버린다. 여하튼 이 사건 이후 그녀는 회사를 그만 둔다. K씨 때문에 그만둔 건 아니고,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게 된다.
5년이 흘렀다. 5년 간, K씨는 그녀와 친한 회사 동생에게 가끔 그녀의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연락을 시도하진 않았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마지막 퇴짜 이후로 남남처럼 지냈던 것이다(뭐, 이 부분에 대해서는 K씨도 마찬가지지만). 그러다 그 '회사 동생'이 제의를 한다. 그녀와 저녁식사를 할 건데, 함께 나가지 않겠냐고.
그렇게 만들어진 저녁식사자리. K씨는 과거에 자신이 벌인 헛발질에 미안함을 가지고 그 자리에 나간다. '회사 동생'은 눈치가 빠른지, K씨와 그녀를 위해 자리를 피한다. K씨는 그녀에게 과거에 자신이 벌인 일들에 대해 사과한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라서 그런지 5년 전의 격한 감정들은 다 지워지고, K씨의 사과는 아름답게 빛난다. 여기까지도 참 좋았는데.
이런 얘기를 하고 만다. 뭐, 견적을 낼 수 없을 만큼 참담한 멘트다. 상황을 다시 5년 전으로 되돌린 것이다. 사실, 난 K씨를 '요구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K씨가 내게 보낸 첫 메일도 '요구'였다.
당연히 난 답장을 안 했다. 메일로 개인적인 상담을 하지 않을 뿐더러,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다면, 사연을 보내겠다.'는 조건부 메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답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K씨는 사연을 보냈다. "답장이 없으셔서, 사연을 먼저 보내드립니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사연을 말이다.
요구부터 내미니 상대가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5년 만에 만나선 다짜고짜 "미안하다. 사귀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역시 그녀는 부담스럽다며 거절했고, K씨는 그 '퇴짜'에 대한 느낌을 사연에 이렇게 적었다.
K씨는 왜 요구만 하는 걸까. 그 '요구'를 빼면 그녀와 K씨 사이엔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다. K씨는 "제 마음을 봐주길 바란 것뿐인데, 그게 부담이 된 걸까요?" 따위의 얘기만 하고 있다. 밑도 끝도 없이 내 마음을 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요구는 부담스럽고 의심스럽다. 이제 문제가 뭔지 알겠는가?
이번 빼빼로 데이엔 제발 아무 짓(응?)도 하지 말길 권한다. 그녀의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말과, 통화하기 어렵다는 말이 무슨 의민지 정말 모르는가?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얘기만 하고 있으면 어쩌자는 건가.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라던데, 빼빼로 아니면 뭐 다른 거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오버인가요?"라고 물었는데, 오버 맞다. 이백퍼센트 오버다. "만나기 부담스러우면 주소를 물어봐서라도 보낼까 싶은데 이것도 부담으로 느낄까요?"라고 물었는데, '이것도'가 아니라 주소를 묻는 건 '최상급 부담'이다. 거는 전화도 안 받는 상황인데, 집주소를 알려주겠는가?
'부담 없이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물었는데, 지금 상황에선 방법이 없다. 얼마 전에도 그녀에게 사귀자고 말했다가, 그녀가 거절하자 그냥 편하게 만났으면 한다고 또 들이대지 않았는가. 만약 그녀가 정말 '그냥 편하게' 만나려고 마음을 먹어도, K씨는 또 사귀자고 들이댈 거고 말이다. 그 '회사 동생'을 대하는 것처럼 그녀를 대하길 권한다. K씨가 '그냥 편하게' 대하는 게 먼저란 얘기다. 지금 변화가 필요한 건, 그녀가 아니라 K씨라는 걸 잊지 말길 바라며!
▲ 칼을 들고 "겁내지 마."라고 말하는데, 겁 안 먹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칼부터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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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하며 ATM 앞에 서서 '틀린 비밀번호'만 입력하고 있는 대원들이 있다. 언제 한 번 그 사연들을 모아서 소개해야지 했는데, 마침 그 분야의 '종결자'라고 할 수 있는 대원이 사연을 보냈다. 5년 간 한 여자에게 네 번의 퇴짜를 맞은 K씨(32세, 회사원). 그는 이번 빼빼로데이에 다섯 번째 고백을 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의 퇴짜경력이 하나 더 늘기 전에 막아보자.
1. 당신은 출첵왕
'이만하면 그녀와 충분히 가까워진 거겠지.'라는 착각으로 '고백의 타이밍'을 헛짚는 대원들이 많다. 상대와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술을 마시는 미션을 클리어 하고 나면, 그 때가 '고백할 타이밍'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냥 출석일수를 채운 것에 불과하다. 성적을 결정짓는 것은 '학업성취도'지 '출석일수'가 아니지 않은가. 노멀로그에서는 '학업성취도'에 대해 '상대와 30분 이상의 통화가 가능한 시점'을 제시한 적 있다. 그저 식사나 안부에 대한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 말고, 대화가 즐거워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의 사이가 되어야 한단 얘기다.
K씨는 이 부분에서 실수를 범했다. 상대와는 같이 밥을 두 번 먹었고, 영화를 한 편 본 상태. 회식으로 인해 갖게 된 술자리에서 K씨는 상대에게 고백을 한다. 사귀고 싶다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잘 들어갔어요? 오늘 즐거웠어요." 정도의 대화만 나누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K씨는 충분히 가까워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상대가 답을 하지 않자, K씨는 꼭 사귀는 것이 아니라도 좀 만나보고 싶다고 말한다. 사귀는 게 아니라는 말에 상대는 승낙한다.
여기서 다시, K씨는 '재고백'을 위한 출첵을 시작한다. 이번에는 좀 범위를 넓혀 '데이트'라고 할 수 있는 일도 벌이고, 상대에게 일이 있을 경우 기사를 자청하기도 한다. 세 번의 주말을 사용해 상대와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하기도 한다. 여전히 상대와는 어색했지만, K씨는 그런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렇게 만남을 몇 차례 더 가지면, '다시 고백해도 되는 타이밍'이 올 거라 생각한 것이다.
결국 K씨가 다시 한 고백은 퇴짜를 맞는다. 한 달 사이, 두 번의 퇴짜다. 여기서 안타까운 건, '두 번째 고백'을 하기 전까지 K씨는 '깊이'가 아닌 '넓이'에만 초점을 두었다는 거다. 데이트에 목숨 걸지 않고, 상대에 대해 좀 더 알려고 했으면 어땠을까? 출첵 하듯 "오늘 저녁에 약속 있어요?", "주말에 시간 괜찮아요?"만 물을 게 아니라, "친한 친구 이름이 뭐예요?"라든가 "어릴 땐 어디 살았어요?"를 물었으면 결과는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2. 2절이 문제
K씨의 '출첵'이 아주 효과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퇴짜 후 K씨가 연락을 끊자, 상대는 관성을 느꼈다. 매일 문자 보내고, 언제나 만날 약속을 잡으려던 사람이 튕겨져 나가니, 그녀는 분명 허전함을 느꼈을 것이다(이와 관련해 노멀로그에서는 '8시 작전'을 제안한 적 있다.). 몇 주 후, K씨는 그녀의 연락을 받는다.
아차, 위에서 이야기 하지 않은 게 있는데 K씨와 그녀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어쨌든 그녀는 K씨와의 관계에 '깊이'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K씨에게 진솔한 이야기들을 꺼내 놓는다. 그녀의 얘기들에 K씨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여기까진 참 좋았는데, K씨는 1절에서 끝을 못 맺고 2절까지 부르고 만다.
"...이제 내 진심을 알겠지? 우리 사귀자. 지금이 아니라도 괜찮아. 기다릴 수 있어."
매장에 비유하자면, 상품에 대한 질문을 했는데 판매자가 구매의사만 묻는 꼴이다. 많은 대원들이 이와 관련된 실수를 한다. 내일까지 기다리면 얻을 황금알을, 한 번에 다 가지고 싶어서 거위 배를 가르고 마는 것이다. 상대는 자꾸 2절을 부르는 K씨에게 부담을 느껴 연락을 끊는다. 그것에 대해 K씨는 이렇게 말한다.
"연락을 해도 그녀가 회피하더군요.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던지.
전 열심히 기다렸는데, 그녀가 답을 안 주니 화가 났죠.
지금은 후회하지만, 그 땐 너무 화가 나서 나쁜 말들을 좀 해버렸어요."
전 열심히 기다렸는데, 그녀가 답을 안 주니 화가 났죠.
지금은 후회하지만, 그 땐 너무 화가 나서 나쁜 말들을 좀 해버렸어요."
그녀는 그 '나쁜 말들'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K씨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그녀는 '저런 사람이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2절까지 부르는 남자들은, 넝쿨째 굴러온 호박을 발로 차버린다. 여하튼 이 사건 이후 그녀는 회사를 그만 둔다. K씨 때문에 그만둔 건 아니고, 사정이 생겨서 그만두게 된다.
3. 요구 전문가
5년이 흘렀다. 5년 간, K씨는 그녀와 친한 회사 동생에게 가끔 그녀의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연락을 시도하진 않았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마지막 퇴짜 이후로 남남처럼 지냈던 것이다(뭐, 이 부분에 대해서는 K씨도 마찬가지지만). 그러다 그 '회사 동생'이 제의를 한다. 그녀와 저녁식사를 할 건데, 함께 나가지 않겠냐고.
그렇게 만들어진 저녁식사자리. K씨는 과거에 자신이 벌인 헛발질에 미안함을 가지고 그 자리에 나간다. '회사 동생'은 눈치가 빠른지, K씨와 그녀를 위해 자리를 피한다. K씨는 그녀에게 과거에 자신이 벌인 일들에 대해 사과한다. 오랜만에 만난 자리라서 그런지 5년 전의 격한 감정들은 다 지워지고, K씨의 사과는 아름답게 빛난다. 여기까지도 참 좋았는데.
"그렇게 했던 내 행동들이 미안해. 정말 사과하고 싶었어.
내 사과를 받아주고, 나랑 사귀지 않을래?"
내 사과를 받아주고, 나랑 사귀지 않을래?"
이런 얘기를 하고 만다. 뭐, 견적을 낼 수 없을 만큼 참담한 멘트다. 상황을 다시 5년 전으로 되돌린 것이다. 사실, 난 K씨를 '요구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K씨가 내게 보낸 첫 메일도 '요구'였다.
"노멀로그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제 사연도 한 번 보내볼까 생각 중입니다.
해결책을 제시해 주실 수 있다면 답장 부탁드립니다.
답장을 받는 대로 제 고민을 사연으로 적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해결책을 제시해 주실 수 있다면 답장 부탁드립니다.
답장을 받는 대로 제 고민을 사연으로 적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당연히 난 답장을 안 했다. 메일로 개인적인 상담을 하지 않을 뿐더러,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다면, 사연을 보내겠다.'는 조건부 메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답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K씨는 사연을 보냈다. "답장이 없으셔서, 사연을 먼저 보내드립니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되는 사연을 말이다.
요구부터 내미니 상대가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5년 만에 만나선 다짜고짜 "미안하다. 사귀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역시 그녀는 부담스럽다며 거절했고, K씨는 그 '퇴짜'에 대한 느낌을 사연에 이렇게 적었다.
"자존심도 상하고, 오기도 발동하더군요.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돌리고 싶습니다."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돌리고 싶습니다."
K씨는 왜 요구만 하는 걸까. 그 '요구'를 빼면 그녀와 K씨 사이엔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다. K씨는 "제 마음을 봐주길 바란 것뿐인데, 그게 부담이 된 걸까요?" 따위의 얘기만 하고 있다. 밑도 끝도 없이 내 마음을 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요구는 부담스럽고 의심스럽다. 이제 문제가 뭔지 알겠는가?
이번 빼빼로 데이엔 제발 아무 짓(응?)도 하지 말길 권한다. 그녀의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말과, 통화하기 어렵다는 말이 무슨 의민지 정말 모르는가?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봤으면 한다고, 제가 좀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그랬더니 일이 있어 통화하기 어렵다며 전화를 끊자고 하더군요."
그랬더니 일이 있어 통화하기 어렵다며 전화를 끊자고 하더군요."
이런 얘기만 하고 있으면 어쩌자는 건가.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라던데, 빼빼로 아니면 뭐 다른 거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오버인가요?"라고 물었는데, 오버 맞다. 이백퍼센트 오버다. "만나기 부담스러우면 주소를 물어봐서라도 보낼까 싶은데 이것도 부담으로 느낄까요?"라고 물었는데, '이것도'가 아니라 주소를 묻는 건 '최상급 부담'이다. 거는 전화도 안 받는 상황인데, 집주소를 알려주겠는가?
'부담 없이 그녀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물었는데, 지금 상황에선 방법이 없다. 얼마 전에도 그녀에게 사귀자고 말했다가, 그녀가 거절하자 그냥 편하게 만났으면 한다고 또 들이대지 않았는가. 만약 그녀가 정말 '그냥 편하게' 만나려고 마음을 먹어도, K씨는 또 사귀자고 들이댈 거고 말이다. 그 '회사 동생'을 대하는 것처럼 그녀를 대하길 권한다. K씨가 '그냥 편하게' 대하는 게 먼저란 얘기다. 지금 변화가 필요한 건, 그녀가 아니라 K씨라는 걸 잊지 말길 바라며!
▲ 칼을 들고 "겁내지 마."라고 말하는데, 겁 안 먹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칼부터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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