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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후회가 남지 않도록 대시해 보겠다는 Y군에게

by 무한 2011. 12. 1.
후회가 남지 않도록 대시해 보겠다는 Y군에게
"후회가 남지 않도록 대시해 볼 생각입니다."
라거나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 합니다."라는 얘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다. 그런 대원들에게는 이렇게 답해주고 싶다.

"야 안돼에~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 한다고? 안돼에~
생각을 해봐. 너 또 무슨 고백 한다고 저녁에 걔네 집 찾아가고 그럴 거 아냐.
거기 가서는 또, "집 앞인데 잠깐만 나올 수 있어?" 이러고,
연락 받은 애가 집에서 화장하고 옷 차려 입고 그러고 있었겠어?
맨 얼굴로 아무거나 입고 누워서 TV보고 있었을 거 아냐.
그 상태로 어떻게 나가. 그럼 또 걔는, "지금 못 나가. 내일 보자." 이럴 거고,
넌 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뭐 열심히 한다고 했으니까,
"잠깐이면 돼. 정말 잠깐만 나오면 안 될까?" 이럴 거고,
걔는 걔대로 아 진짜 미치겠네 왜 집까지 찾아와서 난리야 이러면서,
"정말 안 돼. 다음에 봐." 이럴 거 아냐. 그럼 또 너는 이게 마지막이라면서,
"정말 부담 없이, 진짜 잠깐만 나와 봐.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이럴 거고,
걔는 "그냥 전화로 말하면 안 돼?" 이럴 거고, 너는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
"전화로는 하기 좀 그렇고, 잠깐만 나와 봐." 이럴 거 아냐.
그러면서 또 이런 생각 하겠지.
'정말 나는 잠깐 나와서 볼 정도도 안 되는 건가...'
걔는 가라고 하고, 너는 안 간다고 하고. 안 된다니까?"



쓰기 전엔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쓰고 나니까 재미없다. 아무튼 후회가 남지 않도록 들이대 보겠다는 Y군. 그를 위한 연애 오답 노트를 시작해 보자.


1. 여자라고 다 들이대면, 소는 누가 키우나요?


미안하지만, Y군은 현재 '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해야겠다. 그렇지 않고서는 6월에 같은 회사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여직원에게 들이대고, 8월에 우연히 만나게 된 동창에게 들이대며, 10월에 온라인으로 알게 된 여자사람에게 들이댈 수 없다. 그러니까

주변의 모든 여자에게 들이대 대인관계마저 엉망으로 만드는 케이스

라고 할 수 있겠다. 솔로부대에 오래 복무한 대원들이 보이는 '약간의 인연이라도 생기면 모두 연애로 이으려는 모습'을 Y군은 보이고 있는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놓은 채 사람들과 다정하게 지내는 것''모든 가능성에 매달리는 것'은 분명 다르다. 후자의 모습을 보이며 호객행위 하듯 상대에게 다가서는 Y군은, 이런 질문만 하지 않는가?

"냉정하게 말해주세요. 가능성이 있어보이나요?"
"아쉬워서 정말 미칠 것 같아요. 어떻게 좀 잘 하면 사귈 수 있을 것 같은데."
"시간을 두고 옆에서 좀 잘 해주면, 고마워 할 거고, 그럼 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절실함이나 절박함을, 좋아하는 마음이라 착각하지 말길 권한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정말 그 사람이 절실한 듯 얘기하는 Y군은, 사실 그 사람이 아니라 연애가 절실한 것 아닌가. 이걸 인정하면 나쁜 사람 되는 것 같아서 극구 부인하겠지만, 6월 쯤 Y군은 이런 얘기를 했다.

"그녀가 절세미인이라거나 몸매가 좋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그리고 저 얘기와 별 다르지 않은 얘기를, 구애의 대상이 바뀔 때마다 해왔다.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될 정도로 반한 건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사귈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에 구애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 구애를 주변에 가능성 있는 이성에게 모두 하고 있으니, 결국 고립이 되어 버렸다. 고립은 외로움을 불렀고, 그런 고립 속에서 누군가와 조금만 친해져도(연락처만 주고받아도) 최선을 다해 연애로 잇겠다는 다짐을 한다.


2. 아직까진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요?


도박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도 다시 도박장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돈을 잃고도 사채까지 얻어다 다시 도박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따서 만회할 수 있는 가능성'

이 아직까진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빠진 거고, 여기서 더 나빠진다고 해도 나쁘긴 마찬가지일 거고, 조금만 더 들이대 보면 지금까지의 헛발질을 만회하고도 남을 좋은 결과가 찾아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생각이 그를 극단으로 내몬다.

연애가 아닌 이성과의 인간관계. 그러니까 직장동료라든지, 학교선후배라든지, 헬스클럽 데스크 직원과 고객이라든지 뭐 관계들. 그런 일반적인 관계들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다고 쉽게 끊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때문에 Y군이 들이댄 사람들 중 대부분은 Y군의 호감을 정중히 사양하면서 계속 이전과 같은 관계로 있으려 했다. 하지만 Y군은 그런 모습에 대해,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쵸?"


라는 물음만 내게 던졌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한 번 해 보려 합니다."


라는 무서운 다짐과 함께 말이다. Y군은 그런 자신의 다짐을 '용기'나 '근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건 그냥 상대가 벼랑 끝으로 몰려 관계를 끊을 때 까지 밀어부치는 괴롭힘인데 말이다. Y군은 상대에게 스팸처리 당하고, 다시는 볼 일 없게 될 때까지를 '가능성이 남아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Y군의 사전에 '오빠동생'이나 '친구'라는 단어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들이댄 까닭에 모든 이성과의 인간관계는 단절 되었다. 이제는 그 루트가 발달해 하나의 공식이 되었다. 연락을 하고, 선물 챙겨주고, 고백하고, 가능성이 남았나 살피고, 다시 들이대고, 가능성이 남았나 재차 확인하고, 할 수 있는 데까지 들이대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3. 겁 맛있나요? 그만 드세요.
 

퇴짜맞을까봐 벌벌 떨며 상대에게 모두 확인 받으려 하는 Y군의 모습이 안타깝다.

"이제, 저 좀 편하게 생각하실 수 있죠?"


편하게 생각하라고 말만 하면, 상대가 '아, 이제 편하다. 우리 사이 정말 편해.'라고 생각할까? 게다가 Y군은 상대가 자신의 고백을 거절할 듯한 예감이 들면 미리 선수를 쳐 얘기한다.

"아직 **씨는 저를 잘 모르기도 하고, 음...
무턱대고 제가 **씨와 친해지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 건 좀 그렇고.(떠보기)
그냥 편하게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데,
뭐 사는 얘기도 하고, 가끔 고민 얘기도 하고 그런.
어쨌든 **씨랑 그런 사이로 지내고 싶어요. 친구 같은."



친해지는 것마저도 상대에게 허락을 받으려 하고, 그 허락의 과정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떠보려 하는 것이다. Y군은 상대에게 무리한 제안으로 느껴지지 않을 듯한 얘기를 하고, 그 제안에 상대가 승낙하면 (겨우 친구 정도가 되었다는)실망 반, (이제 공식적으로 친해진 거니 곧 들이대도 되겠다는)기대 반의 마음을 갖는다.

상대와 가깝게 지내는 '다른 남자'가 있을 경우 Y군은 더 겁을 먹는다. 자존감 문제겠지만, 여하튼 Y군은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난 그 남자에 비하면 **씨에게 아무 것도 아닐 거야.' 따위의 생각을 한다. 그렇게 침울해 하는 것과 동시에 다급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 남자와 잘 되기 전에, 제가 먼저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요?"


쉽게 겁을 먹기에, 연애에 관한 Y군의 태도는 소극적이며 수동적이다. 자신의 주관대로 하는 일이라곤 '할 수 있는 데까진 해 봐야지.'라며 하는 이상한 다짐뿐이다. 내가 무슨 패를 들고 있는 지도 모르면서 남의 패만 궁금해 하고, 남이 뭔갈 내 놓으면 거기에 맞춰 자신도 뭔가를 하려 한다. 그러니 늘 잃는 쪽에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다 잃고 난 후에도 다시 상대를 찾는다.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생각으로.


단언컨대, 정상적인 관계엔 '후회가 남지 않도록 끝까지 가 보겠다.'는 다짐 같은 게 필요 없다. 늘 얘기하는 부분이고, 이미 Y군도 잘 알겠지만, 누군가의 마음이라는 게 노력과 등가교환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다짐' 같은 걸 하다는 얘긴, 상대를 괴롭히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달리 말해, 둘의 관계가 끝날 때까지 내 욕심을 내밀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는 거다.

그리고 제발 겁 좀 먹지 말길 바란다. Y군도 군대를 다녀왔으니 알겠지만, 자대에 처음 가서 이등병 생활을 시작할 땐 전부 다 무섭지 않은가. 군기를 잡으려는 고참과 앞으로 같이 생활할 생각을 하면 캄캄하고, 대대에 있는 사람들이 다 전역을 한 후에야 내가 전역을 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한 것 말이다. 때문에 몇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저질러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고참이 되면 어떤가? 또, 제대를 해 사회에 나와 군생활을 다시 돌아보면 어떤가? 시간이 지나면 상황도 바뀐다는 걸 알게 되고, 이등병 때 겁에 질려 걱정하던 것들이 정말 사소한 것이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고, 그 때의 심각해하던 자신을 돌아보면 우습기까지 한 것 아닌가. 그 막막하고 캄캄한 날들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는 걱정은 접어두고, 우선 긴장부터 풀기 바란다. 지금 필요한 건 전력질주가 아니라, 페이스조절이니 말이다.



▲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짖는 아래층 강아지. 신고를 할 것인가, 이사를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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