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보기  댓글쓰기
소심한 남자, 문자메시지가 연애의 적이다.
오래 전부터 내게 자신의 연애 사연을 보내는 K씨가 있다. K씨는 30대 초반의 회사원으로, 전형적인 '큰 오빠'스타일이다. '큰 오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다들 다르겠지만, 여기서 '큰 오빠'는 '한석규' 이미지 정도로 해 두자. '작은 오빠'가 '류승범'이미지 라고 이해하면 금방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K씨는 친구의 소개로 만난 J양에게 관심이 있다. J양은 K씨보다 5살 연하로,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신여성(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부드럽다. K씨가 스스로에게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라는 최면을 걸며 다짜고짜 고백을 했을 때에도, 그녀는 K씨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조심, 정중히 거절했다. 그녀가 한 '거절 멘트'를 여기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내가 '아빠미소'를 지으며 읽을 정도로 솜털이 보송보송한 멘트인데 말이다.

솜털은 솜털이고, K씨는 내게 자신의 사진과 J양의 사진을 보낸 적이 있는데, K씨, 잘 생겼다. K씨의 사진을 여기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다시 한 번 안타깝다. K씨의 외모가 궁금한 대원들은 <친니친니>라는 영화에 나온 '금성무'사진을 찾아보길 바란다. 그 모습과 98.72% 일치한다. 흠이라면, 머리스타일도 일치한다는 거다. K씨는 1997년 금성무가 하고 있던 머리를 2011년인 지금도 하고 있다.

아무튼 그렇게 둘은 '좋은 오빠동생'으로 지내고 있는데, 이름만 '오빠동생'으로 걸어 둔 채 남남으로 지내는 것 같지는 않다. 둘 사이에 오묘한 감정이 흐르고 있다는 것에 내 제임스 콜린(키우고 있는 양파)을 걸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자꾸 K씨는 그 오묘한 감정을 걷어 차 버리고 있다. 그게 너무 답답해서, 제발 그 분위기 깨는 짓 좀 하지 말라는 의미로 이번 글을 쓰게 되었다. 


1. 한 번에 한 가지씩 말하자.


일반적으로 누군가와 문자를 주고받을 때의 패턴은 아래와 같다. 

남 - 굿모닝! 어제 친구랑 팥빙수는 맛있게 먹었어요?
여 - 네 ^^ 딸기빙수 먹었어요!
남 - 상큼한 딸기빙수! 좋았겠네요. 아, 홍차빙수 먹어봤어요?
여 - 홍차빙수요? 아뇨. 처음 들어봐요.
남 - 친구랑 먹다가 친구가 죽었는데, 몰랐어요(응?). 어제 먹었으니까 당분간 빙수 생각 안 날 거고, 다음 주에 빙수 땡길 때 같이 먹으러 가요. 
여 -  네 ^^



하지만 K씨가 J양과 나눈 문자메시지를 보면, K씨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 위에 나온 대화를 K씨와 J양이 나눌 경우,

K씨 - 굿모닝! 어제 친구랑 팥빙수는 맛있게 먹었어요? 제가 빙수 정말 맛있게 하는 곳 알고 있는데, 혹시 홍차빙수 먹어 봤어요? 홍차빙수 먹어보면, 다른 빙수 못 먹을 정도로 맛있어요. 언제 시간 괜찮으면 같이 홍차빙수 먹으러 가요.
J양 - 네 ^^



이런 모양이 되어 버리고 만다. J양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 K씨는 '말'이 '대화'보다 빨리 달려 나가 버리는 바람에 오류를 범하고 마는 것이다. 

'인사 + 안부 + 할 말 + 질문 + 내 생각'을 한꺼번에 상대에게 전송하지 말고, 한 번에 한 가지씩 말하자. 왜 어디서부터 대답을 해야 할지,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모르는 질문을 던지는가. 그런 질문을 하니 혼란스러운 상대는 짧은 대답밖에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래놓곤 또 짧은 대답에 실망해,

'나랑 대화하기가 싫은 건가? 내 문자가 불편하나?'


라며 동굴 속으로 들어가 땅바닥에 동그라미만 그리진 말자. 잊지 말자. '발표'나 '웅변'이 아니라 상대와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걸 말이다.


2. 확인, 투정, 실망, 구걸은 하지 말자.


이 네 가지만 하지 않았어도 K씨와 J양은 이미 커플부대원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K씨가 읽기를 바라며 그간 매뉴얼 사이사이에 끼워두었음에도 불구하고 K씨는 눈치 채지 못한 듯 보인다. 매뉴얼에 등장한 농담들만 가져다 상대를 웃기려 하지 말고, 둘 사이에 생긴 오묘한 감정을 걷어차는 헛발질을 멈추는 것에 힘쓰자.

남의 얘기인 것처럼 말했다간, 또 K씨가 '어? 이건 내 얘기 아닌 것 같은데?'라며 넘길 것 같으니, K씨가 저지른 확인, 투정, 실망, 구걸의 문자를 가져다 살펴보자.

<확인>
 - 제가 문자를 너무 많이 보내죠? 솔직히 말해도 괜찮아요.
<투정>
- 전에 말해줬었는데, 역시 저한테 관심이 없나 봐요.
<실망>
- 저랑 둘이 만나는 게 불편해요? 난 어쩌다 불편한 사람이 되었을까....
<구걸>
- 저한테도 관심을 좀 둬 보세요. 후회 하지 않으실 거예요.



J양 대신 내가 솔직히 좀 말해주고 싶다. K씨의 확인과 구걸은 J양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K씨의 투정은 J양을 불편하게 만들며, K씨의 실망은 J양을 난감하게 만든다.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고, 상대에게 투정부리고 싶으며, 상대에게 실망을 전달하고 싶고, 상대에게 구걸하고 싶을 땐 꼭 기억하자. 그게 상대를 부담스럽게, 불편하게, 난감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라는 걸 말이다.


3. K씨를 위한 A.B.C
 

A.
서두에서 이야기 했듯, K씨는 '큰 오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K씨의 다정다감함, 온순함과 어울려 '장점'이 된다. 그런데 K씨는 그 '장점'을 활용하지 못한 채 자꾸 '작은 오빠'가 되려는 모습을 보인다. J양에게 자신의 '센스'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어색한 연기를 하는 것이다.

난 K씨의 사연을 읽으며 K씨가 상대와 '문자메시지'로 대화를 나눌 때 그 '연기변신'을 꾀한다는 걸 발견했다. J양과 밖에서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 후엔 J양의 '호감'이 올라간 것이 보이는데, '문자메시지'만 나눴다 하면 J양은 "전 이만 잘게요."를 말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난 현재 7 : 2 : 1인 '문자 : 전화 : 만남'의 비율을 5 : 3 : 2로 조정하길 권한다.

B.
J양이 밥 굶고 사는 것도 아닌데 밥 먹었나, 밥 먹자라는 '밥 얘기'만 하진 말자. 그 '밥'이 아니더라도 이야기 할 거리는 사방에 널려 있다. 여름, 우산, 매미, 할머니, 창문, 노래, 강아지, 자전거, 휴지, 목욕탕, 여행, 반지, 카메라, 가재(응?)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 J양의 얘기를 듣자. J양이 어렸을 적 어디에 살았는지 알고 있는가? J양의 할머니에 대해 아는가? J양의 부모님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알고 있는가? J양의 이름을 한자로 쓸 수 있나? J양이 고등학교 1학년 때 몇 반이었는지 알고 있나? J양과 제일 친한 친구는? J양이 가장 즐겨듣는 노래는? 이런 것들에 대해선 전혀 모르면서, 웃긴 얘기 몇 개 풀어 J양을 웃게 한 뒤 다짜고짜 고백하지 말란 얘기다.

C.
내가 그녀의 '퍼스널 트레이너'가 되고 싶은 거라면,
방금 밥 먹었는데 자면 살찐다는 얘기를 해 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그녀의 '남자친구'가 되고 싶은 거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 얘기는 하지 않을 거다. 
그저, 1시간 27분 후에 꿈속에서 보자고 말할 것 같다.


아 진짜, 나 너무 친절해!

친절한 '연애 첨삭지도'를 받고 싶으신 분들은 normalog@naver.com 으로 깨알 같은 사연을 보내주시길. A4용지 10매 이상! 나눠서 보내는 것도 인정하니, 최대한 자세히!



▲ 오늘 밤 12시에 꿈속에서 만나실 분들은 추천버튼을 눌러주세요. 거기서 뵙죠(응?).




<연관글>

이별을 예감한 여자가 해야 할 것들
늘 짧은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세 가지 이유
나이가 들수록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기 없는 여자들이 겪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
예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는 남자, 왜 그럴까?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이전 댓글 더보기

Hyunj2011.08.12 12:0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사흘째...
^^*
무한님 글 재미있어요
사흘째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고
사흘째 잘.. 버티고 있어요, 이별을

주말에 홍콩가버리고 싶어
ㅠ 힝...

Sonagi™2011.08.12 15:56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문자를 너무 못해서 오해를 받은적도 있음 ㅜㅜ
숫자 1과2가 있는 말이니 잘 알아들을께요~

엄마미소2011.08.12 22:2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이런, 어제 노멀로그에 왔으면 무한님과 로거님들과 꿈에서 놀 수 있었군요!

아이코 아쉬워라..ㅎㅎ

어제 글, 오늘 글 모두 가슴 따뜻해지는 글들이네요.
무한님 글은 늘 그렇지만, 한결 따뜻해서 포근포근해요:)

/ K님도 (너무 겁먹고 긴장하시지만 않으면!) 참 멋진 분이겠구나 싶은데,
전 여자라서 그런가, J님의 사려깊음이 가득 들어오네요. 읽는 사람이 아빠미소를 짓게 할 만큼 보송보송한 거절이라..

자신의 매력을 잘 뽑아내고 있는 젊은 여자(혹은 남자)가, 아직 자기 마음에 들어오지 않은 이성으로부터 고백을 받았을 때 상대를 충분히 존중하면서 거절하는 건
인격이 충분히 훌륭하더라도- 생각보다 어려운 일일 때가 많잖아요.
마음에 없는 애정을 받으면 감사와 함께 거만함도 조금 생기는 게 사람이니까요.

아름다운 두 분, K님과 J님의 사랑이 이제는 순조롭게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말테!!2011.08.13 10:4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최고의 가이드 !!!!

말테!!2011.08.13 10:4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최고의 가이드 !!!!

말테!!2011.08.13 10:4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최고의 가이드 !!!!

파란2011.08.15 11:1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이 글을 읽으면서 한 사람이 생각났네요.
제가 분명히 거절하고 또 거절했는데도, 문자 폭탄 보내면서 제발 답장좀 해달라고 '구걸'하던 남자요.
원래 정 떨어졌었는데, 조금 남아있던 정도 다 떨어지더라구요.완전 싫었음!
진짜 문자 구걸은 하지맙시다. 전화구걸도요. 참 그지같아요

morning2011.08.16 00:08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금성무 닮은 K씨..J양이 부럽습니다ㅠㅠ

그대는홀스같아2011.08.16 12:2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나!
무한님 글 정말 친절해ㅎㅎㅎ
여름 휴가 잘 보내셨는지 궁금하네요 ^^

ab2011.08.16 19:4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 진짜!! 에서 빵 ㅋㅋ
빙수먹다가 친구가 죽었는데 몰랐어요 에서 빵 ㅋㅋ
무한님 글 너무 좋아요
우중충한 마음에 보송보송 솜털이 생기는 기분이랄까 ㅎ

클라우스2011.08.16 20:3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사랑합니다. 무한님 ^^ 항상 잘보고 있는데, 오늘은 첨삭까지 주신 기념으로...댓글 달아봅니다. 항상 머리로는 알면서 행동으로 연결되지 못합니다. 저에게도 나중에 꼭 첨삭의 기회가 왔으면 좋겠네요 ^^

2011.08.22 13:1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어째 전 여잔데도 1번처럼 문자를 써서 지적도 받고 했네요ㅠㅠ
근데 저거 네톤에서도 대화창 열면 안 그러는데 쪽지쓰면 종종 그렇게 되더라고요 ㅋㅋ 이건 문자대화기술을 새로 배워야 하나...@.@

렌희2011.08.23 13:46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와 정말 금성무 닮으신 남자분 K님이 이 포스팅을 보시면 눈이 번쩍 뜨이시겠어요!!!
이렇게 세세한 조언이라니..ㅠㅠ

오늘도 감사합니다 무한님~!

공감2011.08.24 10:45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K씨와 비슷한 남자와 연애를 할까말까 고민하는 여자입니다.
공감하면서 쭉 읽다가
밥 얘기에서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


정말 내가 밥 굶고 사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밥 먹었냐고만 물어보고 밥먹자고만 할까요 ㅋㅋ
나의 다른 부분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걸 보면
정말 나를 좋아하는건가 싶을 때가 많아요.

무언가 끝이 뻔히 보이는 터널에 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들어갔다고 해도 금방 끝이 나올 것만 같아 망설이고 있습니다.

남자가 좀 더 확신을 주기 바라는 마음은 제 욕심일까요?

정사랑2011.08.26 07:3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남자가 여린마음 동호회 회원일거 같은데 한번 기회를 줘 보시죠^^

아이디만커플부대2011.08.30 07:4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듣다보니 괜찮은 남자 같아요... 저라면 문자 평소 안한다고 하고 문자 안하고 사귈텐데ㅋㅋㅋ자상한 남자 좋아요 나쁜 남자 싫어요ㅋㅋㅋ 근데 작은오빠 타입이 큰오빠 타입보다 더 좋아요ㅋㅋㅋ

내친구도...2011.09.20 15:2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이거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네요... 날 괴롭히지 말고...

무룽2011.10.09 01:3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 진짜, 나 너무 친절해!

에서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영2011.10.10 23:34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방금 네이버에 금성무 검색!
오호오호 잘생기셨다 + _ +


제목만 보고
전화는 거의하지 않고 문자만 하는 남자이야긴줄 알았어요
하지만 전화도 하시고 만나기도 하시구
무한님께서 친절한 조언도 주시니ㅋㅋ
곧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네요

화이팅!!

오늘은 금요일2012.10.12 12:46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우와 이 글 쉽게 풀어서 이해도 잘되구
잼나네요 전 연애는 외모가 8할이라구
생각했는데...정말 연애상식??뭐 이런거
몰라서 이렇게 엇갈릴수도 있구나~싶네요
아웅

홍홍2013.01.24 11:5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지금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가 있는데 정말 k씨랑 정말 똑같아요~!!

그래서 고민이 됩니다 만나야되나 ㅠㅠ
댓글은 무료로(응?), 별도의 가입이나 로그인 필요 없이 남기실 수 있습니다.
사연은 공지(클릭)를 읽으신 후 신청서에 적어 메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