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관리에 대처하는 세 가지 방법
난 수족관이나 마트 한 귀퉁이에 있는 열대어 매장에 갈 때면, 어항 위쪽으로 손을 갖다 댄다. 그러면 물고기들은 사료를 주는 줄 알고 우르르 몰려든다. 연달아 하면 녀석들이 잘 속지 않는데, 그럴 때면 매장을 한 바퀴 돌고 온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어항 위쪽으로 손을 갖다 대면, 녀석들은 힘차게 수면 위로 몰려들어 경쟁을 한다. (그 중 '시클리드'류의 물고기들은 곧 물 밖으로 튀어나올 기세로 몰려든다.)
사람, 특히 남자사람과 여자사람 사이에서도 이런 일은 일어난다. A가 살짝 액션을 취하면, B가 힘차게 헤엄치는 모습. B뿐만이 아니다. A가 미니홈피에
따위의 멘트를 적어 둔 날. 그 날은 B를 포함해 A의 어항 안에 살고 있는 C, D, E, F, G 등이 힘차게 헤엄치는 날이다. 몇 달 전, A의 어항에서 헤엄치는 것이 지겹다며 먼 길을 떠난 H. 그 역시 저 멘트를 보곤
라며 다시 어항으로 들어온다. A가 누군가와 연애를 시작하면 어항 속의 반 정도는 떨어져 나가지만, 나머지 반은 자리를 지키며
따위의 생각을 한다. 저번 주말에 만났던 B씨도 그랬다. 난 두 시간 정도 B씨와 대화를 했는데, 그에게 '어장관리'라는 상황을 인식시키는 것에 실패했다. 아니, B씨도 자신이 어장관리 당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날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여기에다 이어서 적어두기로 했으니, B씨를 위한 어장관리 대처법, 출발해 보자.
일반적으로 식당에 들어가는 것은 밥을 먹겠다는 의사가 담긴 행위고, 119에 전화를 건 것은 다급한 일이 생겼다는 표현이다. 그런데 종종, 그와 같은 '일반적 의미'와 달리 식당을 찾거나 119에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 식재료를 배달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왔거나, 암 환자 이송체계 등을 문의하기 위해 119에 전화해 "나 도지삽니다.(응?)"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특수한 경우'가 생활 속에서 벌어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 번이나 다다음 번부터는 그 특수함에 적응한다. 식재료를 배달하러 들르는 사람에게 매번 메뉴판을 내밀진 않는단 얘기다. 하지만 연애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이 '특수한 경우'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데이트라고 생각되는 만남, 연애를 시작하기 직전에 할 만한 스킨십, 사양 않고 받는 선물이나 호의 등.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도 열에 아홉은 "친구나 아는 남자보다는 연인에 가까운 듯 보인다."고 할 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라고 말하는 상대. 그 상대와의 관계는 분명 '특수한 경우'에 해당된다. 위에서 이야기 한 '식재료 배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특수한 상대를 대할 땐 그 특수함에 적응해야 한다. B씨처럼 배신감에서 시작해 자괴감으로 끝나는 순정파 놀이를 해서는 안 된단 얘기다.
많은 대원들이 "제 탓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그대가 뭘 잘못했기에 상대가 그대를 친구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좋은 친구'나 '좋은 오빠'라고 생각한 것뿐이다. 또, 상대는 그런 '좋은 친구'나 '좋은 오빠'에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호감이나 관심이라고 생각할 만한 행동을 하는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탓하는 일은 그만두고 상대의 신호체계에 익숙해져 보자. 내 신호체계를 기준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의미부여 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특수한 신호체계를 인정하고 시작하는 거다. 그게 되지 않는다면 문소리 날 때 가슴 뛰었다가, 곧 다시 절망하게 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만 한없이 타게 될 것이다.
B씨가 종교처럼 받들고 있는 상대. 내가 그 상대에게 어장을 분양받아 B씨를 담당하게(응?) 된다면, 대략 아래와 같은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가두리 양식장과 같은 위의 어장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그대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힘들도록 만들기 바란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 거 아닌가. 그대의 다음 행동이 모두 예측 가능하니 상대도 그에 맞춰 떡밥을 뿌리고 희망고문을 하는 거다.
B씨와 같은 어장에 있는 C, D, E, F, G씨 모두 저 동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손을 들어 어항위로 갖다 대면 우르르 몰려오는 고기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그 남자는 어떤가? 그는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입질을 할 거라 생각한 때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녀는 궁금해졌고, 자신의 예상을 깬 그 사람을 더 자세히 보려 한발짝 다가섰다. 그게 그대와 그의 차이점이다.
이미 "예상대로 알아서 잘 크고 있는 99마리의 양 VS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1마리의 양"의 예를 들어 설명한 적 있지 않은가. 잊지 말자. 목자는 그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떠난다.
내가 회사원 놀이를 하던 시절, 고혈압을 유발시키는 상사가 하나 있었다. 그 상사가 출근해서 하는 일이라곤 주식시세를 알아보는 것과, "다 됐어요?"라고 묻는 것뿐이었다. 같은 사무실에 있으니 늘 봐야 하는 그 상사는 내게 악의 축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상사와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악의 축과 하루 종일 차를 타고 돌아다닐 걸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미열이 나는 등의 증상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출장 당일, 오랜 시간 상사와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난 그의 '면'을 발견했다. 그 전까진 그가 '점'이었는데, 다른 방향에서 보니 그에겐 '선'도 있고 '면'도 있었다.
그 날 이후, 난 그 상사를 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물론 그는 여전히 출근해서 집에 갈 때까지 주식시세만 보고 있었지만, 그가 한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대가 상대에게 그저 '어장 안의 물고기'로 보이는 것도 위와 비슷한 이유다. 난 B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한 인간을 발견했지만, 상대는 아직 B씨의 그런 모습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상대는 B씨를 그저 쉽고 만만한 사람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 B씨가 보여준 모습이라곤 '구애'라는 '백색광'의 모습밖에 없으니 말이다.
종종 B씨와 비슷한 고민을 털어 놓는 친구들에게 난 이런 얘기를 한다.
위의 얘기를, "상대에게 이제 그만 어장을 벗어나겠다고 통보하는, 충격요법을 좀 써볼까요?"라고 묻는 대원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며칠 후면 다시 어장에 들어와 힘차게 헤엄칠 거면서, 괜히 공갈협박 해가며 '허풍쟁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지 말고, 그대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에너지를 분산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다짐을 했으면 끝을 보자. 습관적인 친절함이 아닌, 의도를 가진 채 누군가의 마음을 쥐락펴락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그러니 그대가 그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관계를 풀고자 마음먹었다면 답을 구할 때까지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답을 구해야지, '미제'로 남겨둔 채 시간과 돈과 마음과 몸만 축내진 말잔 얘기다.
그리고 하나 더. 전에도 한 번 얘기했지만, "지금은 남자친구 사귈 생각 없어."라는 말은 "너랑 사귈 생각 없어."와 같다고 보면 거의 맞다. 저 말을 '내가 남자친구의 유력한 후보자라는 얘기가 분명하군.'이라며 오해했다간 그대는 어장 속 거대한 참치가 되고 말 것이다. 연애는 선착순이 아니고, 노력으로 등가교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골프엔, 부상 없이 장타를 치려면 힘을 빼라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와 관련해 "힘 빼는 데만 3년 걸린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힘 빼고 문자 하나 보냈다고 당장 연애가 시작되진 않으니, 급한 마음은 내려두고 천천히 가보자. 무서운 강아지 쫓아오는 급한 마음이 들 때면 언제나 심호흡 한 번 크게 하는 거 잊지 말고 말이다.
▲ 백색광도 부담스러운데, 거기다 돋보기까지 들이대면, 빵꾸(응?)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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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수족관이나 마트 한 귀퉁이에 있는 열대어 매장에 갈 때면, 어항 위쪽으로 손을 갖다 댄다. 그러면 물고기들은 사료를 주는 줄 알고 우르르 몰려든다. 연달아 하면 녀석들이 잘 속지 않는데, 그럴 때면 매장을 한 바퀴 돌고 온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을 보낸 뒤 다시 어항 위쪽으로 손을 갖다 대면, 녀석들은 힘차게 수면 위로 몰려들어 경쟁을 한다. (그 중 '시클리드'류의 물고기들은 곧 물 밖으로 튀어나올 기세로 몰려든다.)
사람, 특히 남자사람과 여자사람 사이에서도 이런 일은 일어난다. A가 살짝 액션을 취하면, B가 힘차게 헤엄치는 모습. B뿐만이 아니다. A가 미니홈피에
"기억을 걷는 시간"
따위의 멘트를 적어 둔 날. 그 날은 B를 포함해 A의 어항 안에 살고 있는 C, D, E, F, G 등이 힘차게 헤엄치는 날이다. 몇 달 전, A의 어항에서 헤엄치는 것이 지겹다며 먼 길을 떠난 H. 그 역시 저 멘트를 보곤
'저건 나와 관련된 얘기가 틀림없어.'
라며 다시 어항으로 들어온다. A가 누군가와 연애를 시작하면 어항 속의 반 정도는 떨어져 나가지만, 나머지 반은 자리를 지키며
'A가 지금 하고 있는 연애는 그냥 장난 같은 거고,
진짜 연애는 나와 하게 될 거야. 그래. 진짜 연애.'
진짜 연애는 나와 하게 될 거야. 그래. 진짜 연애.'
따위의 생각을 한다. 저번 주말에 만났던 B씨도 그랬다. 난 두 시간 정도 B씨와 대화를 했는데, 그에게 '어장관리'라는 상황을 인식시키는 것에 실패했다. 아니, B씨도 자신이 어장관리 당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그날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여기에다 이어서 적어두기로 했으니, B씨를 위한 어장관리 대처법, 출발해 보자.
1. 상대의 신호체계에 익숙해지기.
일반적으로 식당에 들어가는 것은 밥을 먹겠다는 의사가 담긴 행위고, 119에 전화를 건 것은 다급한 일이 생겼다는 표현이다. 그런데 종종, 그와 같은 '일반적 의미'와 달리 식당을 찾거나 119에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있다. 식재료를 배달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왔거나, 암 환자 이송체계 등을 문의하기 위해 119에 전화해 "나 도지삽니다.(응?)"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특수한 경우'가 생활 속에서 벌어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 번이나 다다음 번부터는 그 특수함에 적응한다. 식재료를 배달하러 들르는 사람에게 매번 메뉴판을 내밀진 않는단 얘기다. 하지만 연애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이 '특수한 경우'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데이트라고 생각되는 만남, 연애를 시작하기 직전에 할 만한 스킨십, 사양 않고 받는 선물이나 호의 등.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도 열에 아홉은 "친구나 아는 남자보다는 연인에 가까운 듯 보인다."고 할 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왜? 난 동성친구들 하고도 팔짱은 아무렇지 않게 끼는데?"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만나서 밥 먹고, 영화 보고, 커피 마시고 그런 거지."
"가까운 사이라서 고민상담 한 거고, 선물은 주길래 받은 건데, 그게 왜?"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만나서 밥 먹고, 영화 보고, 커피 마시고 그런 거지."
"가까운 사이라서 고민상담 한 거고, 선물은 주길래 받은 건데, 그게 왜?"
라고 말하는 상대. 그 상대와의 관계는 분명 '특수한 경우'에 해당된다. 위에서 이야기 한 '식재료 배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특수한 상대를 대할 땐 그 특수함에 적응해야 한다. B씨처럼 배신감에서 시작해 자괴감으로 끝나는 순정파 놀이를 해서는 안 된단 얘기다.
많은 대원들이 "제 탓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그대가 뭘 잘못했기에 상대가 그대를 친구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좋은 친구'나 '좋은 오빠'라고 생각한 것뿐이다. 또, 상대는 그런 '좋은 친구'나 '좋은 오빠'에게,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호감이나 관심이라고 생각할 만한 행동을 하는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 스스로를 탓하는 일은 그만두고 상대의 신호체계에 익숙해져 보자. 내 신호체계를 기준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의미부여 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특수한 신호체계를 인정하고 시작하는 거다. 그게 되지 않는다면 문소리 날 때 가슴 뛰었다가, 곧 다시 절망하게 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만 한없이 타게 될 것이다.
2. 예측 가능한 인간에서 벗어나기.
B씨가 종교처럼 받들고 있는 상대. 내가 그 상대에게 어장을 분양받아 B씨를 담당하게(응?) 된다면, 대략 아래와 같은 방법을 사용할 것이다.
A. 고백을 받을 경우, 친구 이상으로는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말하기.
B. 친구라는 말에 상대가 어장 밖으로 나갈 수 있으니, 몇 번쯤 먼저 연락하기.
C. 먼저 연락한 것에 자신감을 얻어 또 고백을 해오면,
"우리 친구 하기로 했잖아. 이러지 마. 좋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기.
D. 정말 좋은 친구로 굳어져 갈 듯 싶으면, 미니홈피에
"좀 더 용기를 내도 괜찮아."
따위의 문장을 적기.
E. 저 말에 용기를 내 상대가 다시 다가오면, 안전거리 유지하며 즐기기.
F. 상대가 선을 넘어오려 할 경우 '좋은 친구' 강조하기.
G. 풀이 죽은 상대가 연락이 뜸해지면 "뭐해?" 라고 문자 보내기.
H. 그렇게 지내던 중 괜찮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과 연락하기.
I. 다른 사람과 만나며 연락하고 있다는 걸 상대가 눈치 채고 추궁하면,
"그냥 아는 사람 중에 하나야. 걔랑은 친구도 아니야."
라며 친부심(친구+자부심) 심어주기.
J. 새로운 만남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면, 다시 상대에게 돌아와
"역시 너만큼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어."
라고 떡밥 좀 뿌려주기.
K. 여기서 부턴 다시 'E'로 돌아가 반복.
B. 친구라는 말에 상대가 어장 밖으로 나갈 수 있으니, 몇 번쯤 먼저 연락하기.
C. 먼저 연락한 것에 자신감을 얻어 또 고백을 해오면,
"우리 친구 하기로 했잖아. 이러지 마. 좋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기.
D. 정말 좋은 친구로 굳어져 갈 듯 싶으면, 미니홈피에
"좀 더 용기를 내도 괜찮아."
따위의 문장을 적기.
E. 저 말에 용기를 내 상대가 다시 다가오면, 안전거리 유지하며 즐기기.
F. 상대가 선을 넘어오려 할 경우 '좋은 친구' 강조하기.
G. 풀이 죽은 상대가 연락이 뜸해지면 "뭐해?" 라고 문자 보내기.
H. 그렇게 지내던 중 괜찮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과 연락하기.
I. 다른 사람과 만나며 연락하고 있다는 걸 상대가 눈치 채고 추궁하면,
"그냥 아는 사람 중에 하나야. 걔랑은 친구도 아니야."
라며 친부심(친구+자부심) 심어주기.
J. 새로운 만남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면, 다시 상대에게 돌아와
"역시 너만큼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어."
라고 떡밥 좀 뿌려주기.
K. 여기서 부턴 다시 'E'로 돌아가 반복.
가두리 양식장과 같은 위의 어장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그대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힘들도록 만들기 바란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 거 아닌가. 그대의 다음 행동이 모두 예측 가능하니 상대도 그에 맞춰 떡밥을 뿌리고 희망고문을 하는 거다.
B씨와 같은 어장에 있는 C, D, E, F, G씨 모두 저 동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손을 들어 어항위로 갖다 대면 우르르 몰려오는 고기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그 남자는 어떤가? 그는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 달리, 입질을 할 거라 생각한 때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녀는 궁금해졌고, 자신의 예상을 깬 그 사람을 더 자세히 보려 한발짝 다가섰다. 그게 그대와 그의 차이점이다.
이미 "예상대로 알아서 잘 크고 있는 99마리의 양 VS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1마리의 양"의 예를 들어 설명한 적 있지 않은가. 잊지 말자. 목자는 그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떠난다.
3. 분산만이 살길이다.
내가 회사원 놀이를 하던 시절, 고혈압을 유발시키는 상사가 하나 있었다. 그 상사가 출근해서 하는 일이라곤 주식시세를 알아보는 것과, "다 됐어요?"라고 묻는 것뿐이었다. 같은 사무실에 있으니 늘 봐야 하는 그 상사는 내게 악의 축처럼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상사와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악의 축과 하루 종일 차를 타고 돌아다닐 걸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미열이 나는 등의 증상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출장 당일, 오랜 시간 상사와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난 그의 '면'을 발견했다. 그 전까진 그가 '점'이었는데, 다른 방향에서 보니 그에겐 '선'도 있고 '면'도 있었다.
그 날 이후, 난 그 상사를 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물론 그는 여전히 출근해서 집에 갈 때까지 주식시세만 보고 있었지만, 그가 한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대가 상대에게 그저 '어장 안의 물고기'로 보이는 것도 위와 비슷한 이유다. 난 B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한 인간을 발견했지만, 상대는 아직 B씨의 그런 모습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미안한 얘기지만, 상대는 B씨를 그저 쉽고 만만한 사람으로 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간 B씨가 보여준 모습이라곤 '구애'라는 '백색광'의 모습밖에 없으니 말이다.
종종 B씨와 비슷한 고민을 털어 놓는 친구들에게 난 이런 얘기를 한다.
"입장을 바꿔서, 네가 여자라고 해봐.
그런데 딱 너 같은 사람이 그간 네가 해온 방식대로 들이댔어.
너라면 사귀고 싶을 것 같아?
계속 메시지만 보내지 말고, '보낸 메시지함'이나 '보낸 메일함'을 살펴봐봐.
거기에 끔찍할 정도로 재미도 감동도 없는 남자가 하나 들어있지 않아?
호감을 얻으려고 맹목적으로 잘해주고, 무작정 헌신적으로 대하는 거,
그런 거 말고 진짜 네가 누군지를 보여줘야 해.
자원봉사자 흉내는 그만 내고, 너를 다 보여줘 봐."
그런데 딱 너 같은 사람이 그간 네가 해온 방식대로 들이댔어.
너라면 사귀고 싶을 것 같아?
계속 메시지만 보내지 말고, '보낸 메시지함'이나 '보낸 메일함'을 살펴봐봐.
거기에 끔찍할 정도로 재미도 감동도 없는 남자가 하나 들어있지 않아?
호감을 얻으려고 맹목적으로 잘해주고, 무작정 헌신적으로 대하는 거,
그런 거 말고 진짜 네가 누군지를 보여줘야 해.
자원봉사자 흉내는 그만 내고, 너를 다 보여줘 봐."
위의 얘기를, "상대에게 이제 그만 어장을 벗어나겠다고 통보하는, 충격요법을 좀 써볼까요?"라고 묻는 대원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며칠 후면 다시 어장에 들어와 힘차게 헤엄칠 거면서, 괜히 공갈협박 해가며 '허풍쟁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지 말고, 그대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에너지를 분산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다짐을 했으면 끝을 보자. 습관적인 친절함이 아닌, 의도를 가진 채 누군가의 마음을 쥐락펴락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그러니 그대가 그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관계를 풀고자 마음먹었다면 답을 구할 때까지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답을 구해야지, '미제'로 남겨둔 채 시간과 돈과 마음과 몸만 축내진 말잔 얘기다.
그리고 하나 더. 전에도 한 번 얘기했지만, "지금은 남자친구 사귈 생각 없어."라는 말은 "너랑 사귈 생각 없어."와 같다고 보면 거의 맞다. 저 말을 '내가 남자친구의 유력한 후보자라는 얘기가 분명하군.'이라며 오해했다간 그대는 어장 속 거대한 참치가 되고 말 것이다. 연애는 선착순이 아니고, 노력으로 등가교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골프엔, 부상 없이 장타를 치려면 힘을 빼라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와 관련해 "힘 빼는 데만 3년 걸린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 힘 빼고 문자 하나 보냈다고 당장 연애가 시작되진 않으니, 급한 마음은 내려두고 천천히 가보자. 무서운 강아지 쫓아오는 급한 마음이 들 때면 언제나 심호흡 한 번 크게 하는 거 잊지 말고 말이다.
▲ 백색광도 부담스러운데, 거기다 돋보기까지 들이대면, 빵꾸(응?)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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