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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사내연애와 연하남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by 무한 2012. 1. 20.
사내연애와 연하남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요즘 회사에서 연하 남자직원을 짝사랑하는 게 유행인 것 같다. 내게 사연을 보내는 대원들은 적게는 1살, 많게는 8살 연하의 남자직원을 '갖고 싶다(응?)'는 얘기를 한다. 그 중 몇은 핑크빛 연애전선을 어느 정도 구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미저리 누나'

의 역할을 맡아서 담당하고 있다.



"내일 출근하면 또 보겠지? 고 귀여운 것." (출처 -
Misery, 1990)


상대의 "여자친구 없어요."라는 말에 혼자 흐뭇해하고, 상대를 난감한 상황에 밀어 넣은 뒤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며 귀엽다고 말한다. 상대가 "대체 왜 저에 대해서 이상한 얘기를 하세요? 제가 뭐 잘못한 거 있어요?"라고 항의하는데도, '어머, 요 귀요미가 박력도 있네.'라는 생각을 할 뿐이다.

얼마나 잘 생겼던지, 그의 얼굴을 보고 기절한 여자가 있을 정도였다는 영국의 낭만파 시인 바이런. 그는 사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타오르는 불길인 동시에 앞을 비추는 광명이어야 한다."


잘생긴 외모를 유지하려 다이어트를 하다가 후유증으로 죽은 바이런이긴 하지만, 여하튼 우리는 그가 남긴 저 문장 중 '광명'이라는 부분에 주목하자. 앞을 비추지 못하고 그저 혼자 활활 타올라, 상대에게 화상을 입히고 있는 대원들. 그 대원들을 위한 이야기, 시작해 보자.


1. 연애를 시작한 여자와 뭐가 다를까?


사내 연애, 혹은 연하남과의 연애를 시작한 대원들은 상대와 '공유'하며 가까워진다. 처음엔 연락처를 공유하고, 연락을 하며 서로의 생활이나 개인적인 역사들을 공유하고, 더 가까워지면 취향까지 공유한다. 그러니까, 

연하남 - 옷 고르기 정말 힘들어요. 파주에 아울렛 오픈했다는데, 
             가서 옷 좀 골라줄래요?

연상녀 - 우진씨가 치맥을 쏜다면 생각해 볼게.

  

라며 아주 그냥 신나서 쇼핑을 빙자한 데이트까지 하는 것이다. 그럼 이때, 우리의 '미저리 누나'들은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까?




아무 관계도 없다. 회식자리에서 상대가 "사내연애는 할 생각 없어요."라고 한 말을 곱씹으며 침울해 하거나,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에 더듬이를 기울이며 '아는 여자가 많은 것 같은데? 여자관계가 복잡한가?'라는 추리놀이를 할 뿐이다. 

'회사에서 사귀다가 깨지면 어떡해?'
'쟤를 좋아하는 여자가 많으니, 질투 때문에 내가 힘들어 질 거야.'
'회식자리에서 나이를 왜 강조해! 나이를 왜! 나이를...'



위와 같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의 옐로, 핑크, 레드, 보라(응?) 등을 꺼내가며 고민한다. '공유'가 아니라 '공상'만 하는 것이다. 가까워지기 위해 이쪽에선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그저 기적이 일어나 상대가 좋아해 주길 바라는 건 '공상'이다. 그렇게 눈치 보고, 소문 두려워하면 '공유'는 불가능하다. 설도 가깝고 하니, '몇 살까지 세배해야 하고, 몇 살부터 세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라도 물어 보자. 답장을 받는 순간, 벌써 '공유작전'의 반은 성공이다.


2. 쥐도 새도 모르게


그대가 상대에게 마음이 있다는 비밀은, 철저히 보안이 유지되어야 한다. 직장동료에게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말하지 않겠다고 미리 다짐을 하기 바란다. 한 다리 걸쳐 일이 진행되면 생각지도 못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일이 어떻게 되든 어차피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하니, 온전히 스스로 이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직장 내 누군가가 도와주겠다는 유혹은 달콤하겠지만, 그 유혹에 넘어가 참혹한 결말을 맞는 경우가 많다. '조력자'를 자처하고 나선 사람이 특유의 오지랖을 펴 부담스러운 상황을 만드는 일이 제일 많고, 그 다음으로는 자신이 '조력자'라는 걸 회사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다녀 당사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흔치는 않은 일이지만, 도와주겠다고 해 놓고는 '조력자'가 '관심남'과 연애를 하는 경우도 있다. 내게 도착한 사연 중엔 '조력자'가 이미 결혼을 한 까닭에 마음 놓고 있다 뒤통수를 맞은 이야기도 있다. 스스로 지키지 않은 비밀은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

하나 더,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 상대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거나, 상대의 뒷담화에 가담하지도 말길 권한다. 그렇게 담화를 나누는 무리와 가까울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작은 일에도 금방 파벌이 갈리는 직장생활의 특성상, 자신이 한 얘기가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수 있다.

사이가 멀어진 사람들이 관심남에게, 한 말은 부풀려서 전하고, 안 한 말은 만들어서 전한 까닭에 고통 받는 대원들의 사연이 꽤 된다. 머리채라도 잡고 싸울 기세로 따졌다가 성격 파탄자 취급을 당하고, 관심남에겐 '상종 못할 여자' 대우를 받게 된 대원들. 물론, 이 상황에서 관심남에게 SOS를 청하며 약간의 눈물과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보여주는 작전이 있기도 한데, 그 작전을 쓰기도 전에 퇴사하게 될 수 있으니 이런 상황은 애초에 만들지 말길 권한다.


3. 아름다운 오해


세상엔 꾸러기들이 참 많은데, 사내연애 그리고 연하남과 관련된 꾸러기들 중에는 '즤랄 꾸러기'가 많이 등장한다. 연상녀 회사원 대원들은, '즤랄 꾸러기'들의

"팀장님 너무 예쁘세요. 저랑 사내연애 하셔야 겠는데요?"
"오늘 데이트 가세요? 회사 끝나고 제가 미행할 겁니다. 들키지 마세요."
"무슨 노래 좋아하세요? 지정 벨소리 그걸로 저장해 드릴게요."



따위의 멘트에 넋이라도 있고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또래나 연상의 남자들로부터 코딱지 같은 얘기나 듣다가, 연하남이 쓰나미처럼 들이대니 정신줄을 놓고 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이미 많은 대원들이 "처음엔 그냥 장난스러운 동생처럼 생각했어요. 그런데..."라며 간증을 해 왔다.

연상녀 - 우진씨는 여자친구 없어? 연애 안해?
연하남 - 없어요. 팀장님이 여자친구 해 주실래요?



이런 대화를 나누고는 집에 돌아가서,

'정말 나를 여자로 보는 건가? 가만, 나랑 몇 살 차이더라?'
'마음이 없다면 저런 장난은 못 치는 거지. 저건 장난이 아니라 신호야.'
'날 떠보고 있는 게 분명해. 친구들한테 물어봐야지.'



대략 위와 같은 사고과정을 거친 후, 친구들을 만나 카톡대화를 증거로 들이대며 재판을 신청한다. 하지만 친구들의, 그것도 여자인 친구들의 조언이란 어떤가?

"떠보는 거 맞네. 확실해. 이거 너 떠보는 거야."


연하남의 쓰나미를 경험한 친구도 "연하남들 원래 그렇던데. 너한테 관심이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원래 이런 스타일인 것 같은데?"라는 말을 안하곤, "너도 떠 봐봐."라며 부추긴다. 그래서 '떠보기'를 시작한다. 쿡쿡 찌르다가,

"전 연애 할 생각 없어요."
"사내 연애는 안하려구요."



라는 말을 듣곤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다. 한을 품는다. 서리가 내린다. 젊은이도 늙은이도 동물도 피, 불, 수성, 화성, 목성도 두려움에 떨만한 복수가 시작된다. 그가 다른 여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곤 저주한다. 그는 감정의 아무 동요 없이 회사생활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괘씸하기에, 그의 곁을 지날 때마다 심장이 얼어붙을 만한 한기를 내뿜는다. 

'나에겐 아직 풀리지 않은 오해가 있어.'


혼자 만들어 친구들과 키운 오해. 상대는 이 오해의 존재도 모르고 있는데, 이쪽에선 상대가 이 오해를 풀 때까지 괴롭히기로 작정한다. 문제를 알려주지도 않고 답을 구하라 말하는 이 억지 때문에, 한 쪽은 끔찍함을, 한 쪽은 괘씸함을 느낀다. 연애는 이미 오래 전에 물을 건너갔다.


정리하자. 단어 하나 외우지 않으면서 "영어를 세 달 만에 마스터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상대와 대화 한 번 나눈 적 없으면서 "저랑 잘 될 가능성이 있어보이시나요?"라고 묻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나가서 운동장 한 바퀴라도 도는 게 낫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이니 말이다.

보안유지는 생명이다.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고, 별 생각 없이 흘린 말들이 적에게는 전투식량이 될 수 있다. 또한, 종종 남이 좋아한다고 하면 자신이 손에 넣으려고 하는 괴상한 사람들이 있으니 불조심, 물조심, 사람조심을 생활화 하자. 자신이 책임질 일은 자신이 하는 게 가장 현명한 법이다.

꾸러기들을 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꾸러기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당장 고백이라도 할 기세로 들이대다가 또 어느 순간엔 남남처럼 대하는 행동. 똑같이 따라해 주길 권한다. 대화를 할 때 사랑스러워서 미칠 것 같다는 눈빛을 막 쏘아주곤, 그렇지 않을 때에는 "누구세요?" 할 정도로 대하는 것이다. 특히 꾸러기들은 단 둘이 있을 때와 여럿이 있을 때의 모습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르니, 충격과 공포에 빠지지 않도록 정신줄을 꽉 붙잡고 헤쳐 나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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