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관리사가 되려는 H양에게 벌어진 일들
그대 같은 고급인력에게 지금의 연봉은 너무 박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이전, 그러니까 회사에서 그대 밑에 아무도 없었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지금 그대야 개념 충만한 척 하며, 새로 들어오는 사원들은 개념이 없다고 구시렁거릴 수 있는 입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 년, 혹은 수십 년 전, 면접을 준비하던 그때의 혼돈과 설렘과 두려움을 그대는 기억 할 것이다.
바로 그 혼돈과 설렘과 두려움의 중심에 지금, H양에 서 있다. 올해 2월 미용예술학과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디딘 H양. 그녀는 누구보다 명랑하다. 그녀의 명랑함과 관련된 일화를 잠시 소개하자면, 대학교 수업 시간
라고 하시는 교수님께 H양은,
라고 말했다가 'C-' 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양은 "괜찮아. 나도 수업평가에 교수님이 강의는 안 하고 신세 한탄만 한다고 썼어. ㅋㅋ"라며 명랑함을 잃지 않았다. 그렇게 늘 명랑하던 H양도, 취업을 앞두고는 고민을 했다. 샵에 취업할 것인지 병원에 취업할 것인지, 샵에 간다면 일반샵으로 갈 것인지 아로마 마사지 등의 특화된 샵에 갈 것인지를 말이다.
고민을 하던 그녀는 "우선 어디든 사람을 구하는 곳에 먼저 들어가서 일을 해 보고, 그 다음에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어."라며, 구인 사이트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름이 마음에 드는 샵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샵에선 당일 면접을 볼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녀는 준비해 둔 이력서를 들고 샵을 찾았다.
'(H양의 표현을 빌려)스모키 화장을 한 두꺼비' 같이 생긴 샵 원장은 끔찍한 말을 했다. 주 6일 근무. 월급은 80만원. 수습기간 3개월 동안은 80만원을 받고, 수습이 끝나면 그간의 행실 평가에 따라 10만원에서 최대 20만원 까지 올라간다. 아침 아홉시에 출근이지만 여덟시 반 까지는 나와서 준비를 해야 하고, 저녁 여덟시 퇴근이지만 보통 여덟시 반까지 연장될 수 있다. 그리고
따위의 이야기도 했다. H양의 멘탈엔 금이 갔다.
H양은 집에 돌아와 다시 구인 사이트를 열었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마우스 휠을 굴리던 그녀에게 놀라운 구인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그곳은 집에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누가 먼저 지원해서 마감될까봐 그녀는 얼른 전화를 걸었다. 천사 같은 목소리를 가진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그는 H양에게 언제 면접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H양은 '10분 후요.'라고 답했다. 그렇게 H양은 두 번째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남자가 말한 건물에 갔는데 관리실 간판이 보이지 않았다. 이 건물이 아닌가 싶어서 전화를 걸었더니, 남자는 그 건물이 맞으니 올라오라고 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층별 안내도를 봤다. 거기에도 피부관리실이라는 이름은 쓰여 있지 않았다. 이상했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 내부에 있는 층별 안내도에도 샵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H양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금이 갔던 H양의 멘탈은 붕괴되었다. 전립선 마사지라니. 옷은 벗지 않는다니. 밝고 긍정적인 사고가 전립선 마사지를 위해 필요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H양은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첫 키스의 경험도 없는 H양이었기에 '전립선'의 충격은 꽤 심했다. 때문에 그녀는 구인광고를 낸 샵에 전화를 걸기 전, 포털사이트의 지도서비스를 이용해 그곳이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곳인지를 확인했다. 그렇게 두 번 쯤 면접을 더 봤다. 조건은 처음에 갔던 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면접만 보다 세월이 다 가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그녀는 마지막으로 딱 한 곳만 더 가보고 조건이 비슷하면 그냥 취직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이전의 샵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내 걸었다. 일곱 시 퇴근에 사대보험을 가입해 주기로 한 것이다. 월급도 90만원으로 다른 곳보다 많았고, 수습기간도 한 달이나 짧은 2개월이었다. 다음 날부터 출근하기로 정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첫 출근을 앞둔 H양은 그 날 저녁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 날 지각을 하고 말았다. 휴대폰 알람을 습관적으로 껐다가, 출근해야 된다는 생각이 떠올라 놀라서 바로 일어났는데, 삼십 분이나 지나 있었다. 아홉시까지 가기로 했는데, 시계를 보니 십 분 전 아홉 시 였다. 정류장으로 순간이동 해 택시를 타도 늦을 시간이었다.
잠시 공황상태에 빠졌던 H양은, 겨우 정신을 수습하곤 출근 준비를 했다. 아킬레스건이 찌릿찌릿 할 정도로 뛰어 정류장까지 갔다. 서 있는 택시가 없었다. H양은 울고 싶었다. 아홉 시 십오 분. 출근이고 뭐고, 샵에 들러 사과 인사나 하고 올 생각을 하며 버스에 올랐다. 샵에 도착해 자포자기 상태로 문을 열었다. 원장의 냉랭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H양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 눈물을 본 원장은 당황했다. 순간 주루룩, H양의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흘리며, H양은 원장에게 아침에 일어난 일을 모두 털어 놓았다. 원장은 '그간 수많은 직원들을 데리고 있어봤지만, 이렇게 진실하고 솔직한 직원은 처음.'이라며 감동했다. H양에게 세수하고 관리복으로 갈아입은 뒤 3번 관리실로 오라고 했다. 혼이 날 줄 알았다가 위로를 받은 H양은 어리둥절했지만, 여하튼 잘린 게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원장이 말한 대로 준비를 한 뒤 3번 관리실로 들어갔다.
3번 관리실에 들어가자, 원장은 H양에게 베드에 누우라고 한 뒤 관리 순서를 설명해 줬다. 그러곤 H양의 얼굴부터 시작해 목과 어깨 여기저기를 눌러가며 관리법을 설명했다. H양은, 전문가의 손길은 역시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원장의 손이 닿는 곳의 근육은, 물에 녹는 소금처럼 스르르 풀렸다. 시원한 까닭에 신음이 나올 뻔 한 걸 겨우 참았다. 자신을 꽉 잡고 있던 긴장이 손을 펴 놓아주는 느낌이었다. 몸이 녹아 베드에서 흘러버릴 것 같다는 생각을 막 하고 있는데,
하는 외침이 들려 눈을 떴다. 원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하루에 두 건이나 큰 실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H양은 잘리지 않았다. 그 다음 날 부터는 샵에 30분 일찍 출근해 먼저 오픈 준비를 하고, 퇴근하기 전까진 궂은일을 다 도맡아 하며 행동으로 사과를 했다. 집중해서 배운 까닭에 실력도 금방 늘어, 보름 후엔 고객을 직접 관리하는 진짜 피부관리사가 될 수 있었다.
물론, 그 후에 아무 문제도 없었던 건 아니다. 여드름 관리를 하다가, 고객의 여드름이 얼굴에 튀자 H양이 "으악!"하며 소리를 친 일이 있었다. 곧바로 사과를 하긴 했지만, 고객은 관리가 끝난 후 데스크에 강하게 항의해 관리비를 전액 환불 받아 가 버렸다.
좀 더 세게 눌러달라는 고객에게 힘주어 얼굴을 눌러줬다가, 다음 날 시퍼렇게 멍 든 얼굴로 고객이 찾아 온 일도 있었다. 그 고객은 얼굴이 그렇게 돼 출근을 못하니 손해배상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장이 겨우 달래 그 일은 마무리 되었지만, 그 고객이 올 때마다 H양은 고객과 원장, 그리고 다른 직원들에게까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오늘도 아침부터 큰일 났다며 톡을 보내는 걸 보면, H양이 분명 또 무슨 사고를 친 것 같다. 얼른 글을 마무리하고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겠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이 명랑한 여자사람의 이야기는 다음에 또 소개하기로 하며, 즐거운 목요일 보내시길!
▲ H양에게 얘기 들을 때, 전 '전립선 마사지'에서 빵 터졌는데, 여러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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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같은 고급인력에게 지금의 연봉은 너무 박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이전, 그러니까 회사에서 그대 밑에 아무도 없었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지금 그대야 개념 충만한 척 하며, 새로 들어오는 사원들은 개념이 없다고 구시렁거릴 수 있는 입장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 년, 혹은 수십 년 전, 면접을 준비하던 그때의 혼돈과 설렘과 두려움을 그대는 기억 할 것이다.
바로 그 혼돈과 설렘과 두려움의 중심에 지금, H양에 서 있다. 올해 2월 미용예술학과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디딘 H양. 그녀는 누구보다 명랑하다. 그녀의 명랑함과 관련된 일화를 잠시 소개하자면, 대학교 수업 시간
"발표회를 할 때, 헤어는 머리해서 보여주고,
메이크업은 화장해서 보여주고, 네일은 작품 만들어서 보여주죠.
그런데 우리 피부는 뭘 보여줄 수가 없어요.
베드 가져다 놓고 마사지 하는 거 보여줄 수도 없잖아요."
메이크업은 화장해서 보여주고, 네일은 작품 만들어서 보여주죠.
그런데 우리 피부는 뭘 보여줄 수가 없어요.
베드 가져다 놓고 마사지 하는 거 보여줄 수도 없잖아요."
라고 하시는 교수님께 H양은,
"화장품 통 돌리기(저글링) 같은 거 보여주면 되잖아요~"
라고 말했다가 'C-' 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양은 "괜찮아. 나도 수업평가에 교수님이 강의는 안 하고 신세 한탄만 한다고 썼어. ㅋㅋ"라며 명랑함을 잃지 않았다. 그렇게 늘 명랑하던 H양도, 취업을 앞두고는 고민을 했다. 샵에 취업할 것인지 병원에 취업할 것인지, 샵에 간다면 일반샵으로 갈 것인지 아로마 마사지 등의 특화된 샵에 갈 것인지를 말이다.
고민을 하던 그녀는 "우선 어디든 사람을 구하는 곳에 먼저 들어가서 일을 해 보고, 그 다음에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어."라며, 구인 사이트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름이 마음에 드는 샵에 먼저 전화를 걸었다. 샵에선 당일 면접을 볼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녀는 준비해 둔 이력서를 들고 샵을 찾았다.
1. 월급 80만원 VS 일당 10만원
'(H양의 표현을 빌려)스모키 화장을 한 두꺼비' 같이 생긴 샵 원장은 끔찍한 말을 했다. 주 6일 근무. 월급은 80만원. 수습기간 3개월 동안은 80만원을 받고, 수습이 끝나면 그간의 행실 평가에 따라 10만원에서 최대 20만원 까지 올라간다. 아침 아홉시에 출근이지만 여덟시 반 까지는 나와서 준비를 해야 하고, 저녁 여덟시 퇴근이지만 보통 여덟시 반까지 연장될 수 있다. 그리고
"음, 샵 사정 상 당장 사대보험 가입은 어렵고,
추후에 사정이 나아지면 그 때 가입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아, 그리고 아주 어쩌다 사업장 단속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잠깐 복도로 나가서 숨어있으면..."
추후에 사정이 나아지면 그 때 가입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아, 그리고 아주 어쩌다 사업장 단속 나올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잠깐 복도로 나가서 숨어있으면..."
따위의 이야기도 했다. H양의 멘탈엔 금이 갔다.
'하루 열 두 시간 일하고, 월급 80만원 받으며,
단속 나오면 숨어 있으려고 내가 이 길을 택했던가.'
단속 나오면 숨어 있으려고 내가 이 길을 택했던가.'
H양은 집에 돌아와 다시 구인 사이트를 열었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마우스 휠을 굴리던 그녀에게 놀라운 구인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피부관리사 구함. 일당 10만원.'
게다가 그곳은 집에서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누가 먼저 지원해서 마감될까봐 그녀는 얼른 전화를 걸었다. 천사 같은 목소리를 가진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그는 H양에게 언제 면접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H양은 '10분 후요.'라고 답했다. 그렇게 H양은 두 번째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남자가 말한 건물에 갔는데 관리실 간판이 보이지 않았다. 이 건물이 아닌가 싶어서 전화를 걸었더니, 남자는 그 건물이 맞으니 올라오라고 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층별 안내도를 봤다. 거기에도 피부관리실이라는 이름은 쓰여 있지 않았다. 이상했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 내부에 있는 층별 안내도에도 샵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H양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H양 - 그런데 혹시, 거기가 피부관리샵 맞나요?
남자 - 아, 네. 전립선 마사지 말씀하시는 거죠?
H양 - 네?
남자 - 저희는 옷은 벗지 않습니다. 지금 어디세요?
H양 - 저, 제가 오해를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일반 피부샵인 줄 알고...
남자 - 일단 와 보세요. 저희 건전합니다. 오셔서 얘기 한 번 들어 보세요.
H양 - 아뇨. 죄송합니다.
남자 - 아, 네. 전립선 마사지 말씀하시는 거죠?
H양 - 네?
남자 - 저희는 옷은 벗지 않습니다. 지금 어디세요?
H양 - 저, 제가 오해를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일반 피부샵인 줄 알고...
남자 - 일단 와 보세요. 저희 건전합니다. 오셔서 얘기 한 번 들어 보세요.
H양 - 아뇨. 죄송합니다.
금이 갔던 H양의 멘탈은 붕괴되었다. 전립선 마사지라니. 옷은 벗지 않는다니. 밝고 긍정적인 사고가 전립선 마사지를 위해 필요할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H양은 집으로 돌아왔다.
2. 첫 출근!
아직 첫 키스의 경험도 없는 H양이었기에 '전립선'의 충격은 꽤 심했다. 때문에 그녀는 구인광고를 낸 샵에 전화를 걸기 전, 포털사이트의 지도서비스를 이용해 그곳이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곳인지를 확인했다. 그렇게 두 번 쯤 면접을 더 봤다. 조건은 처음에 갔던 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면접만 보다 세월이 다 가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그녀는 마지막으로 딱 한 곳만 더 가보고 조건이 비슷하면 그냥 취직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이전의 샵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내 걸었다. 일곱 시 퇴근에 사대보험을 가입해 주기로 한 것이다. 월급도 90만원으로 다른 곳보다 많았고, 수습기간도 한 달이나 짧은 2개월이었다. 다음 날부터 출근하기로 정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첫 출근을 앞둔 H양은 그 날 저녁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다음 날 지각을 하고 말았다. 휴대폰 알람을 습관적으로 껐다가, 출근해야 된다는 생각이 떠올라 놀라서 바로 일어났는데, 삼십 분이나 지나 있었다. 아홉시까지 가기로 했는데, 시계를 보니 십 분 전 아홉 시 였다. 정류장으로 순간이동 해 택시를 타도 늦을 시간이었다.
'어떡하지? 집에 도둑이 들었었다고 할까?'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입원했다고 할까?'
'그냥 사정이 있어서 출근하지 못 할 것 같다고 전화를 할까?'
'출근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입원했다고 할까?'
'그냥 사정이 있어서 출근하지 못 할 것 같다고 전화를 할까?'
잠시 공황상태에 빠졌던 H양은, 겨우 정신을 수습하곤 출근 준비를 했다. 아킬레스건이 찌릿찌릿 할 정도로 뛰어 정류장까지 갔다. 서 있는 택시가 없었다. H양은 울고 싶었다. 아홉 시 십오 분. 출근이고 뭐고, 샵에 들러 사과 인사나 하고 올 생각을 하며 버스에 올랐다. 샵에 도착해 자포자기 상태로 문을 열었다. 원장의 냉랭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H양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 눈물을 본 원장은 당황했다. 순간 주루룩, H양의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흘리며, H양은 원장에게 아침에 일어난 일을 모두 털어 놓았다. 원장은 '그간 수많은 직원들을 데리고 있어봤지만, 이렇게 진실하고 솔직한 직원은 처음.'이라며 감동했다. H양에게 세수하고 관리복으로 갈아입은 뒤 3번 관리실로 오라고 했다. 혼이 날 줄 알았다가 위로를 받은 H양은 어리둥절했지만, 여하튼 잘린 게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원장이 말한 대로 준비를 한 뒤 3번 관리실로 들어갔다.
3번 관리실에 들어가자, 원장은 H양에게 베드에 누우라고 한 뒤 관리 순서를 설명해 줬다. 그러곤 H양의 얼굴부터 시작해 목과 어깨 여기저기를 눌러가며 관리법을 설명했다. H양은, 전문가의 손길은 역시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원장의 손이 닿는 곳의 근육은, 물에 녹는 소금처럼 스르르 풀렸다. 시원한 까닭에 신음이 나올 뻔 한 걸 겨우 참았다. 자신을 꽉 잡고 있던 긴장이 손을 펴 놓아주는 느낌이었다. 몸이 녹아 베드에서 흘러버릴 것 같다는 생각을 막 하고 있는데,
"H선생님, H선생님, H씨!"
하는 외침이 들려 눈을 떴다. 원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원장 - 배우셔야죠. 주무시면 안 되죠.
H양 - 아, 저 안 잤어요.
원장 - 방금 코 골았어요.
H양 - 아...
원장 - 배우는 건 천천히 하고. 오늘은 해면이랑 수건 세탁부터 좀 해 주세요.
H양 - 네. 죄송합니다.
H양 - 아, 저 안 잤어요.
원장 - 방금 코 골았어요.
H양 - 아...
원장 - 배우는 건 천천히 하고. 오늘은 해면이랑 수건 세탁부터 좀 해 주세요.
H양 - 네. 죄송합니다.
이렇게 하루에 두 건이나 큰 실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H양은 잘리지 않았다. 그 다음 날 부터는 샵에 30분 일찍 출근해 먼저 오픈 준비를 하고, 퇴근하기 전까진 궂은일을 다 도맡아 하며 행동으로 사과를 했다. 집중해서 배운 까닭에 실력도 금방 늘어, 보름 후엔 고객을 직접 관리하는 진짜 피부관리사가 될 수 있었다.
물론, 그 후에 아무 문제도 없었던 건 아니다. 여드름 관리를 하다가, 고객의 여드름이 얼굴에 튀자 H양이 "으악!"하며 소리를 친 일이 있었다. 곧바로 사과를 하긴 했지만, 고객은 관리가 끝난 후 데스크에 강하게 항의해 관리비를 전액 환불 받아 가 버렸다.
좀 더 세게 눌러달라는 고객에게 힘주어 얼굴을 눌러줬다가, 다음 날 시퍼렇게 멍 든 얼굴로 고객이 찾아 온 일도 있었다. 그 고객은 얼굴이 그렇게 돼 출근을 못하니 손해배상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장이 겨우 달래 그 일은 마무리 되었지만, 그 고객이 올 때마다 H양은 고객과 원장, 그리고 다른 직원들에게까지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오늘도 아침부터 큰일 났다며 톡을 보내는 걸 보면, H양이 분명 또 무슨 사고를 친 것 같다. 얼른 글을 마무리하고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겠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이 명랑한 여자사람의 이야기는 다음에 또 소개하기로 하며, 즐거운 목요일 보내시길!
▲ H양에게 얘기 들을 때, 전 '전립선 마사지'에서 빵 터졌는데, 여러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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