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여자도 밀어내는 남자, 문제는?
몇 년 전, 정말 재미있는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만난 적이 있다. 대개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진행하는 행사는 그 대상을 중학생쯤으로 맞춰놓은 듯 유치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강사는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경험해 본 적 없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행사를 진행했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모두 그 강사의 진행에 빠져들었고, 강사에게 반한 한 아주머니는 행사가 끝나고 모두에게 식사대접을 하겠다며 근처 식당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난 식당에 도착할 때 까지도 그 강사의 탁월한 '분위기 띄움'에 탄복하고 있었다. 나와서 엉덩이로 이름을 쓰라고 하면 사람들이 앞다퉈 엉덩이를 들이밀 정도로 무장해제 시키다니. 타고 난 것이 아니고서는 저렇게까지 능청스럽고 유들유들한 진행을 할 수 없을 거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식당에 도착한 이후부터 그가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조금 전까지 사람들을 웃고 울리던 그 강사는 갑자기 우울증이라도 찾아온 듯 초점 없는 눈으로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강사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말을 걸었지만 그는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그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져있었으며, 그 자리가 불편한지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왜 그리 땀을 흘리냐고 휴지를 건네자 그는 "아, 네."라며 짧게 대답한 뒤 휴지를 받아 땀을 닦곤 다시 멍한 얼굴을 했다. 사람들도 그가 좀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더는 말을 걸지 않았고, 식사를 마친 뒤 그는 인사를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난 저 일을 언젠가 코미디언의 부인이 TV에 나와 "그이는 TV에서만 재미있지, 집에 와서는 말도 한 마디 안 해요."라는 말을 했던 것을 떠올리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런데 며칠 전 이와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사연이 하나 도착했다. "어떤 모임에서 사회를 본 적 있는데, 그 모임에 참석했던 여자 분이 연락처를 물었고, 일주일쯤 연락하다가 현재 흐지부지되는 것 같다."는 사연이었다. 편의상 사연을 보낸 대원을 S씨라 부르기로 하며, 출발해 보자.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상대가 가진 'S씨에 대한 환상'이 조각나 버렸다는 것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어느 노래의 가사를 "이따금씩 나 추억해 머릿속 K"로 듣곤 환호했는데, 나중에 가사집을 확인해 보니 정확한 가사는 "이따금씩 나 추억해 But it's ok" 였다. 이 얘기를 친구인 J군과 나눈 적 있는데, 그도 어느 노래를 듣다가 "곧 박힌 칼라"라는 가사에 환호했다가 원 가사가 "곧 박힌 칼날"이라는 걸 알고 실망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기분 좋은 오해였던 것이다.
상대는 S씨에 대해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환상과 S씨는 어떻게 달랐을까?
사연을 읽으며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S씨가 이성과의 대화에서도 '사회자'를 벗어나지 못 한다는 거였다. 밥 먹었냐고 묻는 것까지는 S씨도 잘 한다. 그런데 이 이후의 S씨는 "아직 밥 안 먹었으면, 밥 먹고 오세요. 밥 먹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진행을 해 버린다. 카톡대화를 잠시 보자.
저게 예정되어 있는 점심식사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상할 게 없지만, 메뉴와 동석자도 정해지지 않은 저녁식사이기에 문제가 된다.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나 이후 메뉴에 대해 더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뚝, 잘라 버리는 느낌이랄까. 재미없어지는 순간이다.
그런데 처음엔 S씨의 저런 무뚝뚝함이 오히려 상대의 '팬클럽 정신'을 자극한다. '역시, 쉽게 곁을 주지 않는 사람이구나. 아직 나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거겠지.'라고 생각한 듯, 상대는 저렇게 끝난 대화 이후 "식사는 다 하셨어요?" 등의 질문을 하며 다시 S씨에게 말을 건다. 이와같은 과정이 일주일간 반복되었기에 S씨는 문제가 있는 줄 전혀 몰랐고, "대체 그녀가 왜 갑자기 연락을 안 하는지 모르겠네요."라는 이야기만 하게 된 것이다. 5일 째 되는 날의 대화를 보자.
내가 보기엔 저 '속상한 일'이라는 게 세 시간짜리 대화인데, S씨는 '일찍 자려구요'라는 결론에 대한 응답만 한다. '취침'이라는 다음 순서로 바로 넘어가는 진행만 하는 것이다. 한 가지 팁을 적자면, 여자사람과 대화 할 때에는 '결론'이 아니라 '과정'에 더 집중하길 바란다. "컴퓨터 고장 나서 A/S 받았어."라는 말에 "얼마 들었어? 왜 고장 났대?"라고 물으면 지는 거다. 컴퓨터가 고장난 까닭에 당황하고 답답했을 그녀의 사정까지 넓게 살펴야 한다. "바가지 쓴 거 아냐? 나한테 말하지 뭐하러 A/S를 불러."라고 말하면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줄넘기를 두 개 이상 하지 못하는 지인이 있다. 열심히 설명을 해 주고, 옆에서 점프를 뛰어야 할 타이밍에 소리까지 질러 주었지만 지인은 줄을 겨우 한 번 넘을 뿐이었다. 지인은 줄을 한 번 넘은 후, 줄이 되돌아 올 것을 대비해 뛸 준비를 하지 않았다. 거기에 대해서 또 열심히 설명을 해 줬지만, 지인은 계속 줄이 도달하기 전에 착지를 했다.
S씨의 사연에서도 그 지인의 이상한 '타이밍'과 비슷한 문제가 보인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대화 나누다 다른 일 하기'다. 상대에게 마음이 있으며 상대와 잘 되길 바라면서, 어떻게 카톡대화를 나누다가 다른 일을 하느라 답장을 보내지 않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대화를 나누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그 얘기를 해주고 상대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S씨는 말없이 잠수를 한다. 그러곤 몇 분 뒤에 늦은 답변을 보낸다. 상대가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면, S씨는 그냥 잠시 딴 짓 했다는 얘기를 한다. 여기에 대한 S씨의 설명이 없기에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혹 대답할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은 거라면 만능해결사 'ㅋㅋㅋ'나 '아 그래요?'를 사용하길 권한다. 6분이든 7분이든 대화를 그렇게 그냥 방치해선 곤란하다.
평소 폰을 무음으로 해 두는 경우가 많은 것과 식사를 할 때 자주 폰을 다른 곳에 놔두는 버릇은, 연애를 할 생각이라면 얼른 고치길 권한다. 관심 있는 사람에게 카톡을 보냈을 경우엔 대개 '1'이 없어졌나 안 없어졌나를 확인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어느 회사에 입사원서를 이메일로 넣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그 메일이 '읽지 않음'의 표시를 달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초조해 하다가 나중엔 그 담당자의 무신경함에 분노하게 될 것 아닌가. 상대를 분노하게 만들지 말잔 얘기다.
통신사나 지역 탓으로 S씨의 3G가 잘 터지지 않는 것은, 그냥 안타깝다. 하지만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그냥 좌절만 하고 있지는 말자. 우리에겐 카톡만 있는 게 아니라 문자메시지도 있고 전화도 있지 않은가.
라는 얘기는 그만 하고, 문자나 전화를 하자. 그리고 저 위에서 한 얘기와 이어지는 부분인데, "아 오늘은 너무 피곤하네요."라며 상대가 이야기를 풀어 놓으려는데, 거기다 대고 "얼른 쉬세요~"라며 분위기를 끊지 말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과정'에 주목하길 바란다.
사연의 끄트머리에 S씨는, 상대에게서 연락이 없는 상황에 괴로워 하며
라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처럼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면 열렬하게 들이대는 것, 딱 그 두 가지 밖에 없다고는 생각하지 말자. 문자폭격을 가하고 들뜬 마음으로 개그를 늘어놓지 않더라도 상대와 가까워질 수 있다. '참여'하는 것이다. S씨의 사연에 나온 이야기들을 토대로 '참여'의 방법을 살펴보자.
저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갑자기 그간의 모습들과 달리 들이대겠다며 상대를 향해 달려가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다. 만나면 할 말이 없을 것 같다며 지레 겁먹지 말고, 침묵은 또 침묵대로 즐기길 바란다.
라는 <펄프픽션>의 명대사도 있지 않은가. S씨가 사연에서 한 이야기들을 그대로 꺼내놓으면 된다. 마음을 숨긴 채 상황만 만들려 하지 말고, 진심을 꺼내자.
마지막으로, 상대에게 '진짜 관심'을 가지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 '진짜 관심'을 가지면 상대가 궁금하고, 현재 상대의 마음을 알고 싶어진다. 자연히 상대에게 하는 질문도 늘어나고 말이다. 그런데 S씨가 보낸 일주일간의 카톡대화에는, 상대가 S씨에게 하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S씨는 상대가 물으면 겨우 뒤이어 형식적으로 물어볼 뿐이다. 상대가 형제관계를 묻자 "저는 막내에요. 오는녀씨는?" 이라고 묻는 식으로 말이다. 오죽하면 상대가
라는 질문을 일주일간 세 번이나 했겠는가. 질문이라고는 "밥 먹었어요?" 밖에 없으니 아무 애정도 느껴지지 않는 거다. 전에 소개한 지인의 사연을 잊었는가. S씨처럼 식사여부만 묻고 데이트에서도 식사만 하는 지인에 대해 상대는
라는 이야기를 하며 떠나갔다. S씨가 그 전철을 밟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는 이렇게 했는데, 너는 어떻게 했어?"만 묻지 말고 "우리 이렇게 할까?"를 묻자. 따로 알아서 잘 사는 건 친구사이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많이 필요하다.
▲ 해치지 않아요. 물지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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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정말 재미있는 레크리에이션 강사를 만난 적이 있다. 대개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진행하는 행사는 그 대상을 중학생쯤으로 맞춰놓은 듯 유치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강사는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경험해 본 적 없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행사를 진행했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모두 그 강사의 진행에 빠져들었고, 강사에게 반한 한 아주머니는 행사가 끝나고 모두에게 식사대접을 하겠다며 근처 식당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난 식당에 도착할 때 까지도 그 강사의 탁월한 '분위기 띄움'에 탄복하고 있었다. 나와서 엉덩이로 이름을 쓰라고 하면 사람들이 앞다퉈 엉덩이를 들이밀 정도로 무장해제 시키다니. 타고 난 것이 아니고서는 저렇게까지 능청스럽고 유들유들한 진행을 할 수 없을 거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식당에 도착한 이후부터 그가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조금 전까지 사람들을 웃고 울리던 그 강사는 갑자기 우울증이라도 찾아온 듯 초점 없는 눈으로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강사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말을 걸었지만 그는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그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져있었으며, 그 자리가 불편한지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왜 그리 땀을 흘리냐고 휴지를 건네자 그는 "아, 네."라며 짧게 대답한 뒤 휴지를 받아 땀을 닦곤 다시 멍한 얼굴을 했다. 사람들도 그가 좀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더는 말을 걸지 않았고, 식사를 마친 뒤 그는 인사를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난 저 일을 언젠가 코미디언의 부인이 TV에 나와 "그이는 TV에서만 재미있지, 집에 와서는 말도 한 마디 안 해요."라는 말을 했던 것을 떠올리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런데 며칠 전 이와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사연이 하나 도착했다. "어떤 모임에서 사회를 본 적 있는데, 그 모임에 참석했던 여자 분이 연락처를 물었고, 일주일쯤 연락하다가 현재 흐지부지되는 것 같다."는 사연이었다. 편의상 사연을 보낸 대원을 S씨라 부르기로 하며, 출발해 보자.
0. 조각난 환상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상대가 가진 'S씨에 대한 환상'이 조각나 버렸다는 것이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어느 노래의 가사를 "이따금씩 나 추억해 머릿속 K"로 듣곤 환호했는데, 나중에 가사집을 확인해 보니 정확한 가사는 "이따금씩 나 추억해 But it's ok" 였다. 이 얘기를 친구인 J군과 나눈 적 있는데, 그도 어느 노래를 듣다가 "곧 박힌 칼라"라는 가사에 환호했다가 원 가사가 "곧 박힌 칼날"이라는 걸 알고 실망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니까, 기분 좋은 오해였던 것이다.
상대는 S씨에 대해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환상과 S씨는 어떻게 달랐을까?
1. 사회만 보는 남자
사연을 읽으며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S씨가 이성과의 대화에서도 '사회자'를 벗어나지 못 한다는 거였다. 밥 먹었냐고 묻는 것까지는 S씨도 잘 한다. 그런데 이 이후의 S씨는 "아직 밥 안 먹었으면, 밥 먹고 오세요. 밥 먹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진행을 해 버린다. 카톡대화를 잠시 보자.
오는녀 - 밥 먹었어요?
S씨 - 이제 먹어야죠. 오는녀씨는 식사 하셨어요?
오는녀 - 저도 이제 먹어야죠. ^^
S씨 - 맛있게 드세요~
S씨 - 이제 먹어야죠. 오는녀씨는 식사 하셨어요?
오는녀 - 저도 이제 먹어야죠. ^^
S씨 - 맛있게 드세요~
저게 예정되어 있는 점심식사에 대한 이야기라면 이상할 게 없지만, 메뉴와 동석자도 정해지지 않은 저녁식사이기에 문제가 된다.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나 이후 메뉴에 대해 더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뚝, 잘라 버리는 느낌이랄까. 재미없어지는 순간이다.
그런데 처음엔 S씨의 저런 무뚝뚝함이 오히려 상대의 '팬클럽 정신'을 자극한다. '역시, 쉽게 곁을 주지 않는 사람이구나. 아직 나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거겠지.'라고 생각한 듯, 상대는 저렇게 끝난 대화 이후 "식사는 다 하셨어요?" 등의 질문을 하며 다시 S씨에게 말을 건다. 이와같은 과정이 일주일간 반복되었기에 S씨는 문제가 있는 줄 전혀 몰랐고, "대체 그녀가 왜 갑자기 연락을 안 하는지 모르겠네요."라는 이야기만 하게 된 것이다. 5일 째 되는 날의 대화를 보자.
오는녀 - 오늘은 속상한 일이 있어서 그냥 일찍 자려구요.
S씨 - 네. 푹 자요~
S씨 - 네. 푹 자요~
내가 보기엔 저 '속상한 일'이라는 게 세 시간짜리 대화인데, S씨는 '일찍 자려구요'라는 결론에 대한 응답만 한다. '취침'이라는 다음 순서로 바로 넘어가는 진행만 하는 것이다. 한 가지 팁을 적자면, 여자사람과 대화 할 때에는 '결론'이 아니라 '과정'에 더 집중하길 바란다. "컴퓨터 고장 나서 A/S 받았어."라는 말에 "얼마 들었어? 왜 고장 났대?"라고 물으면 지는 거다. 컴퓨터가 고장난 까닭에 당황하고 답답했을 그녀의 사정까지 넓게 살펴야 한다. "바가지 쓴 거 아냐? 나한테 말하지 뭐하러 A/S를 불러."라고 말하면 미운털이 박힐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2. 액운이 낀 타이밍
줄넘기를 두 개 이상 하지 못하는 지인이 있다. 열심히 설명을 해 주고, 옆에서 점프를 뛰어야 할 타이밍에 소리까지 질러 주었지만 지인은 줄을 겨우 한 번 넘을 뿐이었다. 지인은 줄을 한 번 넘은 후, 줄이 되돌아 올 것을 대비해 뛸 준비를 하지 않았다. 거기에 대해서 또 열심히 설명을 해 줬지만, 지인은 계속 줄이 도달하기 전에 착지를 했다.
S씨의 사연에서도 그 지인의 이상한 '타이밍'과 비슷한 문제가 보인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대화 나누다 다른 일 하기'다. 상대에게 마음이 있으며 상대와 잘 되길 바라면서, 어떻게 카톡대화를 나누다가 다른 일을 하느라 답장을 보내지 않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대화를 나누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그 얘기를 해주고 상대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S씨는 말없이 잠수를 한다. 그러곤 몇 분 뒤에 늦은 답변을 보낸다. 상대가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면, S씨는 그냥 잠시 딴 짓 했다는 얘기를 한다. 여기에 대한 S씨의 설명이 없기에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혹 대답할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은 거라면 만능해결사 'ㅋㅋㅋ'나 '아 그래요?'를 사용하길 권한다. 6분이든 7분이든 대화를 그렇게 그냥 방치해선 곤란하다.
평소 폰을 무음으로 해 두는 경우가 많은 것과 식사를 할 때 자주 폰을 다른 곳에 놔두는 버릇은, 연애를 할 생각이라면 얼른 고치길 권한다. 관심 있는 사람에게 카톡을 보냈을 경우엔 대개 '1'이 없어졌나 안 없어졌나를 확인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어느 회사에 입사원서를 이메일로 넣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그 메일이 '읽지 않음'의 표시를 달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초조해 하다가 나중엔 그 담당자의 무신경함에 분노하게 될 것 아닌가. 상대를 분노하게 만들지 말잔 얘기다.
통신사나 지역 탓으로 S씨의 3G가 잘 터지지 않는 것은, 그냥 안타깝다. 하지만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그냥 좌절만 하고 있지는 말자. 우리에겐 카톡만 있는 게 아니라 문자메시지도 있고 전화도 있지 않은가.
"에구. 카톡이 자꾸 늦네요."
"3G가 안 터져서요~"
"신호가 안 잡혀서 카톡을 못 보냈어요. ㅠ.ㅠ"
"3G가 안 터져서요~"
"신호가 안 잡혀서 카톡을 못 보냈어요. ㅠ.ㅠ"
라는 얘기는 그만 하고, 문자나 전화를 하자. 그리고 저 위에서 한 얘기와 이어지는 부분인데, "아 오늘은 너무 피곤하네요."라며 상대가 이야기를 풀어 놓으려는데, 거기다 대고 "얼른 쉬세요~"라며 분위기를 끊지 말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과정'에 주목하길 바란다.
3. 참여 하자
사연의 끄트머리에 S씨는, 상대에게서 연락이 없는 상황에 괴로워 하며
"그렇다고 제가 먼저 연락을 하기엔 뭔가 좋아한다는 티를 팍팍 내는 것 같기도 하고,
상대가 저에게 실망한 부분이 있어서 그러는 건데, 눈치 없이 들이대는 것 같기도 하고."
상대가 저에게 실망한 부분이 있어서 그러는 건데, 눈치 없이 들이대는 것 같기도 하고."
라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처럼 수동적인 모습이 아니면 열렬하게 들이대는 것, 딱 그 두 가지 밖에 없다고는 생각하지 말자. 문자폭격을 가하고 들뜬 마음으로 개그를 늘어놓지 않더라도 상대와 가까워질 수 있다. '참여'하는 것이다. S씨의 사연에 나온 이야기들을 토대로 '참여'의 방법을 살펴보자.
ⓐ 아이스크림 먹고 싶네요.
- 그녀가 아이스크림에 대한 수다를 떨고 싶어서 저런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
아이스크림 먹을 약속을 잡자. 왜 죠스바 좋아한단 얘기만 하고 있는가.
ⓑ (S씨가 선글라스 끼고 일식 보라고 하자) 선글라스가 없어요.
- 선글라스가 없다는 그녀에게 "셀로판지 사서 그걸로 가리고 봐도 돼요."
라고 얘기하는 건 정말 멋없다. 셀로판지 하나 준다며 만날 수 있는 것 아닌가.
문구점에서 살 수 있다는 걸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는 S씨가 안타깝다.
ⓒ 어디어디 들렀다가 버스타고 가려고요.
- 하도 만나자는 얘기를 안 하니까 상대가 여지를 마구 던져주지 않는가.
물어 본 것도 아닌데 상대가 저런 얘기를 할 때에는, 왜 했을까 생각해 보자.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건 결코 아닐 테니까.
- 그녀가 아이스크림에 대한 수다를 떨고 싶어서 저런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
아이스크림 먹을 약속을 잡자. 왜 죠스바 좋아한단 얘기만 하고 있는가.
ⓑ (S씨가 선글라스 끼고 일식 보라고 하자) 선글라스가 없어요.
- 선글라스가 없다는 그녀에게 "셀로판지 사서 그걸로 가리고 봐도 돼요."
라고 얘기하는 건 정말 멋없다. 셀로판지 하나 준다며 만날 수 있는 것 아닌가.
문구점에서 살 수 있다는 걸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는 S씨가 안타깝다.
ⓒ 어디어디 들렀다가 버스타고 가려고요.
- 하도 만나자는 얘기를 안 하니까 상대가 여지를 마구 던져주지 않는가.
물어 본 것도 아닌데 상대가 저런 얘기를 할 때에는, 왜 했을까 생각해 보자.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건 결코 아닐 테니까.
저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갑자기 그간의 모습들과 달리 들이대겠다며 상대를 향해 달려가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다. 만나면 할 말이 없을 것 같다며 지레 겁먹지 말고, 침묵은 또 침묵대로 즐기길 바란다.
"왜 어색하지 않으려면 수다를 떨어야 할까요?"
라는 <펄프픽션>의 명대사도 있지 않은가. S씨가 사연에서 한 이야기들을 그대로 꺼내놓으면 된다. 마음을 숨긴 채 상황만 만들려 하지 말고, 진심을 꺼내자.
마지막으로, 상대에게 '진짜 관심'을 가지라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 '진짜 관심'을 가지면 상대가 궁금하고, 현재 상대의 마음을 알고 싶어진다. 자연히 상대에게 하는 질문도 늘어나고 말이다. 그런데 S씨가 보낸 일주일간의 카톡대화에는, 상대가 S씨에게 하는 질문이 대부분이다. S씨는 상대가 물으면 겨우 뒤이어 형식적으로 물어볼 뿐이다. 상대가 형제관계를 묻자 "저는 막내에요. 오는녀씨는?" 이라고 묻는 식으로 말이다. 오죽하면 상대가
"S씨는 저한테 궁금한 거 없어요?"
라는 질문을 일주일간 세 번이나 했겠는가. 질문이라고는 "밥 먹었어요?" 밖에 없으니 아무 애정도 느껴지지 않는 거다. 전에 소개한 지인의 사연을 잊었는가. S씨처럼 식사여부만 묻고 데이트에서도 식사만 하는 지인에 대해 상대는
"내가 돼지냐? 밥만 먹게!"
라는 이야기를 하며 떠나갔다. S씨가 그 전철을 밟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나는 이렇게 했는데, 너는 어떻게 했어?"만 묻지 말고 "우리 이렇게 할까?"를 묻자. 따로 알아서 잘 사는 건 친구사이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많이 필요하다.
▲ 해치지 않아요. 물지도 않아요.
<연관글>
이별을 예감한 여자가 해야 할 것들
늘 짧은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세 가지 이유
나이가 들수록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기 없는 여자들이 겪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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