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귈 생각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남자의 행동들
후라이데이 매뉴얼답게 밝고, 희망차며, 씐나는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다. 그래서
라는 내용의 사연을 골랐다. 하지만 사연에 포함된 100페이지가 넘는 카톡 대화를 세 번 정독한 결과, 매뉴얼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사귈 생각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남자의 행동들.
사연을 보낸 N양이 설렌 건 충분히 이해한다.
라며 챙길 줄 아는 남자에게 흔들리지 않을 솔로부대원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것도 'ㅋㅋㅋㅋ'를 남발하는 대화를 몇 시간 하다가 저런 얘기로 똭! 마무리를 하니, 뭔가 좋은 일을 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느낌도 들며 내일 또 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저게 저 사람에게 "사랑합니다. 고객님."처럼 몸에 익어 있는 립서비스라면 어떨까?
저 말을 립서비스라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 않으며, 믿기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현재 며칠 째 연락이 없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N양은 이 상황을 '밀당'이라 믿고 싶어 한다. N양의 주관적 해설이 담긴 상황설명을 들은 지인들은 "적극적으로 대시해라."라는 강경파와 "좀 더 기다려 봐라."라는 온건파로 나뉘어 있다. 사실 N양이 내게 사연을 보낸 이유도 둘 중 어느 의견에 따라 행동을 해야 하는지 말해달라는 거였는데, 난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 대신 아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연애에 소질이 없는 대원들은 대략 아래와 같은 어리광을 부린다.
상대가 외로움에 찌들어 있는 상태라면 저 어리광도 먹힌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저런 어리광은 '찌질함'으로 해석되고, 반복될 경우 상대에게 날 선 소리 한 번 들은 뒤 알아서 잠수를 타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프로는 다르다. 그들은 부담의 선을 넘지 않고 어리광을 부린다.
딱 저 선 까지만 어리광을 부린다. 다음 대화로도 매끈하게 이어지는 어리광이다. 뭐, 반하지 않았기에 저런 절제가 가능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저런 어리광을 사용해 이성과 대화를 하는 남자들은 꽤 많다. 그들은 친분이 있거나, 그냥 사회적인 관계로 만나는 사람에게도 어리광을 부린다. 흑심을 품고 저런 어리광을 부린다기 보다는, 사실 그냥 좀 능청스러운 거다. 그런데 일부 여성대원들은 저 어리광을 관심이나 호감이라고 착각한다. 마음이 없다면 저런 얘기는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N양 역시 그러한 착각을 했다. 그녀는
이라는 상대의 말을 질투로 해석한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저건 그냥 N양이 알고 지내는 남자가 없다는 걸 재확인하기 위한 질문이거나, "나랑은 영화 언제 보려고?"라는 말을 하기 위한 포석에 가깝다. '질투 역할극'이란 얘기다. 정말 질투심에 불타고 있다면 저런 장난을 칠 여유가 없다.
N양이 '서로 호감을 가진 채 뜸들이며 나눈 이야기'라고 말한 것 중 절반은 상대의 어리광이다. 내가 솔로부대원이고, 현재 심심한 상태고, 그런 와중에 이성과 꾸준히 카톡을 하고 있다면, 별 부담 없이 화장실에 앉아서도 보낼 수 있는 얘기들이다. "뭐야~ 난 주말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나 혼자 노래방 가야겠다. JK김동욱 모창이나 해야지. 미룐한 솨뢍이쥐~ 돱돱한 솨뢍이쥐~" 노래방 갈 약속을 잡는 건 일도 아니다.
'우리'라는 테두리를 만들기 가장 쉬운 방법은 둘 만의 호칭을 만드는 것이다. 이걸 눈치 챈 철학자 알튀세르는 '호명'에 대해 긴 이야기를 했고, 시인 김춘수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노래하지 않았는가.
겸둥이, 꼬마, 잠순이, 고양이 등의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는 대원들이 많을 것이다. 둘만 아는 어떠한 계기로 인해 애칭이 생기고, 그 애칭을 부르면 처음엔 낯설어 하다가도 금방 적응이 된다. 짓궂은 애칭인 경우 상대가 복수하겠다며 이쪽에게도 애칭을 지어주게 되고, 서로가 서로를 애칭으로 부르는 '우리'가 형성되게 된다.
위에서 예로 든 애칭을 보면 알겠지만 전부 귀엽고 사랑스럽다. 상대가 최근 농가에 자주 출몰해 문제가 되는 멧돼지를 닮았다고 해도 '멧돼지'라는 별명은 붙이지 않는다. 그저 '여우'같은 별명을 붙여 줄 뿐이다. 한 지인이 그런 식으로 이성들에게 별명을 지어주며 인기를 누린 적이 있었다. 그 지인은 낙타를 닮았는데, '여우'라고 불린 여성분은 그를 '아지오빠(강아지 오빠)'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난 그들이 동물의 분류를 왜곡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서로에게 애칭을 지어주는 것은 연애를 하는 대부분의 커플들이 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를 '애칭'으로 부르는 게 '연애를 하게 될 징조'라고 생각하진 말길 바란다.
뭐 이런 동요도 있잖은가. 애칭은 그냥 애칭이다. 난 친한 지인들에게 모두 애칭을 지어줬는데, 그들과 연애를 하려고 애칭을 지어준 건 아니다.('주얼'같은 애칭을 지어줬다가 멀어진 지인도 있긴 하다. 비쥬얼의 약자냐, 쥬얼리의 약자냐 묻기에 '주먹을 부르는 얼굴'의 줄임말이라 설명했더니, 그 지인은 결혼식에 나를 초대하지 않았다. 그녀가 야구 보러 갔다가 옆 사람이 휘두른 팔에 맞은 적 있어서 붙여 준 별명이었는데.) 이성이 애칭으로 부른다고 무작정 사귈 준비를 하진 말길 권한다.
N양의 사연에서 이상한 징후를 느낄 수 있는 것은 28페이지 이후부터의 진행이다. 상대의 '칭찬으로 띄우기'가 선을 밟는다. 립서비스에서 떡밥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까지는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이후의 대화에서 "넌 날 어떻게 생각해?"라는 말을 꺼내 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N양이 당황하자 상대는 순발력을 발휘해 '기브 앤 테이크'의 칭찬이었다는 식으로 상황을 정리한다. 그 후에도 상대는 몇 번 '칭찬으로 띄우기'를 한 후 "난 어때?"의 말로 N양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한다.
진짜 문제는 N양의 사연 59페이지부터 시작된다. "나한테 좀 잘 해줘."라든가 "날 설레게 해줘."식의 이야기를 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뽀뽀'나 '포옹'등의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70페이지를 넘어서면서 부터는 상대가 하소연을 시작한다.
자취를 하고 있는 상대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N양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이려 한다. 인스턴트만 먹는다는 얘기를 하다가 N양에게 집에 와서 요리를 해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88페이지에선 독립하고 싶다는 N양에게 자신의 집에 들어와서 살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상대는 그간 요리 할 줄 모른다며 징징대던 것과 달리, N양에게 자신의 집에 들어와 살면 먹고 싶은 요리를 다 해준다는 얘기도 한다.
상대가 집으로 오라고 한 이유는 정말 술 마시며 고민을 털어 놓기 위해서였고, 요리를 해달라고 한 건 정말 요리를 할 줄 몰라서였으며, 동거에 대한 이야기나 뽀뽀, 포옹 등은 장난이었다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휘두른 일들 중 하나를 N양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연에 나타난 N양의 기세를 보아, 우리는 며칠, 혹은 몇 주 후 그 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자주 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아이돌 그룹과 그들에게 게임을 선물한 팬에 관한 이야기를 보았다. 그 이야기엔 오늘 매뉴얼에서 말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다. 또 다른 아이돌 그룹의 멤버는
이라는 노골적인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N양에게 그 이야기를 찾아서 읽어 보길 권한다. 모성애를 발휘해 게임을 선물했던 팬이, 아이돌 그룹 소속사의 뒤통수 가려운 해명 이후 어떤 글을 트위터에 올렸나를 꼭 확인하길 바란다.
이라는 그 팬의 말. 난 N양이 며칠, 혹은 몇 주 후 저 팬과 똑같은 깨달음(응?)을 얻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난 N양을 걱정하고, N양은 상대를 걱정하는 상황. 제가 상대 걱정 할 테니, N양은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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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이데이 매뉴얼답게 밝고, 희망차며, 씐나는 이야기를 좀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한 달이 넘도록 서로 호감만 가진 채 뜸들이고 있어요."
라는 내용의 사연을 골랐다. 하지만 사연에 포함된 100페이지가 넘는 카톡 대화를 세 번 정독한 결과, 매뉴얼의 제목을 다음과 같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사귈 생각 없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남자의 행동들.
사연을 보낸 N양이 설렌 건 충분히 이해한다.
"고마워. 이 시간까지 나랑 얘기해줘서. 깨어있어 준 것도 고맙고."
라며 챙길 줄 아는 남자에게 흔들리지 않을 솔로부대원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것도 'ㅋㅋㅋㅋ'를 남발하는 대화를 몇 시간 하다가 저런 얘기로 똭! 마무리를 하니, 뭔가 좋은 일을 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느낌도 들며 내일 또 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저게 저 사람에게 "사랑합니다. 고객님."처럼 몸에 익어 있는 립서비스라면 어떨까?
립! 서! 비! 스!
저 말을 립서비스라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 않으며, 믿기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현재 며칠 째 연락이 없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N양은 이 상황을 '밀당'이라 믿고 싶어 한다. N양의 주관적 해설이 담긴 상황설명을 들은 지인들은 "적극적으로 대시해라."라는 강경파와 "좀 더 기다려 봐라."라는 온건파로 나뉘어 있다. 사실 N양이 내게 사연을 보낸 이유도 둘 중 어느 의견에 따라 행동을 해야 하는지 말해달라는 거였는데, 난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것 대신 아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1. 어리광으로 유도하기
연애에 소질이 없는 대원들은 대략 아래와 같은 어리광을 부린다.
"나 밥 사줘~"
"뭐해? 나 심심해~ 놀아줘~"
"뭐해? 나 심심해~ 놀아줘~"
상대가 외로움에 찌들어 있는 상태라면 저 어리광도 먹힌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저런 어리광은 '찌질함'으로 해석되고, 반복될 경우 상대에게 날 선 소리 한 번 들은 뒤 알아서 잠수를 타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프로는 다르다. 그들은 부담의 선을 넘지 않고 어리광을 부린다.
"뭐야~ 나 버리고 그냥 가려고?"
"지금 나 재우는 거지? 나 재우고 뭐하려고~"
"어젠 나 버려두고 가더니, 잘 잔거야?"
"지금 나 재우는 거지? 나 재우고 뭐하려고~"
"어젠 나 버려두고 가더니, 잘 잔거야?"
딱 저 선 까지만 어리광을 부린다. 다음 대화로도 매끈하게 이어지는 어리광이다. 뭐, 반하지 않았기에 저런 절제가 가능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저런 어리광을 사용해 이성과 대화를 하는 남자들은 꽤 많다. 그들은 친분이 있거나, 그냥 사회적인 관계로 만나는 사람에게도 어리광을 부린다. 흑심을 품고 저런 어리광을 부린다기 보다는, 사실 그냥 좀 능청스러운 거다. 그런데 일부 여성대원들은 저 어리광을 관심이나 호감이라고 착각한다. 마음이 없다면 저런 얘기는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N양 역시 그러한 착각을 했다. 그녀는
"영화 보러 누구랑 가는데? 설마, 날 놔두고 다른 남자랑? ㅠ.ㅠ"
이라는 상대의 말을 질투로 해석한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저건 그냥 N양이 알고 지내는 남자가 없다는 걸 재확인하기 위한 질문이거나, "나랑은 영화 언제 보려고?"라는 말을 하기 위한 포석에 가깝다. '질투 역할극'이란 얘기다. 정말 질투심에 불타고 있다면 저런 장난을 칠 여유가 없다.
N양이 '서로 호감을 가진 채 뜸들이며 나눈 이야기'라고 말한 것 중 절반은 상대의 어리광이다. 내가 솔로부대원이고, 현재 심심한 상태고, 그런 와중에 이성과 꾸준히 카톡을 하고 있다면, 별 부담 없이 화장실에 앉아서도 보낼 수 있는 얘기들이다. "뭐야~ 난 주말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나 혼자 노래방 가야겠다. JK김동욱 모창이나 해야지. 미룐한 솨뢍이쥐~ 돱돱한 솨뢍이쥐~" 노래방 갈 약속을 잡는 건 일도 아니다.
2. 애칭으로 유대감 형성하기
'우리'라는 테두리를 만들기 가장 쉬운 방법은 둘 만의 호칭을 만드는 것이다. 이걸 눈치 챈 철학자 알튀세르는 '호명'에 대해 긴 이야기를 했고, 시인 김춘수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노래하지 않았는가.
겸둥이, 꼬마, 잠순이, 고양이 등의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는 대원들이 많을 것이다. 둘만 아는 어떠한 계기로 인해 애칭이 생기고, 그 애칭을 부르면 처음엔 낯설어 하다가도 금방 적응이 된다. 짓궂은 애칭인 경우 상대가 복수하겠다며 이쪽에게도 애칭을 지어주게 되고, 서로가 서로를 애칭으로 부르는 '우리'가 형성되게 된다.
위에서 예로 든 애칭을 보면 알겠지만 전부 귀엽고 사랑스럽다. 상대가 최근 농가에 자주 출몰해 문제가 되는 멧돼지를 닮았다고 해도 '멧돼지'라는 별명은 붙이지 않는다. 그저 '여우'같은 별명을 붙여 줄 뿐이다. 한 지인이 그런 식으로 이성들에게 별명을 지어주며 인기를 누린 적이 있었다. 그 지인은 낙타를 닮았는데, '여우'라고 불린 여성분은 그를 '아지오빠(강아지 오빠)'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난 그들이 동물의 분류를 왜곡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서로에게 애칭을 지어주는 것은 연애를 하는 대부분의 커플들이 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를 '애칭'으로 부르는 게 '연애를 하게 될 징조'라고 생각하진 말길 바란다.
"내 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 너 개
엄마가 부를 때는 꿀돼지, 아빠가 부를 때는 두꺼비, 누나가 부를 때는 왕자님."
엄마가 부를 때는 꿀돼지, 아빠가 부를 때는 두꺼비, 누나가 부를 때는 왕자님."
뭐 이런 동요도 있잖은가. 애칭은 그냥 애칭이다. 난 친한 지인들에게 모두 애칭을 지어줬는데, 그들과 연애를 하려고 애칭을 지어준 건 아니다.('주얼'같은 애칭을 지어줬다가 멀어진 지인도 있긴 하다. 비쥬얼의 약자냐, 쥬얼리의 약자냐 묻기에 '주먹을 부르는 얼굴'의 줄임말이라 설명했더니, 그 지인은 결혼식에 나를 초대하지 않았다. 그녀가 야구 보러 갔다가 옆 사람이 휘두른 팔에 맞은 적 있어서 붙여 준 별명이었는데.) 이성이 애칭으로 부른다고 무작정 사귈 준비를 하진 말길 권한다.
3. 칭찬으로 띄우기와 모성애 자극해 떠보기
N양의 사연에서 이상한 징후를 느낄 수 있는 것은 28페이지 이후부터의 진행이다. 상대의 '칭찬으로 띄우기'가 선을 밟는다. 립서비스에서 떡밥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너 귀여워. 그리고 너만큼 착한 여자 없을 걸. 내가 아는 여자 중 제일 괜찮아."
까지는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이후의 대화에서 "넌 날 어떻게 생각해?"라는 말을 꺼내 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N양이 당황하자 상대는 순발력을 발휘해 '기브 앤 테이크'의 칭찬이었다는 식으로 상황을 정리한다. 그 후에도 상대는 몇 번 '칭찬으로 띄우기'를 한 후 "난 어때?"의 말로 N양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한다.
진짜 문제는 N양의 사연 59페이지부터 시작된다. "나한테 좀 잘 해줘."라든가 "날 설레게 해줘."식의 이야기를 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뽀뽀'나 '포옹'등의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70페이지를 넘어서면서 부터는 상대가 하소연을 시작한다.
상대 - 오늘은 그냥 내 얘기들 다 털어 놓고 싶다.
N양 - 말해요.
상대 - 카톡으로 무슨 말을 해. 그냥 술이나 마셔야지.
N양 - 술 먹지 말고 말해요. 다 들어 줄게요. 지금 어디에요?
상대 - 집이야. 올 수 있어?
N양 - 아, 이따가 친구랑 만나기로 해서요.
상대 - 친구랑 몇 시까지 있을 건데? 끝나고 우리 집으로 올래?
N양 - 친구랑 저녁 먹기로 한 거라서...
상대 - 그럼 친구랑 놀아. 난 그냥 술이나 마셔야지. 젤 독한 걸로.
N양 - 왜 그래요? 흠, 술 얘기 하니까 나도 마시고 싶네.
상대 - 그럼 지금 우리 집으로 와.
N양 - 말해요.
상대 - 카톡으로 무슨 말을 해. 그냥 술이나 마셔야지.
N양 - 술 먹지 말고 말해요. 다 들어 줄게요. 지금 어디에요?
상대 - 집이야. 올 수 있어?
N양 - 아, 이따가 친구랑 만나기로 해서요.
상대 - 친구랑 몇 시까지 있을 건데? 끝나고 우리 집으로 올래?
N양 - 친구랑 저녁 먹기로 한 거라서...
상대 - 그럼 친구랑 놀아. 난 그냥 술이나 마셔야지. 젤 독한 걸로.
N양 - 왜 그래요? 흠, 술 얘기 하니까 나도 마시고 싶네.
상대 - 그럼 지금 우리 집으로 와.
자취를 하고 있는 상대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N양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이려 한다. 인스턴트만 먹는다는 얘기를 하다가 N양에게 집에 와서 요리를 해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88페이지에선 독립하고 싶다는 N양에게 자신의 집에 들어와서 살라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상대는 그간 요리 할 줄 모른다며 징징대던 것과 달리, N양에게 자신의 집에 들어와 살면 먹고 싶은 요리를 다 해준다는 얘기도 한다.
상대가 집으로 오라고 한 이유는 정말 술 마시며 고민을 털어 놓기 위해서였고, 요리를 해달라고 한 건 정말 요리를 할 줄 몰라서였으며, 동거에 대한 이야기나 뽀뽀, 포옹 등은 장난이었다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휘두른 일들 중 하나를 N양이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연에 나타난 N양의 기세를 보아, 우리는 며칠, 혹은 몇 주 후 그 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자주 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아이돌 그룹과 그들에게 게임을 선물한 팬에 관한 이야기를 보았다. 그 이야기엔 오늘 매뉴얼에서 말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다. 또 다른 아이돌 그룹의 멤버는
"디아블로3 한정판 구합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ㅠ"
이라는 노골적인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N양에게 그 이야기를 찾아서 읽어 보길 권한다. 모성애를 발휘해 게임을 선물했던 팬이, 아이돌 그룹 소속사의 뒤통수 가려운 해명 이후 어떤 글을 트위터에 올렸나를 꼭 확인하길 바란다.
"나도 병신이었다. 옘병."
이라는 그 팬의 말. 난 N양이 며칠, 혹은 몇 주 후 저 팬과 똑같은 깨달음(응?)을 얻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난 N양을 걱정하고, N양은 상대를 걱정하는 상황. 제가 상대 걱정 할 테니, N양은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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