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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모태솔로 남자들이 흔히 하는 착각 세 가지

by 무한 2012. 8. 29.
모태솔로 남자들이 흔히 하는 착각 세 가지
여자를 '외국에서 놀러 온 사촌동생'처럼 대하라고 했던 말을 벌써 잊었는가? 겨우 데이트를 하게 되었는데, 사람 몰리는 주말에 예매도 안 한 채 대책 없이 극장에 가고, 가서 몇 관이 어딘지 몰라서 인파속에 헤매고, 영화 보고 나와서 돈가스 먹을 때는 '너는 네 메뉴, 나는 내 메뉴.'를 철저히 지키며 이거 하나 먹어보라는 얘기 안 하다니.

게다가 식당에서 나와선 한참 걷기만 하고, 그러다 갈증을 못 이긴 여자가 음료수 하나 먹자고 이끌고, 그렇게 여자를 집에 돌려보낸 뒤엔 다음 날 또 보고 싶다는 마음에만 이끌려 "학원이 종로3가 ***어학원 맞죠? 몇 시에 끝나요?"라며 몰래 찾아갈 거란 얘기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저 사연을 보낸 대원은 어디가 잘못된 거냐고 묻는데, 그냥 다 잘못된 거다. 저런 데이트를 해 놓고

"극장에서 7관이 어딘지 못 찾을 때,
그녀가 제 팔을 잡아당기면서 저쪽이라고 말했거든요.
호감이 없으면 팔을 잡는 행동은 안 하지 않나요?"



라고 물어봐야 소용없다. 팔이 아니라 멱살을 잡았어도 저렇게 "전 아무 것도 몰라요. 저의 베이비시터가 되어주세요."라는 식의 진행은 상대를 갑갑하게 만든다. 걸으면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좀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남자는 '아 맞아. 남자가 차도 쪽으로 걷는 거라고 했지.'라며 포지션 잡기에 바쁘고, 카톡으로 영화가 어땠다는 감상을 좀 나누고 싶었는데 남자는 "우리 언제 또 만나요? 내일 시간 괜찮아요?"라는 얘기만 하고 있으니 '너는 아웃'이 되는 것 아닌가.

오늘은 '모태솔로남들의 쓸데없는 착각'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1. 정말 훈남이 맞습니까?
 

'잘 생긴 남자'의 반대말은 '훈남'이 아니라 '못 생긴 남자'다. 이걸 좀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훈남'이라고 생각하는 대원들이 너무 많다. 샤워 후 거울을 보면서, 혹은 실루엣만 겨우 보이는 불투명 유리에 자신을 비춰 보면서

'그래도 내 외모가 중간 이상은 가지.'


라는 생각을 하는 건, 세계 거의 모든 남자들이 하는 행동이다. 자신감은 분명 좋은 거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독이 될 수 있다.




▲ 내가 생각한 내 모습, 실제의 내 모습. (출처 - 이미지검색)


이 얘기를 하는 까닭은, 스스로를 훈남이라 생각하며 여자의 친절을 호감으로 오해하거나 시계 본 건데 자기를 보는 줄로 착각하는 대원들 때문이다. 대화 한 번 나누지 않은 상황에서 사연을 보내는 대원들에겐 해 줄 말이 없다.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긴데, 이쪽에서 자꾸 쳐다보니까 저쪽에서도 뭔 일인가 싶어 쳐다보는 거다. 그걸 가지고 혼자 판타지소설을 쓰면 곤란하다.

"제가 사실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얼굴이거든요."


저런 얘기를 하는 대원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헤어디자이너가 농담만 좀 던져도

'아, 내가 저 여자한테는 먹히는 얼굴인가보다.'


라며 '인기남 코스프레'를 하니까 상대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 아닌가. 그래놓고는 여자가 거절하면 어장관리를 했다느니 저울질을 했다느니 하며 화를 내는 건 쓸데없는 짓이다. '훈남, 흔남, 혼남' 같은 단어들 가지고 말장난을 좀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으니 생략하자. 흔남(흔한 남자)이 훈남이라 착각하면 혼남, 뭐 이런식인데 아무튼.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으니 고백을 해야겠다.'거나 '내게 반한 것 같으니 좀 더 반하게 만들어 사귀어야겠다.'고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계속 상대를 떠보려고만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대신 '사귈 거냐, 안 사귈 거냐?'만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대가 정말 훈남이 확실하다면 만나거나 대화를 할 때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기 바란다. 내일 또다시 인사를 하며 말을 걸어야 겨우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관계 말고, '나 지금 핫요가 후유증'이라는 말만 꺼내도 삼십 분짜리 대화가 되는 그런 관계 말이다.


2. 이런 적 처음? 몇 달간 좋아함?


전에도 한 번 얘기했는데,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처음이라거나 몇 달간 상대만을 좋아하는 중이라거나 하는 얘기는 무의미하다. 가끔

"제가 두 달간 그녀만 좋아 했거든요.
소개팅도 마다했고, 저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여자도 있었는데
그것도 무시하고 그녀만 바라봤어요."



따위의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냥 그 '호감을 표시하는 여자'와 만나길 권해주고 싶다. 소개팅이 아까우면 놓치지 말고 소개팅을 하고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렇게 상대와 아무 관련 없는 일들에 대한 보상을 상대에게 받으려 하는 행위가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잘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더 심각한 것은,

"태어나서 누굴 좋아하는 거, 네가 세 번째다."


따위의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다. 그들은 상대와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위와 같은 말을 한다. 덧붙여

"첫 번째는 대학생 때 좋아했던 친군데 ROTC하는 선배랑 사귀었고,
두 번째는 같이 알바 했던 여잔데, 날 어장관리했다.
어장관리를 당하는 걸 알면서도 난 그녀를 좋아했다."



따위의 이야기도 한다. 대체 저 얘기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 말을 들은 상대가 "그간 힘들었구나. 이젠 걱정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 같은 위로의 말이라도 해줄 거라 생각하는 걸까? 저건 마치 휴대폰 매장에 갔는데,

"사실 이 폰이 리퍼폰인데요, 첫 번째 구매자와 두 번째 구매자 모두
단순변심으로 반품한 거예요. 물건에는 아무 이상 없어요."



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다. 그 말을 듣고 '아, 두 번이나 버림받은 가여운 폰이구나. 내가 애정을 가지고 사용해 줘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 아닌가. 상대에게 저런 이야기를 해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는

"이번에도 나 혼자만 좋아하다가 끝나네.
너랑도 인연이 아닌가보다. 잘 지내."



따위의 이야기를 한다. 산 너머 산이다. 지금 만나고 있는 '우리 얘기'를 해야지, 혼자 감정에 젖어 '내 얘기'만 하다가는 산으로 간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저래놓고 나중에 "네가 없으니까 아침에 눈 뜨는 게 전혀 기쁘지가 않네." 따위의 이야기를 하면 차단당하기 딱 좋다는 것도.


3. 호감 종결자


혼자 알아서 종결 할 호감이라면 애초부터 가지지 말기를 권한다. 상대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그 감정을 기반으로 상대와 친해지려 노력해야지, 호감이 있으니 연애를 내 놓으란 태도로 다가가면 어쩌잔 얘긴가. 그러다 상대가 불편하고 부담스럽다고 말하면 펼쳤던 호감을 다시 주섬주섬 챙기고 말이다.

오늘 딱 정하는데,

- 둘이서만 나눈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전했다.
- 상대를 만지려고 했다.
- 의견차이가 있는 부분에서 상대를 정신개조 하려 했다.
- 고백했다 거절당하자 고백이 아닌 척 하려 했다.
- 만나는 것에 목숨을 걸고 졸랐다.



저런 일을 저질렀다면, 그 흙탕물처럼 뿌연 상황이 잔잔해지는데 최소 1년 이상 걸린다는 걸 기억해 두길 바란다. 상대가 이쪽의 이름만 들어도 질색을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뭘 어떻게 만회한단 말인가.

"그녀의 표정을 보니 제게 마음이 없는 게 확실하더군요.
힘들겠지만, 그냥 포기하는 게 낫겠죠? 만회할 방법은 없는 거겠죠?"



경험이 없으니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수를 뭐 하나로 쉽게 만회할 수 있다는 착각은 하지 말길 바란다. 이제 안 좋아하겠다고 말하면 상대가 아쉬워 할 거란 착각은 더더욱 하지 말고 말이다. 상대는 신경도 안 쓰는 둘의 관계를 인질로 잡고 혼자 뭐 하는 짓인가.

상대의 말이나 행동이 그대를 아프거나 힘들게 하더라도, 그건 현재의 상황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버티자. 실수를 한 거라면 실수한 부분에 대해 뚜렷하게 말을 하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 된다. 없던 일로 해 달라며 상대에게 징징거리지 말고 말이다. 그 정도의 단단한 복근도 없이 누군가에게 호감을 가졌다간 '갈등이 있어도 무조건 날 이해해줄 여자'만을 찾아 계속해 유랑생활을 하게 된다.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자. 지금처럼 수틀리면 호감을 팽개쳐 버리는 그런 모습은 버리고 말이다.   


여자를 '문제'로 인식한 채 정복하려고 하지 말자. 여자와 마주 앉아 웃으며 햄버거 하나 먹을 수만 있어도 모태솔로는 벗어날 수 있다. '내가 햄버거 먹는 모습이 이상해 보이진 않을까?', '햄버거 먹고 나서 뭐 하지?', '나가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할까?' 따위의 고민 하지 않고 지난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말이다.

남중-남고-공대의 솔로부대 엘리트코스를 밟은 스물아홉의 어느 청년도 얼마 전 첫 연애를 시작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소개해 달라고 사연을 보냈던데, 어떻게 사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사귀면서 놀러다닌 얘기만 잔뜩 써 놔서 소개는 하기가 어렵다. 여하튼 스물아홉에 첫 연애를 하는 대원도 있다는 걸 떠올리며 힘을 내기 바란다.

"전 서른이 넘었는데 아직 모태솔로인데요?"


음, 그러니까, 음, normalog@naver.com 으로 사연을 보내주면, 음, 힘내자!



▲ 오늘 운명의 그녀를 만날지도 모르는데, 그런 모습으로 괜찮겠습니까? 늘 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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