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부단한 여자에게 연애가 힘든 이유는?
착한 여자가 우유부단하다. 착하지 않으면 우유부단하기도 힘들다. 난 여자는 아니지만 두 가지의 경우에 우유부단하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았을 때와 공쥬님(여자친구)과 할 일, 또는 메뉴를 고를 때다. 해 질 무렵 놀이터에 앉아 '난 평소엔 추진력 쩔면서, 왜 저런 경우에 우유부단한가?'를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꼬마들이 다가와 말했다.
나무에 걸린 녀석들의 부메랑을 꺼내주느라 생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나저나 나무에 걸린 부메랑에 내 손이 닿지 않아 꼬마들 중 하나를 목마 태워야 했는데, 한 여자아이가 자꾸 "저 태워줘요. 저요. 저요. 제가 탈래요. 넌 비켜. 내가 더 가벼워. 저요."라고 하는 까닭에 그 아이를 목마 태웠다. 주변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그 모습을 보곤 내 발목과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당시 내 발에 있던 건 전자발찌가 아니라 자전거 탈 때 바지가 체인에 걸리지 말라고 채우는 발목밴드였다고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다.
월요일의 진통제가 되어 줄 힘센 아저씨의 힘찬 매뉴얼, 출발해 보자.
제 때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한 가지가 다른 가지의 성장을 방해 할 수 있으며, 가지가 많아져 잎이 무성해진 만큼 가뭄이 들었을 때는 나무 전체가 빨리 마르게 된다. 통풍과 병충해 예방 등의 이유도 있긴 하지만 원예 매뉴얼이 아니니 그건 생략하자.
여섯 살 차이가 나는 소개팅남을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지만, 사람 일 모르는 거니 한 번 만나라도 보자.'라는 생각으로 만난 후, 상대에게 호감이 전혀 가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 사실을 명확히 상대에게 전달한다. 그런데 우유부단한 여자는 거기서 망설임을 시작한다.
이쪽에서 그래도 근근히 답을 주니 상대는 애가 타서 더 들이댄다. 그러면 또 우유부단한 여자는 '아니, 이 시간에 무슨 통화 가능하냐고 물어. 느끼하고 짜증나.'라며 속으로만 화를 낸다. 이런 상황까지 왔다 하더라도 보통의 여자들은 '잠수'나 '주선자를 통한 거절의사 표시'를 사용해 관계를 정리할 텐데, 우유부단한 여자는 황당하게도 다음 날 상대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
여기서부터는 '어장관리'의 영역에 속한다. 주선자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랬다는 둥 운운 해봐야 혐의를 벗을 수 없다. 집까지 5분 거리든 5시간 거리든, 술을 마시고 운전했으면 음주운전인 것과 마찬가지다. 위의 사연을 보낸 여성대원은 며칠 정도 시간을 더 끌다가, 결국 주선자에게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며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했다. 그 말을 들은 주선자는 상대와 통화를 한 후 다시 여성대원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노멀로그 독자가 보낸 사연이니 나도 편을 들어주고 싶긴 한데, 지금 여기서 우리가 저 두 사람을 '어이없는 사람'으로 만들며 질겅질겅 씹어봐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연을 보낸 대원이 받게 된다. 앞으로도 제 때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 부담스러운 잎들이 무성해 지면, 거기에 엮인 사람들까지 뿌리 째 뽑아내야 하는 일들이 반복될 테니 말이다. 토닥토닥 못 해줘서 미안한 마음을 좀 알아주기 바라며, 앞으로는 '사람 알아가는 것'을 '또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에 한해서 하도록 하자.
최근 동생이 어느 지역축제의 주제가 작곡을 맡게 되어 내가 가사를 써준 일이 있다. 축제의 담당자는 동생에게 "특별한 요구사항은 없고, 밝고 신나는 분위기의 노래로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동생은 밴드반주가 들어간 축제음악을 만들었고, 난 여느 축제의 주제가가 그렇듯 해당 지역의 소개약간, 분위기를 띄우는 구호 약간을 섞어 가사를 썼다. 녹음까지 마친 후 담당자에게 노래를 보냈다. 그런데 담당자는 이런 얘기를 했다.
같은 구절이 여러 번 반복되는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더 단순하게 써 달라는 주문에 좀 난감했다. 그래도 뭐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수밖에 방법이 없으니 가사를 더 줄였다. 후렴을 제외한 1절이 48자 밖에 되지 않았다. 거의 응원가 수준이었지만, 그런 노래를 원하는 것 같아 아무튼 담당자에게 곡을 보냈다. 담당자는
라고 말했다. 가사를 써서 보내니 이번엔 또 음악이 마음에 안 든 다는 것이었다. 동생이 만든 노래는 '락'이었는데, 담당자가 원하는 것은 원더걸스의 <Tell me> 같은 뿅뿅 사운드였다. 애초에 그렇게 말했으면 될 것을, 동생이 어떤 풍의 노래가 좋겠냐고 물어볼 땐 다 괜찮다고 해 놓고, 만들고 나니 요구사항을 하나 둘 내 놓는 담당자 때문에 확 짜증이 났다.
우유부단한 여성대원들이 위의 축제 담당자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뭔가를 결정하는 순간에는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나중이 되어서야 불만을 하나 둘 꺼내놓는 것이다. 데이트가 불만족스러웠던 한 여성대원은 이런 얘기를 했다.
저 사연을 보낸 여성대원에게는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네 번 있었다. 상대가 술 마시는 거 괜찮냐고 물었을 때 한 번, 저 막걸리집 유명한데 막걸리 한 잔 어떠냐고 물었을 때 두 번, 안주로 뭐 먹고 싶냐고 물었을 때 세 번, 다 먹고 난 후 자판기 커피 마실 거냐고 물었을 때 네 번. 그런데 그녀는 그 순간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고, 결국
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달달한 케이크에 커피 한 잔이 땡긴다든가, 생선을 잘 못 먹으니 안주를 파전으로 하자든가 하는 한 마디만 했어도 그녀가 원하는 데이트에 가까웠을 것이다. 상대가 이끄는 대로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 두 사람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 것이 배려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면 행여 상대가 실망하거나 상처받을까봐 가만히 있다가는 위에서 말한 '난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가?'의 상황에 처하게 되고, 말로 하기 복잡한 그 실망감은 상대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두 사람 모두 패배한 느낌으로 집에 돌아가게 된다. "뭐 먹고 싶으세요?"라는 말에, "국물 있는 거요." 또는 "매콤한 거요."라고 힌트라도 제공할 줄 아는 센스를 보여주자.
지금까지 살펴본 것이 '착한여자 되려다가 나쁜여자로 오해받기'와 '상처주지 않으려 뒤만 따르다 의도치 않은 치명상 입히기'였다면, 이번에 할 얘기는 '책임지지 않으려 유보만 하다 주름살과 흰머리 득템하기'에 관한 것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약간의 우유부단함은 남자의 '추격본능'을 자극한다. 여자는 그저 상처가 될까봐 거절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남자는 그걸 '사귈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로 오해하곤 계속해서 들이대는 것이다. 고지가 바로 저기인 듯한 느낌에 남자는 더욱 열정을 불태우고, 여자는 그 상황이 짜증나는 듯 이야기하면서도 약간은 상대의 대시를 즐긴다.
저건 사실 '인기'라고 말하기가 좀 어렵다. 굳이 비유하자면, 인터넷 쇼핑몰의 가격이 잘못 올라온 상품과 비슷하다고 할까. 90만원이 정상가인 노트북이 9만원에 올라온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는데, 이쪽에선 가격이 잘못 올라온 거라고 고지를 하지 않은 채 계속 '입금 확인 중' 표시만 띄워 놓고 있는 거다.
위와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K양(35세, 사무직)의 경우다. 그녀는 자신이 소싯적 인기가 많았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사는데, 그 증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무 영양가 없는 인기뿐이다. 전혀 사귈 마음이 들지 않는 남자가 꽃다발을 준 적 있는 것은,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홍보용 부채를 받은 것과 비슷한 일이다. 홍보용 부채를 받았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녀는 그걸 '인기'라고 생각하며 눈을 높였고, 그 사람들을 두고 고민까지 했다. A에게 부족한 것이 B에게 있는데, B에게 부족한 것은 또 C에게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 중 한 사람과 깊은 대화만 나눴어도 그녀는 남자사람과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지 알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저 가지치기가 안 되어 난장판이 된 그 상황에서 왕자님이 나타나 자신을 구해줄 거라는 꿈만 꾸고 있었다. 죄다 뿌리까지 뽑혀 나가 더 이상 그녀에게 진지한 만남을 응해오는 남자가 없어지자, 이제 그녀는 나이 많은 여자는 쉬울 거라 생각하는 꼬꼬마들에게 휘둘리는 것으로 현 상황을 부정하려 노력 중이다.
선택에 대한 책임이 부담되어 계속 유보했던 것인데, 나중엔 그 유보했던 만큼의 책임까지도 자신이 떠안게 되는 비참한 일이 벌어진다. 진지함 없이 그저 들이대기만 하는 꼬꼬마에게 따끔한 얘기를 한 번 해 주어야겠다는 골드미스들의 사연을, 난 더는 받고 싶지가 않다. 버스가 목적지까지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환승하는 방법도 있으니, 정류장에서 시간만 보내지 말고 목적지 부근으로 앉아서 갈 수 있는 버스가 왔을 때 탑승하길 권한다. 다급한 게 아니라면 서서가야 하는 버스는 보내는 게 맞다. 전혀 다른 곳으로 가면서 공짜로 태워주겠다는 버스도 보내는 게 맞고 말이다.
배가 아파 내과에 갔는데, 병원에 사람이 너무 많아 간호사가 "급하지 않으신 분들은 좀 나중에 와 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대가 건강염려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그 얘기를 들은 거라면 발걸음을 돌리는 게 맞다. 하지만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배가 아픈데 '그래,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이 있겠지.'라며 병원을 나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남의 눈치를 보다가, 아니면 기다렸다가 큰 병이 아닌데 왜 돌아가지 않았냐고 한 소리 들을까봐 지레 겁먹어 발걸음을 돌리는 대원들. 이젠 스스로를 먼저 더 존중하길 권한다.
올 봄 벚꽃놀이를 남의 얘기인 것처럼 그냥 보냈다면, "다 죽었어. 단풍놀이는 내꺼야!"라는 기분으로 단풍놀이 준비를 해 보자. 슬슬 전어 철도 돌아오고 있으니, 전어 먹으며 친해져 단풍놀이 같이 갔다가 함께 첫 눈 맞으며 숨 한 번 돌리고, 행복한 크리스마스에 기뻐하면 된다. 갈팡질팡 그만하고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아니한가? 행여 중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힘센 무한씨에게 normalog@naver.com 로 사연을 보내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좋지 아니한가?
▲ "고맙지만 사양합니다. 마음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라는 말을 할 줄 아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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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여자가 우유부단하다. 착하지 않으면 우유부단하기도 힘들다. 난 여자는 아니지만 두 가지의 경우에 우유부단하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았을 때와 공쥬님(여자친구)과 할 일, 또는 메뉴를 고를 때다. 해 질 무렵 놀이터에 앉아 '난 평소엔 추진력 쩔면서, 왜 저런 경우에 우유부단한가?'를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꼬마들이 다가와 말했다.
"아저씨, 저기 부메랑 좀 꺼내주세요."
나무에 걸린 녀석들의 부메랑을 꺼내주느라 생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나저나 나무에 걸린 부메랑에 내 손이 닿지 않아 꼬마들 중 하나를 목마 태워야 했는데, 한 여자아이가 자꾸 "저 태워줘요. 저요. 저요. 제가 탈래요. 넌 비켜. 내가 더 가벼워. 저요."라고 하는 까닭에 그 아이를 목마 태웠다. 주변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그 모습을 보곤 내 발목과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당시 내 발에 있던 건 전자발찌가 아니라 자전거 탈 때 바지가 체인에 걸리지 말라고 채우는 발목밴드였다고 이 자리를 빌려 말하고 싶다.
"우와. 저 아저씨 힘 짱 쎄."
월요일의 진통제가 되어 줄 힘센 아저씨의 힘찬 매뉴얼, 출발해 보자.
1. 가지치기를 안 하니 나무가 엉망으로 자란다
제 때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한 가지가 다른 가지의 성장을 방해 할 수 있으며, 가지가 많아져 잎이 무성해진 만큼 가뭄이 들었을 때는 나무 전체가 빨리 마르게 된다. 통풍과 병충해 예방 등의 이유도 있긴 하지만 원예 매뉴얼이 아니니 그건 생략하자.
여섯 살 차이가 나는 소개팅남을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나지만, 사람 일 모르는 거니 한 번 만나라도 보자.'라는 생각으로 만난 후, 상대에게 호감이 전혀 가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 사실을 명확히 상대에게 전달한다. 그런데 우유부단한 여자는 거기서 망설임을 시작한다.
'난 마음에 안 드는데, 저 사람은 계속 톡을 보내네."
'그냥 편한 오빠동생 사이로 지내자고 할까?'
'주선자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할까?'
'그냥 편한 오빠동생 사이로 지내자고 할까?'
'주선자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할까?'
이쪽에서 그래도 근근히 답을 주니 상대는 애가 타서 더 들이댄다. 그러면 또 우유부단한 여자는 '아니, 이 시간에 무슨 통화 가능하냐고 물어. 느끼하고 짜증나.'라며 속으로만 화를 낸다. 이런 상황까지 왔다 하더라도 보통의 여자들은 '잠수'나 '주선자를 통한 거절의사 표시'를 사용해 관계를 정리할 텐데, 우유부단한 여자는 황당하게도 다음 날 상대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톡 확인만 하고 바로 잠들어 버렸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여기서부터는 '어장관리'의 영역에 속한다. 주선자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랬다는 둥 운운 해봐야 혐의를 벗을 수 없다. 집까지 5분 거리든 5시간 거리든, 술을 마시고 운전했으면 음주운전인 것과 마찬가지다. 위의 사연을 보낸 여성대원은 며칠 정도 시간을 더 끌다가, 결국 주선자에게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며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했다. 그 말을 들은 주선자는 상대와 통화를 한 후 다시 여성대원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그런 거면 진작 그 사람한테 말해주지 그랬어?
걘 너랑 연락도 잘 주고받았는데 갑자기 왜 마음이 변한 건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나중에 축구장 가자고 약속도 잡아 놨었다며? 약속은 왜 잡은 거야?"
걘 너랑 연락도 잘 주고받았는데 갑자기 왜 마음이 변한 건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나중에 축구장 가자고 약속도 잡아 놨었다며? 약속은 왜 잡은 거야?"
노멀로그 독자가 보낸 사연이니 나도 편을 들어주고 싶긴 한데, 지금 여기서 우리가 저 두 사람을 '어이없는 사람'으로 만들며 질겅질겅 씹어봐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연을 보낸 대원이 받게 된다. 앞으로도 제 때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 부담스러운 잎들이 무성해 지면, 거기에 엮인 사람들까지 뿌리 째 뽑아내야 하는 일들이 반복될 테니 말이다. 토닥토닥 못 해줘서 미안한 마음을 좀 알아주기 바라며, 앞으로는 '사람 알아가는 것'을 '또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에 한해서 하도록 하자.
2. 싫다고 말했으면 더 나앗을 것을
최근 동생이 어느 지역축제의 주제가 작곡을 맡게 되어 내가 가사를 써준 일이 있다. 축제의 담당자는 동생에게 "특별한 요구사항은 없고, 밝고 신나는 분위기의 노래로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동생은 밴드반주가 들어간 축제음악을 만들었고, 난 여느 축제의 주제가가 그렇듯 해당 지역의 소개약간, 분위기를 띄우는 구호 약간을 섞어 가사를 썼다. 녹음까지 마친 후 담당자에게 노래를 보냈다. 그런데 담당자는 이런 얘기를 했다.
"가사가, 좀 더 쉬웠으면 좋겠어요. 따라 부르기 쉽게. 단순하게."
같은 구절이 여러 번 반복되는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더 단순하게 써 달라는 주문에 좀 난감했다. 그래도 뭐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수밖에 방법이 없으니 가사를 더 줄였다. 후렴을 제외한 1절이 48자 밖에 되지 않았다. 거의 응원가 수준이었지만, 그런 노래를 원하는 것 같아 아무튼 담당자에게 곡을 보냈다. 담당자는
"음, 좀 더 반복적으로, 중독성 있는 노래면 좋겠는데요."
라고 말했다. 가사를 써서 보내니 이번엔 또 음악이 마음에 안 든 다는 것이었다. 동생이 만든 노래는 '락'이었는데, 담당자가 원하는 것은 원더걸스의 <Tell me> 같은 뿅뿅 사운드였다. 애초에 그렇게 말했으면 될 것을, 동생이 어떤 풍의 노래가 좋겠냐고 물어볼 땐 다 괜찮다고 해 놓고, 만들고 나니 요구사항을 하나 둘 내 놓는 담당자 때문에 확 짜증이 났다.
우유부단한 여성대원들이 위의 축제 담당자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뭔가를 결정하는 순간에는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나중이 되어서야 불만을 하나 둘 꺼내놓는 것이다. 데이트가 불만족스러웠던 한 여성대원은 이런 얘기를 했다.
"전 분위기 있는 곳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무슨 괴상한 막걸리 집으로 데려가더라고요. 완전 칙칙한 곳으로.
제가 생선은 비려서 잘 먹지 못하는데, 그 사람은 안주로 생선구이를 시키고…
왜 안 먹냐고 몇 번 묻더니, 혼자 다 먹어 놓고는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권하고.
에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마음 가라 앉히려고 창밖을 보고 있으니까,
왜 말이 없냐고 자꾸 물어보고. 힘들었어요."
무슨 괴상한 막걸리 집으로 데려가더라고요. 완전 칙칙한 곳으로.
제가 생선은 비려서 잘 먹지 못하는데, 그 사람은 안주로 생선구이를 시키고…
왜 안 먹냐고 몇 번 묻더니, 혼자 다 먹어 놓고는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권하고.
에휴.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마음 가라 앉히려고 창밖을 보고 있으니까,
왜 말이 없냐고 자꾸 물어보고. 힘들었어요."
저 사연을 보낸 여성대원에게는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네 번 있었다. 상대가 술 마시는 거 괜찮냐고 물었을 때 한 번, 저 막걸리집 유명한데 막걸리 한 잔 어떠냐고 물었을 때 두 번, 안주로 뭐 먹고 싶냐고 물었을 때 세 번, 다 먹고 난 후 자판기 커피 마실 거냐고 물었을 때 네 번. 그런데 그녀는 그 순간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고, 결국
'난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가?'
의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달달한 케이크에 커피 한 잔이 땡긴다든가, 생선을 잘 못 먹으니 안주를 파전으로 하자든가 하는 한 마디만 했어도 그녀가 원하는 데이트에 가까웠을 것이다. 상대가 이끄는 대로 무작정 따라가는 것은 배려가 아니다. 두 사람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 것이 배려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면 행여 상대가 실망하거나 상처받을까봐 가만히 있다가는 위에서 말한 '난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가?'의 상황에 처하게 되고, 말로 하기 복잡한 그 실망감은 상대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두 사람 모두 패배한 느낌으로 집에 돌아가게 된다. "뭐 먹고 싶으세요?"라는 말에, "국물 있는 거요." 또는 "매콤한 거요."라고 힌트라도 제공할 줄 아는 센스를 보여주자.
3. 고민하다가 결국 버스는 떠나고
지금까지 살펴본 것이 '착한여자 되려다가 나쁜여자로 오해받기'와 '상처주지 않으려 뒤만 따르다 의도치 않은 치명상 입히기'였다면, 이번에 할 얘기는 '책임지지 않으려 유보만 하다 주름살과 흰머리 득템하기'에 관한 것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약간의 우유부단함은 남자의 '추격본능'을 자극한다. 여자는 그저 상처가 될까봐 거절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남자는 그걸 '사귈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로 오해하곤 계속해서 들이대는 것이다. 고지가 바로 저기인 듯한 느낌에 남자는 더욱 열정을 불태우고, 여자는 그 상황이 짜증나는 듯 이야기하면서도 약간은 상대의 대시를 즐긴다.
저건 사실 '인기'라고 말하기가 좀 어렵다. 굳이 비유하자면, 인터넷 쇼핑몰의 가격이 잘못 올라온 상품과 비슷하다고 할까. 90만원이 정상가인 노트북이 9만원에 올라온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는데, 이쪽에선 가격이 잘못 올라온 거라고 고지를 하지 않은 채 계속 '입금 확인 중' 표시만 띄워 놓고 있는 거다.
위와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K양(35세, 사무직)의 경우다. 그녀는 자신이 소싯적 인기가 많았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사는데, 그 증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무 영양가 없는 인기뿐이다. 전혀 사귈 마음이 들지 않는 남자가 꽃다발을 준 적 있는 것은,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홍보용 부채를 받은 것과 비슷한 일이다. 홍보용 부채를 받았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녀는 그걸 '인기'라고 생각하며 눈을 높였고, 그 사람들을 두고 고민까지 했다. A에게 부족한 것이 B에게 있는데, B에게 부족한 것은 또 C에게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 중 한 사람과 깊은 대화만 나눴어도 그녀는 남자사람과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는지 알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저 가지치기가 안 되어 난장판이 된 그 상황에서 왕자님이 나타나 자신을 구해줄 거라는 꿈만 꾸고 있었다. 죄다 뿌리까지 뽑혀 나가 더 이상 그녀에게 진지한 만남을 응해오는 남자가 없어지자, 이제 그녀는 나이 많은 여자는 쉬울 거라 생각하는 꼬꼬마들에게 휘둘리는 것으로 현 상황을 부정하려 노력 중이다.
선택에 대한 책임이 부담되어 계속 유보했던 것인데, 나중엔 그 유보했던 만큼의 책임까지도 자신이 떠안게 되는 비참한 일이 벌어진다. 진지함 없이 그저 들이대기만 하는 꼬꼬마에게 따끔한 얘기를 한 번 해 주어야겠다는 골드미스들의 사연을, 난 더는 받고 싶지가 않다. 버스가 목적지까지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환승하는 방법도 있으니, 정류장에서 시간만 보내지 말고 목적지 부근으로 앉아서 갈 수 있는 버스가 왔을 때 탑승하길 권한다. 다급한 게 아니라면 서서가야 하는 버스는 보내는 게 맞다. 전혀 다른 곳으로 가면서 공짜로 태워주겠다는 버스도 보내는 게 맞고 말이다.
배가 아파 내과에 갔는데, 병원에 사람이 너무 많아 간호사가 "급하지 않으신 분들은 좀 나중에 와 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대가 건강염려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그 얘기를 들은 거라면 발걸음을 돌리는 게 맞다. 하지만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로 배가 아픈데 '그래, 나보다 더 아픈 사람이 있겠지.'라며 병원을 나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남의 눈치를 보다가, 아니면 기다렸다가 큰 병이 아닌데 왜 돌아가지 않았냐고 한 소리 들을까봐 지레 겁먹어 발걸음을 돌리는 대원들. 이젠 스스로를 먼저 더 존중하길 권한다.
올 봄 벚꽃놀이를 남의 얘기인 것처럼 그냥 보냈다면, "다 죽었어. 단풍놀이는 내꺼야!"라는 기분으로 단풍놀이 준비를 해 보자. 슬슬 전어 철도 돌아오고 있으니, 전어 먹으며 친해져 단풍놀이 같이 갔다가 함께 첫 눈 맞으며 숨 한 번 돌리고, 행복한 크리스마스에 기뻐하면 된다. 갈팡질팡 그만하고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아니한가? 행여 중간에 문제가 발생하면 힘센 무한씨에게 normalog@naver.com 로 사연을 보내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좋지 아니한가?
▲ "고맙지만 사양합니다. 마음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라는 말을 할 줄 아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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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예감한 여자가 해야 할 것들
늘 짧은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세 가지 이유
나이가 들수록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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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는 남자,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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