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남자에게 '과분한 여자'라는 말을 듣는 여자, 왜?

by 무한 2012. 8. 31.
남자에게 '과분한 여자'라는 말을 듣는 여자, 왜?
이것부터 바로잡고 가자. "넌 나에게 과분한 여자야."라는 말은 "내가 부족한 남자야."라는 말이 아니다. 저 얘기와 함께 이별통보를 받은 거의 대부분의 여성대원들이 상대가 스스로를 부족하게 생각한다고 착각하는데, 그런 경우는 드물다. 과분한 여자란 그저 여수엑스포 돈가스 같은 여자다.




▲ 여수엑스포의 만이천원짜리 돈가스. (출처 - 이미지검색)


"이 정도 가격의 돈가스를 사먹기 벅찬 내 경제력이 한심스러워." 보다는 "바가지네. 5000원에 무한리필 해 주는 곳도 있는데."라는 느낌에 가깝다는 얘기다.

"정말 사랑하니까 보내는 경우도 있잖아요.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으니까, 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라고."



물론 그런 경우도 있긴 하다. '과분한 여자'라는 얘기를 들은 대원들은 거의 모두 상대에게 그런 식의 이야기를 들었고 말이다. 하지만 어쨌든 두 이야기 모두 "나는 여기서 더 노력할 생각이나 능력, 열정이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중 열에 아홉은 '능력'이 아닌 '생각'이나 '열정'의 없음과 관련된 얘기고 말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남자를 나쁘게 몰아선 곤란하다. 그가 그대에게 타협이나 조율의 가능성을 보았다면 포기선언 대신 그대를 설득하거나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으며 이해를 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 사실 이러이러한 사람이야."라는 이야기를 꺼낼 수 없을 만큼 그대에게 겁을 먹었거나, 그대의 압박으로 궁지에 몰렸거나, 그대가 이해해 줄 사람이 아니란 판단이 섰기에 결국 "넌 나에게 과분한 여자야." 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오늘은 그 숨 막히는 관계를 만들었던 여성대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1. 재능교육을 못 받은 여자


언젠가 DSLR 카메라에 큰 렌즈를 물려 목에 건 채 산을 오른 적이 있다. 입구에서 파전과 번데기를 사 먹을 때만 해도 난 정상에 올라 멋진 풍경사진을 담을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계단길이 시작되고, 내 대퇴근과 척추기립근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인식시키려 서서히 부풀어 오를 때쯤 카메라를 건 목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계단길을 다 오른 뒤 좁고 가파른 산길을 걸을 때쯤엔 목의 통증이 더 심해졌다.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오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 스트랩을 손에 감아쥐기도 했는데, 무겁고 불편한 건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가졌던 풍경사진에 대한 설렘은 사라지고 카메라를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수분을 보충한다며 가방에 챙겨온 오이, 배, 생수와 함께 말이다.

자기의 일을 스스로 하지 못하고 늘 기대기만 하는 여자는 저 카메라와 같다. 처음에야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며 보살핌을 받을 수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는 남자에게 '짐'이 되어 버린다. 그 시나리오대로 상대에게 짐이 되어 '과분한 여자'라는 얘기를 들은 한 대원은 사연에 이렇게 썼다.

"전 그냥 오빠가 제게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을 뿐이에요."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이십대 후반에 운전면허 갱신하러 혼자 못 가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거다. 병원을 혼자 못 가는 것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게다가 상대가 집에서 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당연히 그 시간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같이 갈 생각을 못 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그걸 두고 "지나가는 말로도 같이 가준다는 얘기는 안 하네?"라며 남자친구에게 틱틱대고, 그 엉뚱한 빈정상함에 대한 화풀이까지 남자친구가 해주길 바라니, 베이비시터 지망생이 아닌 이상 헤어질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사랑이 식은 듯한 오빠의 태도에 화가 나서 울었어요."


저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 비장의 카드인 '눈물'로 남자의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기만 하는 여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울기 전에 딱 한 가지만 생각해 보길 권한다. 

'난 상대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무엇을 해주고 있나?'


기대고 기대하고 괴롭히고 의심하고 투정부린 것 말고 뭔가 해 준 것이 있긴 한가?

"주변 친구들이나 동생들은 그 오빠 잡지 말라고, 원래 별로였다고 하더라고요."


아니, 저건 또 무슨 피콜로 더듬이 빠는 소린가!


2. 눈높이교육을 못 받은 여자


간디(애완견, 애프리푸들)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검은 푸들을 키우는 부부를 만난 적이 있다. 난 벤치에 앉아 있다가 부부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이야기를 하던 중 내가 간디에게 '앉아'와 '엎드려'를 시키자 부인이 놀라워했다. 그렇게 말을 잘 알아듣는 강아지는 처음 봤다는 거였다. 난 칭찬에 좀 우쭐해지기도 하고 해서 '손', '빵', '터치', '돌아' 등을 더 보여줬다. 그 모습을 본 부인은 자기 강아지에게도 같은 단어를 외쳤지만 검은 푸들은 간디의 똥꼬냄새에만 관심을 보였다.

"쟨 멍청해서 저런 거 못해."


날뛰기만 하는 검은 푸들을 보며 남편이 한 말이다. 난 저 말을

"가르친 적이 없어서 저런 거 못해."


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디와 내가 단어를 사용해 약속을 하기 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기다려'는 좀 쉬웠지만, '터치'나 '빵' 등은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쳐야 했다. 간디가 '손'과 '터치'의 구별에 어려움을 겪었고, '빵'을 했을 때 잠시만 죽은 척을 하고 벌떡 일어섰기 때문이다. '돌아' 같은 건 간디가 반가움을 표시하며 돌 때마다 '돌아'를 외치며 자연히 익히도록 했다. 애견 훈련방법에 대한 매뉴얼이 아니니 이 얘기는 이쯤하고.

모든 갈등의 책임을 상대에게 몰아가는 여자들이 있다. 한 사연을 보자. 고시를 준비하던 남자가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는 적은 나이도 아닌데 불합격한 까닭에 미래와 직장과 돈 등에 대한 고민으로 질식할 것 같았다. 그런데 여자친구는

"어쨌든 시험 끝났으니까 이제 우리 놀자."


라며 신이 나 있다. 남자는 좀 쉬고 싶다고 말한다. 여자친구는 그 말에 기분이 상해 섭섭한 티를 내다가 결국 둘은 싸우게 된다. 그러다가

"연애를 하면서 우리가 제대로 한 게 뭐 있어?
오빠 공부한다고 놀러도 제대로 못 가고,
남들은 어디 펜션도 가고 맛집도 가고 그러는데 우린 이게 뭐야?"



라는 말을 했다. 그 이전까지의 둘의 이야기를 보면 남자가 양보한 것도 많고, 신경쓴 것도 많은데 그런 건 다 생략하고 여자친구는 '우리의 연애는 총체적으로 실패'라고 선언했다. 화가 나서 한 말이겠지만, 저 말을 듣는 남자친구는 '이건 내 힘으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이라는 판단을 할 뿐이다. 그래서 결국 "그냥 다른 사람 만나. 나한테 넌 과분하다. 나 들어간다."라며 이별통보를 했다.

연애가 행복하지 않는 것이 모두 상대 때문인 것 같거든 저렇게 궁지로 몰지 말고 그냥 먼저 이별을 통보하기 바란다. 그게 '내 감정, 내 기분'을 내세우느라 상대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대의 멘탈을 부수는 것보다 백 배는 낫다. 위에서 얘기했던 '검은 푸들'의 아저씨는 녀석이 명령을 알아듣지 못하자 멍청하다며 녀석의 머리를 쥐어박던데, 그런 모습의 연애는 하지 말길 바란다.


3. 씽크빅교육을 못 받은 여자


등을 보이는 횟수가 많아지면 부르지 않아도 이별은 찾아온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에 등을 돌리면 상대에겐 갈등에 대한 내성이 생기게 되고, 갈등은 아프기 보단 지겹고 귀찮은 일이 되어 버린다. 믿기 어렵다면 남자친구와 싸우다가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가 보기 바란다. 한두 번은 잡을 것이고 서너 번은 미안하다며 다시 다가오겠지만, 그 이후엔

'아 나도 몰라. 될 대로 되라.'
'그냥 혼자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남자친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길고 넓은 큰 생각을 하지 못하는 여자들이 저런 모습을 보인다.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일을, 그 순간에 몰두한 까닭에 극단까지 몰고 가는 것이다.

"내가 화요일에 원피스 입었었는데,
그걸 기억 못 하고 나한테 지금 원피스도 입어 보라고 한 거지?"



저 말을 시작으로 다투다 헤어진 커플도 있었다. 남자가 사과를 해서 중간에 끝내려 노력했지만, 여자는 '관심의 부재'와 관련된 지난 이야기들을 꺼냄과 동시에 남자의 사과를 '변명'이라 말했다. 그러고는 '원인제공은 네가 했으니, 너는 막말을 들어도 싸다.'며 화풀이를 했다. 그걸로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여자는 데이트고 뭐고 됐다며 집으로 돌아가 전화기를 꺼 두었다. 그 커플에게 그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

밖에서 사람들과 시비가 자주 붙는 남친을 '시한폭탄' 같다고 했던 것을 기억하는가? 언제 사건 사고를 벌일지 몰라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만나야 하는 그런 남자친구. 언제 꼬투리를 잡아 극단까지 몰고 갈지 모르는 여자 역시 '시한폭탄'이다. 그 감정을 일반적인 말로 표현하자면

"네 그 성격까지 다 이해해 줄 사람 만나서 연애해라. 나에게 넌 부담스럽다."


정도가 될 것이고, 필터링을 한 번 거쳐 부드럽게 표현하자면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 나에게 넌 과분해."


정도가 되겠다. "그냥 남자친구가 다가와서 안아주며 미안하다고만 했어도 풀릴 거였다."라고 말하는 여성대원들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런 여자사람일수록 누군가 극단으로 치닫거나 자신에게 등을 돌리는 걸 못 견뎌 하니 말이다. 남자친구가 그대의 행동을 똑같이 했다면, 그대는 저주의 말을 퍼부으며 따귀라도 올려붙였을 거라는 데 내 카메라 방수팩을 건다.


사실 간단한 문제다. 그대에게 벤츠를 한 대 준다고 하는데 그 차는 자신에게 너무 과분하다고 말할 것 같은가? 그 차를 계속 타고 다녀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는데 유지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거나, 벤츠를 받는 대신 상대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데 그걸 들어주기 어려울 때 '과분하다'고 할 것이다.

"제가 너무 때 묻지 않아서 자신에게 과분하다고 하는 남자는요?
자긴 제가 생각하는 그런 깨끗한 남자가 아니라며 헤어지자는데요?"



꼭 그 사람을 잡아야겠다면 "저 사실 반전 있는 여자에요. 더러운 여자라구요!"라며 잡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변태적인 취향이 있는 게 아니라면 스스로를 때 묻었다고 말하는 남자는 목욕탕에나 가게 놔두길 권한다. 찜질방 할인권 정도 쥐어주며 보내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자 그럼, 팔월의 마지막 후라이데이 하얗게 불태우시길!



▲ 팔월의 마지막 후라이데이에 행복한 일이 일어나길 원하시는 분은 추천! 추천은 무료!




<연관글>

이별을 예감한 여자가 해야 할 것들
늘 짧은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세 가지 이유
나이가 들수록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기 없는 여자들이 겪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
예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는 남자, 왜 그럴까?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