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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잘 사귀고 있다가 갑자기 헤어지자는 남친, 이유는?

by 무한 2012. 9. 6.
잘 사귀고 있다가 갑자기 헤어지자는 남친, 이유는?
몇 년 전, 집에 있던 책장이 무너진 적이 있다. 난 책상에 앉아 가만히 글을 쓰고 있는데 등 뒤 쪽에서 콰직, 우루루- 소리가 들리더니 책들이 쏟아져 내렸다. 말 그대로 '갑자기' 책장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특가(원목책장 가격의 1/10 정도)로 파는 책장이었는데, 가격만큼이나 만듦새도 저렴했는지 선반을 지탱하고 있던 부분이 부서져 있었다. 

책을 꽂거나 빼던 중이라든가, 선반을 짚고 뭔가를 하다가 무너져 내렸으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손가락 하나 대지 않은 상황에서 책장이 무너져 적잖이 놀랐다. 남자친구와 잘 사귀고 있던 중에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대원들도 그럴 것이다. 고질적인 갈등이 있었거나, 싸우던 중 그런 얘기를 들었다면 이해하기 쉬울 텐데, 어젯밤 까지도 잘 자라는 문자를 주고받은 상황에서 오늘 아침 갑자기 이별통보를 받으니 정신줄을 붙잡고 있기 어려워진다.

그런 멘탈붕괴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고 하는 대원들을 위해, 오늘은 갑작스런 이별통보를 한 남자친구의 속마음을 좀 들여다볼까 한다. 이해하기 쉽도록 위에서 말한 '책장'을 주제로 풀어갈 예정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길 바란다. 출발해 보자.


1. 보이지 않는 위험


한 쪽만 계속 다른 쪽에 맞춰가야 하는 관계는, 과적이다. 다이나믹 듀오의 <죽일 놈>에 그런 두 사람의 관계가 잘 드러나 있다. 화자의 푸념을 들어보자.

내가 죽일 놈이지 뭐 우리가 어긋날 때면
전부 내 탓 이지 뭐 마치 죄인인 것처럼
난 한 걸음 물러서서 아무 말도 안 해
완벽한 너한테 난 항상 부족한 사람인 걸



싸움까지 가지 않더라도, 여자의 불평과 실망, 잔소리는 남자에게 위와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남자친구에게 갑작스런 이별통보를 받았다는 한 대원의 사연을 보자. 그 사연을 보낸 여성대원의 연애 중 주된 멘트는 아래와 같았다.

"술을 왜 이시간까지 마셔?"
"피곤하면 피곤하다고 연락해줄 수 있는 거잖아."
"친구 누구? 어디서? 몇 시에 들어갈 건데?"



사실 저 정도만 해도 남자에겐 충분히 숨 쉬기가 곤란해지는데, 사연을 보낸 대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상대를 압박하기도 했다.

"섭섭하거나 못마땅한 게 있으면 지금 서로 풀자고 얘기하는 거잖아.
오빠도 그런 게 있으면 다 말해. 왜 아무 말도 안 해?
미안하다는 말 들으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니까. 대화로 풀자고."



저 때 남자가 느낄 감정을 비유하자면, 영어 조기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영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일어나서 영어 교과서를 읽어 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머뭇거리고 있는데,

"일단 그냥 읽어봐. 발음이 틀리면 선생님이 고쳐줄 테니까.
읽어. 읽어 보라고. 다 읽을 때까지 자리에 앉지 마."



라고 선생님이 말하는 상황 말이다. 선생님이 싫어지고, 수업시간이 두려워지고, 영어를 집어 던지고 싶어진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로 여자친구 싫어지고, 대화가 두려워지고, 연애를 집어 던지고 싶어진다.

"연애를 하면 서로 힘이 되어주고,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여자친구를 떠올리면 즐겁고 웃음이 나고
뭐 그럴 줄 알았는데, 이건 연애 때문에 더 힘드네요. 
전 여자친구에게 바라는 것도 없고 그냥 같이 있는 것으로도 좋은데
여자친구는 그렇지 않았나봐요. 풀어도 풀어도 답이 안 나오네요."



징징거리고, 투정부리고, 삐치고, 잔소리하는 것이 특기였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한 남성대원의 고백이다. 그는 여자친구의 사과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고, 그의 여자친구는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 처하면 "그래서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됐다. 얘기 그만하자. 늦었어. 자자."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자신이 현재 이런 모습으로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2. 흰개미의 역습


외부요인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다른 여자'인데, 최근엔 '오피스 와이프'와 관련된 사연이 많이 도착하고 있다. 남자친구가 '오지랖퍼'거나 인기를 즐기는 타입인데 거기다 '개념 없고 여우같은 여직원'까지 만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여자친구를 방치해 둔 채 여직원에게 치맥을 사준다거나, 고민상담을 빙자해 수다를 떨다가 불이 붙는 경우가 많았다. 꼭 여직원이 아니더라도 동창, 같은 동호회 여자회원,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이성 등과 가까이 지내다 "다른 쪽에 있는 잔디가 항상 더 푸르게 보인다."는 말에 의해 상대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 여자친구는 '전공과목'처럼 느껴져 부담이 되지만, 그녀들은 '교양과목'처럼 느껴져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고 할까.

콜로세움만 열게 되는 '이성끼리 친구가 될 수 있나?'에 대해서는 길게 적지 않겠다. 다만, 아무리 친하다 하더라도 새벽 두 시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남자직원의 자취방을 찾아오는 여직원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무조건 남자 편을 들어주며 남자의 이야기에 "여자친구 분 성격이 좀 이상한 것 같아요."라고 초를 치는 사연도 있었다. "민철씨는 여자친구랑 잘 지내지? 아 나는 답답하다. 바다보고 싶다."라며 대놓고 꼬리를 치는 사연도 있었고 말이다.

초를 치는 것에 대해 좀 더 얘기하자면, 꼭 이성이 아니라도 가족이나 친구가 둘을 갈라놓으려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걔는 결혼상대로는 아니다. 그냥 연애만 해라."
"야 솔직히 네가 아깝지. 걔는 네가 사귀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지금여친 보다는 전여친이 나은 거 같다. 걔랑 연락은 아예 안 해?"



팔랑귀 일수록 위와 같은 말들에 잘 넘어간다. 여자친구에게 못마땅한 부분을 발견한 상황에서 저 말을 들으면 더욱 저 말들에 신뢰가 가고 말이다. 점을 보러 갔다가 "인연이 아닌 것 같다. 그 여자와 결혼하면 고생이다."라는 말을 듣고 사랑에 금이 간 남자도 있었다. 이걸 대놓고

"근데 너랑 사귀는 거, 내가 아까운 것 같아."
"점을 봤는데 너랑 결혼하면 고생한대."
"너보다는 예전 여자친구가 더 나았던 것 같아."



라고 말할 수 없으니, 이유는 생략한 채 이별통보라는 결과만 전달한다.


3. 책장의 귀환
 

이건 세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나쁜남자'와 관련된 경우다. 연애할 때 느낄 수 있는 감정, 혹은 연인 사이에 즐길 수 있는 일들을 바라고 연애를 시작했다면 그 목적을 이루고 난 후 열정이 급격하기 식는다. 휴대폰 판매점의 판매원들이 처음엔 들어와서 구경이라도 하고 가라며 잡지만, 계약을 끝내고 나면 소 닭 보듯 하는 것과 비슷하다.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연애를 시작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별통보를 듣는 대원들이 이 경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상대는 고백과 진도에는 열정을 내지만, 그 이후엔 뜸을 좀 들이다 이별통보를 한다. 말없이 잠수를 타는 남자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다양한 핑계를 댄다. (그 핑계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나쁜남자 특집 매뉴얼에서 소개하기로 한다.)

다음으로는 연애가 구원이 될 줄 알고 큰 기대로 달려들었는데, 막상 연애를 해보니 답답하긴 마찬가지라서 이별을 통보하는 경우도 있다. 위에서 말한 것과는 좀 다른 형태의 외부요인, 그러니까 집안문제나 진로문제 사업문제 등이 끼어들면 연애에 대한 고민은 가속화 되어 간다. 때문에 결국,

"지금은 내가 연애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라는 말을 내뱉게 된다. 서로가 생활의 축이 되지 못한 채, 그저 생활을 할애해야 하는 연애를 했다면 이런 상황이 쉽게 찾아온다. 웃고 즐길 땐 모르지만 약간의 어려움이라도 찾아오면 연애나 여자친구가 족쇄처럼 느껴진다.

마지막으로는 남자가 '자유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흔치는 않지만 스스로를 '자유로운 영혼'이라 말하며 한 곳에 묶이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남자가 있다. 참 골치 아픈 경운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느니 차라리 대처법을 알려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자유롭고 싶어서 떠나간다는 말을 하는 남자에게는 이렇게 말해주길 권한다.

"내가 보기엔 자유롭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책임에서 도망가려고 하는 것 같은데?"


책임감의 결여를 자유로움으로 미화하는 상대에게 '자유로움'과 '책임회피'의 차이점을 알려주는 것이다.


수리도 되지 않은 상태의 책장을 다시 들여놓는 일은 절대 하지 말길 바란다. 대개 위와 같은 방식으로 이별통보를 하고 난 후 상대는 다시 찾아온다. 연인으로 지냈던 이력이 있으니 새로운 사람에게 접근하는 것보다 쉽고, 이미 한 번 나갔던 진도가 있으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마음대로 진도를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 위와 같은 사연을 보낸 대원들은 상대의 심심풀이나, 스킨십 도우미로 전락하게 된다. 아직 남아있는 마음을 휘두르며

"연인이 아니라도 우리 키스는 할 수 있는 거잖아?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을게.
다만, 네 감정을 속이지 말고 생각해봐."



라고 약을 파는 남자들도 있고 말이다. 거기에 넘어간 수많은 선배대원들이 훗날

"한 번 헤어진 후엔 다시 만나는 게 아닌데, 내가 실수했던 것 같다."


라는 말을 들으며 두 번 버림받았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 무작정 값이 싸다고 사지 말며, 되도록 살펴보고 사고, 무리하게 얹지 말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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