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적령기 여자들이 저지르는 안타까운 실수들
얼마 전 P씨(36세, 중소기업근무)에게 선 자리가 들어왔다. 상대는 서른다섯 살의 여자사람으로 석사과정까지 밟은 고학력이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상대가 학벌이나 재력에서 P씨보다 월등하게 앞서는데, P씨는 그 선 자리를 거절했다. 여자의 나이가 많고 학력이 높다는 게 거절 이유였다. 주선자는 다음에 또 좋은 여자사람이 있으면 소개시켜주겠다는 얘기로 대화를 끝냈다.
비슷한 시기에 S양(34세, 전문직)에게도 선 자리가 들어왔다. 상대는 마흔의 남자사람으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S양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기색을 보이자, 주선자는
라며 S양을 몰아붙였다. S양은 상대를 만나 보겠다고 대답했다.
P씨나 S양 둘 다 나와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고, 저 주선자가 우리 어머니의 지인이다. 그 분은 우리 집에 오셔서 저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이야기 속에서 P씨는 '너무 까다로운 남자'로 표현되고 있었고, S양은 '주제파악을 못 하는 여자'로 표현되고 있었다. 난 이야기를 듣던 아주머니들이 저 괴상한 논리에 대해 지적을 할 줄 알았는데,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난 이야기에 끼어들어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거실에서 아주머니들이 얘기하는 걸 난 몰래 내 방에서 듣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듣고 있다는 게 들킬까봐 일부러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딸깍 거리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야기에 끼어들면 이상하게 보일 것이 당연했다.
'마흔 넘은 미혼남성'에게 보다 '서른 넘은 미혼여성'에게 사회가 더 폭력적이라는 얘기를 하려고 꺼낸 에피소드인데, 너무 길어져 버렸다. 각설하고, 오늘은 이처럼 사회적 폭력에 시달리다 궁지로 몰린 '결혼 적령기'의 대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그녀들이 급한 마음에 저지르고 마는 실수들. 다시 또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출발해 보자.
이십대 후반을 지나면서부터 인간관계는 정제되어 간다. 특별히 활동적인 일을 하지 않는 한, 메신저에는 대화를 나누지 않게 되는 사람이 늘어가고, 과거엔 웃고 떠들며 지냈던 지인들과도 만나는 빈도가 적어진다.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경우도 생기고, 정제 과정 중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발견해 멀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당연한 거다.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자전거가 멈추고 마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새로운 동력을 공급하지 않으면 멈춰 선다. 학창시절에야 한 살 더 먹으면 알아서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고, 갓 사회에 나왔을 때에도 입사나 여러 활동 등으로 '뉴 페이스'를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만, 어느 정도 동선이 굳어지고 나면 정제과정만 진행될 뿐이다.
저걸 '나만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사람들은 잘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앞으로 계속 이렇게 정제과정만 거치다가 결국 아무도 남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도 느끼게 된다.
이런 시기엔 무엇보다 새로운 동력 공급이 필요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울함과 외로움에 휩싸인 몇몇 대원들은 정제과정 중 불순물이 버려진 휴지통을 뒤적이기 시작한다. 이미 산산이 부서진 옛 연애를 끄집어 내 다시 맞추려 하고, 과거에 알고 지내던 이성이 혹시 내게 마음을 가지고 있진 않은지 확인하려 한다. 오래 전 자신이 퇴짜를 놓았던 사람에게 연락해 "너 혹시 아직도 나한테 마음이 있어?"라며 뒤통수 가려운 질문을 하는 대원도 있다.
패배한 느낌으로 지푸라기라도 하나 잡아보려 벌이는 그 발굴 작업을 그만 멈추길 바란다. 깨진 바가지 다시 주워와 봐야, 과거에 그걸 왜 버렸는지 깨닫는 건 시간문제다. 그 바가지는 결정적인 순간에 또 물이 샐 테니 말이다. 느슨해진 인연의 끈을 당기는 건 상대를 포용할 수 있을 때 하는 거다. 내 외로움의 킬러가 되어 달라고 구조 요청하듯 당기거나, 그냥 뭐 하나 얻어 걸리길 바라며 당기는 건, 스스로를 더욱 대책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이건 소개팅이나 선으로 만난 상대를 채점만 하려는 대원들에 대한 얘기다. 이런 사연이 있었다.
난 이걸, 다가가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끝난 얘기라고 생각한다. 어머니 장례식에 달랑 부조금만 보내고 마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은 남자는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라는 핑계를 내밀었는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길 바란다. 선을 봤고, 남자와 세 번 만났다. 그와 사귀게 되는 건 시간문제며, 결혼까지도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러던 중 집에 일이 생겨 장례식을 치르게 되었다. 그는 오지 않았다. 주선자를 통해 부조금을 전해왔을 뿐이다. 장례식에 오지 않은 게 무슨 법적으로 문제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와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에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상대가 뭔가를 보여주면 그때서야 움직이겠다거나, 확신을 주면 자기도 마음을 열겠다거나, 좀 더 친해지면 그때 진실을 털어놓겠다거나 하는 대원들이 꽤 많다. 전형적인 '되면 한다.'의 마인드다. 그런 자세는 손톱만큼도 손해 보지 않는 것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절대로 상대에게 감동을 주진 못한다.
'누가 먼저'를 따지고 싶으면 그냥 감동 없는 여자로 살면 된다. 쭈욱.
결혼 적령기에 연애를 한다고 긴장의 끈을 놓아버리는 대원들이 있다. 그들은 이제 남은 건 결혼해서 같이 사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상대를 자신에게 최적화 시키는 일에만 열중한다.
라는 생각으로 잔소리를 하고,
라며 상대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려 한다. 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 같은 건 전혀 하지 않는 채로 말이다.
긴장감이 감소하면 남자에겐 '무기력함'이라는 증상이 나타난다. 그 '무기력함'은 짧아진 통화나 대화, 딴 짓의 증가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때가 '여자가 시들어야 할 때'라고 매뉴얼을 통해 서른두 번쯤 말했다. 관심을 받지 못하면 시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걸 본 남자의 본능이 '어? 물을 줘야 되겠구나.'라며 움직인다.
하지만 헤어질 거라곤 전혀 생각도 하지 않는 여자는, 이때에도 '최적화'에만 목숨을 건다. 간섭과 잔소리, 투정, 불평, 불만 등을 쏟아놓는 것이다. 남자는 점점 둘의 관계를 '의무'로 느끼기 시작한다.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진다. 대부분의 경우 이 때 동굴로 들어가게 되는데, 위기감을 느낀 상대가
라며 '햇볕정책'을 펴면 동굴에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나왔다가 다시 '최적화 작업'이 시작되는 것을 느끼고는 또 동굴로 들어간다. 동굴생활이 길어지며 상대를 향한 남자의 '추격본능'은 소멸된다. 그래서 몇몇 남자들이 헤어지자는 얘기를 하며,
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여기가 마지노선이다. 앞선 기회를 놓쳤으면, 여기서라도 '난 관심을 주지 않으면 시들고 말아.'라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많은 대원이 여기서 '선인장 모드'로 들어간다. 극소량의 관심으로도 몇 달을 버티는 그 '선인장 모드' 말이다.
라며 상대가 내쳐도 선인장은 꿋꿋하게 버틴다. 타는 목마름은 혼자서 술로 해결하며 말이다. 선인장 모드로 오래 있어봐야 느는 건 광기밖에 없으니, 얼른 다시 돌아와 현실에 뿌리내리길 권한다.
두 사람 모두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마친 이후가 바로 '결혼 적령기'다. 경제적 독립이 안 되었다면 어깨 한 번 펴지 못 하거나, 비싼 구두 속에 구멍 난 양말을 신은 마음으로 결혼생활을 할 것이다. 그리고 정신적 독립이 안 되었다면 상대가 모두 떠맡다가 지쳐가거나, 아무리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애정 때문에 목마른 결혼생활을 할 것이다.
편견을 가졌던 사람들이 할 말 없도록 상황을 바꿔보자. 그러기 위해선 나와 상대 모두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모난 부분 때문에 상처를 입거나 입힐 수 있으니, 그에 대한 예방법과 대처법도 배워야 한다. 관련된 이야기들이 노멀로그에는 가득하니, 좋은 친구를 사귀듯 곁에 두고 친하게 지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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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P씨(36세, 중소기업근무)에게 선 자리가 들어왔다. 상대는 서른다섯 살의 여자사람으로 석사과정까지 밟은 고학력이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상대가 학벌이나 재력에서 P씨보다 월등하게 앞서는데, P씨는 그 선 자리를 거절했다. 여자의 나이가 많고 학력이 높다는 게 거절 이유였다. 주선자는 다음에 또 좋은 여자사람이 있으면 소개시켜주겠다는 얘기로 대화를 끝냈다.
비슷한 시기에 S양(34세, 전문직)에게도 선 자리가 들어왔다. 상대는 마흔의 남자사람으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S양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기색을 보이자, 주선자는
"남자는 성실하면 된 거다. 만나봐라. 괜찮은 사람이다."
"자꾸 재고 따지면 남자 못 만난다. 일단 만나보고 결정해라."
"더 늦으면 선 자리도 없다. 그러다 시집 못 간다."
"자꾸 재고 따지면 남자 못 만난다. 일단 만나보고 결정해라."
"더 늦으면 선 자리도 없다. 그러다 시집 못 간다."
라며 S양을 몰아붙였다. S양은 상대를 만나 보겠다고 대답했다.
P씨나 S양 둘 다 나와는 관계가 없는 사람이고, 저 주선자가 우리 어머니의 지인이다. 그 분은 우리 집에 오셔서 저 이야기를 풀어놓으셨다. 이야기 속에서 P씨는 '너무 까다로운 남자'로 표현되고 있었고, S양은 '주제파악을 못 하는 여자'로 표현되고 있었다. 난 이야기를 듣던 아주머니들이 저 괴상한 논리에 대해 지적을 할 줄 알았는데,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난 이야기에 끼어들어
"둘 다 여자가 손해인 것 같은 선인데, 왜 여자가 잘못이에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거실에서 아주머니들이 얘기하는 걸 난 몰래 내 방에서 듣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듣고 있다는 게 들킬까봐 일부러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딸깍 거리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야기에 끼어들면 이상하게 보일 것이 당연했다.
'마흔 넘은 미혼남성'에게 보다 '서른 넘은 미혼여성'에게 사회가 더 폭력적이라는 얘기를 하려고 꺼낸 에피소드인데, 너무 길어져 버렸다. 각설하고, 오늘은 이처럼 사회적 폭력에 시달리다 궁지로 몰린 '결혼 적령기'의 대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그녀들이 급한 마음에 저지르고 마는 실수들. 다시 또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출발해 보자.
1. 휴지통 뒤적이기
이십대 후반을 지나면서부터 인간관계는 정제되어 간다. 특별히 활동적인 일을 하지 않는 한, 메신저에는 대화를 나누지 않게 되는 사람이 늘어가고, 과거엔 웃고 떠들며 지냈던 지인들과도 만나는 빈도가 적어진다. 물리적으로 멀어지는 경우도 생기고, 정제 과정 중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발견해 멀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당연한 거다. 페달을 돌리지 않으면 자전거가 멈추고 마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새로운 동력을 공급하지 않으면 멈춰 선다. 학창시절에야 한 살 더 먹으면 알아서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고, 갓 사회에 나왔을 때에도 입사나 여러 활동 등으로 '뉴 페이스'를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만, 어느 정도 동선이 굳어지고 나면 정제과정만 진행될 뿐이다.
저걸 '나만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사람들은 잘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소외감을 느끼게 되고, 앞으로 계속 이렇게 정제과정만 거치다가 결국 아무도 남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도 느끼게 된다.
이런 시기엔 무엇보다 새로운 동력 공급이 필요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울함과 외로움에 휩싸인 몇몇 대원들은 정제과정 중 불순물이 버려진 휴지통을 뒤적이기 시작한다. 이미 산산이 부서진 옛 연애를 끄집어 내 다시 맞추려 하고, 과거에 알고 지내던 이성이 혹시 내게 마음을 가지고 있진 않은지 확인하려 한다. 오래 전 자신이 퇴짜를 놓았던 사람에게 연락해 "너 혹시 아직도 나한테 마음이 있어?"라며 뒤통수 가려운 질문을 하는 대원도 있다.
패배한 느낌으로 지푸라기라도 하나 잡아보려 벌이는 그 발굴 작업을 그만 멈추길 바란다. 깨진 바가지 다시 주워와 봐야, 과거에 그걸 왜 버렸는지 깨닫는 건 시간문제다. 그 바가지는 결정적인 순간에 또 물이 샐 테니 말이다. 느슨해진 인연의 끈을 당기는 건 상대를 포용할 수 있을 때 하는 거다. 내 외로움의 킬러가 되어 달라고 구조 요청하듯 당기거나, 그냥 뭐 하나 얻어 걸리길 바라며 당기는 건, 스스로를 더욱 대책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2. 되면 한다?
이건 소개팅이나 선으로 만난 상대를 채점만 하려는 대원들에 대한 얘기다. 이런 사연이 있었다.
"선을 본 이후에 세 번째 만남까지는 문제가 없었어요.
그 사람도 절 마음에 들어 했고, 전 드디어 봄날이 왔다고 생각했죠.
저희 둘 다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나이라 진지하게 만났거든요.
어느 날 하루 종일 답이 없기에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가 위독하시다고 하더라고요.
그 통화를 한 다다음 날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친구와 상의했는데,
친구가 장례식에 친척들이나 지인들이 많을 테니 부조만 하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저희가 아직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주선자 분께 봉투를 드리면서 좀 전해달라고 했고요.
아무튼 그렇게 장례식이 끝나고 그에게 연락이 왔어요.
고맙다고, 밥 한번 사겠다고 했고, 밥을 먹고 헤어졌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는 그가 먼저 연락을 안 하네요….
큰일을 경험 한 후라 그럴 수 있겠다곤 생각하지만,
서운하기도 하고, 결혼 얘기도 꺼냈던 사람이 갑자기 식어버리니까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가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좀 기다릴까요?
아니면 일부러라도 제가 먼저 밝게 다가갈까요?"
그 사람도 절 마음에 들어 했고, 전 드디어 봄날이 왔다고 생각했죠.
저희 둘 다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나이라 진지하게 만났거든요.
어느 날 하루 종일 답이 없기에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가 위독하시다고 하더라고요.
그 통화를 한 다다음 날 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친구와 상의했는데,
친구가 장례식에 친척들이나 지인들이 많을 테니 부조만 하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저희가 아직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주선자 분께 봉투를 드리면서 좀 전해달라고 했고요.
아무튼 그렇게 장례식이 끝나고 그에게 연락이 왔어요.
고맙다고, 밥 한번 사겠다고 했고, 밥을 먹고 헤어졌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는 그가 먼저 연락을 안 하네요….
큰일을 경험 한 후라 그럴 수 있겠다곤 생각하지만,
서운하기도 하고, 결혼 얘기도 꺼냈던 사람이 갑자기 식어버리니까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가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좀 기다릴까요?
아니면 일부러라도 제가 먼저 밝게 다가갈까요?"
난 이걸, 다가가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끝난 얘기라고 생각한다. 어머니 장례식에 달랑 부조금만 보내고 마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은 남자는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이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저희가 아직 정식으로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거든요."
라는 핑계를 내밀었는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길 바란다. 선을 봤고, 남자와 세 번 만났다. 그와 사귀게 되는 건 시간문제며, 결혼까지도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그러던 중 집에 일이 생겨 장례식을 치르게 되었다. 그는 오지 않았다. 주선자를 통해 부조금을 전해왔을 뿐이다. 장례식에 오지 않은 게 무슨 법적으로 문제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와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에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상대가 뭔가를 보여주면 그때서야 움직이겠다거나, 확신을 주면 자기도 마음을 열겠다거나, 좀 더 친해지면 그때 진실을 털어놓겠다거나 하는 대원들이 꽤 많다. 전형적인 '되면 한다.'의 마인드다. 그런 자세는 손톱만큼도 손해 보지 않는 것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절대로 상대에게 감동을 주진 못한다.
"그럼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여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하라는 건가요?
그랬다가 그게 혼자 삽질한 거면 어떻게 해요? 적극적으로 나갔다가 사귀지 않으면?"
그랬다가 그게 혼자 삽질한 거면 어떻게 해요? 적극적으로 나갔다가 사귀지 않으면?"
'누가 먼저'를 따지고 싶으면 그냥 감동 없는 여자로 살면 된다. 쭈욱.
3. 최적화 작업
결혼 적령기에 연애를 한다고 긴장의 끈을 놓아버리는 대원들이 있다. 그들은 이제 남은 건 결혼해서 같이 사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상대를 자신에게 최적화 시키는 일에만 열중한다.
'결혼해서도 이러면 힘들어져, 지금 고쳐놔야지.'
라는 생각으로 잔소리를 하고,
"누구랑? 집에 언제 들어갈 거야? 왜 나한테 미리 말 안 했어?"
라며 상대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려 한다. 헤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 같은 건 전혀 하지 않는 채로 말이다.
긴장감이 감소하면 남자에겐 '무기력함'이라는 증상이 나타난다. 그 '무기력함'은 짧아진 통화나 대화, 딴 짓의 증가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때가 '여자가 시들어야 할 때'라고 매뉴얼을 통해 서른두 번쯤 말했다. 관심을 받지 못하면 시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걸 본 남자의 본능이 '어? 물을 줘야 되겠구나.'라며 움직인다.
하지만 헤어질 거라곤 전혀 생각도 하지 않는 여자는, 이때에도 '최적화'에만 목숨을 건다. 간섭과 잔소리, 투정, 불평, 불만 등을 쏟아놓는 것이다. 남자는 점점 둘의 관계를 '의무'로 느끼기 시작한다.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진다. 대부분의 경우 이 때 동굴로 들어가게 되는데, 위기감을 느낀 상대가
"그렇게 혼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우리 같이 노력하자~"
라며 '햇볕정책'을 펴면 동굴에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나왔다가 다시 '최적화 작업'이 시작되는 것을 느끼고는 또 동굴로 들어간다. 동굴생활이 길어지며 상대를 향한 남자의 '추격본능'은 소멸된다. 그래서 몇몇 남자들이 헤어지자는 얘기를 하며,
"너에 대한 내 안의 어떤 마음이 사라져 버렸어."
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여기가 마지노선이다. 앞선 기회를 놓쳤으면, 여기서라도 '난 관심을 주지 않으면 시들고 말아.'라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많은 대원이 여기서 '선인장 모드'로 들어간다. 극소량의 관심으로도 몇 달을 버티는 그 '선인장 모드' 말이다.
"네가 원하면 연락해도 좋고, 만날 수도 있어.
그런데 이렇게 뭐 하러 만나. 그냥 가. 이런 날 만나서 뭐해."
그런데 이렇게 뭐 하러 만나. 그냥 가. 이런 날 만나서 뭐해."
라며 상대가 내쳐도 선인장은 꿋꿋하게 버틴다. 타는 목마름은 혼자서 술로 해결하며 말이다. 선인장 모드로 오래 있어봐야 느는 건 광기밖에 없으니, 얼른 다시 돌아와 현실에 뿌리내리길 권한다.
두 사람 모두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마친 이후가 바로 '결혼 적령기'다. 경제적 독립이 안 되었다면 어깨 한 번 펴지 못 하거나, 비싼 구두 속에 구멍 난 양말을 신은 마음으로 결혼생활을 할 것이다. 그리고 정신적 독립이 안 되었다면 상대가 모두 떠맡다가 지쳐가거나, 아무리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애정 때문에 목마른 결혼생활을 할 것이다.
편견을 가졌던 사람들이 할 말 없도록 상황을 바꿔보자. 그러기 위해선 나와 상대 모두 정신적, 경제적 독립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방법도 익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모난 부분 때문에 상처를 입거나 입힐 수 있으니, 그에 대한 예방법과 대처법도 배워야 한다. 관련된 이야기들이 노멀로그에는 가득하니, 좋은 친구를 사귀듯 곁에 두고 친하게 지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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