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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다가오는 여자도 밀어내는 모태솔로남, 문제는?

by 무한 2012. 11. 7.
다가오는 여자도 밀어내는 모태솔로남
친구가 자신에게 크다며 내게 워커를 준 적이 있다. 친구는 워커를 내게 주며,

"외국에서 직접 사 온 거라 한국엔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야."
"이거 가격이, 에어맥스 세 개랑 맞먹어."
"메이커 검색해 봐. 알아주는 회사 제품이야. 박음질부터 다르지?"



라는 얘기를 했다. 난 고맙게 잘 신겠다며 가져왔지만, 그 후 두 번 신어보곤 지금까지 신발장에 보관만 하고 있다. 안 신는 이유는, 우선 발이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쿠션감이 거의 없는 까닭에 걸을 때 발바닥에 지면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다가, 발등 쪽의 가죽이 발을 눌러댄다. 그 다음으로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신고 벗을 때마다 꼭 끈을 묶거나 풀어야 한다. 친구에게 말했더니 몇 달 신다 보면 가죽이 발에 길들여져 괜찮아 질 거라고 하던데, 물집까지 잡혀가며 워커를 신어야 할 이유가 없기에 안 신고 있다.

"객관적으로 봐도 내가 친구보다 나은데, 친구는 커플이고 나는 모태솔로다."라고 말하는 남성대원들이 저 워커와 비슷하다. 외모나 스펙이 평균 이상이든 아니든, 상대를 아프거나 불편하게 만들면 만남을 연애로 이어가기가 어렵다.

자신이 상대를 아프고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전혀 모른 채, 왜 상대가 자꾸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 주려 하거나 그냥 '아는 오빠동생'으로 지내자고 하는지를 묻는 대원들. 오늘은 그 대원들을 위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평소 '눈치 없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 대원이라면 오늘 매뉴얼에 집중하길 바라며, 출발해 보자.


1. 숨은 그림을 못 찾아


아래의 대화를 보자.

여자 - 퇴근 하셨어요?
남자 - ㅇㅇ 집에 왔음.
여자 - 헐. 오늘은 일찍 가셨네요?
남자 - 오티수당도 안 주는데 칼퇴 해야지 ㅋ
여자 - 부럽다. ㅠ.ㅠ 난 이제 퇴근하는데… 저녁은?
남자 - 지금 먹으려고.
여자 - 네. 쉬세요.



믿기지 않는다. 저게 관심 있는 여자를 대하는 태도라니. 전혀 리액션을 하지 않은데다가, '같이 저녁 먹자.'는 상대의 숨은 뜻도 읽어내지 못했다. 친구가 카톡으로

"어디야? 퇴근했냐? 밥 먹었어?"


라고 물으면 같이 저녁 먹자는 걸 바로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위에서 여자가 질문을 한 목적도 그와 같다. 그런데 이쪽에서 "지금 먹으려고."라며 딱 끊어 버리니, 그녀는 더 할 말이 없어 쉬라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 짓고 만다.

물론, 사연을 보낸 남성대원이 모든 대화를 저렇게 진행하는 건 아니다. 자기가 의도한 것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밀어붙인다. 이를테면, 상대에게 영화 보러 가자는 얘기를 꺼낸 뒤 예매하고 데리러 가는 것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하지만 상대가 조금이라도 의도를 숨겨 말하면 그는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여자가 주말에 뭐 하냐고 물으면, 자신의 스케줄을 열심히 설명만 하는 남자. 부푼 마음으로 화장을 고치며 연락한 여자를 그냥 집에 곱게 들어가게 만드는 남자. 좀 무디다.


2. 영화평론가 만드시려고요?


만날 구실로 '영화'가 좋다는 건 인정하는데, 만남의 8할이 영화인 건 너무 과하다. 둘 다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까닭에 그게 '씨앗'이 되어 여러 이야기가 피어날 수 있으면 또 모르겠다. 영화에 나온 명대사를 따라한다든지, 아니면 관련 상품을 사진 찍어 상대에게 보낸다든지, 훗날 사용하기 위해 영화표를 차곡차곡 모은다든지, 영화에 대한 토론을 한다든지, 촬영지를 가본다든지 뭐 그러면 분명 훌륭한 방법이다.

그런데 둘은 영화를 보고 그냥 그걸로 끝난다. 대화도 매번 똑같다. 영화 잘 봤고 다음엔 보답하겠다, 괜찮다, 피곤할 텐데 잘 자라, 알았다, 이런 대화만 하곤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새롭게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시작한다.

난 차라리 같이 술을 마시거나, 쇼핑을 하거나, 볼링을 치거나, 드라이브를 하길 권해주고 싶다. 그게 둘이 한 마디라도 더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일 것이다. 함께 회사 주변 맛집 공략을 하거나, 코뿔소 실제로 본 적 있냐고 물어본 뒤 동물원에 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니 참고하길 바란다.(코뿔소 본 적 있냐고 물어서 상대가 있다고 대답하면 또 대화 접지 말고, 딴 동물을 본 적 있냐고 묻거나 너무 오래 전에 본 거라 갱신이 필요하니 동물원에 가자고 말하길!)


3. 엄한 카톡은 산만해 보인다


이건 사람에 따라 좀 다른 부분이라 말하기가 조심스러운데, 내가 사연을 보낸 대원이라면 유머 사이트에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 글의 링크를 상대에게 보내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대부분 돌고 도는 이야기라 상대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취향이 달라 상대에게 전혀 재미없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매일 몇 차례씩 그렇게 링크를 보내는 건 상대에게 '스팸'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대화를 나눴던 주제와 관련된 것이라든가, 상대가 좋아할 것이 분명한 링크는 보내도 괜찮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링크를 던지며 가벼운 대화만 주고받는 건 좋지 않다. 상대가 "ㅋㅋㅋㅋㅋㅋㅋㅋ"로 답한다고 해서 그게 전부 정말 웃겨서 보내는 건 아니라는 걸 눈치 채길 바란다.

"이런 건 대체 어떻게 찾아서 보내는 거예요?"


라는 물음이 "이런 걸 보내는 오빠는 대단해요."라는 말과 같은 뜻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길 바란다. 남의 얘기 보다는 둘의 얘기를 더 나누자. 지나가다 '예뻐 보여서 찍었다'며 악세사리 같은 거 찍어서 보낸 후 상대의 반응 보며 취향을 파악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장갑이나 목도리를 선물하기 좋은 계절이니, 취향을 미리 알아 두면 분명 요긴하게 쓸 수 있고 말이다.

이렇게 얘길 하면 또 상대에게

"혹시 내가 링크 보내는 거 부담스러워? 보내지 말까?"


라고 묻는 대원들이 있는데, 다신 보고 싶지 않은 관계가 아니라면 어느 누가 "네. 부담스러워요. 보내지 말아주세요."라고 답하겠는가. 상대에게 확인 받으려 하지 말고, 스스로 파악하는 힘을 기르자.


4. 다 들리면 방백이 아니죠


'방백'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연극에서, 등장인물이 말을 하지만 무대 위의 다른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객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는 대사.

-표준국어대사전, '방백'에 관한 설명.

우리 약속 하나 하자. 앞으로 방백은 '사귀고 난 후'에 하기로 말이다. 저녁시간, 상대와 긴 대화를 나누다가 꼭 끝에서 저 '방백'을 들리게 하는 대원들이 있다.

"보고 싶다…"
"잘 자요~ 쪼옥(기습뽀뽀)"
"뽀뽀해줘~"



이순신 장군이 살아계셨으면 아마 그 모습을 보고

"네 애정결핍을 쟤에게 알리지 말라."


라고 하셨을 것이다. 그 전까지 대화 잘 나누다가, 끝에서 저런 행동을 해 망쳐버리는 대원들이 꽤 많다. 상대가 외로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거나, 남자에게 저런 얘기를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면 저 말에 설레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저런 행동은 그냥 부담으로 느껴질 뿐이다. 연인이 되면 저런 얘기는 한 시간에 한 번씩 해도 이상할 것 없다. 그러니 그때까지 제발 좀 방백은 속으로만 하길 부탁한다.


5. 수다친구의 한계


혼자 달아올라 놓고 뭐가 잔인하다는 건가? 상대가 왜 나쁜 여자인가? 아주 쉽게 생각해 보자. 그간 만나서 웃고 떠들던 친구에게 돈을 좀 빌려달라고 했는데 그가 거절했다. 그럼 무조건 그 친구는 나쁜 걸까? 그렇게 생각해 그 친구와 절교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난 그간 '신용'을 만들지 못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보길 권하고 싶다.

다시 사연으로 돌아와, 위에서 말한 모습을 보이던 남성대원은 상대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온종일 카톡대화를 할 정도로 상대와 수다는 많이 나눴지만, 상대의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다. 상대가 무슨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몇 년 뒤에는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친구와 제일 친한지도 모른다. 그런 얘기를 한 적 없으니 상대도 이쪽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둘이 나눈 대화라곤

"회사 밥 맛 없다."
"몸이 허해서 보약 좀 먹어야겠다."
"과일 칼로리 높아."
"뽀뽀해주면 들어주지~"
"샤워 인증샷 ㄱㄱ  ㅋㅋㅋㅋ"



따위가 전부다. 그렇게 '수다친구'가 되어 웃고 떠들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귀자고 한다. 사실, 여기까진 뭐 그러려니 할 수 있는 건데,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진다. 상대가 거절의 뜻을 밝히자 이쪽에선 '공갈협박 모드'로 변한다.

"그럼 나 다른 여자 만나도 상관없는 거지?"


저 말은 상대에게, 그간 연애가 급해서 들이댔다는 것으로 보이기 딱 좋다. 저렇게 공갈협박을 했다가 또 몇 시간 만에 태도를 바꿔

"네가 나 좋아할 때까지 내가 좋아하고 있을게. 기다릴 수 있어."


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가 또

"너 보고 싶다…."


라며 복잡한 심정을 상대에게 생중계한다. 전부 다 부담스러운 행동이다. 위에서 했던 행동들을 수정하고 상대가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인데, 안타깝게도 이 대원은 상대를 자극해 반응을 살피며 허락만 구하고 있다. 그런 태도로는 100년을 상대 옆에서 맴돌아도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얼른 깨닫기 바란다.


그러니까 그대의 연락을 두고 상대가 친구에게

"이 오빠, 맨날 이래. 진짜 미치겠어."


라고 말하면 끝장이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내가 보기에 사연을 보낸 대원은 지금 서서히 '맨날 이러는 오빠'가 되어가고 있다. 달아오른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마구 들이대면 상대는 화상을 입고 만다. 그리고 그렇게 화상으로 입은 상처는 없어지지 않고 흉터로 남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사연을 보낸 대원의 결정적 실수는 '스킨십 진도를 나가려고 했던 것'에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특히 두 번째 첨부파일 마지막 부분의 대화는 결정적인 실수다. 그 부분을 읽기 전까지 난 둘의 연애 가능성을 60%라 생각했는데, 읽고 나서 6%로 생각을 바꿨다. '떠보기'가 수류탄이라면, '스킨십 가능성 떠보기'는 핵폭탄이다. 이 시간 이후로는 상대에게든 그 누구에게든 절대 그러지 말길 권한다. 남는 건 재 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자 그럼, 이제 두 밤만 자면 후라이데이가 찾아오니 다들 조금만 더 힘을 내기 바라며!



"여자친구가 생겨야 내 방 청소도 해 줄 텐데.ㅋ" 그 말 듣고 사귀고 싶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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