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쉽게 보는 여자
오해하는 대원들이 많기에 이 얘기부터 좀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매뉴얼에서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 말이 "연락의 횟수가 애정도에 비례한다."는 말은 아니다. 비타민과 연관지에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비타민 결핍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얘기가, 과다섭취 할수록 건강해진다는 얘기는 아니잖은가. '연락' 얘기는 '최소권장량'의 개념으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분초를 다투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며칠씩 연락을 하지 않거나 대꾸가 없으면, 관심 없는 게 맞다.
그런데 또 저렇게 단정 짓기가 어려운 게,
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꺼내는 여성대원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함께 밥 먹고 나서 남들 다 설거지 하는데 혼자 도도한 척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으면 내쳐지는 건 시간문제다. 자기가 '나한테 목숨 걸 남자 있으면 와 바라.'라는 자세로 연애에 임하고 있다는 건 모른 채, 매번 상대에게 연락 없다고 관계를 접는다는 여자. 그런 여자들은 또 하이에나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하이에나들이 달달하게 몇 마디 던져주고 칭찬과 리액션으로 띄워주면, "아~ 좋구나~ 봄날이고나~"라며 어디로 가는지도 살피지 않은 채 하이에나를 따라간다.
거기서 그냥 험한 꼴 한 번 보고 끝나면 그나마 그러려니 할 텐데, 하이에나 중에는 뼈까지 발라먹는 하이에나들이 있다. 한 입 뜯고, 새 살이 돋을 때까지 치료해 주고, 상처가 나으면 또 한 입 뜯고, 다시 치료를 하는 녀석들. 그런 녀석들에게 걸리면 세탁기 수평받침대처럼 짓눌린 시기를 오래 보내게 된다. 아 잠깐, 오늘 얘기는 이게 아니니까 이쯤에서 접어두자. 이 얘기는 나중에 '맹수특집(응?)' 편에서 심도 있게 다루도록 하겠다. 자 그럼,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의 '금요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들이 자신을 쉽게 본다고 말하는 여성대원이 있었다. 사연엔 다짜고짜 스킨십을 하는 남자, 혼자 사는 그녀의 집에 놀러가겠다는 남자, 밤늦게 술 먹자고 부르는 남자 등 다양한 남자들이 등장했다. 저것만 놓고 보면 '별로인 남자들'만 만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야기를 살펴보면 남자의 저런 모습을 불러낸 여자의 잘못도 있었다.
요즘 잦은 성추행이나 성희롱 뉴스로 인해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를 '쉬운 여자'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문제."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난 저 둘 다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소개팅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갔으며, 첫 만남부터 술을 마셨다. 게다가 비오는 날 만났던 남자(집에 놀러가겠다는 말을 한 남자)에겐 한 우산을 쓰며 팔짱을 끼기도 했다. '혼자 살고 있다.'는 걸 대화 중 밝히기도 했고 말이다.
혹시 '닭갈비집에서 남의 테이블 닭갈비 볶아준 얘기'를 아는가? 음식이 옷에 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앞치마를 받아 입고 있던 남자. 그는 화장실에 다녀오는 중이었는데, 다른 테이블의 손님이 그를 차림을 보곤 직원으로 착각해 닭갈비를 볶아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그 당황스런 상황에서 그는 '직원이 아닙니다.'며 오해를 풀지 않고 닭갈비를 볶아주며 훈훈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잘잘못이야 애써 따지지 않아도, '쉬운여자'라고 생각해 마음보다 손이 먼저 나간 남자의 잘못이 훨씬 크다는 걸 세 살짜리 애도 알 수 있다. 사연을 보낸 대원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남자를 시험에 들게 만드는 말이나 태도'를 그만 하자는 거다. 소개팅에 파인 옷을 입고 나가 남자와 늦게까지 술 마시고, 혼자 산다는 걸 알리며, 남자가 집에 데려다 주는 길에 팔짱을 끼는 여자. '쉬운 여자'라는 오답을 구하기 딱 좋은 힌트다. 그건
같은 질문이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를 착각해 "이십일!"이라고 대답하기 딱 좋지 않은가. 그걸 틀리는 남자들이 많다며 화만 내지 말고,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문제부터 얼른 수정하길 바란다.
'욕쟁이 할머니 뼈 해장국' 식당에 가서
라는 이야기를 하면,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추수 돕고 있지 말고 얼른 빠져나오길 권한다. 열심히 낫질 해봐야 가득 쌓이는 건 즤랄 뿐이다. 그런 상대에게는
라는 질문 정도를 해 주는 게 적당하다. 상대가 "회? 뭔 소리야? 회는 왜?"라고 물으면,
라며 손 흔들어 주면 된다.
소개팅에 스키니진을 입고 나갔다는 남성대원이 있었다. 처음엔 그 '스키니진'이 화두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는 점점 여자가 불편해하는 표정을 읽었다고 한다. 평범한 캐주얼을 입고 다시 한 번 만나면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녀는 죄송하다며 만남을 거절하는 중이라고 한다.
사연을 보면, 스키니진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소개팅에서 남자가 한 멘트들을 보자.
저 얘기를 회사 면접에 가서 한다고 해보자.
면접에 뭘 입고 갔냐는 것보다 저 '태도'가 더 큰 문제다. 상대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의 센스가 있다고 해도 저런 얘기는 '딱 한 번'이 최대 허용치다. 그것도 농담 삼아 아주 가볍게, 대화 속에 섞어 '웃자고 한 소리'임을 명확히 알 수 있게 하는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저런 일을 저지르니 상대의 표정은 점점 굳어가고, 이쪽에서는 이게 다 '스키니진' 때문이라고 여기며
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 캐주얼이 아니라 통 큰 힙합바지 입고 나간다 해도 저런 식으로 대화를 하면 '아웃'은 면할 수 없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서로의 호감만 일치한다면 '친구의 전 여친'이든 '친구의 전 부인'이든 그런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친구 땅의 나무든 내 땅의 나무든 불에 타는 건 마찬가지 인 것처럼 말이다. 아마 상대가
라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친구의 전 여친'이란 상황이 둘 사이를 막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사연을 쭉 살펴보면, 저 대답에서 빨간줄 쳐야 할 부분은 "너랑 나랑은 아닌 것 같아. 미안해."라는 부분이다. 둘의 대화를 보자.
저런 들이댐만 계속 하다가 결국엔 "너 진짜 이러지 마. 부담스러워. 또 사과한다고 답장 길게 보내지도 마. 제발 그러지 마."라는 얘기를 듣고 만 것 아닌가. 부킹대학 동경캠퍼스에서는 그런 태도를 '데레데레 거린다.'라고 표현하다. '부끄러움 섞인 구애의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친구의 전 여친'이란 상황을 스스로도 극복 못해 흐리멍텅한 태도를 취하면서 상대에게 구애만 하는 건, 그냥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것일 뿐이라는 걸 잊지 말자.
'오는 남자를 막지 않는 것'이 나쁜 습관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태도는 이성과의 대화나 어울림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오는 남자와 모두 연애하는 것'은 생각 없이 '세일 상품'을 마구 사들이는 것과 같다. 싸다고 샀지만 막상 입으려고 보니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 그건 외로울 때 마침 상대가 다가오니 일단 사귀었지만, 만나다보니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상대의 치명적 결점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구두 하나를 사더라도 여러 디자인을 살펴보고, 매장에서 신어보며 고르지 않는가. 그런데 사연을 보낸 대원은 '이 남자는 정말 아니다.' 싶을 정도의 남자가 아니라면 일단 사귀고 본다. 구두를 살 때, 가진 옷과 매치가 되는지, 발이 아프진 않을지, 이 계절에 맞는 구두인지도 파악하지 않고 일단 세일하면 지르는 것과 같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호감을 느끼는 남자에 대해서는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매뉴얼을 통해 한 번 한 적 있는 이야기다. 칭찬 받으려 쉬운 문제만 풀려는 여자. 대개 주관 없이 남의 얘기에 쉽게 흔들리거나, 맹목적으로 관계의 안정만을 찾는 여자들이 주로 저런 생각을 한다.
차라리 대시하는 남자가 아예 없으면 그 외로움의 바닥을 치고 올라와 자존감을 구축하는데, 위와 같은 상황은 어중간하기 때문에 높은 자존심과 낮은 자존감이 공존하며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괜찮은 남자'가 대시해 주길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다. 내년 이맘때에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도록, '쉬운 문제' 풀어 칭찬받으려는 태도는 버리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 보길 권한다.
앞으로 매주 금요일에는 '토막사연'들을 가지고 매뉴얼을 발행할 생각이다. 너무 작은 이야기라 분량이 나오지 않는 사연이나, 단독으로 발행하기엔 2% 부족한 사연, 그리고 문제를 잘못 파악한 까닭에 엄한 얘기만 잔뜩 적어 놓은 사연들을 토대로 꾸며볼까 한다.
늘 하는 얘기지만, 난 그대가 누군지 모른다. "스물다섯 살 남잡니다."라거나 "서른한 살 여자예요."라는 말로 그대라는 캐릭터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사연을 보낼 땐 최대한 자신을 잘 알 수 있게 소개해 주길 부탁드린다. '비공식 자기소개서'라고 생각하며 부담 없이 세세하게 적자. 그리고 '카톡대화'를 첨부해 달라고 했더니 대충 최근의 대화 몇 장 캡처해서 보내는 대원들이 있는데, 최대한 많은 분량을 텍스트로 저장해서 보내주길 바란다. 무릎 아래만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감 잡긴 힘든 것 아닌가.
거의 절반 이상의 대원들이, 자신의 얘기를 사연으로 길게 쓰다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한다. "지금 보니까 솔직히 제가 좀 지나치게 예민하고 불쾌하게 굴었네요."등의 이야기를 하며 말이다. '나 화났다.'라는 걸 말하려 사연을 작성하는 게 아니라면, 카톡대화를 살펴보며 어디서부터 빗나갔는지를 발견하거나 '상대는 어땠을까'에 대한 부분을 생각할 수 있으니, 꼭 '전송' 버튼을 누르지 않더라도 한 번 차분히 써 보길 권한다.
그대가 웃는 날까지 그대 연애의 힘쎈 서포터가 될 것을 약속하며!
▲ "제 사연은 왜 소개되지 않는 거죠?" '노멀님', '무한로그님' 이런 메일은 폐기처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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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하는 대원들이 많기에 이 얘기부터 좀 해야 할 것 같다. 지난 매뉴얼에서
"'관심 없음'은 '연락 없음'으로 증명된다."
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 말이 "연락의 횟수가 애정도에 비례한다."는 말은 아니다. 비타민과 연관지에 생각해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비타민 결핍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얘기가, 과다섭취 할수록 건강해진다는 얘기는 아니잖은가. '연락' 얘기는 '최소권장량'의 개념으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 분초를 다투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며칠씩 연락을 하지 않거나 대꾸가 없으면, 관심 없는 게 맞다.
그런데 또 저렇게 단정 짓기가 어려운 게,
"제가 먼저 연락하진 않아요."
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꺼내는 여성대원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함께 밥 먹고 나서 남들 다 설거지 하는데 혼자 도도한 척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으면 내쳐지는 건 시간문제다. 자기가 '나한테 목숨 걸 남자 있으면 와 바라.'라는 자세로 연애에 임하고 있다는 건 모른 채, 매번 상대에게 연락 없다고 관계를 접는다는 여자. 그런 여자들은 또 하이에나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하이에나들이 달달하게 몇 마디 던져주고 칭찬과 리액션으로 띄워주면, "아~ 좋구나~ 봄날이고나~"라며 어디로 가는지도 살피지 않은 채 하이에나를 따라간다.
거기서 그냥 험한 꼴 한 번 보고 끝나면 그나마 그러려니 할 텐데, 하이에나 중에는 뼈까지 발라먹는 하이에나들이 있다. 한 입 뜯고, 새 살이 돋을 때까지 치료해 주고, 상처가 나으면 또 한 입 뜯고, 다시 치료를 하는 녀석들. 그런 녀석들에게 걸리면 세탁기 수평받침대처럼 짓눌린 시기를 오래 보내게 된다. 아 잠깐, 오늘 얘기는 이게 아니니까 이쯤에서 접어두자. 이 얘기는 나중에 '맹수특집(응?)' 편에서 심도 있게 다루도록 하겠다. 자 그럼,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의 '금요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1. 남자들이 절 쉽게 봐요.
소개팅으로 만난 사람들이 자신을 쉽게 본다고 말하는 여성대원이 있었다. 사연엔 다짜고짜 스킨십을 하는 남자, 혼자 사는 그녀의 집에 놀러가겠다는 남자, 밤늦게 술 먹자고 부르는 남자 등 다양한 남자들이 등장했다. 저것만 놓고 보면 '별로인 남자들'만 만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야기를 살펴보면 남자의 저런 모습을 불러낸 여자의 잘못도 있었다.
요즘 잦은 성추행이나 성희롱 뉴스로 인해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를 '쉬운 여자'라고 생각하는 남자가 문제."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난 저 둘 다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소개팅에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갔으며, 첫 만남부터 술을 마셨다. 게다가 비오는 날 만났던 남자(집에 놀러가겠다는 말을 한 남자)에겐 한 우산을 쓰며 팔짱을 끼기도 했다. '혼자 살고 있다.'는 걸 대화 중 밝히기도 했고 말이다.
혹시 '닭갈비집에서 남의 테이블 닭갈비 볶아준 얘기'를 아는가? 음식이 옷에 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앞치마를 받아 입고 있던 남자. 그는 화장실에 다녀오는 중이었는데, 다른 테이블의 손님이 그를 차림을 보곤 직원으로 착각해 닭갈비를 볶아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그 당황스런 상황에서 그는 '직원이 아닙니다.'며 오해를 풀지 않고 닭갈비를 볶아주며 훈훈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잘잘못이야 애써 따지지 않아도, '쉬운여자'라고 생각해 마음보다 손이 먼저 나간 남자의 잘못이 훨씬 크다는 걸 세 살짜리 애도 알 수 있다. 사연을 보낸 대원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남자를 시험에 들게 만드는 말이나 태도'를 그만 하자는 거다. 소개팅에 파인 옷을 입고 나가 남자와 늦게까지 술 마시고, 혼자 산다는 걸 알리며, 남자가 집에 데려다 주는 길에 팔짱을 끼는 여자. '쉬운 여자'라는 오답을 구하기 딱 좋은 힌트다. 그건
"신데렐라에 나오는 난쟁이의 수에 3을 곱하면?"
같은 질문이다. 신데렐라와 백설공주를 착각해 "이십일!"이라고 대답하기 딱 좋지 않은가. 그걸 틀리는 남자들이 많다며 화만 내지 말고,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문제부터 얼른 수정하길 바란다.
2. 자기가 저에게 반할 수 있게 만들어 보래요.
'욕쟁이 할머니 뼈 해장국' 식당에 가서
"할머니, 제가 해장국을 먹고 싶기도 하고, 안 먹고 싶기도 한데
해장국을 먹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어 보세요."
해장국을 먹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어 보세요."
라는 이야기를 하면,
"뭐여? 너 농사짓냐? 올해 즤랄이 아주 그냥 풍년이여."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추수 돕고 있지 말고 얼른 빠져나오길 권한다. 열심히 낫질 해봐야 가득 쌓이는 건 즤랄 뿐이다. 그런 상대에게는
"오빠 회 좋아하나봐?"
라는 질문 정도를 해 주는 게 적당하다. 상대가 "회? 뭔 소리야? 회는 왜?"라고 물으면,
"날로 먹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서."
라며 손 흔들어 주면 된다.
3. 스키니진 입고 나가서 그런 걸까요?
소개팅에 스키니진을 입고 나갔다는 남성대원이 있었다. 처음엔 그 '스키니진'이 화두가 되어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는 점점 여자가 불편해하는 표정을 읽었다고 한다. 평범한 캐주얼을 입고 다시 한 번 만나면 이미지를 바꿀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녀는 죄송하다며 만남을 거절하는 중이라고 한다.
사연을 보면, 스키니진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소개팅에서 남자가 한 멘트들을 보자.
"연애? 그게 뭐죠? 해본 적 없어서 모르겠네요."
"제 얘기 재미없죠? 재밌어요? 감사합니다."
"제가 봤을 때 이 소개팅 이미 망한 것 같은데, 만날 생각 없으신 거죠? 솔직히?"
"제 얘기 재미없죠? 재밌어요? 감사합니다."
"제가 봤을 때 이 소개팅 이미 망한 것 같은데, 만날 생각 없으신 거죠? 솔직히?"
저 얘기를 회사 면접에 가서 한다고 해보자.
"취직? 그게 뭐죠? 해본 적 없어서 모르겠네요."
"제 이력이 별로죠? 평타는 친다고요? 감사합니다."
"제가 봤을 때 이 면접 이미 망한 것 같은데, 저 안 뽑으실 거죠? 솔직히?"
"제 이력이 별로죠? 평타는 친다고요? 감사합니다."
"제가 봤을 때 이 면접 이미 망한 것 같은데, 저 안 뽑으실 거죠? 솔직히?"
면접에 뭘 입고 갔냐는 것보다 저 '태도'가 더 큰 문제다. 상대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의 센스가 있다고 해도 저런 얘기는 '딱 한 번'이 최대 허용치다. 그것도 농담 삼아 아주 가볍게, 대화 속에 섞어 '웃자고 한 소리'임을 명확히 알 수 있게 하는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저런 일을 저지르니 상대의 표정은 점점 굳어가고, 이쪽에서는 이게 다 '스키니진' 때문이라고 여기며
'캐주얼 입고 다시 만나면 이미지 바꿀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 캐주얼이 아니라 통 큰 힙합바지 입고 나간다 해도 저런 식으로 대화를 하면 '아웃'은 면할 수 없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4. 친구의 전 여친을 좋아하는데, 힘들겠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서로의 호감만 일치한다면 '친구의 전 여친'이든 '친구의 전 부인'이든 그런 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친구 땅의 나무든 내 땅의 나무든 불에 타는 건 마찬가지 인 것처럼 말이다. 아마 상대가
"넌 구남친이랑 친구이기도 하고,
친구들이랑도 엮여 있잖아.
그리고 너랑 나랑은 아닌 것 같아. 미안해."
친구들이랑도 엮여 있잖아.
그리고 너랑 나랑은 아닌 것 같아. 미안해."
라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친구의 전 여친'이란 상황이 둘 사이를 막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사연을 쭉 살펴보면, 저 대답에서 빨간줄 쳐야 할 부분은 "너랑 나랑은 아닌 것 같아. 미안해."라는 부분이다. 둘의 대화를 보자.
(1)
남자 - 힘들면 나한테 기대.
여자 - 오버하지 마 ㅋㅋㅋㅋ
(2)
남자 - 내가 너 좋아하잖아. 난 어때? ㅋㅋ
여자 - 뭐래니 또 ㅡ.ㅡ^
남자 - 힘들면 나한테 기대.
여자 - 오버하지 마 ㅋㅋㅋㅋ
(2)
남자 - 내가 너 좋아하잖아. 난 어때? ㅋㅋ
여자 - 뭐래니 또 ㅡ.ㅡ^
저런 들이댐만 계속 하다가 결국엔 "너 진짜 이러지 마. 부담스러워. 또 사과한다고 답장 길게 보내지도 마. 제발 그러지 마."라는 얘기를 듣고 만 것 아닌가. 부킹대학 동경캠퍼스에서는 그런 태도를 '데레데레 거린다.'라고 표현하다. '부끄러움 섞인 구애의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친구의 전 여친'이란 상황을 스스로도 극복 못해 흐리멍텅한 태도를 취하면서 상대에게 구애만 하는 건, 그냥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것일 뿐이라는 걸 잊지 말자.
5. 일 년간 다섯 번의 연애, 모두 꽝!
'오는 남자를 막지 않는 것'이 나쁜 습관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태도는 이성과의 대화나 어울림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오는 남자와 모두 연애하는 것'은 생각 없이 '세일 상품'을 마구 사들이는 것과 같다. 싸다고 샀지만 막상 입으려고 보니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 그건 외로울 때 마침 상대가 다가오니 일단 사귀었지만, 만나다보니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상대의 치명적 결점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연애는 많이 해 봤는데,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지 못한 것 같아요."
구두 하나를 사더라도 여러 디자인을 살펴보고, 매장에서 신어보며 고르지 않는가. 그런데 사연을 보낸 대원은 '이 남자는 정말 아니다.' 싶을 정도의 남자가 아니라면 일단 사귀고 본다. 구두를 살 때, 가진 옷과 매치가 되는지, 발이 아프진 않을지, 이 계절에 맞는 구두인지도 파악하지 않고 일단 세일하면 지르는 것과 같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이 호감을 느끼는 남자에 대해서는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나랑 사귀기엔 저 사람이 아깝지. 날 떠날 거야.'
'저렇게 괜찮은 남자가 날 좋아할 리 없어.'
'내가 먼저 호감을 표시했다가 거절당하면 어떡해?'
'저렇게 괜찮은 남자가 날 좋아할 리 없어.'
'내가 먼저 호감을 표시했다가 거절당하면 어떡해?'
매뉴얼을 통해 한 번 한 적 있는 이야기다. 칭찬 받으려 쉬운 문제만 풀려는 여자. 대개 주관 없이 남의 얘기에 쉽게 흔들리거나, 맹목적으로 관계의 안정만을 찾는 여자들이 주로 저런 생각을 한다.
차라리 대시하는 남자가 아예 없으면 그 외로움의 바닥을 치고 올라와 자존감을 구축하는데, 위와 같은 상황은 어중간하기 때문에 높은 자존심과 낮은 자존감이 공존하며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괜찮은 남자'가 대시해 주길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다. 내년 이맘때에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도록, '쉬운 문제' 풀어 칭찬받으려는 태도는 버리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 보길 권한다.
앞으로 매주 금요일에는 '토막사연'들을 가지고 매뉴얼을 발행할 생각이다. 너무 작은 이야기라 분량이 나오지 않는 사연이나, 단독으로 발행하기엔 2% 부족한 사연, 그리고 문제를 잘못 파악한 까닭에 엄한 얘기만 잔뜩 적어 놓은 사연들을 토대로 꾸며볼까 한다.
늘 하는 얘기지만, 난 그대가 누군지 모른다. "스물다섯 살 남잡니다."라거나 "서른한 살 여자예요."라는 말로 그대라는 캐릭터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사연을 보낼 땐 최대한 자신을 잘 알 수 있게 소개해 주길 부탁드린다. '비공식 자기소개서'라고 생각하며 부담 없이 세세하게 적자. 그리고 '카톡대화'를 첨부해 달라고 했더니 대충 최근의 대화 몇 장 캡처해서 보내는 대원들이 있는데, 최대한 많은 분량을 텍스트로 저장해서 보내주길 바란다. 무릎 아래만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감 잡긴 힘든 것 아닌가.
거의 절반 이상의 대원들이, 자신의 얘기를 사연으로 길게 쓰다가 스스로 문제를 발견한다. "지금 보니까 솔직히 제가 좀 지나치게 예민하고 불쾌하게 굴었네요."등의 이야기를 하며 말이다. '나 화났다.'라는 걸 말하려 사연을 작성하는 게 아니라면, 카톡대화를 살펴보며 어디서부터 빗나갔는지를 발견하거나 '상대는 어땠을까'에 대한 부분을 생각할 수 있으니, 꼭 '전송' 버튼을 누르지 않더라도 한 번 차분히 써 보길 권한다.
그대가 웃는 날까지 그대 연애의 힘쎈 서포터가 될 것을 약속하며!
▲ "제 사연은 왜 소개되지 않는 거죠?" '노멀님', '무한로그님' 이런 메일은 폐기처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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