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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금요사연모음] 두고 본 거라는 남자 외 4편

by 무한 2012. 11. 16.
[금요사연모음] 두고 본 거라는 남자 외 4편
매뉴얼로 발행하긴 어딘가 좀 부족하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자꾸 눈에 밟히는 사연
들을 모아 소개하는 시간. 금요사연모음의 시간이 돌아왔다.

자기 사연은 왜 소개되지 않냐고 자꾸 항의메일을 보내는 대원들이 있는데,

"소개팅으로 만난 여자랑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근데 그 이후로 연락이 없어요. 밀당으로 보이는데, 아 그리고
소개팅 자리에서 그녀가 자기 휴대폰 케이스가 낡았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제가 사준다고 말했어야 하는 건가요?"



위와 같은 사연을 보내면 곤란하다. 사연의 '줄거리'를 말해줘야지, '느낀 점과 내 생각'만 적어서 보내면 어쩌자는 건가. 또, 스마트폰으로 보내는 거라 길게 쓰지 못하는 걸 양해해 달라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 대원들에겐 사연이 소개되지 못하는 것도 양해해 달라고 좀 부탁하고 싶다. 대충 적어서 보낸 이야기엔 대충 대답할 수밖에 없는 건데, 그런 짓을 해봐야 서로의 시간과 노력만 아까운 것 아닌가.

종종 댓글이나 방명록에 사연을 남기는 대원들도 있는데, 사연은 normalog@naver.com 으로만 받고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자 그럼 각설하고, 출발해 보자.


1. 널 시험해 본 거라는 남자


친구가 돈을 빌려갔다고 해보자. 그대가 돈을 달라고 얘기할 때마다 친구는 곧 줄 테니까 믿고 기다리라고 한다. 참다 참다 돈을 돌려 달라고 말하자, 친구가 대답한다.

"자 여기. 내가 돈을 늦게 갚은 건, 네가 날 믿나 안 믿나 시험해 본 거야."


저런 상황에서 '아, 내가 믿지 못하고 너무 독촉했구나.'라며 반성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연애에서는 같은 상황에서 반성하는 대원들이 있다.

남자 - 네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시험해 본 거야.
여자 - 그런 걸 왜 시험해? 네가 그럴 때마다 난 네가 날 밀어내는 느낌이야.
남자 - 밀어낸다고 밀쳐지면 그건 정말 사랑하는 게 아니지.



누가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 줬으면 좋겠다. (여기서 웃음 포인트를 못 잡고 '왜 이렇게 격한 얘기를 하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개 짖는 소리 좀 안나게 해라'라는 검색어로 검색해 보시면, 이게 패러디라는 걸 알 수 있다.)

얼마 전 지인 하나가 면접 날 늦게 일어난 까닭에 택시를 타고 면접장에 간 일이 있다. 그는 밖에서 볼 일을 보고 들어와도 차비가 두 배로 들지 않도록 꼭 버스 환승시간을 맞추는 알뜰한 사람이었는데, 그 날은 택시비가 이만 원쯤 나올 거라는 걸 알면서도 택시를 탔다. 왜? 지각하면 무슨 핑계를 대든 면접에서 떨어질 수 있으니까.

위의 남자도 마찬가지다. 만약 그가 여자친구를 시험하다간 연애가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저런 소리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시험을 해 봐도 연애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헛소리를 늘어놓아도 여자친구가 다 수긍하니, 계속 그 짓을 반복한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타일러도 보고 화도 내 봤다고 했는데,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그래봐야 상대가 말 돌리면 흐지부지 되고, 적반하장의 태도로 나오면 오히려 상대의 화를 풀어줘야 하는 괴상한 상황에 놓일 뿐이다. 맹목적인 헌신을 사랑이라 착각해 거기서 그러고 있지 말고, 사람 시험하는 남자와는 만날 수 없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나라면 이번 주말 내내 연락을 안 할 것이다. 남자가 "밀어낸다고 밀쳐지면 그건 정말 사랑하는 게 아니지."라고 했던가? 그 말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주말동안 연락 안 했다고 밀쳐지면, 그건 정말 사랑하는 게 아니지. 때리는 사람은 맞는 사람이 아프다는 걸 잘 모른다. 지가 맞아 봐야 아는 법이다.


2. 립서비스인지 진심인지?
 

어느 촌에 바(bar)가 생겼다는 얘기 혹시 기억하는가? 술집생활을 오래 하던 한 여자가 서울 근교의 촌에 바를 열었다. 처음엔 다들 사람도 얼마 살지 않고, 버스도 한 시간에 한 대밖에 없는 곳에서 무슨 양주를 파냐고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정확히 반 년 후, 그 바 앞에서는 동네 남자들끼리 낫과 야구방망이 등을 들고 그 여자를 쟁탈하기 위한 싸움을 벌였다. 그것도 네 명이나 엮인 사건이었다.

좀 지저분한 사건이라 소개하기 그렇긴 한데, 네 명의 남자 중 둘은 삼촌과 조카 사이고, 하나는 그 조카의 친구, 또 하나는 이장 아들이었다.

마담이 비록 지금은 서울 노른자에서 밀려 촌까지 오긴 했지만, 한 땐 같이 살자는 남자가 줄 설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눈가와 입가에 주름이 늘긴 했지만 그 수완까지 늙어버린 것은 아니라서, 마담은 그 촌의 순박한 남자들 가슴에 불을 댕겼다.

어린 남자들이 대시를 하면 자기보다 어리고 좋은 여자 만날 수 있는데 왜 그러냐고 답하고, 또래의 남자가 대시를 하면 가게 정리하고 어떻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며, 유부남이 대시를 하면 서로를 위해 이러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분명 긍정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절도 아닌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당신 정말 좋은 사람이야."
"우리가 아주 오래 전에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그냥 평범한 여자였다면 당신하고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더 길게 얘기하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것 같지 않은가? 진심인지 립서비스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행동이 무엇을 증명하고 있는지만 보면 된다. 위 이야기의 여자는 넷 중 아무와도 사귀지 않았다. 동네가 시끄러워지자 다른 곳으로 떠나 새롭게 바를 열었을 뿐이다. 여지가 100개쯤 있다고 해도 그게 확신으로 교환되진 않는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3. 왜 화를 내?


별로 친하지 않던 군대 후임이 일산에 온 적 있었다. 나를 보려고 온 건 아니고, 일산에서 볼 일이 있어서 왔다가 내가 일산에 산다는 걸 기억해 내고 연락을 한 것이다. 그날 난 서울에 나가 있었는데 저녁 8시쯤 돌아갈 예정이었다. 우리는 5시쯤 통화를 했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그런데 6시부터 그 후임이 카톡을 보내기 시작했다.

"형 언제와? 8시 보다 더 일찍은 못 오나? 배고프니까 빨리 와."


난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중이었는데, 후임은 계속해서 톡을 보내왔다. 혹시 더 늦어지는 것 아니냐고 묻는 카톡, 밥 먹기 싫은 데 자기가 먹자고 해서 먹는 거 아니냐고 묻는 카톡, 버스 탔냐고 묻는 카톡, 어디쯤 오냐고 묻는 카톡, 갈비 먹고 싶은 데 다른 것 먹고 싶으면 다른 걸로 먹자는 카톡 등등.

여하튼 그렇게 밥을 먹고 헤어져 난 집에 돌아와 잤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후임에게서 카톡이 잔뜩 와 있었다. 밥 먹으며 나눈 이야기 중 궁금한 게 있었던 모양인데, 그걸 집에 돌아가며 나에게 물었던 것이다. 그런데 난 자느라 답을 하지 못했고, 후임은 그걸 내가 일부러 답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장문의 카톡을 남겨두었다. 자느라 답을 못 했다고 대답하자, 녀석은 다시 들뜬 기분이 되었는지 자기 얘기를 길게 늘어놓았다.

딱 저 얘기에서 나를 빼고, 그 자리에 여자를 집어넣어 보자. 그러면 혼자 고군분투 하다가 화를 내는 남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언제 오냐고 물었더니 일하는 중이라고 짜증을 내더군요.
- 전 진심으로 보낸 카톡인데, 그녀가 답을 해주지 않아서 화가 났습니다.
- 설득하려고 제 마음을 적어 보냈는데 딴 소리만 하더군요.
- 전 머리를 짜내서 보내는데 그녀는 단답을 했어요. 제가 무시당한 거죠.
- 늘 제가 먼저 카톡을 보내야 한다는 것에 화가 나서 그녀를 차단했습니다.



아니 대체 저게 뭔 소릴까? 길거리에서 눈동자가 맑아 보인다며 접근하는 사람에게, 바빠서 얼른 가봐야 한다고 말했더니, 그가 "지금 저 무시하시는 건가요? 제가 할 말이 있으니까 말을 건 거잖아요."라고 따지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저게 지금 그것과 똑같은 짓이다. 대체 왜 화를 내는가? 왜?


4. 저만의 착각인가요?


E로 시작하는 메일주소를 가진 여성대원의 사연이다. 분명 착각은 아니다. 상대도 이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사실 이건 그냥 두어도 알아서 잘 될 것 같은 사연이라 다루지 않으려고 했는데, 다른 남자선생님이 해 준 조언대로 하면 망할 수 있기에 이렇게 적게 되었다.

"K선생은 E선생이 관심 가진 줄 모르니까, 확실하게 말을 해 봐."


아직 카톡으로 안부인사도 나누는 사이가 아닌데, 관심 있다고 확실하게 말 하라니. 그렇게 말해서 아 그렇습니까, 관심입니까, 감사합니다, 우리 한 번 사귀어 봅시다, 뭐 이렇게 된다면 나도 참 좋겠다.

장담하는데, K선생도 이쪽의 마음을 알고 있다. 그건 둘이 나눈 대화 중 '오해'와 관련된 부분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지금 상황은, '호감은 가지만 적극적으로 대시하고 싶을 정도는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럴 땐 힌트를 더 줘야지, 아예 답을 공개해 버리면 안 된다.

지금 스스로를 '인연이 있다면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도 계기는 찾아올 것이다.'라고 달래고 있는 것처럼 그 선을 계속 유지하길 권한다. 먼저 인사를 건네고 가벼운 농담을 하는 것 역시 잘 하고 있는 거다. 조금 더 추가하자면, 

- 전에 회식자리에서 챙겨주셔서 감사하다. 
- 담배 나가서 피우시는 배려에 감동했다.

 

정도의 칭찬을 곁들이면 된다. 다른 선생님들과 농담하는 것은 계속 해도 좋다. 위의 남자 선생님은 그런 모습을 줄이고 K선생에게 올인 하라고 했지만, 전혀 그럴 필요 없다. 옷 사러 가서도 내가 망설이고 있는 옷을 남이 사려고 하면, 그때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는 것 아닌가. 그 선생님 조언대로 남들에게 차갑게 대하며 K선생에게 관심 있다고 표현했다간 이번 판(응?) 깨질 수 있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사연을 보내주시는 독자 분들께

"절 도와주실 수 있으면 답장 주세요."
"제가 글 올라온 거 못 볼 수 있으니, 글 올리시면 010-6244-XXXX로 문자 주세요."
"블로그엔 올리시지 말고 저한테 따로 답장을 주세요."



라는 이야기는 안 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난 개인적으로 이게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의 폐해라고 생각하는데, 뭐든 묻거나 부탁만 하면 답변이 돌아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런 분들에게는 지식인에 가셔서 내공을 걸고 질문을 한 후 답변 받으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그 절박한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난 정말 절박해서 물어보는 건데 정말 답장 안 해주는 거냐?"라고 말하면 좀 곤란하다. 절박한 사람들이 하루에 수십 통씩 메일을 보내는데 거기에 다 답장을 하고 있다간 난 밥을 굶어야 한다. 최대한 많은 사연을 다루고자 '금요사연모음'도 진행하고 있으니, 그 점 조금만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자 그럼, 다들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시길 바라며!



▲ 이런 날엔 해물파전에 막걸리를 추천합니다. 종로 5가 부침개도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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