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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여자가 진지하게 이별을 고려해야 할 남자 세 유형

by 무한 2013. 2. 7.
여자가 진지하게 이별을 고려해야 할 남자 세 유형
남자를 볼 땐 딱 두 가지-그가 당신은 존중하는가, 그는 둘의 관계에 대한 책임감을 보유하고 있는가-를 살피라고 질리도록 말했다. 하지만 저 말이 몇몇 독자들에겐 "꺼진 불도 다시보자."류의 진부한 표어처럼 들리는지, 내게 도착한 사연을 보면 저 말은 아예 멀찍이 밀려나 허공을 떠돌고 있다. 당장 연락에 충실하지 않은 남자친구에게 분개하기만 할 뿐, 그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재고하는 독자는 많지 않단 얘기다.

그래서 오늘은 좀 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그어볼까 한다. 저 두 부분을 어떻게 살펴야 하는지 사연을 토대로 살펴보면, 나는 한 얘기 또 해야 하는 지겨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대에겐 보다 분명한 기준을 두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자 그럼, 출발해 보자.


1. 남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에 익숙한 남자


소제목을 '돈 백만 원 없는 남자'로 하려다가 오해가 생길 것 같아서 저렇게 적었다. '돈 백만 원'이라는 건 상징적인 의미로, 돈 있으면 놀고 없으면 일하는 게 생활화 된 까닭에 인생을 돌보지 않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살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늘 돈 문제로 허덕인다는 거다. 집이나 차, 그런 걸 살만한 돈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지극히 기본적인 '생활비'와 관련된 부분에서 말이다.

"제 남자친구는 고시공부 중인데 저기에 해당되나요?"
"돈을 모았다가 사업 실패로 다 잃은 남자는요?"
"그가 집안을 돌보느라 모아 놓은 돈이 없는데, 그도 해당되나요?"



그런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스스로 판단하길 바란다. 고시공부만 하더라도 정말 공부에 매달려서 하는 남자가 있는 반면, 마땅히 할 게 없으니 그저 발만 담가 놓고 '고시공부 핑계'만 대는 남자도 있다. 사업 실패 역시 그 경험을 핥으며 재기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벌 만큼 번 적 있다."라며 과거의 영광을 무절제한 생활의 면죄부로 사용하는 남자도 있다. 가이드에 해당되는 남친을 뒀다 하더라도 그게 운이 없어서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생활을 돌보지 않는 습관 때문에 그렇게 된 건지는 여자친구인 그대가 더 잘 알 테니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길 권한다.

대개 '돈 백만 원 없는 남자'와 사귄 대원들은 남자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거나, 얼마간이라도 이쪽에서 지탱해 주려 노력한다. 방세, 학원비, 학비, 전화요금, 심지어 용돈까지 줘 가며 만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나중엔 거기에 점점 길들여지는 남자친구를 보며 차용증을 쓰라느니 공증을 받으러 가자느니 하는 얘기로 자극하다 헤어지는 경우가 많고 말이다.

부모의 돈을 가져다 쓰는 까닭에 저런 부분이 가려져 있을 수 있다. 그럴 땐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피길 바란다. 그런 경우 대개 십중팔구는 '주색잡기'의 문제를 일으킨다.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을 토대로 말하자면, 그들은 남들이 인생을 대신 살아줬으니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까지 별 어려움 없이 충족할 수 있었다. 그 이후엔 명예, 권력, 성취를 갈망하게 되는데, 그간 남들의 도움으로 살아온 까닭에 스스로 뭔가를 이뤄낼 만한 재주가 없다. 때문에 손쉽게 랭커가 될 수 있는 취미생활에 골몰하거나 주색잡기에서 성취를 이루고자 한다.


2. 자기비하, 자기혐오 하는 남자
 

상대에 대한 동정심이나 죄책감으로 연애를 이어가는 여자가 있다. 자기비하, 자기혐오를 하는 남자(이후 비하남)를 만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늪에 빠져버린 거다.

상대가 '비하남'이라는 사실이 처음부터 드러나는 건 아니다. 그랬다면 둘의 만남이 연애로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서로를 알아가는 시기엔 비하남이 모든 에너지를 연애에 쏟는 까닭에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남자'로 보일 수 있다.

문제가 생기는 건 갈등이 찾아왔을 때다. 비하남은 갈등이 찾아오면 즉시 자신의 오래된 문제해결방식을 꺼낸다. 자기비하와 자기혐오가 그것이다.

"그래, 내가 집착한 거지. 그냥 기다렸으면 되는데 계속 닦달이나 하고…."
"너도 이런 성격을 가진 내가 싫겠지. 나도 내가 싫다."
"콩깍지가 벗겨지면, 아마 넌 날 떠날 거야."



한 두 번은, 큰 실망 때문에 저러는가보다, 하며 여자가 위로할 수 있다. 하지만 모성애를 발휘해 격려하고 응원하면 할수록 비하남은 계속해서 저런 포지션을 굳혀간다. 무슨 얘기만 꺼냈다 하면 우울한 분위기부터 풍기고, 이쪽에서 실망할 만한 부분들을 미리 한탄해 비판을 피해간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정상적인 대화나 조율이 불가능해진다. 엄마가 시야에서 사라지면 울음부터 터트리는 아이를 돌보는 것 같은, 그런 연애를 하게 되는 것이다.

증세가 심한 비하남들은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전쟁이 났으면 좋겠다느니, 세상이 한 번 싹 뒤집혀야 한다느니 하는 이상한 얘기들을 하는 비하남이 있다. 또, 비하나 혐오의 방향을 틀어 외부로 향하는 경우도 있다. 여자친구가 뭔가를 권하면 거기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부터 한다든가, 누군가를 칭찬하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든 거기에 흠집을 내려 달려들기도 한다.

자신을 철저한 실패자로 미리 선언한 후 거기에서 은밀한 안도감을 찾는 남자. 그런 남자는 늪과 같으니 깊이를 재겠다며 뛰어들지 말길 권한다. 상대의 심리치료사가 되겠다고 그 늪에 뛰어든 여자사람은 꽤 많은데, 다들 돌아오지 못했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관계가 점점 기울어져 버렸던 것이다.

너무 사랑하는 까닭에 놓을 수 없다면, 그가 하는 말에 '무대응'으로 대처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비하하는 말에 반론을 제기한다거나, 그럴 필요 없다며 달래려 한다거나, 그런 말을 할 때마다 화를 내는 것 대신, 비하가 시작되는 순간 관심 없다는 듯 다른 얘기나 해 버리는 것이다. 음, 대처법에 대한 자세한 얘기까지 꺼내면 글이 너무 길어지니, 그건 나중에 따로 살펴보도록 하자.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모르는 남자가 어찌 남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여기다가는 "상대가 비하남이라는 걸 확인했다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쳐요!"라고만 적어두겠다.


3. 늘 회피하는 남자


위에서 말한 비하남과 비슷한 타입인데, 이들은 비하대신 회피를 사용한다. 그들의 회피방법은 오랜 시간 쌓여온 까닭에 단단하게 굳어 있다. 때문에 그들과 대화의 대화는 벽을 마주한 채 이야기를 하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여친 - 어제 잘 들어 간 거야? 집에 들어가서 톡 하나 남겨주지 그랬어!
남친 - 너 잠들기 전에, 내가 들어갈 거라고 톡 보냈는데, 집 도착했다고 또 보내야해?
여친 - 그게 아니라, 난 들어간다는 톡 보고 잠들었는데, 도착했다는 톡이 없기에….
남친 - 시시각각 다 보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 
         그리고 너도 전에 찜질방 갔을 때, 나왔다고는 톡 안 했잖아. 
         들어갈 때만 톡 하고, 나중에 집에 도착해서야 톡 보냈잖아.



그들은 칭찬이 아닌 말은 전부

'저건 날 비난하려고 하는 말일 거야.'
'저 말을 꺼낸 의도는 날 욕하려는 건가?'



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인다. 여자친구는 그저 좀 서운하다는 이야기를 흘렸을 뿐인데, 그들은 정색하며 금방 멱살이라도 잡을 것처럼 반응하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처음엔 '여자친구의 말'에서 회피하는 것으로 시작된 저 행동이 나중엔 '여자친구' 자체에서 벗어나려는 듯한 모습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여자친구가 자신을 비난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는지 회피남은 대화를 줄여간다. 일상적으로 안부를 묻거나 (약간은 의무적인 것처럼 느껴지는)전화통화는 잘 하지만, 싸운 뒤 아직 앙금이 남아 있는 사람처럼 진지한 대화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으로 봉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껍데기 같은 연애가 계속 된다. 여자는 남친과 대화를 하며 자기 혼자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느낀다. 연애에 대한 고민 역시 남친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혼자서만 열심히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그러다 지쳐 남자친구에게 SOS를 보낸다. 남자친구는 그 SOS마저 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한 함정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구조신호마저도 회피해 버린다. 

이 부분 역시 '나 대화법'을 통해 풀어가는 방법이 있긴 한데, 웬만하면 서둘러 벗어나길 먼저 권하고 싶다.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안 하느니만 못한 대화만 이어가다 탈모만 가속화 시킬 수 있다.

"서운한 거 있으면 쌓아두지 말고 말 해."


말은 잘 한다. 하지만 저 말을 듣고 진짜 서운한 걸 말하면, 그는 '내 회피기술의 현란함을 느껴봐.'라고 말하듯 요리조리 다 피해간다. "말 하라고 했을 뿐, 그 말에 따르겠다는 얘기는 아니었다."라는 말에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다. 하아, 이쪽을 라이벌로 생각하거나 적대시하고 있는 남자와 무슨 연애를 할 수 있겠는가.


위에서 말한 것들은 연애를 집에 비유했을 때 기둥이 되는 부분들이다. 집에 창문하나 고장 나면 고쳐서 살 수 있지만, 기둥이 붕괴조짐을 보이면 수십 억짜리 집이라도 들어가 살 수 없는 법 아닌가. 어떻게든 보수하겠다고 들어가서 손수 시멘트 바르고 보강목 대며 공사하는 여자사람들도 있긴 한데,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보수공사에 성공한 사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대가 소중한 청춘을 보수공사에 다 허비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썼다. 여자는 남자와 달리 28세 이후로 '사회적 나이'라는 걸 따로 먹게 된다. 실제 나이와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실제 나이    - 28, 29, 30, 31, 32, 33, 34, 35…
사회적 나이 - 28, 30, 32, 33, 34, 36, 38, 40…


위에 적힌 순서대로 상응하며, 여자의 사회적 나이는 '과년한 남자에 대한 사회적 태도'와 비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시 말해, 35세의 미혼여성에 대한 사회적 태도는 40세의 미혼남성을 향한 그것과 비슷하단 얘기다. 그러니 배 타고 바다에 나왔다며 설레만 할 것이 아니라, 수시로 나침반을 확인하며 목적지로 맞게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바란다. 여행기분은 목적지를 확인 한 후에 느껴도 충분하다.

"무한님, 전 37세의 미혼여성인데요. 그럼 사회적 나이로 치면…."


우리 동네에 새로 오픈한 횟집에서 테이블 당 소주 2병 무료로 주는 이벤트를 하던데, 자세한 얘기는 각 일 병씩 원샷하고 나누도록 하자. 맨 정신으로 나누긴 어려운 얘기다. 농담이고, 35세 이후로는 사회적 태도에도 굳은살이 박이기 마련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도망치라는 표현은 좀 거슬리네요. 아무리 그래도 사람인데." 만나 보면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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