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마음을 식게 만든 K씨에게 해주고 싶은 말
우선, 여자친구의 회사로 찾아가지 말자. 무슨 일 있을 때마다 회사로 찾아가거나 이벤트 해서 억지로 마음 돌리려 하는 행동은 그저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과 같다. 당장 일시적인 효과는 볼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금방 똑같은 부위에 똑같은 통증이 찾아온다. 게다가 나중엔 진통제(무작정 찾아가기, 이벤트)에 내성이 생겨서 잘 듣지도 않게 된다.
K씨는 세 달 간의 연애 내내 여자친구의 마음을 급하게 돌리려 했다. 다투다가 여자친구가 토라지기라도 하면 두 시간이고 세시간이도 전화기를 붙들고,
라고 말했다. 차근차근 갈등의 원인을 돌아봤다는 점에서는 훌륭하지만, 이해시키는 것으로 상대의 '상한 감정'까지 덮으려 했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명절에 전 부치다가 덴 자리만 하더라도 예전처럼 멀쩡해 지려면 최소한 일주일은 걸리는 것 아닌가. 그런데 K씨는 여자친구가 손을 데이면,
라는 이야기만 해 대는 것과 같다.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이 식은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지금도, K씨는 당장 회사로 찾아가 대화를 하거나 몇 시간이고 통화를 하는 것으로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리려 한다. 상대는 고장 난 게 아니라 아픈 건데, K씨는 고치려고만 든단 얘기다.
여자친구에게 반성문을 적거나, K씨의 입장을 밝히기 위한 경위서를 쓸 필요는 없으니, 길지 않은 세 달 간의 연애를 쭉 돌아본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읽길 바란다. 그럼 뭘 더 해야 하냐고 다급하게 묻는 태도 대신, 상대를 아프게 만드는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출발해 보자.
택시비 가지고 K씨와 여자친구가 싸우는 카톡을 보고, 난 정말 답답해서 죽을 뻔 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라고 말했을 것 같다.
이거 얼마 전에도 '응급실에 간 여친에게, 자신이 조퇴하고 응급실로 가는 건 비효율적인 일이라는 남친'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한 적 있다. 그 망할 '효율성'이라는 말을 제발 좀 집어 치우자.
틀린 말은 아닌데, 저 말을 듣는 순간 그냥 정이 확 떨어진다. 여자친구가 와 달라고 한 것도 아니잖은가. 그저 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을 뿐인데 오라고 할 까봐 미리 저런 얘기를 한 건 분명 실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친구가
라고 말하자,
라고 말한 건 정말 최악이다. 그렇게 논리를 이어 나가다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난 경악했다. 대체 뭘 먹으면 그렇게 로봇처럼 생각할 수 있는 것인가?
더욱 놀라운 건, 위의 싸움으로 여자친구가 화를 내자 K씨가 "그래? 어디 한 번 해볼까?"의 태도를 취했다는 점이다.
아이고 이 사람아. 위에서 내 잘못 아니라고 방어할 때, 분명 두 시간 만날 거면 택시비 안 아깝지만 삼십분 보느라 택시비 지불하긴 아깝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여자친구가 그 말에 "그럼 날 잠깐 보기엔 택시비가 아깝고, 두 시간 넘게 봐야 택시비가 안 아까워? 두 시간 넘게 봐야 좋은 거야?"라고 말한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또 거기다 대고 그런 얘기 한 적 없다고 발뺌하니, 여자친구는 당연히 속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낀다.
또,
식의 태도는 다시 안 볼 생각인 사람하고 싸울 때나 취하는 태도다. 저건 순도 100%짜리 도발이다. 안 그래도 화가 나 있는 상대에게 그런 냉소를 던지면, 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그리고 상대보다 세 살 많으면 좀 오빠답게 굴자. 대화하다 상대가 말을 자르면,
라고 말해도 되는 것 아닌가. 동생이 좀 흥분해서 다다다다 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건데, 말을 잘랐다는 것에 발끈해서는
라며 복수를 하는 건, 하아 진짜 좀 그렇다. 꼭 그렇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 줘야 하는 것인가? 사랑하는 사이라면서 왜 남에게 그러는 것보다 더 지독하게 구는지…. 참 안타깝다.
저 소제목이 K씨의 연애를 관통하고 있는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냥 먼저 사과 한 번 하거나, 말꼬리 잡지 않고 너그럽게 넘겨도 될 일을 K씨는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 '늦잠 사건'을 보자.
고맙다니! 이해해줘서 고맙다니! 저렇게 대화를 나눈 뒤에 여자친구의 마음이 폐허가 되어 버렸을 거라는 걸 정말 모르는 것인가? 애초에 그냥 "헉, 늦잠 자 버렸네. 미안해. 5분 만에 준비 할게! 만나서 뭐 할까 생각하다가 어제 늦잠 자 버렸어.ㅋ"라고 능청이라도 떨었으면, 만나서 치즈돈가스 먹으며 재미있게 놀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되지도 않는 이상한 소리 꺼내가며 비껴가려고 하니, 여자친구는 필연적으로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라는 부분에선, 자기가 잘못해 놓고 상대에게 책임을 미루는 황당한 모습까지 보인다. 만나기로 한 친구가 오전 내내 연락이 없었다고 해보자. 그래놓곤 점심때쯤
라는 톡을 보냈다. 대체 어떤 멘탈로 사고하기에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할 것 같지 않은가? 거기에 대고 잘잘못을 따지면 그 친구는 어떻게든 또 피해 나간다.
따위의 말을 하는 친구. 그런 친구와는 앞으로 만날 약속을 잡고 싶어지지 않을 것이다.
여자친구가 "그냥 이해할게."라고 한 말을, 정말 이해한 것으로 받아들였는가? 그건 포기한다는 말이다. K씨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는 뜻이며, K씨와의 연애에서 포기하는 부분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나 둘 포기하다 보면, 연애는 껍데기 만 남게 된다. 이제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이름만 남은 그런 관계.
K씨는 자신이 너무 이상적인 연애를 하려 한 까닭에 이렇게 된 것 같다고 말하는데, 대체 어느 부분이 이상적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K씨가 꿈꾼 건 '이상적인 연애'가 아니라 '편한 연애'다. 만나기로 한 날 늦잠을 자도 여자친구가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받고, 효율적인 것과 비효율적인 것에 대한 설명을 하면 여자친구가 "역시 오빤 똑똑하고 냉철해! 이성적이야!"라고 말하며, 이쪽에서 잘못을 했더라도 사과하면 여자친구가 다 이해해 주는 그런 연애 말이다.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우린 서로 다른 부분이 많으니까 맞춰가야 한다."는 말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K씨와 친구인데, 감정이 상하면 K씨에게 욕을 한다. 그러면서 "내가 욕을 하는 건 감정해소를 위한 것이다. 너와 '다른'부분이니까 이해하고 맞춰줘라."라고 말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여자친구 회사 찾아가서 "그건 오해야. 내가 왜 그랬던 거냐면…(변명 생략)." 이라며 긴 얘기만 늘어놓지 말고, 하루 날 잡아 집에서 종일 고구마만 먹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그러면 '아, 내가 구린 사람이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린 서로 안 맞으며 맞춰가야 한다는 얘기, 그 얘기를 하기 전에, 자신이 잘못한 부분들에 대해 먼저 사과를 할 줄 아는 남자가 되길 바란다.
▲ "난 너와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야. 우린 맞춰가야 해!"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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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여자친구의 회사로 찾아가지 말자. 무슨 일 있을 때마다 회사로 찾아가거나 이벤트 해서 억지로 마음 돌리려 하는 행동은 그저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과 같다. 당장 일시적인 효과는 볼지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금방 똑같은 부위에 똑같은 통증이 찾아온다. 게다가 나중엔 진통제(무작정 찾아가기, 이벤트)에 내성이 생겨서 잘 듣지도 않게 된다.
K씨는 세 달 간의 연애 내내 여자친구의 마음을 급하게 돌리려 했다. 다투다가 여자친구가 토라지기라도 하면 두 시간이고 세시간이도 전화기를 붙들고,
"우리는 서로 다르게 살아왔으니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게 당연하다.
그러니 이러이러한 점은 이러이러하다고 이해하며 맞춰가자.
얼른 토라진 마음 풀고, 사랑한다고 말할 때의 태도로 돌아와라."
그러니 이러이러한 점은 이러이러하다고 이해하며 맞춰가자.
얼른 토라진 마음 풀고, 사랑한다고 말할 때의 태도로 돌아와라."
라고 말했다. 차근차근 갈등의 원인을 돌아봤다는 점에서는 훌륭하지만, 이해시키는 것으로 상대의 '상한 감정'까지 덮으려 했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명절에 전 부치다가 덴 자리만 하더라도 예전처럼 멀쩡해 지려면 최소한 일주일은 걸리는 것 아닌가. 그런데 K씨는 여자친구가 손을 데이면,
"덴 상처는 일주일 정도 있으면 괜찮아 질 거다.
그러니 아프다고 하지 말고, 평소처럼 지낼 수 있게 얼른 감정을 추슬러라."
그러니 아프다고 하지 말고, 평소처럼 지낼 수 있게 얼른 감정을 추슬러라."
라는 이야기만 해 대는 것과 같다.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마음이 식은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지금도, K씨는 당장 회사로 찾아가 대화를 하거나 몇 시간이고 통화를 하는 것으로 여자친구의 마음을 돌리려 한다. 상대는 고장 난 게 아니라 아픈 건데, K씨는 고치려고만 든단 얘기다.
여자친구에게 반성문을 적거나, K씨의 입장을 밝히기 위한 경위서를 쓸 필요는 없으니, 길지 않은 세 달 간의 연애를 쭉 돌아본다는 마음으로 이 글을 읽길 바란다. 그럼 뭘 더 해야 하냐고 다급하게 묻는 태도 대신, 상대를 아프게 만드는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출발해 보자.
1. 그게 어떻게 이성적입니까?
택시비 가지고 K씨와 여자친구가 싸우는 카톡을 보고, 난 정말 답답해서 죽을 뻔 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야! 형이 만 원 줄 테니까, 그냥 이거 갖고 택시비 해라. 이 답답이들아!"
라고 말했을 것 같다.
이거 얼마 전에도 '응급실에 간 여친에게, 자신이 조퇴하고 응급실로 가는 건 비효율적인 일이라는 남친'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한 적 있다. 그 망할 '효율성'이라는 말을 제발 좀 집어 치우자.
"내가 지금 널 보러 가면 30분만 지나도 대중교통 끊기는데,
그러면 난 택시타고 돌아와야 하잖아.
나도 너 보고 싶지만, 차라리 이번에 한 번 참고
택시비 아껴서 그 돈으로 나중에 우리 더 즐거운 데이트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러면 난 택시타고 돌아와야 하잖아.
나도 너 보고 싶지만, 차라리 이번에 한 번 참고
택시비 아껴서 그 돈으로 나중에 우리 더 즐거운 데이트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틀린 말은 아닌데, 저 말을 듣는 순간 그냥 정이 확 떨어진다. 여자친구가 와 달라고 한 것도 아니잖은가. 그저 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을 뿐인데 오라고 할 까봐 미리 저런 얘기를 한 건 분명 실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친구가
"택시비 따져가며 꼭 그렇게 말을 해야 해?"
라고 말하자,
"내가 너무 이성적으로 말해서 서운해?"
라고 말한 건 정말 최악이다. 그렇게 논리를 이어 나가다
"두 시간 정도 볼 수 있다면 택시비를 지불하는 것을 감수할 수 있지만,
30분 정도 보려고 택시를 타는 건 가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잖아."
30분 정도 보려고 택시를 타는 건 가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잖아."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난 경악했다. 대체 뭘 먹으면 그렇게 로봇처럼 생각할 수 있는 것인가?
2. "그래? 어디 한 번 해 볼까?"의 자세
더욱 놀라운 건, 위의 싸움으로 여자친구가 화를 내자 K씨가 "그래? 어디 한 번 해볼까?"의 태도를 취했다는 점이다.
"그럼 내가 택시타고 돌아오더라도 널 보러 갔어야 맞는 거구나?"
"택시비 아껴서 너랑 더 풍요로운 데이트 하려는 내 마음은 왜 몰라줘?"
"아닌데? 난 널 잠깐 봐도 좋은데? 두 시간 넘게 봐야 좋다는 말 한 적 없는데?"
"택시비 아껴서 너랑 더 풍요로운 데이트 하려는 내 마음은 왜 몰라줘?"
"아닌데? 난 널 잠깐 봐도 좋은데? 두 시간 넘게 봐야 좋다는 말 한 적 없는데?"
아이고 이 사람아. 위에서 내 잘못 아니라고 방어할 때, 분명 두 시간 만날 거면 택시비 안 아깝지만 삼십분 보느라 택시비 지불하긴 아깝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여자친구가 그 말에 "그럼 날 잠깐 보기엔 택시비가 아깝고, 두 시간 넘게 봐야 택시비가 안 아까워? 두 시간 넘게 봐야 좋은 거야?"라고 말한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또 거기다 대고 그런 얘기 한 적 없다고 발뺌하니, 여자친구는 당연히 속 터질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낀다.
또,
"아 그래? 그럼 ~했어야 맞는 거구나? 그렇구나? 내가 잘못했네."
식의 태도는 다시 안 볼 생각인 사람하고 싸울 때나 취하는 태도다. 저건 순도 100%짜리 도발이다. 안 그래도 화가 나 있는 상대에게 그런 냉소를 던지면, 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그리고 상대보다 세 살 많으면 좀 오빠답게 굴자. 대화하다 상대가 말을 자르면,
"아, 저 말 뒤에 내가 이러이러한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거야."
라고 말해도 되는 것 아닌가. 동생이 좀 흥분해서 다다다다 하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건데, 말을 잘랐다는 것에 발끈해서는
"네가 얘기하고 있을 때 내가 너처럼 말 끊으면 넌 어떻게 느낄까?"
"네가 한 거랑 똑같이 말 끊은 건데, 너도 기분 나쁘지? 이제 내 기분 알겠지?"
"네가 한 거랑 똑같이 말 끊은 건데, 너도 기분 나쁘지? 이제 내 기분 알겠지?"
라며 복수를 하는 건, 하아 진짜 좀 그렇다. 꼭 그렇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아 줘야 하는 것인가? 사랑하는 사이라면서 왜 남에게 그러는 것보다 더 지독하게 구는지…. 참 안타깝다.
3.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저 소제목이 K씨의 연애를 관통하고 있는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냥 먼저 사과 한 번 하거나, 말꼬리 잡지 않고 너그럽게 넘겨도 될 일을 K씨는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 '늦잠 사건'을 보자.
오전 9:32 여친 : 나 일어났어요~
오전 10:01 여친 : 오빠 아직 자는 중?
오전 10:42 여친 : 뭐해?
오전 11:13 여친 : 오늘 우리 안 봐?
오전 11:48 여친 : 음.... 각자 할 거 하자.
오후 12:10 K씨 : 만나자는 말 기다리고 있었지~
오후 12:11 여친 : 내가 하는 말 다 보면서 만나자는 말하길 기다리고 있었다고?
오후 12:11 여친 : 장난해?
오후 12:13 K씨 : 음, 내가 늦잠자서 뭐라고 할까봐 그렇게 말 한 거고
오후 12:14 K씨 : 아무튼 그렇게 말한 건 사과할게. 미안해.
오후 12:14 K씨 : 오늘은 각자 할 거 하면서 보내자.
오후 12:14 K씨 : 너 이미 화난 것 같은데 만나봐야 싸움만 할 것 같고.
오후 12:15 여친 : 주말 잘 쉬어.
오후 12:15 K씨 : 화났어? 내가 잘못했어. 아침에 일어났다가…(변명 생략)
오후 12:17 여친 : 더 싸우고 싶지 않아서 그래. 그냥 내가 이해하면 안 싸워도 되잖아.
오후 12:18 여친 : 오빠도 피곤했으니까 늦잠 잤겠지. 그냥 그렇게 이해할래.
오후 12:19 K씨 : 이해해 줘서 고마워.
오전 10:01 여친 : 오빠 아직 자는 중?
오전 10:42 여친 : 뭐해?
오전 11:13 여친 : 오늘 우리 안 봐?
오전 11:48 여친 : 음.... 각자 할 거 하자.
오후 12:10 K씨 : 만나자는 말 기다리고 있었지~
오후 12:11 여친 : 내가 하는 말 다 보면서 만나자는 말하길 기다리고 있었다고?
오후 12:11 여친 : 장난해?
오후 12:13 K씨 : 음, 내가 늦잠자서 뭐라고 할까봐 그렇게 말 한 거고
오후 12:14 K씨 : 아무튼 그렇게 말한 건 사과할게. 미안해.
오후 12:14 K씨 : 오늘은 각자 할 거 하면서 보내자.
오후 12:14 K씨 : 너 이미 화난 것 같은데 만나봐야 싸움만 할 것 같고.
오후 12:15 여친 : 주말 잘 쉬어.
오후 12:15 K씨 : 화났어? 내가 잘못했어. 아침에 일어났다가…(변명 생략)
오후 12:17 여친 : 더 싸우고 싶지 않아서 그래. 그냥 내가 이해하면 안 싸워도 되잖아.
오후 12:18 여친 : 오빠도 피곤했으니까 늦잠 잤겠지. 그냥 그렇게 이해할래.
오후 12:19 K씨 : 이해해 줘서 고마워.
고맙다니! 이해해줘서 고맙다니! 저렇게 대화를 나눈 뒤에 여자친구의 마음이 폐허가 되어 버렸을 거라는 걸 정말 모르는 것인가? 애초에 그냥 "헉, 늦잠 자 버렸네. 미안해. 5분 만에 준비 할게! 만나서 뭐 할까 생각하다가 어제 늦잠 자 버렸어.ㅋ"라고 능청이라도 떨었으면, 만나서 치즈돈가스 먹으며 재미있게 놀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되지도 않는 이상한 소리 꺼내가며 비껴가려고 하니, 여자친구는 필연적으로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너 이미 화난 것 같은데 만나봐야 싸움만 할 것 같고."
라는 부분에선, 자기가 잘못해 놓고 상대에게 책임을 미루는 황당한 모습까지 보인다. 만나기로 한 친구가 오전 내내 연락이 없었다고 해보자. 그래놓곤 점심때쯤
"나 기다리느라 너 화났을 것 같으니까 그냥 다음에 보자.
오늘 만나봐야 너나 나나 마음 안 편할 것 같다."
오늘 만나봐야 너나 나나 마음 안 편할 것 같다."
라는 톡을 보냈다. 대체 어떤 멘탈로 사고하기에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할 것 같지 않은가? 거기에 대고 잘잘못을 따지면 그 친구는 어떻게든 또 피해 나간다.
"미안해. 그래서 내가 이런 것까지 다 파악해서 다음에 보자고 말 한 건데,
넌 꼭 이렇게까지 해가며 나한테 화풀이를 해야 해? 그러면 속이 편해?"
넌 꼭 이렇게까지 해가며 나한테 화풀이를 해야 해? 그러면 속이 편해?"
따위의 말을 하는 친구. 그런 친구와는 앞으로 만날 약속을 잡고 싶어지지 않을 것이다.
여자친구가 "그냥 이해할게."라고 한 말을, 정말 이해한 것으로 받아들였는가? 그건 포기한다는 말이다. K씨에 대한 기대를 접는다는 뜻이며, K씨와의 연애에서 포기하는 부분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나 둘 포기하다 보면, 연애는 껍데기 만 남게 된다. 이제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이름만 남은 그런 관계.
K씨는 자신이 너무 이상적인 연애를 하려 한 까닭에 이렇게 된 것 같다고 말하는데, 대체 어느 부분이 이상적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K씨가 꿈꾼 건 '이상적인 연애'가 아니라 '편한 연애'다. 만나기로 한 날 늦잠을 자도 여자친구가 기쁜 목소리로 전화를 받고, 효율적인 것과 비효율적인 것에 대한 설명을 하면 여자친구가 "역시 오빤 똑똑하고 냉철해! 이성적이야!"라고 말하며, 이쪽에서 잘못을 했더라도 사과하면 여자친구가 다 이해해 주는 그런 연애 말이다.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은, "우린 서로 다른 부분이 많으니까 맞춰가야 한다."는 말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K씨와 친구인데, 감정이 상하면 K씨에게 욕을 한다. 그러면서 "내가 욕을 하는 건 감정해소를 위한 것이다. 너와 '다른'부분이니까 이해하고 맞춰줘라."라고 말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오빠랑 싸우다 보면 나만 나쁜 사람 되는 것 같아."
"자꾸 나보고 변하라고 하는 게 숨 막히고 괴로워."
"자꾸 나보고 변하라고 하는 게 숨 막히고 괴로워."
여자친구 회사 찾아가서 "그건 오해야. 내가 왜 그랬던 거냐면…(변명 생략)." 이라며 긴 얘기만 늘어놓지 말고, 하루 날 잡아 집에서 종일 고구마만 먹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그러면 '아, 내가 구린 사람이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린 서로 안 맞으며 맞춰가야 한다는 얘기, 그 얘기를 하기 전에, 자신이 잘못한 부분들에 대해 먼저 사과를 할 줄 아는 남자가 되길 바란다.
▲ "난 너와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야. 우린 맞춰가야 해!"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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