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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사모] 애프터까지 받았지만 끝난 소개팅 특집

by 무한 2013. 4. 5.
[금사모] 애프터까지 받았지만 끝난 소개팅 특집
연습을 하자. 말은 해야 는다. 택시를 타면 기사님께 근처 맛집을 물어보고, 편의점에 들렀을 때에는 날씨 얘기를 꺼내보고, 식당에 가서는 앞접시와 뒷접시를 달라는 등의 드립도 좀 쳐 가면서 말을 해보자. 돈 드는 거 아니다. 저렇게 잠깐 스쳐 지나가게 되는 사람들에게도 말을 걸어보자. 말 건다고 따귀를 올려붙이는 사람 없다. 내 경험으로 미루어 말하자면, 한 마디 건네면 대개 두 마디가 돌아온다. 그러니 평소에 '사소한 대화'하는 법을 익혀두자.

저게 안 되면 하고 싶은 말을 마음에만 품고 살아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연습이 되지 않은 까닭에 정작 중요한 순간에 허튼소리만 하게 되고,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소 닭 보듯 멀뚱멀뚱 쳐다봐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 연습은 상담원이 멘트 익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만약 상담원이 응대에 대한 아무 교육도 받지 않고 전화기 앞에 앉았다고 해보자.

소비자 - 여보세요?
상담원 - 네. 여보세요.
소비자 - 아, 이어폰 한 쪽이 안 나와서 그러는데요.
상담원 - 제품고장은 서비스 센터로 가셔야 하는데….
소비자 - 백석역 근처에 있는 센터로 가면 되나요?
상담원 - 네.



대략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 아닌가. 해결책을 안내 하는 것에 큰 문제는 없지만, 아무래도 매끄럽지 않다. 소개팅에 나가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건 멘트 몇 개 외워 가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수다쟁이가 되라는 건 아니지만, 입이 얼어붙는 것 때문에 고생한다면 평소에 저 연습을 꼭 해두길 권한다.

자 그럼, 금요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1. 일상중계자 J군.


이십대 초반의 J군은 한 살 연상의 여자와 소개팅을 했다. 소개팅 자리에서 딱히 긴장하지도 않고 무리수를 던지지도 않았기에, 둘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소개팅을 마쳤다. 확실히 기약한 건 아니지만 애프터 약속도 정했다. 카톡 대화도 소개팅 후 이틀 정도는 무리가 없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상대는

"내가 아직 연애할 때가 아닌 것 같다."


라며 관계의 정리를 통보했다. 왜 그랬을까?

이 사연에서 J군에게 큰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대가 바라던 남자와 J군 사이에 간격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상대는 아나운서 같은 남자를 원했는데, J군은 예능 막둥이처럼 행동했다. J군은 그녀를 '연상의 그녀'가 아닌, '선배 누나'를 대하듯 했다. 그러다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졌다.

(J군이 친구들과 놀러간 날)
J군 - (사진)
J군 - (사진)
J군 - 지금 막 도착했어여~ 애들이 고기 중비 중.

그녀 - 응. 재미있게 놀아.
J군 - 아 근데, 어제 못자서 졸린데 큰일이네여.
그녀 - 버스에서 좀 자두지 그랬어.
J군 -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 와서여 ㅎㅎ
J군 - 군대가는 친구 있어서 분위기가 우울해여 ㅠ.ㅠ

그녀 - 군대 가기 전에 실컷 놀라고 해~
J군 - 넹 ㅋ 그래야져 ㅎㅎ
J군 - (사진) 여기 경치 엄청 좋아여 ㅎㅎ

그녀 - 응. 좋은 곳 같네. ㅋ



'대화'라기 보다는 '일상중계'가 되고 만 것이다. J군이 이십대 초반인 까닭에 화제가 좀 유치하긴 한데, 삼십대 초반이 되어 다른 화제에 대해 말하더라도, 저런 식의 '일상중계'를 하는 남자들이 있다.

남자 - 전 이제 수영 왔어요.
여자 - 네~ 잼나게 수영 하세요.
남자 - 요즘 접영 배우고 있거든요, 쉽지 않네요.
여자 - ㅎㅎㅎ
남자 - 친구가 디스크 증세가 있었는데, 수영으로 고쳤다고 하더라구요.
여자 - 네. ㅎ
남자 - 항아리 물잡기를 얼른 완성해야 하는데 ㅎㅎㅎ
여자 - ㅎㅎㅎ
남자 - 근데 이게 또 강사마다 가르치는 게 달라요.
여자 - 네. ㅎ



상대에게 즉각즉각 답장이 오니까 당시엔 신나서 한 말이겠지만,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하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는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라고 생각할 상대의 속마음이 보이지 않는가?

성격도 괜찮고, 외모도 나쁘지 않은데, 지루하다. 전에도 한 번 말했지만, '지루함'은 여자의 마음을 급속도로 냉각시키며, 있던 호감도 달아나게 만든다. 그걸 그대로 "대화가 너무 지루해서 전 로그아웃 합니다."라고 말할 순 없으니, "느낌이 오질 않는다."라거나 "연애할 마음이 없다."라고 돌려서 표현하는 것이다. 내게 보낸 카톡대화를 천천히 다시 읽어보길 바란다. 선생님 붙들고 미주알고주알 다 말하려는 초등학생 같은가, 그렇지 않은가를 말이다.


2. 고백 기다리는 여자 K양.


남자는 바보가 아니다. K양이 간 보고 있다는 게 말과 태도에서 티가 난다. 인간적인 호감 없이 그저 적령기가 되어 '이제 더 늦기 전에 연애를 해야지.'라는 마음에서 만난다는 게 느껴진다.

"이 분은 관계의 진전을 생각하시지 않는 것 같은데, 그냥 접는 게 나을까요?
그 전에 소개팅 했던 남자와 주말에 만나기로 했거든요,
제 마음은 이 분에게로 더 끌리는데, 적극적이지가 않네요.
무한님이 보시기엔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는 것 같은가요?"



K양이 딱 저만큼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남자도 느낄 수 있다.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남자라면 어떻게든 K양과의 관계를 이어 가려 노력하겠지만,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K양이 하나 알아둬야 하는 것은, '괜찮은 남자'들은 모두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 몇 번 만나다가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는 그 소개팅도 마찬가지다. K양은 상대와 만날 때 '중요한 거래처 사람'을 대하듯 했다. 덕분에 불편하진 않았지만, 코드가 맞는다는 느낌은 없다. 세 번을 만나도 처음 만나는 사람 같은 거리감이 드는 것이다. 때문에 상대도 확신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일단 만나보고 있던 때에, 고백을 기다리던 K양은

"그런데 우리가 무슨 관계인지 확실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렇게 만나기만 하는 건 좀 소모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전 승철씨에게 호감이 있어서 만나는 건데,
승철씨가 제게 마음이 없다면 그만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라는 말을 해 버렸다. 안타깝다. K양은 저걸 '고백'이라고 얘기하는데, 난 저 말이 "사귈 거 아니면 나 얼른 다른 남자로 갈아타야 하니까, 빨리 결정해라."라는 말로 들린다.

또, K양은 상대 남자들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 "그는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데, 난 반대로 묻고 싶다. 그럼 K양은 무슨 노력을 했는가? 날씨 좋다고 톡 보낸 거? 같이 밥 먹고 나와서 잘 먹었다고 인사한 거? "ㅎㅎㅎㅎ" 하며 그가 보내는 톡에 리액션 해준 거? 아는 언니에게 소개팅 얘기 털어 놓고 상담 받은 거?

K양은 자신이 인기 없는 여자는 아니라고 하는데, 그래서 더 위험하다. 소개팅은 계속 들어올 것이고, 애프터 역시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만남들은 싹을 틔우지 못하고 끝나 버린다. K양이 상대를 평가하려 하며, 만남에 수동적인 태도로 임하기 때문이다. 재고 따지고 미적지근하게 굴다가 고백요구하곤 끝나는 관계. 그건 책의 첫 열 페이지 정도만 읽고, 또 다른 책을 펼쳐 열 페이지 정도만 읽는 것과 같다. 그렇게라면 백 권을 읽어도 줄거리 하나 알 수 없는 법 아닌가. 지금처럼 '나에게 목숨 걸 남자'만을 기다리고 있다간, 소중한 청춘 쓰지도 못하고 흘려보낼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3. 노 필터링 Y씨.


장담한다. Y씨는 이거 못 고치면 평생 그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상대가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거기다 대고

"선생님이 좋은 직업이라는 건 다 옛날 얘기죠."


라는 얘기를 하는 건, 대체 무슨 생각에서 그런 것인가?

"제가 얘기하려고 했던 건, 직업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직업이 예전만큼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걸 말하려고 한 건데…."



Y씨가 이상한 거다. 보통사람들은 저 말을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내가 만약 Y씨를 앞에 두고 공무원에 대해 비꼬는 얘기를 한다면 Y씨는 기분이 어떻겠는가? Y씨가 그 말에 발끈하면, 난 또

"Y씨 얘기를 한 게 아니라, 그런 공무원들이 많다는 얘기를 한 건데…."


라고 말한다. 그러면 Y씨는 "아, 제가 오해했군요. 저 말고 다른 공무원들 말하시는 거군요. 하하하."하며 웃어넘길 수 있겠는가?

지역드립을 친 것도 솔직히 제정신으로 보이지 않는다. 상대와 상대의 부모님들이 그 지역 출신이 아닌 걸 확인하고 한 말이라 해도, 한 지역 전체를 싸잡아 비하할 때 Y씨의 인격 수준이 드러나는 법이다.

친해질수록 예의를 갖춰야 하는 법인데, Y씨는 친해질수록 말을 막 뱉는다. 편안하게 생각해서? 편안하다고 그렇게 함부로 대했다간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바쁜 척 하지 말고 만나줘요~ 밀당하지 말구요~"


난 저런 얘기를 하는 Y씨를 이해하기가 어렵다. 저 말을 듣는 순간, 이전에 보였던 Y씨의 격식 차린 모습은 모두 가식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Y씨는 저 말 외에도 '난 네가 무슨 생각 하는 지 다 안다.'고 말하는 듯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종종 한다. 음흉하고 기분 나쁘다.

첫 날 카톡대화와 일주일 후의 카톡대화를 비교해 보길 권한다. Y씨는 첫 날 카톡대화에서 친절한 은행직원처럼 부드러운 말을 하지만, 일주일 후엔 술자리에서 친한 친구들과 낄낄 거릴 수 있는 얘기들만 쏟아낸다. 알아갈수록 실망스러운 남자. 그 모습에서 어서 벗어나길 권한다. '말조심'만 해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들어 낮에도 계속 몽롱한 상태가 이어져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어제 숙면과 관련된 조언을 받았는데, 그대로 했더니 정신이 좀 맑아졌다.

"자기 전에 책 보시지 말고, 불 다 끄고 이불 덮은 후 가만히 잠들어 보세요."


그간 전자책을 읽다가 잠들었던 게 피로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아침에 평소 허겁지겁 깨던 것과 달리, 오늘은 스르르 잠에서 녹아내리듯 깰 수 있었다. 혹 자기 전에 나처럼 누워서 뭔가를 하던 독자 분들이 계시면, 오늘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온전히 휴식에만 초점을 맞춰 잠들어 보시길 권한다. 

그나저나 내게 사연을 보내신 분들 중, 종로의 한 떡집에서만 판다고 했던 '팥'들어간 떡을 소개해 주셨던 분은, 이 글을 보시면 비밀댓글로 그 떡 이름을 다시 좀 말씀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카톡대화 중간에 "무한님께도 강추합니다."라고 하셨는데, 당시에 적어 놓질 않아 지금 찾을 수가 없다. 열심히 검색을 해봤는데, 널리 알려진 상품이 아닌지 소개된 곳이 없다. 팥뭉치였나? 팥덩이? 비슷한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여하튼 그 떡을 알려주시면, 나도 한국에서 제일 맛있는 찹쌀떡 파는 곳을 알려드리겠다.

자 그럼, 다들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시길 바라며!



"무한님 혹시 경찰서 가신 건가요? 걱정되요." '돼요'가 맞습니다. 살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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