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에게 한 통쾌한 복수 및 썸남 각성시킨 이야기
카톡으로 말을 걸어주시는 독자 분들 중, 내가
이라고 쓴 답장을 받은 분들이 계실 텐데, 저게 "그래욤.하세욤." 따위의 귀염 돋으려는 목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적으려다가 잘못 보내진 거라는 얘기를 해두고 싶다. 내 폰은 'ㅁ'을 길게 눌러야 '~'표시가 되는데, 길게 누르지 않으면 'ㅁ'이 바로 찍혀 버린다. 그래서 "넴", "아뇸" 등의 대답을 하게 될 때가 있는데, 일부러 귀여운 척 하려고 저렇게 적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시길 바란다.
난 여린마음동호회 회장이라, 저렇게 보내고 나면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 속 시원해. 아무튼 그런 줄로 알아주시기 바라며, 오늘은 통쾌한 연애사연(매뉴얼 발행 후 받은 후기) 세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출발해 보자.
+ 하나 더, 전에 애독자 H님이 남자친구와 일산에 오셨다고 해서 주꾸미 집을 추천한 적이 있다. 추천 받은 곳에서 잘 드시고 간다고 인증샷을 보내셨기에, 난 몇 번 테이블에서 드셨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H님이 순간 의아해 하면서 '그런 걸 왜 묻지?'라는 뉘앙스를 섞어 대답해 주셨는데, 사실 그날 저녁에 내가 공쥬님(여자친구)과 그곳으로 주꾸미를 먹으러 갈 예정이었다. 그래서 같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먹었다는 얘기를 나중에 인증샷과 함께 보내고자 물어 본 것이었는데, 그날 일이 생겨 공쥬님과는 아귀찜을 먹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내가 리액션 없이 테이블 번호만 물었던 것을 H님이 계속 이상하게 생각하고 계실 것 같다.(실제로 그 날 이후 H님의 댓글을 보기가 힘들어 졌다.) 이 자리를 빌어 이런 사정이 있었다는 걸 밝히고 싶다.
남자친구에게 존중받지 못하던 J양의 사연이 있었다. 그녀의 사연은 매뉴얼로 발행했고, 난 그 매뉴얼에서 J양을 '말 안 하는, 혹은 못하는 여자'로 소개했다. 그녀의 독재자 남친은 '자신에게 맞추지 않으면 남보다 더 차갑게 구는 남자'로 소개했고 말이다.
매뉴얼에서 말한 대로 둘은 헤어진 상황이었다. 남자친구의 지적질 및 잔소리가 어마어마했기에, J양은 헤어진 뒤에도
라는 고민을 하느라 이불에 하이킥을 날리고 있었다. 헤어진 후로도 종종 J양의 독재자 남친은 연락을 해오며 J양을 괴롭히고 있었다. 국보급 오만함을 가진 그는, "우리가 헤어진 건 다 너 때문이다."라는 괴상한 얘기들을 해댔다.(헤어진 사이에 왜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 있을 텐데, 저렇게 상대를 괴롭히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변태들이 존재한다.)
J양이 회심의 일격을 날린 그 날도, 그는 전화를 걸어와 괴상한 소리를 해댔다.
그 말에 J양이 쨉을 날렸다.
한 방 먹은 남자친구는 무슨 마음이 그렇게 쉽게 변하냐는 식으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고, 짜증을 내가며 지금까지 혼자 고민한 자기가 바보 같다느니 하는 소리를 해댔다. J양은 그 헛소리를 중간에 끊고, 이번에는 어퍼컷을 날렸다.
자기가 발로 차든 침을 뱉든 마냥 웃고만 있었기에 바보라고 생각했던 J양. 그런 그녀가 저런 얘기를 하니, 그는 멘붕에 빠졌다. 홍코너 승!
남자친구가 전생에 함흥차사였는지, 도무지 연락을 할 줄 모른다며 도움을 요청한 지인이 있었다. 카톡대화를 열어 보고, 몇 가지 질문을 해보니 나쁜 남자는 아니었다. '상남자'라고 할 수 있는, 연애에 대해 전혀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남자였다. 한참 잠수를 타다가,
따위의 얘기를 자랑이랍시고 카톡으로 보내는 남자 말이다.
지인은 내게
라고 말했는데, 그건 상황을 잘못 파악한 거다. 뭐가 잘못인지를 아는 남자에겐 그 '대화'가 통하지만, 자신이 뭘 잘못한 건지 모르는 남자에게 '대화'는 그냥 '혼나는 것'이 되고 만다. 그 피로도가 쌓이면 "우린 안 맞는 것 같아."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이고 말이다.
본능대로 사는 남자는 본능을 자극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서 권한 게 연애에 수동적으로 임하는 방법이었다. 현재 지인이 상대의 몫까지 죄다 노력을 하고 있으니, 그 노력을 절반 이상 줄이는 게 급선무였다. 예컨대 회식 간 상대에게 연락이 없으면, 지인은 혼자 끙끙 앓다가
따위의 카톡을 보내고 있었다. 난 우선 그런 카톡을 보내지 말라고 권했다. 그러고는 다음 날에도 상대가 먼저 연락하기 전까지 연락을 하지 말라고 했다. 분명 상대는 술을 많이 마셔서 힘들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해 올 것인데, 거기다가 전처럼 숙취해소음료 같은 거 기프티콘으로 보내는 짓은 하지 말라고 했다. 몸조리 잘 하라고 대답하고, 다음 연락이 올 때 까지는 또 연락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이후 근 일주일간 나는 지인에게 '추격본능'을 자극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고, 그 결과 현재 지인의 남친에겐 '연락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이건 상대를 파악한 후 그에 맞게 완급을 조절해야 하니, 함부로 따라하진 말길 권한다. 만약 상대가 '상남자'가 아닐 경우, 그대는 상대에게 말려들어 훨씬 더 위험한 고문을 당할 위험이 있다. 썸남에게 사용했다간 한 번 펴 보지도 못한 채 끝날 수 있고 말이다.
당시 O양의 썸남은 썸을 타는 달달한 분위기만 즐기고 있을 뿐,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O양은 조급증 3기에 접어들어
라는 물음을 하기 직전이었고, 난 그녀에게 '그에게 질문하는 대신, 고민 선물하기'를 권했다.
'상대 아니면 만날 남자 없는 여자'가 되어 폰을 부여잡고 연락을 기다리거나, 무슨무슨 데이 같은 날 이렇다 할 반응 없는 상대 때문에 침몰하듯 좌절하는 여자. 만나면 남자친구가 된 듯 잘 해주고, 연락할 때에도 친한 친구에게나 할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데, 이렇다 할 결론 없이 미적미적 거리는 남자.
저런 문제는 대개 '정회원'과 '준회원'의 차이가 없기에 발생한다. 사귀지 않아도 사귀는 사이처럼 지낼 수 있기에 남자는 자신이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여자는 사귀는 사이처럼 지내고 있기에 곧 고백이 있을 거라 기대만 하고 있는 것이다.
내 얘기를 들은 O양은 '연애 할 남자는 따로 있는 여자'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고민을 털어 놓으며 위로 받던 일을 멈추고, 대신 그의 얘기를 들어줬다. 동시에, 그저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나서 데이트 하던 것을 중단했다. '썸남'에게 '아는 오빠'라는 한계를 부여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에게 신호가 왔다.
O양은 내가 말해둔 대로 "으잉? 내가 오빠를 왜 피해요?" 정도의 반응만 보였다. 사실 이때 O양은 내게 "저도 이제 사귈 남자를 찾는다고 말 할까요? 아니면 오빠도 이제 좋은 사람 만나서 연애하라고 할까요?"라며 극도로 불안해했는데, 난 그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라고 권했다. 그래야 상대가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의혹을 다 풀어 줄 필요도 없고, 이쪽에서 꽁한 마음이 있는 까닭에 그랬다는 걸 보여 줄 필요도 없다. 더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위기감'만 느끼게 해 주면 된다.
며칠 뒤 O양에게서 다급한 연락이 왔다. 상대가 톡으로 자신을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었다는 거였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냐고 묻는 O양에게 난,
라고 대답해 줬다.
얼마 전에 1주년이라고 O양이 메일을 보냈던데, 1주년이면 뭐하겠노. 자기들끼리만 소고기 사묵겠지.
소제목 2번에서도 말했지만, 매뉴얼을 나름대로 이해해서 적용했다간, 매뉴얼에서 나온 결과와 다른 '나름대로의 결과'를 얻게 될 수 있다. 컴퓨터 모니터에 화면이 안 나오는 것만 해도,
등의 여러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 화면 나오지 않는 증세가 같다고, 무작정 모니터만 교체했다간 여전히 같은 증세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연애에서는 '케바케'가 극명하게 갈리는 까닭에 각각의 사연을 받는 것이고, 그 사연은 최대한 자세하게 써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라는 이야기만으로는 해 줄 말이 없다. 위의 O양은 반 년 넘게 썸을 유지하던 관계였고, 상대 역시 다른 이성들과는 어울리지 않으며 O양과만 친하게 지내던 관계였다. '미적미적 거리는 썸남'이라는 표면적인 모습이 같더라도, 그는 그냥 '수다남'일 수 있고, 썸을 탄다는 게 이쪽의 착각일 수도 있으며, '오는 여자 안 막는 남자'일 수도 있다. 그러니 대충 적용해서 결론짓지 말고, 꼭 사연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사연은 공지사항을 확인한 후 말머리를 달아 보내주시면 된다. 무조건 메일로만 접수한다. 카톡으로 사연을 설명해 주시겠다는 분들이 꽤 많은데, 그러던 분들도 어차피 전부 메일로 사연을 다시 보내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대략 위와 같은 대화만 계속 나누게 될 뿐이니, 사연은 메일로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자 그럼, 즐거운 수요일 보내시기 바라며!
▲ "근데 저렇게 했다가 정말 쫑나면 어떡하죠?" High risk, High return.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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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으로 말을 걸어주시는 독자 분들 중, 내가
"네. 좋은 하루 보내세욤"
이라고 쓴 답장을 받은 분들이 계실 텐데, 저게 "그래욤.하세욤." 따위의 귀염 돋으려는 목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적으려다가 잘못 보내진 거라는 얘기를 해두고 싶다. 내 폰은 'ㅁ'을 길게 눌러야 '~'표시가 되는데, 길게 누르지 않으면 'ㅁ'이 바로 찍혀 버린다. 그래서 "넴", "아뇸" 등의 대답을 하게 될 때가 있는데, 일부러 귀여운 척 하려고 저렇게 적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시길 바란다.
난 여린마음동호회 회장이라, 저렇게 보내고 나면
'아…, 어떡하지. 상대가 대답까지 해 버렸는데 다시 아니라고 변명하기도 그렇고,
저 사람은 내가 일부러 귀염 돋으려고 저렇게 보냈다고 생각할 거 아냐.
같은 남자끼린데 내가 저렇게 대답했다고, 혹시 유혹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하아…, 모르겠다. 언젠가 노멀로그에다 그런 뜻이 아니라고 적어야지.'
저 사람은 내가 일부러 귀염 돋으려고 저렇게 보냈다고 생각할 거 아냐.
같은 남자끼린데 내가 저렇게 대답했다고, 혹시 유혹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하아…, 모르겠다. 언젠가 노멀로그에다 그런 뜻이 아니라고 적어야지.'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 속 시원해. 아무튼 그런 줄로 알아주시기 바라며, 오늘은 통쾌한 연애사연(매뉴얼 발행 후 받은 후기) 세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출발해 보자.
+ 하나 더, 전에 애독자 H님이 남자친구와 일산에 오셨다고 해서 주꾸미 집을 추천한 적이 있다. 추천 받은 곳에서 잘 드시고 간다고 인증샷을 보내셨기에, 난 몇 번 테이블에서 드셨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H님이 순간 의아해 하면서 '그런 걸 왜 묻지?'라는 뉘앙스를 섞어 대답해 주셨는데, 사실 그날 저녁에 내가 공쥬님(여자친구)과 그곳으로 주꾸미를 먹으러 갈 예정이었다. 그래서 같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먹었다는 얘기를 나중에 인증샷과 함께 보내고자 물어 본 것이었는데, 그날 일이 생겨 공쥬님과는 아귀찜을 먹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내가 리액션 없이 테이블 번호만 물었던 것을 H님이 계속 이상하게 생각하고 계실 것 같다.(실제로 그 날 이후 H님의 댓글을 보기가 힘들어 졌다.) 이 자리를 빌어 이런 사정이 있었다는 걸 밝히고 싶다.
1. 독재자 남친에게 내민 엿.
남자친구에게 존중받지 못하던 J양의 사연이 있었다. 그녀의 사연은 매뉴얼로 발행했고, 난 그 매뉴얼에서 J양을 '말 안 하는, 혹은 못하는 여자'로 소개했다. 그녀의 독재자 남친은 '자신에게 맞추지 않으면 남보다 더 차갑게 구는 남자'로 소개했고 말이다.
매뉴얼에서 말한 대로 둘은 헤어진 상황이었다. 남자친구의 지적질 및 잔소리가 어마어마했기에, J양은 헤어진 뒤에도
'내가 잘못한 건가?'
'오빠는 정상인데 내가 유별났던 건가?'
'난 오빠의 말대로 이상한 여자인가?'
'오빠는 정상인데 내가 유별났던 건가?'
'난 오빠의 말대로 이상한 여자인가?'
라는 고민을 하느라 이불에 하이킥을 날리고 있었다. 헤어진 후로도 종종 J양의 독재자 남친은 연락을 해오며 J양을 괴롭히고 있었다. 국보급 오만함을 가진 그는, "우리가 헤어진 건 다 너 때문이다."라는 괴상한 얘기들을 해댔다.(헤어진 사이에 왜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 하는 독자들이 있을 텐데, 저렇게 상대를 괴롭히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변태들이 존재한다.)
J양이 회심의 일격을 날린 그 날도, 그는 전화를 걸어와 괴상한 소리를 해댔다.
"너랑은 결혼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너는 피곤하다.
헤어지고 슬프지만 우린 미래가 없다. 힘들겠지만 나 보란 듯이 잘 살아라."
헤어지고 슬프지만 우린 미래가 없다. 힘들겠지만 나 보란 듯이 잘 살아라."
그 말에 J양이 쨉을 날렸다.
"나 만나는 사람 있어."
한 방 먹은 남자친구는 무슨 마음이 그렇게 쉽게 변하냐는 식으로 비아냥거리기 시작했고, 짜증을 내가며 지금까지 혼자 고민한 자기가 바보 같다느니 하는 소리를 해댔다. J양은 그 헛소리를 중간에 끊고, 이번에는 어퍼컷을 날렸다.
"오빠가 이별 통보했을 땐 나도 힘들었다.
그땐 정말 다 내 잘못 인 것 같아서 오빠에게 기회를 달란 말도 했었던 거다.
그런데 내가 간절하게 말 할수록 오빠는 더 나에게 함부로 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오빠에게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오빠는 대답 없이 상황만 질질 끌었고, 나도 포기했다.
지금 오빠의 전화를 받은 건, 시간도 많이 흘렀고 서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아서
평생 원수처럼은 지내지 말자는 뜻에서 대화를 하려 했다.
하지만 오빠는 끝까지 내 탓이라는 얘기만 했고,
나와 그 사람은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오늘부로 오빠와 완전히 정리되었다 생각하고
앞으로는 그 사람과 잘 만나고 싶다. 연락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땐 정말 다 내 잘못 인 것 같아서 오빠에게 기회를 달란 말도 했었던 거다.
그런데 내가 간절하게 말 할수록 오빠는 더 나에게 함부로 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오빠에게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며 대화를 시도했다.
오빠는 대답 없이 상황만 질질 끌었고, 나도 포기했다.
지금 오빠의 전화를 받은 건, 시간도 많이 흘렀고 서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아서
평생 원수처럼은 지내지 말자는 뜻에서 대화를 하려 했다.
하지만 오빠는 끝까지 내 탓이라는 얘기만 했고,
나와 그 사람은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오늘부로 오빠와 완전히 정리되었다 생각하고
앞으로는 그 사람과 잘 만나고 싶다. 연락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자기가 발로 차든 침을 뱉든 마냥 웃고만 있었기에 바보라고 생각했던 J양. 그런 그녀가 저런 얘기를 하니, 그는 멘붕에 빠졌다. 홍코너 승!
2. 연락에 무덤덤한 남친, 발등에 불 놓기.
남자친구가 전생에 함흥차사였는지, 도무지 연락을 할 줄 모른다며 도움을 요청한 지인이 있었다. 카톡대화를 열어 보고, 몇 가지 질문을 해보니 나쁜 남자는 아니었다. '상남자'라고 할 수 있는, 연애에 대해 전혀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남자였다. 한참 잠수를 타다가,
"나 지금 애들이랑 당구 치는데, 1등 두 번이나 했어. 돈 안 내ㅋㅋㅋ"
따위의 얘기를 자랑이랍시고 카톡으로 보내는 남자 말이다.
지인은 내게
"전에 노멀로그에서 읽었는데, 저런 부분이 있으면 쌓아두고 있지 말고 말하라며?
그래서 얘기 좀 하려고 내가 조목조목 짚어서 따지면,
내 남친은 그냥 시무룩하게 듣고 있다가 미안하다고만 하더라.
그래놓고는 바뀌질 않아. 하아, 진짜 미치겠어. 나만 계속 잔소리 하는 나쁜냔 되는 것 같고."
그래서 얘기 좀 하려고 내가 조목조목 짚어서 따지면,
내 남친은 그냥 시무룩하게 듣고 있다가 미안하다고만 하더라.
그래놓고는 바뀌질 않아. 하아, 진짜 미치겠어. 나만 계속 잔소리 하는 나쁜냔 되는 것 같고."
라고 말했는데, 그건 상황을 잘못 파악한 거다. 뭐가 잘못인지를 아는 남자에겐 그 '대화'가 통하지만, 자신이 뭘 잘못한 건지 모르는 남자에게 '대화'는 그냥 '혼나는 것'이 되고 만다. 그 피로도가 쌓이면 "우린 안 맞는 것 같아."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이고 말이다.
본능대로 사는 남자는 본능을 자극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그래서 권한 게 연애에 수동적으로 임하는 방법이었다. 현재 지인이 상대의 몫까지 죄다 노력을 하고 있으니, 그 노력을 절반 이상 줄이는 게 급선무였다. 예컨대 회식 간 상대에게 연락이 없으면, 지인은 혼자 끙끙 앓다가
"나 잘게.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이번에도 연락 안 하는 걸 보니까, 할 말이 없다…."
따위의 카톡을 보내고 있었다. 난 우선 그런 카톡을 보내지 말라고 권했다. 그러고는 다음 날에도 상대가 먼저 연락하기 전까지 연락을 하지 말라고 했다. 분명 상대는 술을 많이 마셔서 힘들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해 올 것인데, 거기다가 전처럼 숙취해소음료 같은 거 기프티콘으로 보내는 짓은 하지 말라고 했다. 몸조리 잘 하라고 대답하고, 다음 연락이 올 때 까지는 또 연락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이후 근 일주일간 나는 지인에게 '추격본능'을 자극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고, 그 결과 현재 지인의 남친에겐 '연락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이건 상대를 파악한 후 그에 맞게 완급을 조절해야 하니, 함부로 따라하진 말길 권한다. 만약 상대가 '상남자'가 아닐 경우, 그대는 상대에게 말려들어 훨씬 더 위험한 고문을 당할 위험이 있다. 썸남에게 사용했다간 한 번 펴 보지도 못한 채 끝날 수 있고 말이다.
3. 미적미적 거리는 썸남, 각성시키기.
당시 O양의 썸남은 썸을 타는 달달한 분위기만 즐기고 있을 뿐,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시킬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O양은 조급증 3기에 접어들어
"오빠, 우린 무슨 사이죠?"
라는 물음을 하기 직전이었고, 난 그녀에게 '그에게 질문하는 대신, 고민 선물하기'를 권했다.
'상대 아니면 만날 남자 없는 여자'가 되어 폰을 부여잡고 연락을 기다리거나, 무슨무슨 데이 같은 날 이렇다 할 반응 없는 상대 때문에 침몰하듯 좌절하는 여자. 만나면 남자친구가 된 듯 잘 해주고, 연락할 때에도 친한 친구에게나 할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데, 이렇다 할 결론 없이 미적미적 거리는 남자.
저런 문제는 대개 '정회원'과 '준회원'의 차이가 없기에 발생한다. 사귀지 않아도 사귀는 사이처럼 지낼 수 있기에 남자는 자신이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여자는 사귀는 사이처럼 지내고 있기에 곧 고백이 있을 거라 기대만 하고 있는 것이다.
내 얘기를 들은 O양은 '연애 할 남자는 따로 있는 여자'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고민을 털어 놓으며 위로 받던 일을 멈추고, 대신 그의 얘기를 들어줬다. 동시에, 그저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만나서 데이트 하던 것을 중단했다. '썸남'에게 '아는 오빠'라는 한계를 부여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대에게 신호가 왔다.
"나한테 뭐 화난 거 있어? 일부러 나 피하는 건가?"
O양은 내가 말해둔 대로 "으잉? 내가 오빠를 왜 피해요?" 정도의 반응만 보였다. 사실 이때 O양은 내게 "저도 이제 사귈 남자를 찾는다고 말 할까요? 아니면 오빠도 이제 좋은 사람 만나서 연애하라고 할까요?"라며 극도로 불안해했는데, 난 그저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라고 권했다. 그래야 상대가 '고민'을 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의혹을 다 풀어 줄 필요도 없고, 이쪽에서 꽁한 마음이 있는 까닭에 그랬다는 걸 보여 줄 필요도 없다. 더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위기감'만 느끼게 해 주면 된다.
며칠 뒤 O양에게서 다급한 연락이 왔다. 상대가 톡으로 자신을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물었다는 거였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냐고 묻는 O양에게 난,
"이건 고백하려는 패턴인데,
만약 상대가 고백한다면, 이런 얘기는 얼굴 보고 했으면 한다고 말하세요."
만약 상대가 고백한다면, 이런 얘기는 얼굴 보고 했으면 한다고 말하세요."
라고 대답해 줬다.
얼마 전에 1주년이라고 O양이 메일을 보냈던데, 1주년이면 뭐하겠노. 자기들끼리만 소고기 사묵겠지.
소제목 2번에서도 말했지만, 매뉴얼을 나름대로 이해해서 적용했다간, 매뉴얼에서 나온 결과와 다른 '나름대로의 결과'를 얻게 될 수 있다. 컴퓨터 모니터에 화면이 안 나오는 것만 해도,
ⓐ 모니터 전원선이 안 꽂힌 경우.
ⓑ 모니터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선이 안 꽂힌 경우.
ⓒ 모니터 고장.
ⓓ 그래픽 카드 전원이 연결되지 않은 경우.
ⓔ 그래픽 카드 고장.
ⓕ 그래픽 카드 드라이버가 잘못 설치된 경우.
ⓖ 메인보드 고장.
ⓑ 모니터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선이 안 꽂힌 경우.
ⓒ 모니터 고장.
ⓓ 그래픽 카드 전원이 연결되지 않은 경우.
ⓔ 그래픽 카드 고장.
ⓕ 그래픽 카드 드라이버가 잘못 설치된 경우.
ⓖ 메인보드 고장.
등의 여러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 화면 나오지 않는 증세가 같다고, 무작정 모니터만 교체했다간 여전히 같은 증세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연애에서는 '케바케'가 극명하게 갈리는 까닭에 각각의 사연을 받는 것이고, 그 사연은 최대한 자세하게 써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제 이야기는 얼마 전 노멀로그에 올라온 O양의 사연이랑 비슷한데요."
라는 이야기만으로는 해 줄 말이 없다. 위의 O양은 반 년 넘게 썸을 유지하던 관계였고, 상대 역시 다른 이성들과는 어울리지 않으며 O양과만 친하게 지내던 관계였다. '미적미적 거리는 썸남'이라는 표면적인 모습이 같더라도, 그는 그냥 '수다남'일 수 있고, 썸을 탄다는 게 이쪽의 착각일 수도 있으며, '오는 여자 안 막는 남자'일 수도 있다. 그러니 대충 적용해서 결론짓지 말고, 꼭 사연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사연은 공지사항을 확인한 후 말머리를 달아 보내주시면 된다. 무조건 메일로만 접수한다. 카톡으로 사연을 설명해 주시겠다는 분들이 꽤 많은데, 그러던 분들도 어차피 전부 메일로 사연을 다시 보내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독자 - 그럼 이거 하나만이라도 여쭤 봐도 될까요?
무한 - 전후사정을 모르는 상황에선 드릴 말씀이 없답니다.
독자 - 아… 그럼 사연을 적어서 메일로 보낼게요.
무한 - 전후사정을 모르는 상황에선 드릴 말씀이 없답니다.
독자 - 아… 그럼 사연을 적어서 메일로 보낼게요.
대략 위와 같은 대화만 계속 나누게 될 뿐이니, 사연은 메일로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자 그럼, 즐거운 수요일 보내시기 바라며!
▲ "근데 저렇게 했다가 정말 쫑나면 어떡하죠?" High risk, High return.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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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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