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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사모] 바람둥이를 만난 여자들의 고민

by 무한 2013. 4. 12.
[금사모] 바람둥이를 만난 여자들의 고민
정상적인 연애를 하고 있다면,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하게 되는 문제들은 대략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 담배를 끊지 않은 남친.
- 줏대 없이 우유부단하게 구는 남친.
- 대화 할 생각을 하지 않고 혼자 고민하는 남친.
- 약속시간에 자꾸 늦는 남친.



저 레벨을 넘어가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연애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독자들의 사연 역시 모두 저것 이상의 고민을 했다. 바람둥이에게 휘둘린 대원들은 대체 무슨 고민을 하게 되는지, 사연을 통해 살펴보자.


1. 밑밥 까는 데 선수였던 J양의 구남친.


바람둥이의 8할이,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밑밥'을 깐다. 자신은 정상적인 연애가 불가능 한 사람이라고 미리 못 박아 두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느끼면, 그들은 그런 '평범하지 않음'에 자기 자신조차 괴롭다는 식으로 말한다. J양의 구남친이 사용한 방법은,

"난 여자는 정말 많이 만나 봤다. 그런데 그 중 진짜로 사랑한 건 딱 한 사람이다."


라는 멘트였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게 응용해서 까는 밑밥인데, 진짜로 사랑한 게 한 사람이라고 하면 너무 꾸민 듯한 느낌이 드니 '사랑한 건 딱 두 사람'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고, 사귄 사람 말고 짝사랑 했던 사람을 '정말 사랑한 사람'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좀 더 감성적인 접근 방법으로,

"지금까지 내가 꾸민 모습들만 보고 사랑한다고 말한 여자들을 나는 가볍게 생각한다.
내가 이런 이야기들까지 털어 놓을 수 있는 건 네가 처음이다."



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다 거기서 거기인 말들이지만, 여하튼 결론은 "넌 특별하다. 네가 특별하니까 이런 얘기까지 하는 거다."라는 거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 글을 읽는 그대 역시 혼자 마음에 품고 있던 사람이 저런 고백을 해오면, '그래, 이건 정말 운명적인 사랑이야. 우린 영혼이 통했어.' 따위의 착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노리는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이니 말이다.

J양도 저 말에 넘어갔다. 그녀는 구남친을 '철이 안 든 남자.', '진짜 사랑이 뭔지 모르는 남자', '연애에 미숙한 남자.'라고 설명했다. 안타깝다. 노숙자가 하우스푸어 걱정하고 있는 걸 보는 느낌이랄까. 주변 사람들도 모두 J양이 '그를 스쳐간 그녀들 중 하나'가 될 걸 알기에 뜯어 말리는데, 그녀 혼자만 '영혼의 치유사'같은 걸 하겠다며 도를 닦기 시작한다.

- 대인관계를 위해 그가 다른 여자들 만나는 것 이해하기.
-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그를 무작정 기다리기.
- 그가 기념일, 무슨데이 등을 챙기지 않아도 과거의 여자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참기.
- 연락 없어도 믿고 기다리라는 말을 부여잡고 열심히 지키기.

 

J양은 저런 행위를 '배려'라고 말하는데, 난 참 거기다 대고 뭐라고 말해줘야 좋을지 모르겠다. 자신의 일이라 무작정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만약 친구가 저런 짓을 열심히 하고 있다면 뭐라고 말해주겠는가? '다른 여자들과 등산을 가는 건 낮의 일이고, 저녁엔 너를 만나기로 했으니 괜찮은 거 아니냐'고 말하는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자. 그런 친구에게 '등'이나 '호'로 시작하는 단어를 말해줄 것 같지 않은가?

'그냥 새벽에 잠이 안 와서 다른 여자에게 카톡으로 원나잇을 제안했다는 남자'는 정상이 아니다. 그런 변명을 받아 놓곤 반대로 '폰을 허락 없이 봤다는 이유'로 휘둘린 J양은 정말이지…. 누가 철없고 미숙한 건지, 제발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2. 과감하고 치밀한 이십대 후반의 바람둥이 사연 둘.
 

그마나 위의 사연은 상대가 이십대 중반이라 좀 소심했던 편이다. 이십대 후반으로 가면 그 레퍼토리가 더욱 과감해진다. 아예 대놓고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걸 밝히거나, 유년시절의 아픔을 팔아가며 공감을 얻는 것이다.

"나를 너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따위의 말로 대놓고 원나잇을 요구하는 남자도 있고, '자유연애'를 강조하는 궤변으로 상대의 가치관을 흔들어 '엔조이' 관계로 묶어 두는 남자도 있다.

과감한 동시에 치밀하기도 하다. 꼬꼬마들이야 시작부터 마구 들이대지만,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인 '너구리'들은 살을 주고 뼈를 치는 작전을 쓴다. "정말 함께 얘기가 나누고 싶어서 그래. 손만 잡고 있을게."정도의 멘트를 한 뒤, 정말 하룻밤을 아무 일 없이 보내는 것이다. 그 한 번으로 신뢰를 얻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걸 깨우쳤기 때문이다.

여자의 마음이 자신에게 기울었다고 느끼면, 그땐

"난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연애는 나와 맞지 않는다.
함께 있는 순간엔 최선을 다할 수 있지만, 서로를 구속하거나 소유하려 들긴 싫다.
어차피 너도 즐길 수 있는 건데, 누가 손해 보고 이익 보는 관계가 아니지 않은가.
고리타분하게 사회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그냥 지금의 감정만 나누자.
이런 내가 싫다면 나와의 관계를 끊어도 좋다."



정도의 말을 한다. K양이 당한 수법이다. 노멀로그 애독자라면 저게 피콜로 더듬이 빠는 소리라는 걸 쉽게 파악하겠지만, 매뉴얼을 읽은 적 없으며 이미 그를 종교화 시킨 여자는 저 말에도 쉽게 넘어간다. 그녀의 메시아가 엔조이는 성스러운 것이라 말하는데(성(性)스럽긴 하다), 그대로 따라야지 어쩌겠는가.

저 상황에서 보다 로맨틱한 방법으로 나오는 너구리에게 당한 또 다른 K양도 있다. 그녀의 너구리는,

"연애는 자신이 없다. 널 정말 사랑하지만, 사귀었다가 널 잃을까봐 두렵다.
난 참 한심하고 바보 같은 놈이다. 나 때문에 울지 마라.
그 어느 여자에게서도 느낄 수 없었던 사랑을 너에게 받았다.
내가 누구와 만나든 마음은 언제나 너에게 있을 거다."



따위의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그 너구리의 '세컨드'로 반년을 살았다. 이 너구리는 꽤 낭만적이었는데, 그녀와 함께 갔던 곳에서 찍은 사진을 카톡 메인 사진으로 올린 뒤 '언제나 널 생각해♥'라는 프로필을 남기기도 했다. K양은 거기에 완전히 속아 넘어가 자신도 같은 사진을 올리고 같은 프로필을 적었다. 그러다 훗날 그가 잘 때 폰을 몰래 들여다보곤 경악했다. 너구리의 '현여친'의 카톡도 K양의 카톡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는 너구리를 깨워 추궁했다. 너구리는

"여자친구가 그걸 보고 누구에게 하는 말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현여친에게 하는 말이라고 대답하곤,
그 사진을 보내줬다. 그랬더니 그렇게 한 거다."



라고 대답했다. K양은 은밀한 승리감까지 느껴가며 그 말을 믿었고, 한 달 뒤에 버려졌다. 자신의 자리를 찾겠다고 그에게 선언했다가 바로 팽개쳐 진 것이다. K양은 여전히 저 말을 믿고 있으며, 자신이 너무 그를 몰아세운 까닭에 그가 힘들어서 지쳐버렸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위의 두 남자는 여전히 연락을 해온다. 전자는 "너만큼 속궁합이 맞는 여자를 만난 적 없다."라는 말로, 후자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널 꼭 안은 채 잠들고 싶다."는 말로. 


3. 드라마 찍는 대원들.


삼십대의 사연으로 넘어오면 수위가 높은 이야기들도 많고, 그의 말이 진심인지 밑밥인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그러니 약간의 융통성을 가지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이건 그나마 좀 파악하기 쉽다. 소제목 2번의 '후자'와 비슷한 사연인데, 남자가 결혼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녀의 남자는 "아내가 독한 여자라, 우리 사이가 들통 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하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두 사람 다 참 대단하다. 남자가 신혼여행을 갔을 때 여자가 따라가 몰래 숙소를 잡아 만날 계획까지 세웠을 정도다. 사연을 보낸 독자는 결혼하지 않고 평생 그 남자와 연애를 해도 좋다고 마음먹은 것 같은데, 그 남자에게 아이가 생기는 순간 팽 당할 거라는 것에 내 신한은행 통장을 건다.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할 거냐는 말에 그가,
"지우든지 낳든지, 내가 책임을 질 거야. 비용도 다 내가 감당할 거고."
라는 대답을 했다고 그녀는 감동한 것 같다. 저걸 '책임감'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난 놀랍다. 엄앵란이 신성일이 바람피운 걸 용서한 게 쿨하고 좋아 보인다고 적어주셨는데, 착각하지 말길 권한다. 그 만남에서 그대는 평생 '엄앵란'의 위치에 설 수 없는 여자다. '불륜상대', '세컨드'가 그대의 현 주소다. 나이 서른, 늦지 않았다. 어서 그 시궁창에서 빠져 나오길 바란다.


단독 매뉴얼로도 꽤 많이 오는 사연인데, 결혼에 대한 약간의 조급함을 가지게 되는 삼십대 여자들에게 벌어지는 일이다. 남자는 '결혼'을 앞세워 접근한다. 이제야 기다려 온 사람을 만났다는 듯 최선을 다하고, 핑크빛 미래를 약속한다. 그들은
"난 얼굴이 예쁜 것보다, 지혜로운 여자가 좋아."
"우리 집에선 돈 많은 여자 원하지 않아. 똑똑한 여자를 원하지."
등의 멘트를 앞세운다. 대개 전자는 예쁘지 않은 여자에게 사용하고, 후자는 학벌이 좋지만 집안 형편이 평범한 여자에게 사용한다. 여기서 '사용한다'고 한 것은, 정상적인 연애라면 굳이 저런 얘기를 꺼내 안심시킬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저건 이미 진단이 끝났다는 얘기다. 예쁜 여자에게 전자의 얘기를 하겠는가? 아니면 학벌이 낮은 여자에게 후자의 얘기를 하겠는가?
여하튼 저 말을 앞세워 한두 달 정도 뜨거운 연애를 한다. 그러다가 이쪽에서 손쓸 수 없는 핑계를 대고는 연락을 끊는다. 어른들이 궁합을 봤는데 우린 아닌 것 같다, 내가 너에게 맞춰줄 수 없을 것 같다, 종교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 등의 핑계를 남기고 말이다. 정말 사귀다가 헤어진 건지, 아니면 밑밥을 뿌려둔 건지 개별적인 사연을 보기 전까지 알기 힘들지만, 대략 저런 방식으로 다가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정도만 기억해 두길 바란다.



쓰다 보니 이건 수위가 너무 높아서 생략. "난 자극적인 게 아니면 느낄 수 없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너구리가 있다는 것 정도만 적어두겠다.

아, 바람둥이 연하남에 휘둘리는 사연도 있는데 이건 나중에 '연하남 특집'편에서 다루도록 하자.


사연을 보내주실 때에는 공지를 꼭 확인하신 후 말머리를 달아 메일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공지에 적어 둔 주의사항을 확인한 뒤 보내주셔야 공개 여부와 각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네이버 메일의 검색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검색어를 넣어도 이전 메일을 잘 찾아내지 못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러니 사연을 두 번째로 보내주실 때에는, 이전에 보냈던 메일에 '다시 보내기'로 내용을 추가해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그러면 그 메일 한 페이지에서 내가 독자 분의 모든 이야기를 파악하기가 용이해진다. (주소별로 메일을 모아서 보는 기능이 네이버 메일에 없는 까닭이다.)

하나 더. 단독매뉴얼의 경우 노멀로그에서 연재되는 매뉴얼보다 밀도가 높고, 그 분량도 두 배가 넘는 까닭에 작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자비심 없이 긴 사연의 경우, 읽는 데에만 반나절이 소요되고, 그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면 이틀이 후딱 지나간다. 때문에 이제야 3월 말에 도착한 사연을 거의 끝마친 상태다. 사건 하나만 다루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유년기의 얘기부터 가족들 얘기, 그간 스쳐온 이성에 대한 이야기, 학창시절 이야기, 현재 사건의 자세한 이야기 등을 모두 종합정리 하느라 늦어지는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길 부탁드린다.

어제 오후에 발행한 글에 '카톡대화'얘기를 적어두었더니, 카톡 친구가 사백 명쯤 늘었다. 그 중 1/4 정도의 독자 분들이 카톡으로 인사를 해 주셨는데, 모두 답장을 드렸다. 기분이 나빠서 짧은 답을 한 게 아니니, 혹 내 단답에 마음이 상하신 분들이 계시면 오해를 풀어주시길 바란다. 여린마음을 가진 독자 분들이 내 늦은 답과 단답에 상처를 받았을까봐 걱정된다. 쉬지 않고 울어대는 카톡에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걸 조금만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자 그럼,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마음껏 즐기시길!



"그가 울기까지 했는데 진심이 아닐 수도 있나요?" 제 콧물연기 한 번 보실래요?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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