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노멀로그 80일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오늘의 그대는, 어제의 그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는가? 어제의 그대가 그저 살아지는 대로 하루를 살았다면, 오늘의 그대는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1.
난 '어제의 나'가 사진을 폴더별로 정리를 해 놓지 않은 까닭에, 오늘도 아직 메모리카드에 들어 있는 사진을 가지고 있게 되었다. '오늘의 나'가 정리를 해 두지 않는다면, '내일의 나'역시 분류된 사진이 들어 있는 폴더가 아닌, 메모리카드를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 채 산 날이 얼마였던가.
작년 2월쯤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대략 1년 4개월간의 '나'들은 '내일의 나'에게 미루기만 했다. 도서관에 책도 반납해야 하고, 인터벌 릴리즈 왔으니 찍으려던 사진도 찍어야 하고, 약속된 원고들도 보내야 한다. 과거의 '나'들이 미룬 일들이 너무 많아 압사 당할 것 같은 기분이다. 나를 이런 상황까지 몬 것은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80일 프로젝트 시작 글을 올리겠다고 공지해 놓고 이제야 올리는 것도, '어제의 나'들이 계속 미룬 까닭이다.
서두에서 한 질문을 이쯤에서 다시 한 번 하자.
2.
지난주에 심어 놓고 돌보지 않은 시금치가 벌써 손가락만큼 올라왔다. 이 녀석은 조급하지 않게 차곡차곡 한 주를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술자리에서, 늦은 나이에 대학을 다니겠다고 말했던 지인이 있었다. 4년은 너무 기니 차라리 자격증 같은 걸 몇 개 따 놓는 게 낫지 않겠냐는 조언들이 많았는데, 그 지인은 올해 2월에 졸업을 했다. 그는 차근차근 4년을 보내 결국 학위를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리포트 쓰는 걸 도와주면 회를 산다고 해서 몇 번 도와줬었는데 그건 빈말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응?)
그대가 올해 서른이라면, 5년 후 서른다섯이 된 그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3.
80일 프로젝트는 80일간 '내일의 나'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보는 체험이다. 80일이라는 기준은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따왔다. 80일은, 세계를 한 바퀴 돌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80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독자 분들에겐, 되도록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말길 권한다. 천천히 돌아보면, '언젠가의 나'가 시도하려고 준비해 둔 여러 테마들이 보일 것이다. 그 테마를 위해 마련해 둔, '내가 언제 이런 걸 샀었지?'싶은 물건들도 보일 것이다. 대개의 경우, 마련된 그 물건들로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당장 내 옆에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는 걸 하자.
이런 얘기를 하는 까닭은, 80일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준비'에만 80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자신이 처음 뿌리를 내린 그 곳에서 온 힘을 다해 자란다. 그런데 사람은 돌멩이 하나 발에 걸리면 자리를 바꿔 버리는 경우가 많다. 집에 아직 다 읽지 못한 종이책이 있는데 전자책 단말기를 구입한다든가, 충분히 사용 가능한 카메라가 있는데 신형 카메라를 구입한다든가, 운동할 때 신을 새 신발을 사고 새 운동복을 마련하는 등의 '부수적인 것들'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장비병'은 성별이나 나이와 무관하게 찾아오니, 늘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기억해 두자.
그리고 무엇보다 계획을 심플하게 짜자. 쉽고 단순할수록 좋다. 80일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오늘의 나'는 열정이 넘치지만, '3일 뒤의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쉽고 단순하지 않으면 '3일 뒤의 나'가 못 견딘다. 만약 그대가 하루에 책 한 권 읽기를 계획했다면, '3일 뒤의 나'는
라며 열정에 재를 뿌릴 것이다.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게 중요하다. 계획 수정은 무조건 80일 뒤에 한다고 생각하자. 그 전까진 미련하게 보여도 좋으니, 우직하게 가는 거다.
4.
이번 80일 프로젝트의 종료일은 2013년 8월 23일이다. 그 날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한 채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아니면 손톱만큼이라도 더 나아진 사람이 되어 있을지는 오직 그대 자신에게 달려 있다.
미리 경고하는데, 80일 프로젝트는 절대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그대가 뭘 계획했든 갈수록 지겹고, 외롭고, 고독해질 것이다. 흥이 나는 건 길어야 한 달 정도다. 달력이 넘어가고 나면 마음도 어수선해지고, 독촉하는 사람도 없으니 '평소의 나'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80일 프로젝트의 의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아무리 계획이 반짝반짝 하다고 해도, 지키지 못하면 헛소리일 뿐이다. 헛소리가 되지 않도록 '내일의 나'에게 도움을 주며 차곡차곡 사는 게 80일 프로젝트다. 딱 80일만 견뎌보자.
내 계획 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사진 올리기'가 있는데, 80일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분들은 그 포스팅을 '격려 신호'로 받아들여도 좋다. 발 딛고 있는 곳에서 묵묵히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는 신호를, 포스팅으로 발행하도록 하겠다.
이 포스팅에 댓글로 자신의 계획을 적어주시길 바란다. 전과 달리 프로젝트의 끝은 별도로 포스팅 하지 않을 예정인데,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여부와 새로운 계획은, 다음 번 프로젝트 시작을 알리는 글에 적어주시면 된다.
본인의 인생을 조수석에 앉아 바라보기만 할 것인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살아지는 대로 그냥 살 생각이 아니라면, 더 늦기 전에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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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그대는, 어제의 그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는가? 어제의 그대가 그저 살아지는 대로 하루를 살았다면, 오늘의 그대는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을 것이다.
1.
난 '어제의 나'가 사진을 폴더별로 정리를 해 놓지 않은 까닭에, 오늘도 아직 메모리카드에 들어 있는 사진을 가지고 있게 되었다. '오늘의 나'가 정리를 해 두지 않는다면, '내일의 나'역시 분류된 사진이 들어 있는 폴더가 아닌, 메모리카드를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 채 산 날이 얼마였던가.
작년 2월쯤 수영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대략 1년 4개월간의 '나'들은 '내일의 나'에게 미루기만 했다. 도서관에 책도 반납해야 하고, 인터벌 릴리즈 왔으니 찍으려던 사진도 찍어야 하고, 약속된 원고들도 보내야 한다. 과거의 '나'들이 미룬 일들이 너무 많아 압사 당할 것 같은 기분이다. 나를 이런 상황까지 몬 것은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80일 프로젝트 시작 글을 올리겠다고 공지해 놓고 이제야 올리는 것도, '어제의 나'들이 계속 미룬 까닭이다.
서두에서 한 질문을 이쯤에서 다시 한 번 하자.
"오늘의 그대는, 어제의 그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는가?"
2.
지난주에 심어 놓고 돌보지 않은 시금치가 벌써 손가락만큼 올라왔다. 이 녀석은 조급하지 않게 차곡차곡 한 주를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술자리에서, 늦은 나이에 대학을 다니겠다고 말했던 지인이 있었다. 4년은 너무 기니 차라리 자격증 같은 걸 몇 개 따 놓는 게 낫지 않겠냐는 조언들이 많았는데, 그 지인은 올해 2월에 졸업을 했다. 그는 차근차근 4년을 보내 결국 학위를 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리포트 쓰는 걸 도와주면 회를 산다고 해서 몇 번 도와줬었는데 그건 빈말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응?)
그대가 올해 서른이라면, 5년 후 서른다섯이 된 그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 딱 서른만 되었어도 뭔갈 시작할 텐데, 지금은 너무 늦었어."
3.
80일 프로젝트는 80일간 '내일의 나'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보는 체험이다. 80일이라는 기준은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따왔다. 80일은, 세계를 한 바퀴 돌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80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독자 분들에겐, 되도록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말길 권한다. 천천히 돌아보면, '언젠가의 나'가 시도하려고 준비해 둔 여러 테마들이 보일 것이다. 그 테마를 위해 마련해 둔, '내가 언제 이런 걸 샀었지?'싶은 물건들도 보일 것이다. 대개의 경우, 마련된 그 물건들로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당장 내 옆에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는 걸 하자.
이런 얘기를 하는 까닭은, 80일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준비'에만 80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자신이 처음 뿌리를 내린 그 곳에서 온 힘을 다해 자란다. 그런데 사람은 돌멩이 하나 발에 걸리면 자리를 바꿔 버리는 경우가 많다. 집에 아직 다 읽지 못한 종이책이 있는데 전자책 단말기를 구입한다든가, 충분히 사용 가능한 카메라가 있는데 신형 카메라를 구입한다든가, 운동할 때 신을 새 신발을 사고 새 운동복을 마련하는 등의 '부수적인 것들'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장비병'은 성별이나 나이와 무관하게 찾아오니, 늘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기억해 두자.
그리고 무엇보다 계획을 심플하게 짜자. 쉽고 단순할수록 좋다. 80일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오늘의 나'는 열정이 넘치지만, '3일 뒤의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쉽고 단순하지 않으면 '3일 뒤의 나'가 못 견딘다. 만약 그대가 하루에 책 한 권 읽기를 계획했다면, '3일 뒤의 나'는
'근데 읽어도 머릿속에 남는 것 같지도 않고, 이렇게 읽어서 효과가 있겠어?'
라며 열정에 재를 뿌릴 것이다.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게 중요하다. 계획 수정은 무조건 80일 뒤에 한다고 생각하자. 그 전까진 미련하게 보여도 좋으니, 우직하게 가는 거다.
4.
이번 80일 프로젝트의 종료일은 2013년 8월 23일이다. 그 날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을 한 채 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아니면 손톱만큼이라도 더 나아진 사람이 되어 있을지는 오직 그대 자신에게 달려 있다.
미리 경고하는데, 80일 프로젝트는 절대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그대가 뭘 계획했든 갈수록 지겹고, 외롭고, 고독해질 것이다. 흥이 나는 건 길어야 한 달 정도다. 달력이 넘어가고 나면 마음도 어수선해지고, 독촉하는 사람도 없으니 '평소의 나'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80일 프로젝트의 의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아무리 계획이 반짝반짝 하다고 해도, 지키지 못하면 헛소리일 뿐이다. 헛소리가 되지 않도록 '내일의 나'에게 도움을 주며 차곡차곡 사는 게 80일 프로젝트다. 딱 80일만 견뎌보자.
내 계획 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사진 올리기'가 있는데, 80일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분들은 그 포스팅을 '격려 신호'로 받아들여도 좋다. 발 딛고 있는 곳에서 묵묵히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는 신호를, 포스팅으로 발행하도록 하겠다.
이 포스팅에 댓글로 자신의 계획을 적어주시길 바란다. 전과 달리 프로젝트의 끝은 별도로 포스팅 하지 않을 예정인데,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여부와 새로운 계획은, 다음 번 프로젝트 시작을 알리는 글에 적어주시면 된다.
본인의 인생을 조수석에 앉아 바라보기만 할 것인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살아지는 대로 그냥 살 생각이 아니라면, 더 늦기 전에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잡아보자.
▲ 80일 프로젝트를 함께 하실 분들은 행운의 추천버튼을 클릭해 주세요. 이루어 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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