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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금사모] 남자친구를 경찰에 신고한 여자

by 무한 2013. 6. 7.
[금사모] 남친을 경찰에 신고한 여자
감정의 골이 깊어져 결국 막장까지 간 커플들도, 처음에는 여보, 자기, 당신 하면서 알콩달콩 지낸다. 그들이 보낸 카톡대화에선 예의가 서서히 무너져 가는 모습과, 서로에게 함부로 대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힘들어서 못 해먹겠다."
"참 나 어이가 없네. 개무시하네."
"그만 좀 해라. 짜증나니까."



저런 말이 나왔다는 건, 관계의 나사가 풀어졌다는 증거다. 그러면 긴장감을 불어 넣어 다시 나사를 조여야 한다. 하지만 저런 반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거나, 격해진 감정선을 그대로 타고 가 함께 막나가는 경우,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만다.

금요사연모음은 몇 가지 사연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인데, 오늘은 J양의 사연 하나만 다룰까 한다. 막장까지 간 그녀의 사연에는 다른 제보자들이 보낸 사연에서의 문제점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출발해 보자.


1. 세상에서 가장 피곤한 여자.


패배감에 젖은 채 상대를 자극하는 사람은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한다. 작은 일에도 큰 의미부여를 하는 여린마음동호회 대원들에게 주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인데, 그럴 경우 상대에게 악랄한 짓을 저질러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거나, 상처받은 사람 코스프레를 하며 상대를 가해자로 몰아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J양 커플의 몇 달 전 대화를 보자.

J양 - 난 아직 오빠 많이 좋아해.
남친 - 난 싫다고 하디?
J양 - 싫다고 직접 들은 건 아니지.
         하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누구나 남자친구에게 듣고 싶은 말들이 있는 건데
         난 그런 말을 못 들었지.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가 없네. 그래서 너무 답답하다.



저런 태도는 J양의 대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가장 대표적인 멘트들만 모아보면 아래와 같다.

"난 오빠 피곤한데 피해만 주는 사람인 거 같네."
"내가 연락 안 하면 오빠도 안 할 거야? 다른 뜻은 없어. 대답해줘."
"나한테 감정이 아예 식어버린 거야?"
"날 떨어져 나가게 하고 싶은 거야?"
"나랑 오래 안 만날 생각이면 헤어지자고 해. 난 헤어질 생각 없으니까, 오빠가 말 해."



저런 얘기는, 보통의 다른 커플들이 감정이 격해진 상태로 싸우다가 한두 번쯤 하는 얘기다. 몇 년을 사귀더라도 딱 한두 번 정도만 한단 얘기다.(물론, 싸우더라도 저런 얘기를 안 꺼내는 커플도 많다.) 그런데 J양은 무슨 '피해의식 종합선물세트'인 것처럼 기분이 살짝만 상해도 저런 얘기를 마구 쏟아 놓는다.

J양 같은 여자와 사귀는 남자는, 연애기간 내내 '죄인이 된 느낌'을 느끼며 지내야 할 것이다. 친구랑 당구 한 게임도 칠 수 없다. 그럼 즉시 "친구가 나보다 더 중요한가보네."라는 카톡이 날아올 테니 말이다. J양 남자친구는 여러 번 고통을 호소했는데, J양은 듣지 못했다. 참다 참다 결국 남자친구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만 하자. 너랑 싸우기 싫고, 실랑이 벌이는 것도 싫고, 네 말투도 듣기 싫어."


J양은 남자친구의 "네 말투도 듣기 싫어."라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저건 단순히 '갈등'이 싫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난 피해자, 넌 가해자.'로 만드는 J양의 이상한 대화법에 대해, 남친은 저런 말로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다. 저기다 대고 J양은 "그래서, 내가 노력해 본다고 해도 싫다는 거야?"라는 얘기만 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2. PMS.
 

사연에 첨부된 카톡대화를 읽으며 내가 살펴보는 것 중 하나는, '갈등이 특정한 주기로 찾아오는지'다. 특히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 갈등이 벌어진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산재되어 있던 문제를 자꾸 다시 끄집어 내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 더욱 꼼꼼하게 그 주기를 살핀다.

J양 커플의 경우, 한 달에 특정한 며칠을 제외하고는 애정표현을 하며 잘 지냈다. 놀이동산 갈 얘기를 나누며 들떠 있기도 했고, 만나면 입술을 깨물겠다는…(이런 얘기들은 솔로부대원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으니 생략하자.). 여하튼 '막장커플'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애정행각을 하며 지냈다.

하지만 일정한 주기로 찾아오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도래하면, J양은 가장 먼저 '과거의 우리'와 '현재의 우리'를 비교하며 패배감에 젖기 시작했다.

"진짜 그땐 오빠가 나한테 엄청 잘해줬었는데…."


저 말을 들은 남친은 '얜 지금 나를 탓하고 있다.'는 공격신호로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그 공격에 방어하려 한다. 하지만 저건 '답정너'인 물음인 까닭에, 남친이 무릎을 꿇지 않는 한 결판이 나지 않는다. 때문에 아무 것도 아닌 저 사소한 말로 인해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고, 결국은 J양이 사과를 가장한 '최후의 한 방'을 지르며 끝나곤 한다.

"알았어. 내가 잘못한 거지. 앞으론 정말 신경 안 쓸게. 쓸 건덕지도 없겠지만."


저런 '최후의 한 방'은, J양이 질풍노도의 시기에 접어들었을 때 어김없이 등장한다.

"피곤한데 만나달라고 찡찡대서 미안하네. 이제 그럴 일 없을 거야."


그러니까 "알았어 내가 미안하다 이 속 좁은 놈아."라는 말과 비슷하다고 할까. 사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과는 훼이크고, 결국 침을 뱉으며 등을 돌리는 것과 비슷하다. 

이 이후부터는 쌍욕의 향연이 펼쳐지는 까닭에 옮기진 않겠다. J양이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말들을 던지고, 남자친구는 그 말을 욕으로 받는다는 것 정도만 적어두겠다. 아래에서 이야기하겠지만 J양의 남자친구는 전형적인 '마초 스타일'이다. 때문에 감정이 격해지면 전화를 끊어 버리거나, 대화를 중단해 버리거나, 자리를 피해 버린다.

경찰서에 가게 된 날도 J양이 '질풍노도의 모습'을 보이던 시기와 일치한다. 그날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위와 비슷한 실랑이를 벌이다가 남자친구가 J양을 집에 들여보내려고 했다. 집에 들어가면 지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J양은 안 들어가겠다고 했고, 남자친구는 그럼 자신이 그냥 집에 가 버리겠다고 했다. 그 와중에 집에 가는 남자친구를 J양이 붙잡으려 하다가 넘어졌다. 못 견딜 정도로 그 상황이 싫었던 J양은, 황당하게도 남자친구가 자신을 밀어 넘어졌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서에 도착해 J양은 절대로 합의를 안 하겠다며 동물욕까지 하며 난동을 부렸는데, 이건 더 길게 이야기 할 것도 없이 가망이 없는 관계라고만 적어두겠다. 경찰들까지 혀를 내두르며 진정이 된 뒤에 다시 오라고 돌려보냈을 정도면, 둘의 관계는 부서져서 가루가 된 것이다.

만약 J양이 PMS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게 맞다면, 그건 마음을 굳게 먹는 것 정도로 쉽게 극복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하며, 남자친구도 충분히 PMS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야 '호르몬의 총 공격'에 두 사람 모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위에서 말했듯 PMS기간엔 그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분노하고 우울해 하고 혼란스러워 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질풍노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왜 그랬을까….'라며 한 없이 죄책감을 느끼며 침전할 수 있다. J양 역시 현재 스스로를 탓하며 끝없이 가라앉고 있는데, 그걸 남자친구의 말대로 단순히 '성격이상'으로 생각해 자학하지 말고, PMS와 관련된 진찰을 받아보길 권한다.


3. "아직 제 연락은 받아주는데, 가능성 있는 거 아닌가요?"


우리 어머니께서는 기능을 상실한 양말을 따로 보관하신다. 신으려고 모아 두시는 게 아니라, 나중에 청소할 때 걸레로 닦아내기 힘든 것들을 그 양말로 닦은 후 버리려고 모아두시는 거다. 다른 가정에서 올이 다 풀려 '기능을 상실한 수건'을 '걸레'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연락을 다 받아준다고 연인으로 지낼 생각이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잘못한 것이 있어 나에게 무조건 저자세를 취해야 하는 사람'은, 못된 마음으로 보자면 재미있기까지 하다. 이쪽에서 요구하는 걸 상대는 모두 들어줄 것이니 말이다. 그런 상대에겐

"내가 연락 잘 못하는 거 가지고 다신 얘기하지 말라고 했지?
전에 알았다고 한 말은 그냥 한 소리였나 보네?
네가 잘 하겠다고 해서 받아준 건데, 그 말에 신뢰가 가질 않는다.
아무리 봐도 넌 바뀌지 않을 것 같으니까 헤어지자."



따위의 말을 하며, 사람 하나 장난감 만들어 가지고 놀 수 있다. '나에게 정말 미안해하고 있다는 걸 증명해라.'라며 무리한 요구도 할 수 있고, 과거의 잘못을 빌미로 맹목적인 이해와 헌신을 강요할 수도 있다.

J양은 남자친구가 아직 '연락을 받아준다'고 하는데, 여기서 봤을 때 그건 연락을 받아주는 게 아니다. J양이 일방적으로 사과를 하고, 남자친구는 "내가 말 걸지 말라고 했지? 내 말이 개똥으로 들리냐?"라는 대답을 하는 것뿐이다.

"제가 빌고 빌어서 헤어지지 않은 상태이긴 해요."


연인이라는 간판만 남겨두고 그 내부는 모두 철거했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둘의 관계에 '연인'이라는 간판만 덩그러니 걸려 있다는 건, 남자친구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너한테 질려서 감정이 모두 사라졌다.
이번엔 어디까지 가나 한 번 보자.
붙어있든지 떨어져 있든지 네 마음대로 해라."



무대엔 J양 혼자 서 있고, 남자친구는 손 털고 무대에서 내려가 관객석에 앉은 것이다. 맺고 끊음이 분명한 성격이라면 차단을 했겠지만, 그렇지 않은 남자친구는 "어디 네 마음대로 해봐라. 난 여기서 구경만 할 테니까."라는 -약간은 악랄한- 생각을 가지고 J양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J양이 "시키는 건 뭐든 다 하겠다."라는 저자세를 유지하며 빌기만 한다면, J양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장난감이 될 것이다. 남자친구가 "앞으로 내 말에 무조건 따르겠다면, 지금 저 떨어진 과자를 주워 먹어봐. 그럼 믿을게."라고 말하면, J양은 망설임 없이 땅에 떨어진 과자를 주워 먹을 테니 말이다.


끝으로 J양에겐, 웹 여기저기에 떠도는 "B형 여자는 이래요. 그러니 이렇게 대해주세요." 류의 글을 읽지 말길 권해주고 싶다. 그런 글에 함몰되어 버리면,

"여자이기 때문에 누구나 남자친구에게 듣고 싶은…."


따위의 말을 하며 이해와 위로만 바라게 될 것이다. 너무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아 끊을 수 없다면, 반대의 내용도 읽길 바란다. "B형 남자는 이래요. 그러니 이렇게 대해주세요."류의 글까지 말이다. 그래야 균형이 좀 맞는 거지, 지금처럼 J양의 요구를 상대에게 내밀기 위해 '여자는 이렇다'식의 말만 하면 '피곤한 여자'가 될 뿐이다.

하나 더.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걸 인식하길 바란다. J양은 자신의 문제 중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문제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만 있을 뿐 그 문제를 고치려 애쓰지 않은 까닭에, 관련된 갈등은 계속해서 일어난다. 남자친구가 그 부분을 지적할 때마다 J양은 "나도 알아. 나도 내 문제가 뭔지 잘 알아."라는 대답을 하는데, 알지만 하지 못하는 건, 스스로 '변화 가능성 없는 여자'라는 걸 증명할 뿐이다. 남자친구도 누누이 그 부분을 지적한다.

"노력해 보고, 고쳐 보고 말해."


늘 약속시간에 늦는 친구에게 제발 늦지 말라고 호소했더니, 그 친구는 "나도 내가 시간개념이 좀 부족하다는 거 알아. 내가 늦으면 네가 기다리느라 화난다는 거 알고."라고 대답한다. 그래놓고는 다음 번 만남에 또 늦는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의 변화가 없으면, 그건 그 사람의 '한계'가 되고 만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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