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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사모] 괜찮은 남자와 골드미스 외 3편

by 무한 2013. 7. 12.
[금사모] 괜찮은 남자와 골드미스 외 3편
오늘은 갈 길이 머니, 바로 시작해 보자. 


1. 괜찮은 남자와 골드미스
 

결혼적령기에 접어든 여자가 남자의 외모, 스펙, 성격, 비전 등을 보는 것처럼, 남자 역시 여자를 본다. 이걸 염두에 둔 채 H양의 사연을 보면, 왜 지금 상황이 좋지 않은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말하자면, H양은 현재 결혼상대로서 좀 '별로'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H양은 결혼관에 대해 자신의 상황이 좀 안정되면 그때 결혼을 생각해 본다고 말했는데, 사실 그게 연애할 때 이미 어느 정도는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상대가 H양과 같은 상태라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청년실업자가 많은 현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너무 H양을 푸쉬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한데, '상대가 보는 나'는 어떨지도 한 번 생각을 해보자는 의미에서 하는 얘기다. 

내 주변에도 H양처럼 지내는 여자사람이 몇 있는 까닭에 더욱 안타까워서 이러는 거다. 그 중 한 지인은 몇 달 벌어서 몇 달 먹고 사는 생활을 몇 년 전부터 하고 있다. 직장이 아닌 알바 형식의 일을 하는 까닭에 시간은 꽤 많은 편이라 주변 경조사나 친구 아들 돌잔치 같은 건 다 참여한다. 해외에 나가서 살고 있는 친구가 들어오면 공항까지 마중 나가 만난다. 동네 단골커피숍 편한 쇼파에 앉아 카톡하는 걸 즐긴다. 누군가가 술 먹자고 부르면 기다렸던 사람처럼 나간다. 그러면서 내게 

"괜찮은 남자 있으면 좀 소개시켜 줘."


라고 말한다. 어느 날 한 번, 난 그녀에게 "괜찮은 남자가 있긴 한데, 그 남자가 널 안 괜찮아 할 것 같다."라고 말해주었다. 시시각각 카카오 스토리에 사진과 글을 올리며 일상을 보고하는 것에 대해서는, 철이 안 든 여자 같아 보인다는 얘기도 해줬다. 당장 불태울 수 있는 연애를 하기엔 괜찮으니 연하남들만 만나게 되는 거고,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된 '괜찮은' 남자 동창들은 '너의 현실'이 어떤지 확인하고 떠나가는 거라고 말해줬다. 

물론 직업이나 경제력이 전부는 아니기에 마음이 맞고 통하는 게 있으면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직장에 다니지 않거나 경제력이 빈약하다는 게 '마음 맞고 통하는 사람'임을 증명해 주는 건 아니잖은가. 일상이 무료해 밤마다 술로 잠을 청하고, 간만에 가진 술자리에선 필름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시는 모습만 보인다면 '조건 이외의 부분'에서도 낙제를 할 수밖에 없다.

H양이 만날 약속을 잡으려 해도 상대가 수동적으로 나오며 확답하지 않는 건, 위와 같은 이유일 가능성이 크다. 이건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이미지 회복이 되는 게 아니니, 꾸준히 연락하며 '생각 없이 사는 여자'가 아님을 보여주길 권한다. 그리고 상대가 신이 나서 한 이야기로 대화를 이어가길 권한다. 상대가 자전거 마니아면 H양도 자전거 한 대 사려 한다며 같이 사러 가자고 부탁하면 되는 거다. 그걸 접어두고 주말에 만나서 술 먹자는 얘기만 하면, 방법 없다. 


2. 조만간 소고기 사먹을 여자.
 

이건 J양이 남자를 시험에 들지만 않게 하면 연애로 이어질 상황이다. 남자는 J양에게 관심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J양이 재미도 감동도 없는 사진 전송하는 것에 그렇게까지 리액션 하지 않는다. 먼저 연락도 하지 않고, 나중에 같이 녹차 빙수 먹자는 얘기도 하지 않을 거고 말이다. 

남자가 밀당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냥 상남자라서 그러는 것으로 보인다. 카톡대화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 까닭에 장담할 순 없지만, 그는 형들하고 자주 어울리는 게 확실하다. 만약 여자와 간 것이라면 인증사진 찍어 보내며 J양과 계속 카톡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이건 J양이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유형의 남자'인 까닭에 혼란스러워 하는 것일 뿐, 그가 다른 마음 품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는 왜 어제는 하루 종일 카톡을 안 보낸 거죠?"


답은 간단하다. J양도 안 보내니까. 카톡대화를 보면 일주일간 매번 먼저 카톡을 보낸 건 상대였다. 우산 쓰고 걸으며 카톡을 하기 힘들 땐 전화도 했다. J양은 뭘 했는가?

오히려 현재 두 사람의 관계는 J양이 '간 보는 여자'로 오해받기 쉬운 상황이다. 어떤 방법이든 J양 역시 상대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표시하기 바란다. 뜬금없는 전화도 괜찮고, 갑작스러운 기프티콘 선물도 괜찮다. 지금처럼 가만히 앉아서

"얘 왜 일주일간 열심히 연락하더니 오늘은 연락 없죠?
이거 지금 저한테 밀당하는 건가요?"



라는 얘기만 하다가는, 다가오는 남자들을 모두 지치게 만들게 될 것이다. 더불어 그와 카톡을 할 때 다른 남자 얘기는 일체 하지 말길 권한다. "아는 오빠랑 방금 통화했는데 나 목소리 허스키 하대."라는 말을 소개팅남에게 하는 이유가 뭔가? "아냐, 너 목소리 예뻐." 따위의 대답을 듣고 싶어서인가? 이 외에 다른 남자(동창)와 만난 얘기도 J양은 거리낌 없이 하던데, 상대가 '아는 여자' 얘기를 그렇게 한다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길 바란다. 결코 유쾌하진 않을 것 아닌가. J양이 헛발질만 안 하면 조만간 썸남과 소고기 사먹으러 갈 것 같으니, 말을 꺼낼 때 지금보다 좀 더 신중하게 하고, 관계에는 보다 능동적으로 다가서길 권한다.


3. 그의 세 살 버릇.
 

남성 애독자 분의 사연이다. 답답하다. 매뉴얼을 집이나 회사, 혹은 버스 안에서 읽으며 '아, 이런 경우도 있는 갑다.'하며 고개 끄덕이는 걸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상대 카톡 남김말에 혼자 의미부여 하지 말라고 내가 5년 전부터 이야기를 했는데, J씨는 여전히 상대 카톡 남김말을 근거로 만든 '상대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싸우고 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이 관계를 엎었다는 건 정말 '차려진 밥상'을 엎은 것과 같은 정도의 실책이다. 말도 안 된다. 중반까진 몸보신 하자고 해서 같이 삼계탕 먹고, 영화 보자고 해서 같이 영화 보고, 얻어먹기만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하다며 그녀가 밥을 사기도 하고, 불금에 치맥도 함께 하고, 야구장도 같이 가고….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J씨는 돌변해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지금 머리 굴리고 있지?
주말에 보기 싫은데 내가 자꾸 보자고 해서?"



대체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이거 무슨 병 같은 건가? 어떻게든 부정적 물음을 던져 "아니에요."라는 대답을 들어야만 마음이 놓이는 병?
 
뜬금없이 "내 카톡이 방해가 됐나?"라며 괴상한 물음만 던지며 위와 같은 질문으로 상대를 '나쁜 여자'로 몰아가니, 갈수록 J씨는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거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낙천적이라 별로 신경 안 쓴다고 하더군요.
근데 제가 보기엔 신경을 쓰는 것 같은 눈치였습니다."



라고 한 말. 그녀가 그럴 것 같다고 단정 지은 채 거기서 한 발짝도 J씨 생각을 바꾸지 않을 거라면, 아예 만나지 말길 바란다. 그거 내가 아는 지인이 병원 의사에게 갖는 감정과 비슷한 거다. 병원을 돌아다니며 MRI찍어 폐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게 밝혀졌는데, 내 지인은 끝까지 "걔들이 발견하지 못한 거야. 난 분명 폐에 문제가 있어."라고 말한다. 지인은 의사에게 "폐가 아니라 근육 쪽 문제입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곤, 돌아서서 "의사라고 다 알아? 의사도 잘 몰라. 내 병은 내가 알지."라고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건 전부 무시한 채 J씨의 짐작만으로 다 판결할 거라면, 서로를 위해 지금이라도 연락을 끊는 게 좋다. 모임에 가서 만나는 여자에게 다가가 "넌 나 싫지? 솔직히 말해봐. 내가 싫은데 그냥 연락 받아주는 거지?" 라는 뉘앙스의 말을 할 거라면, 모임에도 나가지 않는 게 좋다. 의심하고 사과하고, 의심하고 사과하고, 또 의심하고 사과하고…. 제발 그만 좀 하길 부탁하고 싶다. 다행히 아직 그녀는 이쪽의 연락을 받아주며, 만나자는 제안에 거절하지 않으니, 앞으로 넓은 마음으로 상대에게 징징대지 말고 만나길 바란다.


4. 남자친구가 방전될까봐 걱정인 여자.


S양이 제대로 본 게 맞는 것 같다. S양의 남자친구는 현재 '전력질주'를 하는 중이다. 매일매일 회사 앞에 찾아오고, S양에게 계속 "뭐 하고 싶어?"라고 묻고, 시도 때도 없이 카톡으로 하트를 날리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집까지 바래다주는 남자.

우선, 현재 상황에서 남자친구는 S양에게라면 뭐든 숨김없이 다 말하려고 할 테니, 서로의 인생사를 쭉 훑는 대화를 한 번 나누길 권한다. 어디서 태어났고, 유치원 다닐 땐 무슨 일이 있었고, 초등학생 시절에는 주로 누구랑 어울렸는지, 또 친척집에 가서 잤던 경험이 있는지, 중고교 시절엔 어땠는지, 수학여행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는지, 십대에 가장 슬펐던 일은 뭔지, 기뻤던 일은 뭔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건 서로에게 뿌리를 깊게 내리는 일이다. 만약 훗날 갈등이 생기더라도,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그 갈등이 어떤 부분 때문에 발생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후에는 S양의 부탁이라면 거절하는 법 없이 다 들어주는 남자친구에게, 부탁을 하길 권한다. 목표는 서로의 발전, 혹은 남자친구의 발전을 위한 것으로 정하면 된다. 기술적인 발전을 꾀한다면 "같이 출사여행 가자. 사진 배워서 예쁜 사진 많이 찍자."라고 말하면 된다. 그럼 자연히 남자친구가 사진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을 것이고, 인물사진 및 조명사용법에 대해 공부할 것이다.

해외여행을 계획한 뒤 방문할 나라의 언어를 배워도 좋고, 자전거를 구입해 같이 라이딩을 다녀도 된다. 안 해 본 스포츠가 있다면 같이 배워도 되고, 케이크나 머그컵, 액세서리 등을 만드는 곳이 있으니 만들기 체험을 가도 좋다. 지금처럼 '밥과 영화'를 중심으로 한 소비적 데이트는, 몇 년을 함께 해도 그닥 남는 게 없으니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보자.

하나 더. 가능하다면 남자친구의 친구나 지인들과도 함께 만나보길 권한다. 반대로 S양의 친구나 지인들과 만나는 데이트도 해 보고 말이다. 남자친구는 '단둘이서 하는 데이트'만을 원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둘만 지내는 건 물이 한 곳에 고여 버리는 것처럼 위험한 경우가 많다. 어울리며 지인에게 자극도 받고, 또 둘만 있을 땐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여럿이 모였을 때 느끼며 환기를 해 줘야, 보다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남자를 만난 걸 감사하길 바란다. 지금은 남자친구가 맹목적으로 호의를 베푸니 S양이 조금 지겨워 진 것 같은데, 1년 넘게 지극정성으로 여자친구를 보살피는 남자는 많지 않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돌쇠 같은 남친'의 호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 기고만장해 하다가, 훗날 팽 당해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경우가 있으니, 그 점을 스스로 주의하며 종종 남자친구에게 감사함을 표하길 권한다.


개인적으로 난 소제목 3번의 사연이 가장 안타깝다. 전에도 한 번 얘기했지만, 저 독자 분은 카톡대화에서 자빠링(응?) 하는 걸 빼고는 전혀 이상한 부분이 없다.(기억하는 독자 분들도 계실 텐데, 언젠가 '금성무 닮은 남자'라고 했던 그 분이다.) 3년간 꾸준히 사연을 보내셨는데, 전부 다 처음 몇 달간은 분위기가 좋다. 상대도 이쪽에 호감을 보이고,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 까지도 문제가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저렇게 폭주를 한다.

제발 잊지 말자. 내가 딱 네 가지만 지켜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던가.

- 확인
- 투정
- 실망
- 구걸


저것만 안 하면 된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에게 "너에게 빠진 것 같다."같은 말 하지 말고, "내가 만나자고 조르니까 억지로 만나는 거죠?" 따위의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좋아해요? 먹고 싶어요? 괜찮아요? 싫어요? 맛있어요?"라고 묻지 말자. 그리고 너무 급하게 나가지 말자. 오늘 막 같이 야구 보고 들어와서 톡을 하며, "내일 밥 같이 먹을래요?"라고 묻는 건 너무 빠르다. 호감이 있으니까 또 보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한 번에 약속을 막 100개씩 잡아 놓으려는 사람처럼 달려들지 말자. 무섭다.

병원에서 간병을 할 때, 난 담배를 피우느라 1층 로비를 자주 드나들었다. 새벽 한 시가 좀 넘었을 때쯤, 환자복을 입은 한 여자가 접수대 쪽 구석 대기의자에 앉아 울며 통화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놓치지 않는 내 호기심이 발동해, 난 닌자처럼 정수기 물을 마시는 척 하며 그녀의 대화를 엿들었다.

"넌 내가 입원하고 한 번도 병원에 안 왔잖아. 그게 잘하겠다는 사람 태도야?
나한테 관심을 좀 가져 달라고. 택시라도 타고 와. 내가 택시비 줄게."



그렇게 얘기해 봐야 그거 죽은 아이 고추 만지기와 비슷한 거고,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건 '너를 정리하려 한다'는 걸 말없이 보여주는 거라고 말해주려고 하다가 그만두었다. 매뉴얼을 읽는 독자들이 저렇게 벼랑 끝까지 몰려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열심히 돕겠다. 그러니 물금이라 좀 꿉꿉하더라도, 어깨 펴고 웃으며 후라이데이 보내길 바란다. 장마가 끝나면 분명히 맑은 날이 찾아올 테니!



▲ '댄스동호회' 특집 한다고 했던 거, 예고한 뒤 다들 자기 사연은 올리지 말라고 하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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