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에서 만난 남자, 무슨 생각 중일까?
J양이 이 글을 읽으면, 그 남자 전화번호를 내게도 좀 알려주길 바란다. 새벽에 서울에서 할 수 있다는 '좋은 구경'이 뭔지 궁금하다. 집에 가지 않고 자신과 함께 있으면 할 수 있는 좋은 구경, 다음에 단둘이 만나면 보여주겠다는 좋은 구경. 자고 가면 할 수 있다는 좋은 구경. 대체 뭘까. 야광시계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
J양은 그를 친구와 나이트에 가서 놀다가 만났다. 당시 J양에게 남자친구가 있었고, 또 나이트에서 만난 사람과 연을 맺고 싶진 않았던 까닭에, 부킹남에겐 모든 정보를 거짓으로 말했다. 위에서 말했듯 부킹남은 '좋은 구경'을 시켜주겠다느니, 같이 딱 한 시간만 더 놀다 가라느니 하며 J양을 붙잡았지만, 그녀는 그에게 "오늘은 들어가 봐야 해."라며 거절했다.
이후 부킹남은 며칠에 한 번씩
따위의 문자를 보내왔다. J양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했으나, 그러면서도 여지는 계속 남겨두었다. 여하튼 그러다 J양이 남자친구와 이별하게 되었고, 이번엔 그녀가 먼저 부킹남에게 연락을 했다.
이후의 상황은 아래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며 살펴보자.
섬세하게 감정을 숨길 줄 아는 남자라면 구별하기 어렵겠지만, 부킹남은 자신의 감정을 투박하게 내세우는 남자인 까닭에 구별하기가 쉽다. J양이 여지만 남기며 그의 들이댐을 거절하고 있을 당시의 대화패턴을 보자. 둘의 멘트는 간략히 축약해 쓰도록 하겠다.
그의 목적은 '한 잔 하는 것'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그에게 J양이 무슨 공부를 하는지, 어떤 시험을 준비하는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라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부킹남의 저런 태도는, 이후 J양이 먼저 만남을 요청했을 때도 똑같이 나타난다. 대화를 보자.
동상이몽이라고 할까. 분명 둘이 대화는 하고 있지만,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다른 거다. 그 '생각의 다름'은 만났을 때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다. 부킹남은 J양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목적을 드러냈다. 딴에는 숨긴다고 숨겨서 드러낸 것이지만, 서른이 넘은 J양이 말과 막걸리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따끔한 한 마디'를 하는 것으로 상황은 마무리 되었다.
이후 부킹남은 J양이 '쉬운 여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급격히 흥미가 떨어진 듯 보이고, J양은 그에게 '따끔한 한 마디'를 했으니 이제 '만나며 알아가는 관계'가 될 수 있으리라 착각하는 듯 보인다. 안타깝게도 또 둘은 다른 생각을 품을 채 서로를 대하고 있는 것이다.
J양의 사연을 읽으며 가장 답답했던 것은, J양이 부킹남의 '살을 주고 뼈를 치는 작전'을 '솔직함'이라고 오해한다는 점이었다.
솔직함을 내세워 신뢰를 얻은 뒤 목적을 이루는 것도 하나의 작전일 뿐이다.
저런 태도로 나오는 남자를 붙들고
라고 묻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그 물음에 "목적을 달성했으니 연락처 지워야지. 아니면 이렇게 만나는 관계로 엮어 두든가."라고 대답할 남자가 있을까?
대략 저런 멘트 중 하나 골라서 대답할 뿐이다. 팥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을 여자라면 사귀자고 말할 수도 있다. 내일 헤어지면 되니까. 좀 더 복잡할 것 같으면 "난 챙겨주는 타입이 아니다. 그래서 그간 사귄 여자들도 그 이유로 떠나갔다. 연락도 잘 못한다."라며 복선을 하나 깔아 놓는 경우도 있다. 목적을 이루고 잠수 탈 때 "그래서 내가 그때 말 했잖아!"라고 변명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만남 이후 J양이 상대에게 한 멘트들이다. J양이 산으로 가 버렸다는 걸 알 수 있다. 부킹남은 저런 대화를 나누는 게 짜증나서 성의 없는 대답 툭툭 던지고, 어디 간다면서 대화를 잘라내 버리는데, J양은 매달리고 있다. 여기서 부터는 '환상'의 영역이다.
이제는 J양이 상대에게 식사를 같이 하자고 선톡을 보내는데, 상대가 그걸 마다할 이유는 없다. 상대는 첫 시도에서 실패했지만, J양이 '환상'을 가지고 덤벼드니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J양이 아쉬워하고 있다는 게 한 글자 한 글자에서 다 묻어나지 않는가. 상대는 이미 J양을 '시대에 뒤떨어진 여자'로 몰아가며 새로운 판을 짜고 있는 것 같은데, J양은 거기서 땅 그만 파고 얼른 나오길 권한다.
알고 보니 상대가 유부남이면 어쩔 생각인가? 상대에 대해 J양은 아는 게 없다. 그가 말한 몇 가지 사실을 가지고 그의 이미지를 그려놓긴 했지만, 만약 그 역시 J양처럼 J양을 '나이트에서 만나 한 번 놀고 안 볼 여자'로 생각해 거짓으로 자신을 소개한 거였다면 어떨까?
J양과 부킹남은, '처음엔 별로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호감이 무럭무럭 자란 관계'에 속하지도 않는다. J양이 다시 그에게 연락을 하게 된 건,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외로웠기 때문이다. 그간 부킹남과 J양이 나눈 얘기는 "술 먹을래?", "아니.", "알았다."가 전부고 말이다.
간단하게 생각하자. 식당도 자주 가야 단골이 되는 법이다. 난 "우리 커플은 한 달쯤 서로 연락을 안 하기도 해. 서로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믿으니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랑한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거잖아. 보고 싶은 마음 품고 있다가 만나면 더 반갑고."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 있는데, 그 둘은 그렇게 연락을 하지 않다가 서로를 궁금해 하지도 않은 사이가 되어 자연스레 헤어졌다.
'바빠서 하지 못한 연락'때문에 헤어지는 커플은 거의 없다. 핑계는 다들 '바빠서'라고 하지만, 결국은 상대의 애정을 느낄 수 없기에 헤어지는 것이다. 퇴근하고 집에 갔는지도 궁금해 하지 않고, 친구를 만난다고 해도 무슨 친구를 만나는지 묻지 않고, 오늘 정말 속상한 일 있어서 한 잔 하려고 한다고 말해도 "어, 많이 마시진 말고."라는 말만 하니까, 이쪽에서도 자연히 '내가 방목당하고 있구나'라는 걸 깨달아 헤어진다. 사귀기 전엔 '한 시간'이라도 잠깐 만나자고 했던 사람이, 이제 "한 시간 볼 걸 뭐 하러 봐. 그냥 주말에 봐."라고 말하니까.
J양에게 상대의 이름은 아는지 물어보고 싶다. 상대 역시 J양이 한 '거짓말'만 믿고 있을 뿐, J양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J양은,
라는 이야기를 하며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 솔직함이라며 '쉬다 가지 않아 아쉽다'고 말하는 남자를 두고 뭘 더 어떻게 할 생각하지 말고, 하루 빨리 J양의 일상으로 돌아오기 바란다.
비슷한 사연을 이전에도 많이 다룬 까닭에, 사실 J양의 사연은 다루지 않으려 했었다. 그런데 부킹남을 대하는 J양의 태도에서
이 보여 발행하게 되었다. 지금과 같은 식이라면, J양은 상대가
라는 이야기를 해도,
라는 괴상한 소리만 할 위험이 있기에, 그걸 알려주고자 쓰게 되었다. 합리화를 통해 낭만적 해석을 하는 것엔 약도 없으니, 증세가 더 심해지기 전에 이쯤에서 그만두길 바란다. J양은 상대와 만난 뒤 '답정너'의 질문을 해 어떻게든 모양을 좀 잡아보려 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애써봐야 모래 위에 지은 집은 무너진다. 거기서 그러지 말고, 복날에 같이 삼계탕을 먹을 수 있는 남자와 만나길 권한다.
▲ "아니에요 무한님. 그 아이 생각보다 착한데…." 모텔 앞에선 어느 남자든 다 착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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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양이 이 글을 읽으면, 그 남자 전화번호를 내게도 좀 알려주길 바란다. 새벽에 서울에서 할 수 있다는 '좋은 구경'이 뭔지 궁금하다. 집에 가지 않고 자신과 함께 있으면 할 수 있는 좋은 구경, 다음에 단둘이 만나면 보여주겠다는 좋은 구경. 자고 가면 할 수 있다는 좋은 구경. 대체 뭘까. 야광시계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
J양은 그를 친구와 나이트에 가서 놀다가 만났다. 당시 J양에게 남자친구가 있었고, 또 나이트에서 만난 사람과 연을 맺고 싶진 않았던 까닭에, 부킹남에겐 모든 정보를 거짓으로 말했다. 위에서 말했듯 부킹남은 '좋은 구경'을 시켜주겠다느니, 같이 딱 한 시간만 더 놀다 가라느니 하며 J양을 붙잡았지만, 그녀는 그에게 "오늘은 들어가 봐야 해."라며 거절했다.
이후 부킹남은 며칠에 한 번씩
"뭐해?"
"안 심심해? 시간 날 때 한 잔 하자."
"집에 있음 뭐해. 비도 오는데 한 잔 할래?"
"안 심심해? 시간 날 때 한 잔 하자."
"집에 있음 뭐해. 비도 오는데 한 잔 할래?"
따위의 문자를 보내왔다. J양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했으나, 그러면서도 여지는 계속 남겨두었다. 여하튼 그러다 J양이 남자친구와 이별하게 되었고, 이번엔 그녀가 먼저 부킹남에게 연락을 했다.
이후의 상황은 아래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며 살펴보자.
1. 문자만 봐도 알 수 있다.
섬세하게 감정을 숨길 줄 아는 남자라면 구별하기 어렵겠지만, 부킹남은 자신의 감정을 투박하게 내세우는 남자인 까닭에 구별하기가 쉽다. J양이 여지만 남기며 그의 들이댐을 거절하고 있을 당시의 대화패턴을 보자. 둘의 멘트는 간략히 축약해 쓰도록 하겠다.
(1)
부킹남 - 뭐해?
J양 - 공부.
부킹남 - 한 잔 하자.
J양 - 준비하고 있는 시험이 있어.
부킹남 - 응. 알았다.
(2)
부킹남 - 요즘도 바빠?
J양 - 그냥 그렇지 뭐. 넌?
부킹남 - 한 잔 할래?
J양 - 오늘은 일이 있어서 안돼.
부킹남 - 응. 알았다.
부킹남 - 뭐해?
J양 - 공부.
부킹남 - 한 잔 하자.
J양 - 준비하고 있는 시험이 있어.
부킹남 - 응. 알았다.
(2)
부킹남 - 요즘도 바빠?
J양 - 그냥 그렇지 뭐. 넌?
부킹남 - 한 잔 할래?
J양 - 오늘은 일이 있어서 안돼.
부킹남 - 응. 알았다.
그의 목적은 '한 잔 하는 것'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그에게 J양이 무슨 공부를 하는지, 어떤 시험을 준비하는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오늘 한 잔 할 수 있는가, 아닌가.'
라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부킹남의 저런 태도는, 이후 J양이 먼저 만남을 요청했을 때도 똑같이 나타난다. 대화를 보자.
J양 - 저녁식사 같이 할래?
부킹남 - 밥 말고 술 한 잔 어때.
부킹남 - 밥 말고 술 한 잔 어때.
동상이몽이라고 할까. 분명 둘이 대화는 하고 있지만, 서로 생각하는 바가 다른 거다. 그 '생각의 다름'은 만났을 때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다. 부킹남은 J양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목적을 드러냈다. 딴에는 숨긴다고 숨겨서 드러낸 것이지만, 서른이 넘은 J양이 말과 막걸리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따끔한 한 마디'를 하는 것으로 상황은 마무리 되었다.
이후 부킹남은 J양이 '쉬운 여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급격히 흥미가 떨어진 듯 보이고, J양은 그에게 '따끔한 한 마디'를 했으니 이제 '만나며 알아가는 관계'가 될 수 있으리라 착각하는 듯 보인다. 안타깝게도 또 둘은 다른 생각을 품을 채 서로를 대하고 있는 것이다.
2. 순순히 인정하면 다 해결되는 걸까?
J양의 사연을 읽으며 가장 답답했던 것은, J양이 부킹남의 '살을 주고 뼈를 치는 작전'을 '솔직함'이라고 오해한다는 점이었다.
솔직함을 내세워 신뢰를 얻은 뒤 목적을 이루는 것도 하나의 작전일 뿐이다.
"그래 나 흑심 있는 거 맞아. 그런 게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이렇게 너에게 다 털어 놓고 솔직하고 싶었어.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여튼 숨기는 것 없이 다 말하고 싶었어.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자 만났는데, 아무렇지 않다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그게 아닌 척 숨기면서 만날 수도 있었겠지만 너에겐 그러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이렇게 너에게 다 털어 놓고 솔직하고 싶었어.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여튼 숨기는 것 없이 다 말하고 싶었어.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자 만났는데, 아무렇지 않다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그게 아닌 척 숨기면서 만날 수도 있었겠지만 너에겐 그러고 싶지 않았어."
저런 태도로 나오는 남자를 붙들고
"그럼 그 이후엔?
만약 너랑 내가 오늘을 같이 보낸다면, 그 이후엔 어쩔건데?"
만약 너랑 내가 오늘을 같이 보낸다면, 그 이후엔 어쩔건데?"
라고 묻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그 물음에 "목적을 달성했으니 연락처 지워야지. 아니면 이렇게 만나는 관계로 엮어 두든가."라고 대답할 남자가 있을까?
"그건 나도 모르지만, 어쨌든 가보자. 만나면서 알아가 보자."
"난 지금 연애 할 상황이 아니긴 하지만 너를 놓치고 싶진 않다."
"사귀다가 헤어지면 평생 못 보는 사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사귀는 게 무섭다."
"난 지금 연애 할 상황이 아니긴 하지만 너를 놓치고 싶진 않다."
"사귀다가 헤어지면 평생 못 보는 사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사귀는 게 무섭다."
대략 저런 멘트 중 하나 골라서 대답할 뿐이다. 팥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을 여자라면 사귀자고 말할 수도 있다. 내일 헤어지면 되니까. 좀 더 복잡할 것 같으면 "난 챙겨주는 타입이 아니다. 그래서 그간 사귄 여자들도 그 이유로 떠나갔다. 연락도 잘 못한다."라며 복선을 하나 깔아 놓는 경우도 있다. 목적을 이루고 잠수 탈 때 "그래서 내가 그때 말 했잖아!"라고 변명할 수 있으니 말이다.
"흑심이 있었다는 건 그렇다고 치자. 그건 그렇고 오늘 날 만난 건 어땠어?"
"너 착한 것 같아. 진짜의 네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 생각은 그래."
"이 시점에서 계속 연락하고 말고는 너에게 달린 것 같아."
"너 착한 것 같아. 진짜의 네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 생각은 그래."
"이 시점에서 계속 연락하고 말고는 너에게 달린 것 같아."
만남 이후 J양이 상대에게 한 멘트들이다. J양이 산으로 가 버렸다는 걸 알 수 있다. 부킹남은 저런 대화를 나누는 게 짜증나서 성의 없는 대답 툭툭 던지고, 어디 간다면서 대화를 잘라내 버리는데, J양은 매달리고 있다. 여기서 부터는 '환상'의 영역이다.
이제는 J양이 상대에게 식사를 같이 하자고 선톡을 보내는데, 상대가 그걸 마다할 이유는 없다. 상대는 첫 시도에서 실패했지만, J양이 '환상'을 가지고 덤벼드니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J양이 아쉬워하고 있다는 게 한 글자 한 글자에서 다 묻어나지 않는가. 상대는 이미 J양을 '시대에 뒤떨어진 여자'로 몰아가며 새로운 판을 짜고 있는 것 같은데, J양은 거기서 땅 그만 파고 얼른 나오길 권한다.
3. 이름은 아십니까?
알고 보니 상대가 유부남이면 어쩔 생각인가? 상대에 대해 J양은 아는 게 없다. 그가 말한 몇 가지 사실을 가지고 그의 이미지를 그려놓긴 했지만, 만약 그 역시 J양처럼 J양을 '나이트에서 만나 한 번 놀고 안 볼 여자'로 생각해 거짓으로 자신을 소개한 거였다면 어떨까?
J양과 부킹남은, '처음엔 별로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호감이 무럭무럭 자란 관계'에 속하지도 않는다. J양이 다시 그에게 연락을 하게 된 건,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외로웠기 때문이다. 그간 부킹남과 J양이 나눈 얘기는 "술 먹을래?", "아니.", "알았다."가 전부고 말이다.
"상대는 일 때문에 업무 중에 연락을 못하고,
업무가 끝나면 녹초가 되는 까닭에 또 연락을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 일 때문에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들과도 문제가 있었다고.
저는 연락빈도가 애정의 척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업무가 끝나면 녹초가 되는 까닭에 또 연락을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 일 때문에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들과도 문제가 있었다고.
저는 연락빈도가 애정의 척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생각하자. 식당도 자주 가야 단골이 되는 법이다. 난 "우리 커플은 한 달쯤 서로 연락을 안 하기도 해. 서로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믿으니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사랑한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거잖아. 보고 싶은 마음 품고 있다가 만나면 더 반갑고."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 있는데, 그 둘은 그렇게 연락을 하지 않다가 서로를 궁금해 하지도 않은 사이가 되어 자연스레 헤어졌다.
'바빠서 하지 못한 연락'때문에 헤어지는 커플은 거의 없다. 핑계는 다들 '바빠서'라고 하지만, 결국은 상대의 애정을 느낄 수 없기에 헤어지는 것이다. 퇴근하고 집에 갔는지도 궁금해 하지 않고, 친구를 만난다고 해도 무슨 친구를 만나는지 묻지 않고, 오늘 정말 속상한 일 있어서 한 잔 하려고 한다고 말해도 "어, 많이 마시진 말고."라는 말만 하니까, 이쪽에서도 자연히 '내가 방목당하고 있구나'라는 걸 깨달아 헤어진다. 사귀기 전엔 '한 시간'이라도 잠깐 만나자고 했던 사람이, 이제 "한 시간 볼 걸 뭐 하러 봐. 그냥 주말에 봐."라고 말하니까.
J양에게 상대의 이름은 아는지 물어보고 싶다. 상대 역시 J양이 한 '거짓말'만 믿고 있을 뿐, J양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런 와중에 J양은,
"그가 연락을 잘 안 하는 타입이라고 해도, 저는 연락빈도가 애정의 척도는 아니라고…."
라는 이야기를 하며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 솔직함이라며 '쉬다 가지 않아 아쉽다'고 말하는 남자를 두고 뭘 더 어떻게 할 생각하지 말고, 하루 빨리 J양의 일상으로 돌아오기 바란다.
비슷한 사연을 이전에도 많이 다룬 까닭에, 사실 J양의 사연은 다루지 않으려 했었다. 그런데 부킹남을 대하는 J양의 태도에서
'상황이 시궁창이 되어도, 낭만적으로 해석하는 습관'
이 보여 발행하게 되었다. 지금과 같은 식이라면, J양은 상대가
"그냥 어떻게 한 번 해보려고 한 건데, 사랑은 무슨 사랑이야?
헛소리 하지 말고 시험공부나 하셔요 누님. 사람 그만 괴롭히고."
헛소리 하지 말고 시험공부나 하셔요 누님. 사람 그만 괴롭히고."
라는 이야기를 해도,
"그 아이가 저에게 정을 떼려는 것 같아요. 일부러 모질게 굴고…."
라는 괴상한 소리만 할 위험이 있기에, 그걸 알려주고자 쓰게 되었다. 합리화를 통해 낭만적 해석을 하는 것엔 약도 없으니, 증세가 더 심해지기 전에 이쯤에서 그만두길 바란다. J양은 상대와 만난 뒤 '답정너'의 질문을 해 어떻게든 모양을 좀 잡아보려 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애써봐야 모래 위에 지은 집은 무너진다. 거기서 그러지 말고, 복날에 같이 삼계탕을 먹을 수 있는 남자와 만나길 권한다.
▲ "아니에요 무한님. 그 아이 생각보다 착한데…." 모텔 앞에선 어느 남자든 다 착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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