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모] 같은 부서의 연하남 외 2편
직업이나 나이, 사는 곳, 만남의 장소, 인적사항이 드러날 만한 단어들을 각색하는 건 가능하지만, 카톡대화에서 볼 수 있는 말버릇이나 상대의 반응, 둘에게 일어난 사건 등에 각색을 요구하면 글을 쓰기가 난감하다. 예컨대,
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저 화법 자체가 문제다. 그런데 말버릇이 드러나지 않게 각색해 달라고 요청하면, 무엇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과도한 각색 요청은 매뉴얼 작성에 애로사항이 꽃피게 만든다는 점을 기억하시고, 각색을 요청하실 땐 큰 뼈대를 바꿔야 하는 일이 없도록 요청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오늘은 과도한 각색요청으로 인해 짧게 소개할 수밖에 없는 사연들을 모았다. 징징거리는 건 이쯤하고, 출발해 보자.
이건 연하남과의 관계를 떠나서, 사연을 보낸 A양에게 좀 문제가 있다. 우선, A양은 삼십대 중반이다. 삼십대 중반에
라고 말하는 여자는,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결혼이 아직 남의 얘기처럼 들리는 이십대엔 저런 이야기를 해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A양 역시 20대엔 많은 남자들의 대시를 받으며 일반적인 연애를 했다. 하지만 서른 이후의 연애는 어땠는가?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도 "맞춰갈 수 없을 것 같다."라며 떠나가지 않았는가.
또래보다 늘 정신적으로 성숙한 편이었다는 얘기 같은 건 할 필요가 없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건 삶에서 한 발짝 떨어져 관망하는 버릇만 들어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서가 아니라, 그저 남들을 '구경'했기에 파악이 빨랐던 것이다.
이거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구경하는 동안 숙달되지 않은 대인관계엔 젬병이 되어 버리고, 그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해 훗날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도 겉도는 대화 이상의 진행을 못 하게 된다. 관망하는 오랜 버릇으로 인해 남들을 현미경으로 보게 되는 문제도 생긴다. A양이 이십대에 사귀던 남자친구들을 칼 같이 쳐낸 걸 떠올려 보길 바란다. A양은 그들과 달리 단 하나의 결점도 없는 완전무결한 여자였는가?
소설가 이병주의 <지리산>에 나오는 문장을 소개해 주고 싶다.
모의고사 12번 문제는 답이 정해져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현재 A양이 누군가에 대해 답을 구했다 하더라도, 그건 시간이 지나며 오답일 될 수도 있는 거란 얘기다. 맞다고 생각했던 게 틀릴 수 있고, 틀렸다고 생각했던 게 맞을 수 있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에게 한 번 부여한 점수를 평생 바꾸지 않은 채 가지고 살지 말고, 썸남이 생겼다고 해서 그에게 100점을 부여하지도 말자. 50점 정도가 적당하다. 그렇게 만나다가 괜찮으면 플러스 하면 되고,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부분이 보이면 마이너스 하면 되는 거다. 동시에 A양은 상대에게 몇 점이나 받을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도 잊지 말길 바란다. 채점자는 남의 오답을 보며 쉽게 오만해질 수 있으니, 그 점은 늘 주의하길 권한다.
동거남이 따로 살자고 말해 가슴이 아파 죽을 것 같은가? 차라리 그게 낫다. 계속 사귀다간 영혼까지 털리고 진짜 한강 찾을 위험이 있으니 말이다. 한강물 차다.
희정양이 '최근의 다툼' 위주로 사연을 적어 보냈기에, 둘의 평소 모습을 자세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라는 것으로 미루어, 희정양 역시 정상적인 '여자친구'의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예전 남자친구가 "네가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거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간 적 있는 것으로 미루어, 희정양은 집착에 소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다 희정양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건 아니다.
라고 말하는 동거남 역시 정상적인 남자는 아니니 말이다.
솔직히 이건 너무 뻔한 사연이고, 또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와해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앞으로도 '조건'을 걸어 놓고 희정양을 길들일 위험이 있기에 이렇게 적게 되었다.
나가겠다는 동거남 다리 붙잡는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쉽다.
저 얘긴, "넌 가사도우미로는 괜찮지만, 결혼상대로는 아니란다."라는 뜻이다. 남자친구가 희정양에게 사귀면서 가장 고마웠던 건, 밥 차려주고, 설거지 해주고, 빨래 해주고, 집 치워준 거라고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던가. 저 얘기에 감동하는 희정양이 이상한 거다. 두 사람이 무슨 50년쯤 같이 살다가 "날 위해 고생해줘서 고마워."라는 고백을 들은 것도 아니고, 2년 동거하다가 쪼개지는 상황에서 "집안일 하느라 수고했다."라고 말하는데, 거기에 감동하면 어쩌자는 건가.
미련 갖지 말고,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들어가자. 카풀하는 직장 여성동료와 음담패설 나누고, 툭하면 전화 꺼둔 채 외박하는 남자는 더 볼 필요도 없는 거다. 다시 오지 않을 이십대 중반을 왜 거기서 부재중 전화나 남기며 보내고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동거 끝내고 서로 떨어져 지내며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자."라는 동거남의 제안도 거절하길 권하고 싶다. 이건 누가 봐도 애정 없이 일단 다리만 걸쳐 놓으려는 수작이다. 희정양이 동거남에게 그저 '주말메뉴' 같은 여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내가 이렇게 말해도, 동거남이 "떨어져 지내보고, 나중에 결혼…."따위의 얘기로 가능성을 흘리면 희정양이 또 넙죽 엎드릴 걸 알기에 가슴이 아프다.
미안하지만, 그닥 서로에 대한 애정이 안 보이는데 이거 그냥 헤어지면 안 되나?
솔직히 말하면, 남자친구가 오랜 기간 J양을 좋아하다가 고백했기에, 지금은 그만큼 실망도 더 커진 상태로 보인다. 남친은 'J양의 이미지'를 짝사랑하던 것인데, 막상 사귀어 보니 J양은 자신이 생각했던 여자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연인이라는 간판이 걸려있으니 연락은 자주 하지만, 남친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J양을 대한 태도를 보면, J양도 느꼈듯 어느 정도 마음이 떴다는 걸 알 수 있다.
J양 역시 한국에서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는 중이다. 거절하긴 했지만 다른 남자의 대시를 받고 흔들리기도 했다.
이렇듯 느슨해진 둘의 관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극성인 남친 어머니'다. 남친 어머니께서는 남친과 연락이 닿질 않으면 일단 J양에게 전화를 걸곤 하신다. J양이 회사에 있든, 업무를 보는 중이든 그런 건 가리지 않고 전화를 하신다.
라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말이다. J양의 집으로 전화해 J양 부모님께 이야기를 한 적도 있으시다.
저 정도의 어머니라면, 난이도가 '최상'정도 된다고 할 수 있다. 나도 J양의 짐작에 찬성한다. 남친의 어머니께서는 현재 본인의 아들이 외로울 것 같으니 J양이 서포트 해주며 "공부 열심히 해라."라는 이야기를 해주기를 바라실 뿐, 결혼까지 할 깊은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J양과 결혼한다고 하면 반대하실 가능성이 90% 이상이고 말이다.(남친의 어머니는 J양에게 연락을 하실 때, '미안한데' 등의 말 없이 당연한 듯 '지금 우리 아들하고 연락 되니?'라고만 말하신다.)
저런 모습은 J양의 남친이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다. 어머니의 영향력을 줄이고, 아무 때나 둘 사이를 참견하지 않으시도록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자친구는 '마마보이'인 것 같고, J양에 대한 애정도 식은 상황이라 J양이 불평을 하면 "그건 네가 이해해야지."라는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애정이 있고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이건 서로 조율해가며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J양의 남친에게선 '꼭 J양이어야 한다'는 절실함 같은 건 안 보이고, J양 역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남자가 있다면 그에게 넘어갈 것 같은 상황이다. 현재 J양은 남친이 좀 소홀히 대하는 것에 실망한 상태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선 방법이 없다. 게다가 둘이 죽고 못 사는 상황이라도 보스급의 '남친 어머니'가 버티고 있으면 공략이 쉽지 않은 법인데, 지금처럼 연인이라는 간판만 걸어둔 상황에선….
카톡으로 오늘 미용실갔네, 무슨 프로그램을 봤네, 하는 얘기만 하지 말고, J양이 현재 가지고 있는 이런 고민들을 남자친구에게 털어놔 보길 바란다. 그 말에 대해 남자친구는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고, 그 반응에 맞춰 J양도 현명한 선택을 하길 권한다.
사연을 읽다 보면, 주변사람들의 평가를 '객관적인 우리 관계'라고 생각하는 독자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소제목 3번에서 소개한 J양 커플을 예로 들면, 지인들은 J양에게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저건 뇌에 종양이 있는 사람 머리에 빨간약 발라주는 것과 비슷한 처방이다. 가만히 있을수록 J양은 남자친구에게 가마니 취급을 받게 될 것이고, 말하지 않고 그냥 참고 넘긴 부분들은 언젠가 곪아서 터질 것이다. 회생이 가능한 관계인지는 찍어보거나 열어봐야 안다. 영양제나 생활용품 선물하며 연인 코스프레 하는 건 이쯤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현재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최신화하길 권한다.
자 그럼, 다들 간만에 찾아온 불금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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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나 나이, 사는 곳, 만남의 장소, 인적사항이 드러날 만한 단어들을 각색하는 건 가능하지만, 카톡대화에서 볼 수 있는 말버릇이나 상대의 반응, 둘에게 일어난 사건 등에 각색을 요구하면 글을 쓰기가 난감하다. 예컨대,
"그렇구나. 알았어. 흥미는 없지만. 한 번 해보고는 싶네. 수고해."
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저 화법 자체가 문제다. 그런데 말버릇이 드러나지 않게 각색해 달라고 요청하면, 무엇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과도한 각색 요청은 매뉴얼 작성에 애로사항이 꽃피게 만든다는 점을 기억하시고, 각색을 요청하실 땐 큰 뼈대를 바꿔야 하는 일이 없도록 요청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오늘은 과도한 각색요청으로 인해 짧게 소개할 수밖에 없는 사연들을 모았다. 징징거리는 건 이쯤하고, 출발해 보자.
1. 같은 부서의 연하남.
이건 연하남과의 관계를 떠나서, 사연을 보낸 A양에게 좀 문제가 있다. 우선, A양은 삼십대 중반이다. 삼십대 중반에
- 출산은 전혀 생각 없다.
- 공부를 더 해 가고 싶은 길을 갈 거다.
- 당장은 결혼 생각이 없다.
- 공부를 더 해 가고 싶은 길을 갈 거다.
- 당장은 결혼 생각이 없다.
라고 말하는 여자는,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결혼이 아직 남의 얘기처럼 들리는 이십대엔 저런 이야기를 해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A양 역시 20대엔 많은 남자들의 대시를 받으며 일반적인 연애를 했다. 하지만 서른 이후의 연애는 어땠는가?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도 "맞춰갈 수 없을 것 같다."라며 떠나가지 않았는가.
또래보다 늘 정신적으로 성숙한 편이었다는 얘기 같은 건 할 필요가 없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건 삶에서 한 발짝 떨어져 관망하는 버릇만 들어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서가 아니라, 그저 남들을 '구경'했기에 파악이 빨랐던 것이다.
이거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구경하는 동안 숙달되지 않은 대인관계엔 젬병이 되어 버리고, 그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해 훗날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도 겉도는 대화 이상의 진행을 못 하게 된다. 관망하는 오랜 버릇으로 인해 남들을 현미경으로 보게 되는 문제도 생긴다. A양이 이십대에 사귀던 남자친구들을 칼 같이 쳐낸 걸 떠올려 보길 바란다. A양은 그들과 달리 단 하나의 결점도 없는 완전무결한 여자였는가?
소설가 이병주의 <지리산>에 나오는 문장을 소개해 주고 싶다.
"관조는 하되 비판하지 말고, 분석은 하되 조급한 예언은 피해야 하는 거다."
모의고사 12번 문제는 답이 정해져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현재 A양이 누군가에 대해 답을 구했다 하더라도, 그건 시간이 지나며 오답일 될 수도 있는 거란 얘기다. 맞다고 생각했던 게 틀릴 수 있고, 틀렸다고 생각했던 게 맞을 수 있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에게 한 번 부여한 점수를 평생 바꾸지 않은 채 가지고 살지 말고, 썸남이 생겼다고 해서 그에게 100점을 부여하지도 말자. 50점 정도가 적당하다. 그렇게 만나다가 괜찮으면 플러스 하면 되고,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부분이 보이면 마이너스 하면 되는 거다. 동시에 A양은 상대에게 몇 점이나 받을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도 잊지 말길 바란다. 채점자는 남의 오답을 보며 쉽게 오만해질 수 있으니, 그 점은 늘 주의하길 권한다.
2. 집으로 들어가라 희정아.
동거남이 따로 살자고 말해 가슴이 아파 죽을 것 같은가? 차라리 그게 낫다. 계속 사귀다간 영혼까지 털리고 진짜 한강 찾을 위험이 있으니 말이다. 한강물 차다.
희정양이 '최근의 다툼' 위주로 사연을 적어 보냈기에, 둘의 평소 모습을 자세히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휴대폰을 몰래 보는 습관이 있어요."
"남자친구 차의 블랙박스를 확인했어요."
"남자친구 차의 블랙박스를 확인했어요."
라는 것으로 미루어, 희정양 역시 정상적인 '여자친구'의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예전 남자친구가 "네가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거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간 적 있는 것으로 미루어, 희정양은 집착에 소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다 희정양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건 아니다.
"외박하는 버릇을 고칠 자신이 없다."
라고 말하는 동거남 역시 정상적인 남자는 아니니 말이다.
솔직히 이건 너무 뻔한 사연이고, 또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와해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앞으로도 '조건'을 걸어 놓고 희정양을 길들일 위험이 있기에 이렇게 적게 되었다.
나가겠다는 동거남 다리 붙잡는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쉽다.
"너랑 결혼하면 진짜 좋을 것 같긴 한데, 지금 마음이 내키진 않는다."
저 얘긴, "넌 가사도우미로는 괜찮지만, 결혼상대로는 아니란다."라는 뜻이다. 남자친구가 희정양에게 사귀면서 가장 고마웠던 건, 밥 차려주고, 설거지 해주고, 빨래 해주고, 집 치워준 거라고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던가. 저 얘기에 감동하는 희정양이 이상한 거다. 두 사람이 무슨 50년쯤 같이 살다가 "날 위해 고생해줘서 고마워."라는 고백을 들은 것도 아니고, 2년 동거하다가 쪼개지는 상황에서 "집안일 하느라 수고했다."라고 말하는데, 거기에 감동하면 어쩌자는 건가.
미련 갖지 말고, 부모님이 계신 집으로 들어가자. 카풀하는 직장 여성동료와 음담패설 나누고, 툭하면 전화 꺼둔 채 외박하는 남자는 더 볼 필요도 없는 거다. 다시 오지 않을 이십대 중반을 왜 거기서 부재중 전화나 남기며 보내고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동거 끝내고 서로 떨어져 지내며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자."라는 동거남의 제안도 거절하길 권하고 싶다. 이건 누가 봐도 애정 없이 일단 다리만 걸쳐 놓으려는 수작이다. 희정양이 동거남에게 그저 '주말메뉴' 같은 여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내가 이렇게 말해도, 동거남이 "떨어져 지내보고, 나중에 결혼…."따위의 얘기로 가능성을 흘리면 희정양이 또 넙죽 엎드릴 걸 알기에 가슴이 아프다.
3. 유학생 남친과 극성인 남친 어머니.
미안하지만, 그닥 서로에 대한 애정이 안 보이는데 이거 그냥 헤어지면 안 되나?
솔직히 말하면, 남자친구가 오랜 기간 J양을 좋아하다가 고백했기에, 지금은 그만큼 실망도 더 커진 상태로 보인다. 남친은 'J양의 이미지'를 짝사랑하던 것인데, 막상 사귀어 보니 J양은 자신이 생각했던 여자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연인이라는 간판이 걸려있으니 연락은 자주 하지만, 남친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J양을 대한 태도를 보면, J양도 느꼈듯 어느 정도 마음이 떴다는 걸 알 수 있다.
J양 역시 한국에서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것에 회의감을 느끼는 중이다. 거절하긴 했지만 다른 남자의 대시를 받고 흔들리기도 했다.
이렇듯 느슨해진 둘의 관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극성인 남친 어머니'다. 남친 어머니께서는 남친과 연락이 닿질 않으면 일단 J양에게 전화를 걸곤 하신다. J양이 회사에 있든, 업무를 보는 중이든 그런 건 가리지 않고 전화를 하신다.
"우리 아들과 연락이 안 되는데, 넌 연락 되냐.
연락 되면 내게 전화 하라고 좀 전해주고,
넌 우리 아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 좀 자주 해줘라."
연락 되면 내게 전화 하라고 좀 전해주고,
넌 우리 아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고 말 좀 자주 해줘라."
라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말이다. J양의 집으로 전화해 J양 부모님께 이야기를 한 적도 있으시다.
"우리 아들이 지금 연락이 안 된다. J양이랑 같이 있는 거 알고 계시느냐.
딸한테 연락해서 우리 아들보고 전화해 달라고 좀 전해달라."
딸한테 연락해서 우리 아들보고 전화해 달라고 좀 전해달라."
저 정도의 어머니라면, 난이도가 '최상'정도 된다고 할 수 있다. 나도 J양의 짐작에 찬성한다. 남친의 어머니께서는 현재 본인의 아들이 외로울 것 같으니 J양이 서포트 해주며 "공부 열심히 해라."라는 이야기를 해주기를 바라실 뿐, 결혼까지 할 깊은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J양과 결혼한다고 하면 반대하실 가능성이 90% 이상이고 말이다.(남친의 어머니는 J양에게 연락을 하실 때, '미안한데' 등의 말 없이 당연한 듯 '지금 우리 아들하고 연락 되니?'라고만 말하신다.)
저런 모습은 J양의 남친이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다. 어머니의 영향력을 줄이고, 아무 때나 둘 사이를 참견하지 않으시도록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자친구는 '마마보이'인 것 같고, J양에 대한 애정도 식은 상황이라 J양이 불평을 하면 "그건 네가 이해해야지."라는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애정이 있고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이건 서로 조율해가며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J양의 남친에게선 '꼭 J양이어야 한다'는 절실함 같은 건 안 보이고, J양 역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남자가 있다면 그에게 넘어갈 것 같은 상황이다. 현재 J양은 남친이 좀 소홀히 대하는 것에 실망한 상태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선 방법이 없다. 게다가 둘이 죽고 못 사는 상황이라도 보스급의 '남친 어머니'가 버티고 있으면 공략이 쉽지 않은 법인데, 지금처럼 연인이라는 간판만 걸어둔 상황에선….
카톡으로 오늘 미용실갔네, 무슨 프로그램을 봤네, 하는 얘기만 하지 말고, J양이 현재 가지고 있는 이런 고민들을 남자친구에게 털어놔 보길 바란다. 그 말에 대해 남자친구는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고, 그 반응에 맞춰 J양도 현명한 선택을 하길 권한다.
사연을 읽다 보면, 주변사람들의 평가를 '객관적인 우리 관계'라고 생각하는 독자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소제목 3번에서 소개한 J양 커플을 예로 들면, 지인들은 J양에게 아래와 같이 말했다.
"남친이 너를 오랫동안 짝사랑하기도 했고,
이제 결실을 맺었으니 너희는 결혼까지 할 것 같아.
지금은 아무래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서운한 점이 생긴 거 아닐까?"
이제 결실을 맺었으니 너희는 결혼까지 할 것 같아.
지금은 아무래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서운한 점이 생긴 거 아닐까?"
저건 뇌에 종양이 있는 사람 머리에 빨간약 발라주는 것과 비슷한 처방이다. 가만히 있을수록 J양은 남자친구에게 가마니 취급을 받게 될 것이고, 말하지 않고 그냥 참고 넘긴 부분들은 언젠가 곪아서 터질 것이다. 회생이 가능한 관계인지는 찍어보거나 열어봐야 안다. 영양제나 생활용품 선물하며 연인 코스프레 하는 건 이쯤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현재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최신화하길 권한다.
자 그럼, 다들 간만에 찾아온 불금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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