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까워진 구남친, 당기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조립은 분해의 역순으로 하는 게 맞다. 그런데 분해과정에서 부품 하나가 부러졌다면 어떨까. 그럴 경우, 다시 조립을 할 때 수리하거나 새 부품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조립을 완성해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H양은 자신의 이별사유가 '징징거림'이라고 말한다. 사내커플이었던 H양은 연애 내내 구남친에게 업무의 어려움과 팀내 갈등상황에 대한 보고를 했고, 일상의 대소사를 모두 그에게 털어 놓았다. 이거 매뉴얼을 통해 꾸준히 이야기 하고 있는 부분이긴 한데, 명확하게 구분짓지 못하고 있는 여성대원들이 있기에 이 부분부터 이야기를 좀 해보자.
'징징거림'이라고 하니까 무언갈 부탁하거나 어떻게 해달라는 것만 해당 되는 거라 생각하는 대원들이 많은데. 그게 아니다. 'ㅠㅠ'나 '흑흑'이 거듭되면, 그게 징징거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문을 보자.
징징거리다 차인 어느 여성대원의 카톡 내용이다. 일주일치에서 뽑았는데 저 정도다. 그녀 자신은 감정이 찾아올 때마다 그때그때 표현한 것 뿐이니 잘 모르겠지만, 저 얘기를 계속 들으며 반응해야 하는 남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이걸 얘기할 때마다
라는 얘기를 하는 분이 있는데, 나도 안다. 대화의 목적을 여자는 정서적 공감, 남자는 문제해결에 둔다는 얘기는 나 역시 마이클 잭슨이 살아있을 때부터 해왔다. 요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하자는 거다. 출근할 때 버스가 빨리 안 온다고 징징대고, 점신엔 밥이 맛이 없다고 징징대고, 밥 먹고는 똥이 잘 안 나온다고 징징대고, 오후엔 졸리다고 징징대고, 저녁엔 칼퇴 못 한다고 징징대고, 집에 와선 피곤하다고 징징대고, 잠자리에 누워선 잠이 잘 안 온다고 징징대고…. 기독교적 표현을 잠시 빌리자면, 여친이 아니라 무슨 짊어져야 할 십자가처럼 느껴진다.
위험수위를 한참 넘어선 징징거림을 구사하는 여성대원들도, 사귀기 전에는 절대 저러지 않는다. 사귀기 전 그녀들은 자신의 일을 주도적으로 해 나가며 도도하게 굴 줄도 아는 반짝반짝한 여자다. 때문에 남자 입장에선 신비하기도 하고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커졌던 건데, 사귄 후엔 알아갈수록 실망을 하게 된다.
잘 하고 있다. H양처럼 매뉴얼을 읽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기 시작한 대원들을 볼 때마다 기쁘다. 이별 후 청승떠는 것 대신, 악기와 외국어를 배우며 삶에 바짝 달려든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구남친과 회사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 때, 사귈 때와는 달리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한 것은, 구남친으로 하여금 H양을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둘의 카톡대화에 나온 구남친의
라는 말들이, H양의 달라진 모습을 그가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저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매뉴얼을 시작하며 한 얘기를 아직 기억하는가?
H양의 연애에선 부품 하나가 부러진 거다. '대등'이라는 부품이다. H양의 징징거림은 하나의 작용이었을 뿐이고, 그 징징거림으로 인해 관계가 기울어져 버렸다. 한쪽은 늘 투정을 부리거나 불만을 얘기하고, 다른 한 쪽은 들어주고 위로하는 관계로 말이다.(고민을 말하고 조언을 해주는 관계, 부탁을 하고 그 부탁을 들어주는 관계이기도 하다.)
액션이라기보다도, 당황스럽겠지만 오늘 저녁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과 연애할 수 있다는 태도를 가지자. 이미 H양은 이별 후 한 번 돌아와 달라고 상대에게 말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 그 후로도 H양은 스스로를 돌보긴 했지만, 연애와 관련해서는 늘 구남친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태도로 지내왔기에 그는 H양을 '원하면 언제든 잡을 수 있는 여자'로 보고 있다. 그가 다른 회사동기와 나눴다는 대화에 그 태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둘의 현재 카톡대화만 봐도, H양이 온 신경을 구남친에게 집중하고 있으며 그가 줄만 당기면 언제든 그의 옆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 한 '대등'이란 부품을 수리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고장 난 채로 조립했다간 기울어진 관계의 문제들이 필연적으로 드러날 것이고 말이다.
H양은 징징거림만 빼면 본래부터 '개념녀'인데다 지금도 잘 하고 있기에, 위에서 말한 '언제든 잡을 수 있는 여자'에서만 벗어난다면 그가 바로 대시를 할 거라 생각한다. H양은
라고 묻는데, 특별히 뭘 더 할 건 없다. 징징거림에서 벗어난 지금의 H양은 흠 잡을 데가 없으니 말이다. 우리끼리니까 몰래 하는 얘긴데, 상대는 지금 '다시 사귀면 결혼까지 생각해야 해서' H양에게 대시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얘는 언제든 잡을 수 있고, 그보다 더 괜찮은 여자와 연이 닿을 수도 있을지 모르니' H양에게 대시하지 않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아, 대시에 관한 대처법을 말하기 전에 두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저 두 가지엔 꼭 신경을 쓰길 바란다. 징징거림은 고쳐졌지만, H양은 여전히 연애시절처럼 사생활을 전부 상대에게 털어 놓고 있다. 질문 하나 던지면 이야기가 줄줄 다 딸려 나오는 까닭에 대화 몇 분 하면 H양의 근황을 전부 파악할 수 있다. 회사 사람들 얘기를 줄이라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그 얘기를 하며 수박 겉핥기식 대화만 하게 된다. '구실'로써의 대화를 하는 건데, 그거 별로다. 두 번째는 회사에서 H양의 위치가 '막내'인 까닭에 회사 얘기를 하면 애들처럼 보인다. 어느 언니, 어느 오빠가 뭘 해줬다는 식의 대화를 나누는 건 현재 둘의 관계에 그닥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남자친구가 대시한다면, '아싸, 드디어 기다린 보람이 찾아 왔구만!'이라며 맨발로 뛰어가진 말길 권한다. 지금까지의 추세로 보면 H양은 다시 사귈 경우 그 연애에 배 깔고 누워버릴 것 같은데, 그래선 곤란하다. 딱 지금처럼 지내며 서서히 가까워지길 권한다. 재회했다고 매일 만나지 말고, 하루 종일 연락하려 들지 말자. 상대가 칼자루를 내려놓고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날 때까진, 절대 혼자 달려 나가지 말자. 상대는 재회하면 당연히 H양의 폭풍연락과 하소연이 이어질 거라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H양은 그 예상에서 완전히 빗나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새롭게 궁금하고,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얘는 내가 다시 만나자고 하면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얘보다 더 나은 사람과 연이 닿지 않는지 한 번 보자'고 생각하고 있는 남자에겐, '얘는 내가 다시 만나자고, 어? 어? 뭐야, 이러다 놓치겠네.'라는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 주는 게 가장 확실한 대응책이다.
남자들의 착각과 관련된 매뉴얼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자신이 이별을 통보한 남자들 중 대다수는 '얘는 나 아니면 안 되는 애야.'라는 생각을 한다. 심지어 구여친의 결혼날짜가 잡힌 상황에서도 '내가 다시 잡으면, 결혼 취소하고서라도 나한테 올 거야.'라고 생각하는 남자도 있다. 만약 H양의 남자친구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H양이 '징징거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그를 움직이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상대가 카톡으로 말 걸면 사생활을 쏟아놓으며 해바라기 하고 있다는 거 보여주지 말고, 상대의 예상에서 빗나간 '궁금한 여자'가 되길 바란다.
▲ "오빠, 난 왜 오빠한테 징징거리기만 하지? 내 자신에게 짜증나." 우와, 님 고문기술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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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은 분해의 역순으로 하는 게 맞다. 그런데 분해과정에서 부품 하나가 부러졌다면 어떨까. 그럴 경우, 다시 조립을 할 때 수리하거나 새 부품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조립을 완성해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H양은 자신의 이별사유가 '징징거림'이라고 말한다. 사내커플이었던 H양은 연애 내내 구남친에게 업무의 어려움과 팀내 갈등상황에 대한 보고를 했고, 일상의 대소사를 모두 그에게 털어 놓았다. 이거 매뉴얼을 통해 꾸준히 이야기 하고 있는 부분이긴 한데, 명확하게 구분짓지 못하고 있는 여성대원들이 있기에 이 부분부터 이야기를 좀 해보자.
1. 오빠 나 화장실인데, 똥이 또 잘 안 나와.
'징징거림'이라고 하니까 무언갈 부탁하거나 어떻게 해달라는 것만 해당 되는 거라 생각하는 대원들이 많은데. 그게 아니다. 'ㅠㅠ'나 '흑흑'이 거듭되면, 그게 징징거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문을 보자.
"배가 또 아파 ㅠㅠ 약도 안 가져 왔는데…."
"버스 안 와서 또 지각할 것 같아. 짜증나 ㅠㅠ"
"내일까지 해서 달래. ㅠㅠ 진짜 회사 다니기 싫다."
"진짜 나 퇴사하고 그냥 시험 볼까? 힘들어 흑흑."
"머리 아프다. 깨질 것 같아. ㅠㅠ 속도 울렁거려 ㅠㅠ"
"배고픈데 참아야겠지? ㅠㅠ 지금 먹으면 살찌니까. 아 속 쓰려."
"버스 안 와서 또 지각할 것 같아. 짜증나 ㅠㅠ"
"내일까지 해서 달래. ㅠㅠ 진짜 회사 다니기 싫다."
"진짜 나 퇴사하고 그냥 시험 볼까? 힘들어 흑흑."
"머리 아프다. 깨질 것 같아. ㅠㅠ 속도 울렁거려 ㅠㅠ"
"배고픈데 참아야겠지? ㅠㅠ 지금 먹으면 살찌니까. 아 속 쓰려."
징징거리다 차인 어느 여성대원의 카톡 내용이다. 일주일치에서 뽑았는데 저 정도다. 그녀 자신은 감정이 찾아올 때마다 그때그때 표현한 것 뿐이니 잘 모르겠지만, 저 얘기를 계속 들으며 반응해야 하는 남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저건 내가 당장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 내가 잘못한 거 아닌데 왠지 내가 미안해하게 된다.
ⓒ 저 이야기들을 듣고 나니 나까지 기분이 좋지 않다.
ⓓ 왜 쟤는 지 일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가.
ⓑ 내가 잘못한 거 아닌데 왠지 내가 미안해하게 된다.
ⓒ 저 이야기들을 듣고 나니 나까지 기분이 좋지 않다.
ⓓ 왜 쟤는 지 일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가.
이걸 얘기할 때마다
"여자들은 해결해 달라고 저런 말 하는 게 아니거든요?
공감해주고, 그냥 토닥토닥 해주기만 해도 괜찮아져요.
그리고 무한님은 너무 남자 입장에서만 말하는 것 같네요.
사람이 다 다른 건데, 저런 걸 이해해주며 사귀는 남자도 있겠죠."
공감해주고, 그냥 토닥토닥 해주기만 해도 괜찮아져요.
그리고 무한님은 너무 남자 입장에서만 말하는 것 같네요.
사람이 다 다른 건데, 저런 걸 이해해주며 사귀는 남자도 있겠죠."
라는 얘기를 하는 분이 있는데, 나도 안다. 대화의 목적을 여자는 정서적 공감, 남자는 문제해결에 둔다는 얘기는 나 역시 마이클 잭슨이 살아있을 때부터 해왔다. 요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하자는 거다. 출근할 때 버스가 빨리 안 온다고 징징대고, 점신엔 밥이 맛이 없다고 징징대고, 밥 먹고는 똥이 잘 안 나온다고 징징대고, 오후엔 졸리다고 징징대고, 저녁엔 칼퇴 못 한다고 징징대고, 집에 와선 피곤하다고 징징대고, 잠자리에 누워선 잠이 잘 안 온다고 징징대고…. 기독교적 표현을 잠시 빌리자면, 여친이 아니라 무슨 짊어져야 할 십자가처럼 느껴진다.
위험수위를 한참 넘어선 징징거림을 구사하는 여성대원들도, 사귀기 전에는 절대 저러지 않는다. 사귀기 전 그녀들은 자신의 일을 주도적으로 해 나가며 도도하게 굴 줄도 아는 반짝반짝한 여자다. 때문에 남자 입장에선 신비하기도 하고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커졌던 건데, 사귄 후엔 알아갈수록 실망을 하게 된다.
2. H양 얘기로 돌아와서.
잘 하고 있다. H양처럼 매뉴얼을 읽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기 시작한 대원들을 볼 때마다 기쁘다. 이별 후 청승떠는 것 대신, 악기와 외국어를 배우며 삶에 바짝 달려든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구남친과 회사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 때, 사귈 때와는 달리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한 것은, 구남친으로 하여금 H양을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둘의 카톡대화에 나온 구남친의
"일 재미있어 하는 거 처음 보네."
"성질 안 내고 가르쳐 준 거야?"
"웬일로 힘들다는 얘기 안 하네?"
"성질 안 내고 가르쳐 준 거야?"
"웬일로 힘들다는 얘기 안 하네?"
라는 말들이, H양의 달라진 모습을 그가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저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매뉴얼을 시작하며 한 얘기를 아직 기억하는가?
"조립은 분해의 역순으로 하는 게 맞다. 그런데 분해과정에서 부품 하나가 부러졌다면 어떨까. 그럴 경우, 다시 조립을 할 때 수리하거나 새 부품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조립을 완성해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H양의 연애에선 부품 하나가 부러진 거다. '대등'이라는 부품이다. H양의 징징거림은 하나의 작용이었을 뿐이고, 그 징징거림으로 인해 관계가 기울어져 버렸다. 한쪽은 늘 투정을 부리거나 불만을 얘기하고, 다른 한 쪽은 들어주고 위로하는 관계로 말이다.(고민을 말하고 조언을 해주는 관계, 부탁을 하고 그 부탁을 들어주는 관계이기도 하다.)
"오빠가 절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은데, 제가 어떤 액션을 더 취해야 하죠?"
액션이라기보다도, 당황스럽겠지만 오늘 저녁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과 연애할 수 있다는 태도를 가지자. 이미 H양은 이별 후 한 번 돌아와 달라고 상대에게 말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 그 후로도 H양은 스스로를 돌보긴 했지만, 연애와 관련해서는 늘 구남친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태도로 지내왔기에 그는 H양을 '원하면 언제든 잡을 수 있는 여자'로 보고 있다. 그가 다른 회사동기와 나눴다는 대화에 그 태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선배가 오빠를 떠봤더니, 오빠는 저만한 여자가 없는 것 같다고 했대요.
그래서 그럼 다시 사귀면 되지 않냐고 슬쩍 말했는데,
오빠는 다시 사귀게 되면 결혼까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머뭇거렸다네요."
그래서 그럼 다시 사귀면 되지 않냐고 슬쩍 말했는데,
오빠는 다시 사귀게 되면 결혼까지 생각해야 한다면서 머뭇거렸다네요."
둘의 현재 카톡대화만 봐도, H양이 온 신경을 구남친에게 집중하고 있으며 그가 줄만 당기면 언제든 그의 옆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 한 '대등'이란 부품을 수리하는 건 어려울 것이다. 고장 난 채로 조립했다간 기울어진 관계의 문제들이 필연적으로 드러날 것이고 말이다.
3. 만약 그가 대시한다면?
H양은 징징거림만 빼면 본래부터 '개념녀'인데다 지금도 잘 하고 있기에, 위에서 말한 '언제든 잡을 수 있는 여자'에서만 벗어난다면 그가 바로 대시를 할 거라 생각한다. H양은
"그에게 결혼하고 싶은 여자로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라고 묻는데, 특별히 뭘 더 할 건 없다. 징징거림에서 벗어난 지금의 H양은 흠 잡을 데가 없으니 말이다. 우리끼리니까 몰래 하는 얘긴데, 상대는 지금 '다시 사귀면 결혼까지 생각해야 해서' H양에게 대시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얘는 언제든 잡을 수 있고, 그보다 더 괜찮은 여자와 연이 닿을 수도 있을지 모르니' H양에게 대시하지 않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아, 대시에 관한 대처법을 말하기 전에 두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 가족들과의 일까지 다 말하며 사생활 전부 공개하지 않기.
ⓑ 회사 사람들 얘기하는 걸로 시간 흘려버리지 말기.
ⓑ 회사 사람들 얘기하는 걸로 시간 흘려버리지 말기.
저 두 가지엔 꼭 신경을 쓰길 바란다. 징징거림은 고쳐졌지만, H양은 여전히 연애시절처럼 사생활을 전부 상대에게 털어 놓고 있다. 질문 하나 던지면 이야기가 줄줄 다 딸려 나오는 까닭에 대화 몇 분 하면 H양의 근황을 전부 파악할 수 있다. 회사 사람들 얘기를 줄이라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는 그 얘기를 하며 수박 겉핥기식 대화만 하게 된다. '구실'로써의 대화를 하는 건데, 그거 별로다. 두 번째는 회사에서 H양의 위치가 '막내'인 까닭에 회사 얘기를 하면 애들처럼 보인다. 어느 언니, 어느 오빠가 뭘 해줬다는 식의 대화를 나누는 건 현재 둘의 관계에 그닥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남자친구가 대시한다면, '아싸, 드디어 기다린 보람이 찾아 왔구만!'이라며 맨발로 뛰어가진 말길 권한다. 지금까지의 추세로 보면 H양은 다시 사귈 경우 그 연애에 배 깔고 누워버릴 것 같은데, 그래선 곤란하다. 딱 지금처럼 지내며 서서히 가까워지길 권한다. 재회했다고 매일 만나지 말고, 하루 종일 연락하려 들지 말자. 상대가 칼자루를 내려놓고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날 때까진, 절대 혼자 달려 나가지 말자. 상대는 재회하면 당연히 H양의 폭풍연락과 하소연이 이어질 거라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H양은 그 예상에서 완전히 빗나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새롭게 궁금하고,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얘는 내가 다시 만나자고 하면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얘보다 더 나은 사람과 연이 닿지 않는지 한 번 보자'고 생각하고 있는 남자에겐, '얘는 내가 다시 만나자고, 어? 어? 뭐야, 이러다 놓치겠네.'라는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 주는 게 가장 확실한 대응책이다.
남자들의 착각과 관련된 매뉴얼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자신이 이별을 통보한 남자들 중 대다수는 '얘는 나 아니면 안 되는 애야.'라는 생각을 한다. 심지어 구여친의 결혼날짜가 잡힌 상황에서도 '내가 다시 잡으면, 결혼 취소하고서라도 나한테 올 거야.'라고 생각하는 남자도 있다. 만약 H양의 남자친구가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H양이 '징징거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그를 움직이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상대가 카톡으로 말 걸면 사생활을 쏟아놓으며 해바라기 하고 있다는 거 보여주지 말고, 상대의 예상에서 빗나간 '궁금한 여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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