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의 소개팅을 해도 솔로인 남자, 문제는?
최형, 이게 지금 조급한 마음이 문제가 아닙니다. 조급한 마음만이 문제라고 말하기엔 최형은 너무 많은…. 참 난감합니다. 최형과 제가 아는 사이라고 가정했을 때, 제가 최형을 제 지인과 소개팅 시켜주지 않을만한 이유들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아래는 최형이 제게 한 말입니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실제로 최형은 만나보고 판단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든 연애로 이으려는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정말 마음이 있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마음이 있는 척을 하고 있는 건지는 금방 드러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시면 더욱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에도 별로 친하지 않았고, 졸업 후에도 만난 적 없는 동기가 갑자기 나타나선,
라는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는 얼마 전 보험회사에 입사한 친구입니다. 느낌 좀 알 것 같지 않으십니까? 칭찬 싫어할 사람 없다는 건 사실입니다만, 값어치 없이 그냥 막 뿌려대는 칭찬은 그 칭찬을 하는 사람까지 가볍게 보이게 만든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건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말하기가 좀 그런데, 여하튼 최형의 개그코드는 남들과 좀 많이 다릅니다. 제가 소제목을 '산악회 유모어'라고 달긴 했습니다만, 솔직히 최형의 개그보다 산악회 유모어가 더 재미있을 정도입니다. 어느 모임에 가면 꼭
싶은 말을 해 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본인의 이름을 최민국이라고 소개하면, "민국? 대한민국? 하하하."하는 사람 말입니다. 그게 바로 최형입니다.
물론, 그런 유머를 좋아하는 여자도 있긴 합니다. 저희 이모님이 자꾸 카톡으로 그런 유머들을 보내주시는데, 이모님 연배의 여성분들은 그런 유머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상대의 말꼬리를 잡아서 웃기려는 것과, 동음이의어를 사용해 웃기려는 것을 자제하시는 게 좋겠다고만 적어두겠습니다.
아, 그리고 여자가 "ㅎㅎㅎㅎ"라고 리액션 하는 건 정말 웃겨서 그런 것만이 아님을 알아두시길 권합니다.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모르겠을 때나, 어이가 없을 때에도 그냥 "ㅎㅎㅎㅎ"를 찍어서 보낼 수 있습니다. 저 반응이 있다고 해서 연달아 개그콤보를 구사하시면, "저 이제 자려구요."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입니다.
최형, 우리가
같은 말투를 쓸 나이는 한참 지난 겁니다. 요즘은 열여섯 살만 되어도 저런 말투를 안 쓰는데, 서른여섯인 최형은 90년대 후반 채팅창에서나 볼 수 있는 저런 말투를 사용합니다. 서른 넘은 남자가 저런 말투를 쓰면, 귀여워 보이는 게 아니라 무서워 보입니다. 약 같은 거 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소개팅을 앞두고 상대와 대화할 때 보였던 최형의 모습을 되도록이면 계속 유지하시길 권합니다. "17일에 시간 괜찮으세요?"라고 말할 때의 최형은 젠틀하고 멀쩡해 보입니다. 하지만 소개팅 후 말 놓은 이후로는 "나도 수진이 봐서 반가웠쪄~~!! 마니 ^_^"같은 말투를 사용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돌변해 버립니다. 이모티콘은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쓰지 마시고(특히 하트는 연애를 시작한 이후에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혀 짧은 소리나 콧소리를 문자화시켜 전송하는 일(ex ~쪄, ~따, ~앙, ~당) 역시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건 최형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 말하기가 조심스러운데, 주변사람들에게 '깍듯하고 예의바른 모범생 스타일'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을 만나보면, 실제론 부담스럽고 느끼한 사람인 경우가 있습니다. 만났을 때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크게 휘두르며 한 쪽 다리를 뒤로 뺀 채 인사를 하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앞에서는 "신사같다."정도의 얘기만 하고 맙니다. 제 지인 중에도 문어체로 말을 하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는 학창시절 저희 집에 놀러왔을 때 저희 어머니께
라는 인사를 했습니다. 마치 대사를 읊듯이 말입니다. 저희 어머니도 그 친구 앞에서는 "참 예의바르고 싹싹한 친구네."라고 하셨지만, 그 친구가 간 뒤에는 "쟤 별명은 앞으로 국어책. 책키라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최형은 제 친구가 하는 것과 비슷한 행동을 소개팅녀에게 합니다.
보통의 경우, 카톡대화를 하며 상대의 이름을 넣어 '수진이에게 말야.'라고 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넣어 '덕열오빠로부터'라고 말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상대가 고등학생 문학소녀라면 최형의 말줄임표 하나에서까지 의미를 찾아내겠지만, 운전면허 적성검사기간을 한 번 갱신한 나이라면 "앜ㅋㅋㅋ 내 손발ㅋㅋㅋㅋ"하며 오그라든 손가락을 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형의 과도한 액션에도 감동하며, 개그코드가 비슷하고, 최형의 애교를 귀엽게 생각하며, 문어체의 말투에서 의미를 읽어내는 여자가 아닌 이상 필연적으로 상대는 점점 최형과 멀어질 것입니다. 주선자가 대개 최형의 부모님이나 친척인 관계로 그분들을 생각해 두세 번 더 만날 수는 있겠습니다만, 저 네 가지 콤보를 견뎌가며 네 번 이상 만날 일반여성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서른 번의 소개팅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리니, 최형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형은 위의 콤보에다 하나의 기술을 더하게 됩니다. '슬픈 예감이 들면 상대에게 확인받기'가 그것입니다. 그것은 만나고 돌아와
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이전 매뉴얼에서 말한 적 있듯, 저런 말은 아예 꺼낼 필요가 없는 말입니다. 더 친하게 지내고 싶으면 그냥 친하게 지내면 되는 거지, 친하게 지내자는 걸 상대에게 확인 받을 필요는 없으니 말입니다.
상대를 두 번쯤 만나고 나면 최형의 슬픈예감은 더욱 커져, 아래의 이야기를 하기에 이릅니다.
최형이 듣고 싶은 말이 "아녜요.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봐요~"라는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비굴한 모습을 보이면서까지 상대에게 확인받아 자신감을 채우려 하는 태도는, 상대에게 비호감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최형은 답답한 마음에, "죄송하지만 더는 연락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부담스럽네요. 좋은 인연 만나세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소개팅녀를 붙잡고,
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그 물음에 어느 여자는 "픽업하러 와주지 않은 게 서운했다."라는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말은 싹 다 무시해 버리셔도 좋습니다. 만나서 최형이 밥 사고 영화 보여주고 집에 데려다 주기까지 했는데 "픽업하러 와주지 않은 게 서운했다."라고 말하는 여자는, 그냥 회를 좋아하는 여자일 뿐입니다.(날로 먹는 걸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그건 그냥 막 갖다 붙인 퇴짜 사유일 뿐, 진짜 이유는 위에서 말한 것들일 가능성이 102.7%입니다.
최형이 제게 사연을 적어 내려간 그 모습 그대로 이성을 대해 보시길 권합니다. 연애를 연예라고 쓰시는 것과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하시는 걸 제외하곤, 사연을 적어 내려간 최형에겐 별 문제점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연기하려는 모습은 그만 내려놓으시고, 최형의 본 모습으로 상대에게 다가가 보시기 바랍니다. 첨부된 카톡대화를 열어보고 제가 느낀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는, 제 변호사를 통해 피해보상 청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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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 이게 지금 조급한 마음이 문제가 아닙니다. 조급한 마음만이 문제라고 말하기엔 최형은 너무 많은…. 참 난감합니다. 최형과 제가 아는 사이라고 가정했을 때, 제가 최형을 제 지인과 소개팅 시켜주지 않을만한 이유들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1. 어떻게든 연애로 이어보기 위한 과도한 액션.
아래는 최형이 제게 한 말입니다.
"얼굴이 안 예뻐도 더 만나보면 장점을 발견할 수 있겠지, 하며 만나려고 노력합니다."
"제 스타일의 여자가 아니더라도 주선자를 생각해서 몇 번 더 만나보고 판단하려 합니다."
"제 스타일의 여자가 아니더라도 주선자를 생각해서 몇 번 더 만나보고 판단하려 합니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실제로 최형은 만나보고 판단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든 연애로 이으려는 사람처럼 행동합니다.
"수진이 보고 싶다~"
"통화 가능해? 수진이 목소리 듣고 싶다~"
"통화 가능해? 수진이 목소리 듣고 싶다~"
정말 마음이 있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마음이 있는 척을 하고 있는 건지는 금방 드러납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시면 더욱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에도 별로 친하지 않았고, 졸업 후에도 만난 적 없는 동기가 갑자기 나타나선,
"난 진짜 널 좋은 동기라고 생각한다. 학교 다닐 때부터 너랑 친해지고 싶었다."
라는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는 얼마 전 보험회사에 입사한 친구입니다. 느낌 좀 알 것 같지 않으십니까? 칭찬 싫어할 사람 없다는 건 사실입니다만, 값어치 없이 그냥 막 뿌려대는 칭찬은 그 칭찬을 하는 사람까지 가볍게 보이게 만든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2. 산악회 유모어.
이건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말하기가 좀 그런데, 여하튼 최형의 개그코드는 남들과 좀 많이 다릅니다. 제가 소제목을 '산악회 유모어'라고 달긴 했습니다만, 솔직히 최형의 개그보다 산악회 유모어가 더 재미있을 정도입니다. 어느 모임에 가면 꼭
'설마 그 말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싶은 말을 해 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본인의 이름을 최민국이라고 소개하면, "민국? 대한민국? 하하하."하는 사람 말입니다. 그게 바로 최형입니다.
물론, 그런 유머를 좋아하는 여자도 있긴 합니다. 저희 이모님이 자꾸 카톡으로 그런 유머들을 보내주시는데, 이모님 연배의 여성분들은 그런 유머를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상대의 말꼬리를 잡아서 웃기려는 것과, 동음이의어를 사용해 웃기려는 것을 자제하시는 게 좋겠다고만 적어두겠습니다.
아, 그리고 여자가 "ㅎㅎㅎㅎ"라고 리액션 하는 건 정말 웃겨서 그런 것만이 아님을 알아두시길 권합니다.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모르겠을 때나, 어이가 없을 때에도 그냥 "ㅎㅎㅎㅎ"를 찍어서 보낼 수 있습니다. 저 반응이 있다고 해서 연달아 개그콤보를 구사하시면, "저 이제 자려구요."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입니다.
3. 애교.
최형, 우리가
"잘 놀다왕~"
"좋았겠따....!!!!"
"귀여워 보여 ♥"
"그건 내가 젤루 좋아하는~~~~ ㅋㅋ"
"알았당~"
"나도 반가웠쪄~~!!! 마니 ^-^"
"이따봐앙~"
"좋았겠따....!!!!"
"귀여워 보여 ♥"
"그건 내가 젤루 좋아하는~~~~ ㅋㅋ"
"알았당~"
"나도 반가웠쪄~~!!! 마니 ^-^"
"이따봐앙~"
같은 말투를 쓸 나이는 한참 지난 겁니다. 요즘은 열여섯 살만 되어도 저런 말투를 안 쓰는데, 서른여섯인 최형은 90년대 후반 채팅창에서나 볼 수 있는 저런 말투를 사용합니다. 서른 넘은 남자가 저런 말투를 쓰면, 귀여워 보이는 게 아니라 무서워 보입니다. 약 같은 거 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소개팅을 앞두고 상대와 대화할 때 보였던 최형의 모습을 되도록이면 계속 유지하시길 권합니다. "17일에 시간 괜찮으세요?"라고 말할 때의 최형은 젠틀하고 멀쩡해 보입니다. 하지만 소개팅 후 말 놓은 이후로는 "나도 수진이 봐서 반가웠쪄~~!! 마니 ^_^"같은 말투를 사용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돌변해 버립니다. 이모티콘은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쓰지 마시고(특히 하트는 연애를 시작한 이후에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혀 짧은 소리나 콧소리를 문자화시켜 전송하는 일(ex ~쪄, ~따, ~앙, ~당) 역시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4. 느끼함.
이건 최형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 말하기가 조심스러운데, 주변사람들에게 '깍듯하고 예의바른 모범생 스타일'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을 만나보면, 실제론 부담스럽고 느끼한 사람인 경우가 있습니다. 만났을 때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 크게 휘두르며 한 쪽 다리를 뒤로 뺀 채 인사를 하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대체 왜 저렇게까지 오버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앞에서는 "신사같다."정도의 얘기만 하고 맙니다. 제 지인 중에도 문어체로 말을 하는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는 학창시절 저희 집에 놀러왔을 때 저희 어머니께
"어머니 안녕하세요. 전 무한 친구 김예절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어머니께서 깎아주신 사과도 잘 먹고, 재미있게 놀다 갑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어머니께서 깎아주신 사과도 잘 먹고, 재미있게 놀다 갑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라는 인사를 했습니다. 마치 대사를 읊듯이 말입니다. 저희 어머니도 그 친구 앞에서는 "참 예의바르고 싹싹한 친구네."라고 하셨지만, 그 친구가 간 뒤에는 "쟤 별명은 앞으로 국어책. 책키라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최형은 제 친구가 하는 것과 비슷한 행동을 소개팅녀에게 합니다.
"더욱 즐겁게 해줬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수진이에게 말야. ^_^"
"나도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가따~!! 덕열오빠로부터..."
"나도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가따~!! 덕열오빠로부터..."
보통의 경우, 카톡대화를 하며 상대의 이름을 넣어 '수진이에게 말야.'라고 하거나, 자신의 이름을 넣어 '덕열오빠로부터'라고 말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상대가 고등학생 문학소녀라면 최형의 말줄임표 하나에서까지 의미를 찾아내겠지만, 운전면허 적성검사기간을 한 번 갱신한 나이라면 "앜ㅋㅋㅋ 내 손발ㅋㅋㅋㅋ"하며 오그라든 손가락을 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5. 슬픈 예감.
최형의 과도한 액션에도 감동하며, 개그코드가 비슷하고, 최형의 애교를 귀엽게 생각하며, 문어체의 말투에서 의미를 읽어내는 여자가 아닌 이상 필연적으로 상대는 점점 최형과 멀어질 것입니다. 주선자가 대개 최형의 부모님이나 친척인 관계로 그분들을 생각해 두세 번 더 만날 수는 있겠습니다만, 저 네 가지 콤보를 견뎌가며 네 번 이상 만날 일반여성은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서른 번의 소개팅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리니, 최형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형은 위의 콤보에다 하나의 기술을 더하게 됩니다. '슬픈 예감이 들면 상대에게 확인받기'가 그것입니다. 그것은 만나고 돌아와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자. 서로를 더 많이 알아갔음 좋겠어."
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이전 매뉴얼에서 말한 적 있듯, 저런 말은 아예 꺼낼 필요가 없는 말입니다. 더 친하게 지내고 싶으면 그냥 친하게 지내면 되는 거지, 친하게 지내자는 걸 상대에게 확인 받을 필요는 없으니 말입니다.
상대를 두 번쯤 만나고 나면 최형의 슬픈예감은 더욱 커져, 아래의 이야기를 하기에 이릅니다.
"아까 만났을 때 수진이에게 좀 더 잘해줬어야 됐었다는 생각이 자꾸자꾸 드네."
최형이 듣고 싶은 말이 "아녜요.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봐요~"라는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비굴한 모습을 보이면서까지 상대에게 확인받아 자신감을 채우려 하는 태도는, 상대에게 비호감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는 걸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최형은 답답한 마음에, "죄송하지만 더는 연락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부담스럽네요. 좋은 인연 만나세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소개팅녀를 붙잡고,
"갈 때 가더라도 내게 실망했던 점, 서운했던 점이 있으면 말해줘. 고칠 수 있게."
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그 물음에 어느 여자는 "픽업하러 와주지 않은 게 서운했다."라는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말은 싹 다 무시해 버리셔도 좋습니다. 만나서 최형이 밥 사고 영화 보여주고 집에 데려다 주기까지 했는데 "픽업하러 와주지 않은 게 서운했다."라고 말하는 여자는, 그냥 회를 좋아하는 여자일 뿐입니다.(날로 먹는 걸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그건 그냥 막 갖다 붙인 퇴짜 사유일 뿐, 진짜 이유는 위에서 말한 것들일 가능성이 102.7%입니다.
최형이 제게 사연을 적어 내려간 그 모습 그대로 이성을 대해 보시길 권합니다. 연애를 연예라고 쓰시는 것과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하시는 걸 제외하곤, 사연을 적어 내려간 최형에겐 별 문제점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연기하려는 모습은 그만 내려놓으시고, 최형의 본 모습으로 상대에게 다가가 보시기 바랍니다. 첨부된 카톡대화를 열어보고 제가 느낀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는, 제 변호사를 통해 피해보상 청구하도록 하겠습니다.
▲ "무한님 랩 하셨던 걸로 아는데, 디스전 참여 안 하시나요?" 영화 <비트> 다운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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