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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사모] 썸녀에게 정리당한 남자들 특집

by 무한 2013. 8. 23.
[금사모] 썸녀에게 정리당한 남자 외 2편
애절한 사연이 하나 있어서 어제 오늘 붙들고 있었는데, 결국 글을 마무리 하지 못했다. 총체적 난국인 사연이라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몰라 한참 고민했다. 사연을 보낸 대원에게 딱 두 가지의 제안을 하는 것으로 짧게 정리해 둘까 한다.

① 직업을 가지세요.
② 게임을 끊으세요.

 

그녀는 또 직구를 던져달라고 부탁했는데, 

"29세, 무직, 온라인 게임만 하고 있는 여자에게 연애하자고 달려드는 남자는, 
급한 남자나 꼬꼬마, 비슷한 처지의 남자들 밖에 없습니다."



라는 얘기로 대신하겠다. 온라인 게임을 하다 사귀게 된 남친들이 점점 태도를 달리하다 결국 R양을 찼으며, 이후엔 그들이 아무 때나 들락거린 까닭에 R양은 연애와 남자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고 했다. 축사 옆에서 지내면 똥냄새만 맡게 되는 법이다. 거기서 세상이 똥냄새로 가득 찬 것 같다고 혼자 우울해 하지 말고, 얼른 바깥으로 벗어나길 권한다. 또, 지금처럼 갓 스무 살이 된 남자의 "결혼하면 당장 돈이 없으니까 일단 우리 집에서 살고…."라는 말에 기대고 있다간, 그의 말이 바뀌는 순간 무너지게 된다. 꼬꼬마들의 튜토리얼 역할 하다가, 나중에 꼬꼬마들 철들면 '정리대상 1호'로 분류되는 상황은 이제 그만 반복하자.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되는 걸 어제 '넷카마' 얘기까지 꺼내가며 붙들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나도 참 나다. 여하튼 이 얘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금사모 출발해 보자. 오늘은 썸녀에게 정리당한 남자들의 사연 모음이다.  


1. 도서관 썸녀.


되도록이면 이전 매뉴얼을 좀 검색해서 읽길 권해주고 싶다. K군의 사연에 나온 헛발질들은 시즌2에서 모두 이야기 했던 내용이다. 그래도 친절한 무한씨답게 다시 한 번 설명하자면,

ⓐ 카톡으로만 용감한 모습.
ⓑ '약속 잡기'를 목적으로 둔 대화.
ⓒ 집중하지 않고 들떠서 막 던진 말들.



정도가 문제를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우선, K군은 카톡으로는 안부도 묻고 드립도 치지만 현실로 나오면 대인기피증을 앓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며칠 연락을 나누다가 그녀를 도서관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K군은 그간 카톡으로 보여줬던 모습들과는 달리 마치 목욕탕에서 회사 사장님 만난 사람처럼 행동했다. 말도 제대로 못한 채 거의 그냥 지나쳤고, 이후 자리에 돌아와서야 다시 안정감을 찾은 채 하고 싶은 말을 쪽지에 써서 그녀에게 전했다.

카톡으로만 용감한 K군의 모습은, '약속 잡기'를 목적으로 둔 대화와 맞물려 더욱 좋지 않은 상황을 만들었다. 얼굴 마주했을 때에는 쭈뼛쭈뼛 눈도 잘 못 마주치던 K군. 그는 카톡으로는 "나중에 같이 영화보자. 콜?"이라며 데이트 신청도 막 던졌다. 이게 밸런스가 좀 맞아야 한다. 만났을 때의 행동이 지금보다 자연스러워지거나, 아니면 카톡으로 들이대는 것을 좀 자제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이상해 보인다. 만났을 땐 지킬인데, 카톡으로는 하이드같은 사람이 있다면 K군도 그를 좀 이상하게 생각할 것 아닌가.

막 던진 말들과 철없어 보이는 멘트들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혈액형 묻고 나서 "B형? 나 B형 여자 만나보고 싶었는데!"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사춘기 꼬꼬마 같은 태도다. 또, 넌 피부가 좋다, 미인이다 따위의 이야기를 한 것은 K군이 너무 나간 거다. 맹목적인 칭찬은 별 의미가 없을 뿐더러 그저 추종자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하나 더. "지금 횡단보도에 있던 사람 너 맞지?"라는 카톡을 보낸 건, 헛발질과 관련된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다. K군은 엄한 여자사람을 본 뒤 그녀에게 "나 너 봤어."라는 톡을 보냈다. 현장에서 마주쳤으면 알은 체를 했으면 되는 거였는데, 쭈뼛쭈뼛 거리다 말도 못 걸곤 소심하게 카톡만 보낸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K군이 상대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 채 '자신이 만든 이미지'에 구애하고 있었다는 걸 증명해 주었다.

"요즘 여자들이 헤어스타일도 비슷하고, 차림새도 다 비슷비슷해서…."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게, 그 사람이 좋아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일단 좋아할 사람 하나 정해놓고 좋아하니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다. 찍어서 맞은 문제는, 다음번에 다시 풀 때에도 역시 풀 줄 모르는 것과 비슷하다. '대시'의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스릴에 열중하기보다, 상대라는 사람 자체에 집중하자. 만날 약속을 잡는 것에만 온 힘을 쏟지 말고, 이전처럼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히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친해진 거 맞지?" 따위의 말로 확인만 받으려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2. 소개팅 썸녀.


이 사연은 J군이 뭔가 실수를 했다기보다는 상대가 좀 이상하다. 그녀는 스스로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남자를 평가만 하려는 철벽녀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자신에게 반한 채 맹목적으로 들이대는 게 아니라면, 그 남자가 자신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

참 난감한 게, 내가 J군에게 '그녀가 원하는 남자상'에 맞추라는 이야기를 하면, 그건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처럼 굴고, 그녀의 모든 변덕에 맞춰주세요."


라는 얘기를 하는 것과 같아져 버린다. 그녀의 마음에 들려면

ⓐ 그녀가 자신의 생활에 바빠 만날 약속을 못 잡더라도, 그녀가 심심하다면 달려가기.
ⓑ 그녀의 아침, 점심, 저녁 안부를 물으며 희로애락을 함께 나눠주기.
ⓒ J군의 일상보고는 접어두고, 그녀의 일상에 대해 묻고 챙겨주기.
ⓓ 그녀에 대해 너무 알려고 들지 말기. 단, 궁금해 하는 모습은 보여주기.



따위의 맹목적 헌신과 배려, 이해 등을 해야 하니 말이다.

외모 말고 그녀에게 매력적인 부분이 하나라도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해주고 싶다. J군의 입장에선 현재 그녀가 썸을 끝내려고 하니 위기감이 들겠지만, 그게 정말 소중한 기회나 인연을 잃는 것에 대한 위기감인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길 권한다. 카톡대화를 보면 그녀는 J군에게 궁금한 것도 없어 보이고, 먼저 연락을 하지도 않으며, J군이 인터뷰하듯 질문하면 그것에 대답하거나 자기 할 말만 늘어놓는 모습을 보인다.

J군 역시 썸을 타며 그녀의 기분을 맞추려 애를 쓰지 않은 건 아니다. 일반적인 수준의 관심을 보였기에 그녀도 몇 주간 인연의 끈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녀가 바라는 건 그보다 더 강렬하고 적극적인 관심이었던 것 같다. 좀 더 충실히 '답정너'를 해주는 남자를 원했다고 할까. 미용실 사건을 보자. 그녀가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을 때, 그녀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J군이 더욱 '답정너'에 힘을 쏟았어야 할 것이다. 그녀는 "예쁜데 왜 그래. 정말 괜찮아."라는 립서비스를 기대했는데, J군은 "조금 길면 괜찮아 질 거야. 원래 막 잘랐을 때에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잖아."정도로만 대답했다. 

정상적인 관계에선 두 사람 모두가 노력을 한다. 만날 약속을 잡는 부분만 하더라도, 썸을 타는 대부분의 커플은 자신의 일정을 조율해 시간을 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J군의 썸녀는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할 건 다 하면서 시간 나면 만나주겠다는 식이다. 그러면서 그러는 와중에도 자신이 심심할 땐 J군이 그 심심함의 킬러가 되어 주길 바란다. J군이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자, 그녀는 "넌 내가 기대거나 의지할 수 있는 남자가 아닌 것 같다."라며 썸을 끝내자는 통보를 했다. 난 J군에게, 그녀를 모시는 '답정너 머신'이 되어서까지 연애를 시작하려 하진 말길 권해주고 싶다.


3. 학원 썸녀.


썸녀가 먼저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헛발질로 관계를 날려버린 사연이다.(하아, 썸녀가 먼저 전화번호까지 물었는데….) Y군의 가장 큰 문제는,

- 알면 알수록 깨는 남자.


라고 할 수 있다.

"답장 좀 줘라. 나름 비싼 남잔데ㅋ"
"나랑 좀 놀아줘라."
"오늘 내 생일."



등의 말투가 Y군을 '철없는 남자'로 보게 만든다. 학원에서 고독을 씹으며 문제를 풀던 핸섬가이의 모습은 사라지고,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손님들에게 장난을 거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인다.

물론, 저런 말투로 대화한다고 무조건 잘못이란 얘기는 아니다. 드립을 드립으로 받아들이며 맞장구 쳐줄 수 있는 여자들도 많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걸 잘 파악해야 한다. 그녀는 Y군과 같은 시험장에 가게 되었을 때, 일부러 찾아와 조심스레 시험 잘 보라고 말하는 '순정만화'류의 여자다. 그런 여자에게 가볍게 툭툭 던지는 드립을 친다는 건, 상견례 자리에 슬리퍼 질질 끌고 가 여자친구 어머니에게 하이파이브 하자는 것과 같은 행위다. 

위와 같은 행동으로 상대의 연락이 줄어들자, Y군은 나름의 필살기를 꺼내기도 한다. 물론 Y군에겐 필살기지만, 노멀로그에서는 '헛발질'이라 부르는 행위다.

"혹시 내 연락이 부담스러운가? 가깝게 지내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이게 만약 부담스럽다면 나한테 알려주는 거다?"



저건, 꺼내면 본전도 못 찾는 말이다. 저 말을 듣고 부담스럽다고 솔직히 말할 여자사람도 거의 없거니와, 말한다 손 치더라도 그 말을 듣고 Y군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패배감에 젖어 청승을 떠는 것 말고는 말이다.

Y군과 내가 친한 사이라면 컵밥 한 그릇 사주며 "너는 될 수 있으면 말을 많이 하지 마라. 듣는 사람 열불 나니까."라는 이야기를 하겠지만, 우리는 아직 얼굴 한 번 본적 없으니 부드럽게 말하자. 앞으로는 관심을 구걸하거나 행위를 요청하지 말자. '요구'만 안 해도 Y군은 '철없어 보이는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어느 정도 쌓인 부담부터 치우는 게 좋겠죠?"


쌓인 부담을 대체 어떻게 치우겠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러지 말자. Y군처럼 말하는 대부분의 대원들이 벌이는 행위가, 상대에게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해 긍정적인 대답을 들으려 하는 거다. 그게 더 부담스러울 뿐더러, 자칫하면 '아닌 척'하는 걸로 상대를 바보 만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니 '하나의 카톡을 보내고, 답장이 오면 거기에 맞춰 다시 답문 보내기.' 하는 정도로만 템포를 조절하길 바란다. 매뉴얼을 통해 늘 이야기하는 부분이지 않은가. 핑퐁핑퐁 대화를 주고받아야지, 핑핑핑퐁핑핑핑퐁 하면 망하는 거다. 잊지 말자.


오늘은 80일 프로젝트의 종료일이다. 내가 불을 지펴놓고, 8월 초에 이렇다 할 말도 없이 낙오해 버린 점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뭐가 되든 일단 지켰으면 성공했을 텐데, 구름 끼었다고 별사진 찍는 걸 포기한데다가 새로운 계약까지 겹쳐 도중하차를 하고 말았다. 프로젝트를 끝까지 해 내신 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난 도중하차를 한 대신, 조만간 좋은 소식 하나를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소식이 뭔가요?"


지금은 안 알랴줌.

비온 뒤 맞이하는 불금, 다들 하얗게 불태우시길!



▲ 추천 얘기를 안 하면 완만히 줄어드는 추천 수.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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