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모] 잊혀지지 않는 구남친 외 2편
이번 주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 글을 포함해 단 두 편의 글 밖에 올리지 못했다. 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현기증이 난다는 독자 분들에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러려던 게 아닌데, 본의 아닌 희망고문이 되어 버렸다. 그 현기증이 얼른 사라지도록 바로 출발해 보자.
L양이 보낸 사연에선 구남친이 '착한 순둥이'로, L양이 '남친을 함부로 대하다가 놓치고 만 도도녀'로 그려져 있다. 구남친은 L양이 관계의 칼자루를 쥔 채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다 맞추던 남자인 까닭에, 헤어진 지금 L양은 자책하며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남친과 L양 모두 현재 다른 사람과 연애 중이지만, L양은 구남친만 생각하면 울컥하며 틀어진 둘의 관계가 모두 자신의 잘못인 것 같아서 침전하는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감성으로 써내려간 L양의 이야기고.
이성적으로 보면 L양의 구남친은 '극적인 상황의 로맨스를 즐기는 이타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L양과 썸을 탈 때에도 '사각 관계'라 할 수 있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었고, 첫 이별 직후 그가 한 연애 역시 '여행지에서 만난 외국인'이라는 흔치 않은 사람과의 연애였다. 그러다 다시 돌아왔고, 두 번째 이별 직후엔 'L양 친구와의 연애'라는 좀 더 극적인 상황을 택했다. 그러다 또 L양에 돌아온 이후엔, 사귀는 와중에 알게 된 'L양과 정 반대 성향의 여자'와 바람이 나 헤어지게 되었다.
노멀로그의 언어로 말하자면 L양의 구남친은 '맹목적으로 헌신하는 금사빠'라고 할 수 있다. 연애를 시작하면 일단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으며 올인 하는 타입의 남자다. 이런 남자와 연애를 한 뒤
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저걸 장점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저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예스맨'이 가지는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가진다. 다 맞춰주긴 하는데, '자기 의견'이라를 걸 도통 내놓질 않는다. 훗날 맞춰주는 것에 질려버리고 나서야 마음속으로 모든 정리를 끝낸 뒤 "넌 항상 네가 원하는 것들만 요구하잖아."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다. 맹목적으로 헌신하는 것에 지쳐 "그래, 난 너에게 부족하기만 한 사람인 것 같다. 헤어지자."라며 이별통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L양이 말한 구남친의 '착한 순둥이'라는 모습은, 달리 말하면 '우유부단한 남자'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정말 L양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다 맞춰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내린 결정을 밀고 나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에 L양의 선택에 의존했던 것이다.(여기다 자세히 적진 않겠지만, 구남친이 L양과 이별했을 때 잠깐잠깐 사귀었던 여자들과의 일에서도 그 우유부단함을 볼 수 있다.) 현재 그가 L양을 대하는 태도에도 그의 우유부단함은 잘 드러난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가 하는 연락은 맺고 끊는 것을 잘 못하기 때문에 해오는 연락일 뿐이다.
자책하느라 스스로를 갉아 먹는 일은 그만두자. 구남친과의 연애에서 L양이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후회가 된다면,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 거다. '내가 더 잘하지 못해서 그가 바람을 피운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따지고 보면 구남친은 다투다 헤어지면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고(그 상대 중엔 L양의 베프도 있고), 결국엔 바람피우다 L양에게 걸리지 않았는가. 헤어진 지금은 그 여자와 사귀고 있고 말이다. '오래 알아왔고, 또 한때 연인이었다는 정' 때문에 거기서 머뭇거리며 그의 연락 다 받아주지 말고, 정리해야 할 건 미련두지 말고 확실히 정리하자. 그래야 L양도 온전한 마음으로 현남친에게 집중할 수 있다.
내가 찾아낸 'K양 커플이 헤어진 이유'는 아래와 같다.
A. 사귀어 주고 있다?
K양은 구남친보다 학력, 재력 등 모든 면에서 객관적으로 뛰어나다. K양도 본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사연엔 '남자친구의 미래가 밝지 않은데'라거나 '제 친구 남자친구들에 비하면….' 등의 문장이 등장한다. 때문에 둘의 연애는 'K양이 자신보다 좀 모자란 남자친구를 사귀어주고 있다'는 식의 모양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K양이 하고 싶은 예쁜 연애'를 위해 구남친이 캐스팅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말 상대가 너무 좋아서 연인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 연애를 시작한 것 같다. 난 그게 두 사람이 이별한 가장 근본적 이유라고 생각한다.
B. 경제력의 차이.
K양의 구남친은 빚이 있는 까닭에 주말 알바까지 해가며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때문에 바다를 보고 오자는 K양의 제안에, 이번 달에는 여유를 내기 힘들어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다. K양은 그런 구남친에게 "오만 원 정도 밖에 안 드는데 그래도 바다 못 가?"라는 이야기 했는데, 그건 그를 두 번 죽이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가기 싫다거나 귀찮아서 핑계를 댄 게 아니다. 그는 K양이 뭐 같이 하자고 하면 자기가 알아 본 뒤 예약해오고, 더치페이 하자고 해도 자신이 사겠다며 계산하지 않았던가. 돈이라는 게, 없을 땐 만 원짜리 한 장 쓰는 것에도 고민 하게 된다. 구남친은 정말 그만큼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K양도 부유한 상황은 아니라고 했는데, 만약 내가 K양에게 "아이슬란드 다녀올까? 삼백 정도만 있으면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삼백 정도 밖에 안 드는데 그래도 못 가?"라는 이야기를 했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C. 부족한 애정.
말끝마다 하트 이모티콘 찍어서 보내고 상대를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고 그게 '애정'은 아니다. K양의 카톡대화를 보면 "응 잘 자♥", "어 맛있게 먹어♥", "힘내라~ 힘♥"이라는 말들이 오가는데, 겉만 요란할 뿐 속은 공허하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두 사람 모두 헤어지는 순간이 되어서야 속에 있는 말들을 털어 놓았고 말이다. 속으론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만나서 데이트 하고 비타민 선물하고 하는 일들은 그냥 연인 코스프레일 뿐이라고 난 생각한다.
K양은 헤어지는 순간 자신이 울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남친이 달래주지도 않고 손도 안 잡아 준 것 가지고 서러워하는데, 남자도 아프고 남자도 상처를 받는다. 다음번에는 상대의 아픔까지도 돌아볼 줄 아는 여자의 모습으로 연애하길 바란다. 그럼 자연히 그 연애는 K양이 원하는 '예쁨 받으며 하는 연애'가 될 것이다.
Y양 남자친구는 연애를 하기 전, 식당을 하고 있는 친구와 가깝게 지냈다. 그 식당은 Y양 남자친구 친구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라, 다들 연애나 결혼을 하기 전에는 그곳에서 모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결혼해 이사를 가거나, 연애에 바빠 발길이 뜸해지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건 Y양의 남자친구였다.
그런데 Y양의 남자친구 역시 Y양과 사귀게 된 이후로는 그 식당을 잘 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너도 여자친구 생기니까 친구를 버리냐?"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Y양의 남자친구는 그런 게 아니라는 식의 대답을 하고, 그 뒤로는 집에 Y양을 데려다 주고 난 뒤에 식당을 찾아 그 친구와 밥을 먹거나 대화를 했다.
여기까진 Y양도 이해했다. 남자친구가 집으로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친구의 식당에 들르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전후사정을 알기에 투정을 부리진 않았다. Y양 신념이 '연인이라고 해서 상대를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려고 해선 안 된다.'라는 것이기에,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남자친구와 그 친구를 이해하기로 했다. 물론 남자친구 역시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기에, 그러한 행동을 Y양이 싫어할 것이라는 걸 알곤 되도록 친구의 식당에 가는 걸 자제하려 애썼다.
문제는, 남자친구의 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정신교육'을 시키려 하며 자신이 심심할 때면 Y양 남자친구에게 연락해 "오늘은 나랑 좀 놀아주나?" 따위의 연락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남자친구에게
등의 얘기를 하고 있다.
이건 두 번 고민할 것도 없이 남자친구가 그 친구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단단히 못박아 두는 게 맞다. 저건 무슨 우정 같은 걸 강조하는 게 아니고, 친구 본인이 심심하니까 아무 말이나 갖다 붙이면서 남자친구를 잡아두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이해 같은 거 할 필요 없으니까 그냥 딱 잘라서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확실하게 밝히길 권한다. Y양 커플은 결혼준비도 하는 중이고 신혼집도 그 식당 근처로 잡을 예정이라고 했는데, 이거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만약 바로 잡더라도, 난 연애에 초치는 저런 친구가 있는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신혼집을 잡길 권하고 싶다.
Y양은 현재 남자친구에게서 "이해해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듣고 있기에 계속해서 남자친구를 다 이해하는 여자처럼 행동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거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그러다 나중에 자신이 하나 둘 허용하며 판 구덩이에 갇혀서 못 나오게 될 수 있다. Y양 자신을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선 상대에게 고민이 된다고 명확하게 말하자. 남자친구는 두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다가 두 사람 모두를 잃는 헛발질을 할 기미가 보이니, 그 헛발질을 옆에서 지켜만 보지 말고 지금 당장 막길 바란다.
글을 마치기 전, 제목에 있는 '잊혀지지'라는 표현에 대해 짧은 변명을 적어둘까 한다. 올바른 표현은 '잊혀지지'가 아닌 '잊히지'라는 걸 알고 있긴 한데, '잊히지'라는 표현이 아무래도 좀 어색하다. '간지럽히다'가 복수 표준어로 인정받기 전 '간질이다'만을 써야 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날으는'을 '나는'으로 써야 하는 것에 대한 부분도 좀 불편하긴 한데, 여하튼 불평을 하려는 건 아니고, '잊혀지지'는 그와 같은 맥락에서 적은 단어라는 걸 밝혀두고 싶었다.
후라이데이다. 난 주말까지 조금만 더 달리면 앞에 놓인 개인적인 문제들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폭풍 업뎃 할 것을 약속하며, 다들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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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 글을 포함해 단 두 편의 글 밖에 올리지 못했다. 글이 올라오지 않아서 현기증이 난다는 독자 분들에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러려던 게 아닌데, 본의 아닌 희망고문이 되어 버렸다. 그 현기증이 얼른 사라지도록 바로 출발해 보자.
1. 잊혀지지 않는 구남친
L양이 보낸 사연에선 구남친이 '착한 순둥이'로, L양이 '남친을 함부로 대하다가 놓치고 만 도도녀'로 그려져 있다. 구남친은 L양이 관계의 칼자루를 쥔 채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다 맞추던 남자인 까닭에, 헤어진 지금 L양은 자책하며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남친과 L양 모두 현재 다른 사람과 연애 중이지만, L양은 구남친만 생각하면 울컥하며 틀어진 둘의 관계가 모두 자신의 잘못인 것 같아서 침전하는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감성으로 써내려간 L양의 이야기고.
이성적으로 보면 L양의 구남친은 '극적인 상황의 로맨스를 즐기는 이타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L양과 썸을 탈 때에도 '사각 관계'라 할 수 있는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었고, 첫 이별 직후 그가 한 연애 역시 '여행지에서 만난 외국인'이라는 흔치 않은 사람과의 연애였다. 그러다 다시 돌아왔고, 두 번째 이별 직후엔 'L양 친구와의 연애'라는 좀 더 극적인 상황을 택했다. 그러다 또 L양에 돌아온 이후엔, 사귀는 와중에 알게 된 'L양과 정 반대 성향의 여자'와 바람이 나 헤어지게 되었다.
노멀로그의 언어로 말하자면 L양의 구남친은 '맹목적으로 헌신하는 금사빠'라고 할 수 있다. 연애를 시작하면 일단 상대의 마음에 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으며 올인 하는 타입의 남자다. 이런 남자와 연애를 한 뒤
"그와 사귈 땐 정말 불같은 연애를 했어요."
"계산적인 모습 없이, 정말 순수한 열정으로 사귀었어요."
"다시 절 그만큼 사랑해 줄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계산적인 모습 없이, 정말 순수한 열정으로 사귀었어요."
"다시 절 그만큼 사랑해 줄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저걸 장점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 저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예스맨'이 가지는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가진다. 다 맞춰주긴 하는데, '자기 의견'이라를 걸 도통 내놓질 않는다. 훗날 맞춰주는 것에 질려버리고 나서야 마음속으로 모든 정리를 끝낸 뒤 "넌 항상 네가 원하는 것들만 요구하잖아."라는 이야기를 할 뿐이다. 맹목적으로 헌신하는 것에 지쳐 "그래, 난 너에게 부족하기만 한 사람인 것 같다. 헤어지자."라며 이별통보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L양이 말한 구남친의 '착한 순둥이'라는 모습은, 달리 말하면 '우유부단한 남자'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정말 L양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다 맞춰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내린 결정을 밀고 나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에 L양의 선택에 의존했던 것이다.(여기다 자세히 적진 않겠지만, 구남친이 L양과 이별했을 때 잠깐잠깐 사귀었던 여자들과의 일에서도 그 우유부단함을 볼 수 있다.) 현재 그가 L양을 대하는 태도에도 그의 우유부단함은 잘 드러난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가 하는 연락은 맺고 끊는 것을 잘 못하기 때문에 해오는 연락일 뿐이다.
자책하느라 스스로를 갉아 먹는 일은 그만두자. 구남친과의 연애에서 L양이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후회가 된다면,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 되는 거다. '내가 더 잘하지 못해서 그가 바람을 피운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 따지고 보면 구남친은 다투다 헤어지면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고(그 상대 중엔 L양의 베프도 있고), 결국엔 바람피우다 L양에게 걸리지 않았는가. 헤어진 지금은 그 여자와 사귀고 있고 말이다. '오래 알아왔고, 또 한때 연인이었다는 정' 때문에 거기서 머뭇거리며 그의 연락 다 받아주지 말고, 정리해야 할 건 미련두지 말고 확실히 정리하자. 그래야 L양도 온전한 마음으로 현남친에게 집중할 수 있다.
2. "제가 헤어진 이유를 알려주세요."
내가 찾아낸 'K양 커플이 헤어진 이유'는 아래와 같다.
A. 사귀어 주고 있다?
K양은 구남친보다 학력, 재력 등 모든 면에서 객관적으로 뛰어나다. K양도 본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사연엔 '남자친구의 미래가 밝지 않은데'라거나 '제 친구 남자친구들에 비하면….' 등의 문장이 등장한다. 때문에 둘의 연애는 'K양이 자신보다 좀 모자란 남자친구를 사귀어주고 있다'는 식의 모양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K양이 하고 싶은 예쁜 연애'를 위해 구남친이 캐스팅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말 상대가 너무 좋아서 연인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어 연애를 시작한 것 같다. 난 그게 두 사람이 이별한 가장 근본적 이유라고 생각한다.
B. 경제력의 차이.
K양의 구남친은 빚이 있는 까닭에 주말 알바까지 해가며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때문에 바다를 보고 오자는 K양의 제안에, 이번 달에는 여유를 내기 힘들어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다. K양은 그런 구남친에게 "오만 원 정도 밖에 안 드는데 그래도 바다 못 가?"라는 이야기 했는데, 그건 그를 두 번 죽이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가기 싫다거나 귀찮아서 핑계를 댄 게 아니다. 그는 K양이 뭐 같이 하자고 하면 자기가 알아 본 뒤 예약해오고, 더치페이 하자고 해도 자신이 사겠다며 계산하지 않았던가. 돈이라는 게, 없을 땐 만 원짜리 한 장 쓰는 것에도 고민 하게 된다. 구남친은 정말 그만큼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K양도 부유한 상황은 아니라고 했는데, 만약 내가 K양에게 "아이슬란드 다녀올까? 삼백 정도만 있으면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삼백 정도 밖에 안 드는데 그래도 못 가?"라는 이야기를 했다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C. 부족한 애정.
말끝마다 하트 이모티콘 찍어서 보내고 상대를 위한 선물을 준비한다고 그게 '애정'은 아니다. K양의 카톡대화를 보면 "응 잘 자♥", "어 맛있게 먹어♥", "힘내라~ 힘♥"이라는 말들이 오가는데, 겉만 요란할 뿐 속은 공허하다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두 사람 모두 헤어지는 순간이 되어서야 속에 있는 말들을 털어 놓았고 말이다. 속으론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만나서 데이트 하고 비타민 선물하고 하는 일들은 그냥 연인 코스프레일 뿐이라고 난 생각한다.
K양은 헤어지는 순간 자신이 울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남친이 달래주지도 않고 손도 안 잡아 준 것 가지고 서러워하는데, 남자도 아프고 남자도 상처를 받는다. 다음번에는 상대의 아픔까지도 돌아볼 줄 아는 여자의 모습으로 연애하길 바란다. 그럼 자연히 그 연애는 K양이 원하는 '예쁨 받으며 하는 연애'가 될 것이다.
3. 남자친구 동성친구의 질투
Y양 남자친구는 연애를 하기 전, 식당을 하고 있는 친구와 가깝게 지냈다. 그 식당은 Y양 남자친구 친구들의 아지트 같은 곳이라, 다들 연애나 결혼을 하기 전에는 그곳에서 모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결혼해 이사를 가거나, 연애에 바빠 발길이 뜸해지게 되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건 Y양의 남자친구였다.
그런데 Y양의 남자친구 역시 Y양과 사귀게 된 이후로는 그 식당을 잘 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너도 여자친구 생기니까 친구를 버리냐?"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Y양의 남자친구는 그런 게 아니라는 식의 대답을 하고, 그 뒤로는 집에 Y양을 데려다 주고 난 뒤에 식당을 찾아 그 친구와 밥을 먹거나 대화를 했다.
여기까진 Y양도 이해했다. 남자친구가 집으로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친구의 식당에 들르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전후사정을 알기에 투정을 부리진 않았다. Y양 신념이 '연인이라고 해서 상대를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려고 해선 안 된다.'라는 것이기에,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남자친구와 그 친구를 이해하기로 했다. 물론 남자친구 역시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기에, 그러한 행동을 Y양이 싫어할 것이라는 걸 알곤 되도록 친구의 식당에 가는 걸 자제하려 애썼다.
문제는, 남자친구의 친구가 남자친구에게 '정신교육'을 시키려 하며 자신이 심심할 때면 Y양 남자친구에게 연락해 "오늘은 나랑 좀 놀아주나?" 따위의 연락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남자친구에게
"여자친구 생겼다고 자기 생활을 바꾸냐? 생활에 연애를 맞춰야지."
"넌 완전 호구 짓 하고 있는 거야. 이 호구야."
"넌 완전 호구 짓 하고 있는 거야. 이 호구야."
등의 얘기를 하고 있다.
이건 두 번 고민할 것도 없이 남자친구가 그 친구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단단히 못박아 두는 게 맞다. 저건 무슨 우정 같은 걸 강조하는 게 아니고, 친구 본인이 심심하니까 아무 말이나 갖다 붙이면서 남자친구를 잡아두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저도 그 오빠의 입장을 이해하긴 합니다."
아니, 이해 같은 거 할 필요 없으니까 그냥 딱 잘라서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확실하게 밝히길 권한다. Y양 커플은 결혼준비도 하는 중이고 신혼집도 그 식당 근처로 잡을 예정이라고 했는데, 이거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만약 바로 잡더라도, 난 연애에 초치는 저런 친구가 있는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신혼집을 잡길 권하고 싶다.
Y양은 현재 남자친구에게서 "이해해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듣고 있기에 계속해서 남자친구를 다 이해하는 여자처럼 행동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거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 그러다 나중에 자신이 하나 둘 허용하며 판 구덩이에 갇혀서 못 나오게 될 수 있다. Y양 자신을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에 대해선 상대에게 고민이 된다고 명확하게 말하자. 남자친구는 두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다가 두 사람 모두를 잃는 헛발질을 할 기미가 보이니, 그 헛발질을 옆에서 지켜만 보지 말고 지금 당장 막길 바란다.
글을 마치기 전, 제목에 있는 '잊혀지지'라는 표현에 대해 짧은 변명을 적어둘까 한다. 올바른 표현은 '잊혀지지'가 아닌 '잊히지'라는 걸 알고 있긴 한데, '잊히지'라는 표현이 아무래도 좀 어색하다. '간지럽히다'가 복수 표준어로 인정받기 전 '간질이다'만을 써야 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날으는'을 '나는'으로 써야 하는 것에 대한 부분도 좀 불편하긴 한데, 여하튼 불평을 하려는 건 아니고, '잊혀지지'는 그와 같은 맥락에서 적은 단어라는 걸 밝혀두고 싶었다.
후라이데이다. 난 주말까지 조금만 더 달리면 앞에 놓인 개인적인 문제들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주부터는 다시 폭풍 업뎃 할 것을 약속하며, 다들 불금 보내시길!
▲ "정말 짚풀아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연 보냅니다." 네? 무슨 아기요?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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