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툼과 화해의 기억만 남은 연애, 다시 만날까?
그대가 명절에 찾은 친가와 외가의 분위기는 비슷했는가?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나나 내 지인들의 경우를 보면 종종 극명하게 차이가 갈리곤 한다. 한 쪽은 서로 웃으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반면, 다른 한 쪽은 일촉즉발의 상황처럼 긴장감이 감돌기 때문이다.
시집 식구들이 전부 조울증 환자인 것 같아서 적응하기 어려웠렵다고 말한 지인도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어머니와 언성을 높이다가 잠시 후 웃으며 대화를 하고, 그러다 또 누나와 싸우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정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정신분열이 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연을 보낸 W양. 그녀의 남자친구는 바로 저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드는 사람', '이상한 시댁식구들'과 비슷하다. 그는 자신만이 고귀한 것처럼 굴며 남들을 욕하다가 스스로 저주스럽게 말했던 '남들의 행동'을 자신이 하곤 한다. 또 그는 불화를 만드는 재주가 있으며, 그렇게 만든 불화를 모두 상대의 탓 때문이라고 못 박는 기술도 가지고 있다. 이쯤 되면, 그 사람이 아무리 다정해도 놓는 게 맞다.
여기다가는, 그와 다시 만나지 말길 권하는 이유들을 적어둘까 한다. 출발해 보자.
좋을 때와 그가 화해를 요청할 때 말고, 싸울 때 그가 한 말들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드러나지 않게 써 달라고 한 까닭에 그의 멘트를 전부 옮기진 못하지만, W양에게 한
라는 말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남자친구가 W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아래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저건 W양이 정말 그런 행동을 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가 자신의 환상을 기반으로 만들어 낸 결론이다.
그는 W양과 싸울 때면 '개, 쓰레기, 걸레, 미친 XX들' 등의 단어도 사용하는데, 마치 그 모습이 세상(혹은 타인) 혐오증에 걸린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말대로 W양과 지인들을 구분 지으면 아래와 같은 모양이 된다.
더 웃긴 건, 그렇다고 그가 바른생활을 하며 항상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W양을 제외한 채 1박 2일로 남녀 섞여 놀러도 가고, 왕게임 비슷한 거 하며 다른 여자와 입을 맞춘 적도 있다. W양이 회사 동료 어깨에 묻은 거 털어준 거 가지고는 조신하지 못하다며 날뛰었으면서 말이다.
평소엔 다른 사람들을 다 쓰레기처럼 논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모임에 끼워주면 좋다고 따라가서 노는 남자. 이처럼 이중 잣대를 가진 세상 혐오자는 피하는 게 답이다.
W양의 남자친구는, W양을 '순수할 것이라 믿는 여자'로 설정해 둔 채 '혐오스러운 존재'로 변하는 건 아닐까 늘 걱정한다. 더불어 그는 'W양이 사실은 순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워둔 채 계속해서 W양을 괴롭힌다.
등을 통해 W양을 시험하는 것이다.
W양이 궁금해 하는 '연애 시 남자친구와 나의 문제'는, 8할이 남자친구의 '배신을 기다리는 모습' 때문에 발생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간단하다. 내가 W양의 남자친구인데, W양에 대해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W양이 데이트할 때 보이는 거의 모든 모습이 내겐 '못 마땅한 모습'으로 여겨질 것이다. 함께 식당에서 밥을 다 먹고 앉아있는 걸 보며 난 '얘가 계산하기 싫어서 뜸을 들이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것이고, 내가 20만원짜리 선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10만원짜리 선물로 되갚는 걸 보며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때문에 난 만나서 W양이 뭘 먹자고 하면 "네가 사는 거야?"라고 물을 수도 있고, W양의 마음을 떠보려 "나 신발 하나 사줘."라고 말을 던질 수도 있다.
남자친구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갈등이 일어나는 건 필연적이다. 착각하지 말자. 남자친구는 W양을 사랑해서 구속하고 단속하려 드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의심하고 있는 일이 금방 벌어질 것 같다고 생각해서 집착하는 것일 뿐이다.
몇 번을 수리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글자를 두 번씩 찍어내는 프린터기 때문에 내가 여전히 고생하고 있듯, W양 역시 남자친구의 '고장 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저 모습 때문에 계속 싸우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없이 증명하고 약속하고 상대의 오해를 풀어줘야만 지속될 수 있는 연애. 그걸 W양은 '치열하게 사랑했다'고 미화하는 것 같은데, 절대 그러지 말고 얼른 미련의 끈을 잘라내길 권한다.
둘은 사귀는 동안 셀 수 없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는데, 그건 남자친구가 재회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이다. 그는 W양을 잡기 위해 집 앞으로 찾아오는 건 예사였고, W양이 독하게 마음먹었을 때에도 몇 주간 끊임없이 (W양에게서 대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일기 쓰듯 카톡을 보냈다. 다시 만나만 준다면 정말 시키는 대로 다 할 사람처럼 무릎을 꿇은 채 W양에게 애원했다.
저 말 때문에 둘은 참 지겹게도 여러 번 재회를 했다. 사랑한 게 맞다면 전화 좀 받아, 사랑한 게 맞다면 제발 좀 보자, 사랑한 게 맞다면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줘….
W양의 잘못이 뭐냐고 묻는다면, 난 '아닌 걸 알면서도 너무 오래 만난 것'이라고 대답해 주고 싶다. 평소 가부장적이고 다혈질인 남자친구는, 헤어졌을 때 그 에너지를 애원과 사과에 쏟는다. 때문에 누구보다 절실하게 매달리며 재회를 요청하는 그의 모습만 보며, W양은 '이 남자,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라는 착각을 하고 만 것이다. 또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이별 후 그가 비굴하게까지 굴며 매달리는 걸 W양도 살짝 즐긴 듯 보인다. 퉁명스럽게 대할수록 그가 더 납작 엎드렸기에 W양은 여지를 남겨둔 채 그를 더욱 애타게 만들기도 했다.
몇 년 전 내가 자전거를 구입했을 때가 떠오른다. 당시 중고 자전거를 구입하기 위해 판매자와 만났다. 난 당연히 사이트에 올려진 사진 그대로의 자전거일 거라 생각했는데, 자전거는 형편없이 낡아 있었다. 자전거가 좀 다른 것 같다고 내가 말하자, 판매자는 "그건 구입 직후에 찍어 두었던 사진."이라고 답했다. 거기서 발길을 돌려 그냥 돌아왔어야 했는데, 그땐 왜 그랬는지 나간 김에 적당히 가격을 조율해 그냥 사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판매자 역시 거기서 자전거를 판매하지 않으면 집에 다시 들러야 하는 까닭에 다음 약속에 늦을 수 있기에 가격을 조율해 주기로 했다. 싸게 사긴 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까닭에 난 그 자전거를 지인에게 줘 버렸고, 지금은 다른 자전거를 사서 타고 있다.
자전거라면 저래도 된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그래선 안 된다. W양처럼 "그래도 그가 날 제일 잘 알고, 이런 내 모난 모습들도 받아주는 사람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상대를 만나선 안 된단 얘기다. 연애 3년의 정 때문에 다시 만났다가, 앞으로 30년을 괴로워하게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둘이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까닭에 W양이 더욱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은데, 어렵더라도 그를 다른 남자들 대하듯 대하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 지금은 일부러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고 했는데, 의식적으로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서도 W양이 덤덤해질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간 남자친구의 구속과 단속으로 인해 좁아진 W양의 대인관계부터 다시 정상화시키길 권한다. 그는 잘 먹고 잘 자며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는데, W양 혼자 과거를 곱씹으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거나 추억을 미화시키지 말길 바란다. 아닌 걸 알면서도 외롭기 때문에 다시 만나는 건 불행으로 가는 직행열차를 타는 것과 같다.
W양이 매뉴얼에 적지 말라고 부탁해서 적지 않은 상대에 대한 내용이, 위에서 말한 이야기의 3배 정도 된다. 이 이별은 W양에게 축복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지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약 그가 다시 연락을 해 온다면, 이번엔 절대 '조율'같은 걸 시도도 하지 말길 권한다. 가능하다면 아예 대답을 하지 말자. 집 앞에 찾아왔으니 잠깐만 보자고 해도 절대 나가지 말고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이런 얘긴 원래 잘 하지 않는데, W양에겐 다른 남자도 만나보길 권해주고 싶다. 상대와의 연애가 첫 연애인 까닭에 W양은 더욱 단념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괜찮은 남자를 만나면 그간 W양이 한 연애가 '고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면서까지 W양을 말렸는지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폭탄을 발견했으면, 그걸 분석하려 들지 말고 즉시 피하길 바란다. 우물쭈물 거리다 다친다.
▲ 열정적인 남자가 은이라면, 온화한 남자는 금이라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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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명절에 찾은 친가와 외가의 분위기는 비슷했는가?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나나 내 지인들의 경우를 보면 종종 극명하게 차이가 갈리곤 한다. 한 쪽은 서로 웃으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반면, 다른 한 쪽은 일촉즉발의 상황처럼 긴장감이 감돌기 때문이다.
시집 식구들이 전부 조울증 환자인 것 같아서 적응하기 어려웠렵다고 말한 지인도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어머니와 언성을 높이다가 잠시 후 웃으며 대화를 하고, 그러다 또 누나와 싸우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정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정신분열이 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연을 보낸 W양. 그녀의 남자친구는 바로 저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드는 사람', '이상한 시댁식구들'과 비슷하다. 그는 자신만이 고귀한 것처럼 굴며 남들을 욕하다가 스스로 저주스럽게 말했던 '남들의 행동'을 자신이 하곤 한다. 또 그는 불화를 만드는 재주가 있으며, 그렇게 만든 불화를 모두 상대의 탓 때문이라고 못 박는 기술도 가지고 있다. 이쯤 되면, 그 사람이 아무리 다정해도 놓는 게 맞다.
여기다가는, 그와 다시 만나지 말길 권하는 이유들을 적어둘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세상, 혹은 타인 혐오증.
좋을 때와 그가 화해를 요청할 때 말고, 싸울 때 그가 한 말들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드러나지 않게 써 달라고 한 까닭에 그의 멘트를 전부 옮기진 못하지만, W양에게 한
"딴 놈이랑 뒹구는 거겠지."
라는 말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남자친구가 W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아래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저건 W양이 정말 그런 행동을 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가 자신의 환상을 기반으로 만들어 낸 결론이다.
그는 W양과 싸울 때면 '개, 쓰레기, 걸레, 미친 XX들' 등의 단어도 사용하는데, 마치 그 모습이 세상(혹은 타인) 혐오증에 걸린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말대로 W양과 지인들을 구분 지으면 아래와 같은 모양이 된다.
W양 - 순수하며 때가 타기 쉬운 존재
그 외 - 개, 쓰레기, 걸레, 미친 XX들
그 외 - 개, 쓰레기, 걸레, 미친 XX들
더 웃긴 건, 그렇다고 그가 바른생활을 하며 항상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W양을 제외한 채 1박 2일로 남녀 섞여 놀러도 가고, 왕게임 비슷한 거 하며 다른 여자와 입을 맞춘 적도 있다. W양이 회사 동료 어깨에 묻은 거 털어준 거 가지고는 조신하지 못하다며 날뛰었으면서 말이다.
평소엔 다른 사람들을 다 쓰레기처럼 논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모임에 끼워주면 좋다고 따라가서 노는 남자. 이처럼 이중 잣대를 가진 세상 혐오자는 피하는 게 답이다.
2. 배신을 기다리는 남자.
W양의 남자친구는, W양을 '순수할 것이라 믿는 여자'로 설정해 둔 채 '혐오스러운 존재'로 변하는 건 아닐까 늘 걱정한다. 더불어 그는 'W양이 사실은 순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워둔 채 계속해서 W양을 괴롭힌다.
- 넘겨짚기, 몰아가기, 상상하기, 추궁하기, 도발하기, 말 돌리기
등을 통해 W양을 시험하는 것이다.
W양이 궁금해 하는 '연애 시 남자친구와 나의 문제'는, 8할이 남자친구의 '배신을 기다리는 모습' 때문에 발생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간단하다. 내가 W양의 남자친구인데, W양에 대해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보자.
'W양이 나에게 얻어먹고 선물만 받아내려 날 만나고 있다.'
그러면 W양이 데이트할 때 보이는 거의 모든 모습이 내겐 '못 마땅한 모습'으로 여겨질 것이다. 함께 식당에서 밥을 다 먹고 앉아있는 걸 보며 난 '얘가 계산하기 싫어서 뜸을 들이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것이고, 내가 20만원짜리 선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10만원짜리 선물로 되갚는 걸 보며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때문에 난 만나서 W양이 뭘 먹자고 하면 "네가 사는 거야?"라고 물을 수도 있고, W양의 마음을 떠보려 "나 신발 하나 사줘."라고 말을 던질 수도 있다.
남자친구가
'난 속고 있는 거다. 얘는 거짓말에 능하고 날 가지고 노는 중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갈등이 일어나는 건 필연적이다. 착각하지 말자. 남자친구는 W양을 사랑해서 구속하고 단속하려 드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의심하고 있는 일이 금방 벌어질 것 같다고 생각해서 집착하는 것일 뿐이다.
몇 번을 수리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글자를 두 번씩 찍어내는 프린터기 때문에 내가 여전히 고생하고 있듯, W양 역시 남자친구의 '고장 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저 모습 때문에 계속 싸우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없이 증명하고 약속하고 상대의 오해를 풀어줘야만 지속될 수 있는 연애. 그걸 W양은 '치열하게 사랑했다'고 미화하는 것 같은데, 절대 그러지 말고 얼른 미련의 끈을 잘라내길 권한다.
3. 헤어진 뒤에만 나타나는 절실함.
둘은 사귀는 동안 셀 수 없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는데, 그건 남자친구가 재회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이다. 그는 W양을 잡기 위해 집 앞으로 찾아오는 건 예사였고, W양이 독하게 마음먹었을 때에도 몇 주간 끊임없이 (W양에게서 대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일기 쓰듯 카톡을 보냈다. 다시 만나만 준다면 정말 시키는 대로 다 할 사람처럼 무릎을 꿇은 채 W양에게 애원했다.
"네가 정말 날 사랑한 게 맞다면…."
저 말 때문에 둘은 참 지겹게도 여러 번 재회를 했다. 사랑한 게 맞다면 전화 좀 받아, 사랑한 게 맞다면 제발 좀 보자, 사랑한 게 맞다면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줘….
W양의 잘못이 뭐냐고 묻는다면, 난 '아닌 걸 알면서도 너무 오래 만난 것'이라고 대답해 주고 싶다. 평소 가부장적이고 다혈질인 남자친구는, 헤어졌을 때 그 에너지를 애원과 사과에 쏟는다. 때문에 누구보다 절실하게 매달리며 재회를 요청하는 그의 모습만 보며, W양은 '이 남자,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라는 착각을 하고 만 것이다. 또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이별 후 그가 비굴하게까지 굴며 매달리는 걸 W양도 살짝 즐긴 듯 보인다. 퉁명스럽게 대할수록 그가 더 납작 엎드렸기에 W양은 여지를 남겨둔 채 그를 더욱 애타게 만들기도 했다.
몇 년 전 내가 자전거를 구입했을 때가 떠오른다. 당시 중고 자전거를 구입하기 위해 판매자와 만났다. 난 당연히 사이트에 올려진 사진 그대로의 자전거일 거라 생각했는데, 자전거는 형편없이 낡아 있었다. 자전거가 좀 다른 것 같다고 내가 말하자, 판매자는 "그건 구입 직후에 찍어 두었던 사진."이라고 답했다. 거기서 발길을 돌려 그냥 돌아왔어야 했는데, 그땐 왜 그랬는지 나간 김에 적당히 가격을 조율해 그냥 사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판매자 역시 거기서 자전거를 판매하지 않으면 집에 다시 들러야 하는 까닭에 다음 약속에 늦을 수 있기에 가격을 조율해 주기로 했다. 싸게 사긴 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까닭에 난 그 자전거를 지인에게 줘 버렸고, 지금은 다른 자전거를 사서 타고 있다.
자전거라면 저래도 된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그래선 안 된다. W양처럼 "그래도 그가 날 제일 잘 알고, 이런 내 모난 모습들도 받아주는 사람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상대를 만나선 안 된단 얘기다. 연애 3년의 정 때문에 다시 만났다가, 앞으로 30년을 괴로워하게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둘이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까닭에 W양이 더욱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은데, 어렵더라도 그를 다른 남자들 대하듯 대하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 지금은 일부러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고 했는데, 의식적으로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서도 W양이 덤덤해질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간 남자친구의 구속과 단속으로 인해 좁아진 W양의 대인관계부터 다시 정상화시키길 권한다. 그는 잘 먹고 잘 자며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는데, W양 혼자 과거를 곱씹으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거나 추억을 미화시키지 말길 바란다. 아닌 걸 알면서도 외롭기 때문에 다시 만나는 건 불행으로 가는 직행열차를 타는 것과 같다.
W양이 매뉴얼에 적지 말라고 부탁해서 적지 않은 상대에 대한 내용이, 위에서 말한 이야기의 3배 정도 된다. 이 이별은 W양에게 축복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지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약 그가 다시 연락을 해 온다면, 이번엔 절대 '조율'같은 걸 시도도 하지 말길 권한다. 가능하다면 아예 대답을 하지 말자. 집 앞에 찾아왔으니 잠깐만 보자고 해도 절대 나가지 말고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이런 얘긴 원래 잘 하지 않는데, W양에겐 다른 남자도 만나보길 권해주고 싶다. 상대와의 연애가 첫 연애인 까닭에 W양은 더욱 단념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괜찮은 남자를 만나면 그간 W양이 한 연애가 '고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면서까지 W양을 말렸는지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그가 ~하는 걸 봤을 때, 그의 심리는 뭘까요? ~하는 건 왜 그러는 걸까요?"
폭탄을 발견했으면, 그걸 분석하려 들지 말고 즉시 피하길 바란다. 우물쭈물 거리다 다친다.
▲ 열정적인 남자가 은이라면, 온화한 남자는 금이라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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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적미적 미루다가 돌아서면 잡는 남자,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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