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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다툼과 화해의 기억만 남은 연애, 다시 만나도 될까?

by 무한 2013. 9. 23.
다툼과 화해의 기억만 남은 연애, 다시 만날까?
그대가 명절에 찾은 친가와 외가의 분위기는 비슷했는가?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나나 내 지인들의 경우를 보면 종종 극명하게 차이가 갈리곤 한다. 한 쪽은 서로 웃으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반면, 다른 한 쪽은 일촉즉발의 상황처럼 긴장감이 감돌기 때문이다.

시집 식구들이 전부 조울증 환자인 것 같아서 적응하기 어려웠렵다고 말한 지인도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어머니와 언성을 높이다가 잠시 후 웃으며 대화를 하고, 그러다 또 누나와 싸우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정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정신분열이 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연을 보낸 W양. 그녀의 남자친구는 바로 저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드는 사람', '이상한 시댁식구들'과 비슷하다. 그는 자신만이 고귀한 것처럼 굴며 남들을 욕하다가 스스로 저주스럽게 말했던 '남들의 행동'을 자신이 하곤 한다. 또 그는 불화를 만드는 재주가 있으며, 그렇게 만든 불화를 모두 상대의 탓 때문이라고 못 박는 기술도 가지고 있다. 이쯤 되면, 그 사람이 아무리 다정해도 놓는 게 맞다.

여기다가는, 그와 다시 만나지 말길 권하는 이유들을 적어둘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세상, 혹은 타인 혐오증.


좋을 때와 그가 화해를 요청할 때 말고, 싸울 때 그가 한 말들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드러나지 않게 써 달라고 한 까닭에 그의 멘트를 전부 옮기진 못하지만, W양에게 한

"딴 놈이랑 뒹구는 거겠지."


라는 말 하나만 가지고도 충분히 남자친구가 W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아래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저건 W양이 정말 그런 행동을 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가 자신의 환상을 기반으로 만들어 낸 결론이다. 

그는 W양과 싸울 때면 '개, 쓰레기, 걸레, 미친 XX들' 등의 단어도 사용하는데, 마치 그 모습이 세상(혹은 타인) 혐오증에 걸린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말대로 W양과 지인들을 구분 지으면 아래와 같은 모양이 된다.

W양 - 순수하며 때가 타기 쉬운 존재
그 외 - 개, 쓰레기, 걸레, 미친 XX들



더 웃긴 건, 그렇다고 그가 바른생활을 하며 항상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W양을 제외한 채 1박 2일로 남녀 섞여 놀러도 가고, 왕게임 비슷한 거 하며 다른 여자와 입을 맞춘 적도 있다. W양이 회사 동료 어깨에 묻은 거 털어준 거 가지고는 조신하지 못하다며 날뛰었으면서 말이다.

평소엔 다른 사람들을 다 쓰레기처럼 논다고 말하지만, 그들이 모임에 끼워주면 좋다고 따라가서 노는 남자. 이처럼 이중 잣대를 가진 세상 혐오자는 피하는 게 답이다.


2. 배신을 기다리는 남자.


W양의 남자친구는, W양을 '순수할 것이라 믿는 여자'로 설정해 둔 채 '혐오스러운 존재'로 변하는 건 아닐까 늘 걱정한다. 더불어 그는 'W양이 사실은 순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워둔 채 계속해서 W양을 괴롭힌다.

- 넘겨짚기, 몰아가기, 상상하기, 추궁하기, 도발하기, 말 돌리기
 

등을 통해 W양을 시험하는 것이다.

W양이 궁금해 하는 '연애 시 남자친구와 나의 문제'는, 8할이 남자친구의 '배신을 기다리는 모습' 때문에 발생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간단하다. 내가 W양의 남자친구인데, W양에 대해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보자.

'W양이 나에게 얻어먹고 선물만 받아내려 날 만나고 있다.'


그러면 W양이 데이트할 때 보이는 거의 모든 모습이 내겐 '못 마땅한 모습'으로 여겨질 것이다. 함께 식당에서 밥을 다 먹고 앉아있는 걸 보며 난 '얘가 계산하기 싫어서 뜸을 들이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것이고, 내가 20만원짜리 선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10만원짜리 선물로 되갚는 걸 보며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때문에 난 만나서 W양이 뭘 먹자고 하면 "네가 사는 거야?"라고 물을 수도 있고, W양의 마음을 떠보려 "나 신발 하나 사줘."라고 말을 던질 수도 있다.

남자친구가

'난 속고 있는 거다. 얘는 거짓말에 능하고 날 가지고 노는 중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갈등이 일어나는 건 필연적이다. 착각하지 말자. 남자친구는 W양을 사랑해서 구속하고 단속하려 드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의심하고 있는 일이 금방 벌어질 것 같다고 생각해서 집착하는 것일 뿐이다.

몇 번을 수리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글자를 두 번씩 찍어내는 프린터기 때문에 내가 여전히 고생하고 있듯, W양 역시 남자친구의 '고장 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저 모습 때문에 계속 싸우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없이 증명하고 약속하고 상대의 오해를 풀어줘야만 지속될 수 있는 연애. 그걸 W양은 '치열하게 사랑했다'고 미화하는 것 같은데, 절대 그러지 말고 얼른 미련의 끈을 잘라내길 권한다.


3. 헤어진 뒤에만 나타나는 절실함.


둘은 사귀는 동안 셀 수 없이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는데, 그건 남자친구가 재회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이다. 그는 W양을 잡기 위해 집 앞으로 찾아오는 건 예사였고, W양이 독하게 마음먹었을 때에도 몇 주간 끊임없이 (W양에게서 대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일기 쓰듯 카톡을 보냈다. 다시 만나만 준다면 정말 시키는 대로 다 할 사람처럼 무릎을 꿇은 채 W양에게 애원했다.

"네가 정말 날 사랑한 게 맞다면…."


저 말 때문에 둘은 참 지겹게도 여러 번 재회를 했다. 사랑한 게 맞다면 전화 좀 받아, 사랑한 게 맞다면 제발 좀 보자, 사랑한 게 맞다면 다시 한 번만 기회를 줘….

W양의 잘못이 뭐냐고 묻는다면, 난 '아닌 걸 알면서도 너무 오래 만난 것'이라고 대답해 주고 싶다. 평소 가부장적이고 다혈질인 남자친구는, 헤어졌을 때 그 에너지를 애원과 사과에 쏟는다. 때문에 누구보다 절실하게 매달리며 재회를 요청하는 그의 모습만 보며, W양은 '이 남자,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라는 착각을 하고 만 것이다. 또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이별 후 그가 비굴하게까지 굴며 매달리는 걸 W양도 살짝 즐긴 듯 보인다. 퉁명스럽게 대할수록 그가 더 납작 엎드렸기에 W양은 여지를 남겨둔 채 그를 더욱 애타게 만들기도 했다.

몇 년 전 내가 자전거를 구입했을 때가 떠오른다. 당시 중고 자전거를 구입하기 위해 판매자와 만났다. 난 당연히 사이트에 올려진 사진 그대로의 자전거일 거라 생각했는데, 자전거는 형편없이 낡아 있었다. 자전거가 좀 다른 것 같다고 내가 말하자, 판매자는 "그건 구입 직후에 찍어 두었던 사진."이라고 답했다. 거기서 발길을 돌려 그냥 돌아왔어야 했는데, 그땐 왜 그랬는지 나간 김에 적당히 가격을 조율해 그냥 사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판매자 역시 거기서 자전거를 판매하지 않으면 집에 다시 들러야 하는 까닭에 다음 약속에 늦을 수 있기에 가격을 조율해 주기로 했다. 싸게 사긴 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까닭에 난 그 자전거를 지인에게 줘 버렸고, 지금은 다른 자전거를 사서 타고 있다. 

자전거라면 저래도 된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그래선 안 된다. W양처럼 "그래도 그가 날 제일 잘 알고, 이런 내 모난 모습들도 받아주는 사람이니까."라는 생각으로 상대를 만나선 안 된단 얘기다. 연애 3년의 정 때문에 다시 만났다가, 앞으로 30년을 괴로워하게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둘이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까닭에 W양이 더욱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은데, 어렵더라도 그를 다른 남자들 대하듯 대하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다. 지금은 일부러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고 했는데, 의식적으로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서도 W양이 덤덤해질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간 남자친구의 구속과 단속으로 인해 좁아진 W양의 대인관계부터 다시 정상화시키길 권한다. 그는 잘 먹고 잘 자며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는데, W양 혼자 과거를 곱씹으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거나 추억을 미화시키지 말길 바란다. 아닌 걸 알면서도 외롭기 때문에 다시 만나는 건 불행으로 가는 직행열차를 타는 것과 같다.

W양이 매뉴얼에 적지 말라고 부탁해서 적지 않은 상대에 대한 내용이, 위에서 말한 이야기의 3배 정도 된다. 이 이별은 W양에게 축복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지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약 그가 다시 연락을 해 온다면, 이번엔 절대 '조율'같은 걸 시도도 하지 말길 권한다. 가능하다면 아예 대답을 하지 말자. 집 앞에 찾아왔으니 잠깐만 보자고 해도 절대 나가지 말고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이런 얘긴 원래 잘 하지 않는데, W양에겐 다른 남자도 만나보길 권해주고 싶다. 상대와의 연애가 첫 연애인 까닭에 W양은 더욱 단념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괜찮은 남자를 만나면 그간 W양이 한 연애가 '고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면서까지 W양을 말렸는지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그가 ~하는 걸 봤을 때, 그의 심리는 뭘까요? ~하는 건 왜 그러는 걸까요?"


폭탄을 발견했으면, 그걸 분석하려 들지 말고 즉시 피하길 바란다. 우물쭈물 거리다 다친다.




▲ 열정적인 남자가 은이라면, 온화한 남자는 금이라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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