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로 괴롭히는 구남친 때문에 혼란스러운 여자
전에 한 번 이야기 한 적 있는 '일방통행'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일방통행로에 반대로 진입한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싸우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대화문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일방통행이야 확실하게 정해져 있으니 잘잘못을 가리기 쉽지만, 위와 같은 갈등이 도로가 아닌 인간관계 위에서 벌어지면, 잘잘못의 비율을 떠나 '말 잘 못하는 쪽'이나 '더 사랑하는 쪽'이 지게 된다.
오늘 사연의 주인공인 L양은, 위의 대화에서 '아저씨'의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L양은 "제가 왜 빼는데요?"라고 말하지 못한다. 구남친이
라고 얘기하면, 멘붕을 경험하며 '정말 나한테 문제가 있나?'하는 고민만을 할 뿐이다. 카톡대화와 상황, 만남의 과정을 전부를 각색해달라는 L양의 요청 때문에 그냥 다음 사연으로 넘기려고 하다가, 그냥 두면 계속 휘둘릴 것 같아서 발행하기로 했다. 최대한 각색은 하겠지만 저 세 가지를 다 각색하면 '다른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가 되어 버릴 수 있으니, 카톡 대화 일부분을 인용하는 건 L양도 좀 양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출발해 보자.
구남친과 관련해 여자가 맞이할 수 있는 가장 비극적인 결말은, 구남친의 무용담이나 썸 타는 여자에 대한 얘기, 성(性)과 관련된 노골적인 얘기들을 들어주며 그가 부를 때마다 나가는 것이다.
보통 저런 태도를 보이는 구남친들의 레퍼토리는 비슷비슷하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슬쩍슬쩍 간 보며 누울 자리 찾는 모습이라고 할까. 구남친이 연락해서 저런 얘기들을 하면 단호하게
정도의 얘기를 해주는 게 맞다. L양 구남친의 경우 "올라가면 혼자 숙박해야 하는데, 혼자 자는 거 싫다. 그냥 안 올라갈래."하며 대놓고 간보고 있지 않은가. 솔직한 얘기를 하는 척 '몸 정' 어쩌고 하면서 계속 L양을 떠보고 있는 것도 확실하게 보이고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L양은 저걸 못 본다. 단호하게 한 마디 해주긴커녕, 떡밥을 덥석덥석 물어가며 열심히 리액션 해주고 있다. 어느 부분에선 한 술 더 떠 구남친의 장단까지 맞춰주면서.
대화의 절반가량이 낯 뜨거운 얘기다. 술집에 갔다가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와 갈등이 있었다는 구남친의 얘기를, 오늘날 이 시점에 L양은 꼭 들어주고 있어야 할까? 그걸 고민이랍시고 털어 놓는 남자와 거기에 조언이랍시고 그 여자 흉을 같이 봐 주고 있는 여자. 욕구가 쌓여서 아무 여자나 만나겠다는 남자와 그래선 안 된다고 말해주고 있는 여자. 이게 지금 내게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다.
궤변을 사용하면, 내가 나쁜 짓을 했어도 얼마든지 나를 정당화 하며 남을 바보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가정해 보자. 그대와 나는 연인사이다. 그런데 저녁을 함께 먹기로 하곤 내가 잠이 들어 그대를 바람 맞혔다. 그 문제로 인해 벌어진 갈등에 궤변을 사용하면 아래와 같은 대화를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합리화를 하는 경향이 있기에 '전혀 저런 말을 하지 않는 사람'과 만나라는 얘기는 하지 못하겠다. 실제로 이쪽에선 발을 밟는 것 정도의 실수를 한 것뿐인데, 상대가 복수하겠다며 차를 몰고 와 치듯이 행동하는 경우도 있기에 '내가 상대를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몰아붙인 것은 아닌가?'하는 것을 돌아볼 필요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이해를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강요'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스스로를 정당화 하며 남을 바보로 만들거나 저주에 가까운 말을 하는 사람과는 되도록 멀리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언젠가 어느 여학생을 살해한 한 범죄자가
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L양의 구남친에게서도 '자신이 했던 짓'에 대해 무감각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마음대로 연애의 재생과 일시정지를 누르며 다른 여자를 만났던 건 누구인가? 외롭고 심심할 때 연락했다가 다른 사람에게 흥미를 느끼면 잠수를 탔던 건 누구인가? 연락해서 성적으로 노골적인 얘기를 한 건 누구인가? 전부 구남친이다. 그래놓고는
따위의 이야기를 한다. L양에겐 미안하지만, 구남친이 L양을 얼마나 만만하게 봤으면 저런 궤변을 늘어 놓으며 휘두르려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구남친이 늘어놓았다는 독설은 '상대에게 선입금을 요구하는 사기꾼의 궤변'에 불과하니 L양은 아무 걱정도 하지 말길 바란다.
상대의 헛소리까지 다 들어주고 앉아 있기엔 우리의 인생이 너무 짧다. 헛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 굳이 헛소리 하는 사람을 마주하며 계속 대화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만약 썸남이 그대에게
라고 이야기 한다면, 거기에 대고
하며 대꾸하지 말고, 그냥 그가 가던 길 계속 갈 수 있게 침묵으로 배웅해 주자. 저런 얘기 꺼낼 일 없이 주말에 영화 보러 가자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도 많다. 게다가 저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생각의 조율'을 목적으로 두기보다, '가능성 떠보기'를 목적으로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 말은,
라는 얘기일 뿐이라는 거다. L양의 사연에도 구남친의 저런 '떠보기'가 몇 번이나 등장하는데, 앞서 말했듯 L양은 그 얘기에 전부 진지하게 대답한다. 또 아직 구남친에게 마음이 있기에, 혹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라고 말했다가 그와 멀어지게 될까 두려워 "나중에는 몰라도 지금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하는 식으로 미지근하게 대답할 뿐이다.
내가 L양의 카톡대화 중 최고로 치는 명장면은 아래와 같다.
진심으로 서운함을 느껴서 한 소리가 아니라 그냥 어떻게든 L양을 탓하려고 막 갖다 붙이는 말이니, 결국 앞뒤가 안 맞는 거다. L양을 나쁜 사람 만들어 사과하도록 만든 뒤, 자신이 원하는 걸 L양에게 요구하려는 남자. 대답해 줄 가치도 없는 말에, 대꾸해주느라 아까운 청춘을 낭비하지 말자.
상대의 '행동'을 통해서 구분하는 보다 쉬운 방법도 있다.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남자는, 여자가 자신의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저주에 가까운 말들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전 그 상품 필요 없어요."라고 말했을 때 텔레마케터의 목소리 톤이 바뀌는 것과 비슷한 거니 신경 쓰지 말길 권한다.(중간에 말 자르기 힘들어 상품 설명 오래 듣다가 듣고 나서 안 산다고 하면, 텔레마케터가 신경질이나 짜증을 내는 경우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재회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아니고, 지난 일들에 대한 사과를 명확하게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나타나 다정하게 굴며 안부 묻고 챙기다가 저런 말을 하는 남자. 만나기로 약속 한 날에 약속장소로 가며 여자가 집에 들어갈 거라고 하자, 오지 말라며 돌려보내는 남자. 그런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거기서 "응, 나도."하고 있지 말고, 어머니께 등짝 한 번 시원하게 때려달라고 요청하길 바란다. 애정이 담긴 등짝 스매싱 한 대 맞고 정신차리길!
▲ 마지막 떡밥 "진심으로 좋아했었다. 미안하다. 잘 지내라."도 물지 마세요.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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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한 번 이야기 한 적 있는 '일방통행'이야기를 기억하는가? 일방통행로에 반대로 진입한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싸우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대화문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아줌마 - (역주행하며) 차 조금만 옆으로 빼 줘요.
아저씨 - 여기 일방통행이에요.
아줌마 - 알았으니까 조금만 빼 줘요.
아저씨 - 제가 왜 빼는데요?
아줌마 - 거기에서 조금만 빼면 되는데 왜 그래요?
아저씨 - 아니, 보세요. 여기는 일방통행이라고요. 저기 진입금지 쓰여 있잖아요.
아줌마 - 아 알았어. 이 신발놈아.
아저씨 - 뭐라고?
아저씨 - 여기 일방통행이에요.
아줌마 - 알았으니까 조금만 빼 줘요.
아저씨 - 제가 왜 빼는데요?
아줌마 - 거기에서 조금만 빼면 되는데 왜 그래요?
아저씨 - 아니, 보세요. 여기는 일방통행이라고요. 저기 진입금지 쓰여 있잖아요.
아줌마 - 아 알았어. 이 신발놈아.
아저씨 - 뭐라고?
일방통행이야 확실하게 정해져 있으니 잘잘못을 가리기 쉽지만, 위와 같은 갈등이 도로가 아닌 인간관계 위에서 벌어지면, 잘잘못의 비율을 떠나 '말 잘 못하는 쪽'이나 '더 사랑하는 쪽'이 지게 된다.
오늘 사연의 주인공인 L양은, 위의 대화에서 '아저씨'의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L양은 "제가 왜 빼는데요?"라고 말하지 못한다. 구남친이
"거기에서 조금만 빼면 되는데 대체 왜 그래?
넌 진짜 사람 사귈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애야.
네가 날 진심으로 생각하면 양보해 줄 수 있는 거 아냐?
그게 그렇게 어려워? 그게 정말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야?"
넌 진짜 사람 사귈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애야.
네가 날 진심으로 생각하면 양보해 줄 수 있는 거 아냐?
그게 그렇게 어려워? 그게 정말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야?"
라고 얘기하면, 멘붕을 경험하며 '정말 나한테 문제가 있나?'하는 고민만을 할 뿐이다. 카톡대화와 상황, 만남의 과정을 전부를 각색해달라는 L양의 요청 때문에 그냥 다음 사연으로 넘기려고 하다가, 그냥 두면 계속 휘둘릴 것 같아서 발행하기로 했다. 최대한 각색은 하겠지만 저 세 가지를 다 각색하면 '다른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가 되어 버릴 수 있으니, 카톡 대화 일부분을 인용하는 건 L양도 좀 양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출발해 보자.
1. 마음은 멀고, 몸은 가깝고.
구남친과 관련해 여자가 맞이할 수 있는 가장 비극적인 결말은, 구남친의 무용담이나 썸 타는 여자에 대한 얘기, 성(性)과 관련된 노골적인 얘기들을 들어주며 그가 부를 때마다 나가는 것이다.
보통 저런 태도를 보이는 구남친들의 레퍼토리는 비슷비슷하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 친구 결혼식에 갔는데, 어떤 여자가 나에게 들이댔다.
ⓑ 내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가 달려들어서, 뿌리치고 나왔다.
ⓒ 가끔 우리가 하던 일(스킨십과 관련된 일들)이 생각난다. 너는 어떠냐.
ⓓ 이젠 여자 만나는 것도 지겹고, 성(性)과 관련해서도 의욕이 없다.
ⓔ 널 만나면 솔직히 내가 사귈 때처럼 행동할 것 같아서 자신이 없다.
ⓑ 내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가 달려들어서, 뿌리치고 나왔다.
ⓒ 가끔 우리가 하던 일(스킨십과 관련된 일들)이 생각난다. 너는 어떠냐.
ⓓ 이젠 여자 만나는 것도 지겹고, 성(性)과 관련해서도 의욕이 없다.
ⓔ 널 만나면 솔직히 내가 사귈 때처럼 행동할 것 같아서 자신이 없다.
슬쩍슬쩍 간 보며 누울 자리 찾는 모습이라고 할까. 구남친이 연락해서 저런 얘기들을 하면 단호하게
"넌 매번 그런 얘기들만 하네?
그거 말고는 할 말도 없고 관심도 없는 사람처럼 보여.
널 막장으로 기억하지 않게 좀 도와주라.
그나마 남아 있는 좋은 기억마저 얼룩지지 않게."
그거 말고는 할 말도 없고 관심도 없는 사람처럼 보여.
널 막장으로 기억하지 않게 좀 도와주라.
그나마 남아 있는 좋은 기억마저 얼룩지지 않게."
정도의 얘기를 해주는 게 맞다. L양 구남친의 경우 "올라가면 혼자 숙박해야 하는데, 혼자 자는 거 싫다. 그냥 안 올라갈래."하며 대놓고 간보고 있지 않은가. 솔직한 얘기를 하는 척 '몸 정' 어쩌고 하면서 계속 L양을 떠보고 있는 것도 확실하게 보이고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L양은 저걸 못 본다. 단호하게 한 마디 해주긴커녕, 떡밥을 덥석덥석 물어가며 열심히 리액션 해주고 있다. 어느 부분에선 한 술 더 떠 구남친의 장단까지 맞춰주면서.
대화의 절반가량이 낯 뜨거운 얘기다. 술집에 갔다가 술집에서 일하는 여자와 갈등이 있었다는 구남친의 얘기를, 오늘날 이 시점에 L양은 꼭 들어주고 있어야 할까? 그걸 고민이랍시고 털어 놓는 남자와 거기에 조언이랍시고 그 여자 흉을 같이 봐 주고 있는 여자. 욕구가 쌓여서 아무 여자나 만나겠다는 남자와 그래선 안 된다고 말해주고 있는 여자. 이게 지금 내게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이다.
2. 궤변으로 나쁜 사람 만들기.
궤변을 사용하면, 내가 나쁜 짓을 했어도 얼마든지 나를 정당화 하며 남을 바보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가정해 보자. 그대와 나는 연인사이다. 그런데 저녁을 함께 먹기로 하곤 내가 잠이 들어 그대를 바람 맞혔다. 그 문제로 인해 벌어진 갈등에 궤변을 사용하면 아래와 같은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대 - 앞으로 다시는 약속 잡지 말자. 넌 늘 그렇게 네 사정에 따라 약속을 어기니까.
나 - 어제 일은 미안해. 진짜 너무 피곤해서 알람 소리도 못 들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다시는'이라고 까지 말하는 건 좀 그런 것 같다.
그대 - 지금 이런 일이 한두 번 일어난 거야?
나 - 전부 다 사정이 있어서 그랬던 거고, 내가 사과도 했잖아.
내가 일부러 다른 짓 하고 있으면서 안 나갔던 거야? 그런 거 아니잖아.
나도 너랑 할 말이 있고 또 만나고 싶었기에 약속을 잡았다가,
진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잠이 들어서 어기게 된 거잖아.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랬을까'하며 이해해 줄 순 없는 거야?
넌 내 걱정을 한 번이라도 해준 적 있어?
내가 보기에 넌 그냥 만나려다 못 만나게 되서 열이 받은 것 같아 보여.
그걸 나에게 풀려고 극단적인 말까지 하면서 화내는 것 같아 보이고.
지금 네 행동에 나에 대한 배려는 있는 거야?
그대 - 네가 약속을 지켰으면 이렇게 대화를 나눌 일도 없었을 텐데?
나 - 진짜 넌 무조건 네 생각만 맞다고 여기는 구나.
그래.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무슨 대화가 더 필요 있겠어.
네 말이 다 맞고, 네가 바라는 대로 앞으로 다신 약속 잡지 말자.
그런데 이거 하나는 알아뒀으면 좋겠다.
너처럼 이해심이라고는 전혀 없고, 오로지 네 생각만 맞다고 우기면
세상사람 그 누구와도 진짜로 가까워질 순 없을 거야.
넌 누가 조율을 하려고 해도, 오로지 네 생각으로 꽉 차서
그냥 네가 한 번 아니라고 생각한 건 절대 아니라고만 생각하는 애 같다.
나 - 어제 일은 미안해. 진짜 너무 피곤해서 알람 소리도 못 들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다시는'이라고 까지 말하는 건 좀 그런 것 같다.
그대 - 지금 이런 일이 한두 번 일어난 거야?
나 - 전부 다 사정이 있어서 그랬던 거고, 내가 사과도 했잖아.
내가 일부러 다른 짓 하고 있으면서 안 나갔던 거야? 그런 거 아니잖아.
나도 너랑 할 말이 있고 또 만나고 싶었기에 약속을 잡았다가,
진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잠이 들어서 어기게 된 거잖아.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랬을까'하며 이해해 줄 순 없는 거야?
넌 내 걱정을 한 번이라도 해준 적 있어?
내가 보기에 넌 그냥 만나려다 못 만나게 되서 열이 받은 것 같아 보여.
그걸 나에게 풀려고 극단적인 말까지 하면서 화내는 것 같아 보이고.
지금 네 행동에 나에 대한 배려는 있는 거야?
그대 - 네가 약속을 지켰으면 이렇게 대화를 나눌 일도 없었을 텐데?
나 - 진짜 넌 무조건 네 생각만 맞다고 여기는 구나.
그래.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무슨 대화가 더 필요 있겠어.
네 말이 다 맞고, 네가 바라는 대로 앞으로 다신 약속 잡지 말자.
그런데 이거 하나는 알아뒀으면 좋겠다.
너처럼 이해심이라고는 전혀 없고, 오로지 네 생각만 맞다고 우기면
세상사람 그 누구와도 진짜로 가까워질 순 없을 거야.
넌 누가 조율을 하려고 해도, 오로지 네 생각으로 꽉 차서
그냥 네가 한 번 아니라고 생각한 건 절대 아니라고만 생각하는 애 같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합리화를 하는 경향이 있기에 '전혀 저런 말을 하지 않는 사람'과 만나라는 얘기는 하지 못하겠다. 실제로 이쪽에선 발을 밟는 것 정도의 실수를 한 것뿐인데, 상대가 복수하겠다며 차를 몰고 와 치듯이 행동하는 경우도 있기에 '내가 상대를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몰아붙인 것은 아닌가?'하는 것을 돌아볼 필요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이해를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강요'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스스로를 정당화 하며 남을 바보로 만들거나 저주에 가까운 말을 하는 사람과는 되도록 멀리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언젠가 어느 여학생을 살해한 한 범죄자가
"걔를 죽인 건 내 잘못이라는 걸 인정해요.
하지만 걔는 이미 죽었잖아요.
걔는 죽었는데 내가 여기서(감옥) 이러고 있는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하지만 걔는 이미 죽었잖아요.
걔는 죽었는데 내가 여기서(감옥) 이러고 있는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L양의 구남친에게서도 '자신이 했던 짓'에 대해 무감각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마음대로 연애의 재생과 일시정지를 누르며 다른 여자를 만났던 건 누구인가? 외롭고 심심할 때 연락했다가 다른 사람에게 흥미를 느끼면 잠수를 탔던 건 누구인가? 연락해서 성적으로 노골적인 얘기를 한 건 누구인가? 전부 구남친이다. 그래놓고는
"너는 날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옆에서 날 위로해줄 수는 없는 거냐?"
"넌 네가 힘들 때 기댈 사람만 필요하지, 위로가 될 줄 마음은 없는 것 같다."
"너는 내가 원하는 걸 해준 적이 없다."
"그냥 옆에서 날 위로해줄 수는 없는 거냐?"
"넌 네가 힘들 때 기댈 사람만 필요하지, 위로가 될 줄 마음은 없는 것 같다."
"너는 내가 원하는 걸 해준 적이 없다."
따위의 이야기를 한다. L양에겐 미안하지만, 구남친이 L양을 얼마나 만만하게 봤으면 저런 궤변을 늘어 놓으며 휘두르려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구남친이 늘어놓았다는 독설은 '상대에게 선입금을 요구하는 사기꾼의 궤변'에 불과하니 L양은 아무 걱정도 하지 말길 바란다.
3. 헛소리엔 대꾸하지 말자.
상대의 헛소리까지 다 들어주고 앉아 있기엔 우리의 인생이 너무 짧다. 헛소리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은데, 굳이 헛소리 하는 사람을 마주하며 계속 대화하고 있어야 하는 건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만약 썸남이 그대에게
"나는 꼭 사귀어야만 스킨십을 할 수 있다는 게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해.
서로 그 순간에 마음이 맞고 원하는 게 같다면, 굳이 감정을 억제할 필요는 없잖아.
사귄다는 건 그냥 형식적인 것일 뿐인데 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
서로 그 순간에 마음이 맞고 원하는 게 같다면, 굳이 감정을 억제할 필요는 없잖아.
사귄다는 건 그냥 형식적인 것일 뿐인데 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
라고 이야기 한다면, 거기에 대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사귄다는 것은 어쩌고저쩌고…."
하며 대꾸하지 말고, 그냥 그가 가던 길 계속 갈 수 있게 침묵으로 배웅해 주자. 저런 얘기 꺼낼 일 없이 주말에 영화 보러 가자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도 많다. 게다가 저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생각의 조율'을 목적으로 두기보다, '가능성 떠보기'를 목적으로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 말은,
"난 너랑 사귀지 않지만 스킨십 하는 사이로 지내고 싶다."
라는 얘기일 뿐이라는 거다. L양의 사연에도 구남친의 저런 '떠보기'가 몇 번이나 등장하는데, 앞서 말했듯 L양은 그 얘기에 전부 진지하게 대답한다. 또 아직 구남친에게 마음이 있기에, 혹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라고 말했다가 그와 멀어지게 될까 두려워 "나중에는 몰라도 지금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하는 식으로 미지근하게 대답할 뿐이다.
내가 L양의 카톡대화 중 최고로 치는 명장면은 아래와 같다.
구남친 - 난 네가 나에게 신경 써 줄 줄 알았다.
그런데 넌 "오늘은 좀 어때?"라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L양 - 난 계속 물었었는데? 몇 번이나 물어봤어.
구남친 - 확실하냐?
L양 - 어.
그런데 넌 "오늘은 좀 어때?"라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L양 - 난 계속 물었었는데? 몇 번이나 물어봤어.
구남친 - 확실하냐?
L양 - 어.
진심으로 서운함을 느껴서 한 소리가 아니라 그냥 어떻게든 L양을 탓하려고 막 갖다 붙이는 말이니, 결국 앞뒤가 안 맞는 거다. L양을 나쁜 사람 만들어 사과하도록 만든 뒤, 자신이 원하는 걸 L양에게 요구하려는 남자. 대답해 줄 가치도 없는 말에, 대꾸해주느라 아까운 청춘을 낭비하지 말자.
상대의 '행동'을 통해서 구분하는 보다 쉬운 방법도 있다.
ⓐ 밤을 함께 보내겠다는 약속을 받기 전엔 움직이지 않는 상대.
(당일에 만나고 12시까지 들어가야 한다고 하면, 상대는 약속을 미룬다.)
ⓑ 오랜만의 만남 대해 거창하게 말하지만, 만나보면 결론은 모텔인 상대.
ⓒ 거리가 있을 경우, 보고 싶다고 말하지만 찾아오진 않고 오라고 말하는 상대.
(당일에 만나고 12시까지 들어가야 한다고 하면, 상대는 약속을 미룬다.)
ⓑ 오랜만의 만남 대해 거창하게 말하지만, 만나보면 결론은 모텔인 상대.
ⓒ 거리가 있을 경우, 보고 싶다고 말하지만 찾아오진 않고 오라고 말하는 상대.
위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남자는, 여자가 자신의 제안에 응하지 않으면 저주에 가까운 말들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전 그 상품 필요 없어요."라고 말했을 때 텔레마케터의 목소리 톤이 바뀌는 것과 비슷한 거니 신경 쓰지 말길 권한다.(중간에 말 자르기 힘들어 상품 설명 오래 듣다가 듣고 나서 안 산다고 하면, 텔레마케터가 신경질이나 짜증을 내는 경우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 걱정 없이 그냥 너랑 같이 뒹굴뒹굴 하고 싶다."
재회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아니고, 지난 일들에 대한 사과를 명확하게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나타나 다정하게 굴며 안부 묻고 챙기다가 저런 말을 하는 남자. 만나기로 약속 한 날에 약속장소로 가며 여자가 집에 들어갈 거라고 하자, 오지 말라며 돌려보내는 남자. 그런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거기서 "응, 나도."하고 있지 말고, 어머니께 등짝 한 번 시원하게 때려달라고 요청하길 바란다. 애정이 담긴 등짝 스매싱 한 대 맞고 정신차리길!
▲ 마지막 떡밥 "진심으로 좋아했었다. 미안하다. 잘 지내라."도 물지 마세요.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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