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연애는 시작했는데 여전히 어색한 커플, 문제는?

by 무한 2013. 10. 14.
연애는 시작했는데 여전히 어색한 커플, 문제는?
난 사연을 보낸 Y씨보다, Y씨의 여자친구에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남자친구의 의미는 매우 작다. 그녀는 친구들과

너 남자친구 있어? -> 어.
만나면 주로 뭐 해? -> 영화 봐.
최근에 본 영화가 뭐야? -> <컨**>
남자친구 만나느라 바쁘겠네? -> 어.



정도의 대화를 나누곤, Y씨를 만나 "오빠 우리 내일 화* 봐요."라는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영화를 본 후엔 또 친구들을 만나,

어제도 만났어? -> 어.
뭐 했어? -> <화*> 봤어.



라는 대화를 나눌 것 같다. Y씨와 사귄다기보다는, 그녀가 Y씨를 남자친구로 고용한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둘이 적게 만나는 건 아니다. 한 주에 세 번은 본다. 사귄지 며칠 안 된 커플도 아니다. 거리감을 둔 채긴 하지만 둘은 지금까지 대략 100일 정도를 만나왔다.

분명 사귀고는 있지만 동아리 선후배 정도의 친근함 밖에 들지 않는 관계. 간격을 더 좁히기 위해 Y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는지 함께 살펴보자.


1. 배려의 과유불급.


여자친구가 회식을 하거나 친구들과 만날 때,

"몇 시에 끝나? 아직도 거기야? 언제 나올 거야? 내가 그쪽으로 갈까? 자리가 바뀌면 전화해 달라고 했잖아.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몇 시까지 놀려고? 아직도 안 끝난 거야? 친구 누구누구 남았는데? 술 얼마나 마셨어? 걔들은 내일 출근 안 한대? 지금 두 시가 다 되어가잖아."


라며 불안·초조해 하는 남성대원들에게, 나는 매뉴얼을 통해

"그럴 땐 그녀가 모임에 집중할 수 있게 배려 좀 해주세요.
너무 움켜쥐려고만 하면, 그녀는 숨 쉬기 힘든 답답함을 느끼고 말 겁니다."



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넌 무조건 내 감시망 안에 있어야 해."라며 여자친구를 묶어두려는 남성대원들에게 한 이야기다.

그런데 여자친구에게 집착하는 편이 아니었던 Y씨가, 저 이야기를 듣고 오해한 것 같다. 어떠한 경우라도 여자친구가 하는 일에 참견하거나 간섭하지 말라는 뜻으로 말이다. 그래서 Y씨는 여자친구가 친구와 술을 마신다고 하면 즐거운 시간 보내라는 대답 정도만 하고, 여자친구가 술을 마시다가 연락하면 "나 신경 쓰지 말고, 모임에 집중해."따위의 이야기를 한다. 나아가 "그럼 친구랑 놀다 들어가."라며 권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걸 "A일 땐 풀어주시고, B일 땐 어느 정도 당기세요."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 없기에 좀 난감하다. Y씨의 경우라면 "그럼 자리 파하고 같이 들어갈까?" 정도의 말을 해도 괜찮으며, 여자친구가 지인들을 만나고 있다가 연락을 해 오면 굳이 서둘러 대화를 마치려 하지 말고 어느 정도 이어가도 문제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여자친구의 모임이 길어지는 것 같으면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묻는 것 정도의 연락도 괜찮고 말이다. 실망했다는 걸 목소리에 덕지덕지 바른다든가, 술자리에 오래 있어서 짜증난다는 뉘앙스로 말하는 게 아니라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부분에서 "내가 방해가 되지 않게 빠져줄게."라고 말할 거라면, 양보하는 김에 아예 헤어져 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 지나친 배려는 방목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2. '좋은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


중학생 조카와 둘이 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어느 날 조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한다. 질풍노도에 접어든 아이답게, 조카는 학교에서 배우는 게 없으며 자신은 사업을 해서 지금부터 돈을 벌고 싶다고 말한다. Y씨는 조카에게 무슨 말을 해 주겠는가?(여기서 조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는 건, 특별히 학업 외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저 학교에 다니는 것 자체가 싫은 경우라고 한정하자.)

분명 조카를 설득하려 애쓸 것이라 생각한다. 현재 조카 본인에게 사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자본과 아이디어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학창시절의 경험에 대해서도 말해주며, 냉혹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해 줄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그래. 네가 그러고 싶다고 하니, 자퇴서에 사인해 주마."


라며 맹목적으로 조카의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좋은 삼촌'일까?

양해를 구하고 말하자면, 사연과 카톡대화를 봤을 때 Y씨의 여자친구는 '술자리-잠-숙취-데이트'의 패턴으로 삶을 살고 있다. 그럼 그 패턴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Y씨가, 여자친구 삶의 패턴이 바뀔 수 있게 리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녀가 에피쿠로스의 정신으로 사느라 그런 거라면 이 얘기는 보편에 기댄 폭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어제의 삶'을 오늘 후회하거나, 그것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이기에 이렇게 얘기했다는 것을 밝힌다.)

잔소리를 하란 얘기가 아니다. 개인적으론 지금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만 제공해 줄 수 있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내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공쥬님(여자친구)이 폰카로 찍은 사진들이 훌륭하기에 DSLR 사용법을 함께 공부했다. 측광이나 심도표현, 셔터스피드 조절 등을 보다 정밀하게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접사나 별의 일주사진도 함께 찍으러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나 역시 공쥬님의 영향으로 인해 새로 배우게 된 것들도 있고 말이다. 

여자친구가 술 좋아하니까 술, 사람 좋아하니까 술자리, 피곤할 테니까 잠, 배고플 테니까 밥, 이런 것들만 권하지 말고, 패턴이 변할 수 있는 계기를 여자친구에게 마련해줘 보길 권한다. 지금처럼 겨우 여자친구의 그 패턴 안에 들어가기 위해

"오늘은 친구 생일이라 안 돼? 그럼 내일 만날까?"


하고 있으면, 늘 여자친구의 뒤만 쫓아다니는 모양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3. 몰라. 알 수가 없어.


Y씨가 여자친구의 휴무일을 모르고 있는 부분에서 난 할 말을 잃었다. 둘이 사귀고는 있는데 안 친한가? 휴무뿐만 아니라 한 주의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지도 자세히 모르는 것 같다.

Y씨 - 오늘 약속 있나?
여친 - 네. 친구 생일이라서요.
Y씨 - 아 그래. ㅋㅋㅋ



위의 대화는 소개팅 애프터 정도로 만나는 두 사람이, '당일약속'을 잡으려다가 엎어지는 상황에나 어울리는 대화다. 하나 더 보자.

Y씨 - 오늘은 다른 약속 잡지 마~
여친 - 네 ㅋ 뭐 할 거예요?
Y씨 - 한 잔 할까? 주꾸미에다가~
여친 - 저 속이 안 좋아서 술은 좀 ㅠ.ㅠ
Y씨 - ㅋㅋ 뭐 다른 거 하고픈 거 있나?
Y씨 - 암튼 퇴근하면 전화해.
여친 - 넹ㅋ



이거 무슨 하루살이의 연애도 아니고, 매번 저런 식으로 만나서 밥 사고 술 사고 커피 사면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까?

"아직도 어색하고 먼 느낌이 들어서,
최근에 제가 서로 표현을 좀 더 하자고 얘기를 했습니다."



표현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 둘의 상황이

Y군 - 환절기라 목이랑 코랑 간질간질하고 죽겠다. ㅠ
Y군 - 약 사먹어야지. 코로 숨을 못 쉴 정도야.
여친 - 심하네요. 병원가용...
Y군 - 응. 그래야겠어.ㅋㅋㅋ



딱 저 정도밖에 안 되는데, 마음에도 없는 사랑표현 억지로 한다고 둘의 사이가 가까워지겠는가.

우선 말부터 놓자. 한 쪽은 계속 이래라 저래라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네 아니요 하고 있으니까 무슨 학교 선후배의 카톡 보는 것 같다. 그 다음으로는 서로 대화를 하자. 이번 주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지,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캐릭터는 어떤지, 어느 친구와 가장 친한지, 친구 그룹은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친구들과 놀 때는 주로 뭘 하고 노는지, 가보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팬클럽 활동을 해본 적 있는지, 학창시절엔 어땠는지, 어떻게 그 전공을 선택하게 된 건지, 지금의 직장에 만족하는지, 어렸을 적 장래희망이 무엇이었는지…. 둘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하나 걱정되는 건, Y씨가 저 말을 듣고 또 여자친구 앉혀놓은 채 심문을 할 것 같다는 점이다. 절대 저걸 두고

"우리가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그동안 어색했던 것 같아.
그러니까 지금부터 하나씩 알아가 보자. 제일 친한 친구가 누구야? 아, 말 놓고 대답해."



라는 대화를 하려 들진 말길 권한다. 이야기가 나왔을 때 자연스럽게 물으면 되는 거다. 저 위에서 말한 '친구 생일'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아 그래. ㅋㅋㅋ"로 끝낼 게 아니라, 생일을 맞은 그 친구가 친한 친구인지, 또는 언제부터 알고 지낸 친구 인지를 물어보면 되는 거다.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계속 지금처럼 만난다면, 십 년이 지나도 "여자친구의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은?"이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연애에만 관심 갖지 말고, 여자친구라는 사람 그 자체에 관심을 가져보자.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Y씨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그대로만 하면 어색함과 거리감을 지울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본다면, "그게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라는 대답 밖에 못 해줄 것 같다. 서두에서 말했듯 난 근본적인 문제는 Y씨 여자친구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명 연애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여자에게 아무 애정도 느껴지지 않는 사연은 처음이다. Y씨는 이걸 두고 "여자친구가 무뚝뚝한 편."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보기엔 무뚝뚝하다기보다는 Y씨에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라서 침묵하는 것과, 관심이 없어서 별 말을 안 하는 건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너무 솔직히 말한 것 같아서 Y씨에게 미안하다.)

여자친구가 가지고 있는 '남자친구상'이 '나에게 열정적으로 잘 해주는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누군가 열정적으로 애정을 내밀면 받긴 하는데, 자신의 애정을 줄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유형의 사람이라고 해도 보통 '의무적 리액션'은 해주기 마련인데, Y씨의 여자친구는 그런 수고조차 하지 않기에 좀 당황스럽다. 연인이 아니라 학교 동기라고 해도 상대의 어머님이 아프시다고 하면, 나중에라도 다시 한 번 "어머님은 좀 괜찮아지셨어?"라고 묻기 마련인데 Y씨의 여자친구는 묻지 않는다. 누구랑 술 마시러 간다는 얘기는 잘 하면서 말이다. 

현재 상황에선 '여자친구의 동료 직원'보다 여자친구와 친해지려 노력하는 게 Y씨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동료 직원과 술 약속이 잡히면 Y씨가 2순위로 밀려나는 상황부터 바꿔 보길 권한다. 그러기 위해선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 '여자친구를 위한 연애'를 하려는 Y씨의 태도도 바꿔야 한다. 같이 뭔가를 하는(영화보기 등) 시간보다 얼굴 마주보며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가며 차근차근 판을 바꿔 보길 권한다.



답 안 온다고 주제 바꿔 다시 카톡 보내지 말고, 답 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추천은 힘!





<연관글>

미적미적 미루다가 돌아서면 잡는 남자, 정체는?
2년 전 썸남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Y양에게
동료 여직원에 대한 친절일까? 아님 관심이 있어서?
철없는 남자와 연애하면 경험하게 되는 끔찍한 일들
연애경험 없는 여자들을 위한 다가감의 방법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