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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사랑받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남친, 어떡해?

by 무한 2013. 10. 1.
사랑 받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남친, 어떡해?
난 내 친구인 H군과 J군을 만날 때 두 번 인사한다. 바로 앞에서 인사를 마치고 차를 돌려 나가면, H군은 창문을 내려 다시 한 번 손을 흔든다. 나도 H군의 차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H군을 향해 손을 흔든다.

J군 역시 만났다 헤어질 땐 바로 앞에서 인사를 하고, 시야에서 사라지기 직전 몸을 돌려 다시 나를 쳐다본다. 나도 그 자리에서 J군을 쳐다보고 있다. 우린 또 손을 흔든다. 정류장까지 배웅을 갔을 땐 J군이 자리에 앉아 창밖을 향해 손을 흔든다. 버스가 출발해도 눈으로 창밖의 나를 찾아가며 손을 흔든다. 나도 여전히 정류장에 서서 손을 흔든다.

아주 사소한 행동이지만, 그 '두 번 하는 인사'로 인해 우리가 헤어지기 직전까지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좀 더 진한 의미를 갖고, 관계의 소중함과 정이 한 겹 더 두터워진다.

난 다른 친구들과 만났다 헤어질 때도 저 '두 번 하는 인사'를 하기 위해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곤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다시 뒤돌아보는 다른 친구는 거의 없었다. 헤어지기 직전까지 우정을 강조하며 다음에 또 만나자는 이야기를 나눴어도, 비지니스가 끝난 듯 갈 길 가 버리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면 허전하기도 했다.

Y양의 사연에서 그 허전함의 냄새가 난다. 겉에서 보면 분명 서로에게 우호적인 연인의 관계지만 속으론 여전히 '너는 너, 나는 나'인 관계. 때문에 둘 중 한 사람이 조금이라도 '내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갈라설 생각부터 한다. Y양 커플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데이트는 왜 접대가 되었는가?


연애 초반, 마음을 얻기 위해 먼저 반한 쪽에서 하는 노력은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노력'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면접을 앞두곤 작성한 소개서를 외우다시피 하고, 예상 질문들을 뽑아 정리해보고, 말끔하게 보이기 위한 옷들을 챙기고, 두발 및 손톱 손질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하듯 Y양의 남자친구는 연애를 위해 노력한 것이다.

"여섯 달 정도 만났을 때, 남자친구가 변한 느낌이 들었어요.
전과 달리 열정적으로 절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모습이 줄었거든요."



취업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면접 볼 때의 긴장감을 유지하며 다녀야 하는 회사가 있다면, Y양은 그 회사에 오래 다닐 수 있겠는가?

Y양의 사연을 보면 둘의 연애는 철저하게 Y양 위주로 돌아간다. Y양이 가고 싶은 곳에 가고, Y양이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Y양이 하고 싶은 것을 함께 하는 데이트다. 더불어 남자친구는 평소 Y양 심신의 안녕을 책임져야 하며, Y양이 갖고 싶은 물건이 품절되면 발품을 팔아서라도 구해오는 이벤트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Y양에게 '전과 같은 성실함'의 판정을 받을 수 있다.

"데이트에 관한 부분은 좀 왜곡된 것 같은데요?
남자친구가 그렇게 하자고 해서 따른 것이지, 일부러 제 위주로 한 건 아녜요."



물론 Y양만의 잘못은 아니다. 관계가 저렇게 기울어져 버린 데에는, 남자친구의 '판을 잘못 짠 잘못'도 한 몫 했다. 그는 수학문제집을 앞에 두곤 의욕만 앞 선 꼬꼬마와 비슷하다. 엄마가 "너 앞으로 하루에 몇 페이지씩 풀 거야?"라고 묻자, 칭찬 받기 위해 "100페이지씩 풀 거야!"라고 대답하는 꼬꼬마. 열정적인 모습으로 감동을 주려는 욕심 때문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버린 것이다.

현명한 엄마라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100페이지는 너무 많으니까 하루에 다섯 페이지씩 꼬박꼬박 풀자. 알았지?"라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친구의 열정적인 모습이 좋았던 Y양은, "정말? 정말 100페이지씩 풀 거야? 역시 멋져!"라고 말하듯 남자친구의 제안을 모두 받아들였다.

그런 까닭에 결국 둘의 데이트는 'Y양을 위한 접대'가 되고 말았다.


2. 둘은 친한 사이가 맞는가?


데이트가 접대가 되어버리니, 자연히 남자친구는 지친다. 그래서 그는 '일주일에 한 번, 또는 이 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나기'라는 방법을 생각해 낸 것 같다. 만남의 횟수가 꼭 친밀함의 척도인 것은 아니지만, 장거리 연애도 아닌데 큰 맘 먹어야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어 버린 까닭에 둘은 별로 친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연인이라면 서로에게 '다이어리'같은 존재가 될 수 있어야 하는데, Y양 커플은 서로에게 '업무일지'인 듯한 느낌이 든다. 만약 내가 Y양에게, 

"Y양은, 친구인 A양과 남자친구 중 누구랑 더 친해요?"


라고 물으면 Y양은 "아무래도 A양이 저를 더 잘 알고, 함께 오래 지냈으니 더 친하죠."라고 대답할 것 같다. 일반적으로 연애를 할 땐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 하지만 연인에겐 털어 놓을 수 있는 얘기'를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Y양에겐 그런 게 없는 듯하다. 남자친구와 근 1년을 사귀었는데도 말이다. 

Y양이 이 연애를 왜 하고 있는지를 추적해 보면,

"남자친구가 나에게 잘 하니까."


라는 것 빼고는 다른 이유를 발견하기가 어렵다. 이번 이별위기 때 남자친구가 늘 매달리던 것과 달리 "너에게서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헤어지자."라는 이야기를 한 까닭에 Y양이 잠시 긴장한 것 같긴 한데, 연인이 '세상 그 누구보다 나와 친한 사람'이 되지 않고서는 그걸 의식적으로 연락 잘 하고 가끔 선물도 하는 것으론 해결하긴 힘들다.

연락의 횟수와 만남의 빈도부터 좀 늘려가길 권해주고 싶다. 고교시절 친구과 학교 끝나고 부담 없이 어울리던 것처럼 그렇게 만나보자. 별 목적이 없는 만남이어도 좋다. 우정은 함께 바보 같은 짓이나 쓸데없는 짓을 할 때 더욱 끈끈해지는 법이니 말이다. 평일에 잠깐 만나서 손잡고 걷기만 해도 서로가 서로에게 차지하는 의미는 지금보다 커질 것이다. 그러다보면 '데이트=접대'라고 여기며 부담스러워하는 남자친구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고 말이다. 


3.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방법?


아래는 Y양의 요청이다.

"남자친구에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제가 잘 해 주면서도 나중에 헌신짝 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요."



몇 가지 예는 들어줄 수 있지만, 의식적으로 그 예시들을 따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진심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면 그게 그저 연기일 뿐이라는 건 어떤 형태로든 드러날 테니 말이다. 

내 연애를 예로 들어 보자. 단일 사례만 말하자면 '음식'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날 공쥬님(여자친구)이 퇴근 후 예고도 없이 우리 집에 깜짝 방문을 했다. 고객이 회사에 먹거리를 사왔는데, 그게 너무 맛있어서 나를 주려고 반만 먹고 반을 챙겨온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파는 먹거리가 아니라서 새로 사올 수 없었다며 반쪽 이지만 먹어보라고 했다. 사소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더 먹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이 나서 싸온 그 모습에서 난 사랑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 공쥬님이 읽고 싶어 하는 책이 뭔지 안다. 또 뭘 공부하고 싶어 하는지 알며, 지금 기분이 어떨지 안다. 어디를 가고 싶어 하는지 알며, 무엇을 가지고 싶어 하는지 안다. 뭐가 제일 고민인지도 알며, 지금 뭘 하고 있을지도 안다. 내가 어떻게 해야 기뻐할 것인지도 알며, 무슨 말이 듣고 싶은지도 안다. 찬바람 부는 이쯤에 뭘 제일 먹고 싶을지도 알며, 지금 가장 먹고 싶을 과일이 뭔지도 안다. 컨디션이 어떤지도 알며, 뭘 두려워하고 있을지도 안다. 공쥬님 역시 나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고 말이다.('안다'는 말이 마음에 안 들면 '추측할 수 있다'로 바꾸어도 좋다.)

받아 적어 외운 것도 아니고, 사랑한다는 걸 표현하려 의식적으로 알아낸 것도 아니다. 사랑하니까 자연히 알아지는 것들일 뿐이다. 밥을 먹을 때 '젓가락질을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고민을 하지 않듯, 그냥 그렇게 몸에 익은 것이다. Y양에게도 저런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부분들이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힌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난 이글을 블로그에 올려둔 후 공쥬님에게 줄 책을 주문할 건데, Y양은 오늘 상대를 위해 뭘 할 예정인가? (물질로 헌신하란 얘기는 아니다. 그게 '말 한마디'라 할지라도, 상대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지와 그걸 주기 위해 움직일 것인지를 묻는 거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을 적어두자면, '나는 너를 위해, 너는 나를 위해'의 균형을 지혜롭게 맞춰가야 한다는 점이다. 화분의 겉흙이 마르면 물을 주고 축축할 땐 물을 더 주지 않듯, 사랑을 주려는 Y양의 태도가 '나는 너를 위해, 너도 너를 위해'로 기울지 않도록 호의와 배려의 수도꼭지 조절을 현명하게 하길 바란다. 


내게 도착하는 커플부대원들의 사연을 읽으며 

'이런 얘기들을 상대와 직접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할 텐데….'


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상대와 평소에 "오늘 하루도 화이팅!", "수고 많았어 잘 자~"라는 이야기만 나누고 주말에 놀러 다니며 데이트 하는 거 말고, 내 마음의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에 대한 대화도 나눌 수 있길 권해주고 싶다. 그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연인이 아닌 다른 창구가 필요하다는 건, 연인이라는 간판만 걸린 연애일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창업 했다고 끝나는 거 아니다. 늘 얘기하지만, 연애는 창업보다 경영이 중요하다. 



▲ 사연은 꼭 양식(http://normalog.com/notice/1339)에 맞춰서 보내주세요.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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