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의 남보다 못한 남친대접, 어떡해?
내 차가 처음 생겼을 때, 내가 그랬다. 주차장에 문제없이 주차해 놓은 차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봐 자꾸 주차장을 내다보고, 별로 더럽지도 않은데 '세차의 즐거움'을 느끼고자 셀프세차장 가서 세차를 하고(자동세차를 하면 차 표면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해서 셀프세차를 했다), 어디 가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차에 타서는 이것저것 만져보고 그랬다.
조수석 선반에 딱 맞는 상자도 만들어서 올려두고, 시거잭 허브도 달아두고, 센터페시아 몰딩도 나무느낌이 나는 것으로 바꿔두고…. 그 외에 계획만 했던 것까지 말하자면, 차문과 천장에 가죽을 덧대 방음처리도 하려고 했었고, 실내등을 LED로 만들어서 달려고도 했다. 차 뒤에 중장비들이나 달 법한 외부 라이트도 달려고 했고, 산에 오를 일이 있을 것 같아 바퀴도 산악용으로 바꾸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마의 영역인 오디오에도 손을 대려 했었고, 도색도 진지하게 고려했었다.
아마 차에게도 영혼이라는 게 있었다면, 내 차는 나에게
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J군의 사연과 별 관련이 없는 듯 보이는 이 이야기를 꺼낸 건, J군이 오너드라이버, J군의 여친이 자동차를 닮았기 때문이다. J군의 사연 출발해 보자.
둘이 사귀는 사이가 맞긴 한데, 여기서 보기엔 연애가 아니라 J군이 여자친구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J군은 여자친구에게 자주 기프티콘을 보내고, 자주 칭찬을 하며, 자주 보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자주 호감을 표시한다. 이건 주로 어장에 있는 남자들이 어장관리자의 관심을 받기 위해 조공을 바칠 때 보이는 행동인데, J군은 그녀의 남자친구 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자신이 어장속의 '제1 물고기'인 것처럼 행동한다.
여자친구의 외모를 설명한 J군의 말이다. 난 아무래도 J군이 여자친구를 '내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행운'처럼 여긴 까닭에 자꾸 어장의 물고기처럼 행동한 게 아닌가 싶다. 그냥 '여자친구와 나'로 생각하며 사귀었으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연과 카톡대화에서 드러나는 둘의 관계를 보면, J군은
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J군이 "여자친구에 비해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라는 말을 사연에 적긴 했지만, 그녀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분명 자신이 그녀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는 모습 들이 보인다. 단순히 '예쁜 연애'를 위해 그러는 것이든, 혹은 J군이 가진 '연애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러는 것이든, 그 모습들은 상대를 과분하게 여기는 남자들이 "네가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라며 우러러 보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J군은 자꾸 여자친구를 챙기려 한다. 챙기는 게 나쁜 건 아닌데, 상대가 바란 적도 없고 상대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도 않는 것들을 자꾸 챙기려 하니 문제가 된다. 여자친구의 반응을 보자.
난 둘이 영화를 보고 영화를 본 느낌을 나누거나, 함께 본 영화와 관련된 소재들로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영화<관상>을 예로 들자면, J군은 상대가 듣기 좋을 거라고 생각되는 "너는 예쁘니까 관상도 좋을 것이다."라는 식의 이야기만 했고, 상대는 그냥 부담스러워 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또 상대가 원하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가기 보다는
라는 짐작으로만 상대를 대한 J군의 태도가 조금 안타깝다.
이건 J군이 극복해야 할 문제다. J군은
라고 말한다. 그런데 J군의 저 바람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먼저 여자친구가 J군과 만났을 때 재미나 감동, 즐거움 등을 느껴야 한다. 카톡이나 통화로는 J군도 재미있는 남자다. 꼭 뭔갈 해서가 아니라, 두세 시간 동안 통화를 해도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거나 불편하지 않게 대화를 잘 이끌어 간다. 하지만 오프라인에만 나오면 J군은 힘을 잃는다. 마치 슈퍼맨이 그린 크립토나이트를 가까이하면 무기력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여자친구의 말을 보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친해진 사람들이, 오프라인 정모에서 만났을 때 벌어지는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서로의 글에 댓글을 달고 형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막상 만나면 어색어색 열매를 먹은 듯 말 한 마디 꺼내기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첫 만남의 어색함 때문에 잠깐 저럴 수도 있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저런 거리감이 든다면 분명 문제가 된다. J군의 연애를 보면, 둘이 사귄지 두 달이 넘었고 카톡으로는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얘기도 하지만, 만나면 서로 소 닭 보듯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J군은 "만나면 제가 리드합니다."라고 말하는데, 사실 그건 '리드'라기 보다는 '제안'이라고 하는 게 맞다. "저기 가서 밥 먹을까?"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다 리드가 아니다. 그렇게 식당에 들어가서 J군은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고, 여자친구 혼자 얘기하다 지치는 만남. 그런 상황이 지루해서 여자친구가 그만 들어가겠다고 하면, J군은
라고 말한다. 난 그렇게 서운해 하고 섭섭해 하기 전에, 둘의 만남이 어떤지 부터 돌아보길 권해주고 싶다. 데이트를 할 때 꼭 흥미로운 얘기를 하라거나 이벤트를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연인이라면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질 수 있는 게 맞긴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보금자리로 느껴져야 한다. 서로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는 상황에서, 혹 여기에 오자고 한 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눈치만 보느라 벌어지는 침묵은, 상대에게나 나에게나 고통일 뿐이다. 만나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그런 상황에서 "난 더 같이 있고 싶은데 넌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하는 건 상대를 고문하는 것 아닌가.
내가, 누가 옆에 같이 있는 것이 좋다고 해서 J군을 불러다 우리 집에 놔두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으면, J군은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J군에게 때 되면 밥 주고, TV틀어주고, 게임기 연결해 준다면 그나마 좀 버틸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리고 내가 그렇게 J군과 세 달쯤을 보내면, 우리는 함께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 이제 친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
J군은 점점 마음의 문을 닫는 듯한 여자친구 때문에 괴로워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다. 이미 여자친구의 태도에서 이별을 예감하기도 했고, 현재는 가망이 없는 연애를 J군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난 이런 J군에게,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둘의 속도가 다른 거다. 그녀는 J군의 연락에 성실히 응답했고, J군에게 애정표현을 했으며, J군을 무시한다거나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연인이라면 이러이러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J군의 생각과 그녀의 생각에 차이가 있었기에, J군의 입장에선 그녀의 행동들이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며칠 전까지도 여자친구는 저런 이야기를 J군에게 했다. 없는 거 말고, 있는 걸 보자. 그녀는 J군과 함께 시간 보내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J군이 '그녀는 친구가 우선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 부분만 보니, 전부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저 위에서 말한 이유들로 인해 만남이 푸석푸석해지는 일은 있지만, J군에게 그녀가 먼저 보고 싶다고 말하고, 그녀가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녀가 먼저 만나자고 말하는 경우도 분명 있다. 그걸 보자. 결핍에 눈이 멀어 그녀의 애정표현에 '미달' 판정만 내리지 말고, J군을 향해 있는 그녀의 마음도 좀 보자.
지금 J군은 여자친구에게 서운하고 섭섭한 것투성이니 저런 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헤어지고 나면 그땐 저 말들이 눈에 보일 것이다. 그녀가 J군의 여자친구였다는 걸, J군이 뒤늦게 깨닫게 될 거란 얘기다. 그땐 후회해도 돌릴 수 없다.
만약 J군이 "그럼 서서히 줄어드는 연락과 사라지는 이모티콘, 그리고 전과 달리 무뚝뚝해지는 건 뭐죠?"라고 묻는다면, 난
라는 대답을 해 주겠다.
더불어 난 J군의 '연애하기 적절하지 않은 상황'도 이 관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J군은 현재 직장에서의 서열이 정해질 수 있는 평가를 받는 중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공부를 하며 일주일에 한 번쯤 시간을 내 여자친구와 만나려 한다. 하지만 여자친구도 여자친구 나름의 생활을 하고 있는 까닭에, J군이 만나고자 하는 날에 다른 일이 생겨 못 만나기도 하고, 약속을 잡았다가 여자친구의 사정으로 인해 틀어지기도 한다.
그런 상황이 J군을 더 압박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J군에게 그녀와의 만남은 예정된 소풍과 같은데, 그게 틀어져 버리니 크게 낙심하는 것이다. 그 실망감은 서운함이 되고, 서운함은 축적되어 다시 분노가 된다. 그렇다고 예정대로 만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J군에게 그 만남은 '기다리던 만남'인 까닭에 내내 즐거우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만에 하나 여자친구가 빨리 들어가려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그 시간에 온전히 행복한 듯한 표정을 보이지 않으면 또 실망하게 된다. 사연을 읽다 보면, 둘의 갈등은 만날 때마다 벌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저 말들만 보면 꼭, J군은 만남을 위해 만나려는 사람 같아 보인다. 예컨대 내가 친구 K군과 만나기로 한다면, 그건 K군과 만나서 할 말이나 할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K군에게 사정이 생겨 못 만나게 되면, 다음에 만나 대화를 나누기로 하며 약속을 미룬다. '만난다는 것'보다 '만나서 할 것'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J군은 반대로 '만나서 할 것'보다 '만난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 보인다. 앞서 말했듯 J군의 여자친구도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한다. "오빠는 만나자고 말은 맨날 하는데, 막상 만나면…."이라는 말로 말이다. 지금까지 J군이 '그녀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녀와 사귀고 있다는 게 좋아서' 더 만남에 집착했던 것은 아닌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해주고 싶다.
▲ 정색하지 마세요. J군이 정색하는 순간, 여자친구는 J군을 적으로 여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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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차가 처음 생겼을 때, 내가 그랬다. 주차장에 문제없이 주차해 놓은 차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봐 자꾸 주차장을 내다보고, 별로 더럽지도 않은데 '세차의 즐거움'을 느끼고자 셀프세차장 가서 세차를 하고(자동세차를 하면 차 표면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해서 셀프세차를 했다), 어디 가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차에 타서는 이것저것 만져보고 그랬다.
조수석 선반에 딱 맞는 상자도 만들어서 올려두고, 시거잭 허브도 달아두고, 센터페시아 몰딩도 나무느낌이 나는 것으로 바꿔두고…. 그 외에 계획만 했던 것까지 말하자면, 차문과 천장에 가죽을 덧대 방음처리도 하려고 했었고, 실내등을 LED로 만들어서 달려고도 했다. 차 뒤에 중장비들이나 달 법한 외부 라이트도 달려고 했고, 산에 오를 일이 있을 것 같아 바퀴도 산악용으로 바꾸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마의 영역인 오디오에도 손을 대려 했었고, 도색도 진지하게 고려했었다.
아마 차에게도 영혼이라는 게 있었다면, 내 차는 나에게
"아 쫌! 그만 좀 하라고. 차를 타고 어디 갈 생각을 해야지 왜 꾸밀 생각만 해.
엔진 때 안 빼도 되고, 엔진룸 청소 안 해도 되니까 자꾸 본넷 좀 열지 마.
왜 걸핏하면 이것저것 뜯어서 귀찮게 하는 거야. 분해만 하지 말고 그냥 좀 타."
엔진 때 안 빼도 되고, 엔진룸 청소 안 해도 되니까 자꾸 본넷 좀 열지 마.
왜 걸핏하면 이것저것 뜯어서 귀찮게 하는 거야. 분해만 하지 말고 그냥 좀 타."
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J군의 사연과 별 관련이 없는 듯 보이는 이 이야기를 꺼낸 건, J군이 오너드라이버, J군의 여친이 자동차를 닮았기 때문이다. J군의 사연 출발해 보자.
1. 여자가 좋아할 만한 것들.
둘이 사귀는 사이가 맞긴 한데, 여기서 보기엔 연애가 아니라 J군이 여자친구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J군은 여자친구에게 자주 기프티콘을 보내고, 자주 칭찬을 하며, 자주 보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자주 호감을 표시한다. 이건 주로 어장에 있는 남자들이 어장관리자의 관심을 받기 위해 조공을 바칠 때 보이는 행동인데, J군은 그녀의 남자친구 임에도 불구하고 자꾸 자신이 어장속의 '제1 물고기'인 것처럼 행동한다.
"제가 그동안 봤던 그 어느 여자보다도 예쁜 여자였습니다."
여자친구의 외모를 설명한 J군의 말이다. 난 아무래도 J군이 여자친구를 '내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행운'처럼 여긴 까닭에 자꾸 어장의 물고기처럼 행동한 게 아닌가 싶다. 그냥 '여자친구와 나'로 생각하며 사귀었으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연과 카톡대화에서 드러나는 둘의 관계를 보면, J군은
'여자친구느님과 나라는 흔남(흔한 남자)'
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J군이 "여자친구에 비해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라는 말을 사연에 적긴 했지만, 그녀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분명 자신이 그녀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는 모습 들이 보인다. 단순히 '예쁜 연애'를 위해 그러는 것이든, 혹은 J군이 가진 '연애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러는 것이든, 그 모습들은 상대를 과분하게 여기는 남자들이 "네가 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라며 우러러 보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J군은 자꾸 여자친구를 챙기려 한다. 챙기는 게 나쁜 건 아닌데, 상대가 바란 적도 없고 상대가 필요하다고 느끼지도 않는 것들을 자꾸 챙기려 하니 문제가 된다. 여자친구의 반응을 보자.
(J군의 외모 칭찬에)
"자꾸 예쁘다 예쁘다 좀 하지 말아요~"
(J군의 기프티콘 폭격에)
"그만 좀 보내~ 쌓이겠다ㅋㅋㅋㅋ"
"자꾸 예쁘다 예쁘다 좀 하지 말아요~"
(J군의 기프티콘 폭격에)
"그만 좀 보내~ 쌓이겠다ㅋㅋㅋㅋ"
난 둘이 영화를 보고 영화를 본 느낌을 나누거나, 함께 본 영화와 관련된 소재들로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영화<관상>을 예로 들자면, J군은 상대가 듣기 좋을 거라고 생각되는 "너는 예쁘니까 관상도 좋을 것이다."라는 식의 이야기만 했고, 상대는 그냥 부담스러워 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또 상대가 원하는 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가기 보다는
'내가 이렇게 하면 여자친구가 좋아할 것이다.'
라는 짐작으로만 상대를 대한 J군의 태도가 조금 안타깝다.
2. 만나면 재미없는 남자.
이건 J군이 극복해야 할 문제다. J군은
"저는 여친을 더 자주 보고 싶고, 한번 만나면 오래 있고 싶은데
여친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아서 속이 상합니다.
그게 스트레스가 되고, 쌓이다가 폭발하면 여친이 굉장히 싫어하는
그런 형태의 갈등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여친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아서 속이 상합니다.
그게 스트레스가 되고, 쌓이다가 폭발하면 여친이 굉장히 싫어하는
그런 형태의 갈등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그런데 J군의 저 바람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먼저 여자친구가 J군과 만났을 때 재미나 감동, 즐거움 등을 느껴야 한다. 카톡이나 통화로는 J군도 재미있는 남자다. 꼭 뭔갈 해서가 아니라, 두세 시간 동안 통화를 해도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거나 불편하지 않게 대화를 잘 이끌어 간다. 하지만 오프라인에만 나오면 J군은 힘을 잃는다. 마치 슈퍼맨이 그린 크립토나이트를 가까이하면 무기력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여자친구의 말을 보자.
"오빠는 맨날 만나자고 말을 하면서,
막상 만나면 나만 말하고 오빤 말도 잘 안 한다."
막상 만나면 나만 말하고 오빤 말도 잘 안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친해진 사람들이, 오프라인 정모에서 만났을 때 벌어지는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서로의 글에 댓글을 달고 형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막상 만나면 어색어색 열매를 먹은 듯 말 한 마디 꺼내기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A - 형 렌즈 사셨네요! 형수님께 허락 받으신 거예요?
B - 어. 질렀지 ㅋㅋ 와이프한테는 이십만원이라고 했어 ㅋㅋㅋ
A - ㅋㅋㅋㅋㅋ 이 사실이 알려지면 제2의 국자사태가 ㅋㅋ
B - 야 이건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거야. 알았지? ㅋㅋ
(오프라인)
A - 혹시, 세인트 형님?
B - 아, 네. 그럼…, 루시퍼님?
A - 네. 제가 루시퍼예요. 갑자기 왜 존대를 하세요. 말 놓으세요, 형.
B - 아… 응, 그래.
A - 형, 저게 사셨다는 그 렌즈….
B - 네. 아…, 응. 그 렌즈야.
A - 형 렌즈 사셨네요! 형수님께 허락 받으신 거예요?
B - 어. 질렀지 ㅋㅋ 와이프한테는 이십만원이라고 했어 ㅋㅋㅋ
A - ㅋㅋㅋㅋㅋ 이 사실이 알려지면 제2의 국자사태가 ㅋㅋ
B - 야 이건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거야. 알았지? ㅋㅋ
(오프라인)
A - 혹시, 세인트 형님?
B - 아, 네. 그럼…, 루시퍼님?
A - 네. 제가 루시퍼예요. 갑자기 왜 존대를 하세요. 말 놓으세요, 형.
B - 아… 응, 그래.
A - 형, 저게 사셨다는 그 렌즈….
B - 네. 아…, 응. 그 렌즈야.
물론 첫 만남의 어색함 때문에 잠깐 저럴 수도 있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저런 거리감이 든다면 분명 문제가 된다. J군의 연애를 보면, 둘이 사귄지 두 달이 넘었고 카톡으로는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얘기도 하지만, 만나면 서로 소 닭 보듯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J군은 "만나면 제가 리드합니다."라고 말하는데, 사실 그건 '리드'라기 보다는 '제안'이라고 하는 게 맞다. "저기 가서 밥 먹을까?"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다 리드가 아니다. 그렇게 식당에 들어가서 J군은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고, 여자친구 혼자 얘기하다 지치는 만남. 그런 상황이 지루해서 여자친구가 그만 들어가겠다고 하면, J군은
"난 더 같이 있고 싶은데 넌 아닌 것 같다.
왜 갑자기 들어간다 그러는 거냐.
친구들이랑 있을 땐 새벽까지 놀기도 하면서,
왜 나랑 만나면 12시 전에 들어가려고 하는 거냐.
넌 날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
왜 갑자기 들어간다 그러는 거냐.
친구들이랑 있을 땐 새벽까지 놀기도 하면서,
왜 나랑 만나면 12시 전에 들어가려고 하는 거냐.
넌 날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
라고 말한다. 난 그렇게 서운해 하고 섭섭해 하기 전에, 둘의 만남이 어떤지 부터 돌아보길 권해주고 싶다. 데이트를 할 때 꼭 흥미로운 얘기를 하라거나 이벤트를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연인이라면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질 수 있는 게 맞긴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를 보금자리로 느껴져야 한다. 서로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는 상황에서, 혹 여기에 오자고 한 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눈치만 보느라 벌어지는 침묵은, 상대에게나 나에게나 고통일 뿐이다. 만나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그런 상황에서 "난 더 같이 있고 싶은데 넌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하는 건 상대를 고문하는 것 아닌가.
내가, 누가 옆에 같이 있는 것이 좋다고 해서 J군을 불러다 우리 집에 놔두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으면, J군은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J군에게 때 되면 밥 주고, TV틀어주고, 게임기 연결해 준다면 그나마 좀 버틸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리고 내가 그렇게 J군과 세 달쯤을 보내면, 우리는 함께 오랜 시간을 보냈으니 이제 친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
3. 없는 거 말고, 있는 걸 보자.
J군은 점점 마음의 문을 닫는 듯한 여자친구 때문에 괴로워 헤어질 생각을 하고 있다. 이미 여자친구의 태도에서 이별을 예감하기도 했고, 현재는 가망이 없는 연애를 J군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난 이런 J군에게,
"지금 헤어지면 반드시 후회합니다.
헤어지고 나서 카톡 대화를 다시 읽어보면
'아…. 얘가 나에게 마음이 없던 게 아니었구나.
내가 자꾸 '빨리빨리'를 외쳤기에 얘가 느려 보였던 거지,
정말 나에게 마음이 없어서 그랬던 게 아니었구나.'
하는 걸 그제야 깨닫게 될 겁니다."
헤어지고 나서 카톡 대화를 다시 읽어보면
'아…. 얘가 나에게 마음이 없던 게 아니었구나.
내가 자꾸 '빨리빨리'를 외쳤기에 얘가 느려 보였던 거지,
정말 나에게 마음이 없어서 그랬던 게 아니었구나.'
하는 걸 그제야 깨닫게 될 겁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둘의 속도가 다른 거다. 그녀는 J군의 연락에 성실히 응답했고, J군에게 애정표현을 했으며, J군을 무시한다거나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연인이라면 이러이러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J군의 생각과 그녀의 생각에 차이가 있었기에, J군의 입장에선 그녀의 행동들이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오빠, 이따가 밥 먹고 맥주 한잔 하러 갈래?"
며칠 전까지도 여자친구는 저런 이야기를 J군에게 했다. 없는 거 말고, 있는 걸 보자. 그녀는 J군과 함께 시간 보내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J군이 '그녀는 친구가 우선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 부분만 보니, 전부 그렇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저 위에서 말한 이유들로 인해 만남이 푸석푸석해지는 일은 있지만, J군에게 그녀가 먼저 보고 싶다고 말하고, 그녀가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녀가 먼저 만나자고 말하는 경우도 분명 있다. 그걸 보자. 결핍에 눈이 멀어 그녀의 애정표현에 '미달' 판정만 내리지 말고, J군을 향해 있는 그녀의 마음도 좀 보자.
"오빠 내일 언제쯤 일어날 거야? 깨워줄까?"
지금 J군은 여자친구에게 서운하고 섭섭한 것투성이니 저런 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헤어지고 나면 그땐 저 말들이 눈에 보일 것이다. 그녀가 J군의 여자친구였다는 걸, J군이 뒤늦게 깨닫게 될 거란 얘기다. 그땐 후회해도 돌릴 수 없다.
만약 J군이 "그럼 서서히 줄어드는 연락과 사라지는 이모티콘, 그리고 전과 달리 무뚝뚝해지는 건 뭐죠?"라고 묻는다면, 난
"노력하고 있는데 계속 더 노력하라고 하고,
왜 존중 안 하냐며 정색하고 화내는데,
어떻게 계속 기쁜 마음으로 웃으며 J군을 대할 수 있겠습니까?
왜 친구가 우선이냐, 왜 나랑 있을 땐 일찍 들어가려고 하냐,
왜 카톡 확인하고 답장 안 하냐, 왜 나만 널 좋아하는 거 같냐,
왜 너는 나에게 먼저 전화 안 하냐, 왜 너는 날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냐,
이런 얘기만 하는데 행복하겠습니까?"
왜 존중 안 하냐며 정색하고 화내는데,
어떻게 계속 기쁜 마음으로 웃으며 J군을 대할 수 있겠습니까?
왜 친구가 우선이냐, 왜 나랑 있을 땐 일찍 들어가려고 하냐,
왜 카톡 확인하고 답장 안 하냐, 왜 나만 널 좋아하는 거 같냐,
왜 너는 나에게 먼저 전화 안 하냐, 왜 너는 날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지 않냐,
이런 얘기만 하는데 행복하겠습니까?"
라는 대답을 해 주겠다.
더불어 난 J군의 '연애하기 적절하지 않은 상황'도 이 관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J군은 현재 직장에서의 서열이 정해질 수 있는 평가를 받는 중이다. 그래서 평소에는 공부를 하며 일주일에 한 번쯤 시간을 내 여자친구와 만나려 한다. 하지만 여자친구도 여자친구 나름의 생활을 하고 있는 까닭에, J군이 만나고자 하는 날에 다른 일이 생겨 못 만나기도 하고, 약속을 잡았다가 여자친구의 사정으로 인해 틀어지기도 한다.
그런 상황이 J군을 더 압박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J군에게 그녀와의 만남은 예정된 소풍과 같은데, 그게 틀어져 버리니 크게 낙심하는 것이다. 그 실망감은 서운함이 되고, 서운함은 축적되어 다시 분노가 된다. 그렇다고 예정대로 만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J군에게 그 만남은 '기다리던 만남'인 까닭에 내내 즐거우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만에 하나 여자친구가 빨리 들어가려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그 시간에 온전히 행복한 듯한 표정을 보이지 않으면 또 실망하게 된다. 사연을 읽다 보면, 둘의 갈등은 만날 때마다 벌어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난 일주일을 기다렸는데, 두 시간 보고 들어간다고 하면 어떻게 하냐."
"친구랑은 늦게까지도 술 잘 마시면서, 왜 나랑은 술도 안 마시고 들어가려고 하냐."
"피곤할 것 같으면 애초에 다음에 보자고 하지, 왜 만나고 난 다음에 피곤하다고 하냐."
"친구랑은 늦게까지도 술 잘 마시면서, 왜 나랑은 술도 안 마시고 들어가려고 하냐."
"피곤할 것 같으면 애초에 다음에 보자고 하지, 왜 만나고 난 다음에 피곤하다고 하냐."
저 말들만 보면 꼭, J군은 만남을 위해 만나려는 사람 같아 보인다. 예컨대 내가 친구 K군과 만나기로 한다면, 그건 K군과 만나서 할 말이나 할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K군에게 사정이 생겨 못 만나게 되면, 다음에 만나 대화를 나누기로 하며 약속을 미룬다. '만난다는 것'보다 '만나서 할 것'들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J군은 반대로 '만나서 할 것'보다 '만난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 보인다. 앞서 말했듯 J군의 여자친구도 이 부분을 정확하게 지적한다. "오빠는 만나자고 말은 맨날 하는데, 막상 만나면…."이라는 말로 말이다. 지금까지 J군이 '그녀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녀와 사귀고 있다는 게 좋아서' 더 만남에 집착했던 것은 아닌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해주고 싶다.
▲ 정색하지 마세요. J군이 정색하는 순간, 여자친구는 J군을 적으로 여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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