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자에겐 친절하지만 여친에겐 폭군인 남자
어떤 사연은, 읽다보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S양의 사연도 그렇다.
힘들게 살아온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힘들 것 같아 보이는 자리를 찾아가는 게 난 참 싫다. 희생하는 것에 길들여진 사람은 계속 희생만 하려 한다. 사람은 셋, 밥은 두 공기가 있다고 해보자. 그런 상황에서 밥을 두 사람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밥뚜껑에 두어 숟갈 덜어먹는 걸 당연하게 여겨온 사람은, 사람 셋에 밥 세 공기가 있어도 자신이 밥 한 공기 다 먹는 걸 죄를 짓는 것 마냥 불편해 한다. 남의 밥 빼앗아 먹고도 뻔뻔하게 앉아 있는 사람도 있는데….
남아있고 안 남아있고를 떠나서, 구남친이 S양의 그 '진심과 헌신'을, '진심과 헌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는 S양과 사귀며 자신 역시 S양에게 해 준 것이 많다고 생각할 것이고, 오히려 도움을 받은 쪽은 자신이 아니라 S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S양은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라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럴 수 있다. 여기서 보기에 S양의 '진심과 헌신'은 그의 오만만 살찌웠을 뿐이다. 이 안타까운 일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이제 S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늘 함께 살펴보자.
상대가 달콤한 미래를 약속해서 행복한가? 그에게 의지할 수 있어서 든든한가? 앞으로 그가 다 알아서 해주겠다고 말하니 이제 고생 끝 행복시작이 펼쳐질 것 같은가? 그런 얘기들을 듣고 마냥 부푼 꿈만 꾸고 있으면 상대에게 짐짝 취급당하며 버려지는 건 시간문제다.
저런 말은 '정말 너를 위해서 그렇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말'이 아니라, '내 능력을 과시하며 만족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때문에 저 말만 철석같이 믿고 상대의 하녀처럼 살기 시작하면, 결국 하녀로 전락하고 만다. 그의 약속들이 어떻게 변형 되었나 냉정하게 바라보자.
돈 빌릴 때와 갚을 때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웹에 종종 떠도는 카톡 대화를 본 적 없는가? 빌릴 때는 분명 알바라도 해서 갚겠다고 말하며 빌리지만, 갚을 때는 여유가 없어서 못 주고 있는 건데 왜 자꾸 보채서 사람 짜증나게 하냐고 대답하는 그런 대화들 말이다.
내가 보기에 그는 S양에게 신세를 너무 많이 졌다. 잠깐 헤어졌을 때 다른 여자를 사귀었던 그는 재회할 때 S양에게 기다려달라고 하기도 했고, 또 가게 오픈준비를 할 때에도 S양에게서 물심양면 지원을 받았다. 가게를 시작하고 난 뒤에도 S양을 알바처럼 대하며 심부름까지 시켰고 말이다. S양은 이런 일들을 하며 언젠가 그가 보답해줄 거라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건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되는대로 돈을 빌려준 것과 같을 뿐이다.
대가? 보답?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원금'에 해당하는 것만큼의 '진심과 헌신'도 S양에게 베풀지 못할 사람 같은데, 무슨 재주로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갚을 수 있을까? 그는
라고 말하는 남자다. 연애가 사업이라면, 그는 S양과 '동업'을 한 게 아니다. 자신이 '고용주'가 되어 S양을 고용했을 뿐이다. 내가 너를 사람 만들었다, 나 아니면 누가 너와 사귀겠냐는 생각을 품고 있는 남자. 이런 남자가 S양의 '진심과 헌신'에 고마워할까, 아니면 자신이 S양과 사귀어주고 있는 것에 대한 적절한 보답이라고 생각할까? 헤어지고 나서 그가 한 말을 보자.
여자친구에게 달콤한 미래를 약속하지만 평소엔 막말하며 하녀 대하듯 하는 남자. 그건, 나중에 성공하면 효도하겠다고 말하지만 평소엔 부모님께 짜증을 내고 전화도 함부로 끊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런 사람에게 '나중에'라는 건 올까? 그가 말하는 '나중에'가 되면, 그는 정말 완전히 새 사람이 되어 없던 존중과 배려가 가득 넘치는 사람이 될까? 자신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발행한 공수표를 두고 저렇게 생색내는 사람은 또 처음이라 신기하기까지 할 정도다. 큰 보상? 그가 말하는 그 '큰 보상'이라는 게, 알바 생각해서 명절 보너스 3만원 더 넣어주고 뭐 그런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S양의 남자친구는 '가부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난 그의 멘트들을 보며, 사람이 이렇게까지 뻔뻔해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아무리 봐도 이건, 부끄러운 걸 알면서 일부러 모른 체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권위에 쩔어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이 당하면 방방 뛰고 이별통보를 하던 일들도, 상대에게 그것을 행할 땐 오히려 받아들이지 않는 상대를 더욱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다. 예로 들 부분들이 정말 많은데, 다 들 수는 없으니 몇 가지만 살펴보자.
우리나라 속담 "방귀 뀐 놈이 성낸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나에게 짜증나는 일이 생기지 않는 것'같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그렇다. S양이 조금이라도 의문을 제기하거나, 자기 의견을 내거나, 남친과 다른 생각하고 있다는 걸 말하면 그는 짜증을 낸다. S양에게 미안하지만, 여기서 보기엔 그가
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러 그를 나쁘게 말하려고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니다. 실제로 그는 S양에게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너 또라이냐?", "왜 또 지랄이야?"하는 말들을 했다.(더 심한 말들도 있지만 자체심의 상 이 정도만 적어두겠다.)
또, 마음은 행동으로 드러나는 까닭에 그는 자신의 지인들과 있는 자리에서 S양을 하찮게 여기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 말에 S양이 상처를 받아 따진 적도 있는데, 그럼 그는
하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취했다. 분명 자기 잘못으로 시작된 다툼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라며 S양을 이상한 여자로 만들었다. 이렇게 서운함이 쌓이고 쌓여 S양이 딱 한 번 그에 대해 사람들에게 농담을 한 적 있다. 심한 농담도 아니고, 사람들이 남친이 착해서 좋겠다며 칭찬할 때 "오빠가 착하긴 한데, 한 성격해요."라는 말을 한 것이다. 이 일을 두고 S양의 남친은 자신의 흉을 봤다며 S양에게 난리를 쳤다.
S양이 조율을 시도하려고 하면 그는 "왜 또 시비 거냐?"라고 말했고, S양이 부탁하듯 그에게 말하면 그는 "너 병 있냐?"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체판단으로 S양에게 '집착성 애정결핍'이라는 병명까지 달아주었다. 이별 직전엔 그의 오만이 극에 달해 "(내 가게에 와서는)여자친구 행세하지 마라.", "성공한 사람들이 왜 옛날 여자친구 버리는지 이제 좀 알겠다."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만 이야기 하면 대체 S양이 왜 저 연애를 계속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정말 끝장이 날 것 같은 상황에선 또 그가 '이중인격'을 발휘해 S양을 붙잡았다. 조금만 더 참으면 보상 어쩌고 운운하기, S양 있는 곳으로 달려가 화해하기 등. 채찍을 감추고 당근을 내민 것이다.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작동되는 남자의 추진력 및 맹목적 호의를 S양이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헤어지고 나서 S양은 소개팅을 한다고 했다. 일부러 그를 자극하기 위해 꺼낸 말인데, 난 그 말에 남자친구가 눈 한 번 깜빡하지 않을 거라는 데 내 국민은행 통장을 걸 수 있다.
제발 그러지 말자. 정말 답답해서 하는 말이다. 오히려 S양은 그 얘기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고 독박을 쓰고 있다. 내가 카톡대화 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면 뛰어들어 S양의 손을 묶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진짜 답답했다. S양은 그가
라고만 해도 바로 꼬리 내리지 않는가. 이거, S사 회장에게
라고 메일 보내는 거랑 별반 차이 없는 짓이다. "그래. 좋은 남자 만나서 든든하겠네, 빠이~"라고 대답하는 남자에게 "내가 그 사람에게 마음 주면 오빠랑은 끝이다."라는 씨알도 안 먹히는 협박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바보짓인 걸 알면서도 그러는, 어쩔 수 없는 그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돌 부수려고 계란 던지지 말자. 아까운 계란만 다 박살난다.
헤어지고 나서 그가 한 말은, '좋은 남자'로 남고 싶어 잠시 이중인격을 발휘한 거라고 생각하자. 알바생에게 벌점이네 감점이네 하며 노동력 착취해 놓고, 갈라설 때 되니 "좋은 일자리 구해서 성공하길 바란다."하는 편지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말 말고 행동을 보자. 그가 그간 S양을 어떻게 대해왔는가? 제발 말에 속지 말자.
저건 이별 멘트일 뿐이다. 그냥 저러는 게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별에서 자신이 가해자가 된 느낌을 중화시킬 수 있으니 한 말이지, 정말 그의 마음이 남아있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게 아쉬워서하는 말이 아니다.
이 년간 네 번이다. 네 번 모두 처참하게 버려졌다가, 여지가 남긴 저런 말을 S양이 부여잡아 재회했다. 제발 그만하자. 재회할 때 되면 그가 하는 "너 만한 여자가 없다."는 말은, 아무렇게나 굴어도 계속 사귈 수 있는 여자가 없다는 말일 뿐이다. 진심과 헌신에 대한 고마움? 그에게 손톱만큼이라도 S양에 대한 고마움이 있다면, S양을 저렇게 대할 수 없다.
그는 자신도 S양이 한 것만큼의 진심과 헌신을 했다고 말하지 않는가. "사귀어 준 것 = 진심과 헌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그는 지금보다 더 함부로 굴어도, 결국 자신이 전화 한 통 하면 S양이 택시라도 타고 달려올 거 안다. 몇 번을 버려도 전화 한 통으로 다시 찾을 수 있는 여자.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이 참혹한 상황은 계속 반복 될 것이다.
여전히 재회를 꿈꾸는 S양에게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괴롭힘'을 선사할지 눈에 훤하다. 이미 카톡대화에서 복선이 깔린 걸 난 봤는데, 재회를 하더라도 그는
라며 S양을 괴롭힐 것이다. S양은 꼬꼬마 시절부터 헌신과 희생, 인내로 단련이 된 사람이라 그걸 또 묵묵히 받아낼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뭘 위해서 그걸 다 받아내는 것일까? 지금 받아내면 나중에 '큰 보상'이 올 테니까? 그건 앞서 말했듯 '큰 보상'이 아닐 가능성이 98.72%다. 그럼 뭘 위해서? 그가 남자친구니까? 여자친구보고 여자친구 행세 하지 말라고 말하는 남자가 정상적인 남자친구일까? 이 관계는 뭘까? 왜 이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걸까? 다시 그가 "너 만한 여자 없더라."라며 연락해 와서 재회하면, S양은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게 될까?
S양의 남자친구가 슬슬 다시 S양이 아쉬워지기 시작하면, 또 새벽에 카톡 주고받다가 차를 타고 달려와서 S양을 안아 줄 것 같다. 겉모습만 보면 그게 행복한 재회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건 S양 고난의 시작을 의미한다. 내가 여기서 S양의 발목을 잡고 부탁해도, S양은 그에게 전화 한 통만 오면 날 뿌리치고 가버릴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멀리서 조망한 이야기를 한 번 훑고 나면, 혹 재회를 하더라도 다시 만신창이가 되었을 땐 차가운 머리로 생각할 수 있을 테니, 부질없는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었다고 여기기로 하자.
▲ 헌신과 배려와 이해와 양보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과용하면 상대를 괴물로 만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아님 자신이 서운함과 복수의 괴물이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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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연은, 읽다보면
'이런 연애를 하며 지금까지 온전한 멘탈인 게 존경스러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S양의 사연도 그렇다.
힘들게 살아온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힘들 것 같아 보이는 자리를 찾아가는 게 난 참 싫다. 희생하는 것에 길들여진 사람은 계속 희생만 하려 한다. 사람은 셋, 밥은 두 공기가 있다고 해보자. 그런 상황에서 밥을 두 사람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밥뚜껑에 두어 숟갈 덜어먹는 걸 당연하게 여겨온 사람은, 사람 셋에 밥 세 공기가 있어도 자신이 밥 한 공기 다 먹는 걸 죄를 짓는 것 마냥 불편해 한다. 남의 밥 빼앗아 먹고도 뻔뻔하게 앉아 있는 사람도 있는데….
"그가 다시 제 곁에 돌아오지 않아도 좋지만,
제 진심과 헌신은 그 사람 속에 남아있었으면 좋겠어요."
제 진심과 헌신은 그 사람 속에 남아있었으면 좋겠어요."
남아있고 안 남아있고를 떠나서, 구남친이 S양의 그 '진심과 헌신'을, '진심과 헌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는 S양과 사귀며 자신 역시 S양에게 해 준 것이 많다고 생각할 것이고, 오히려 도움을 받은 쪽은 자신이 아니라 S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S양은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라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럴 수 있다. 여기서 보기에 S양의 '진심과 헌신'은 그의 오만만 살찌웠을 뿐이다. 이 안타까운 일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이제 S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나 아니면 누가 널.
상대가 달콤한 미래를 약속해서 행복한가? 그에게 의지할 수 있어서 든든한가? 앞으로 그가 다 알아서 해주겠다고 말하니 이제 고생 끝 행복시작이 펼쳐질 것 같은가? 그런 얘기들을 듣고 마냥 부푼 꿈만 꾸고 있으면 상대에게 짐짝 취급당하며 버려지는 건 시간문제다.
"결혼할 때 넌 아무 것도 준비 안 해도 된다.
결혼 후엔 내조 잘 하고, 너 하고 싶은 공부나 운동 하면서 편하게 지내면 된다."
결혼 후엔 내조 잘 하고, 너 하고 싶은 공부나 운동 하면서 편하게 지내면 된다."
저런 말은 '정말 너를 위해서 그렇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말'이 아니라, '내 능력을 과시하며 만족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때문에 저 말만 철석같이 믿고 상대의 하녀처럼 살기 시작하면, 결국 하녀로 전락하고 만다. 그의 약속들이 어떻게 변형 되었나 냉정하게 바라보자.
ⓐ넌 나만 믿고 나만 보면 된다.
-> 애정결핍 있냐?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나만 따라오면 된다.
-> 넌 자존감도 없냐?
-> 애정결핍 있냐?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나만 따라오면 된다.
-> 넌 자존감도 없냐?
돈 빌릴 때와 갚을 때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웹에 종종 떠도는 카톡 대화를 본 적 없는가? 빌릴 때는 분명 알바라도 해서 갚겠다고 말하며 빌리지만, 갚을 때는 여유가 없어서 못 주고 있는 건데 왜 자꾸 보채서 사람 짜증나게 하냐고 대답하는 그런 대화들 말이다.
내가 보기에 그는 S양에게 신세를 너무 많이 졌다. 잠깐 헤어졌을 때 다른 여자를 사귀었던 그는 재회할 때 S양에게 기다려달라고 하기도 했고, 또 가게 오픈준비를 할 때에도 S양에게서 물심양면 지원을 받았다. 가게를 시작하고 난 뒤에도 S양을 알바처럼 대하며 심부름까지 시켰고 말이다. S양은 이런 일들을 하며 언젠가 그가 보답해줄 거라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건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되는대로 돈을 빌려준 것과 같을 뿐이다.
대가? 보답?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원금'에 해당하는 것만큼의 '진심과 헌신'도 S양에게 베풀지 못할 사람 같은데, 무슨 재주로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갚을 수 있을까? 그는
"넌 날 만나기 전엔 정말 엉망이었는데, 날 만나서 사람 된 거다."
라고 말하는 남자다. 연애가 사업이라면, 그는 S양과 '동업'을 한 게 아니다. 자신이 '고용주'가 되어 S양을 고용했을 뿐이다. 내가 너를 사람 만들었다, 나 아니면 누가 너와 사귀겠냐는 생각을 품고 있는 남자. 이런 남자가 S양의 '진심과 헌신'에 고마워할까, 아니면 자신이 S양과 사귀어주고 있는 것에 대한 적절한 보답이라고 생각할까? 헤어지고 나서 그가 한 말을 보자.
"네가 조금만 더 참았으면, 나중에 널 위해 큰 보상이 왔을 것이다."
여자친구에게 달콤한 미래를 약속하지만 평소엔 막말하며 하녀 대하듯 하는 남자. 그건, 나중에 성공하면 효도하겠다고 말하지만 평소엔 부모님께 짜증을 내고 전화도 함부로 끊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런 사람에게 '나중에'라는 건 올까? 그가 말하는 '나중에'가 되면, 그는 정말 완전히 새 사람이 되어 없던 존중과 배려가 가득 넘치는 사람이 될까? 자신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발행한 공수표를 두고 저렇게 생색내는 사람은 또 처음이라 신기하기까지 할 정도다. 큰 보상? 그가 말하는 그 '큰 보상'이라는 게, 알바 생각해서 명절 보너스 3만원 더 넣어주고 뭐 그런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 가부장의 결정체.
S양의 남자친구는 '가부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난 그의 멘트들을 보며, 사람이 이렇게까지 뻔뻔해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아무리 봐도 이건, 부끄러운 걸 알면서 일부러 모른 체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권위에 쩔어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이 당하면 방방 뛰고 이별통보를 하던 일들도, 상대에게 그것을 행할 땐 오히려 받아들이지 않는 상대를 더욱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다. 예로 들 부분들이 정말 많은데, 다 들 수는 없으니 몇 가지만 살펴보자.
구여친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 S양이 뭐라고 하자.
->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너까지 짜증나게 하지 마라."
->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너까지 짜증나게 하지 마라."
우리나라 속담 "방귀 뀐 놈이 성낸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나에게 짜증나는 일이 생기지 않는 것'같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그렇다. S양이 조금이라도 의문을 제기하거나, 자기 의견을 내거나, 남친과 다른 생각하고 있다는 걸 말하면 그는 짜증을 낸다. S양에게 미안하지만, 여기서 보기엔 그가
'너 따위가 무슨 의견 같은 걸 가지냐.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고, 그러라면 그러면 되는 거지.'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고, 그러라면 그러면 되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러 그를 나쁘게 말하려고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니다. 실제로 그는 S양에게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너 또라이냐?", "왜 또 지랄이야?"하는 말들을 했다.(더 심한 말들도 있지만 자체심의 상 이 정도만 적어두겠다.)
또, 마음은 행동으로 드러나는 까닭에 그는 자신의 지인들과 있는 자리에서 S양을 하찮게 여기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 말에 S양이 상처를 받아 따진 적도 있는데, 그럼 그는
"넌 그걸 지금 꼭 얘기해야 하냐?
너 그래서 아까 그렇게 짜증나게 굴었던 거냐?"
너 그래서 아까 그렇게 짜증나게 굴었던 거냐?"
하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취했다. 분명 자기 잘못으로 시작된 다툼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 미안하다고 했는데 왜 계속 그러냐.
또 너 구구절절 얘기하는 것 때문에 진짜 지친다."
또 너 구구절절 얘기하는 것 때문에 진짜 지친다."
라며 S양을 이상한 여자로 만들었다. 이렇게 서운함이 쌓이고 쌓여 S양이 딱 한 번 그에 대해 사람들에게 농담을 한 적 있다. 심한 농담도 아니고, 사람들이 남친이 착해서 좋겠다며 칭찬할 때 "오빠가 착하긴 한데, 한 성격해요."라는 말을 한 것이다. 이 일을 두고 S양의 남친은 자신의 흉을 봤다며 S양에게 난리를 쳤다.
S양이 조율을 시도하려고 하면 그는 "왜 또 시비 거냐?"라고 말했고, S양이 부탁하듯 그에게 말하면 그는 "너 병 있냐?"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체판단으로 S양에게 '집착성 애정결핍'이라는 병명까지 달아주었다. 이별 직전엔 그의 오만이 극에 달해 "(내 가게에 와서는)여자친구 행세하지 마라.", "성공한 사람들이 왜 옛날 여자친구 버리는지 이제 좀 알겠다."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만 이야기 하면 대체 S양이 왜 저 연애를 계속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정말 끝장이 날 것 같은 상황에선 또 그가 '이중인격'을 발휘해 S양을 붙잡았다. 조금만 더 참으면 보상 어쩌고 운운하기, S양 있는 곳으로 달려가 화해하기 등. 채찍을 감추고 당근을 내민 것이다.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작동되는 남자의 추진력 및 맹목적 호의를 S양이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3. 넘어가지 말자. 제발.
헤어지고 나서 S양은 소개팅을 한다고 했다. 일부러 그를 자극하기 위해 꺼낸 말인데, 난 그 말에 남자친구가 눈 한 번 깜빡하지 않을 거라는 데 내 국민은행 통장을 걸 수 있다.
제발 그러지 말자. 정말 답답해서 하는 말이다. 오히려 S양은 그 얘기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고 독박을 쓰고 있다. 내가 카톡대화 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면 뛰어들어 S양의 손을 묶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진짜 답답했다. S양은 그가
"그 말은, 오빠랑 앞으로 볼 일 없을 거라는 얘기지?"
라고만 해도 바로 꼬리 내리지 않는가. 이거, S사 회장에게
"저 앞으로 S사 제품 안 쓰고 L사 제품 쓸 겁니다.
이번에 이사 가면서 냉장고랑 세탁기 다 바꿀 예정인데,
다 L사 제품을 살 겁니다."
이번에 이사 가면서 냉장고랑 세탁기 다 바꿀 예정인데,
다 L사 제품을 살 겁니다."
라고 메일 보내는 거랑 별반 차이 없는 짓이다. "그래. 좋은 남자 만나서 든든하겠네, 빠이~"라고 대답하는 남자에게 "내가 그 사람에게 마음 주면 오빠랑은 끝이다."라는 씨알도 안 먹히는 협박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바보짓인 걸 알면서도 그러는, 어쩔 수 없는 그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돌 부수려고 계란 던지지 말자. 아까운 계란만 다 박살난다.
헤어지고 나서 그가 한 말은, '좋은 남자'로 남고 싶어 잠시 이중인격을 발휘한 거라고 생각하자. 알바생에게 벌점이네 감점이네 하며 노동력 착취해 놓고, 갈라설 때 되니 "좋은 일자리 구해서 성공하길 바란다."하는 편지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말 말고 행동을 보자. 그가 그간 S양을 어떻게 대해왔는가? 제발 말에 속지 말자.
"내가 너에게 상처를 많이 줬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와서 이 모습대로 굳어진 것 같고,
이젠 이런 내 모습을 이해해 주는 여자가 나타나면 만나는 거고
없으면 그냥 나 혼자 살아야지.
넌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 만나서 서운 한 거 없이, 외로운 거 없이, 그렇게 살아라."
그런데 이렇게 살아와서 이 모습대로 굳어진 것 같고,
이젠 이런 내 모습을 이해해 주는 여자가 나타나면 만나는 거고
없으면 그냥 나 혼자 살아야지.
넌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 만나서 서운 한 거 없이, 외로운 거 없이, 그렇게 살아라."
저건 이별 멘트일 뿐이다. 그냥 저러는 게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별에서 자신이 가해자가 된 느낌을 중화시킬 수 있으니 한 말이지, 정말 그의 마음이 남아있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게 아쉬워서하는 말이 아니다.
이 년간 네 번이다. 네 번 모두 처참하게 버려졌다가, 여지가 남긴 저런 말을 S양이 부여잡아 재회했다. 제발 그만하자. 재회할 때 되면 그가 하는 "너 만한 여자가 없다."는 말은, 아무렇게나 굴어도 계속 사귈 수 있는 여자가 없다는 말일 뿐이다. 진심과 헌신에 대한 고마움? 그에게 손톱만큼이라도 S양에 대한 고마움이 있다면, S양을 저렇게 대할 수 없다.
그는 자신도 S양이 한 것만큼의 진심과 헌신을 했다고 말하지 않는가. "사귀어 준 것 = 진심과 헌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그는 지금보다 더 함부로 굴어도, 결국 자신이 전화 한 통 하면 S양이 택시라도 타고 달려올 거 안다. 몇 번을 버려도 전화 한 통으로 다시 찾을 수 있는 여자.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이 참혹한 상황은 계속 반복 될 것이다.
여전히 재회를 꿈꾸는 S양에게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괴롭힘'을 선사할지 눈에 훤하다. 이미 카톡대화에서 복선이 깔린 걸 난 봤는데, 재회를 하더라도 그는
ⓐ넌 소개팅남과 나를 비교했다.
ⓑ소개팅남이 든든하다면서 왜 나한테 재회를 요청하냐?
ⓒ난 분명 바뀔 자신 없다고 말했다.
ⓓ나 만나면 서운한 일, 외로운 일 많을 거라고 했는데,
네가 감수하고 만나자고 한 거다.
ⓑ소개팅남이 든든하다면서 왜 나한테 재회를 요청하냐?
ⓒ난 분명 바뀔 자신 없다고 말했다.
ⓓ나 만나면 서운한 일, 외로운 일 많을 거라고 했는데,
네가 감수하고 만나자고 한 거다.
라며 S양을 괴롭힐 것이다. S양은 꼬꼬마 시절부터 헌신과 희생, 인내로 단련이 된 사람이라 그걸 또 묵묵히 받아낼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뭘 위해서 그걸 다 받아내는 것일까? 지금 받아내면 나중에 '큰 보상'이 올 테니까? 그건 앞서 말했듯 '큰 보상'이 아닐 가능성이 98.72%다. 그럼 뭘 위해서? 그가 남자친구니까? 여자친구보고 여자친구 행세 하지 말라고 말하는 남자가 정상적인 남자친구일까? 이 관계는 뭘까? 왜 이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걸까? 다시 그가 "너 만한 여자 없더라."라며 연락해 와서 재회하면, S양은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게 될까?
S양의 남자친구가 슬슬 다시 S양이 아쉬워지기 시작하면, 또 새벽에 카톡 주고받다가 차를 타고 달려와서 S양을 안아 줄 것 같다. 겉모습만 보면 그게 행복한 재회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건 S양 고난의 시작을 의미한다. 내가 여기서 S양의 발목을 잡고 부탁해도, S양은 그에게 전화 한 통만 오면 날 뿌리치고 가버릴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멀리서 조망한 이야기를 한 번 훑고 나면, 혹 재회를 하더라도 다시 만신창이가 되었을 땐 차가운 머리로 생각할 수 있을 테니, 부질없는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었다고 여기기로 하자.
▲ 헌신과 배려와 이해와 양보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과용하면 상대를 괴물로 만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아님 자신이 서운함과 복수의 괴물이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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