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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다른 여자에겐 친절하지만 여친에겐 폭군인 남자

by 무한 2014. 1. 13.
다른 여자에겐 친절하지만 여친에겐 폭군인 남자
어떤 사연은, 읽다보면

'이런 연애를 하며 지금까지 온전한 멘탈인 게 존경스러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S양의 사연도 그렇다.

힘들게 살아온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힘들 것 같아 보이는 자리를 찾아가는 게 난 참 싫다. 희생하는 것에 길들여진 사람은 계속 희생만 하려 한다. 사람은 셋, 밥은 두 공기가 있다고 해보자. 그런 상황에서 밥을 두 사람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밥뚜껑에 두어 숟갈 덜어먹는 걸 당연하게 여겨온 사람은, 사람 셋에 밥 세 공기가 있어도 자신이 밥 한 공기 다 먹는 걸 죄를 짓는 것 마냥 불편해 한다. 남의 밥 빼앗아 먹고도 뻔뻔하게 앉아 있는 사람도 있는데….

"그가 다시 제 곁에 돌아오지 않아도 좋지만,
제 진심과 헌신은 그 사람 속에 남아있었으면 좋겠어요."



남아있고 안 남아있고를 떠나서, 구남친이 S양의 그 '진심과 헌신'을, '진심과 헌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는 S양과 사귀며 자신 역시 S양에게 해 준 것이 많다고 생각할 것이고, 오히려 도움을 받은 쪽은 자신이 아니라 S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S양은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라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럴 수 있다. 여기서 보기에 S양의 '진심과 헌신'은 그의 오만만 살찌웠을 뿐이다. 이 안타까운 일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이제 S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나 아니면 누가 널.


상대가 달콤한 미래를 약속해서 행복한가? 그에게 의지할 수 있어서 든든한가? 앞으로 그가 다 알아서 해주겠다고 말하니 이제 고생 끝 행복시작이 펼쳐질 것 같은가? 그런 얘기들을 듣고 마냥 부푼 꿈만 꾸고 있으면 상대에게 짐짝 취급당하며 버려지는 건 시간문제다.

"결혼할 때 넌 아무 것도 준비 안 해도 된다.
결혼 후엔 내조 잘 하고, 너 하고 싶은 공부나 운동 하면서 편하게 지내면 된다."



저런 말은 '정말 너를 위해서 그렇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말'이 아니라, '내 능력을 과시하며 만족하기 위해서 하는 말'이다. 때문에 저 말만 철석같이 믿고 상대의 하녀처럼 살기 시작하면, 결국 하녀로 전락하고 만다. 그의 약속들이 어떻게 변형 되었나 냉정하게 바라보자.

넌 나만 믿고 나만 보면 된다. 
-> 애정결핍 있냐?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나만 따라오면 된다.
-> 넌 자존감도 없냐?



돈 빌릴 때와 갚을 때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웹에 종종 떠도는 카톡 대화를 본 적 없는가? 빌릴 때는 분명 알바라도 해서 갚겠다고 말하며 빌리지만, 갚을 때는 여유가 없어서 못 주고 있는 건데 왜 자꾸 보채서 사람 짜증나게 하냐고 대답하는 그런 대화들 말이다. 

내가 보기에 그는 S양에게 신세를 너무 많이 졌다. 잠깐 헤어졌을 때 다른 여자를 사귀었던 그는 재회할 때 S양에게 기다려달라고 하기도 했고, 또 가게 오픈준비를 할 때에도 S양에게서 물심양면 지원을 받았다. 가게를 시작하고 난 뒤에도 S양을 알바처럼 대하며 심부름까지 시켰고 말이다. S양은 이런 일들을 하며 언젠가 그가 보답해줄 거라 생각했던 것 같은데, 그건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되는대로 돈을 빌려준 것과 같을 뿐이다.

대가? 보답?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원금'에 해당하는 것만큼의 '진심과 헌신'도 S양에게 베풀지 못할 사람 같은데, 무슨 재주로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갚을 수 있을까? 그는

"넌 날 만나기 전엔 정말 엉망이었는데, 날 만나서 사람 된 거다."


라고 말하는 남자다. 연애가 사업이라면, 그는 S양과 '동업'을 한 게 아니다. 자신이 '고용주'가 되어 S양을 고용했을 뿐이다. 내가 너를 사람 만들었다, 나 아니면 누가 너와 사귀겠냐는 생각을 품고 있는 남자. 이런 남자가 S양의 '진심과 헌신'에 고마워할까, 아니면 자신이 S양과 사귀어주고 있는 것에 대한 적절한 보답이라고 생각할까? 헤어지고 나서 그가 한 말을 보자.

"네가 조금만 더 참았으면, 나중에 널 위해 큰 보상이 왔을 것이다."


여자친구에게 달콤한 미래를 약속하지만 평소엔 막말하며 하녀 대하듯 하는 남자. 그건, 나중에 성공하면 효도하겠다고 말하지만 평소엔 부모님께 짜증을 내고 전화도 함부로 끊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런 사람에게 '나중에'라는 건 올까? 그가 말하는 '나중에'가 되면, 그는 정말 완전히 새 사람이 되어 없던 존중과 배려가 가득 넘치는 사람이 될까? 자신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발행한 공수표를 두고 저렇게 생색내는 사람은 또 처음이라 신기하기까지 할 정도다. 큰 보상? 그가 말하는 그 '큰 보상'이라는 게, 알바 생각해서 명절 보너스 3만원 더 넣어주고 뭐 그런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 가부장의 결정체.


S양의 남자친구는 '가부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난 그의 멘트들을 보며, 사람이 이렇게까지 뻔뻔해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아무리 봐도 이건, 부끄러운 걸 알면서 일부러 모른 체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권위에 쩔어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이 당하면 방방 뛰고 이별통보를 하던 일들도, 상대에게 그것을 행할 땐 오히려 받아들이지 않는 상대를 더욱 이상한 사람으로 만든다. 예로 들 부분들이 정말 많은데, 다 들 수는 없으니 몇 가지만 살펴보자.

구여친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 S양이 뭐라고 하자.
-> "안 그래도 짜증나는데, 너까지 짜증나게 하지 마라."



우리나라 속담 "방귀 뀐 놈이 성낸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나에게 짜증나는 일이 생기지 않는 것'같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그렇다. S양이 조금이라도 의문을 제기하거나, 자기 의견을 내거나, 남친과 다른 생각하고 있다는 걸 말하면 그는 짜증을 낸다. S양에게 미안하지만, 여기서 보기엔 그가

'너 따위가 무슨 의견 같은 걸 가지냐.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고, 그러라면 그러면 되는 거지.'



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일부러 그를 나쁘게 말하려고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니다. 실제로 그는 S양에게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너 또라이냐?", "왜 또 지랄이야?"하는 말들을 했다.(더 심한 말들도 있지만 자체심의 상 이 정도만 적어두겠다.)

또, 마음은 행동으로 드러나는 까닭에 그는 자신의 지인들과 있는 자리에서 S양을 하찮게 여기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 말에 S양이 상처를 받아 따진 적도 있는데, 그럼 그는

"넌 그걸 지금 꼭 얘기해야 하냐?
너 그래서 아까 그렇게 짜증나게 굴었던 거냐?"



하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취했다. 분명 자기 잘못으로 시작된 다툼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 미안하다고 했는데 왜 계속 그러냐.
또 너 구구절절 얘기하는 것 때문에 진짜 지친다."



라며 S양을 이상한 여자로 만들었다. 이렇게 서운함이 쌓이고 쌓여 S양이 딱 한 번 그에 대해 사람들에게 농담을 한 적 있다. 심한 농담도 아니고, 사람들이 남친이 착해서 좋겠다며 칭찬할 때 "오빠가 착하긴 한데, 한 성격해요."라는 말을 한 것이다. 이 일을 두고 S양의 남친은 자신의 흉을 봤다며 S양에게 난리를 쳤다.

S양이 조율을 시도하려고 하면 그는 "왜 또 시비 거냐?"라고 말했고, S양이 부탁하듯 그에게 말하면 그는 "너 병 있냐?"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체판단으로 S양에게 '집착성 애정결핍'이라는 병명까지 달아주었다. 이별 직전엔 그의 오만이 극에 달해 "(내 가게에 와서는)여자친구 행세하지 마라.", "성공한 사람들이 왜 옛날 여자친구 버리는지 이제 좀 알겠다."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만 이야기 하면 대체 S양이 왜 저 연애를 계속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정말 끝장이 날 것 같은 상황에선 또 그가 '이중인격'을 발휘해 S양을 붙잡았다. 조금만 더 참으면 보상 어쩌고 운운하기, S양 있는 곳으로 달려가 화해하기 등. 채찍을 감추고 당근을 내민 것이다.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작동되는 남자의 추진력 및 맹목적 호의를 S양이 '사랑'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3. 넘어가지 말자. 제발.


헤어지고 나서 S양은 소개팅을 한다고 했다. 일부러 그를 자극하기 위해 꺼낸 말인데, 난 그 말에 남자친구가 눈 한 번 깜빡하지 않을 거라는 데 내 국민은행 통장을 걸 수 있다.

제발 그러지 말자. 정말 답답해서 하는 말이다. 오히려 S양은 그 얘기 꺼냈다가 본전도 못 찾고 독박을 쓰고 있다. 내가 카톡대화 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면 뛰어들어 S양의 손을 묶어 버리고 싶을 정도로 진짜 답답했다. S양은 그가

"그 말은, 오빠랑 앞으로 볼 일 없을 거라는 얘기지?"


라고만 해도 바로 꼬리 내리지 않는가. 이거, S사 회장에게

"저 앞으로 S사 제품 안 쓰고 L사 제품 쓸 겁니다.
이번에 이사 가면서 냉장고랑 세탁기 다 바꿀 예정인데,
다 L사 제품을 살 겁니다."



라고 메일 보내는 거랑 별반 차이 없는 짓이다. "그래. 좋은 남자 만나서 든든하겠네, 빠이~"라고 대답하는 남자에게 "내가 그 사람에게 마음 주면 오빠랑은 끝이다."라는 씨알도 안 먹히는 협박해서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바보짓인 걸 알면서도 그러는, 어쩔 수 없는 그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돌 부수려고 계란 던지지 말자. 아까운 계란만 다 박살난다.

헤어지고 나서 그가 한 말은, '좋은 남자'로 남고 싶어 잠시 이중인격을 발휘한 거라고 생각하자. 알바생에게 벌점이네 감점이네 하며 노동력 착취해 놓고, 갈라설 때 되니 "좋은 일자리 구해서 성공하길 바란다."하는 편지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말 말고 행동을 보자. 그가 그간 S양을 어떻게 대해왔는가? 제발 말에 속지 말자.

"내가 너에게 상처를 많이 줬던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와서 이 모습대로 굳어진 것 같고,
이젠 이런 내 모습을 이해해 주는 여자가 나타나면 만나는 거고
없으면 그냥 나 혼자 살아야지.
넌 나보다 훨씬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 만나서 서운 한 거 없이, 외로운 거 없이, 그렇게 살아라."



저건 이별 멘트일 뿐이다. 그냥 저러는 게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별에서 자신이 가해자가 된 느낌을 중화시킬 수 있으니 한 말이지, 정말 그의 마음이 남아있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게 아쉬워서하는 말이 아니다.

이 년간 네 번이다. 네 번 모두 처참하게 버려졌다가, 여지가 남긴 저런 말을 S양이 부여잡아 재회했다. 제발 그만하자. 재회할 때 되면 그가 하는 "너 만한 여자가 없다."는 말은, 아무렇게나 굴어도 계속 사귈 수 있는 여자가 없다는 말일 뿐이다. 진심과 헌신에 대한 고마움? 그에게 손톱만큼이라도 S양에 대한 고마움이 있다면, S양을 저렇게 대할 수 없다.

그는 자신도 S양이 한 것만큼의 진심과 헌신을 했다고 말하지 않는가. "사귀어 준 것 = 진심과 헌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는가.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그는 지금보다 더 함부로 굴어도, 결국 자신이 전화 한 통 하면 S양이 택시라도 타고 달려올 거 안다. 몇 번을 버려도 전화 한 통으로 다시 찾을 수 있는 여자.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이 참혹한 상황은 계속 반복 될 것이다.


여전히 재회를 꿈꾸는 S양에게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괴롭힘'을 선사할지 눈에 훤하다. 이미 카톡대화에서 복선이 깔린 걸 난 봤는데, 재회를 하더라도 그는

ⓐ넌 소개팅남과 나를 비교했다.
ⓑ소개팅남이 든든하다면서 왜 나한테 재회를 요청하냐?
ⓒ난 분명 바뀔 자신 없다고 말했다.
ⓓ나 만나면 서운한 일, 외로운 일 많을 거라고 했는데,
  네가 감수하고 만나자고 한 거다.



라며 S양을 괴롭힐 것이다. S양은 꼬꼬마 시절부터 헌신과 희생, 인내로 단련이 된 사람이라 그걸 또 묵묵히 받아낼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뭘 위해서 그걸 다 받아내는 것일까? 지금 받아내면 나중에 '큰 보상'이 올 테니까? 그건 앞서 말했듯 '큰 보상'이 아닐 가능성이 98.72%다. 그럼 뭘 위해서? 그가 남자친구니까? 여자친구보고 여자친구 행세 하지 말라고 말하는 남자가 정상적인 남자친구일까? 이 관계는 뭘까? 왜 이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걸까? 다시 그가 "너 만한 여자 없더라."라며 연락해 와서 재회하면, S양은 행복한 연애를 할 수 있게 될까?

S양의 남자친구가 슬슬 다시 S양이 아쉬워지기 시작하면, 또 새벽에 카톡 주고받다가 차를 타고 달려와서 S양을 안아 줄 것 같다. 겉모습만 보면 그게 행복한 재회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건 S양 고난의 시작을 의미한다. 내가 여기서 S양의 발목을 잡고 부탁해도, S양은 그에게 전화 한 통만 오면 날 뿌리치고 가버릴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멀리서 조망한 이야기를 한 번 훑고 나면, 혹 재회를 하더라도 다시 만신창이가 되었을 땐 차가운 머리로 생각할 수 있을 테니, 부질없는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었다고 여기기로 하자.



▲ 헌신과 배려와 이해와 양보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과용하면 상대를 괴물로 만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아님 자신이 서운함과 복수의 괴물이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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