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흑역사를 쓰고 있는 모태솔로남 외 2편
인철씨, 금사모(금요사연모음)라 길게 얘기할 수 없으니까 직구로 바로 시작할게. 대학을 늦게 들어간 게 자랑은 아니잖아, 그치? 꼬꼬마들 사이에서 대장 놀이 하려고 하면 왕따 당하는 건 순식간이야. 지금이야 학기 초니까 서로 잘 모르고, 또 인철씨 나이가 많아 동기들이 대우해주니까 형, 오빠 소리 듣는 거지, 중간고사 끝나고 나면 하나 둘 인철씨를 피할 수 있어.
라니? 인철씨 교수야? 신입생이잖아. 나이 말고 인철씨의 현재 입장을 생각해. 다시 말하지만, 인철씨는 그냥 그 대학에 입학한 1학년 학생일 뿐이야. 나도 선후배 문화에 고개를 젓는 사람 중 하나지만, 인철씨처럼 과 단체카톡방에서 선배들을 "어이."하며 부르는 건 상식적으로 받아줄 수 없는 태도라고 생각해. 그건 연애고 뭐고를 떠나서, 그 사회에서 매장 당해도 할 말 없는 행동이야.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인철씨가 매장당할 준비는 이미 절반정도 진행되었어. 새 학기 시작하고 지금 아직 2주도 안 지났지? 2주 만에 이렇게 된 거야. 단톡방에서 인철씨가 한 행동들을 봐봐.
저 말에 동기들이 답해준 건, 학기 시작한지 2주도 안 되었는데 과에서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 재학생 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까 그냥 장단 맞춰 준 거야. 몇 명 빼고는 질문도 안 하잖아. 인철씨에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게 대단한 일이겠지만, 남들은 궁금하지도 않는 거라고.
물론 인철씨가 그 단톡방에 '상대'가 있으니 걔 들으라는 식으로 일부러 얘기 꺼낸 거 알아. 근데 선을 넘었어. 상대 카스에 올라온 사진들을 인철씨가 개인적으로 저장하고 있다는 걸 밝힌 순간, 인철씨는 바로 스토커 취급당했잖아. 그러고 나서 상대도 그 단톡방에서 대화 지켜보고 있는데,
라는 얘기는 대체 왜 한 거야? 그게 멋있어 보여? 인철씨는 나이 어린 동기들이
따위의 얘기를 하니까, 오히려 즐거워하더라? 저거 감탄사가 아냐. 인철씨의 인성에 대해서 그들이 파악한 걸 그대로 얘기한 거야. 전혀 즐거워 할 일이 아니라니까? 그런데 인철씨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난 공부나 열심히 해야겠네. 술이나 먹자. 마시고 죽자. 죽으면 나 집에 데려다 줘."같은 얘기 하고 있더라?
그 얘기 하고 나서 애들도 화제를 돌리잖아. 그런데도 인철씨는 억지로 다시 대화에 끼어들어서는,
하고 있어. 동기 하나가 "아녜요, 형~"이라고 하니까, "그래 위로해줘서 고맙네."하는 소리나 하고 있고 말이야. 또, 사람들은 갑자기 인철씨가 막나가서 이상하니까 왜 그러냐고 물어 본 건데, 인철씨는
하는 소리를 해. 이거 지금 인철씨가 내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라고 물을 문제가 아니야. 이대로라면 벚꽃이 피기도 전에 인철씨 거기서 매장당해. 매장 당하고 나면 인철씨는 '난 그냥 걔를 좋아한다는 걸 밝혔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되었나. 초반에 친했던 그들과 난 왜 멀어졌을까.'하는 생각을 하겠지. 내가 답을 미리 말해줄게. 그건 형, 오빠 대접에 들떠서 방종한 대가야. 남들이 해주는 대우에 감사할 줄 모르고 그들에게 "더럽게도 처묵었네ㅋㅋㅋㅋ", "어이, 어이."하던 것에 대한 대가라고. 난 인철씨가 지금처럼 굴다가 매장당해선 1학기 마치고 휴학하거나 자퇴하는 테크는 타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이라도 그들을 존중하며 대하길 바라.
오호, 김형 구여친(표면적으로는 둘이 현재 헤어진 상태니까)매력 있네요. 그렇게 대놓고 까칠하며 통통 튀는 여자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상큼합니다. 저게 그녀가 진짜로 그렇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장난을 좀 치는 거지요. 그래서 저런 이야기는 변화구로 생각하며 받아야 합니다. 직구로 받으면 손목 나가죠. 그런데 김형은 살짝 학자 스타일입니다. 때문에 그녀가 저런 식으로 변화구를 던질 때마다 진지해지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죠. 초반 그녀의 장난에 김형이 발끈 했던 게, 카톡대화에서도 다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이게, 그녀가 장난을 치면 김형이 좀 능청으로 받아줄 줄도 알아야 합니다. 한 술 더 뜨는 거라고 할까요. 너무 진지해질 필요 없습니다. 상대는 심층면접을 보려는 게 아니라 같이 놀자는 거니까요. 위와 같은 얘기를 하면,
라는 식으로 나가주면 되는 겁니다. 그녀가 코믹 멜로로 나오는데, 김형이 다큐로 받으면 곤란한 일이 벌어집니다. 민망하고 재미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죠. 차 얘기라고 해 봅시다. 만약 그녀가 길을 걷다가 외제차를 발견하곤,
라고 얘기하면,
정도로 받아주면 되는 겁니다. 그녀가 진지하게 그 차를 사겠다는 계획을 말한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김형은 그녀가 저런 이야기를 하면,
하는 뉘앙스의 대답을 합니다. 앞서 말했듯 다큐로 받는 거지요. 그렇다고 김형이 애정표현을 안 하는 건 아닙니다. 김형은 또 김형 나름대로의 '진지한 애정표현'을 하지요.
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또 그녀는 그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김형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애정표현에 대해
라며 밀어내듯 이야기를 합니다. 살짝 갈등이 생겼을 때도 둘의 성향 차이는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매사에 조심스러워 하며 신중한 김형은,
라는 이야기를 하죠. 그냥 전화를 걸면 되는 건데, 김형은 너무 조심스럽습니다. 확 잡아끄는 박력이 없다고 할까요. "나와. 달달한 거 먹으러 가자."정도로 잡아끌면 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김형은 "화났어?"라며 눈치를 보듯 말합니다. 그녀가 혹시 김형에게 싫증이 난 건 아닌지 두려워하면서 말이죠.
위와 같은 차이들 때문에 그녀는 심드렁해졌고, 김형은 결국 "남자랑 영화 보는 건 아니지?"라고 묻는 집착의 단계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말없이 그녀의 집에 찾아가 나오라는 연락을 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거 다 아무 소용없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녀는 김형을 싫어하게 될 겁니다. 그러지 말고 그냥 그녀를 동성이라 생각하며 대화를 하시기 바랍니다. 그녀도 김형이 싫지 않은 까닭에 연락을 해오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김형이 다시 '진지한 애정표현'을 하는 까닭에 다시 또 멀어집니다. 그러지 말고 오늘부터는, 그녀를 동성이라 생각하며 '드립 놀이'를 함께 해보시기 바랍니다. 김형이 너무 진지해지지만 않는다면, 이 관계는 다시 정상화 될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무릎 꿇는 지금의 모습에서 벗어나, 그녀와 동등한 위치에 서서 대화하세요.
한별아, 네 사연을 읽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는,
라는 거야.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거든. 얼마 전 소개했던 사연 중에는, 썸을 타다가 남자가 같은 모임의 누군가를 좋아한 적 있다고 말하니까,
라고 말한 여자 분도 있었잖아. '팜므파탈'을 목표로 삼았는지, 많은 남자와 연애하듯 만나지만 사귀지는 않는 여자 분도 있었고 말야. 난 한별이 너의 썸녀 역시,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여자가 아닐까 생각해. 그래서 네가 더는 뭔가를 하지 말길 권해주고 싶어.
내가 봐도 둘의 썸은 온전히 그린라이트였어. 오히려 유혹을 한 건 상대 쪽이였고 말야. 그녀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리액션을 하면서 네 호감을 이끌어냈고, 그 일이 있었을 때에도 '여지'를 준 것은 그녀 쪽이었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닭갈비 식당에서 앞치마 두르고 테이블마다 돌아다니고 있으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하잖아. 그래서 그녀에게 밥을 좀 볶아 달라고 했어. 그러니까 그녀가 주방에 가서 밥을 가지고 온 뒤 볶아 주는 거야. 다 볶아주고 난 뒤에 그녀가 말하지.
이거 좀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잖아. 한별이의 썸녀도 마찬가지거든.
집으로 인도한 것도 그녀고, 가겠다는 사람 붙잡은 것도 그녀인데…, 글쎄 난 잘 모르겠다. 여하튼 이 일 이후에 그녀는 '나 좋다는 남자 밀어내는 여자'가 되어 갑자기 널 쳐내기 시작하거든.
저 부분부터는 한별이 너만큼이나 사연을 읽는 나도 당황스러웠어. 물론, 이런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야. 처음엔 분명 자신이 먼저 호감을 표현해 놓고는, 막상 상대도 호감을 표현하기 시작하면 "난 네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지만, 너에 대한 내 마음이 커지질 않는다."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거든.
신기한 건, 저렇게 밀어내서 상대가 포기하면, 다시 또 먼저 다가간다는 거야.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야. 저 말을 듣고 기회인가 싶어서 다시 호감을 표시하면, 그녀는 "너와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어. 난 그날의 일이 떠오르면 마음이 불편해져서 물어본 것뿐이야."라는 식으로 나오기도 해. 이해하기 어렵지? 오라는 것도 아니고 가라는 것도 아니니까.
난, 일단은 그녀의 요구대로 따라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아무 감정이 없고 사적으로 만나는 게 불편하다는데, 거기에 대고 계속 '내 진심'이라며 들이대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야. 내가 보기엔 한별이 네가 가만히 있으면 분명 그녀가 다시 연락을 해올 것 같거든. 그녀는 현재 '나 좋다는 남자 밀어내는 여자'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네가 만나자고 했을 때 알았다고 했다가도, "그냥 보지 말자. 생각해 봤는데, 그렇게 만나는 건 아닌 것 같아."라는 식으로 거절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야. 그러니 그녀의 요구를 존중해서 따라주고, 다음에 갑자기 그녀가 태도를 바꿔 따지듯 말하면, 그땐 "난 너의 요구를 존중했던 것이다."라는 식으로 대응하면 될 것 같아.
그러고 나면 그녀가 또, "난 네가 날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지를 알아보기 위해 밀어냈던 거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거든. 그러면 또 거기에 홀랑 넘어가서 미안하다며 사과부터 하지 말고, 한 쪽의 마음을 가린 채 다른 쪽의 마음만 알아보려 하는 건 기만이라고 말해줘. 네가 그녀를 좋아하는 건 맞지만, 그녀가 널 시험하려고만 든다면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면 돼. 그녀가 짜고 있는 판으로 계속 이끌려 들어가지 말고, 판 자체를 바꿔 버리는 거야. 알았지?
자, 다시 또 신나는 불금이 돌아왔다. 난 이번 주에 겨울 내 먼지를 먹고 있던 자전거 세차도 하고 정비도 해 동네를 한 바퀴 돌아 볼 예정인데, 독자 분들은 무얼 하실 예정이신지? 다들 즐거운 불금,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 "무한님, 2번 여자 그냥 이상한 여자 아닌가요?" 스포츠카가, 아무나 몰 수 없는 차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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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철씨, 금사모(금요사연모음)라 길게 얘기할 수 없으니까 직구로 바로 시작할게. 대학을 늦게 들어간 게 자랑은 아니잖아, 그치? 꼬꼬마들 사이에서 대장 놀이 하려고 하면 왕따 당하는 건 순식간이야. 지금이야 학기 초니까 서로 잘 모르고, 또 인철씨 나이가 많아 동기들이 대우해주니까 형, 오빠 소리 듣는 거지, 중간고사 끝나고 나면 하나 둘 인철씨를 피할 수 있어.
"과대표가 고생이 많네. 애들 챙기느라."
라니? 인철씨 교수야? 신입생이잖아. 나이 말고 인철씨의 현재 입장을 생각해. 다시 말하지만, 인철씨는 그냥 그 대학에 입학한 1학년 학생일 뿐이야. 나도 선후배 문화에 고개를 젓는 사람 중 하나지만, 인철씨처럼 과 단체카톡방에서 선배들을 "어이."하며 부르는 건 상식적으로 받아줄 수 없는 태도라고 생각해. 그건 연애고 뭐고를 떠나서, 그 사회에서 매장 당해도 할 말 없는 행동이야.
1. 연애의 흑역사를 쓰고 있는 모태솔로남.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인철씨가 매장당할 준비는 이미 절반정도 진행되었어. 새 학기 시작하고 지금 아직 2주도 안 지났지? 2주 만에 이렇게 된 거야. 단톡방에서 인철씨가 한 행동들을 봐봐.
"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한 사람씩 질문해봐.
스무 명의 질문을 받도록 하지."
스무 명의 질문을 받도록 하지."
저 말에 동기들이 답해준 건, 학기 시작한지 2주도 안 되었는데 과에서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 재학생 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까 그냥 장단 맞춰 준 거야. 몇 명 빼고는 질문도 안 하잖아. 인철씨에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게 대단한 일이겠지만, 남들은 궁금하지도 않는 거라고.
물론 인철씨가 그 단톡방에 '상대'가 있으니 걔 들으라는 식으로 일부러 얘기 꺼낸 거 알아. 근데 선을 넘었어. 상대 카스에 올라온 사진들을 인철씨가 개인적으로 저장하고 있다는 걸 밝힌 순간, 인철씨는 바로 스토커 취급당했잖아. 그러고 나서 상대도 그 단톡방에서 대화 지켜보고 있는데,
"왜 다들 말이 없어?
걔가 아깝냐, 내가 아깝냐?"
걔가 아깝냐, 내가 아깝냐?"
라는 얘기는 대체 왜 한 거야? 그게 멋있어 보여? 인철씨는 나이 어린 동기들이
"개노답."
"개소름."
"개소름."
따위의 얘기를 하니까, 오히려 즐거워하더라? 저거 감탄사가 아냐. 인철씨의 인성에 대해서 그들이 파악한 걸 그대로 얘기한 거야. 전혀 즐거워 할 일이 아니라니까? 그런데 인철씨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난 공부나 열심히 해야겠네. 술이나 먹자. 마시고 죽자. 죽으면 나 집에 데려다 줘."같은 얘기 하고 있더라?
그 얘기 하고 나서 애들도 화제를 돌리잖아. 그런데도 인철씨는 억지로 다시 대화에 끼어들어서는,
"그냥 말하지 말 걸 그랬네.
이제 학교 가면 다들 나 무시하겠지ㅋㅋ"
이제 학교 가면 다들 나 무시하겠지ㅋㅋ"
하고 있어. 동기 하나가 "아녜요, 형~"이라고 하니까, "그래 위로해줘서 고맙네."하는 소리나 하고 있고 말이야. 또, 사람들은 갑자기 인철씨가 막나가서 이상하니까 왜 그러냐고 물어 본 건데, 인철씨는
"내가 가끔 그래ㅋ"
하는 소리를 해. 이거 지금 인철씨가 내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라고 물을 문제가 아니야. 이대로라면 벚꽃이 피기도 전에 인철씨 거기서 매장당해. 매장 당하고 나면 인철씨는 '난 그냥 걔를 좋아한다는 걸 밝혔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되었나. 초반에 친했던 그들과 난 왜 멀어졌을까.'하는 생각을 하겠지. 내가 답을 미리 말해줄게. 그건 형, 오빠 대접에 들떠서 방종한 대가야. 남들이 해주는 대우에 감사할 줄 모르고 그들에게 "더럽게도 처묵었네ㅋㅋㅋㅋ", "어이, 어이."하던 것에 대한 대가라고. 난 인철씨가 지금처럼 굴다가 매장당해선 1학기 마치고 휴학하거나 자퇴하는 테크는 타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이라도 그들을 존중하며 대하길 바라.
2. 엽기적인 그녀.
오호, 김형 구여친(표면적으로는 둘이 현재 헤어진 상태니까)매력 있네요. 그렇게 대놓고 까칠하며 통통 튀는 여자는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나 데이트 할 때 돈 안 써요. 그러니까 만나기 싫으면 지금 말해요."
상큼합니다. 저게 그녀가 진짜로 그렇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장난을 좀 치는 거지요. 그래서 저런 이야기는 변화구로 생각하며 받아야 합니다. 직구로 받으면 손목 나가죠. 그런데 김형은 살짝 학자 스타일입니다. 때문에 그녀가 저런 식으로 변화구를 던질 때마다 진지해지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죠. 초반 그녀의 장난에 김형이 발끈 했던 게, 카톡대화에서도 다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이게, 그녀가 장난을 치면 김형이 좀 능청으로 받아줄 줄도 알아야 합니다. 한 술 더 뜨는 거라고 할까요. 너무 진지해질 필요 없습니다. 상대는 심층면접을 보려는 게 아니라 같이 놀자는 거니까요. 위와 같은 얘기를 하면,
"어? 저랑 똑같네요? 공감대 하나 찾았네. 저도 돈을 안 써요."
라는 식으로 나가주면 되는 겁니다. 그녀가 코믹 멜로로 나오는데, 김형이 다큐로 받으면 곤란한 일이 벌어집니다. 민망하고 재미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죠. 차 얘기라고 해 봅시다. 만약 그녀가 길을 걷다가 외제차를 발견하곤,
"우와, 저 차 예쁘다. 나 나중에 저런 차 사줘."
라고 얘기하면,
"안 돼. 저런 차는 서민들이 타는 거야.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녀야지."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녀야지."
정도로 받아주면 되는 겁니다. 그녀가 진지하게 그 차를 사겠다는 계획을 말한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김형은 그녀가 저런 이야기를 하면,
"저 차는 가격이 어떻고, 보험료가 어떻고….
우리가 받는 월급으로 저럼 차를 몰고 다니려면…."
우리가 받는 월급으로 저럼 차를 몰고 다니려면…."
하는 뉘앙스의 대답을 합니다. 앞서 말했듯 다큐로 받는 거지요. 그렇다고 김형이 애정표현을 안 하는 건 아닙니다. 김형은 또 김형 나름대로의 '진지한 애정표현'을 하지요.
"어떡하지? 널 좋아하는 감정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또 그녀는 그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김형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애정표현에 대해
"시끄러. 웃겨."
라며 밀어내듯 이야기를 합니다. 살짝 갈등이 생겼을 때도 둘의 성향 차이는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매사에 조심스러워 하며 신중한 김형은,
"기분 안 좋아?"
"말하기 싫어?"
"내가 잘못한 것 있으면 말해줘."
"지금 통화 가능해? 전화 받을 수 있어?"
"말하기 싫어?"
"내가 잘못한 것 있으면 말해줘."
"지금 통화 가능해? 전화 받을 수 있어?"
라는 이야기를 하죠. 그냥 전화를 걸면 되는 건데, 김형은 너무 조심스럽습니다. 확 잡아끄는 박력이 없다고 할까요. "나와. 달달한 거 먹으러 가자."정도로 잡아끌면 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김형은 "화났어?"라며 눈치를 보듯 말합니다. 그녀가 혹시 김형에게 싫증이 난 건 아닌지 두려워하면서 말이죠.
위와 같은 차이들 때문에 그녀는 심드렁해졌고, 김형은 결국 "남자랑 영화 보는 건 아니지?"라고 묻는 집착의 단계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말없이 그녀의 집에 찾아가 나오라는 연락을 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거 다 아무 소용없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그녀는 김형을 싫어하게 될 겁니다. 그러지 말고 그냥 그녀를 동성이라 생각하며 대화를 하시기 바랍니다. 그녀도 김형이 싫지 않은 까닭에 연락을 해오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김형이 다시 '진지한 애정표현'을 하는 까닭에 다시 또 멀어집니다. 그러지 말고 오늘부터는, 그녀를 동성이라 생각하며 '드립 놀이'를 함께 해보시기 바랍니다. 김형이 너무 진지해지지만 않는다면, 이 관계는 다시 정상화 될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무릎 꿇는 지금의 모습에서 벗어나, 그녀와 동등한 위치에 서서 대화하세요.
3. 분명 그린라이트였는데….
한별아, 네 사연을 읽고 내가 해줄 수 있는 얘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여자는 안 만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라는 거야. 세상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거든. 얼마 전 소개했던 사연 중에는, 썸을 타다가 남자가 같은 모임의 누군가를 좋아한 적 있다고 말하니까,
"내가 대용품이 된 것 같아서 자존심 상한다.
그럼 걔랑 먼저 사귀고 처참하게 찬 다음에 와라. 그럼 받아 주겠다."
그럼 걔랑 먼저 사귀고 처참하게 찬 다음에 와라. 그럼 받아 주겠다."
라고 말한 여자 분도 있었잖아. '팜므파탈'을 목표로 삼았는지, 많은 남자와 연애하듯 만나지만 사귀지는 않는 여자 분도 있었고 말야. 난 한별이 너의 썸녀 역시,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여자가 아닐까 생각해. 그래서 네가 더는 뭔가를 하지 말길 권해주고 싶어.
내가 봐도 둘의 썸은 온전히 그린라이트였어. 오히려 유혹을 한 건 상대 쪽이였고 말야. 그녀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리액션을 하면서 네 호감을 이끌어냈고, 그 일이 있었을 때에도 '여지'를 준 것은 그녀 쪽이었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닭갈비 식당에서 앞치마 두르고 테이블마다 돌아다니고 있으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하잖아. 그래서 그녀에게 밥을 좀 볶아 달라고 했어. 그러니까 그녀가 주방에 가서 밥을 가지고 온 뒤 볶아 주는 거야. 다 볶아주고 난 뒤에 그녀가 말하지.
"근데 저 여기서 일하는 사람 아니거든요?
저도 손님인데, 왜 저한테 밥을 볶아 달라고 하신 거죠?"
저도 손님인데, 왜 저한테 밥을 볶아 달라고 하신 거죠?"
이거 좀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잖아. 한별이의 썸녀도 마찬가지거든.
"나한테 왜 그랬어?
내가 우습게 보여? 쉬워 보여?"
내가 우습게 보여? 쉬워 보여?"
집으로 인도한 것도 그녀고, 가겠다는 사람 붙잡은 것도 그녀인데…, 글쎄 난 잘 모르겠다. 여하튼 이 일 이후에 그녀는 '나 좋다는 남자 밀어내는 여자'가 되어 갑자기 널 쳐내기 시작하거든.
"내가 너한테 잘해줬나 보다."
저 부분부터는 한별이 너만큼이나 사연을 읽는 나도 당황스러웠어. 물론, 이런 경우가 전혀 없는 건 아니야. 처음엔 분명 자신이 먼저 호감을 표현해 놓고는, 막상 상대도 호감을 표현하기 시작하면 "난 네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지만, 너에 대한 내 마음이 커지질 않는다."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거든.
신기한 건, 저렇게 밀어내서 상대가 포기하면, 다시 또 먼저 다가간다는 거야.
"넌 그 날, 무슨 생각으로 나와 그랬던 거니?"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야. 저 말을 듣고 기회인가 싶어서 다시 호감을 표시하면, 그녀는 "너와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어. 난 그날의 일이 떠오르면 마음이 불편해져서 물어본 것뿐이야."라는 식으로 나오기도 해. 이해하기 어렵지? 오라는 것도 아니고 가라는 것도 아니니까.
난, 일단은 그녀의 요구대로 따라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아무 감정이 없고 사적으로 만나는 게 불편하다는데, 거기에 대고 계속 '내 진심'이라며 들이대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야. 내가 보기엔 한별이 네가 가만히 있으면 분명 그녀가 다시 연락을 해올 것 같거든. 그녀는 현재 '나 좋다는 남자 밀어내는 여자'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네가 만나자고 했을 때 알았다고 했다가도, "그냥 보지 말자. 생각해 봤는데, 그렇게 만나는 건 아닌 것 같아."라는 식으로 거절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야. 그러니 그녀의 요구를 존중해서 따라주고, 다음에 갑자기 그녀가 태도를 바꿔 따지듯 말하면, 그땐 "난 너의 요구를 존중했던 것이다."라는 식으로 대응하면 될 것 같아.
그러고 나면 그녀가 또, "난 네가 날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지를 알아보기 위해 밀어냈던 거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거든. 그러면 또 거기에 홀랑 넘어가서 미안하다며 사과부터 하지 말고, 한 쪽의 마음을 가린 채 다른 쪽의 마음만 알아보려 하는 건 기만이라고 말해줘. 네가 그녀를 좋아하는 건 맞지만, 그녀가 널 시험하려고만 든다면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주면 돼. 그녀가 짜고 있는 판으로 계속 이끌려 들어가지 말고, 판 자체를 바꿔 버리는 거야. 알았지?
자, 다시 또 신나는 불금이 돌아왔다. 난 이번 주에 겨울 내 먼지를 먹고 있던 자전거 세차도 하고 정비도 해 동네를 한 바퀴 돌아 볼 예정인데, 독자 분들은 무얼 하실 예정이신지? 다들 즐거운 불금,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 "무한님, 2번 여자 그냥 이상한 여자 아닌가요?" 스포츠카가, 아무나 몰 수 없는 차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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