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이 있는 것 같지만 다가오지 않는 남자 외 2편
몇 해 전의 일이다. 한 사진 커뮤니티에서 '누드모델 사건'이 일어난 적 있다. 그 커뮤니티에는 19세 이상의 사람들에게만 공개되는 '누드' 카테고리가 있는데, 그곳에 노출증 환자로 여겨지는 한 여성이 등장한 것이었다. 다른 누드사진들은 모델이 야외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스튜디오 내에서 천이나 인형 등으로 몸을 살짝 가린 채 포즈를 잡으면 사진가들이 찍어서 올리는 사진들이었다. 그런데 사건의 주인공인 그녀의 사진들 중엔, 그냥 옷을 다 벗은 채 혼자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서 올린 사진들도 있었다.
그녀의 그 '누드 셀카'를 두고 커뮤니티 회원들은 대립했다. 그것까지도 누드사진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과 저건 그냥 노출증 환자의 셀카 아니냐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그렇게 소란이 벌어지니 커뮤니티 내 다른 소모임으로도 금방 소문이 퍼졌고, 나 역시 불구경과 싸움구경은 놓치지 않는 타입이라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그때 참 재미있는 댓글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오늘의 주제는 그 사건이 아니니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 (올라온 누드 사진 중, 그것을 보고 흥분이 안 되면 예술, 흥분이 되면 외설이라는 식의 재미있는 댓글들이 많았다.)
여하튼 이 얘기를 꺼낸 건, 사건의 주인공을 옹호하던 한 회원의 태도변화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당시 90%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녀와 그녀의 옹호자들을 비판했다. 10%의 사람들은 열심히 그녀를 변호했는데, 그 중엔 '누드모델은 고귀한 직업'이라며 그녀에게 댓글로 팬레터를 쓰는 듯한 사람도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누가 뭐라고 하든 **님이 하고 계신 일은 예술입니다. 전 **님이 하고 계시는 일을 존경합니다. 예술을 예술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 말에 신경 쓰지 마시고, 작업에 더욱 매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는 그녀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예술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자 한 회원이 그에게 말했다.
저 댓글이 그녀를 옹호하던 분을 심하게 자극했는지, 그는 저 댓글 이후 '명예훼손 하지 마라.', '고소하겠다.'등의 이야기를 하며 옹호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싸움을 했다. 이게 나만 재밌나?
S양이 '그의 호감'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99.82%가 '그의 립서비스'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S양은 그가 단 둘이 만났을 때
라는 이야기를 한 까닭에 기대에 부풀어 있는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립서비스가 확실하다. 그는 제일 예쁘다는 S양을 놔두고 이미 커뮤니티 내에서 세 명의 여자와 세 번의 연애를 하지 않았는가. 또, 가장 예쁜 여자와 단 둘이 만날 기회가 생겼는데 그 상황에서 "**이(다른 여자)는 안 오나?"라고 물을 남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저건 립서비스가 확실하다.
이게, S양이 한 이야기들을 내가 하나하나 가져다가 반박하는 것도 참 못 할 짓이고 하니, 이 남자를 그냥 '아는 오빠' 카테고리에 넣어두어야 할 이유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선, 이 남자는 자기포장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라는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는 있는 대로 다 잡지만, 그 후 커뮤니티에 있는 여자 셋과 사귀었다. 여자 셋과 사귄 것에 대해서도 그는 숨기거나, 이상한 방식으로 포장한다. 그는 서로 집이 가까워 자주 만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사귀는 분위기가 되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그걸 좀 더 파고들면 그가 그녀에게 먼저 스킨십을 시도하며 대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다음 사귄 여자에 대해서도 그는
라며 '어쩔 수 없이 사귀게 된 것'이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한다. 나중에 "그간의 연애가 타의로 이루어졌다면, 이번엔 정말 내 자의로 시작하는 첫 번째 연애야."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의 연애들에서 분명 자신이 들이대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한 노력이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가볍게 말해버리는 그 태도를 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남을 바보로 만드는 행위에 속하지 않는가.
S양의 입장에서는 저 말이 희망적으로 들릴 수 있다. 실제로 S양은 그의 말을 들으며 '아 그래, 그간 오빠의 연애는 모두 껍데기만 있던 연애였군. 나와는 알맹이가 있는 연애를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듯 보이는데, 난 S양 역시 그와 사귀다 헤어지고 나면 그녀들과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지금 둘의 대화만 봐도 그는 립서비스를 하며 S양을 잔뜩 띄우지만, 실제로 뭔가가 진행되기 위해 나서야 할 땐 손 놓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만나는 것도 S양이 먼저 말을 꺼내야 만날 수 있고, 만날 때에도 그는 '아는 여자 동생 밥 사주는 것'으로 하기 위해 되도록 다른 여자와 엮어 함께 만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선 그가 나중에 다른 여자에게
라는 식으로 말해도 할 말이 없는 거다. 왜? 그는 이전의 여자들과 가볍게 만났다고 했을 뿐이지 S양과 진지하게 만나겠다는 소리 안 했으며, S양에게 립서비스를 잔뜩 했을 뿐이지 그렇다고 만나보고 싶다는 얘기를 한 건 아니니까.
저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가능성을 찾기 보다는, 그가 S양에게 따로 만나자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에 더욱 무게를 두고 이 관계를 생각하기 바란다. 내 지인 중 하나도 얼마 전 미용실에 5만 원짜리 기본 펌 하러 갔다가, 디자이너가 풀어 놓는 립서비스에 빠져 16만 원짜리 머리를 하고 왔다. 난 S양이 그의 팬클럽 회원이 되지 않길 바란다.
K양이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 방법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해결책이다. 단, 하나만 좀 보완을 했으면 한다. 난 K양에게 상대에게 뭔가를 말하기 전 먼저 혼자 적어보는 '실시간 다이어리'를 마련하길 권해주고 싶다.
좀 충격적일 수 있겠지만, K양이 하는 얘기의 70%는 스팸메일 같은 얘기들이다. K양은 감정이 작동할 때마다 그걸 상대에게 얘기하는데, 그게 얘기를 풀어 놓는 사람 입장에서는 속 시원하고 상대가 응대도 해주니 기쁠지 모르지만, 받는 입장에선 피로가 축적되고 나중엔 카톡 알림음까지 공해로 여겨져 짜증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K양의 남자친구라고 가정한 뒤, K양과 똑같은 모습으로 연애에 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같이 한 번 보자.
숨 막힐 것 같지 않은가? K양이 보낸 카톡대화창을 보면 거의 전부가 노란색(보낸 사람의 말풍선이 노란색)으로 도배되어 있다.
역시 미안하지만, 내가 그 상황이라도 대답을 회피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K양으로부터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고, 그 중 70%는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이다. 예컨대 내가 노멀로그에 댓글이 달릴 때마다 K양에게
하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 것 같은가? 그럴 때 K양이 느낄 감정을, 연애 시 K양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상대에게 보고할 때 상대 역시 느낀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그 모습이 바뀌지 않으면, 구남친이 두 사람의 좋은 추억들을 떠올리며 다가왔다가도, K양의 수다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결국 다시 뒤돌아 갈 수밖에 없다는 것도.
김형, 김형이 보낸 사연이랑 카톡대화가 전혀 일치하지 않는데? 어딜 봐서 이 관계가 '엄청 친한 오빠동생'이라는 거고, 또 어딜 봐서 이게 '한 달에 한 번쯤 만나서 밥 먹고 이야기 하는 편한 사이'라는 거야? 김형이 해석해서 내게 말하는 거랑, 내가 실제 둘의 대화를 보고 파악하는 거랑 상황이 전혀 달라.
이건 썸이 아니라 아주 지극히 평범한 '아는 오빠 동생'사이 거든. 둘은 그냥 '아는 사이'인 거야. 서로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또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걸 알게 되면 알려주고, 그러다가 누가 결혼한다고 하면 축하해 주고, 슬픈 일 생기면 위로해주는, 그런 '대인관계'인 거라고. 이렇듯 '아는 사이'라는 걸 그린라이트로 받아들인 김형의 잘못이 첫 번째 문제고.
두 번째 문제는 김형의 진실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야. 김형은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아. 그냥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형식적인 질문을 하고, 거기에 대한 답변을 받을 뿐이지. 그러다 보니 다음번엔 꼭 실수를 하게 되거든.
김형, 남들도 다 알아. 지금 하는 저 말이 그냥 '생색내기용'으로 집에서 놀다가 하나 틱 보내는 건지, 아니면 정말 날 생각하는 마음에 하는 말인지 말야. 난 대화만 봤을 뿐인데도 김형이 하는 말들이 하나도 와 닿지 않거든. 그냥 예의상 하는 말들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어. 그래서 김형이 무슨 얘기를 하든 고맙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지. 결혼을 앞둔 친구가 몇 년 만에 전화해선, 바로 결혼 얘기부터 할 수 없으니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까는 쉰 밑밥 같아.
짝사랑? 이게 왜 짝사랑이야? 김형 연애 하다가 끝나서 외로워지니까, 그냥 현재 주변에 있는 이성 중 가장 가까운 사람 택해서 들이대는 거 아냐? 김형은
라고 말하는데, 난 그게 믿기질 않아. 상대도 그걸 믿지 않고 말야. 김형도 좀 더 생각해 보면 안 될까? 이게 진짜 상대가 좋아서 김형이 이러는 건지, 아니면 일단 가장 가까이에 상대가 있으니까 김형이 '난 원래 쟤에게도 마음이 있었다'는 식으로 막 갖다 붙이는 건지 말야. 지금 이 상황을 단순화 시켜서 보면,
이거랑 똑같은 거야.
이게 다 내 오해고, 김형의 그 마음이 진심이라면, 표현을 하더라도 최소한 3개월은 예전처럼 같이 잘 어울리다가 고백을 해. 이별 후의 외로움이 어느 정도 사라진 후에도 김형이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지 스스로도 좀 살펴보고, 상대가 이게 '갈아타기'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행동으로 증명을 해. 김형은 그 과정 없이 그냥 이게 진심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드라이브가자, 여행가자 하는 이야기만 하고 있잖아.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고 말하면서도 자꾸 술 마시자, 밥 먹자며 불러내려고만 하고. 김형에게선 정말 상대를 위한다는 마음은 전혀 보이질 않아. 그냥 김형이 빨리 '다른 연애'를 시작하고 싶어서 들이대고 있다고만 보일 뿐이지. 그 와중에 '예전부터 좋아했다'는 이상한 끼워 맞추기가 진행되고 있고 말이야.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해. 또 난, 김형의 들이댐을 그녀가 칼 같이 잘라내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 이 감정이 사라지고 나면 그녀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거든. 시간이 지나 김형은 '내가 그때 외로워서 얘한테 들이댔던 건가 보다. 외로움과 좋아함을 착각했네.'라고 생각할 수 있어. 그럼 그녀만 혼자 바보 되는 거잖아. 이렇듯 현재 김형 스스로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는데, 이런 와중에 내가 김형의 부탁만 듣고 '대타로 생각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예전부터 좋아해서 그러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같은 걸 말해주면, 난 사기행각의 공범이 되는 거잖아. 그럴 순 없으니, 김형도 계절 하나 바뀔 때까지는 기댈 곳 찾지 말고 스스로를 좀 추슬러 봐봐. 해바라기 필 때까지도 상대에 대한 김형의 지금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 그때 다시 내게 사연을 보내줘.
끝으로 예전 썸남의 현재 페이스북 상태메시지가 '약혼'으로 되어 있다는 사연을 보낸 분께는, 연락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미 장례까지 치룬 과거의 썸을 이제와 다시 살리겠다고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자에게 연락해 호감 있음을 밝히는 것 역시 백해무익한 행동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아, 그리고 5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와의 썸에 대한 사연을 보내주신 I양도 있다. 그녀에게는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세컨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다들 모든 사람들도 자신의 관계는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정상적이지 않은 관계라는 걸 알지만 그에게서 진심을 보았다느니, 그가 그의 여자친구와는 이런 정신적 교감을 하지 못한다느니, 그가 그의 여자친구를 만나는 건 그녀가 불쌍해서라느니, 그는 보통의 남자와 달리 배울 점도 많은 남자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한다.
그가 항상 잘 배려해 주고, 물어봐 주고, 챙겨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준다는 이야기도 지겹도록 하는데, 냉정하게 생각해 보길 권한다. 한 여자를 세컨드로 두기 위해서는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과 배려와 호의와 헌신을 베풀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야 여자가 그를 좋은 남자라고 생각하며 그가 자투리 시간에 만나도 불평 안 할 것이고, 또 밤에 와서 몰래 자고 가라고 해도 즉각 달려올 것이고 말이다.
위험한 착각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사연을 주신 I양 본인이다. 미안하지만, I양은 그의 유희를 위한 '세컨드'로 그 둘 사이에 끼어있을 뿐이다. 연애는 여자친구와 하고, I양에겐 화이트데이 같은 날 사탕 하나 줘도 성은이 망극하다며 계속 옆에 있으니 이 관계가 유지되는 거지, 이번 주 내로 관계의 정립을 요구하면 그는 I양을 버릴 게 뻔하다. 이 관계는 애초부터 그에게 '사은품'같은 관계였으니까. I양은 '여자친구 있다고 밝혀도 뭐든 다 할 수 있는 여자'였고 말이다. "난 너를 잃을 수 없다."라는 말에 낚여 햇볕도 안 드는 음지에서 '세컨드 연애'하지 말고, 어서 밝은 곳으로 나오시길 바란다.
▲ "정리 할 때까지 제가 기다려주면 될까요?" 그에게 정리대상 1순위는 I양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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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의 일이다. 한 사진 커뮤니티에서 '누드모델 사건'이 일어난 적 있다. 그 커뮤니티에는 19세 이상의 사람들에게만 공개되는 '누드' 카테고리가 있는데, 그곳에 노출증 환자로 여겨지는 한 여성이 등장한 것이었다. 다른 누드사진들은 모델이 야외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스튜디오 내에서 천이나 인형 등으로 몸을 살짝 가린 채 포즈를 잡으면 사진가들이 찍어서 올리는 사진들이었다. 그런데 사건의 주인공인 그녀의 사진들 중엔, 그냥 옷을 다 벗은 채 혼자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서 올린 사진들도 있었다.
그녀의 그 '누드 셀카'를 두고 커뮤니티 회원들은 대립했다. 그것까지도 누드사진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과 저건 그냥 노출증 환자의 셀카 아니냐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그렇게 소란이 벌어지니 커뮤니티 내 다른 소모임으로도 금방 소문이 퍼졌고, 나 역시 불구경과 싸움구경은 놓치지 않는 타입이라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그때 참 재미있는 댓글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오늘의 주제는 그 사건이 아니니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 (올라온 누드 사진 중, 그것을 보고 흥분이 안 되면 예술, 흥분이 되면 외설이라는 식의 재미있는 댓글들이 많았다.)
여하튼 이 얘기를 꺼낸 건, 사건의 주인공을 옹호하던 한 회원의 태도변화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당시 90%에 가까운 사람들이 그녀와 그녀의 옹호자들을 비판했다. 10%의 사람들은 열심히 그녀를 변호했는데, 그 중엔 '누드모델은 고귀한 직업'이라며 그녀에게 댓글로 팬레터를 쓰는 듯한 사람도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누가 뭐라고 하든 **님이 하고 계신 일은 예술입니다. 전 **님이 하고 계시는 일을 존경합니다. 예술을 예술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 말에 신경 쓰지 마시고, 작업에 더욱 매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는 그녀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예술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자 한 회원이 그에게 말했다.
"쓰신 글 중에 딸바보라고 하신 글도 있는 것 보니까 딸이 있으신 것 같은데,
나중에 따님이 커서 올리실 예술 셀카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나중에 따님이 커서 올리실 예술 셀카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저 댓글이 그녀를 옹호하던 분을 심하게 자극했는지, 그는 저 댓글 이후 '명예훼손 하지 마라.', '고소하겠다.'등의 이야기를 하며 옹호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싸움을 했다. 이게 나만 재밌나?
1. 호감이 있는 것 같지만 다가오지 않는 남자.
S양이 '그의 호감'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99.82%가 '그의 립서비스'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S양은 그가 단 둘이 만났을 때
"우리 모임 애들 중에서는 네가 제일 예쁘지."
라는 이야기를 한 까닭에 기대에 부풀어 있는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립서비스가 확실하다. 그는 제일 예쁘다는 S양을 놔두고 이미 커뮤니티 내에서 세 명의 여자와 세 번의 연애를 하지 않았는가. 또, 가장 예쁜 여자와 단 둘이 만날 기회가 생겼는데 그 상황에서 "**이(다른 여자)는 안 오나?"라고 물을 남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저건 립서비스가 확실하다.
이게, S양이 한 이야기들을 내가 하나하나 가져다가 반박하는 것도 참 못 할 짓이고 하니, 이 남자를 그냥 '아는 오빠' 카테고리에 넣어두어야 할 이유들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선, 이 남자는 자기포장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난 첫사랑과 헤어진 후, 내가 연애와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라는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는 있는 대로 다 잡지만, 그 후 커뮤니티에 있는 여자 셋과 사귀었다. 여자 셋과 사귄 것에 대해서도 그는 숨기거나, 이상한 방식으로 포장한다. 그는 서로 집이 가까워 자주 만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사귀는 분위기가 되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그걸 좀 더 파고들면 그가 그녀에게 먼저 스킨십을 시도하며 대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다음 사귄 여자에 대해서도 그는
"걔가 먼저 고백을 유도하는 멘트를 던져서 사귀게 된 것 뿐이다."
라며 '어쩔 수 없이 사귀게 된 것'이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한다. 나중에 "그간의 연애가 타의로 이루어졌다면, 이번엔 정말 내 자의로 시작하는 첫 번째 연애야."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의 연애들에서 분명 자신이 들이대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한 노력이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가볍게 말해버리는 그 태도를 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남을 바보로 만드는 행위에 속하지 않는가.
S양의 입장에서는 저 말이 희망적으로 들릴 수 있다. 실제로 S양은 그의 말을 들으며 '아 그래, 그간 오빠의 연애는 모두 껍데기만 있던 연애였군. 나와는 알맹이가 있는 연애를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듯 보이는데, 난 S양 역시 그와 사귀다 헤어지고 나면 그녀들과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지금 둘의 대화만 봐도 그는 립서비스를 하며 S양을 잔뜩 띄우지만, 실제로 뭔가가 진행되기 위해 나서야 할 땐 손 놓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만나는 것도 S양이 먼저 말을 꺼내야 만날 수 있고, 만날 때에도 그는 '아는 여자 동생 밥 사주는 것'으로 하기 위해 되도록 다른 여자와 엮어 함께 만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선 그가 나중에 다른 여자에게
"난 S양이 그냥 동생이라서 화이팅 해준 것뿐인데,
걔는 내 호의를 착각했는지 진지하게 만나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
걔는 내 호의를 착각했는지 진지하게 만나려고 하는 것 같더라고."
라는 식으로 말해도 할 말이 없는 거다. 왜? 그는 이전의 여자들과 가볍게 만났다고 했을 뿐이지 S양과 진지하게 만나겠다는 소리 안 했으며, S양에게 립서비스를 잔뜩 했을 뿐이지 그렇다고 만나보고 싶다는 얘기를 한 건 아니니까.
"최근들어 여자와 이렇게 단둘이 만난 건 처음이다."
"여자(S양)와 단둘이 있는데도 어색하지 않은 게 신기하다."
"여자(S양)와 단둘이 있는데도 어색하지 않은 게 신기하다."
저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가능성을 찾기 보다는, 그가 S양에게 따로 만나자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에 더욱 무게를 두고 이 관계를 생각하기 바란다. 내 지인 중 하나도 얼마 전 미용실에 5만 원짜리 기본 펌 하러 갔다가, 디자이너가 풀어 놓는 립서비스에 빠져 16만 원짜리 머리를 하고 왔다. 난 S양이 그의 팬클럽 회원이 되지 않길 바란다.
2. 구남친과의 재회를 꿈꾸는 여자.
K양이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 방법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해결책이다. 단, 하나만 좀 보완을 했으면 한다. 난 K양에게 상대에게 뭔가를 말하기 전 먼저 혼자 적어보는 '실시간 다이어리'를 마련하길 권해주고 싶다.
좀 충격적일 수 있겠지만, K양이 하는 얘기의 70%는 스팸메일 같은 얘기들이다. K양은 감정이 작동할 때마다 그걸 상대에게 얘기하는데, 그게 얘기를 풀어 놓는 사람 입장에서는 속 시원하고 상대가 응대도 해주니 기쁠지 모르지만, 받는 입장에선 피로가 축적되고 나중엔 카톡 알림음까지 공해로 여겨져 짜증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K양의 남자친구라고 가정한 뒤, K양과 똑같은 모습으로 연애에 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같이 한 번 보자.
나 - <사진>
나 - <사진>
나 - 이거 완전 웃기지? 좀 전에 인터넷 하다가 본 거야.
K양 - 피식 할 정도네. ㅎ
나 - 그래? 그럼 이건?
나 - <사진>
나 - <사진>
K양 - 이건 좀 잼있네.
나 - 그치? 웃기지? 저걸 어떻게 저렇게 해석하는지 ㅋ
나 - 아, 그리고 나 어제 사진 찍은 거 있거든. 그거 보여줄게.
나 - <사진>
나 - <사진>
K양 - 오올, 잘 찍었네.
나 - 저건 아직 완벽하진 않고, 여름이 되어야 제대로 찍을 수 있어.
나 - 지금은 날씨도 좀 별로인데다가 여름 되어야 구름도 풍성해지거든.
K양 - 응.
나 - 공부는 잘 되고 있어?
K양 - 아니, 외워도 자꾸 까먹어서 힘드네.
나 - 흠 잘 돼야 하는데 ㅠ.ㅠ
K양 - 하다보면 되겠지 뭐.
나 - 그래. 힘내서 해봐. 아, 이번 주말엔 수업 없는 거야?
나 - 수업 없으면 주꾸미 먹으러 갈까? 토요일에?
K양 - 보충 있을 것 같아. ㅠ.ㅠ
나 - 그래. 알았어. 그럼 저녁에 잠깐이라도 보자.
K양 - 응.
(잠시 후)
나 - 아 지금 보이스피싱 전화 받았어 ㅋ
나 - 통장에서 300만원이 인출되었다는데, 그 통장에 300만원이 없는데 무슨 ㅋ
K양 - 응. 요새 피싱이 기승이네.
나 - 내 친구도 얼마 전에 전화 받았는데, 블라블라블라….
나 - <사진>
나 - 이거 완전 웃기지? 좀 전에 인터넷 하다가 본 거야.
K양 - 피식 할 정도네. ㅎ
나 - 그래? 그럼 이건?
나 - <사진>
나 - <사진>
K양 - 이건 좀 잼있네.
나 - 그치? 웃기지? 저걸 어떻게 저렇게 해석하는지 ㅋ
나 - 아, 그리고 나 어제 사진 찍은 거 있거든. 그거 보여줄게.
나 - <사진>
나 - <사진>
K양 - 오올, 잘 찍었네.
나 - 저건 아직 완벽하진 않고, 여름이 되어야 제대로 찍을 수 있어.
나 - 지금은 날씨도 좀 별로인데다가 여름 되어야 구름도 풍성해지거든.
K양 - 응.
나 - 공부는 잘 되고 있어?
K양 - 아니, 외워도 자꾸 까먹어서 힘드네.
나 - 흠 잘 돼야 하는데 ㅠ.ㅠ
K양 - 하다보면 되겠지 뭐.
나 - 그래. 힘내서 해봐. 아, 이번 주말엔 수업 없는 거야?
나 - 수업 없으면 주꾸미 먹으러 갈까? 토요일에?
K양 - 보충 있을 것 같아. ㅠ.ㅠ
나 - 그래. 알았어. 그럼 저녁에 잠깐이라도 보자.
K양 - 응.
(잠시 후)
나 - 아 지금 보이스피싱 전화 받았어 ㅋ
나 - 통장에서 300만원이 인출되었다는데, 그 통장에 300만원이 없는데 무슨 ㅋ
K양 - 응. 요새 피싱이 기승이네.
나 - 내 친구도 얼마 전에 전화 받았는데, 블라블라블라….
숨 막힐 것 같지 않은가? K양이 보낸 카톡대화창을 보면 거의 전부가 노란색(보낸 사람의 말풍선이 노란색)으로 도배되어 있다.
"이제는 오빠가 읽씹(읽고 대답 안 하는 것)을 하기도 하고…."
역시 미안하지만, 내가 그 상황이라도 대답을 회피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K양으로부터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고, 그 중 70%는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들이다. 예컨대 내가 노멀로그에 댓글이 달릴 때마다 K양에게
"지금 이러이러한 댓글이 달렸어. 이 사람이 뭐라고 하냐면…."
"아, 근데 방금 그 댓글에 다시 답글이 달렸다."
"새로운 댓글이 또 달렸어. 이건 비밀댓글이네."
"아, 근데 방금 그 댓글에 다시 답글이 달렸다."
"새로운 댓글이 또 달렸어. 이건 비밀댓글이네."
하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 것 같은가? 그럴 때 K양이 느낄 감정을, 연애 시 K양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상대에게 보고할 때 상대 역시 느낀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그 모습이 바뀌지 않으면, 구남친이 두 사람의 좋은 추억들을 떠올리며 다가왔다가도, K양의 수다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고 결국 다시 뒤돌아 갈 수밖에 없다는 것도.
3. 친한 여자 후배가 여자로 보인다는 남자.
김형, 김형이 보낸 사연이랑 카톡대화가 전혀 일치하지 않는데? 어딜 봐서 이 관계가 '엄청 친한 오빠동생'이라는 거고, 또 어딜 봐서 이게 '한 달에 한 번쯤 만나서 밥 먹고 이야기 하는 편한 사이'라는 거야? 김형이 해석해서 내게 말하는 거랑, 내가 실제 둘의 대화를 보고 파악하는 거랑 상황이 전혀 달라.
이건 썸이 아니라 아주 지극히 평범한 '아는 오빠 동생'사이 거든. 둘은 그냥 '아는 사이'인 거야. 서로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또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걸 알게 되면 알려주고, 그러다가 누가 결혼한다고 하면 축하해 주고, 슬픈 일 생기면 위로해주는, 그런 '대인관계'인 거라고. 이렇듯 '아는 사이'라는 걸 그린라이트로 받아들인 김형의 잘못이 첫 번째 문제고.
두 번째 문제는 김형의 진실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야. 김형은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아. 그냥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형식적인 질문을 하고, 거기에 대한 답변을 받을 뿐이지. 그러다 보니 다음번엔 꼭 실수를 하게 되거든.
ⓐ
김형 - 오늘 생일이지? 생일 축하해. 여유 생기면 나랑 밥 한 번 먹어주라~
상대 - 나 생일 19일 인 것 같은데ㅋ
김형 - 아 미안. 난 왜 9일로 알고 있었지 ㅎ 다시 문자할게~
상대 - 괜찮아. 생일 신경 안 쓰니까 ㅋ
ⓑ
김형 - 공부하고 있어? 밥은 잘 챙겨 먹고 해~ ㅠ.ㅠ
상대 - 전에 그말 했을 때도, 난 배 안 고파도 챙겨 먹는다고 말했었는데….
상대 - 형식적인 안부인사는 사양할게.
김형 - 아 그랬지. ㅎ
김형 - 오늘 생일이지? 생일 축하해. 여유 생기면 나랑 밥 한 번 먹어주라~
상대 - 나 생일 19일 인 것 같은데ㅋ
김형 - 아 미안. 난 왜 9일로 알고 있었지 ㅎ 다시 문자할게~
상대 - 괜찮아. 생일 신경 안 쓰니까 ㅋ
ⓑ
김형 - 공부하고 있어? 밥은 잘 챙겨 먹고 해~ ㅠ.ㅠ
상대 - 전에 그말 했을 때도, 난 배 안 고파도 챙겨 먹는다고 말했었는데….
상대 - 형식적인 안부인사는 사양할게.
김형 - 아 그랬지. ㅎ
김형, 남들도 다 알아. 지금 하는 저 말이 그냥 '생색내기용'으로 집에서 놀다가 하나 틱 보내는 건지, 아니면 정말 날 생각하는 마음에 하는 말인지 말야. 난 대화만 봤을 뿐인데도 김형이 하는 말들이 하나도 와 닿지 않거든. 그냥 예의상 하는 말들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어. 그래서 김형이 무슨 얘기를 하든 고맙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지. 결혼을 앞둔 친구가 몇 년 만에 전화해선, 바로 결혼 얘기부터 할 수 없으니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까는 쉰 밑밥 같아.
짝사랑? 이게 왜 짝사랑이야? 김형 연애 하다가 끝나서 외로워지니까, 그냥 현재 주변에 있는 이성 중 가장 가까운 사람 택해서 들이대는 거 아냐? 김형은
"제가 이별 후 대타로 그녀를 택해서 고백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그녀가 좋아져서 그런 거라는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그녀가 좋아져서 그런 거라는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라고 말하는데, 난 그게 믿기질 않아. 상대도 그걸 믿지 않고 말야. 김형도 좀 더 생각해 보면 안 될까? 이게 진짜 상대가 좋아서 김형이 이러는 건지, 아니면 일단 가장 가까이에 상대가 있으니까 김형이 '난 원래 쟤에게도 마음이 있었다'는 식으로 막 갖다 붙이는 건지 말야. 지금 이 상황을 단순화 시켜서 보면,
남자 - 나 헤어졌다.
여자 - 이런, 오빠 힘내요!
남자 - 그래. 고마워. 아, 근데 너 나랑 사귈래? 나 예전부터 너 좋아했어.
여자 - 이런, 오빠 힘내요!
남자 - 그래. 고마워. 아, 근데 너 나랑 사귈래? 나 예전부터 너 좋아했어.
이거랑 똑같은 거야.
이게 다 내 오해고, 김형의 그 마음이 진심이라면, 표현을 하더라도 최소한 3개월은 예전처럼 같이 잘 어울리다가 고백을 해. 이별 후의 외로움이 어느 정도 사라진 후에도 김형이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지 스스로도 좀 살펴보고, 상대가 이게 '갈아타기'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행동으로 증명을 해. 김형은 그 과정 없이 그냥 이게 진심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드라이브가자, 여행가자 하는 이야기만 하고 있잖아.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고 말하면서도 자꾸 술 마시자, 밥 먹자며 불러내려고만 하고. 김형에게선 정말 상대를 위한다는 마음은 전혀 보이질 않아. 그냥 김형이 빨리 '다른 연애'를 시작하고 싶어서 들이대고 있다고만 보일 뿐이지. 그 와중에 '예전부터 좋아했다'는 이상한 끼워 맞추기가 진행되고 있고 말이야.
"저도 제가 지금 왜 이렇게 들뜨고 성급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외롭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들이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냥 외롭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들이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해. 또 난, 김형의 들이댐을 그녀가 칼 같이 잘라내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 이 감정이 사라지고 나면 그녀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거든. 시간이 지나 김형은 '내가 그때 외로워서 얘한테 들이댔던 건가 보다. 외로움과 좋아함을 착각했네.'라고 생각할 수 있어. 그럼 그녀만 혼자 바보 되는 거잖아. 이렇듯 현재 김형 스스로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는데, 이런 와중에 내가 김형의 부탁만 듣고 '대타로 생각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예전부터 좋아해서 그러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같은 걸 말해주면, 난 사기행각의 공범이 되는 거잖아. 그럴 순 없으니, 김형도 계절 하나 바뀔 때까지는 기댈 곳 찾지 말고 스스로를 좀 추슬러 봐봐. 해바라기 필 때까지도 상대에 대한 김형의 지금 마음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 그때 다시 내게 사연을 보내줘.
끝으로 예전 썸남의 현재 페이스북 상태메시지가 '약혼'으로 되어 있다는 사연을 보낸 분께는, 연락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미 장례까지 치룬 과거의 썸을 이제와 다시 살리겠다고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 남자에게 연락해 호감 있음을 밝히는 것 역시 백해무익한 행동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말이다.
아, 그리고 5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와의 썸에 대한 사연을 보내주신 I양도 있다. 그녀에게는
"그게 바로,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세컨드'입니다."
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세컨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다들 모든 사람들도 자신의 관계는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정상적이지 않은 관계라는 걸 알지만 그에게서 진심을 보았다느니, 그가 그의 여자친구와는 이런 정신적 교감을 하지 못한다느니, 그가 그의 여자친구를 만나는 건 그녀가 불쌍해서라느니, 그는 보통의 남자와 달리 배울 점도 많은 남자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한다.
그가 항상 잘 배려해 주고, 물어봐 주고, 챙겨주고, 아껴주고, 사랑해준다는 이야기도 지겹도록 하는데, 냉정하게 생각해 보길 권한다. 한 여자를 세컨드로 두기 위해서는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과 배려와 호의와 헌신을 베풀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야 여자가 그를 좋은 남자라고 생각하며 그가 자투리 시간에 만나도 불평 안 할 것이고, 또 밤에 와서 몰래 자고 가라고 해도 즉각 달려올 것이고 말이다.
"그가 5년 된 여자친구를 정리하지 못한다는 게
현재 저에게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현재 저에게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위험한 착각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사연을 주신 I양 본인이다. 미안하지만, I양은 그의 유희를 위한 '세컨드'로 그 둘 사이에 끼어있을 뿐이다. 연애는 여자친구와 하고, I양에겐 화이트데이 같은 날 사탕 하나 줘도 성은이 망극하다며 계속 옆에 있으니 이 관계가 유지되는 거지, 이번 주 내로 관계의 정립을 요구하면 그는 I양을 버릴 게 뻔하다. 이 관계는 애초부터 그에게 '사은품'같은 관계였으니까. I양은 '여자친구 있다고 밝혀도 뭐든 다 할 수 있는 여자'였고 말이다. "난 너를 잃을 수 없다."라는 말에 낚여 햇볕도 안 드는 음지에서 '세컨드 연애'하지 말고, 어서 밝은 곳으로 나오시길 바란다.
▲ "정리 할 때까지 제가 기다려주면 될까요?" 그에게 정리대상 1순위는 I양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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