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이십대의 마지막 짝사랑 외 1편
김형, 김형의 말 자체에 모순이 있잖아.
ⓐ전 여자들이 싫어하는 조건을 많이 갖춘 것 같습니다.
ⓑ이상형인 사람과 만나서 서로 변하지 않고 끝까지 가고 싶습니다.
이러면 상상연애밖엔 할 수가 없는 거야. 왜? 상대가 누가 되든 이미 쟤는 날 싫어할 거라 설정해 두고, 그 다음엔 기적을 바라며 구애할 수밖에 없으니까. 지금까지 한 김형의 짝사랑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잖아. 운이 좋아 썸을 타다가도 상대가 아주 살짝 실망한 기색을 보이면, 김형은 이 관계가 문 닫게 된 줄 알고 '이럴 줄 알았어.'라며 혼자 또 세상의 모든 슬픔 다 감당하고 있는 사람처럼 굴었잖아.
김형이 1년을 바라봤네, 2년을 바라봤네 하고 있는 동안, 나 같은 사람은 그녀와 친해져. 김형은 그녀를 여신으로 생각하며 기도만 하고 있지만, 난 그녀를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말을 거니까 가까워질 수 있지. 사람이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거 나쁜 거 아니잖아. 김형은 그 감정을 혼자 계속 품고 있다가 스스로에게 '난 쟤를 내 목숨만큼이나 사랑하고 있어'라고 최면을 걸고 말지만, 난 그냥 '어? 괜찮은 사람이네.'하는 생각하며 웃는 얼굴로 말을 걸어. 난 이전에 다른 사람들과 여러 번 친해져 본 적이 있으니까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거든.
1. 스물아홉, 이십대의 마지막 짝사랑.
솔로부대원 시절에 연애 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 나 역시 솔로부대원 시절에 친구들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이런 곳은 나중에 여자친구와 함께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고, 이성인 친구들과 만나보며 그녀들의 동선이 어떻게 되는지, 주로 뭘 고민하는지, 뭘 가지고 싶어하는지, 어떤 연애를 꿈꾸고 있는지 등을 들어본 적 있거든. 이런 경험들은 나중에 썸을 타거나 연애를 할 때 '디딤돌'같은 존재가 돼. 이미 아는 것들이 있으니 만나서 맨땅에 헤딩하듯,
"뭐 하고 싶어? 뭐 먹고 싶어? 어디 가고 싶어?"
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거든. 또, 내 스스로도 흥미를 느끼며 즐기고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걸 상대에게 알려주거나 한 번 해보라고 권할 수도 있어. 김형과 내가 둘 다 솔로부대원이라고 해봐. 김형은 썸녀가 생기면 맛집 검색하거나 커피숍, 영화관에 갈 생각 하겠지만 난 오늘 밤 나가서 천체망원경으로 달을 보여줄 수 있어. 자전거 라이딩도 같이 할 수 있고, 불꽃놀이 물품 사서 장노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 낚시도 갈 수 있고, 계곡에 사는 가재를 보여준다든지, 도구를 챙겨 밖에서 고기를 구워먹는다든지 할 수 있거든. 이걸 두고
"여자들은 그냥 깔끔한 거 좋아하지 않을까요?
괜찮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거나,
편하게 앉아서 문화생활 즐기는 걸 더 좋아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내가 말하는 건 그냥 데리고 가는 차원이 아니야. 이미 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되어 있는 상태고, 내가 '그게 왜 재미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한 까닭에 상대도 호기심을 느낀 상태지.
썸녀와 파주에 있는 자운서원 가면 '아, 여기가 율곡이이와 관련 있는 유적지인가 보다.'하고 말기 쉽잖아. 근데 내가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면 거기서도 흥미로운 것들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영화 <광해>는 많이들 봤으니까 그거 봤냐고 물어 본 뒤에, 광해의 아버지인 선조와 임진왜란 이야기부터 풀어나가는 거지. 임진왜란에 대한 기록들 많잖아. 마침 그중에 선조가 임진강 건너 도망갈 때 태운 정자가 화석정이거든. 화석정은 율곡이이 놀이터와 마찬가지인 곳이고 또 그곳엔 율곡이이가 여덟 살 때 지었다는 시도 걸려 있으니 그쪽으로 이어서 설명할 수도 있어. 강원도 갔을 때 분명 한 번 봤을 오죽헌 이야기를 하며 거기랑 엮어서 이야기도 해줄 수 있는 거지. 왜 저 나무를 여기에 심었는지에 대한 얘기, 나무 간격을 왜 저렇게 해놨는지에 대한 이야기, 저 건물을 왜 저렇게 지었는지에 대한 얘기, 무덤에 있는 저 돌들이 뭘 뜻하는지에 대한 얘기, 현판에 걸린 한자가 무슨 뜻인지에 대한 얘기 등, 그냥 들어가서 '뭐, 볼 게 없네.'하고 나오는 대신 여러 가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거야. 이런 걸 솔로부대원 시절에 관심을 두고 알아두면 그게 '준비'가 되는 거고.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김형이 말한 '이상형인 사람과 만나서 서로 변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것' 자체가 김형이 그냥 방구석에 앉아 꾸는 꿈같기 때문이야. 눈이 짓무를 때까지 상대를 바라본 김형의 그 정성에 하늘이 감복해 연애를 시작했다고 해봐. 그럼 김형은 어쩔 거야? 이제 뭘 할 거야? 김형에겐 아무 대책이 없어. 연애의 시작이 김형 목표의 끝이니까. 연애를 시작만 하면 그 다음엔 그냥 알아서 다 잘 되는 걸까?
김형과 연애를 하는 건 상대에게 두 가지 점에서 '재앙'에 가까워. 첫 번째는 김형이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어본 적 없다는 점에서 재앙이야. 전에 말했지만, 누군가의 수저 위에 반찬 한 번 올려줘 본 적 없는 사람은 연인의 수저 위에도 반찬 한 번 올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 내 음식도 좀 먹어보라며 내밀어 본 적 없는 사람은, 연애하면서도 자기 그릇에만 머리를 박고 먹을 수 있고 말이야.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내가 솔로부대원들에게 이성친구와 최소 10분은 통화해 보고,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꼭 이성과 대화를 해보라고 권한 거야. 기회가 된다면 산책도 해보고, 꼭 무슨 감정이 있는 상대가 아니더라도 한 주제에 대해 길게 이야기 해보는 것도 좋지. 타자에 비유하자면, 이거 키보드 자리 익히는 거랑 똑같은 거야. 김형은 잘 치고 싶다는 마음만 있을 뿐 아무 연습도 안 되어 있는 상태거든.
두 번째는 김형의 구애가 판타지를 향해 있다는 점에서 재앙이야. 김형은 실제 그녀에게 구애하는 게 아니야. 상상 속의 그녀에게 구애를 하는 거지. 서로 변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거? 아니, 아직 상대의 이름도 모르는데 무슨 변하고 말고 할 게 있어? 어제도 말했지만, 그녀가 짜증내는 거 본 적 있어? 화내는 건? 귀찮아하는 건? 싫은 표정 짓는 건? 이런 거 본 적 없잖아. 이것도 다 그녀의 모습 중 하나인 건데, 김형은 그녀가 저런 모습 드러내자마자
'이건 내가 생각했던 그녀가 아니야.'
라면서 이 관계를 내려놓을 가능성이 높아. 이미 그랬던 전과도 있잖아. 예전에 썸녀가 토라진 모습을 보이자 김형은 그 관계를 내려놓았지. 상대의 입장에선 이게 재앙이잖아. 제발 문 좀 열어 달라며 열심히 구애하는 모습에 감동해 문을 열어줬는데, 김형은 집 안을 확인하더니
"이 집이 아닌가 보네요."
하며 가 버리거든.
난 김형에게 '이상형인 사람과 변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삼지 말고, '이상형인 사람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길 권해주고 싶어. 걸음마를 마쳐야 달릴 수 있는 건데, 김형은 아직 걸음마도 못 하면서 전력질주 하고 싶어 하잖아. 그러니까 인사하는 사이로 지내는 걸 먼저 목표로 잡자. 그러지 않고 지금처럼 혼자 바라보다 불쑥 고백한 뒤 피해 다니면, 주변의 모든 이상형이 멸종되고 말 거야. 눈 감고 멀리서 슛 하느라 모든 기회를 날려 버리지 말고, 드리블부터 하자. 중앙선은 좀 넘어가서 슛 하자고 내가 질리도록 얘기했잖아. 말 한 마디 나눠 본 적 없는 여자에게 갑자기 "그동안 쭉 지켜봤어요. 고마웠다는 얘기 하고 싶어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누가 봐도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얘기니까, 그러지 말고 통성명부터 해보자고.
2. 자격지심 느끼며 떠나가는 남자들?
글쎄 진영씨. 진영씨는
"왜 제가 만나는 남자들은 다 자격지심을 느끼며 떠나가는 걸까요?"
라고 말하는데, 난 반대로 이런 질문을 해보고 싶어.
"왜 진영씨는 남들이 다 반대할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는 남자만 만나려는 거죠?"
라고 말이야. 물론 진영씨가 여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긴 해.
"저는 남자를 볼 때 학벌이나 경제력을 보지 않아요.
적게 벌어도 그걸 계획해가며 쓰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벌이나 경제력은 안 본다고 할 수 있어요.
상대를 볼 땐 생활력을 보죠. 책임감이나 성실, 생활력. 이렇게요."
저 말만 들어보면 진영씨는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한 점이 있어. 진영씨는 의식적으로 저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고 할까? 실제로 저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것에 대한 부분은 더 끄집어 낼 필요 없이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면 되는 거거든. 근데 진영씨가 이번 썸남에 대해 한 이야기는 아래와 같아.
"작은 회사 비정규직이라 경제력이 크진 않을 거예요."
"이 친구는 고등학교 때 날라리로 유명했던 친구에요.
저는 공부밖에 모르던 모범생이었고요."
"남들은 다 저보고 그를 왜 만나냐고, 뭐하러 만나냐고 하지만…."
진영씨는 아니라고 하지만, 저게 여기서 보기에는
난 더 좋은 남자 만날 수 있는 여자,
넌 나 같은 여자 만나는 게 영광인 남자.
하지만 난 책임감, 성실, 생활력을 보고 널 만나는 중.
이라는 게 기저에 깔려있는 것 같거든.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S대 지원해서 어중간한 등수로 입학하느니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대학교 수석입학 해 장학금 받으며 다니겠다는 것 같다고 할까.
그런 게 절대 아니라고 진영씨가 반박하면, 나도 할 말은 없어. 본인이 아니라는데 내가 이런 저런 증거를 들어서 맞는 것 같다고 할 수 없는 거잖아. 진영씨가 내 생각을 물을 거니까, 내 생각을 말하자면 '그런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난 진영씨가 상대에게 뭔가 실망하게 되었을 때, 상대에게 다른 남자를 만날 거라느니 데이트를 할 거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게, 질투심 유발이라기보다는 자존심을 건드린 거라 생각하거든. 이렇게 생각해 봐봐. 내가 진영씨 썸남이고, 지금 상황과 반대로 진영씨는 고등학교가 최종학력인 상황이야. 그런 와중에 내가 진영씨에게
"오늘도 바빠? 나 친구가 이대 나온 애 소개해 준다고 했는데 걔나 만나봐야겠다."
라는 이야기를 하면, 진영씨도 질투가 아닌 짜증이 날 거잖아. 하나 더 물어보자. 이런 상황에서 내가
"저기서 '이대 나온 애'라고 한 건 그 대상에 대한 설명을 위해서 한 말이지,
절대로 상대의 자격지심을 건드리기 위해서 사용한 말이 아닙니다."
라고 말하면, 진영씨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아? '아, 그렇구나. 비교하려던 게 아니라 상대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구나.'할 것 같아?
썸남을 포함한 상대들은 진영씨의 손바닥 위에 올려 진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 그래서 자신들이 머슴이나 애완남처럼 생각되었을 수 있고, 진영씨가 학력이나 경제력은 안 보는 대신 그만큼을 관심과 사랑과 애정으로 요구하는 듯한 느낌-위에서 말한 '장학금'처럼-이 들었기에 부담스러워 했던 것 같아. 진영씨가 정말 아무것도 안 보며 나라는 사람 자체로 날 좋아해준다는 느낌 보다는, 다른 거 안 보고 좋아해주는 대신 뭔가를 내가 줘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진영씨가 말한 스스로의 단점 있잖아.
"전 성격이 급한 건지 조급해서 상대를 닦달하는 것 같아요.
저 좋아하는 대로 하고, 상대도 제가 상대를 좋아하는 것만큼 절 좋아하길 바라죠.
그리고 노력도 하는데, 상대를 생각해서 노력하는 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노력해요. 음식을 해준다든가, 뭔갈 만들어 준다든가 하는.
상대가 그걸 바라는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첫 연애 때도 남자친구가 많은 부담을 느끼고 떠나갔죠."
저게 바로 상대를 '애완남'처럼 생각하는 모습이거든. 나쁘게 보자면, "내가 이렇게 다 알아서 해줄 테니 넌 나에게 충성만 해. 내가 생각하는 충성의 방식대로."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어. 때문에 진영씨랑 연애를 하면 상대에겐 의무감만 남을 가능성이 커.
진영씨는 자신이 잘난 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부분을 조심하며, 본인이 대단한 직업을 가진 것도, 또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왜 남자들이 자격지심을 느껴 떠나가냐고 물었지. 이렇게 생각해 봐. 내가 진영씨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사람이야. 그런데 진영씨가 학과 수석인 학생은 아니지만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장학금을 주기로 했어. 교통비와 숙식비, 전공서적 구입비 일체까지 말이야. 단, 앞으로 출결상황과 성적을 내게 모두 보고 하고 하루에 세 번 일상을 내게 카톡으로 알려달라고 했어. 그럼 부담스러울 것 같지 않아? 그러면서 동시에 "성적이 떨어졌네. 이러면 다른 사람에게 장학금 줘야 할 수 있는데…."라는 이야기까지 해. 이게 진영씨가 했던 '질투심 유발'이거든. 이렇게 되면 자연히 장학금 안 받고 그냥 마음 편하게 지내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잖아. 그들이 떠나간 이유는 이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가능성이 있는 남자 후원하듯 만나지 말고, 그가 좋으면 그냥 좋은 대로 만나면 안 될까? 진영씨가 학력과 경제력 안 보고 사귀니 그만큼 상대가 보상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만나봐. 그리고 현재 썸남과의 관계는, '이런 너를 내가 좋아하니, 어서 너도 나를 좋아하도록.'이라는 진영씨의 태도에 썸남이 겁을 먹고는 달아나 버린 거거든. 여기다 대고 "우리가 만난지 얼마 안 되었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해한다."라고 말하는 건, 여전히 상대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거야. 이건 "아직 아니라고 해도 괜찮다. 시간을 줄 테니 도망가지 말고 옆에서 나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도록 해라."라는 뜻으로 읽히거든. 그러니 전부 다 진영씨의 설계도대로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길 권해주고 싶어. 진영씨가 실수한 부분에 대해선 다시 같은 실수 하지 않도록 단단히 정비하고 말이야.
요즘 들어 심각하고 무서운 경계에 있는 사연이 많이 도착하는 것 같다. 매뉴얼 발행 후 점점 심화된 사연이 도착한다고 할까. 그러니까 '다른 여자에게 간 썸남'의 사연을 한 번 발행하고 나면,
"제 사연에 비하면 그건 사연도 아니죠. 전 결혼날짜까지 잡았다가 파토 났어요."
라는 사연이 도착한다. 그래서 그 사연을 한 번 다루고 나면, 이어서
"결혼날짜요? 전 애가 있어요. 올해 여섯 살입니다.
애 아빠였던 남친은 어플로 만난 여자랑 바람나서 나갔고요."
라는 사연이 온다. 오늘 다루려고 했던 사연이 하나 더 있었는데, 읽다가는 포기하고 말았다. 따지자면 시누이라고 할 수 있는 여자가 "원래 남자는 다 그런 거 아니냐. 애를 생각해서 참아라."라면서 자기 오빠를 두둔하고, 애 아빠인 남친은 엄한 짓 하다가 걸려 놓고 "네가 이렇게 날 캐고 다니니까 너에게 정이 안 가는 거 아니냐."라면서 적반하장을 해대는데, 읽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이 몰려와 사연을 닫아 버렸다. 어떻게 그를 잡아야 정식으로 결혼도 하고 옆에 둘 수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지금처럼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괜찮다. 옆에만 있어 달라."라는 식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대답을 해드리고 싶다. 법적으로는 미혼이니까 미혼이라 말하고 다니며 즐기는 그를 막을 방법은 없는 것 같다. 따로 살며 그가 원하면 찾아와 며칠 머물다 가는 것 같은데, 그것으로 그의 죄책감이 덜어질 수 있으니 아예 그의 자리를 비워버리시길 권하고 싶다. 그래버리면 당장은 큰일 날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게 그의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오늘 저녁은 비빔국수로. 불금 보내시길!
▲ "위의 '비빔국수'는 뭘 의미하는 건가요?" 그냥 비빔국수가 먹고 싶어서 말 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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