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고 싶은데 만난 여자들은 연락두절, 왜?
결론부터 말하자면, 태환씨의 문제는
'투박하고 끈적끈적 한 것'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사실 이건 문제라고 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니 말입니다. 제 지인 중 태환씨와 비슷한 태도로 이성에게 다가가는 지인이 있는데, 그는 태환씨와 비슷하지만 상대의 연락두절을 경험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대체 어느 부분에서 둘의 차이가 생기는 것인가를 한 번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 차이를 살펴보는 것으로 매뉴얼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1. 그와 태환씨는 뭐가 다를까?
그에겐 있지만 태환씨에게 없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저는
'능청과 박력'
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영화배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어떤 배우들에 대해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때문에 정우성씨가 류승범씨 대신 <부당거래>에 출연했다고 가정해 보면 어색하고, 반대로 류승범씨가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 출연했다고 가정해봐도 어색합니다. 전자의 경우라면 가벼워야 할 캐릭터가 무거워질 수 있고, 후자의 경우라면 그 반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말입니다.
여기서 보기에 태환씨는, 이성을 만날 때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모두 다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때론 오빠 같고, 때론 남동생 같은 남자가 나쁜 건 아닙니다만, 리드를 하려고 개그를 던지며 나서다가 갑자기 눈치를 보며 내적자아와 대화를 하는 건 좀 문제가 있습니다. 그게 상대에겐 이도 저도 아닌, 사람 앞에 두고 혼자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태환씨가 "회사 내 여자 사람들과 농담도 하며 잘 지냄."이라고 적은 걸로 봐서는 여자 울렁증이 있거나 숫기가 없는 타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썸녀와 만났을 때의 상황을 보면, 태환씨는 상대의 표정을 살피고, 상대의 대답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상대의 태도 하나에 홀로 여러 의미들을 부여하며 고민합니다. 상대가 태환씨가 기대한대로 마냥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쉽게 당황하기도 하며 말입니다.
제 지인이었으면, 함께 가기로 했던 식당에 사람들이 꽉 들어차 계획이 틀어져버린 순간에도 여유를 잃지 않고
"그럼 저건 나중에 먹고, 오늘은 쭈삼 도전?
난 살짝 매콤한 쭈삼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
그리고 그 집 볶음밥이 또 쓰러져.
내가 태어나서 볶음밥 한 번 더 시켜먹은 게 그 집이 처음이야."
라며 북북서로 바로 진로를 바꿨을 게 분명합니다. 태환씨도 첫 식당을 고를 때에는 제 지인과 비슷한 식으로 리드를 잘 했습니다만, 생각지 못했던 일(한참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일)이 발생하자 당황하며 상대에게 "그냥 가죠."라는 말을 하며 갑자기 의기소침 해지고 말았습니다.
둘이 산책을 하러 간 곳에서 태환씨가 보인 모습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그곳에 사람이 많아 저도 상대에게 집중하기 힘들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장소를 옮기지 않고 그곳에서 계속 방황했던 부분입니다. 역시 제 지인이었으면
"오늘 우리 오는 거 알고 사람들이 이렇게 단체로 나온 건가?
아, 신기하게도 내가 가는 곳마다 사람이 많아지는 법칙 같은 게 있는데,
한 번 보여줄까?
저기 손님 별로 없는 커피숍에 가면, 분명 또 사람 가득 찰 거야.
가서 팥빙수 한 그릇 먹으면서 시험해 보자."
라며 자연스레 조용한 곳을 찾아 들어갔을 겁니다. 하지만 태환씨는 상대에게 집중하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아 스스로도 멘붕에 빠지는 상황에서도, 상대의 목소리가 작아 무슨 말 하는지 알아듣기 힘들었다는 얘기만 할 뿐 얼른 자리를 옮기지 않았습니다. 상대가 사람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다고 하자,
"사람 구경도 하고 좋지 않아?"
라는 말을 한 게 전부였습니다. 앞으로 누군가와 데이트를 하게 된다면, 그곳의 상황으로 인해 '첫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고지식하게 그것만 고집하지 말고 순발력을 발휘해 빠른 차선책을 꺼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데이트는 목적이 아니라 둘의 만남을 위한 수단일 뿐이니 말입니다.
2. 투박한 멘트들.
학창시절을 남중과 남고에서 보낸 까닭인지, 태환씨의 말투는 '남자들끼리의 대화'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못 할 말은 아닙니다만,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상대에게
"치과? 충치치료 하러?"
라고 묻는 부분이, 제가 보기엔 아무래도 좀 투박해 보입니다. 어제 늦게 잤다는 상대에게 태환씨가
"새벽에 혼자 쏘주 들이키고 막 그런 거 아냐? ㅎ"
라고 말하는 부분 역시, 제게는 세련되지 못한 모습으로 느껴집니다.
물론 이제 막 알게 된 사이라 하더라도 상대가 저런 말들을 다 잘 받아주고, 둘이 나름 개그콤비가 되어 즐길 수 있다면 괜찮습니다. 이쪽에서 드립을 칠 때 저쪽에서 한 술 더 뜨는 식이라면 재미있게 놀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반드시 상대의 성향을 보며 선을 지켜야 합니다. 만남 초기에 보이는 상대의 호의를 '내 개그가 통한다'고 착각하며 선을 넘으면, 원인도 모른 채 '웃으며 안녕(응?)'을 하게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것 자체만 놓고 보면 이게 뭐 엄청난 문제인 건 아닌데, 이 미묘한 차이로 인해 마음이 생기고 안 생기고가 결정되기도 합니다.(소위 '깬다'고 말하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저 두 개만 적어두면 독자 분들도 '저게 왜? 저 정도는 괜찮지 않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기에, 태환씨의 멘트 하나만 더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 위의 두 멘트는 상대와 직접 만나기 전 카톡만 할 때 나온 말이고, 아래의 멘트는 상대와의 오프라인 첫 만남에서 나온 말입니다.
"내성적인 성격인가 봐요?"
내성적이라는 말 말고도 좋은 말 많지 않습니까? 진중하다거나, 차분하다거나 등의 표현으로 돌려 말 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카톡으로만 대화를 나누다가 오프라인에서 처음 보니 어색한 게 당연할 수 있는 일인데, 태환씨는 상대가 적극적으로 수다를 떨지 않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얘기하자 저런 말을 해버렸습니다. 상대는 저 말에 그렇지 않다고 바로 부정했고 말입니다.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솔로부대원이고 오늘 이성을 소개 받아 만났는데, 상대가 제 차를 타고 가다가 화장실에 좀 가고 싶다고 말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아, 아까 커피 마셔서 오줌 마렵구나? 아님 똥마려워요? 휴지 줘요?"
라고 말하면 아무래도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큰 거나 작은 거 둘 중 하나인 건 분명하니, 그냥 근처 화장실에 차를 세우고 "혹시 모르니까 티슈 가져가 봐요."라며 차에 있는 휴지를 챙겨주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라면 상대 혼자 화장실을 가는 게 좀 민망할 수도 있으니, 저 역시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같이 다녀왔을 것 같습니다. 또 태환씨는 첫 데이트를 마치며 상대를 데려다 줄 때
"어디에 내려주면 될랑가~"
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럴 땐 그냥 밤길 위험하니 집 앞까지 가겠다고 먼저 말을 꺼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집 근처를 보이기 싫은 사람이라면 알아서 거절을 할 테니 원하는 정류장에 내려주면 되고, 상대가 고맙다고 하면 집 앞까지 데려다 주면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 외에도 태환씨는
"전 친해지려고 장난치듯 말한 건데,
상대는 그렇게 못 받아들였을 수도 있고요."
라고 변명을 한 일도 저질렀는데, 그렇게 여자를 군대 후임 대하듯 대하면 곤란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를
'내 직장 직속상사의 따님'
이라고 생각하며 대하는 방법 같습니다. 그럼 태환씨가 한 일이 상대 아버지에게 전부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에 좀 더 조심하게 될 거고, 장난으로라도 상대에 대해 진단한 후 "원래 그래요?"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3. 태환씨의 관심사는 상대의 관심도?
그냥 상대가 이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대와 연애를 시작하려 하면 안 됩니다. 그런 태도로는 운이 좋아 상대와 연애를 하게 되더라도, 상대에게서 흥미를 잃으면 자연히 헤어질 생각부터 하게 됩니다. 태환씨의 경우는 상대와 사귄 것은 아니지만, 상대가 태환씨의 기대만큼 반응하지 않자 벌써 포기해버렸습니다.
"그 여자랑 알게 된 계기도 그렇고, 지금 카톡 답장이 없는 걸로 봐서
저도 이 관계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저도 그 정도는 아니니까요."
태환씨는 상황 봐서 언제든 발 뺄 '아니면 말고'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상대만 이 관계에 진심으로 집중하길 바라는 건 욕심 아니겠습니까? 물론 태환씨는 신청서에
"저도 이 사람과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친해지고 싶었어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이 사람과 천천히 친해지자는 게 제 목표였어요."
라고 적으셨습니다만, 카톡대화에서의 태환씨는 그 말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친구랑 밥 먹으러 간다는 상대에게
"저도 같이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ㅋ"
라는 이야기를 하거나,
"나중에 더 친해지고 그러면 저랑 가면 되죠~"
라는 이야기를 하며 말입니다. 저게 서로 알게 된 지 3일 안에 나온 멘트들입니다. 저는, 당장 만나자고 들이대지 않았다고 해서 그게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친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저런 얘기를 꺼내 상대의 반응 보며 떠볼 거 다 떠본 거 아니겠습니까? 정말 천천히 친해지는 게 목표였다면, 위와 같은 상황에서 "맛있게 먹고 와요~"라고 말하거나 "조만간 갈 기회가 생길 거예요~" 등의 대답을 했을 겁니다.
상대와 오프라인에서 만났을 때에도, 천천히 친해지겠다고 말한 태환씨는 그 말과 다른 행동을 보였습니다. 그녀를 집에 데려다 줄 때의 상황을 설명한 부분을 보겠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헤어질 때 인사하면서,
절 보면서 말하는 게 아니라 눈을 안 마주치려 하는 느낌?
상대방을 쳐다보고 말을 안 하더라고요?
그 전에 대화할 때도 아이컨택이 별로 없어서
대화는 했지만 뭔가 교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
제가 맘에 안 들어서 그런 건지? 원래 그런 스타일인 건지?
헤어질 때 그러니 서운한 감정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아 내가 별로 맘에 안 드는가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집에 도착하고 카톡을 보내니 읽고 답장을 해오긴 했는데,
그건 예의상 그런 것 같고…."
그런 거라면, 태환씨가 말하는 '천천히 친해짐'을 하기 위해선 그녀가 완전히 태환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늘 들이댈 것을 며칠 미룬다고 그게 천천히 다가가는 걸까요? 나에게 호감이 있나 없나 조사를 하고 있으면서 고백만 유예한다고 그게 천천히 친해지는 걸까요?
사실 물리적으로도 이건 '천천히'라고 보기가 힘듭니다. 이 모든 일이 5일 이내에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손톱 한 번 자를 시간이 되기도 전에
'나에게 마음이 없는 것 같음. 끝.'
이라는 결론이 난 겁니다. 태환씨는
"그냥 여자랑 친해지려 하는 것도 제게는 힘드네요."
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냥 여자랑 친해지는 것'이 목표였다면 '나에게 호감이 있나, 없나?', '연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나, 없나?'라는 걸 알아내려는 태도는 내려놓고 만났어야 합니다. 그걸 내려놓지 않고 그저 뒤에 숨긴 채 "난 그냥 친해지는 게 목표다."라고 제게 훼이크를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타지에 내려와 고생하는 친척동생에게 밥 한 번 사준다는 생각으로 만났으면 지금도 둘은 문제없이 연락 잘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랬다면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아 교감한다는 느낌이 없었기에 날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 같았다."라는 이야기나 "카톡 답장이 바로 오긴 했는데, 그건 예의상 보낸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말입니다.
끝으로 하나 더 적어두고 싶은 얘기가 있습니다. 이건 거짓말을 하라고 권하는 것 같아 말하기가 좀 그렇긴 한데, 개인적으로 태환씨의 태도를 보며 답답했던 부분이니 적도록 하겠습니다. 상대가 대화 중
"제가 사는 곳에는 밥 먹을 곳이 별로 없어요."
라는 불평을 하면,
"정말 거긴 좀 열악하죠.
식당은 많은데 선뜻 들어가게 되는 곳이 없는….
그쪽 말고 좀 더 나오면 괜찮은 곳 많으니까,
앞으로 A도 먹어보고 B도 같이 먹어보죠.
아, 매운 것도 잘 먹어요?"
정도로 맞장구를 치며 '다음 만남'까지 자연스레 유도하시길 바랍니다. 태환씨는 같은 상황에서 살짝 고지식한 모습을 보이며
"먹을 곳이 왜 없어요? 거기 뭐뭐도 있고, 뭐뭐도 있는데?"
"그런 게 별로예요? 그럼 뭐 좋아하는데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맙니다. 저 위에서 말했듯, 상대가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하자 "사람 구경도 하고 좋지 않아?"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말입니다.
태환씨는 상대가 눈을 쳐다보지 않아 교감이 되는 느낌이 없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교감이 안 되는 느낌'을 준 건 태환씨입니다. 상대가 A가 싫다고 하자 "A가 왜 싫어요?"라고 말했고, 상대가 B는 별로라고 하자 "B가 왜 별로예요?"라는 이야기를 한 건 바로 태환씨이니 말입니다. 혹 저의 이런 '착한 거짓말' 제안에 대해
"분명 거기 먹을 만한 식당이 있는데
어떻게 거짓말로 없다고 맞장구를 칩니까?"
라며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건 아닌 거라고 말씀하실 생각이시라면, 대신
"아 그래요? 왜요?"
정도의 리액션으로 그저 상대의 생각을 물어만 봐도 괜찮다는 대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걸 대화 중 매번 밝혀, 데이트 할 때마다 상대와 내 생각이 다르다는 걸 확실하게 해 둘 필요는 없으니 말입니다. 이 매뉴얼이 태환씨 연애의 디딤돌이 되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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