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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점점 소홀해지는 남자친구, 이해해줘야 할까? 외 1편

by 무한 2014. 9. 19.

점점 소홀해지는 남자친구, 이해해줘야 할까? 외 1편

어제는 밤하늘이 좋아 간만에 별을 좀 보고 왔습니다. 별을 보러 갈 때면 늘 함께하는 S형님과 동두천 '예래원'이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예래원은 공원묘지인데, 공원묘지보다 살짝 더 올라가면 하늘이 탁 트인 곳이 있습니다. 동남쪽과 서남쪽은 시내에서 올라오는 광해 때문에 처참한 수준이지만, 천정과 북동, 북서쪽은 은하수 형체가 보일 정도로 괜찮은 편이었습니다.(다만, 주변에 훈련하는 군인들이 많아 늦게까지 헬기나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종종 조명탄을 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S형님은 저보다 스무 살 많으신 분으로, 별생활을 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올해 3월부터 우리는 경기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별을 보았고, 다음 달 부터는 전국에 널리 알려진 관측지를 돌아다니며 관측지 탐사를 할 예정입니다. 별생활이라고 해도 사실 그 중 관측이 차지하는 부분은 30%정도 밖에 안 되고, 이동과 수다가 50%, 또 식사와 수다가 20% 정도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수다를 떠느라 내비 안내를 못 듣고 들어가야 할 일을 지나칠 정도의 우리는, 꽤 잘 맞는 콤비인 것 같습니다.

 

어제는 S형님으로부터 '대기발령'에 대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어떤 기업들에선, 쉰이 갓 넘은 사람들을 자르기 위해 대기발령을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강제로 나가라고 할 순 없으니 일을 주지 않는 것인데, 그러고선 3개월이 지나면 월급의 몇 십 프로를 깎고, 또 3개월이 지나면 몇 십 프로를 깎는다고 합니다. 일이 없으니 대기발령을 받은 사람들은 출근은 하되, 개인 책상과 전화도 없이 '냉장고'라고 부르는 빈 방에 들어가 멍하니 있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과거엔 회사 내 전화기 제조년도를 조사해 오는 일, 또는 회사 내 도서관의 책들 고유번호를 조사해 오는 일, 심지어 밖에 나가서 지나가는 사람 수를 세서 보고서로 제출하는 일 등을 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분명 강제로 자르는 건 아니지만, 안 나가고선 못 배기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어쨌든 월급은 나오니 그냥 미친 척 하며 철판 깔고 버티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저도 했습니다만, 그게 힘들다고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퇴직금이 퇴사 전 3개월 평균으로 정산되는 까닭에-위에서 말했든 분기별로 감봉이 시작되면-퇴직금이 잘려나가는 액수가 어마어마해진다고 합니다. 당장 그만두면 2억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3개월 버텨 20% 감봉되면 4천만원이 날아가는 것입니다. 게다가 주변의 시선도 처음 한 달 정도는 저 사람 불쌍하네, 능력 있는 사람인데 안됐네, 애들도 있는데 어떡하나, 하는 동정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만 좀 나가지, 하는 것도 없이 월급 받네, 저걸 버티고 있네 추하다, 같은 분위기로 바뀐다고 합니다.

 

 

1. 점점 소홀해지는 남자친구, 이해해줘야 할까?

 

왜 제가 연애 얘기는 안 하고 S형님과 수다 떤 것만 옮겨 적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사연을 보낸 A양과 남자친구가 하지 못 하고 있는 걸, 저와 S형님이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별생활을 하며 제가 S형님만 만난 것은 아닙니다. 문산 관측지에서 만난 분도 있고, 벗고개 관측지에서 만난 분도 있으며, 연천, 원당, 파주, 포천, 영월, 안성, 양수리 등 많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현재도 여전히 그분들과 연락하며 종종 번개관측이 있을 때 관측지에서 만나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분들과는 겉으로는 서로 간식 챙겨주고, 메시에목록 알려주고, 망원경에 대한 수다도 떨지만 S형님과의 관계만큼 가까워지질 않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투명한 유리로 가로막힌 느낌입니다. 씻지 않은 채 슬리퍼만 신고 만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고 할까요. S형님과는 방귀 정도는 진작 튼 사이라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면 자연을 느끼며 큰창자 작사 작은창자 작곡 항문은 왜 이리 슬피 우는가에 대한 토론이 가능합니다만, 다른 분들과는 서로 화장실에 간다는 훼이크를 써야만 하는 사이입니다.

 

다시 A양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A양이 부모님과의 관계를 설명하며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빠와는, 제가 애교를 부리지만 속말을 하진 않는 사이입니다."

 

라고 말입니다. 바로 저 모습이, A양이 남자친구를 대할 때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A양과 남자친구의 대화를 좀 극단적으로 각색해 보겠습니다.

 

(어느 날)

A양 - 오빠 회사 잘 도착했나요~

남친 - 네네~ A양도 출근 잘 했어?

A양 - 네 ㅎㅎ 오늘도 홧팅요!

남친 - 응! 홧팅!

 

(다음 날)

A양 - 오빠 이제 코 자야죠~

남친 - 응 그래야지 ㅎ A양도 잘 자요~

A양 - 네 ㅎㅎ 굿잠~

 

(다다음 날)

남친 - 점심 맛난 거 먹었나요~

A양 - 점심으로 삼겹살 ㅎㅎㅎ

남친 - 와 맛나겠다~ 삼겹살

A양 - 담에 같이 삼겹살 먹으러 가요~

남친 - 네 알겠습니다!! ㅎㅎㅎ

 

저 대화들만 놓고 보면 전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만, 저런 대화 말고는 별다른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는다는 게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연인이라면 다정하게 말하며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게 친해야 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선물을 챙기고, 안녕을 빌어주더라도 친하지 않다면 그건 '연인 코스프레'가 되는 것이고 말입니다.

 

이런 만남이 오래되다 보니, A양의 남친은 이 만남에 흥미를 점점 잃게 되었고, A양 역시 만남에 불만족하게 된 데다 남친의 그런 성의 없는 태도까지 보게 된 까닭에

 

"원래 제가 혼자 속으로 결론을 내는 타입이라

오빠와의 연애에 대해 '이건 나가리다'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백일 넘게, 이렇게 진지하게 사귄 건 처음이라 미련이 남네요.

아직 기사회생의 기회가 있다면 살려보고 싶습니다."

 

라는 이야기까지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저는 A양에 묻고 싶습니다.

 

"꼭 그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라고 말입니다. 전 A양이 저 물음에 대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A양이 내놓는 대답이라곤, 아마 저 위에 적힌 대로 '백일 넘게 사귄 거고, 또 진지하게 사귄 건 처음이니까'정도일 것 같습니다. 전 그걸 '연애를 위한 연애'라고 봅니다. 꼭 그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는 연애. 그런 A양의 생각을 남자친구도 느끼지 못 할 리가 없으니, 알맹이라고 할 수 있는 애정은 없이 그저 연인이라는 간판만 달린 이 관계에 그도 소홀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A양은 "어떻게 해야 오빠가 다시 이 관계에 성실히 임하게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셨는데, 그걸 원하신다면 그에게 애정을 갖고 대하시기 바랍니다. 지금처럼 '오빠는 외향적 난 내향적, 오빠는 동적인 취미 난 정적인 취미'하며 선 딱 그어 놓고 그에게 관심과 헌신만 요구하시면 곤란합니다. 그렇게 겨우 영화 정도만 같이 보며 기념이 되었다고 로션, 스킨 사서 서로 교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더 추워지기 전에 그가 좋아한다는 자전거도 한 번 같이 타보고, 실내수영장 가서 수영도 한 번 해보며, 같이 하기 어렵다면 그가 하프마라톤 출전할 때 가서 사진이라도 한 번 찍어주시길 권합니다. 지금처럼 그런 건 전부 그의 일이니까 그가 알아서 혼자 하도록 내버려두고, A양은 영화 보거나 밥 먹거나 하는 일만 하길 원한다면 그는 자신이 '남자친구'라기 보다는 '남자친구 배역'을 맡은 사람 같다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지금과 정반대의 상황으로, A양이 손꼽아 기다리던 모 가수 초청공연이 계획되었는데, 남친은 그 가수도 안 좋아하고 콘서트 같은 곳은 정신 산만해서 싫다며 A양 보고 친구랑 가든 그렇게 다녀오라고 하면, A양도 그 연애의 의미를 느끼지 못할 것 같지 않으십니까? A양은 그의 성실함을 이끌어내겠다며 앞으로 스킨십 거절하고 만나자는 약속에도 튕길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그에게 애정을 가지시길 권합니다.

 

 

2. 결혼을 앞두고 계속 부딪히는 커플.

 

아이고 최형,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는 최형의 사연을 읽다가 혈압이 올라가서 마를 한 잔 갈아 마시고 왔습니다. 최형이 이 상황을 온 몸으로 감당하고 계신 까닭에, 몇 주 사이에 한 십 년은 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결혼 날짜가 잡히고 스드메까지 전부 예약 완료된 마당에 이런 얘기를 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결혼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건 당장 '무조건 양보'를 해 여자친구 비위를 맞춰 결혼한다고 해도, 그 결혼생활이 행복할 가능성은 0.2% 미만으로 보이는 사연입니다. 결혼 후에도 여자친구는 폭주하고, 최형은 '미안해, 미안해'하는 생활이 지속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최형의 여자친구는 자신과 의견이 다르거나, 자신의 기대와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곧바로 적으로 돌려버립니다. 연애 중 최형의 친구들을 그녀가 싫어했던 것이 그렇고, 지금은 최형의 부모님을 그녀가 싫어하는 것이 그렇습니다. 전 이게 결혼 후에는 '최형에 대한 증오'로 이어질 거라 예상합니다. 지금이야 "미안해, 안 만날게, 안 그럴게. 내가 대신 사과할게."로 겨우겨우 봉합할 수 있습니다만, 증오의 대상이 최형이 되면 그땐 손 쓸 방법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교통사고에 비유하자면, 최형의 여자친구는 교통사고를 냈을 때

 

"우리가 사고를 냈지만 보험사에서 보상 다 해주지 않느냐.

근데 왜 자기는 그렇게 피해자한테 굽신 거리냐. 법대로 하라고 해라.

나 살면서 교통사고 두 번 당했는데,

그때 가해자들도 뻔뻔하게 법대로 하라고 고개 들고 있었다.

그러니 가서 괜찮냐고 물을 필요도 없다. 무시해라."

 

라고 말하는 타입 입니다. 뭐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거기까진 백 번 양보해 그러려니 할 수 있습니다만, 입장이 바뀌면 주장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게 그녀의 문제입니다. 반대로 그녀가 사고를 당했다면, 그녀는

 

"어떻게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와서 괜찮냐고 묻지도 않냐.

사람으로서의 기본도 안 된 거 아니냐.

나 괘씸해서라도 저것들 콩밥 먹이고 만다.

자기는 쟤들이 저러는데 왜 아무 말 못 하고 가만히 있냐.

가서 욕이라도 해 주고 와라. 못 하면 내가 하겠다."

 

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이게 사람 미치게 만드는 겁니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 사과는 언제나 최형의 몫이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결혼 얘기가 나오기 전에는, 그래도 최형이 여자친구의 저런 성격을 잘 받아줬을 겁니다. 그녀의 분노와 증오가 대부분 '타인'을 향해 있었고 가까이라고 해봐야 '친구'를 향하는 것 정도였기에, 친구와 안 만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결혼이 진행되려 하는 지금은, 그녀의 증오와 분노가 최형의 부모님에게까지 향하지 않았습니까?

 

"내 얼굴에 침 뱉는 일이라서 어디 가서 얘기도 못 하고,

시부모 잘 만나야 한다고 내 입으로 그렇게 말하고 다녔는데

이제 와서 말 할 수도 없고

자다가도 그 일만 생각하면 잠이 확 깨."

 

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말입니다. 이렇게 적어 놓으면 무슨 엄청난 일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독자분들은 추측하실 텐데, 제 입장에선 저 일이 '부모님의 성향 차이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최형의 여자친구가 최형 부모님께 지갑을 선물했는데, 빈 지갑을 선물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 그녀는 센스있게 그 안에 지폐를 넣어 두었습니다. 하지만 최형의 부모님은 선물을 받자마자 바로 앞에서 뜯어서 속까지 들여다보는 것이 점잖지 못 한 일이라 생각한 까닭에 지갑을 받곤 열어보지 않은 채 내려두셨습니다. 때문에 최형의 여자친구는 그게 자신을 무시하며 인정하지 않는 일,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러는 일이라고 오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최형의 부모님을 '적'으로 설정했고 말입니다.

 

최형이 그런 입장 차이를 설명해도 여자친구는 전혀 듣지 않았습니다.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당신 부모 편 들지 마."

 

라는 대답만이 돌아왔을 뿐입니다. 나아가

 

"해도 해도 너무 하신 것 같아.

남들은 집 사주고 명의도 변경해주고 시집와줘서 고맙다고 고맙다고 그러는데

난 뭐냐고.

진심으로 해드려도 고마워하시지도 않고.

(중략)

한참 어린 애가 주면 성의 무시해도 되는 거니?

마음에 안 들어도 마음에 든다 해주시면 어디 덧나신다니?"

 

하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기대한 리액션은

 

"아이고 뭘 이런 걸 다 사왔니. 돈도 들어있네. 이런 것도 아는구나.

시집 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뭐 이런 것까지 챙겨주니. 고맙다."

 

라는 호들갑에 가까운 리액션이었는데, 그런 리액션이 나오지 않자 자신의 성의는 무시당했고, 선물이 마음에 안 든 것을 별 볼 일 없는 리액션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해 버린 것입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최형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아직 없습니다.

 

"자기는 잘못 없어. 자기 때문에 이 일이 일어난 게 아니잖아.

자기 잘못이 있다면 날 믿지 않는 것과 중간 역할을 못 한 거지."

 

정도가 최형에 대한 비판의 전부입니다. 저 말 역시 얼핏 보면 최형이 정말 그녀를 믿지 않아 벌어진 어떤 사건이 있다거나, 중간에서 실수를 한 게 있다고 독자 분들은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믿지 않는 것'이라는 말의 뜻은 '너희 부모님이 날 무시하신 거다. 내 말을 믿어라.'라는 말을 최형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부분을 말하는 것이며, '중간 역할'이라는 것은 무조건 여자친구의 편을 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부모님에 대해 안 좋은 소리 하는 거 듣고 싶어 하지 않는 건 아는데,

당신 부모님 정말 무례하셔.

근데 전혀 미안해도 안 하실 거고, 오히려 나만 이상한 애 취급하고 있을껄?

(중략)

난 지금 상황이라면 시집 사람들한테 굽힐 생각도 없어.

(중략)

자꾸 미워하시면 나도 사람이야. 보상심리로 갈 수밖에 없어."

 

그녀가 화를 내면 무조건 꼬리를 내리고 "미안해."라고 사과하던 최형도, 이젠 지친듯 보입니다. 악의적으로만 해석하는 그녀의 태도, 무슨 일이 있으면 시시비비를 따지며 자기 말만 옳다고 말하는 그녀의 행동,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손해 보고 있으며 상대가 자신을 골탕 먹이려 그런 일을 저지른 게 분명하다고 생각해 버리는 그녀의 믿음, 그러면서 보상을 받아야겠다며 억지 주장을 하는 그녀의 심술에, 최형의 인내력도 바닥을 드러낸 듯합니다.

 

최형, 최형이 노멀로그를 군생활매뉴얼이 연재되던 시절부터 봐왔다고 해서 다시 한 번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 결혼을 정말 꼭 해야 하는 건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최형의 여자친구는 자신이 생각하는 선에서 최형이 조금만 벗어나도 곧바로 이별통보를 할 정도로 꼿꼿한데, 최형은 그녀가 좌로 굴러 우로 굴러를 외쳐도

 

"그녀의 피해의식과 그릇된 인식을 바꿔서,

무탈하게 결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전 그녀에게 최형을 존중하는 마음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저런 행동을 못 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녀는 최형에게 자신의 편이 되어 달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 하지만, 반면 세상에서 최형을 가장 힘들게 하고 있는 사람은 그녀가 아닐까요.

 

"왜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에 맨날 싸우고 눈물 흘리고 있어야 돼?"

 

글쎄 모르겠습니다. 이건 마치 기념일에 식당에서 둘이 오붓하게 식사를 하려 하다가, 갑자기 그녀가 다른 테이블의 사람이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며 싸움을 건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는 그런 게 절대 아니고 그녀 뒤의 거울을 본 것을 그녀가 오해 한 것이라고 말하는데, 그녀는 그게 변명이며 자신을 기분 나쁘게 쳐다본 게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최형은 그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데 여기서 싸울 필요는 없지 않냐며 말리고, 그럼 그녀는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냐며 언성을 높입니다. 왜 이 좋은 기념일에 이런 기분 나쁜 일을 당하고 최형에게까지 참으라는 소리를 듣는 이상한 여자가 되어야 하냐고 말합니다.

 

최형. 저는 여성 대원들을 대상으로 발행한 매뉴얼에서 "누구와 또 시비가 붙어 싸울지 모르거나, 언제 폭력적으로 변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남자와는 만나지 마세요. 늘 언제 터질지 몰라 마음 졸이며 살아야 합니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습니다. 여자의 말에는 달랑 답만 구해서 말해주기 보다, 그녀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며 이해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감과 이해에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얘도 싫고, 쟤도 싫고, 너도 싫고, 다 싫다, 라고 말하는 사람과는 친구로도 지내기가 힘든 법입니다. 그녀가 최형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한,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최형 부모님이 최형에게 해 주는 것 없다는 것을 비꼬며)

진짜 내 친구들 말대로, 자기 정말 친아들 맞아?"

 

라고 말하는 사람과는 절대 결혼해선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최형이 부모님과의 연을 끊고 오로지 그녀의 편만 드는 것으로 이번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나중에 증오와 분노의 대상이 최형이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저는 제일 많이 됩니다. 이게, 제가 접했던 수많은 이혼커플들의 이혼수순과 일치합니다. 연애할 땐 이별이었겠지만, 결혼 후엔 협박과 으름장의 수단이 '이혼'이 됩니다. 최형으로서는 그녀에게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이 결혼을, 정말 꼭 해야 하는 건지, 당장의 문제 해결 말고 앞으로 함께해야 할 50년을 고려하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불금 마지막 사연을 가슴이 콱 막히는 사연으로 고른 까닭에 마음이 무겁다. 최형이 바라는 답과는 전혀 다른 결론으로 마무리를 지은 것도 계속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최형에게 좀 더 이야기 하는 것으로 배웅 글을 대신할까 한다.

 

여자친구가 최형의 친구에 대해서 비판을 하면, "응, 맞아. 나도 느끼고 있었어. 그런데 나도 나중에 얘한테 부탁할 게 있어서 연을 맺고 있는 거야."정도로만 대답해 주면 된다. "걔 그럴 애 아니야."라거나 "걔도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야."라는 대답 대신 말이다. '나랑 너 말고는 아무 것도 내게 중요하지 않다.'라는 뉘앙스로 대답해 주면 된다.

 

그녀가 최형의 부모님이 최형의 결혼을 앞두고도 많은 지원을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하면, 최형은 "부모님께 적게 받을수록 간섭도 적다. 그래서 나도 이런 저런 요구하지 않는다."라는 뉘앙스로 대답하면 된다. 지금처럼 "내가 못 나서 그런 거지. 내가 돈을 더 많이 모아놨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텐데…."하며 울어봐야, 그녀 입장에선 자신의 욕구불만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남친이 질질 짜니 더 짜증날 뿐이다. 눈물은 변명이나 핑계를 할 때 말고, 사랑고백 할 때만 흘리도록 하자.

 

또, 하루이틀 사귄 게 아니라 그녀가 뭘 바랄 건지 최형이 미리 알 테니, 이게 아니다 싶은 상황이 찾아오면 최형이 먼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하도록 하자. 지갑사건만 하더라도 "안에 한 번 보세요. 교통카드 빼지 않고도 거기 넣어서 쓸 수 있더라고요."라며 열어보시길 유도할 수 있지 않은가. 멍하니 앉아서 '저거 안 열어 보고 그냥 내려놓으면 여자친구가 화낼 텐데….'하고 있지 말고, 능동적으로 나서서 교통정리를 하도록 하자.

 

그리고 그녀가 '모두 까기'를 시작했을 때에는, 그녀가 증오와 분노로 내뱉은 말들을 따를 경우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을 해보자. 실제로 그녀가 바라는대로 최형이 친구들과 연을 끊었다면, 최형의 결혼식에서는 친구들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부모님과의 연을 끊으면 나중에 아이들이 친할머니, 친할아버지의 얼굴도 모를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 그런 '최악의 결과'를 내밀어서라도 그녀의 극단적인 주장을 막길 바란다.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용서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저 '전략적인 부분'인 듯 말하는, 선의의 거짓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머리를 써가며 "그녀가 이렇게 나올 땐, 저렇게 대처하세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오늘 밤을 새워가면서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이렇게 해가면서까지 이 결혼을 해야 할까에 대한 답을 난 '아니요'로 낸 까닭에, 저 위와 같은 이야기를 적어두었다는 걸 밝힌다. 축하하며 행복을 빌어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최형에게 미안하다. 최형이 이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고 어떤 결론이 났는지는 나도 궁금하니, 꼭 후기 사연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그럼 다들 불타는 금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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