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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헤어진 뒤 다시 연락해 온 첫사랑 외 1편

by 무한 2014. 10. 2.

헤어진 뒤 다시 연락해 온 첫사랑 외 1편

그러니까 '그 시절, 그 사람은 이제 없다.'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하자. 나도 여린마음동호회 회장인 까닭에, 누군가와 수 년 동안 인연의 끈을 놓고 지내도 그 관계에서의 느낌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곤 한다. 그건 친구나 지인들과의 관계, 그리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블로그 독자와의 관계에까지 적용된다. 그래서 오랜만에 블로그를 찾아온 누군가가

 

"저 누구누구인데 기억하시나요, 책 처음 내실 때 추천평도 달았는데…."

 

라는 댓글을 달면, 왜 우리 사이가 서로에게 잊혀가고 이젠 아무 상관도 없어진 사람인 것처럼 말하는 것인지 좀 의아하기도 하다.

 

물론 반대로, 난 아직 상대와 밤새 수다를 떨 수 있을 정도로 친하다고 생각하는데, 상대는 우리의 연이 끊겼다고 생각하는지 결혼을 하면서도 내게 이야기를 하지 않아 큰 실망을 한 적도 있다. 난 쉼표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마침표라고 생각한 경우라고 할까. 세월의 풍화작용 때문인지, 만나도 전과 같지 않다. 그래서 지용은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라고 했던 것일까.

 

 

1. 헤어진 뒤 다시 연락해 온 첫사랑.

 

사귀면서 Y양이 저질렀던 실수나 상대에게 보인 철없는 행동들에 대해 반성하는 것은 좋지만, 이별의 책임이 Y양에게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Y양의 이별은 쌍방과실이다. Y양이 잘 몰랐던 부분에 대해 상대가 충분히 설명을 해줬다면 Y양도 이해했을 것이고, Y양이 부린 변덕과 짜증에도 상대가 적절하게 대처했다면 Y양이 불만족녀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차이 때문인지 상대는 Y양의 모습들을 'Y양의 한계'로 못 박아 버렸고, 나중엔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이야기들까지 필터링 없이 하며 Y양을 떠났다.

 

"너랑 같이 있으면 재미있고 좋은데,

왜 널 안 보면 네 생각이 안 날까?"

"내가 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네가 내는 짜증을 다 받아주지 못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저건 뭐, 단답과 침묵으로 마음이 식어가는 걸 생중계하다가, 이제 이 연애를 그만 끝내고 싶다며 확인사살 하는 말들 아닌가. 감성적이라서? 솔직해서? 뭐라고 갖다 붙이든 저따위 이야기를 해놓고는 사귀진 않더라도 그냥 편하게 만나는 사이로 어쩌고 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건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에게 마음이 있었던 Y양은 그의 제안에 승낙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고, 그래서 헤어진 이후에도 몇 번 만나며 '헤어져서 이제 더는 연인이 아니지만 만날 땐 연인같은' 어중간한 사이로 지냈다. 그러는 동안 연애하던 관성에 의해 그와 스킨십 진도도 나갔다. 당시 Y양은 상대방이 '만나주는 것'에 그저 감사할 뿐인 상황이었다.

 

물론 Y양도 그가 말한 '사귀진 않더라도 그냥 편하게 만나는 사이'라는 게 결국 '술과 스킨십'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기에, 나중엔 그 관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건 Y양의 첫사랑이었고, 또 Y양에겐 이별 후 후련함보다는 미련이 많이 남았던 까닭에 다시 그에게 연락하고 말았다. 다행히 헤어진 직후와는 달리 '술과 스킨십'이 전부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그와의 만남은 무미건조하며 겉만 핥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연락은 서서히 줄었고, 둘은 서로에게 잊힐 때쯤 되어서야 "잘 지내?"정도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다시 그의 연락이 잦아졌다. 난 그의 연락이 잦아진 이유를 현재 그가 '학생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사회인이라고 하기도 좀 그런 애매한' 상황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Y양은 그가 다시 만나고 싶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여자가 없어서 그런 건지, 그것도 아니면 전에 말한 '편한 사이'나 '친구'라는 게 이런 걸 의미하는 건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예전엔 서로 어려서 그랬던 거니, 이제부터라도 노력하면 다시 잘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내가 Y양에게 뭐라고 얘기해주면 좋을까. Y양이 내 여동생이라면,

 

"대화를 보면, 그는 궁금하지도 않은 거 물어보고,

또 네가 대답해도 다음에 잘 기억 못 하는 경우가 있잖아.

그게 사실 마음에도 없는 리액션 하고 친한 척 하기 때문이거든.

저런 태도는 그가 너에게 아쉬울 것이 없거나 흥미를 잃게 되면 즉시 사라져.

그렇기 때문에 난 네가 그의 저 행동을

'다시 다가오려 하는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특히 이번에 만나자고 하면서 그는 '술'을 먹자고 했는데,

난 이전의 그의 행동으로 미루어 봤을 때, 그 제안이 좋게 보이지 않아.

그가 너에게 말을 걸며 늘어놓는 이야기들도,

그냥 네가 흥미를 가질만한 이야기들만 풀어 놓는 것 같고 말이야."

 

라며 첫사랑은 그저 첫사랑으로 남겨두길 권할 것 같다. 하지만 Y양은 내 여동생이 아니고, 또 내가 인연의 끈을 당기지 말길 권했다가

 

"그 오빠는 진심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거라고 했어요.

그런데 무한님 얘기 들었다가 다 망했네요."

 

라는 원망을 들을 수도 있으니, 좀 더 넓은 제안을 할까 한다.

 

만나서는 술 대신 밥을 먹고, 스킨십 대신 대화를 하길 권한다. 상대에게 Y양을 향한 마음이 있는 것이 분명하고, 또 그가 Y양이라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만나는 거라면 '술과 스킨십'이 없어도 관계가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저 한 번 나갔던 스킨십 진도가 있기에 다가온 것이라든가, 예전에 Y양이 매달리던 시절을 떠올리며 지금도 그럴 거라 생각해 만나자고 한 것이라면, 그는 이별 후 Y양에게 그랬듯 '술과 스킨십'만 남아 있는 관계로 이끌어 갈 것이다.

 

그러니 그가 급하게 고백을 해도 섣불리 승낙하지 말고, 갑자기 들이대며 Y양의 비위를 맞추려 한다고 해서 그걸 '애정'이라고 여기지도 말길 권한다. 지금은 오랜만에 만난 까닭에 이전 사귈 때와 달리 서로에게 좋은 모습, 웃는 모습, 다정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긴장감이 사라지면 그는 예전처럼 "내가 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라는 이야기를 또 할지 모르니 말이다. 당장 연애를 안 한다고 뭐가 잘못되는 것도 아니니, 그와 연애를 하더라도 크리스마스 즈음에 한다고 생각하며 우선 그와의 관계를 길게 바라보길 권해주고 싶다. 마음에도 없는 말이나 호의는 진심과 비교해 지구력이 현저히 떨어지니, 시월 한 달만 지켜봐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시절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를 만나지 말고, '지금 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만나보자. 그럼 그땐 보지 못했던 것들도 보일 것이고,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새롭게 알 수 있을 것이다.

 

 

2. 현남친과 헤어지고 짝사랑하던 남자에게로?

 

미지는 어쨌든 앞으로 한 사람과 만나며 그와 연애하다 결혼을 할 거잖아? 그렇지? 다른 사람 만나고 또 다른 사람 만나다가 짝사랑하던 사람에게 회귀하겠다고 말하거나, 짝사랑하던 남자랑 '플라토닉 러브'같은 거 하며 동시에 다른 사람 만날 거 아니잖아. 그러기 위해선 미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딱 말해줄 테니까 잘 봐봐.

 

먼저, 감성에서 이성으로 세 발짝쯤 걸어 나와. 미지는 보통사람의 다섯 배 정도로 감성적이야. 그래서 사소한 것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상대가 의도하지 않았던 말이나 행동도 미지 나름대로 해석을 하며 받아들여. 미지는

 

"저는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사람이고요,

사람의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라고 말하는데,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는 건 '말'이 아니라 '행동'이거든. 그런데 미지는 상대의 '말'만 가지고도 그게 그의 마음을 나타내는 거라며 너무 쉽게 믿어버리네? 여자친구 있는 남자가 미지에게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한 후, 여행지에서 "여자친구랑 있을 때보다 너랑 있는 게 더 좋다."라고 말하면, 미지는 그걸 '잊지 못할 고백'으로 마음에 새겨두거든. 그 남자는 그래놓고도 여자친구와 잘 사귀는데 말이야.

 

이래버리면 방법이 없는 거야. 저건 그 남자가 바람피우는 거지 '플라토닉'이 아니거든. 스킨십 진도를 목적으로 한 게 아니니까 순수한 거 아니냐고? 꼭 스킨십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그냥 누군가가 자신이 거는 작업에 넘어오거나, 썸 단계에서 느껴지는 그 말랑말랑한 느낌이 좋아서 양다리를 걸치는 사람도 있어. 상대가 좋아서가 아니라, 상대가 자신에게 완전히 빠졌다는 것을 보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말이야.

 

미지가 짝사랑한다는 그 남자는, 미지랑 있으면서도 다른 여자에게

 

"뽀뽀해주면 먹을게~"

 

라는 카톡을 보낸 적이 있잖아. 그걸 보고도 미지는 그에게 화를 내긴커녕 하늘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며 그저 잠수를 탔고 말이야. 그런 남자는 못 쓰는 남자인 거야. 달달하기야 엄청 달달하지. 몇 다리씩 걸치려면 거짓말에도 능숙해야 하고, 상대의 기분도 띄울 줄 알며, '아닌 척'을 하는 것에도 엄청 신경 써야 할 거 아냐. 때문에 자연히 눈치도 빠르고, 상대가 원하는 게 뭔지를 빨리 파악해 기분을 맞출 줄도 알겠지.

 

내가 봐도 그는, '환상을 가진 여자가 좋아할 만한 말'을 하는데 특화되어 있는 것 같긴 해.

 

"내가 평생 해줄게."

"귀여워ㅋㅋㅋ"

"못 기다리겠어. 보고 싶어서."

 

저런 얘기들을 딱 적절한 시점에 던지거든. 그럼 안 그래도 그에게 마음이 있었던 미지 입장에선 정신의 끈을 놓기 쉬운 거지. 그런데 보고 싶어서 못 기다리겠다는 사람이 왜 미지가 연락하기 전에는 연락 한 통 하지 않았을까? 평생 뭘 사주겠다는 사람이 왜 인연의 끈을 완전히 놓은 채 방치해 두었을까? 미지에게 귀엽다고 하는 사람이 왜 연애는 다른 사람이랑 하고, 또 다른 여자랑 연락을 한 걸까?

 

"그냥 그가 이렇게 제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전 충분히 좋아요.

남자친구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요.

제가 정말로 원하는 사람은 당연이 그에요.

그래서 나쁜 X이 되더라도 사실 그런 건 상관없어요."

 

그래 미지가 짝사랑남이랑 사귀든, 현남친이랑 사귀든, 아니면 둘 다랑 사귀든, 그것도 아니면 두 사람이 아닌 최봉구씨랑 사귀든, 그런 건 나랑도 상관없어. 그거야 뭐 미지 연애니까 미지가 사귀고 싶으면 사귀는 거고 안 사귀고 싶으면 안 사귀는 건데, 난 미지가 '그 사람만 있는 연애'를 하는 게 안타까운 거야. 미지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그 사람이 다른 여자랑 카톡하는 걸 보곤 이렇게 말했었잖아.

 

"그런데 그와 그 여자의 대화 내용이

저와의 대화 내용이랑 비슷했어요.

'나랑 대화한 건가?' 싶을 정도로요."

 

난 미지와 현남친의 대화도 그 대화들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해. 썸 타는 사이니까, 또는 사귀는 사이니까 의무적으로 호의를 보이며 나누는 대화들 같다고 할까? 상대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데 남자친구니까 그냥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 되는 거고, 연인이니까 무조건 호 해주고 토닥토닥 해주며 대화 나누는 거야. 나쁘게 말하자면, 연애를 위한 연애를 하는 거지.

 

친해진다는 건, 여름에 같이 워터파크 가고 겨울에 스키장 함께 간다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야. 같이 영화 백 편 같이 보고, 밥 삼백 번 먹었다고 알아서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사연 신청서에 '가족관계'적는 란이 있어서 그걸 채우느라 이제야 남친에게 "자기 가족관계가 어떻게 돼?"라고 물을 정도면, 분명 미지가 순서 없는, 뭔가 잘못된 연애를 하고 있는 거야.

 

사랑도 좋고 연애도 좋지만, 그 전에 누군가와 진득하게 알아갈 수 있는 사이로 지내보는 건 어떨까. 친구라고 해서 단순히 그들과 술 마시거나 놀러가는 게 아니라, 같이 시간을 죽일 뭔갈 하지 않아도 그냥 둘이 앉아서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 보는 거야. 미지가 신청서에 사연을 적어 내려간 그 덤덤하고 솔직한 어투로 대화를 하면 돼. 그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게 진짜 '친한 사이'인 거지, 그저 자주 보고 매일 연락한다고 친한 건 아니니까.

 

상대에게 날 좋아하냐고, 나에게 호감이 있냐고, 날 생각했냐고 확인 할 필요도 없어. 미지는 누구에게든 계속해서 그걸 확인하며 답을 들어 안심하려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사이면 된 거야. 상대가 누구든 미지랑 완전히 같을 수는 없는 거거든. 그러니 상대가 해야 할 몫은 상대가 하도록 두고, 미지는 미지 몫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집중해 보자고. 누구와 만나든 둘의 마음을 완전히 포갤 수는 없기에 여전히 외로움이 남아 있는 게 정상이야. 그러니 그 외로움이 '공수표 발행하던 그 남자'를 만나면 채워질 거란 막연한 기대는 접고, '내가 행복한 연애'를 하자. '행복한 연애'를 하는 것처럼 보이려 애쓰는 역할극이 아니라, 진짜 행복한 연애를 말이야.

 

 

아직도 2010년이나 2011년에 멈춰 계시며, 나머지 인생을 그저 번외 편처럼 흘려보내고 계신 대원 분들이 있다. 그 중에는 폐허가 된 그 연애의 끄트머리에 앉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걸 강조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난 그분들에게

 

"그게 마냥 대단하거나, 아름답거나, 감동적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각주구검'이라는 고사를 인용해 제가 몇 번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까?

배 타고 강을 건너다 검을 떨어뜨렸는데,

떨어뜨린 그 자리를 배에 표시 해둔 채 나중에 찾으려 한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배는, 그러니까 세월은 이미 그곳에서 한참을 지나왔습니다.

상대와 다시 만난다면, '현재의 나'와 '현재의 너'가 만나야 하는 것입니다.

2014년도 이제 겨우 세 달 남았는데, 이번 해까지 그냥 흘려보내지 마시고

현재로 오셔서 '지금 여기'에서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상대의 마음은 과거와 같은가?'가 아니라,

'지금의 나는 누구인가?'부터 바로 보며 말입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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