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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가지고 싶지만 끼 있어 보이는 그 남자, 어떡해?

by 무한 2014. 12. 1.

가지고 싶지만 끼 있어 보이는 그 남자, 어떡해?

A양이 매뉴얼을 반말로 -친한 동생과 같이 맥주 한 잔 마시며 화이팅 해 주는 느낌으로- 써 달라고 요청한 까닭에 이렇게 작성하는 것임을 미리 밝힌다. 라고 적은 후 편하게 쓰려고 했는데, 내가 또 막상 멍석 깔아주면 빼는 타입이라 그렇게 하기가 힘들 것 같다.

 

먼저, 난 A양의 사연신청서에 감탄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 부분은 쉿! 무한님이랑 저랑 우리 둘만 알고 가는 걸로 해요."

"거기를 가더라도 그것밖에 안 되는 건데! 으르렁~!"

"그러니까 그 여자랑은 망해라!!! 망하라고!!!!"

 

등의 생생한 상황설명과 감정표현 덕분에, 나는 사연신청서를 읽으며 한 편의 공연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A양은 일반인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치밀하며 계획적이기도 하다. 썸남을 매장에서 보고는 그 매장에 알바로 지원한 것, 가게 마감 후 함께 있을 기회가 왔을 때 '그래도 이쯤에서 끊어야 여운이 남지'라는 생각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난 것 등의 일은 A양의 연출력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그것과 견주어 결코 뒤떨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소개하고 싶은 A양의 연출들이 더 있는데, 그걸 다 적어버리면 A양의 신상이 노출될 수 있으니 이쯤만 적어두도록 하겠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가지고 싶은 꾸러기'인 썸남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자.

 

 

1. 에누리 걷어내기.

 

꾸러기들은 기본적으로 약간의 허세나 경미한 허언증을 가지고 있음을 기억하자. 폼을 잡으려면 스스로를 살짝 과장하거나 어느 정도의 의미를 만들어서라도 갖다 붙여야 하는 까닭에, 그들의 말에는 보통사람들의 그것보다 좀 더 많은 '에누리'가 붙기 마련이다.  

 

"그 분은 이제 저와 겨우 세 번 봤을 뿐인데,

거리감이나 벽 같은 게 거의 없으시고

자기 사생활에 대한 부분도 감추는 게 없으시더라고요."

 

'말은 타봐야 알고 사람은 겪어(사귀어)봐야 안다'는 우리 속담도 있잖은가. A양은 아직 상대의 취한 모습, 화 난 모습, 짜증난 모습, 귀찮아하는 모습 등을 본 적도 없으니, 그가 한 말만으로 그에 대한 이미지를 설정한 후 그게 전부일 거라고 믿어버리는 실수는 하지 말자.

 

더불어 '솔직함'도 충분히 연출이 가능하다는 걸 염두에 두길 권한다. 내가 아는 어느 꾸러기의 경우, '솔직함'을 앞세워 가까워진 후 훗날 역시 '솔직함'을 앞세워 무책임을 정당화 한다. 그는 누군가와 사귀고 싶을 때 상대에게

 

"난 감정에 솔직하고 싶다. 눈치 보고 계산하고 밀당하는 거,

그런 거 난 잘 못 한다. 내 마음은 이렇다. 너의 마음은 어떠냐."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말로 상대의 진심을 이끌어내 연애를 좀 하다 질리면

 

"정말 솔직하게 말하는 거다. 너를 향해 있던 마음이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너를 더 만난다는 건 너를 기만하는 게 된다."

 

라는 말로 다시 이별을 말하곤 한다. 이처럼 '솔직히 난 네가 좋다'는 처음 그 말이, 나중엔 너무 쉽게 '솔직히 난 네가 싫다'는 말로 변할 수도 있는 법이니, 상대의 '솔직히'라는 말에 쉽게 모든 것을 걸거나, 그 말을 너무 맹신하진 말길 바란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건, 첫째 그가 아직 이립도 지나지 않은 나이에 '왕년에'의 이야기를 계속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그 '왕년에' 이야기를 A양은 별 필터링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데, 그가 열심히 포장한 과거는 그래봐야 그저 과거일 뿐이니 그것보다는 '현재의 그 사람'에 더 주목하자.

 

둘째로는 그가 

 

"난 연애나 결혼과는 맞지 않는다."

 

라는 포석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그가 자신이 한 저 말과 달리 소개팅을 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냥 폼 잡으려고 한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으니, 그저 그의 여러 마음 중 하나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자.

 

 

2. 애매한 물음에는 애매하게 답하기.

 

꾸러기들이 구렁이보다 담을 잘 넘는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A양의 썸남 역시 담 넘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그는 진지한 자세로 대했다면 어색하게 구구절절 긴 대화를 해야 했을 상황을

 

"장난친 거야. ㅋㅋㅋ 아 혹시…."

 

라는 말 한 마디로 간단하게 넘어가 버린다.

 

저런 재치나 기지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말의 허리를 뚝 잘라 돌려버리는 상대의 저 태도로 인해 이쪽은 순식간에 바보가 되어버리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만약 그가 A양이 세 살만 많았어도 자신이 대시했을 것이라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하고, A양이 그 말을 다큐로 받아 진지하게 대답했을 때, 그가

 

"갑자기 왜 그렇게 심각해? 그냥 장난친 거야. ㅋㅋㅋ"

 

라는 말을 하면 A양은 머쓱해질 것 아닌가. 내가 매뉴얼을 통해 '애매한 물음에는 애매하게 답하자'고 한 건, 상대가 위와 같은 식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저도 오빠가 세 살만 어렸어도…. ㅎㅎㅎ"

 

정도로 받아주자는 뜻이다. 사연을 보니 그는 A양 뿐만 아니라 다른 이성에게도 '무료 립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데, 그것 역시 "감사합니다. 오늘도 비행기 태워주셔서 마일리지 많이 적립됐네요. ㅎㅎ" 정도로 받으면 된다. 보통 이런 경우 "제가 뭘요. 오빠가 더…."라며 진심으로 칭찬하기 마련인데, 우린 그것과 살짝 다르게 일단 감사히 받아서 적립해 두는 쪽으로 가자. 그의 자신감을 살찌울 위험이 있는 '립서비스 교환'으로 끝내지 말고, 적립해 두었다가 모아서 '다음 약속'을 만드는 계기로 사용하자. "마일리지 많이 쌓였으니 오늘 불곱창 제가 쏠게요." 정도로 사용하면 된다.  

 

단, 이게 어떻게든 그와 비기려 기를 써가며 노력하란 얘기는 아니다. 꾸러기들은 손 안 대고 코를 풀려 '말로만' 요란한 경우가 많으니 그런 건 잘 파악해 거울 들이대 '반사' 하듯 대응해주고, 그게 아닐 경우 실질적인 관계의 진행으로 이어질 수 있게 물꼬를 트자는 거다.

 

하나 더. '연애'와 관련된 이야기는 되도록 상대와 하지 말길 권해주고 싶다. 괜히 그쪽으로 이야기를 꺼냈다간, 상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A양의 마음만 모두 공개되고 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의 팔자에 연애나 결혼이 없을 것 같다며 독거노인이 될 것 같다는 식의 농담을 하는데, 그런 말엔 그저 훗날 실버타운에서 스타가 될 수 있도록 미리 게이트볼을 배워 놓으라고 권해주는 것 정도의 대답을 하면 된다. 아니면 좋은 실버타운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며 열심히 돈 모으자는 '실입모(실버타운 입주희망자의 모임)'를 만들어 상대가 회장, A양이 부회장 및 총무를 해도 괜찮다. 그 모임을, 둘이서 회식을 하는 계기로 삼아도 되니 말이다.

 

 

3. 써먹을 수 있는 예시들?

 

맨입으로 자꾸 이런 걸 알려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어 참 곤란한데, A양은 내게 즐거움을 주었으니 나 역시 몇 가지 팁을 줄까 한다.

 

먼저, 좋아하는 것 하나를 정해서 캐릭터를 잡자. 만약 A양이 '복숭아 맛 요플레'를 좋아한다면, 그걸 자주 먹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상대가 뭐 먹고 싶냐고 할 때 '복숭아 맛 요플레'를 먹고 싶다고 대답하면 된다. 비싸지 않으며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거라면 된다. '초코우유'여도 좋고, '두유'여도 좋다. 상대가 A양에게 그걸 주면 A양의 기분이 풀어진다고 생각하며, 그걸 보면 바로 A양 생각이 떠오를 정도면 된다.

 

이건 상대에게 이쪽으로 올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주는 것이며, 훗날 갈등이 벌어지더라도 화해의 열쇠를 금방 찾아낼 수 있는 '힌트'를 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저 뭐든 잘 먹어요. 뭐든 다 좋아요."라고 말하기 보단 콕 집어서 이야기하도록 하자.

 

"저 그렇게 좋아하는 음료나 유제품이 없는데요?"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좋으니, 그냥 제일 좋아하는 과자라도 하나 집어두자. 과자가 없으면 라면도 괜찮다. 상대에게 '뭐뭐뭐'하면 곧바로 A양이 떠오를 정도면 된다.

 

또 현재 A양은 상대와 함께 일하며 밥도 같이 먹고 간식도 같이 먹는다고 했는데, 그럴 땐 보통 간식으로 흔히 먹지 않는 것들을 챙겨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빵이나 커피는 진부하니 접어두고, 곶감 같은 걸 챙겨가도 좋고 집에서 미리 까놓은 석류라든가 자몽 같은 걸 챙겨가도 된다. 아예 유자차나 율무차를 하나 사다 놓고 시간 날 때 타서 상대와 한 잔씩 마셔도 되고, 비타민제를 가지고 다니며 밥 먹고 난 뒤에 하나씩 나눠먹어도 된다.(한 번에 상대에게 다 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매번 같이 먹거나 마신다는 걸 꼭 기억해두자.) 지금까진 그가 간식을 계속 샀다고 하니, 그에게 립밤을 하나 선물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제 곧 눈이 많이 내릴 텐데 눈사람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눈이 많이 오면, 둘의 늦은 출근시간을 활용해 매장 앞에 '올라프'를 만들어 놓자고 그에게 제안해도 된다. 다 만들고 나서 A양이 사진을 찍으면 그도 사진을 찍을 텐데, 봐서 그가 찍은 사진이 괜찮으면 잘 찍었다고 칭찬해도 되고, 만드느라 수고했다며 따뜻한 음료를 하나 건네도 된다. 뭐, 이런 거야 센스 충만한 A양이 알아서 잘 할 테니 더 이야기하진 않겠다.

 

중요한 건, 둘이 전화로 수다를 떠는 사이가 되기 전까지는 상대를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가 계속 내 옆에 있을지, 아니면 다음에 내리진 않을지를 걱정하지 말고 일단은 같이 오징어도 나눠 먹고 음료도 나눠 마시며 친해지는 것에 주력하자. 지금 당장은 그가 A양의 '내 옆 사람'인 것이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그에게 꾸러기 기질이 보이긴 하지만 A양에게 무언갈 요구하거나 A양을 휘두르려 하진 않았으니, 지금은 그 관계를 '좋은 인연'으로 생각하며 가까워져 보자.

 

 

그간 사연에 '꾸러기'가 등장하면 대부분 도망치라는 얘기를 했으면서, 왜 A양의 사연엔 이렇게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적어두었나 궁금해 하실 독자 분들이 있을 것 같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상대가 구렁이라면 A양은 몽구스이기 때문에.(응?)"

 

라고 적어둘까 한다. 보통의 여자사람은 꾸러기에게 이미 마음을 빼앗긴 후 방법을 찾으려 애쓰는데, A양은

 

"져주며 들어가고 싶진 않아요."

"티 나지 않게 그를 유혹하고 싶어요."

 

라는 말을 하고 있다. A양이 그에게 휘둘릴 가능성은 0.03%미만인데다 오히려 그보다 한 술 더 뜨는 드립으로 그를 할 말 없게 만들고 있으니, 어쩌면 둘은 재치 넘치는 좋은 콤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A양은 그가 썸튀(썸만 타고 튀는 것)를 할까봐 매의 눈으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적절한 '여우 짓'으로 오히려 그를 흔들고 있는데, 이 정도면 이쪽에서 살짝 엄호만 해줘도 충분히 상황을 좋게 풀어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후기가 궁금하니 꼭 보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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