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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겁이 많아 짝사랑만 하고 있는 남자들

by 무한 2014. 11. 26.

겁이 많아 짝사랑만 하고 있는 남자들

본격적으로 피부과와 미용실을 다니기만 하면, 인기가 샘솟고 자존감이 충만해지며 그간의 흑역사와 굿바이 하게 될까? 내게 사연을 보내는 남성대원들 중에는 피부관리를 받거나, 머리를 좀 잘 만지거나, 옷을 잘 입기만 하면 그간 무뚝뚝하던 여자들이 태도를 바꿔 이쪽에 매달릴 거라고 착각하는 대원들이 있다. 난 그들에게

 

"가 보세요. 피부과, 미용실 다 가 보세요.

패션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 모든 상황이 달라질 거란 상상만 하지 말고,

상상대로 생지 바지 사서 입고 워커 신어 보세요.

자신을 긁지 않은 복권, 다듬지 않은 원석이라고 생각하는 건 좋은데,

그게 정말 긁고 다듬기만 하면 손쉽게 다 해결되는 건지, 해 보세요."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외모나 패션이 연애와 아무 관련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눈에 잘 띄는 감각적인 표지의 책이라면, 내용을 몰라도 일단 집어 들게 만드는 '선택에서의 이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막상 책장을 열어보니 내용은 관심도 가지 않는 이야기들이고, 또 뜻 모를 이야기들만 잔뜩 적혀있으면 결국 책을 덮을 것 아닌가. 반대로 책 내용이 잠을 못 이루게 할 정도로 재미있다면, 책 표지가 누렇게 떴든 제목을 적은 폰트가 촌스럽든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나 역시 꼬꼬마 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폐기처분 해 분리수거장에 있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주워다, 그 날 밤새 호로록 다 읽어버렸던 적이 있다. 처음엔 귤 까먹으며 읽었는데, 읽다보니 내가 귤을 먹고 있었다는 것도 잊은 채 빠져들게 되었다.

 

 

1. 학원을 같이 다녔던 재수생 그녀. 그녀의 SNS 발견.

 

J군이 농구를 좋아한다니 묻겠다. 농구를 하러 갔는데 그곳에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둘 셋씩 슛 연습이나 하고 있다. 그 상황에서 J군이 게임을 뛰고 싶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당연히 사람들 쪽으로 걸어가서 머릿수가 맞으니 셋 씩 나눠 삼 대 삼을 뛰자고 할 것 아닌가.

 

하나 더. 난 J군이, 자주 가는 농구장에서 친해진 형, 동생, 친구 등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농구를 하다 보면 그 농구장에 자주 나오는 사람들과 게임을 뛰다가 친해지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그들과 친해진 건 J군이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해 작정하고 들이댄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자주 보고 자주 함께 게임을 하니 친해진 걸 텐데, J군은 왜 유독 연애에서만 상대에게 말 한번 거는 것에 모든 걸 다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물론 이렇게 게임 제의를 하듯 말을 걸었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J군 역시 경험해 봤겠지만, 게임 제의를 해도 이제 막 철수할 예정이었다며 사양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아는 사람과 슛 연습이나 하겠다며 거절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의사를 알아보려면 우선 제의를 해봐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단, 그 제의가

 

"편짜서 삼 대 삼 한 번 할까요?

여기 자주 오세요? 전 자주 오는데 올 때마다 우리 편 먹고 할까요.

저 매번 여기 혼자 와서 심심했는데, 우리 앞을 늘 같은 편 해요.

혹시 이사를 가신다거나 농구를 몇 년 내로 그만두실 생각은 아니시죠?"

 

라는 장황한 내용일 리는 없다고 난 생각한다. 그냥 지금 같이 편먹고 게임 한 번 뛰자는 거지, 이쪽에서 희망하고 예측하는 미래까지를 상대가 충족시켜주길 바라거나, 제의 한 번으로 상대와 '베스트 프렌드'가 되려는 억지를 부리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역시 J군이 유독 연애에서는 '말 한 번 거는 것'으로 상대의 모든 걸 파악하고 상대에게 약속받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에 난 안타깝다. 일단 그냥 인사부터 좀 하면 되는 건데.

 

"제가 과연 그 애 마음에 들까요?"

"학원에서 저를 안 좋게 본 건 아닐까요?"

"제가 너무 숙맥이고 잘 못 놀아서 싫어하진 않을까요?"

"어떻게 연락을 해야 할까요?"

"절 모를 수도 있는데, 무작정 SNS로 말을 걸어도 될까요?"

 

그녀는 아직 이쪽의 이름도 모르고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이쪽을 좋아할지 싫어할지는 당연히 알 수 없다. 다만 SNS로 말을 거는 것 외에는 J군이 그녀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그녀가 이쪽을 좋아할지 싫어할지를 알아보려면 일단 그녀에게 닿아야 한다. 그러니 코트 밖에서 상대의 반응을 '예상'만 하다가 날이 저물어 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일단 코트 안으로 걸어 들어가 말을 걸길 권한다. SNS로 말을 걸었다고 해서 그녀가 "어딜 감히!"라며 따귀를 올려붙이거나 차단하진 않을 테니, 농구장에 게임 뛰러 갔을 때처럼 자연스레 말을 건네 보길 바란다.

 

 

2. 현철씨에게 지금 필요한 건 뭐?

 

현철씨, 내 지인 중에 성형외과 의사가 한 분 있어. 그 분은 고객들이 성형상담 받으러 왔다가 답답해하며 돌아가게 만드는 분인데, 그 분 상담을 아래에다 잠시 소개할게.

 

고객 - 저 코 하는 게 나을까요?

의사 - 코는 음,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고객 - 미스코가 나아요, 하이코가 나아요?

의사 - 음, 둘 다 괜찮은데….

 

상담을 저렇게 하는 까닭에 고객들은 확신 없는 그 분의 태도에 실망하게 되고, 분명 대답은 들었지만 속은 여전히 답답한 상황에 놓이게 되지. 우리가 보통 권위자나 전문가에게 무엇을 물어볼 때는, 그들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노하우를 바탕을 한 대답을 듣길 원하잖아. 그가 '이거는 이렇게 하면 되고, 저거는 저렇게 하면 된다'며 리드해주길 바라면서 말이야.

 

난 현철씨의 사연을 읽으면서 저 분이 떠올랐어. 현철씨도 뭔가를 결정하거나 밀어 붙어야 할 때, 갑자기 두려워하며 뒤로 물러서는 경향이 있거든. 이건 아마 현철씨가 현 상황에서

 

- 그녀에게 들이댔다가 잘 안 되면 몇 년을 불편하게 봐야 한다.

- 방금 전 행동은 나에게 마음이 없는 것 같았는데, 그럼 다가가 봤자다.

 

라는 고민을 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여하튼 그렇기 때문에 자꾸 떠보거나 간만 보게 되는 거야. 현철씨가 상대에게 커피 마시러 가자는 이야기를 꺼낼 때를 봐봐.

 

"카페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가자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 애의 피곤한 모습과 약간 불편해 하는 그런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괜히 그런 얘기 꺼냈다가 더 어색해지고 분위기 망칠까봐,

그냥 '주변에 커피숍 같은 거 없나….'하며 말을 던졌는데,

그 애는 그냥 별 말없이 묵묵히 걸어가더라고요."ㅜ

 

그녀에게 커피 한 잔 마시자고 말 할 방법은 187가지 정도가 있어. 해당 커피숍에서 파는 특이한 차를 마셔본 적 있냐고 물어도 되고, 아니면 커피 쿠폰 있다고 말해도 되고, 커피숍에서 주는 다이어리 쓰냐고 물어봐도 되고, 캬라멜 들어간 달달한 거 땡기지 않냐고 물어도 되고, 여러 가지가 있지. 그 중 어떤 걸 쓰더라도

 

"주변에 커피숍 같은 거 없나…."

 

하며 혼잣말 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 그리고 분위기를 봤을 때 그녀가 얼른 집에 들어가 쉬고 싶어 하는 거면, 커피 마시는 건 다음번으로 미루고 데려다 주는 게 나았을 거고 말이야. 현철씨가 한 건 칼을 뽑아서 혼자 칼춤을 추곤 다시 칼집에 집어넣은 거랑 비슷한 거지. 무도 못 자르고 말이야. 게다가 저것 말고도, 현철씨는 상대에게 '소개팅' 얘기로 떠보다가 상처 받은 적도 있잖아.

 

"얘기 중에, 제게 장난식으로 '그럼 오빠가 소개팅 해줘~'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때 약간 좀 섭섭한 감정이 들었고, 그 뒤로 제가 좀 멘탈이 나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외롭지 않냐, 소개팅은 안 하냐, 소개팅 한 적 있냐' 등의 이야기만 꺼내지 말고, 현철씨와 있을 때만 가능한 얘기를 위주로 해봐. 현철씨 최근에 본 영화가 뭐야? 요즘 드라마 <미생>이 인기던데 그거 봤어? 저런 주제로 시작해서 내 얘기나 상대의 얘기로 가면 돼. 만약 <인터스텔라> 얘기 나오면 지구과학이나 물리 얘기로 이어졌다가 학창시절 얘기로 자연히 흘러갈 수 있잖아.

 

난 꼬꼬마시절 과학의 날 행사 때 OX퀴즈 최후의 1인이 된 적 있어. 당시 문제가, '저울 위에 올려진 상자가 있는데 그 상자 안에 새가 들어 있다. 그 새가 날개 짓을 해서 상자 속 공간으로 날아오르면, 저울에선 새의 무게가 사라질까 아닐까?'였거든. 이런 경험이 있으면 이걸 상대에게 풀어보라며 문제로도 내보고, 내가 낸 답도 알려주고 뭐 그러는 거지. 그러면서 자연히 과학선생님 뒷담화도 하고, 꼬꼬마시절 해부수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학교가 촌에 있다 보니 교과서로만 배웠다는 얘기도 하고, 뭐 그렇게 쭉쭉 이어가면 되는 거야. 내 유년기 설명회 하러 온 거 아니니까 적절히 상대의 유년기에 대해 묻기도 하면서 말이야.

 

이미 시작 된 거야. 지금처럼 지내다가 고백해서 받아들여지면 그때 시작되는 게 아니라, 이미 상대와의 관계는 시작된 거고, 지금은 현철씨가 그녀와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중인 거야. 야구에서 투수가 게임 시작했는데 "아, 잠깐만요. 방금 던진 건 던지다가 손에서 풀렸어요. 다시 던질 게요."하지 않잖아. 그러니 현철씨도 '사귀게 되면….'이라는 걸 바라며 눈치만 보고 있지 말고, 이미 시작했다는 생각으로 바짝 다가앉아선 복근에 힘 꽉 주고 만들어 가봐. 알았지?

 

 

최근 드라마 <미생>을 보고 있는데, 극 중에서 오과장이 장그래에게 이런 조언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소리 내서 연습해 봤어?

발표할 때처럼 소리 내서 연습해보라고.

눈으로만 읽을 때랑 많이 다르니까.

긴장하면 호흡이 지 멋대로 거든.

멀리 있는 사람까지 생각해서 소리를 크게 내면 숨이 많이 딸려.

마이크 있다고 안심하지 말고. 그게 더 힘들어.

스피커로 자기 긴장한 숨소리까지 들어봐. 더 긴장하지.

시간도 재보면 더 좋고."

 

바로 위와 같은 문제들이 연애에서도 일어나기에, 난 평소 '이성'들과 한 마디라도 더 나눠보길 매뉴얼을 통해 권하고 있다. 억지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을 거는 건 아니더라도, 연이 닿는 이성들과는 날씨 얘기나 이슈 얘기, 또는 안부를 묻거나 인사를 해보자. 난 모태솔로인 내 지인 A의 친척모임에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따라간 적 있었는데, 가보니 A는 동성인 친척들과는 잘 어울리면서, 이성인 친척들과는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A는 자기 누나와도 용건이 없으면 대화를 하지 않던데, 그러지 말고 상대가 '이성'이기 이전에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며 다가가 보자. 평소에 그렇게 습관을 들여 놓아야 필요할 때 자연스레 표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마음에 드는 이성과 데이트를 하게 되어도 혼자 머릿속으로만 잔뜩 생각하며 우물쭈물 대다가 망칠 수 있으니, 평소에 습관화 해 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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