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 상황에서 심남이가 생긴 여자 외 2편
이 소식부터 전하자. 블로그 결산 문제를 어제 드디어 해결했다. 이것 때문에 그동안 고생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 하는데, 여하튼 남쪽에서 온 귀인의 도움을 받아 어제 해결할 수 있었다.
귀인의 도움을 받던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스크린 샷을 못 찍겠으면 녹화를 해버리면 된다는 거였다. 난 프로그램이 얼른 '에러 메시지'를 뱉어내고 창을 닫아버리는 그 찰나에 스크린 샷을 찍고자 셀 수 없이 많은 도전을 했다. 하지만 그 타이밍을 잡지 못해 전부 실패했었다.(이게 프로그램 중간에 튕기는 게 랜덤이라 십여 분 쯤 기다리고 있다가 '프린트 스크린' 버튼을 눌러 캡쳐해야 하는데, 이것 때문에 버린 시간을 다 합치면 24시간은 족히 될 것 같다.) 그런데 귀인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찍었어. 이거 이러이러한 문제 때문에 튕기는 걸로 뜨네."
라며 간단히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대체 그 타이밍을 어떻게 맞췄냐고 물으니
"녹화했는데? 녹화해서 튕기는 지점만 돌려 본 거야."
라고 답했다. 그 귀인이 아니었으면 난 이게 프로그램의 문제라는 것도 모른 채 다음 해까지도 계속 삽질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귀인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며, 연애에서 고생하고 있을 대원들에게 저 귀인의 도움과 같은 속 시원한 해결책을 줄 수 있도록 나도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자 그럼, 금요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1. 폐쇄적 상황에서 심남이가 생긴 여자.
폐쇄적 상황은, 수직상하 관계가 분명한 집단이나 그 구성원이 적은 까닭에 금방 말이 도는 모임 내에서 자주 발생한다. 관련된 대표적 상황으로는 '사내연애'와 '교내연애' 그리고 '유학생 연애'가 있다. 사연을 보낸 L양 역시 그런 모임 중 하나에 속해있는데, 그런 폐쇄적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어디라고 절대 밝히지 마세요. 누가 보면 바로 알 거예요."
라는 요청을 하듯 L양도 같은 요청을 했기에 어디라고는 말하지 않도록 하겠다. 다만 L양이
"보는 눈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섣부르게 대화를 하거나 만나지도 못 하겠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만 적어둔다.
난 먼저 L양에게, 10년 후를 생각해 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당장은 그 집단 내의 사람들 눈도 신경 쓰이고, 또 혹 상대와 사귀더라도 헤어지게 되면 그 이력이 소문으로 남을 거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10년 후엔 현 집단의 사람들 중 90% 이상의 사람들과 연락이 끊길 것이며, 계속 연락이 닿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남의 연애'를 그때까지 집요하게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장은 L양이 그 모임에서 '이등병'과 같은 처지라 이걸 대단하고 어려운 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도 L양은
'그때 내가 왜 그렇게 겁을 먹곤 소극적으로 임했을까?'
하는 후회를 할 수 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건, 지금처럼 L양이 남의 눈을 두려워하며 가만히 있으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와 만나거나 대화하는 걸 남이 볼까봐, 상대에게 연락했다가 그게 소문 날까봐 두려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을까봐 수능을 보러 가지 않은 수험생처럼 되고 만다. 수능을 안 봤으니 당연히 성적표도 받지 못 하고, 결국은 뭘 해보지도 못한 채 '꽝! 다음 기회를'의 상황이 되고 만다는 거다. 내 인생 내가 책임지는 거지, 말하기 좋아하는 남들이 책임져 주는 게 아니니 '연애의 온도'가 가열될 수 있을 정도의 대담함을 지금 즉시 장전해 두길 권한다.
노멀로그 독자 분들 중엔, 블로그에서 글을 읽으신 후 내게 이것저것 부탁을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그분들은 밤하늘 이야기를 읽고 은하수를 보러 가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되는가, 일산에 왔는데 여기서 뭘 먹으면 좋은가, 자전거 사려고 하는데 어느 자전거를 사면 좋은가, 사진을 찍어보려고 하는데 어떤 카메라를 사면 좋은가 등을 물어보시는데, 그럼 난 그 물음에 대답을 해주고 또 그 분들은 다시 고마움을 표시하며 그렇게 가까워지곤 한다.
난 L양이, 상대에게 위와 같은 방법으로 다가갔으면 한다. 상대나 L양이 공통으로 관심을 가진 것, 또는 L양이 상대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들을 꺼내 말을 걸자. 그 뒤엔 보답으로 자연히 자리를 마련하거나 기프티콘을 보내도 좋고, 그걸 계기로 또 '인증샷' 등을 찍어가며 계속 계기를 만들어 가면 된다. 상대에게 미드를 추천 받으면 그걸 본 뒤 그 줄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좋고, 그 미드와 관련된 상품을 발견하면 상대에게 알려주며 대화를 이어가도 좋다.
이건 감을 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건 아니지만, 가만히 앉아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대신 감나무를 살살 흔들어 보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흔들기 위해서는 우선 나무에 고리를 걸어야 한다. 지금은 폰으로 뭔가를 찍어 바로 전송할 수 있는 편리한 시대이니, 그걸 활용해 고리를 걸자. 아주 간단히는, '이번 주말에 오빠 고향 쪽에 다녀올 것 같다. 가서 뭐 하거나 먹으면 좋은지 좀 알려 달라.'는 부탁을 한 뒤, 그곳에 가서는 인증샷을 찍어 보내며 대화를 시도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니 그 작은 판 안에서 들이대냐 마냐를 걱정하지 말고, 판들 더 키운 뒤 서서히 포위해 가는 방법을 사용하도록 하자.
2. 계절이 네 번 바뀌었지만….
사연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붙어 다니는 건 아니지만, 서로 마음으로는 계속 교류를 하고 있던 친구의 메일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참 반가웠지만, 그 내용들이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 듯하여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기도 했습니다.
"헤어지고 지옥 같은 가을과 겨울을 보내고,
봄이 오고 여름도 가을도 지나고 다시 겨울이에요.
이 정도면 무한님이 말하신 풍화작용도
어느 정도 이루어지지 않았을까요?"
제가 말한 풍화작용이라는 건, 큰 오해나 갈등으로 인해 평소와 다르게 솟아올랐던 감정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A양의 경우는 상대가 서서히 실망을 거듭하며 멀어진 것이기 때문에 '풍화작용'과는 별 관련이 없습니다.
A양의 사연은 A양이 부여한 의미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몇 번을 거듭 읽어도 '왜 헤어졌는가?'는 정확히 알 수가 없고, '그 연애가 어떤 의미였고, 어떻게 헤어졌는가.'라는 것만 알 수가 있습니다. 만약 제가 커피숍에 들어가 있다가 쫓겨난 이야기를 적으며,
"다짜고짜 그곳 사장이 오더니,
저보고 커피 값 다시 줄 테니 나가달라고 하더군요.
전 너무 어이가 없어서 가만히 있는 저에게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냥 나가달라고 하더군요. 정말 황당한 경험이었고,
지금까지도 그때 받은 치욕을 잊지 못해
커피숍 부근만 지나도 심장이 뛰고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라고만 적어두면, 어떤 사정인지는 전혀 알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 이야기만 봐서는 그저 커피숍 사장이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만 보일 뿐이고 말입니다. A양의 사연이 그렇습니다. 그가 말 그대로 이별을 '통보'했다는 내용, 그리고 A양이 매달려도 단호하게 답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만 적혀있을 뿐,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저 커피숍 이야기에서, 제가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싸게 주문 한 후 저기 앉아서 마시며 밖에서 사 온 빵까지 세 시간 째 먹고 있는 중이었다면, 저 사장이 저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걸 납득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생략된 채 결과와 그 결과에 따른 감정 설명만 있는 A양의 사연을 두고는 무슨 이야기를 하기가 참 곤란합니다.
단 하나 이야기 할 수 있는 건, 사연에 적힌 이야기들로 봤을 때 A양은 그에게 '내가 좋아하는 여자'였지만, '좋은 여자'는 아니었던 것 같다는 점입니다. A양은 현재
"마음이 건강해지니까 다시 행복해졌고,
행복한 모습 다시 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계십니다만, 그게 상대가 다시 A양에게 헌신하며 A양을 사랑해야 할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A양의 이런 마음이 왜 문제인지는, 재회를 바라며 한 A양의 말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그 사람과 결혼해 그 사람을 닮은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다면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일 것 같았어요.
그 사람이 회사를 가고 늦게 와도,
그 사람 닮은 아기랑 같이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 같았어요.
(중략)
다시 만나면 또 외로워서 힘들까봐 조금 걱정돼요.
하지만 그 사람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고 감당하고 싶어요."
A양이 바라는 것들 속에, A양과 A양이 원하는 건 있는데 상대는 여전히 없습니다. 연애 할 때에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습니까? 제 생각엔 이게 바로 이별의 원인인 것 같기도 합니다. A양은 그에 대해 '여자가 한 시간 이상 대중교통을 타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여자를 아껴줄 줄 아는 남자'라고 하셨는데, 그의 입장에선 그렇게 계속 헌신하고 A양을 보살필수록 그게 당연한 것이 되며 더불어 A양이 바라는 건 점점 더 많아지기만 한 것 아니겠습니까?
A양이 그와의 이별로 지금껏 힘들어 하고 있으며, 간절히 그와 다시 만나고 싶어 한다는 건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A양이 이별에서도 극복 되었고 다시 연애하면 행복한 모습 보여줄 수 있다고 재회를 요청하는 게 정말 맞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다시 가득한 의무와 헌신이 있는 연애를 다시 해야 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요? 재회를 한다면 그 연애가 그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까요? A양이 말하듯 그와의 재회 후 그냥 다 참고 견디며 재회했다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면, 이 연애는 둘에게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진 연애일까요?
'그는 나에게 어떤 존재, 어떤 의미였는가'에 대해서는 A양도 충분히 고민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 고민의 결과 '그와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면 모든 걸 감내하겠다'는 결론도 내셨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결론으로 그에게 재회를 요청하기 전에, '그에게 나는 어떤 존재, 어떤 의미였는가'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병이 단순히 오래 참으며 기다리기만 한다고 낫는 것이 아니듯, 이별의 원인도 그저 시간이 다 알아서 몰아내 주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아무리 잘 극복해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해도, 똑같은 길을 다시 똑같이 걸어가면, 또 똑같은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3. 홧김에 헤어지자고?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내가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카메라를 판다. 카메라 가격은 200만원이며, 난 나를 믿고 선입금 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판다는 조건을 걸었다. 여기서 말하는 '나'는 노멀로그의 무한이 아닌, B양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 B양은 저 카메라를 사겠다며 믿고 선입금 하겠는가?
그러긴 정말 쉽지 않겠지만, 입금했다 치자. 그런데 내가 이틀이 지나도록 택배를 보내지 않고 있다. 그러자 B양은
"오늘은 정말 보내주시는 거 맞나요?
벌써 이틀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안 보내시나요?
혹시 제 돈만 받고 물건 안 보내시는 거 아닌가요?"
라고 말한다. 그 말에 난
"이것으로 B양이 저를 믿지 못 한다는 게 드러났군요.
이 거래는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만약 믿음을 증명하고 싶으시다면,
일주일 동안 저에게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못 하신다면, 저는 카메라를 팔지 않겠습니다."
라고 답했다. 어떤가? 판매자가 아무래도 좀 이상한 사람 같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자신은 아무 믿음도 주지 못 하면서 그저 이쪽에서 일방적으로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라고 하니 말이다.
남친을 대하는 B양의 태도가 저랬다. 가방검사라니. 일주일간 B양 생일 선물을 고르느라 암 걸릴 것 같다고 말하고 바쁜 와중에도 생일을 챙겨주려 B양의 동네까지 온 그에게, B양은 가방검사를 하겠다고 했다.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거나 했던 건 아니지만, B양은
'이 남자는 내가 요구하는 걸 다 들어줄 수 있는가?'
라는 걸 알아보기 위해 그에게 가방을 열어 보여달라고 했다. B양은
"전 제 남편감이, 제 말을 잘 따라주고 아내를 위해주는
약간 '만만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중략)
제가 무슨 짓을 해도 절 사랑해주는 그런 변하지 않는 사람."
이라고 말하는데, 난 B양이 20%도 못 하는 걸 남에게 100% 바라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남친은 그런 B양의 태도에 대해 누누이 이야기 하지 않았는가.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해서 나 함부로 대하지 마."
라고 말이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해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B양의 바람이야 이해하지만, 사귀고 나서부터 계속 죽는 시늉 하라고 강요만 하고 있는 여자를 이해할 수 있는 남자는 많지 않다. 게다가 B양은 자신의 행동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상대 탓을 하고 있다.
"가방검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오빠가 가방을 안 보여줘서 전 홧김에 헤어지자고 했어요.
제가 헤어지자고 말했는데도 오빤 절 잡지 않았어요.
'많이 생각해 보고 말하는 거 맞냐, 후회 안 할 자신 있냐.'
같은 질문만 했고요.
그냥 꼭 안아주면서 '내가 더 잘 할게.'하며 절 잡으면
전 오빠에게 잡혀줬을 텐데요."
할 말이 없다. B양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자신을 사랑해 주는 그런 변하지 않는 사랑을 원하다고 말하면서, 상대에게는 홧김에 막 헤어지자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래놓고도 홧김에 말했는데 잡지 않았다고 그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하는 중이고 말이다. 또, "내가 더 잘 할게."라는 멘트 역시 그게 들어갈 적절한 순간에서나 나올 수 있는 거지, 위와 같이 여자친구가 "까라면 까. 못 까면 헤어져."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더 잘 하겠다는 말을 할 남자는 없다.
그래서 난 B양이 걱정된다. 이번 연애가 아니라 다음 연애를 해도 B양은 또 "까라면 까."라고 말하는 자세를 취하며 상대를 시험에 들게 할 텐데, 그 시험을 버틸만한 남자는 내가 아는 한 없는 까닭에 B양의 연애가 평탄치 않을 것 같다. 난 B양에게, 신뢰라는 건 누군가가 애초부터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상호작용 속에서 서서히 자라나는 것이란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작은 씨앗을 돌보면 큰 나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믿음도 그렇게 둘이 함께 키워가는 것이다. 그런데 B양은 애초부터 큰 나무만큼의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겠다고 하니….
이 이별에 대한 책임 중 8할은 B양에게 있으니, 위의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본 후 오늘이라도 상대에게 사과를 하길 권한다. 불안한 B양의 마음을 그가 안정시켜주길 원한다면, 지금처럼 "까라면 까."로 전부 벗겨서 확인하는 것보다는, 무엇이 불안한지를 말하고 그에게 불안하지 않도록 도와주길 부탁하는 게 낫다. 난 B양이, 상대를 때려 굴복시킬 채찍은 내려두고 상대의 손을 잡았으면 좋겠다.
방에서도 손가락이 시릴 정도로 추운 금요일이다. 날씨도 이런데, 내 생필품인 담배와 커피를 사는 것도 여의치 않아 더 춥다. 동네 슈퍼에선 담배가 월요일에나 들어온다고 하고, 마트에 가보니 내가 늘 마시던 커피는 모두 품절되었다. 그래서 두 배나 비싼 커피를 살 수밖에 없었는데, 이건 맛이 꼭 감식초를 타서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시큼하다. 난 씁쓸한 맛 나는 게 한약 같아서 복용하기 편한데.(응?) 내가 원하는 건 타자기도, 뭉크화집도, 라디오에 연결하여 레코드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턴테이블도 아니고 그저 커피랑 담배일 뿐인데, 이게 이렇게 어려우니 참….
그래도 한 해 내내 '앓던 이'같던 결산 문제를 해결했으니, 주말엔 기쁜 마음으로 결산 글을 작성한 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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