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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천천히 알아 가자더니 연락 안 하는 남자, 왜? 외 1편

by 무한 2014. 12. 9.

천천히 알아가자더니 연락 안 하는 남자, 왜? 외 1편

가현이 진짜 어떡하지?

 

"내가 또 알겠다고, 이따가 도착해서 전화하겠다고 했는데,

그래놓고 너한테 연락 안 하면 실망할 거잖아.

그러니 도착하면 전화하겠다고 말 안 할래."

 

라고 말하는 남자랑 만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거야.

 

"그 오빠는 일 때문에 바쁘고 정신없어서…."

 

가현이가 아니라 투자자가 연락하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투자자가 그에게 "네, 서울 올라오시면 연락 주세요."라고 이야기를 했어도 그가 저런 대답을 했을까? 이렇게 비교를 하는 게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아는데, 아홉수가 어쩌고 사업이 어쩌고 하면서 연락 할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대는 사람이 그러면서 그 와중에 SNS에는 글을 올리고 있는 걸 보면, 그가 가현이에게 하는 말은 전부 변명과 핑계라는 걸 알 수 있거든.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는 걸.

 

 

1. 천천히 알아 가자더니 연락 안 하는 남자.

 

가현이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백 번 옳아.

 

"바쁘다는 건 핑계다."

 

돌직구를 던지자면, 그에게 가현이는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는 여자'야. 다가오는 걸 막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잡지도 않아. 그러면서 계속 여지와 가능성을 남겨두려고 '말로만' 가현이를 위로하지.

 

"정신이 없네…, 미안…."

"내가 욕심을 내면 너에게 미안해 질 것 같아…."

"다음에 만나면 내가 다 설명할게…."

 

만약 저 이야기들을 그가 먼저 꺼냈으면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있기는 하구나'하고 생각해 줄 수 있어. 그런데 그것도 아니잖아. 그가 저 이야기들을 한 건 전부 가현이가 이 관계를 놓아 버릴 생각으로 말을 꺼내거나, 상대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따질 때였어. 변명과 핑계로 늘어놓은 이야기들이지.

 

"그래도 오빠가 만나면 저에게 잘해주고….

제가 좋다고 해주고, 또 보고 싶다는 말을 행상 해주니

오빠도 저에게 마음이 어느 정도 있다고 믿었어요."

 

그건, 말이라도 그렇게 해놔야 관계가 유지되니까 그런 거지. 저런 말도 없이 카톡 읽고 답도 안 하고, 전화도 안 받고, 연락 자체를 안 해버리면 누구라도 나가떨어질 거 아냐. 그러니까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말고 기다리라며 저렇게 마음의 양식을 구축해 주곤, 또 본인은 훌쩍 떠나서 본인 생활 하는 거지.

 

"오빠가 그럴 사람은 아니에요. 정말로 바쁘기도 하고…."

 

에헤이. 나는 상대의 말보다 행동을 보잖아. 정말 마음이 있는 남자가 할로윈에 놀 시간은 있고 가현이 보러 올 시간은 없을 것 같아? 마음이 있는 남자가 SNS에서 지인들과 답글로 대화 할 시간은 있고 가현이에게 연락 할 시간은 없을 것 같아? 마음이 있는 남자가 진도 다 나가 놓고는 자긴 나쁜 남자니까 자기를 좋아하지 말라고 말할 것 같아?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는 뭐야? 혹시 그가 말한

 

"난 원래 이런 말 안 하는데,

너한테는 내가 맨날 징징거리고 힘들어 죽겠단 소리만 하지?"

 

라고 한 말이 근거인 거야? 내가 늘 얘기하잖아. '원래부터 그래서 그런 사람이 아니라, 그러니까 그런 사람인 것'이라고. 말 말고 행동을 봐봐. 그는 말로는 "생일 같은 거 안 챙겨. 챙긴 적도 없어."라고 말하지만, 결국엔 "나 생일 선물 줘~ 그거면 좋을 것 같아."라고 그 말을 뒤엎잖아. 가현이는 그가 한 말만 믿고는

 

"챙겨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동정심이랄까, 모성애랄까.

오빠에게 순간 그런 게 생기더라고요."

 

라는 이야기와 함께

 

"오빠에게 반찬을 챙겨 주자니 제가 아직 여친도 아니고…."

 

라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야. 가현이 너 그에게 기프티콘도 많이 보냈잖아. 그 기프티콘에 대한 보답을 받은 적 있어? 그가 너에게 기프티콘 보내준 적 있어? 이젠 뭐 그가 대놓고 "배고파. 맛있는 거 주세요."라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쯤에서 내가 매뉴얼을 발행하지 않으면 가현이 영혼까지 털릴 것 같았어. 지금 누가 누구를 걱정해야 하는 건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봐. 상대에게 가현이는 심심하면 언제든 연락해서 "넌 내가 왜 좋아?"라고 물으며 감정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여자, 필요하면 선물 달라고 졸라서 선물 받아낼 수 있는 여자, 거기에 더해 그냥 이성이 그리울 때 불러서 놀 수 있는 여자야.

 

지켜진 약속이 있는지도 한 번 봐봐. 둘이서 어디 놀러가자, 저 카페 다음에 가자, 라는 이야기도 많이 했잖아. 그 중에 지켜진 약속이 있어? 전부 핑계와 변명으로 지금까지도 미뤄지거나, 그가 그런 약속에 대해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는 상황이잖아.

 

"다시 오빠가 저에게 관심을 쏟게 하기 위해서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안하지만 다시 한 번 돌직구를 던질게. 복근에 힘 꽉 주고 들어봐. 애초부터 상대는 가현이에게 관심이 없었어. 지금도 물론 없고. 그가 달콤한 이야기들을 잔뜩 쏟아 내긴 했지만, 행동으로 보여준 건 아무 것도 없잖아. 약속 해놓고 그 전날 취소하고, 카톡 보내면 읽고 대답도 안 하고, 그러다 가현이가 무시하는 거냐고 발끈하면 지금 힘들다거나 정신이 없다는 대답만 하는 게 그가 행동으로 증명한 것들이지. 이건 가현이가 계속 기프티콘 보내고, 연락하고, 만나자고 조르지 않았으면 진작 끝났을 관계야. 그러니까 맹목적인 봉사활동은 그만 하고, 이쯤에서 그의 행동을 한 번 돌아보길 바라.

 

단, 그에게 묻지는 마. "오빤 나랑 친해지고 싶은 생각 없는 거야?" 따위의 이야기를 백날 해봐야, 그쪽에서 그냥 답정너 해주면 끝이니까. "그럴리가 있겠어? 나도 이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해. 다만 지금 상황이 안 좋다고도 너에게 계속 얘기해 왔잖아." 이러면 가현이는 또 '역시, 오빠도 내게 마음이 있었던 거야.'하며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수 있거든. 그러니 연락을 하든 말든 관심도 없는 남자에게 반찬까지 싸다 바쳐가며 끝을 경험하든가, 지금이라도 얼른 정신 차리고 돌아 나오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

 

 

2. 참 어려운 사연 하나.

 

이건 제가 아는 A씨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대답이 될 것 같습니다.

 

A씨는 십여 년 전 이혼을 했습니다. 그의 '분명 착하지만 인생을 대책 없이 사는 성격' 때문에 부인은 이혼을 요구했죠. 아이는 A씨가 맡아서 키우기로 했습니다. 아들 하나, 딸 하나.

 

제가 A씨를 알게 된 것은, 친구 따라 당구장에 갔을 때였습니다. 친구가 소개하길

 

"게임비 잘 내주고, 술도 사주는 형님이 있다."

 

라고 하더군요. 만나보니 형님은 아니었고, 아저씨였습니다.

 

A씨는 '외강내유'형의 인간이었습니다. '내유'의 의미를 좀 더 확대해서, '자신의 지인'들에게는 정말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호의를 베풀었습니다. 생판 남인 사람과는 길거리에서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목숨 걸고 싸울 듯이 행동했지만 말입니다. 제가 A씨를 처음 본 날, A씨는 '날 잘 따르는 동생의 친구'인 제게 짜장면까지 시켜주었습니다.

 

전 A씨가 돈이 많은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용직으로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며칠 벌어 며칠 먹고 사는 상황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호기 있게 돈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좀 놀라웠습니다. 자신은 집에 갈 택시비가 없어서 걸어가면서, 같이 술 마신 사람들에게는 담배도 사주는 게 신기했습니다.

 

그렇게 남들을 낮은 자세로 모시듯 대하면 언젠가 복이 올 날이 있다는 얘기도 있긴 합니다만, 안타깝게도 그게 A씨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 인 듯 했습니다. 누가 조금만 도발해도 A씨는 쉽게 흥분해 내기에 임하는 등 속된말로 '호구 잡혔'고, 눈치가 빠른 이들은 그의 영웅심을 자극하며 지갑을 열게 만들었습니다. A형님, A형님 하면서 집도 절도 없는 A씨를 발라 먹은 겁니다.

 

A씨의 자식들 역시 A씨의 그런 성격을 잘 아는지 아버지의 등골을 뽑고 있었습니다. 딸은 성형비까지 아버지에게 갈취했고, 아들은 '무능한 아버지'라는 지점을 자극하며 중고차 비용을 뽑아냈습니다. 이런 비용들을 급작스레 마련하느라 A씨는 주변에 돈을 빌리기도 했는데, 이게 한 두 번이 아닌 까닭에 사람들과는 멀어진 듯 보였습니다. 여전히 갚지 못 한, 80만 원, 150만 원 등의 자잘한 빚도 깔려 있고 말입니다.

 

A씨는 딸이 일산의 큰 미용실에서 일한다며 종종 자랑을 했는데, 정작 본인은 남성전용 6,000원 짜리 미용실에서 머리를 했습니다. 딸이 깎아줄 수도 있는 거지만, 하루 종일 일하고 온 애에게 또 머리 잘라달라고 하긴 싫다면서 말입니다.

 

그렇다고 A씨가 마냥 착하고 불쌍한 사람은 아닙니다. A씨는 허세를 좀 많이 부리는데, 이것 때문에 A씨에 대해 잘 모른 채 A씨에게 뭔가를 부탁했던 사람들은 정말 곤란한 상황에 처한 적도 많습니다. A씨는 일산 어느 병원에 아는 의사가 내 친구다, 내 친구 중에 변호사가 있다, 중고차 같은 건 내 후배에게 연락하면 제일 좋은 걸로 가져다준다, 등의 큰소리를 치곤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영양가가 있는 관계는 아니었고, 그냥 친구에게 '누구누구가 어느 병원에 의사로 있다더라'라는 이야기를 주워들으면 그게 다 자신의 인맥인양 말한 까닭에, 그걸 믿었던 사람들은 낭패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A씨의 말만 믿고 병원을 옮기려다 낙동강 오리알이 된 사람, A씨만 믿고 공사를 맡겼다가 업체 사람들에게 호구 잡힌 사람 등 여러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부터는 A씨의 형제들마저 A씨를 안 보고 산다고 합니다.

 

제가 본 A씨의 모습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가압류>와 관련된 모습이었습니다. 어떻게 진 빚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으나 여하튼 A씨에겐 가압류 통지서가 날아온 것 같았는데, 그것에 대해 A씨는

 

"야, 다 그냥 겁주는 거야. 가져갈 게 뭐 있다고 들어와?

이 *끼들 찔러 보는 거지, 오지도 않아. 난 전혀 걱정 안 해."

 

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압류는 들어왔고, A씨는 돈을 빌리러 사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그를 열심히 발라 먹던 사람들도 이럴 땐 "내가 돈이 어딨어?"라며 A씨를 피했습니다.

 

사연과 관련해 짧게 몇 줄만 적도록 하겠습니다. 사연을 보내주신 분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대해

 

"착하고 순수하고 여리지만, 책임감이 부족하고 충동적인 사람."

 

이라고 정의하셨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몇 번이나 잘못된 후에도 "이번엔 절대 틀어질 일 없다."고 장담했지만, 결국 그것마저 틀어졌을 때 울고불고 자신도 괴롭다고 하는 건, 이쪽의 신경을 바짝 마르게 만드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람이 좋고 나쁘고는 다 접어두고서라도,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건 치명적인 결함 아니겠습니까? 늘 불안에 떠는 결혼생활을 하고 싶으신 게 아니라면, 그가 믿을 수 있는 행동을 하나라도 보여준 뒤에 결혼을 결정하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까지 그가 한 거라곤, 덮어두고 "다 잘 될 거다."라는 건배제의 같은 말 밖에 없습니다. 그가 운다고 해서 그저 다시 안아주지 마시고, 그가 자신의 두 다리로 서서 정말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를 명확히 보시길 권합니다. 그가 착하고, 여리고, 순수하더라도 어디서 또 폭탄을 가지고 들어올지 모른다면 같이 살 수 없는 법이니 말입니다.

 

 

사실 이건 어제 올리려고 작성하던 글인데, 주말부터 시작된 급성 장염증상으로 인해 카론과 악수하고 오느라 이제야 올리게 되었다. 검색해보니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 되었을 때의 증상과 비슷한 것 같은데, 방어회와 생굴 둘 중 하나가 원인이었던 것 같다. 여하튼 유동식을 먹고 물을 많이 마시며 비타민C를 섭취해야 한다는 자가처방 결과, 지금은 살짝 뼈마디가 들뜬 것 같은 증상들이 남아 있는 걸 제외하곤 멀쩡해졌다. 어젠 정말 계속 입에 거북할 정도로 침이 고이고, 코에서 더운 바람이 나오고, 뼈와 살들이 분리되는 것 같고….

 

주말에 올리기로 했던 결산글을 마무리 지으러 가야 하니, 오늘 배웅글은 여기서 마무리 하자. 다들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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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프만 며칠 먹었더니 짜장면이 너무 먹고 싶어져서, 짜장면 먹으러 갑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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