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싶은 남자를 만났는데 짠돌이. 외 3편
크리스마스 특집 매뉴얼을 발행 안 하냐는 질문이 많았다. 그 질문엔, 연애를 시작하면 매일 매일이 크리스마스 같을 테니, '크리스마스'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대답을 드리고 싶다.
오늘은 요점만 훑으며 쭉쭉 치고 나가는 '밀린 사연 모음'을 진행해 보자. 계획은 사연 다섯 편인데(맨 마지막 사연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네 편으로 줄여야했다.), 매뉴얼을 작성하다 보면 해주고 싶은 말들이 자꾸 많아져 글이 길어진다. 그래서 오늘은 한 사연 당 '대여섯 문단 안에서 모두 말하기'라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해 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결혼하고 싶은 남자를 만났는데, 짠돌이.
이렇게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있는 놈이 더하다'는 말을 나 역시 체감할 때가 많다. 내 지인 중엔 월 800만원 이상을 버는 전문직을 가진 지인이 있는데, 그 지인은 9,900원 짜리 프린터 잉크 카트리지가 비싸다며 직접 잉크를 사서 주입해 사용하고 있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개최될 때쯤 나온 17인치 LCD모니터를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으며, 2만원 하는 공유기가 비싸다며 중고나라에서 5천원에 나온 공유기를 사서 쓰고 있다.
뭐,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아껴가며 사는 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 만 원짜리 동네 미용실이 비싸다며, 차를 몰고 왕복 10Km나 되는 칠천 원짜리 미용실을 찾아가는 걸 보면 그가 정말 '제대로' 아끼며 사는 것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그는 그저 싸다고 하면 무작정 샀다가 '싼 게 비지떡'임을 확인하곤 그냥 버리게 된 경우도 많고, 하자가 있는 걸 중고로 구입했다가 환불도 못 받곤 다시 중복구매를 한 경우도 많다. 그가 카메라가 필요해 중고로 구입하려 할 때, 이만 원 더 싼 제품을 사기 위해 차를 몰고 일산에서 용인까지 다녀오는 걸 보며 난 혀를 내두른 적이 있다.
지인의 부인인 형수님과 그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형수님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싶어 집에 트리를 하나 두자고 하자, 지인은 인터넷 최저가를 검색해 만사천 원짜리 트리를 주문했다. 집에 있는 생활용품은 대부분 다이X에서 구입한 것들이며, 아이들 책은 중고나라에서 구입하거나 출판사에서 세트 할인을 할 때 산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절약하는 모습들만 가지고 내가 형수님과 아이들을 '불쌍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지인이 자신과 가족들에게는 이렇게 철저히 절약할 것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큰돈에는 무감각하며 '남'에게는 사람 좋다는 평가를 받으며 잘 쓰고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지인은 골프를 치고 사람들 접대를 한다. 업무와 관련된 것이긴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선물할 때에는 꼭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해 포장 코너에 돈까지 줘가며 포장을 한다. 돈을 아끼려 가족들과 외식은 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우를 산다. 또 지인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데, 가족들과는 기름 값이 엄청나게 나온다며 어디 한 번 놀러가는 적이 없다. 하지만 사무실 직원들과 회식을 할 때엔 자신의 차로 남들을 집에 다 데려다 주고 들어간다. 난 그가 쓰는 대리비만 딱 한 번 아껴도 프린터 잉크나 종이 값에 벌벌 떨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J양이 보낸 사연 속 남자친구가 내 지인과 비슷하다. 난 J양에게, 저건 J양이 말하는 '경제개념의 차이'가 아니라 무조건 남자친구가 잘못된 거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나쁘게 말하면 남자친구의 태도는 '궁상떨다 소탐대실'하는 거라 할 수 있다. 절약정신이 몸에 밴 게 하니라 그냥 가격공포증이 있는 거다. J양이 오징어 먹고 싶어서 자기 돈 주고 사먹었는데 그걸 두고 "요즘 오징어 비싼데."라고 말하는 건 분명 잘못된 것이며, 만날 때마다 기름 값이 많이 든다, 무슨 커피가 이렇게 비싸냐, 친구 선물을 뭐하러 그렇게 비싼 걸 사냐 라고 이야기 하는 건 혼나서라도 고쳐야 하는 부분이다. 난 남자친구의 이런 태도를 두고 J양이 그저 "남친은 실용적인 것을 따져요."라고 말하는 것에, "아이고 보살님."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솔직히 난, 남친이 전화비 아끼려고 제일 싼 걸로 해 놓고는 무제한인 J양에게 "전화해 줘."라고 문자를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정이 뚝 떨어졌다. 또 J양이 J양 돈 주고 장갑사는데, 사줄 것도 아니면서 이만 원짜리 장갑 비싸다고 옆에서 날뛰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땐 고개를 가로 젓기도 했다. J양에게 "앞으로 남친이 장갑 필요하다고 하면 목장갑 두 개 끼고 다니라고 하세요."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리 남친이랑 헤어지고 싶지 않다 하더라도 할 말은 하자. 절약도 좋지만, 오빠를 만나며 난 초라해 지는 것 같다고. 한 사람으로서, 내 남자로서의 오빠는 정말 좋지만 가격에 목숨 걸며 안 하려, 안 사려, 안 가려 하는 걸 보며 우린 그저 모든 걸 '절약'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죽은 사람들처럼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 같다고. 무엇을 위해 그렇게 목숨 걸고 아껴야 하는 건지, 그게 과연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그러는 게 맞는지 함께 생각해 보자고 꼭 이야기 해보길 권한다.
2. 남친에게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여자.
바로 윗 사연의 주인공인 J양이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친과 결혼하면 월 100만원 주고는 가계부 쓰라고 할 것 같다고. 이처럼 결혼을 앞두고 연애하는 커플들은, 현재의 모습을 미래까지 연장해 살펴보곤 합니다. 때문에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이십대 후반의 커플은, 그저 서로 좋아 그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십대 초중반의 연애와 좀 많이 다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K양은 '결혼상대'로는 실격 판정을 받게 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술자리에 참석하면 늘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셔 집을 못 찾아오거나, 뭘 잃어버리거나, 다치거나 하는 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남친이 이 부분에 대해 누누이 이야기 했지만 결국 고쳐지지 않았고, 헤어지기 전 날에도 남친은 술 마시고 이성의 끈을 놓은 K양을 찾아 헤매야 했습니다. K양의 거듭되는 약속과 사과에도 불구하고 결국 변하지 않는 걸 보며, 결국 남친 마음속에서 쌓여가던 이별에 대한 생각은 임계점을 넘었을 겁니다. 여자친구로서의 K양은 좋았지만, 아내로서, 또 엄마로서의 K양은 그 역할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말입니다.
남친에겐 K양이 술을 마시기만 하면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는 게, 둘이 만나 처음을 술자리를 했을 때의 기억과 연관되어 더욱 불안했을 것입니다. 그 날에도 K양은 자신의 집을 기억 못 할 정도로 술을 마시곤 남친에게 업혀가지 않았습니까? K양이 술을 마시면 인사불성이 되고, 다음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못 하는 까닭에 남친은 초조했을 겁니다. 게다가 K양은 술을 마시고 폰을 잃어버리기도 한다고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K양과 연락까지 안 되면, 그때 남친은 정말 산책 나가서 강아지가 없어졌을 때보다 더 다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냥 서로 즐거운 마음일 때 딸을 낳자, 아들을 낳자, 언제 상견례를 하고 어디서 결혼하자, 같은 이야기를 한 건 지금 아무 소용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랬던 우리가 어떻게 헤어질 수 있나.'라고 생각하며 단순히 다시 한 번 믿고 기회를 달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K양 남자친구가 어떤 생각을 하다 결국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을 냈는지를 K양도 알아야 합니다. 남친이 짚어간 그 길을 K양도 짚어가며, 남친이 염려하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걸 약속하고 행동으로 증명하는 게 중요합니다. 매번 해왔던 말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술 끊겠다. 믿어달라.'라고 하는 것보다 말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사과를 할 때에는 직접 가서 하시길 권합니다. K양은 남친에게 전화로 울며 사정했다고 하셨는데, 그러면서 한 이야기가 "보러 와달라."라는 것이 전 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화나 카톡으로 반성문을 읊어 그의 마음을 돌리려 하지 마시고, 직접 찾아가 대화하시길 권합니다.
3. 왜 헷갈리게 만드냐고 묻는 구여친.
성준아. 구여친의 말장난에 넘어가서 고생하지 말고, 반대로 물어봐. 넌 그럼 나에게 무얼 해줄 수 있고 어떤 존재가 되어줄 수 있냐고 말이야. 그녀는 지금 자신에게 미련이 남은 네 마음을 가지고 그냥 장난치는 거거든.
네 기분을 나쁘게 하려는 건 아니지만, 잠시 화류계에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볼게. 그녀들에게 당하는 남자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애정이 없는 관계 속에서 그저 추격본능과 문제해결본능, 그리고 보호본능만으로 동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그들은 만약 상대가 "나에게 뭘 해줄 수 있는데?"라고 물으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침 튀기며 열거하거나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들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답하지.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봐. 그럼 그녀는 그에게 뭘 해줄 수 있는데?
그녀는 자신에게 매달리는 남자에게 한 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타입이야. 그러다가도 자신이 입힌 내상에 남자가 몸져누워 있으면, 문병이랍시고 와서는 꽃을 한 송이 놓고 가지. 그럼 이쪽에서는 그게 화해나 재회를 의미하는 것인 줄 알고 아직 다 낫지도 않은 몸으로 그녀를 뒤따라가는데, 따라가서 그녀의 팔목을 잡는 순간 그녀는 전에 보였던 그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뿌리치지. "난 내가 사귀었던 남자랑 친구 같은 거 안 해."라는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네가 날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다면 친구는 할 수 있어."라는 이야기도 하며 어느 쪽을 택하든 괴로울 뿐인 선택지를 내밀어.
그래서 난 성준이가 구여친과 다시 만나는 것에 반대해. 그 관계엔 존중도 애정도 없거든. 그저 추격본능과 문제해결본능, 그리고 보호본능이 있을 뿐이야. 곰곰이 생각해 봐봐. 그녀의 관심사는 오로지 그녀 자신일 뿐이야. 그녀의 마음속에 너를 위한 자리 같은 건 손바닥만큼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그래서 짧은 연애였지만 사귀는 내내 네가 더 집착했던 거고, 그녀는 네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걸 좋아했던 거야. 그녀에겐 헌신하며 자신을 사랑해줄 남자가 필요했는데 네가 마침 그 자리에 있었던 거라고. 거기에 성준이가 아닌 태준이나 민준이가 있었어도 그 연애는 시작되었을 거고, 또 비슷하게 끝났을 거야.
연애를 도피처로 삼지 마. 내가 생각하는 성준이의 문제는, 연애를 시작하면 아예 그 연애에 함몰되어 버린다는 거거든. 길거리에서 고양이를 만났는데, 그 고양이가 다른 사람 말은 듣지 않아도 내 말만 들어주기를 바라며 계속 고양이를 불러대는 거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네가 그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그 고양이와 함께하고 싶은지도 확실치 않은데, 당장 그 고양이가 내 말만 들으며 나를 따라와 주길 바라곤 목이 쉬도록 고양이를 불러대는 거지.
그녀가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에 휘말려 무작정 다급해지지 말고, 한 발 물러나서 크게 봐봐. 이 단추 잘못 끼우면, 이걸로 인해서 성준이 너의 이십대가 모두 틀어질 수도 있어. 어떤 레퍼토리인지 이미 한 번 경험했잖아. 그리고 아무도 어떻게 해야 스스로 매력을 찾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말해주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네가 발 딛고 있는 스스로의 인생이 즐거운지를 한 번 봐봐. 매력적인 사람들은 스스로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버스에 타서 창밖을 보듯 그냥 인생을 구경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말이야. 그래서 누군가가 옆자리에 앉기만 해도 그 사람이 혹 다시 일어설까 마음 졸이며, 가지고 있는 걸 모두 줘서라도 붙잡아 두려 하지. 성준이는 어느 쪽이야? 누가 말해주고 가르쳐주는 걸 배우는 게 아니야. 눈이 빛나는 거지.
4. 다른 남자 만나면서도 여지를 남기는 구여친.
L씨의 사연 참 슬픕니다. L씨가 덤덤하게 써내려갔기에 더 슬픕니다. 오늘 애초 계획은 사연 다섯 개를 다루는 거였는데, L씨의 사연을 읽고 나니 다른 사연은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대여섯 문단으로 사연을 다루겠다고 한 건 지킬 생각이니, L씨가 피 맺힌 마음으로 적어간 사연에 대한 답이 너무 짧다는 생각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더는 지면의 낭비를 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녀는 '취집'을 원했던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혼을 해서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 어린 시절부터 장녀로서 집안을 챙기다 보니, 사실 그녀는 결혼해서도 똑같이 사는 게 싫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내 인생은 왜 남들 밑받침만 하다가 끝날 것 같은가?'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친구들 중 누구는 어떤 남자를 만나 집에서 쉬는데 난 왜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집안일과 돈벌이에서 한 순간도 벗어나지 못 하는가, 했던 것 같습니다.
그녀가 상상한 L씨와의 결혼생활은, 안정적이지만 그 한계가 뚜렷하게 보이는 판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사연이 종종 옵니다. 딱히 남친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남친에게 모난 부분이 있어서 안 맞는 것도 아닌데, 남친과의 결혼을 상상해보면 늘 입던 옷을 그냥 계속 입게 될 것 같은 느낌이라 결혼해도 좋은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사연 말입니다. 저는 L씨가 보통의 사람들보다 더욱 현실적인 까닭에, 그 부분이 더욱 그녀에게 두드러져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비유하자면 그녀는 스타가 되고 싶은 배우지망생이었는데, L씨는 다큐멘터리 PD였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간과한 게 하나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입 벌리고 있는 사람에게 언제까지고 밥을 떠먹여 줄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남자친구로서의 L씨는 마치 이미 노부부가 된 사람처럼 그녀를 운명이라 생각하며 믿기 어려울 정도로 희생했지만, 보통의 남자라면 그녀의 태도에 치를 떨며 떠나가 버릴 것입니다. 그녀는 허영이 심하고, 상대에게 의존하며, 힘들게 살아왔다는 핑계로 속물근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합니다. 때문에 누군가가 콩깍지가 씌인 상태에서 몇 달 정도 그녀를 만나는 건 가능하겠지만, 그녀에 대해 알면 알수록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그녀와의 연애나 결혼은, 그녀를 계속 업고 있어야 하는 것만큼이나 힘들 테니 말입니다.
그녀가 중간에 바람을 피워가면서도 L씨를 놓지 않은 것, 헤어진 이후 다른 사람과 만나고 있으면서도 L씨에 대한 미련을 보이는 것 등은, 바로 그런 현실 때문에 보이는 반응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녀에게 L씨는 자신이 원하는 걸 만족시켜줄 수 없는 남자이긴 하지만, 다른 면에선 이만큼까지 날 위해 살아 줄 수 있는 유일한 남자이기 때문입니다. 또, 그녀가 L씨와 연애를 하던 초창기에 다른 남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던 건, 그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자신의 비위를 맞춰주는 대화를 하는 게 싫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정직하고 곧지만 딱딱한 L씨와 달리, 그는 그녀에게 달콤한 말들을 늘어놓았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녀는 그냥 밑 빠진 독이었습니다. 그녀의 요구대로 열심히 따르며 맞춰간 결과 L씨의 통장은 비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녀에겐 돌려 막는 카드빚이 있고 말입니다. 그녀가 L씨에게 했던 방식 그대로, 그녀는 누군가에게 버림받을 겁니다. L씨가 아닌 애교 많고 재미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말. 그 말을 그대로 그녀는 누군가에게 돌려받을 겁니다. 남만 볼 줄 알았지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못 본 결과로. 그녀가 몰래 저지르는 짓을 다 알고도 그 허물을 덮어주려 했던 L씨,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젠 좋은 사람 만나 서로 함께하는 연애를 하시게 되길 기원합니다.
위에서 하얗게 불태운 까닭에 오늘 배웅글은 짧게 줄일까 한다.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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